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무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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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칼라의 가을엔 무궁화도 자리 양보하더라
2009년 02월 11일 15시 22분  조회:543  추천:6  작성자: 허무궁

 봄에 회사를 갓 이사하여 베란다가 달린 곳에 오게 되였는데 그때 우리는 너른 베란다를 록화하려고 화분통 몇개를 사다놓았다.
    그중에 무궁화도 한그루 있었다. 분홍빛 꽃을 환하게 피워주는 무궁화는 매일 출근 때 우리 직원들이 제일 처음으로 인사하는 대상으로까지 되여 마치도 우리 회사의 일원 같은 존재로 되었다.
    5월에는 련휴가 생겨서 제때에 물을 주지 못한 탓으로 베란다에 고독하게 내버려둔 무궁화는 잎을 바싹 말리운채로 거의 죽어버릴번 한 사건도 있었다. 소중한 무궁화가 이렇게 되니 우리 모두 겁을 더럭 먹고 죄인처럼 무궁화앞에 서서 사죄하였다. 나어린 김양은 눈굽까지 찍으며. 그날 나는 화분통 갈아주고 부식토도 더 넣어준 다음 물을 듬뿍 주었다.두손 모아 제발 용서해달라고 빌었다. 이렇게 온 직원들이 정성을 들여 애지중지 보살펴주었더니 시름시름 앓던 무궁화도 툭툭 털고 일어나 마른 이파리를 제절로 떨어뜨리고 파아란 이파리를 다시 키워주더니 인차 커다란 꽃봉우리를 열어주었다. 그후로는 앓는 일 없이 매일 꽃피워 반겨주었다. 아기를 키우는 마음으로 보살피니 무궁화도 응석을 부리며 우리를 즐겁게 해주었던것이다. 그렇게 시들것만 같던 무궁화의 소생에 나는 강렬한 감동을 받았다.
    일개 초목에서 인생을 배우기까지 했다.
    이렇게 나는 자연과 오가는 사랑을 느끼며 매일 베란다에 나가는 일을 게으르지 아니하고있다. 약 석달전부터는 새도 불러오자는 제안에 사무원 김양이 매일 먹이를 뿌려주어 이제는 참새가 날아와서 노래도 불러준다. 많을 때는 16마리까지 왔고 매일 단골손님으로 두마리가 찾아오는데 나는 어쩐지 남이 준 먹이를 먹으면서도 이쪽을 너무 경계하는게 그놈들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조금은 가까이에 가서 구경하기도 싶은데, 아니, 내 어깨나 손에 와서 앉는것마저 나는 허용할 준비가 다 될 정도로 마음을 활짝 열어놓고 있는데 요놈들은 아예 나한테 마음 주려고 하지 않는다. 하는수 없이 새들이 올 때가 되면 창을 닫고 집안에서 창밖을 내다보며 한때를 즐긴다.
    단조롭고 긴장하고 따분한 회사일을 보다가도 이런 정경을 자리에서 일어나면 볼수 있다는것이 이 도꾜에서는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지 모른다.
    서늘한 바람과 함께 이젠 여름과는 다른 색상의 옷을 갈아입는 자연이다. 현 대화도시에도 가을은 오는가? 먼곳에서 가을냄새가 은은히 풍겨오고 나무잎들도 열렬한 칼라로 단장 하고있다. 여름내내 피워주던 무궁화도 가을의 칼라앞에선 자리를 양보라도 하듯 푸른 잎들만 남긴채 꽃망울을 내밀려고 하지 않는다. 불타는 붉은 색갈이 열렬하고 자극적이고 또 이러한 열렬한 색상이 가을색이라는것을 알기라도 하듯 연분홍색을 접어두고있는것이다.
    이렇게 요란하고 시끄러운 도시속에서도 자연이 주는 깨달음에 도취되여있노라니 일전에 텔레비에서 만난 시마다 토시오(島田俊雄)박사님의 모습이 떠오른다.
    아버지의 림종시 한마디에 대형 복장회사엘리트자리를 때려치우고 나와서 박사공부에 정진했다는 시마다박사님이시다.
   남사군도_ 등 아세아의 소금과 물 문제를 해결하여다오.»
