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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이 밤에 잠이 오지 않는것은.
태풍 21호가 중국 복건성을 향해 느릿느릿 가더니 27일엔 일본 오끼나와 남쪽에 멈추어서서 움직이질 않았다. 가을의 남해의 경치에 매료되여 구경에 정신을 파는것인가 했더니 대륙의 기운에 밀리워 더 전진하지 못하는거라고 TV에서 방송 한다.
이튿날엔 90도로 꺾어져 일본을 아래로부터 우로 휩쓸며 북상하더니 가는 곳마다 인간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오는듯, 허나 매스컴은 무슨 즐거운 일이나 전하듯 신나게 떠들어댄다.모든 사람들이 관심을 하는 일이 발생되면 매스컴의 광고값이 올라가기때문에 어딘가 그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있는것이다. 몽땅 휩쓸며 북상하던 태풍은 동북지역에 가서 또 90도로 꺾어져 이번에는 다시 태평양에 들어섰다.
그놈 태풍의 심사 정말 모를 일이다.
인생도 꼭 이런 자연과 같이 분주하다. 짧은 인생이지만 뭔가 질풍처럼 달려온것 같은 생각때문에 추석의 밤이 더 애처롭다. 어쩌면 나의 체구도 태풍에 시달리는 한그루의 나무와도 같이 생각되였다.
추석밤. 퇴근하여 홀로 저녁 챙겨놓고 마신 외로운 술이 피곤과 함께 나를 괴롭혔다. 멍하니 밖의 밝은 달 쳐다보며 생각을 비워본다는것이 나의 마음은 그저 더 착잡해지기만 하였다.
살기를 40여년. 허둥지둥 달려와보니 지금이다. 고향을 떠난지도 이제 십여일만 지나면 10년을 넘게 된다. 부모님도 이젠 계시지 않아서 휘영청 밝은 달만 보면 괜히 이렇게 슬퍼진다. 내 인생이 슬퍼지고 이 세상이 슬퍼지고 그리고 남들까지도 슬퍼진다. 왜서 이렇게 아글타글 해야 하는지? 인생도 자연의 한가지 속성이라면 그다지도 슬플 일도 아닌데 사람은 자꾸 이렇게 슬퍼해 한다.
세상 떠난 부모님과 고향을 그리며 이 밤 새워야 하는데 밀려오는 피곤을 어찌할수가 없다. 마신 술탓으로 책임을 밀어놓고서도 그냥 마음 한구석은 무겁기만 하였다.
뭔가 해야 할 일이 뒤를 쫓는것 같다.
추석에 할 일이란 시간을 흘려보내며 저 중천의 달을 서천에 바래다주는 그것밖에 없음을 알고는 더 서글퍼진 내 마음이다.
2004년 10월 11일
(제목과 첫줄은 추석날에 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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