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무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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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성인절에 해보는 시름
2009년 02월 11일 15시 31분  조회:682  추천:32  작성자: 허무궁

 원단이면 어린이들이 어른들께 세배하고 세배돈을 받으면서 축복을 받는다. 우리 부부도 1월 1일 아침에 돗자리방에 나란히 앉아서 딸애의 절을 받고 축복의 말 한마디 해주었다. 젊은 나이에 무슨 절을 다 받냐 하고 여태껏 절은 받아보지 않았지만 딸애의 20돐에 다가오는 성인절(일본에선 매년 1월 8일이 성인절이다. 만20세면 성인이 된다.)을 맞으며 생각을 고쳐먹었다. 성인이 되는 딸애에게 우리 전통의 례의범절을 습관처럼 몸에 슴배이게 하려면 나 자신부터 받을건 받아야 하겠다고 생각되였던것이다.
 
    딸애가 유치원 다니던 나날이 아직 기억에 생생한데 벌써 성인이란다.
    일본으로 데려와 소학교에 부치던 일 어제 같은데 어느새 성인으로 자랐다.
    스무살이면 일본에서는 성인이라고 한다. 그저 나이만 이렇게 규정된 나이가 차면 성인이라 할수 있는건지 모르겠다. 필자는 졸작에서 사람은 되는것이 아니라 하는것이라고 말했다. 나이가 차서 사람이 되는것이 아니다. 사람은 되는것이 아니라 하는것이라는 의미는 사람이 인생 전반을 걸쳐서 그냥. 사람을 하는것이라는것, 다시 말하면 인생은 스스로 사람을 하는 과정, 사람으로 살기 위해서 노력하는 과정이며 자기가 옳바르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 사는 과정이라는것이다. 인생전반을 걸쳐서 해야 하는 사람이 어찌 나이 스물이면 될수가 있다는 말인가! 20세의 생일에 금을 그어놓고 자, 여기부터는 성인이다라고 말을 하는것은 눈감고 야옹하는 숨박꼭질에 지나지 않는 무책임한 짓이다.
   
    그래서 나는 성인절날에 딸애를 앉혀놓고 이러한 얘기를 해주고싶었었다. 비록 아직 짧은 인생밖에 산 경험이 없지만 그래도 내가 여태껏 살아온 삶의 경험에 근거하여  삶을 알려주고싶었던것이다. 그러나 나는 참았다. 어린 녀자애이지만 딸애도 자기나름으로 사람을 하기에 열심해있다는 생각이 들었기때문이다. 유치원때부터 나는 딸애에게 공부하라, 암송하라, 글을 쓰라 강요한적이 없었다. 스스로 잘도 해나아갔던것이다. 장춘시문화국유치원에 다닐 때에는 한자를 카드에 써달라고 해서 그것을 붓으로 정연히 써주었더니 매일 밤 글을 익히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래서 유치원시합에서 우등을 한 모양인데 그날 퇴근하여 딸을 데리러 갔더니 다른집 애 엄마가 자기 아들을 욕하는 소리가 귀에 들렸다.
   싸하이즈_, 니 랜 차오쌘주더 하이즈 더우 깐부궈야?»
    바보야, 넌 조선족애도 당해내지 못하냐 라는 뜻인데 난 우리 딸 효정이를 두고 하는 얘기인줄 알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암 누구의 딸이라구!
    그러던 딸애는 1994년 2월에 일본으로 왔다. 제 엄마가 쿄오릿츠녀자대학의 강사로 초청받아 일본에 와있었기에 나는 딸애를 엄마곁에 보내야겠다고 생각되여 1994년 2월에 딸애를 데리고 일본으로 왔었다. 그리고 딸애를 일본학교에 부친다음 다시 장춘으로 돌아왔다. 그때 효정이는 여섯살이였다.
    혹시 업수임이나 받지 않을가 얼마나 근심을 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입학 그날 딸애는 여러 친구들과 함께 떠들썩하며 돌아왔었다. 일본말을 모르니 여섯 친구의 손을 쥐고 우리 집으로 이끌고 왔던것이다. 무슨 영문인지를 모르는 일본애들이 다짜고짜 효정이 엄마를 보고 이 아이가 왜서 이러느냐고 물었다. 놀자고 그런다. 중국에서는 이렇게 학교에서 돌아오면 친구들끼리 잘 논다고 말해주자 그들은야_- 좋아라_ 소리치며 너도나도 다투어 전화통에 매달려 집에 전화를 걸었다. 효정이네 집에서 놀고 간다고 집에 일러두는것이였다.
    이렇게 딸애의 학창시절이 시작되였다. 딸애는 소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마다 개근생상장을 들고왔다.중학교때부터는 매일 전차로 왕복 두시간씩이나 걸리는 등교길이였지만 감기 걸렸어도 쉬지 않고 하루도 빠짐없이 등교하였던것이다. 지금은 릿꾜대학 2학년생으로 성인절을 맞은것이다.
    그러니 내가 구태여 무슨 설교를 다시 할 필요가 있을가. 그저 속으로 좋은 사람을 하기만 바랄뿐이다. 세상에는 프로이드처럼 그냥 우등생으로 학창시절을 마친 사람도 있지만 종래로 공부란 하지 않고 심지어 심리학, 비교심리학, 생물학, 사회학 등 많은 저서를 쓰면서도 남의 저서를 읽지 않은 스팬서(Herbrt Spencer) 같은 철학자도 있으니 부모가 이래라 저래라 해서 무슨 훌륭한 삶을 사는것도 아닌줄로 안다.자기가 하고싶은 일이면 어련히 할것이다.부모로서의 좋은 본보기를 보여주는것이 백번의 설교보다 훨씬 좋은것이다. 웃물이 맑아야 아래물도 맑다는 얘기가 어디 틀린데가 없다.
  
    성인절을 맞은 딸애는 요즈음 학교에 바칠 레포트테마를 우리 력사에 나오는 량반에 대한것으로 잡았다고 한다. 이것도 누가 시킨것도 아니고 스스로 생각한것이라 하니 일면 대견하면서도 이제부터 오염된 사회와 깨끗한 사회속에서 옳고 그름을 가려가면서 자기의 옳바른 삶을 마음껏 살아갈 딸애의 장래가 가슴 벅차기만 하다.
    한편 그때문에 시름이 놓이지 않음도 어찌 달랠수가 없다.
  

                                           2007년 1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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