    옛날 일제침략때 군대로 남아세아에서 3년간 있었던 그의 아버지께서는 그때 어떤 사연이 있었던 모양으로 이렇게 한마디를 아들에게 남겨놓고 세상 떠나셨단다. 시마다박사는 그로부터 매일 흙을 코에 대고 냄새를 맡으며 바이오연구에 몰두하였다. 그리하여 1982년에 말레시아에 환경비즈니스회사를 설립하고 물연구를 시작하였는데 회사가 점점 커져가는 사이에 문득 자기의 불찰을 깊이 깨닫고 다시 중국 상주에 가서 사회에 공헌을 할수 있는 일을 찾아하였다. 말레시아에선 사업만을 생각하다보니 어느새 아세아 국민을 돕는 일이 완전히 비즈니스로 전락되였던것이다. 그리하여 상주에 가서 SMD생태화장실을 연구해내고 그것을 보급시키려 팔 걷고 나섰는데 마침 연구성과가 무르익어 중국사스때 북경에서 긴급주문까지 들어와 사스방지에 크게 공헌을 하였단다. 생태화장실, 이는 생쓰레기를 흙에 버무려 자취를 감추게 하는 무슨 마술 같은 기술을 도입한 화장실이다. 텔레비에선 흙에 생물고기랑 남새랑을 넣어서 몇번 버무리더니 흙만 남고 방금 넣은 쓰레기가 어디로 가버렸는지 자취도 보이지 않는 장면을 보여주었다. 자연생태가 볼품없이 파괴되는 이때 우리 모두가 이런 환경보호책을 연구해낸다면 이 몸 담고 사는 자연이 얼마나 깨끗하고 아름다울것이 아니겠는가.
    백발을 날리며 지팡이를 짚고 산으로 올라가는 시마다박사님의 모습이 정답게 텔레비죤화면에 담겨있다. 걷다가 너무 힘들어 그대로 돌층계에 앉아버린다. 뒤에서 상주회사의 장사장님이 어디서 구해왔는지 두 사람이 어깨에 메는 가마를 빌려왔다. 힘 좋은 젊은이 두명이 시마다박사님을 앉히고 산길을 톺고있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가운데 박사님의 얼굴엔 흥분과 희열이 어려있었다. 고대극에서 본것처럼 저 가마에 관료나부랭이가 앉았다면 아주 꼴볼견이였겠지만 이렇게 훌륭한 박사님이라면 정말 한생을 가마에 앉혀 모시고싶은 마음이다.
    매년 백만을 넘는 관광객들이 모여드는 세계유산 황산의 산정으로 올라가는 길이였다. 72봉이 위용을 뽐내는 황산이 푸르른 하늘에 슬기를 자랑하고있는 가운데 멀리 생태화장실이 보인다. 박사님은 가마에서 내려 머리를 외면으로 돌리고 눈굽을 찍고있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절경에 쓰레기가 있어서야 될 말인가. 세계유산에 대한 애정으로 불타는 시마다박사님의 마음이런듯 황산의 구름도 잠시 머물러있다. 그의 연구성과가 자연을 보호하고 이 나라 국민들에게 아름다운 자연을 지켜주는 역할을 하게 되여 그는 지금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있는것이다. 아버지가 말한 아세아_ 사람들에게 공헌하라는_ 절절한 부탁을 이제야 조금이라도 실현하게 되는 기쁨의 눈물이였다. 지금은 오대산, 북경고궁, 주은래기념관, 청도 5/4공원에도 이 생태화장실을 설치하고있단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가 상주에 가면서부터 상주의 복숭아상자엔 일본セ이라는 두 글자를 더 새겨넣게 되였다. 붉고 굵고 몽글몽글한 복숭아, 이것도 시마다박사님이 가져다 보급시킨것이라며 과수원 사람들은 온 얼굴에 꽃 피우며 자랑을 하고있다.
    사랑하는 마음엔 국경도 없다. 아버지의 한마디의 말씀을 언제나 잊지 않고 아세아 사람들과 함께 살고 함께 가슴 아파하고 함께 웃는 시마다박사님, 이제부터 필리핀이랑 남아세아에도 가야하겠다며 무겁게 입을 뗀 시마다박사님의 머리엔 허연 서리가 내려있었다.
    열렬한 색상으로 장식된 이 가을의 칼라에 곱게 핀 국화마냥 흰색 하나 더 해주려고 내려앉은 흰 구름 한점인가 아니면 자연의 사랑이 슴배인 가을기운이 어린것일가.
  
 가을의 칼라엔 무궁화도 자리를 잠시 양보하더라.

 

                                    2005년 9월 28일  
                  참새가 우는 베란다를 가진 회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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