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무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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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언어의 불가사의
2009년 02월 11일 15시 31분  조회:736  추천:19  작성자: 허무궁

언어를 잘 안다고하는것은 그 민족의 문화를 잘 안다는것과 통하는 말이다. 그 민족의 문화습관을 모르고서는 도무지 그 언어를 정통할수가 없는것이다.
    난 아직도 언어때문에 당혹해질 때가 있다. 교류하는 도구로서의 언어이기때문에 들으면 그 뜻을 리해하려고 애를 쓰게 된다. 뜻을 리해하는 행위는 반사적으로, 자동적으로 진행되는데 생소한 언어를 들었을 때 나의 대뇌는 인차 자기가 익숙한 언어에 맞춰 비슷한 어음현상만으로 뜻을 풀고저 한다. 모르면 모른다고 거부하면 되는데 나의 대뇌는 나앞에서 총명을 과시하고싶었던 모양이다. 그리하여 이 대뇌의  뜻풀이로 나는 언어의 불가사의적인 사건을 체험하게 되였다.
    그리하여 난 한가지 철리를 생각해냈다. 말은 결코 소리뿐이 아니라는것이다.

    불가사의 1.
   일본에 온지 얼마 안될 때의 일이였다. 언젠가 나는 딸애를 데리고 맥도날드를 먹으러 갔었다. 아무리 일어를 모른다해도 뭘 사먹는거야 못할리 없으리라. 하물며 맥도날드는 메뉴가 카운터에 그림으로 그려있어서 그 그림을 보면서 손가락으로 짚어보이면 되리라고 생각했던것이다. 나는 점잖게 카운터에 다가가서 손가락으로 딸애가 알려준것을 짚었다.(더 묻지 말고 내가 짚은거나 빨리 가져와줘.) 이렇게 생각하며 애원비슷한 눈길로 판매원처녀애를 건너보았는데 애꿎게도 처녀애가 입을 열었다, 아, 이거 죽었구나 하고 난 아예 귀담아 듣지도 아니하고 딸애의 지원을 청하느라 뒤를 돌아보는데 귀에서는고치라데_ 메시아가리마쓰까?(여기서 드시겠습니까?)라는_ 말이 들려오고 눈치 빠른 딸애가 인차하이_._ 하고 대답해주어서 일은 끊났다. 사서 들고가는 사람들이 많기때문데 이렇게 꼭 물어보는것이다. 그런데 난 고기와 상추를 사이에 끼운 햄버그를 먹으면서 그냥 심사가 좋지 않았다. 방금 그 처녀애가 한 말이 우리 말 어음적으로는 기분 나쁘게 귀문어구에서 서성거리고있었기때문이다.
   고치_(고추)라도 뭣이? 아가리, 맛있께?라는_ 말로 들리였던것이다.
    아무렴 그 처녀애가 이 어른을 보고 상소릴 했을리는 만무한데 일어를 모르고 들으니 이렇게 어음으로만 듣게 되고 그 어음을 우리 말 뜻으로 리해를 하는 우스운 오해가 생기게 되는것이다.
    소리만으로 뜻풀이를 한 불가사의이다.

    불가사의 2.
    언어의 불가사의한 사건은 20여년전 북경 의화원에서도 발생했었다.
    대학시절의 이야기인데 학급활동으로 의화원에 견학갔었던 나는 사진을 찍느라고 주위경치에 정신 팔려 헤덤비다가 어떤 사람과 크게 부딪쳤다. 서로 뒤걸음 하였던지 엉뎅이를 마주 부딪쳤던것이다. 난 어망결에아_, 미안합니다.하고_ 사과하였더니 그 사람이 큰소리로아임쏘리セ 하고 말하였다. 순간 난 하마트면 당신_, 금방 뭐라했어?_ 하고 따질번했다 .그 말이 영어를 모르는 나의 귀에는 우리 말로 들렸고 또 그 말은 소리로는 아무소리セ나 한다고 들렸던것이다.뒤 돌아보니 서양녀자였다. 인차 대들지 아니한것이 얼마나 다행이냐 하고 안도의 숨을 쉬였다. 학교숙소에서  영어방송강좌를 들으며 발음련습을 하던 재국씨(소설가)의 어설픈 발음을 나의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들어서 그런지 이 귀는 정확한 영어발음을 모르고있었기때문에 내가 이런 착각을 했는지도 모를 일이였다. 재국씨는 그때 일어발음은 좋았지만 영어발음은 좀 그랬다. 이렇게 살짝 불쌍한 소설가 김재국씨에게 책임을 밀어놓고 혼자 웃어본다.
    소리로만으로 뜻풀이하면 이런 불가사의도 있게 되는 모양이다.

    불가사의 3.
    일어로 작은 새를 ことり_(小鳥)라고_ 하는데 그것을 발음하지 못해 쩔쩔 매던 류학 온 연변처녀애들의 모습도 십년전의 일이지만 지금도 선하게 떠오른다.
    거꾸로 우리 말도 외국사람들한테는 괴이한 뜻으로 들릴 때도 있으리라.
    이를테면 우리끼리야_, 너 오너라하는_ 부름소리가 일본사람에겐 그 뒤말오너라セ가오나라_(おなら) 로_ 들릴수도 있을것이다.

    하필이면 이런 말이냐 싶지만. 언어란 이렇게 불가사의한 일을 많이 만들어낸다.
   대개 객관적인 언어의 탓은 아니고 주관적인 인간의 대뇌의 탓이리라. 이를테면 입의 탓도 귀의 탓도 아니고 다만 뇌의 탓이라는 말이다. 모어만을 알고있을 때에는 자연의 소리도 포함해서 모두 자기의 모어에 기준하여 뜻을 리해하려고 한다. 그만큼 여러가지 언어를 장악하면 사유의 범위도 넓어진다는 말이 되겠다.
    우의 실례는 언어란 얼마나 중요한가를 재삼 느끼게 하는 잊지 못할 에피소드로 나의 마음에 남아있던 얘기다.
  
                                     2004년 11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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