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무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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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장 행복했던 날
2009년 02월 11일 15시 23분  조회:520  추천:7  작성자: 허무궁

 채팅하다가 상대가허선생님께선_ 어느때가 제일 행복했습니까? 결혼때였습니까?하고_ 물어서 난 정말 엄숙하게 이 문제를 생각하게 되였습니다.

    어차피 이 글을 읽어볼 안해가 무서워서라도 인차네_, 아무렴 더 말할나위가 있겠습니까!하고_ 대답해야 하는데 나는 그렇게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옷깃을 여미고 오늘 이 집에서 쫓겨날 각오하면서도 굳이 말을 해야 된다면 나는아닙니다_. 그날이 아니구요, 다른 날로 꼭 두번이 있었습니다. 제일 행복할 때가.라고_ 말을 할것입니다.

    첫번째.

    아마도 내가 소학교 3, 4학년때의 일로 기억됩니다.

    억수로 퍼붓던 눈이 멎자 대지는 인차 그 눈을 모두 굳히여 길은 온통 눈얼음으로 뒤덮이였습니다. 겨울방학이라 어머니는 나를 데리고 백부님네 집으로 놀러 갔었습니다. 용신이였는데 이틀인가 머물다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만 그날도 눈이 내렸습니다. 백부님가족과 작별인사를 나누고 한참 걸어서 뻐스정류소까지 나와보니 퍼붓는 눈때문에 뻐스가 통하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병원의 일손이 딸리고 또 백부님가족과는 인사까지 하고 나왔던지라 어머니는 그날 꼭 돌아가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너_ 걸을수 있니? 대신까지. 거기 가면 룡정에서 오는 뻐스를 탈수 있을거다.»

    어머니의 물음에 나는 우쭐대며 대답하였습니다.

   걸을수_ 있재이쿠. 집까지래두 걸을수 있슴다.»

    이리하여 나는 어머니의 손을 쥐고 눈길을 걷기 시작하였습니다. 앞을 봐도 뒤를 봐도 눈뿐인 길인데 어머니와 함께 걷는 나는 그저 무작정 즐겁기만 했습니다. 길가의 앙상한 나무에 눈송이가 매달리는것도 신기하고 눈 오는 하늘도 재미있었습니다. 길엔 오직 우리 모자 둘뿐이여서 무지하게 조용하였고 모자의 웃음소리만이 길에 퍼졌습니다. 나는 저 앞에서 장난질하다가도 어머니를 마주향해 달려가보기도 하고 길가의 굳은 눈을 만나면 미끄럼질도 하였습니다. 한참 걷노라니 목마르게 되여 어머니더러 물 달라고 하였더니      너_ 개살구 먹어본적 있지?하고_ 어머니가 말씀하기에그까짓거_ 먹어보재이쿠. 산살구두 따먹었는데. 앞산에 있씀다. 근데 얼마나 시쿨다구.어머닌 못잡술검다.라고_ 대답하였습니다.

    이런 말을 하다나니 나의 입에 군침이 돌기 시작하였습니다. 한참 걸어가는데 어머니께서 다시어떠냐_? 이젠 목 마르지 않지?라고_ 하였습니다.

    그 말 듣고보니 정말 갈증은 온데간데 없어졌습니다. 이렇게 어머니와 걸어다니던 그때가 나한테는 제일 행복한 때였습니다. 이 일생에서 어머니와 제일 많이 이야기를 나눈게 아마도 이때라고 생각하기때문입니다.

    두번째,

    소학교때의 어느 여름방학때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어머닌 룡정으로 회의를 가게 되었습니다. 무슨 회의였는지는 모르나 꽤나 오래동안 룡정에 머물렀는데 집엔 형님과 누나 그리고 나 셋이서 누나가 한 밥을 먹으며 생활을 했습니다. 처음으로 련 며칠이나 어머니를 보지 못하니 나는 어머니가 몹시 그리웠고 이제는 더 견디지 못할즈음에 마침 어머니께서 날 룡정에 보내라고 하여 나는 룡정으로 어머니 보러 가게 되었습니다. 어머니가 너무 적적해서 널 오란다고 형님이 말하여 난 얼마나 기뻤는지 몰랐습니다. 룡정에서 어머니와 한방에서 자고 낮엔 어머니가 회의를 들어가기때문에 나혼자서 어머니가 준 돈으로 그림책이나 사서 읽어보면서 즐거운 날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며칠후 이번엔 지신의 집에서 누나의 발령이 내렸습니다.

    형님과 누나 둘이서 마주앉아서 밥을 먹자니 밥맛이 없어서 못살겠다는것였습니다. 이를테면 그래도 내가 있어야 사는 재미가 있다는 얘기가 아니겠습니까. 난 어머니한테 더 있고싶었지만 어머니가 하도 가보라고 하기에 하는수없이 지신으로 돌아가기로 하였습니다.

   네가_ 없으니 못살것 같다는구나. 어서 가서 형님과 누나를 살게 해야지._ 하며 어머니께서 웃으시며 권고하여 나는 집에 가서 형과 누나앞에서 시뚝해도 된다는 생각으로 유쾌히 떠났습니다. 어머니의 말씀을 들어보니 정말 내가 이 가정을 위안하고 이끌어가야 하기나 한듯 며칠사이에 어른이 된 기분이였습니다. 마중 나온 누나앞에서 난 얼마나 우쭐거렸는지 모릅니다. 그러는 나에게 누나가 이마키스까지 하며 반겨주었던지는 생각나지 않습니다만.

    이때 어린 나였지만 자기의 존재가 이 가족에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가를 처음으로 인식하게 되여 그 행복감 그지 없었습니다.

    이렇게 꼭 두번 행복감을 크게 맛보았는데 그후의 여러가지 행복도 모두 이 두가지와는 비할바가 못되였습니다. 만약 안해가 여기까지 참고 읽어보았으면 날 용서해주리라고 조심조심 믿어봅니다.

    아마 모르긴 해도 안해도 결혼날보다 엄마와 같이 있던 때가 제일 행복했을것입니다. 내가 무섭지만 아니하면 아마도 그렇게 말할것이 틀림없을테지요.

 

                                           2004년 11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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