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무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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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망종セ의 웃음거리
2009년 02월 11일 15시 29분  조회:564  추천:16  작성자: 허무궁

하늘이 높아지면 나는 그냥 이렇게 마음이 들끓는다. 가을 특유의 매혹제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문뜩 이름짓기란 얼마나 현명한 고안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가을은 가을이란 이름이 있고 봄은 봄아씨란 이쁜 이름이 있다. 먹쇠가 있는가 싶더니 돌쇠도 있고 서울이 있더니 너울도 있었다.
    일본의 무라카미는 독자들과 함께 일본의 러브호텔이름을 모집해보았는데 그 이름들이 참으로 가관이였지만 오늘 난 사람들의 이름얘기를 하여 여러분들의  웃음주머니를 풀어드리고저한다.
    이름으로 운명을 기하는 사람도 있었다. 옛날엔 천하게 이름 지으면 운이 좋다고도 하여 개똥애란 이름마저 생겨났고 다음에 태여날 자식의 성별도 이름으로 기대해보았다. 그리하여 동생때문에 엉성한 이름을 가지게 된 사람들이 불쌍하게 많이도 있었다.
    련줄포로 딸만 낳은 집들에선 딸애들의 이름이 거의 모두가 사내이름으로 된 경우가 많다. 사내의 이름을 달면 다음에 사내가 태여난다며 기대해보는 부모들의 희망이였다.  그렇게 이름 달기에 정성을 들이고 다시 정성들여_ 노력?하다나면_ 바라던 막둥이아들을 안게 되는 기쁨이 오는 경우가 있는데. 동네에선 칠보_ 일조라고_ 불리워도 악의가 없어 좋다. 이름 잘 달았기때문에 끝내 아들 봤다고 한다. 고추 달린 놈만 쑤욱쑤욱 뽑혀나온 집들에선 그 반대고_
    다 자란 사람들도 자기의 이름 가지고 신경 쓴다.
    작가들이 그렇다.
    옛날엔 자_(字)_,호_(號)마_  저 있어서 복잡했지만 지금은 거의 쓰는 사람이 없고 심지어 필명마저 시끄러워 달지 않고 제이름으로 맹활약하는 작가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 이 필명을 다느냐 달지 않느냐에 따라 자기나름대로의 편리와 불편이 있는가보다.
    십여년전 정세봉님의 소설이 유명해져서 말썽도 많았었는데 장백산セ잡  지사의 요구에 의해 내가 평론을 써서 소설과 함께 발표되였던덕분에 자연히 말썽은 평론에도 따라와 나를 외국에_ 류학 간 지주놈의 사위라고_ 까지 무함한 편지를 잡지사에 보내온 실례도 있었다. 그리고 또 그때 상식없는 어느 연변의 한 간부가 책상을 탕탕 치면서이_ 무궁이란자를 여기 빨리 데려와!하고_ 호통쳤다는 말을 들었는데 난 그때 그 말 듣고 뭐라고 할 말을 잊었다.
    기어이 따질 필요까지는 없지만 그래도 행정급으로 말하면 나도 현퇀급セ이고 소속관계, 이를테면 지도와 피지도의 관계로 봐도 장춘시에 있는 내가  연변에 있는 그 사람의 령에 따라야 한다는 도리가 없고 장춘시가 길림성의 소재지라는것을 감안하고보면 차라리 내쪽이 더 높은데 있지 않느냐 하고 어깨 으쓱해지는판이였는데. 에이씨_, 대체 누가 사또냐_ 하고 배짱을 부리고싶었지만 장백산セ잡  지사에서 그 편지를 나한테 다 보여주지 않아서 나의 유치한 배짱이 배속에서 가라앉고말았다.
    한편 만약 내가 연변에 있었더라면 그 봉변 받아야했었구나 하고 생각하니 무서워나기도 하였다.문화대혁명セ때처럼 얻어맞고 온 세상에 소문이 쫙 퍼지고 나의 이름 알려지고 하면 난 어디 가 머리도 못쳐들것이 아닌가. 나이 20대후반에 일찍 락동강 오리알 신세로 되고마는가 싶었다. 필명을 달아놓은것이 얼마나 잘한 일인지 모르겠다고 나 절로 머리를 쓰다듬어주고싶도록 자기를 칭찬해주고싶은적도 있었다.
    후에 소설과 평론이 다 우수하다는 길림성위선전부의 결론이 나온 다음 연변의 량심있는 분들이 나한테 사과도 하여 내켠에서 오히려 죄송하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런데 필명으로 욕먹은 작가도 있으니 그 불쌍한 사람이 바로 괴인 조광명이렷다.
