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무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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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지구에 구멍 뚫어야지
2009년 02월 11일 15시 21분  조회:470  추천:8  작성자: 허무궁

 지구는 둥글다고 한다. 그 둥근 지구에 구멍을 뚫고 나무꼬챙이로 꿰서 지구의처럼 뱅뱅 돌려봤으면 좋겠다. 미친놈의 잠꼬대가 아니다.
    나는 나의 발밑을 그냥 파보고싶어진다. 일생을 걸고 나의 발밑을 그냥 파들어가면 언젠가는 지구의 중심핵에 도달할것이고 또 계속해서 파고 들어가느라면 반대편에 구멍 뚫고 나갈수 있을것이다.
    지구의 직경이 엄청나게, 내가 한생을 다해서 파헤쳐도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로 크겠지만 나는 파낼수 있다고 스스로 믿어본적도 있다. 중국에는 우공이 산을 옮겼다는 옛말이 있다. 무서울것 뭐가 있겠냐 하고 스스로 나자신을 고무격려를 해보려고 애썼지만 우공이 옮기려던 산이 이 큰 지구에서는 사람얼굴의 여드름만큼밖에 안된다는것이 생각나서 홀로 피씩 웃어버린다.
    콩크리트때문에 이 땅은 갈수록 어느 늙은 녀자의 얼굴화장처럼 두터워만 가는데 그 무게가 싫어서인가 지구는 그것을 털어버리는데 열중하게 된다. 당산에서 털어버리더니 신강과 운남에서도 털어버렸다. 한신(阪神)에서 그러더니 올해에는 니카다(新潟)에서 그랬다. 강아지도 얼굴에 뭐가 묻으면 머리를 흔들며 털어버리는데 지구라고 왜서 안그럴가. 인간에게는 크나큰 피해라고 생각되지만 이 자연 또한 우리 인간에 의해 얼마나 많은 피해를 입었고 또 계속 입고있는지 모른다.

    마이너스이온이 몸에 이렇게 저렇게 좋다고 하더니 건강식품장사가 디지털 관련 회사를 초과하여 일본에선 세금을 제일 많이 낸 사람의 명단에 건강식품업자의 사장님의 명함이 버젓이 첫줄에 올랐다. 그것이 궁금하여 난 여러 사람에게 물어보고 인터넷을 찾아보고 하였는데 마이너스이온이란게 대체 어떤 물건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이거 부자 되는 길인데 하고 생각도 해보고 또 대체 내 이 몸뚱아리가 필요로 한다는 물건이 어떤것인가 하는것쯤은 알아두고싶었던것이다.
    어느날 근처의 하다나까댁에서 흙이 가득 붙은 무우 하나와 사탕감자 몇알을 가져왔다. 비여있는 땅을 어찌할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대로 놔두면 고정재산세를 내야 하기때문에 그 세금을 피하려면 농사를 지어야 하는데 자기가 혼자서 하자니 너무 힘에 부치는 일이여서 일본의 도시근처의 지주들은 흔히 남에게 싼값으로 땅을 임대해준다. 몇평방메터를 임대하여 거기에 파도 심고 도마도도 심고 가지와 오이도 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하다나까네도 그렇게 임대하여 해마다 재미로 남새농사를 하는 모양이였다. 고중교원을 정년퇴직한 후 그는 요미우리신붕セ에  가물에 콩나듯 일본전통시 하이수를 발표하면서 지내고있었는데 이렇게 짓는 농사도 그의 취미라고 한다.
   아니_, 어디서 이렇게?»
   아니_, 이렇게 크게 잘되였네요. 농약도 치지 않았다니 자연식품에 건강식품이네요.»
    이렇게 안해가 수다 떨며 받았는데 난 흙을 좀 털어서 가져다주지 쯧쯧 하며 속으로 은근히 아니꼽게 생각했다.
   마이너스이온이_ 결핍하다네. 지금 사람들.»
   네_, 그래요?»
   흙을_ 밟지 않으니까 그렇대요.»
    나의 눈치를 알기나 한듯 이렇게 하다나까부인이 말하였다.
    그 말을 듣고 나는 그 흙이 정말 귀중하게 보여졌다. 손으로 훑어서 볼에 비비고싶어질 정도로 그 검은 흙이 반가왔다. 옛날 맨발바람으로 논두렁을 달아다니며 개구리 잡던 일이 아득한 신화처럼 떠오른다. 폭신폭신한 흙의 감각이 따스하게 느껴온다.
    한편 인간들의 시달림에 피해를 입고있는 땅의 신세도 측은하게 생각된다.

    넓이나 두께나 길이나 볼품도 없이 쬐꼬만 중국 대만에서 세계 최고의 빌딩을 지었다며 자랑하는데 그 빌딩사진을 보니 밑땅이 바다에 금방이라도 꺼져들어갈것 같아보였다. 상해에 서는 운남성의 석림 같이 일어선 빌딩들을 보고 상해가 장강과 바다의 사이에서 자취를 감출것 같다는 근심도 하였다. 땅이 꺼질것 같아 걸음걸이도 살랑살랑 사뿐사뿐 걸어다녔다. 장모님께서는 나의 걸음을 뚱기적 황소걸음이라고 하였는데 상해에서만은 소림사의 경공(輕功)이나 하듯 사뿐사뿐 걸어다니려고 노력한적도 있었다. 한시름 놓을수 있는 곳은 운귀고원이나 서북고원뿐, 곤명과 서안에서 시름없이 향수한 뭇꽃과 황토가 정다웠다.
    인간이 땅과 정답게 살아갈수 있을 때에야 인간도 자연속의 인간으로 인정을 받을것이다. 아니면 자연의 천벌을 받으리라.
    지구에 구멍을 뚫고 나무꼬챙이를 꿰고 지구의처럼 돌려보리라. 거치장스러운걸 내가 떨어뜨려주고싶어서이다.

                                             2004년 11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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