허무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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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고공 만여메터의 높이를 날아보는 상상
2009년 02월 11일 15시 20분  조회:449  추천:8  작성자: 허무궁
   NHK TV의 일기예보에서는 구름 낀 날씨에 오후부터 개인다고 했는데 오후 세시가 되도록 비가 그냥 질적질적 내리고있는중 비행기 CA930는 하늘로 날아올랐다 .요즈음 텔레비는 거짓말 해도 되나 하고 생각할새에 CA930은 나의 몸을 뒤로 밀어붙치며 하늘로 정신없이 날아올라가고있었다. 나리타공항에서 상해로 향해 날아가는 비행기다. 창으로 비물이 윙윙 총알처럼 박혔다가 미끌어져가 창에 매달리는 비물은 한방울도 없었다. 내리는 비줄기를 맞받아 날아오르는 비행기는 언제 어디서 비물이 생기는 지점으로 도달할것인가? 하고 생각하며 그 접점의 한순간을 나의 이 작은 눈으로 확인을 하고싶었다. 그러나 그런걸 언제 볼사이가 있더냐? 몹시 흔들리는 비행기의 몸뚱이는 어느새 구름 뚫고 청청한 하늘로 튕겨오르고 말았다. 비줄기의 제일 첫 끝을,그리고 그 비방울이 생겨나는 과정을 보지 못한 아쉬움이 내 인생에 그냥 남아있을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못견디겠다.
    몇분 지나 비행기가 이젠 우로 오르기를 그만두고 평행을 잡았을무렵 나도 제정신이 들어 자리를 바로잡고 책을 꺼내들었다. 나쯔메소세끼라는 제목의 책을 며칠전에 사서 려행가방에 넣어두었던것이다. 이노우에 히사시랑 유명한 작가들이 나쯔메소 세끼를 평가한 책이였는데 공항에 나올 때부터 읽으면서 그속에 혼이 빠져있었던 나였다.
    나쯔메소세끼가 영어공부를 그렇게 싫어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우등생이였다고 하며 어려서 벌써 한자를 즐겨 한자로 된 글을 썼다고 한다. 한참 책 읽다가 눈이 아파나서 무심히 창밖을 내다 보았다. 언어상으로 보면 로신처럼 새로운 언어사용으로 유명한 나쯔메소세끼다. 코수염도 로신이 나쯔메소세끼를 따랐는지 두 작가의 모색은 비슷하다. 이렇게 제나름의 생각에 잠겨있다가 확실한 경계선도 없이 나의 사색은 어느새 창밖의 세계로 날아가버렸다. 방금까지 생각했던 나쯔메소세끼와 아무런 관련도 없이.
    나의 좌석은 비행기날개가 붙어있는 곳, 화창한 날씨의 창밖은 조용하고 맑고 아늑하였다. 시속  900여키로메터로 날아다니는 비행기도 내 보기에는 검푸른 하늘속에, 아니면 솜같은 구름우에 멈춰서있다. 나는 창을 살며시 열고 저 넓은 날개에 나가서서 허리운동 해보고싶어진다. 혹은 올방자를 틀고 앉아 명상에 잠기거나 아니면 눈우에 손 얹고 손오공처럼 멀리 하늘아래의 세상을 굽어보고싶다. 어지러운 오염된 저 땅덩어리를 멸시하며 내려다보고 인생을 검토해보고 등등. 왜 하필이면 하늘 우에서 인생을 검토해보고싶어졌는지는 몰라도.
    혹은 수영선수처럼 두팔 곧게 머리우로 올리고 두발로 날개를 구르다가 몸을 팽기처럼 돌리면서 아래로 뛰여내려보고싶어진다. 이 구름아래로부터 시작되는 비줄기가 생기는 곳을 확인하고 그 비줄기의 일원으로 나도 땅으로 내릴수는 없을가?
    해님과의 거리를  만여메터 줄인때문인가? 비쳐드는 해빛이 자못 뜨겁고 찬연하다. 비행기에 앉아서 그 해빛에 감사하며 내 비로서 느끼는바가 있으니 그것인즉, 비행기라는 이름은 그다지 고명한 이름이 아니라는것이다. 사람이 타고다니는것은 다 차(車)라는 이름을 달아주고 왜 비행기만은 베틀 기(機)라고 부르는것인가? 자동차, 기차, 자전거(車).그러니 비행기도 비행차라고 부르자. 아니 너무 속된 이름이라 차라리 까치차라 부르자. 재래로 까치가 울면 귀한 손님 오신다고 했거늘 까치차라고 불리우는것이 귀엽다. 둔중한 몸뚱이를 가진 물건엔 귀여운 이름으로 비례해주어야 유머가 있는것이다.거기에 리륙과 착류시의 요란한 엔진소리를 까치의 깍깍 하는 울음소리로 변화시키면 제격이다. 만약 우리 조선족중 누가 이런 대형소음을 새의 노래소리로 변화시키는 기술을 발명한다면 우리 조선족도 노벨상 받게 될것이고 그 특허의 권리금만 받아도 평생 다 쓰지 못할 재산을 가지게 될것이다. 상해나 서울이나 도꾜의 도시소음을 몽땅 새의 노래소리로 변화시키면 이런 대도시가 얼마나 아름다운 마을로 변모할것인가! 몇분에 한번씩 오르내리는 비행차, 아니다, 까치차가 있는 공항은 깍깍, 짹짹, 꾀꼴꾀꼴(아니다, 이는 꾀꼴새다. 암, 그저 그렇다는 뜻이려니) 온통 새들의 콘서트장으로 될것이니 나 정말 그런 날이 오는걸 볼수만 있다면 이 세상에 태여난것을 새롭게 감사해할것이며 이 생을 사는것에 대해 원이 없을것이거늘!!!
    꼭 이렇게 맑고 푸른 하늘에 올라와야만 소음과 오물로 범벅이 된 땅덩어리의 오염이 보이는것일가?려산의_ 진면모란_ 말을 이럴 때 써도 되는지 모르겠다.
                                               2006년 5월 23일  
                                         창공 만여메터를 날으며
                                                  6월 8일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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