    언젠가 중편소설 한편 투고하며 장난끼로(문학이란 이런 장난끼가 필요하지만) 필명을 망종セ이라고 달아놓았단다. 농사일만 해온 집안에서 자라나서 농사계절의 망종(芒種)을 생각하고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땐 무슨 영문이라고 나한테 들려줬는데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후에 무슨 문필회의에 참가하러 갔더니 그때 원고를 담당한 편집님이 아주 엄숙하고 정중하게 악수를 굳게 하시며아_, 망종동무, 반갑소.라고_ 인사하시더란다.
    울며 겨자먹기라는 말이 있지만 이럴 때에는 웃으며 욕먹기라고 하는가? 정말 망종(亡種) 같은 얘기를 나한테 들려준 조광명은 지금쯤 이 글을 보며 크-게 후회할것이다. 청도앞바다에 세메터파도가 일지도 모른다. 그의 한숨에.
    장춘지방의 어느 시골에 묻어둘 얘긴데 말이다. 아마도 자기가 지금 이렇게 문단에 이름이 쩡쩡 울릴줄은 예상 못했던모양이다.
    그래도 우리 같은 무명졸들은 괜찮은 셈이다. 당한 봉변도 유명무명에 따라 정도가 다르다.
    일본 헤이세이(平成)문학의 대표자인 무라카미 하루끼(村上春樹)의 경우는 영 기가 막힌다.
    무라카미 하루끼는 필명 달기 시끄러워서 필명을 달지 않았다고 한다. 원명을 쓰고있는 작가인데 일본에서 련속 히트작을 써내여 헤이세이문학의 대표자로 등장하게 되였다. 언젠가 그는 얼굴에 두드러기가 나서 마을 아줌마의 소개로 피부과에 갔었다. 요꼬하마의 어느 병원이라는데 피부과와 성병과가 같이 있어 두 과의 환자가 소금과 후추처럼 섞이여 대합실에 대기하고있었다고 한다. 외모로서는 누가 어느 과에 속하는 환자인지 모르고 대합실앞에는 환자들을 부르는 창구가 있고 그안에 진찰실이 있는데 비밀적인 검사는 카텐 한장으로 가리워놓은 뒤에서 진행되고있었다. 간이벽이 없으니 의사의 말이 다 들려왔는데.
   부인_, 이게 트리코모나스(Trcomonas)입니다. 집에 가서 남편 한방매 갈겨주세요.라든지뺀모모씨 당신 잘두 나았수. 이렇게 깨끗이 치료된건 희구한 일인데. 그런데 이것을 교훈으로 이제부터는 벌거벗은 녀자와 2메터이내로 접근하게 되면 콘돔부터 씌우도록!라든지_ 하는 말을 들으며 대합실에서 자기의 차례를 기다리는 그런 병원이였다고 한다. 그러던중 무라카미사_--아으_!하고_ 간호사의 높고 길게 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 너무 높아  이 병원에서는 새 간호원 들여올 때 목소리 높은 간호원만 받아들이는가 하고 생각할 정도로 무라카미는 그 부르는 소리가 싫어졌다. 환자들로 붐비는 대합실 제일 뒤에 앉아서 차례를 기다리다가 이름이 불리워지니 앞으로 나가는데 환자들의 시선이 일시에 무라카미의 몸에 구멍이나 뚫을것 같이 집중되였다. 그만큼 유명해지니 아는 사람도 많았던가 본데 뒤에서 간신히 앞으로 나가고있지만 얼른 앞에 나타나지 않으니 간호사는 더 큰소리로 자꾸 무라카미를 불러대였다.
   무_-라-카-미-사-아-으--!»
    외모로선 무라카미가 어느 과를 진찰하러 왔는지 모르니 사람들은 저 유명한 작가도 그런 병에 걸렸나 하고 희한한 눈길을 보내주고있었던것이다. 그 정경 나도 한번 보았더면 얼마나 재미있었을가.
    무라카미는 무라카미아사히도_(村上朝日堂)에_ 이 이야기를 썼는데 마지막에 그는 다음과 같이 끝을 맺었다.
   자기가_ 이제 잘못하면 성병과에 가게 될 일이 있다고 생각하는 작가지망을 하는 사람들은(많이 있을테지) 그래도 필명을 달아놓는것이 현명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로파심일가?»
    나는 필명 둘씩이나 있으니 근심이 없지만 필명이 없는 작가들은 얼마나 후회하고 고민할가?
    이제 필명을 달지 않고 원명으로 맹활약하고있는 학자 장춘식이나 수필가 서영빈이 이런 봉변을 당할것을 깨고소-하게 기대해본다.

                                   2004년 10월 28일
                       핫쵸보리사무실에서 회사일은 제쳐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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