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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한국, 맑은 미래--포럼 '재한 조선족이 가야할 길'을 축하하여
-정인갑
존경하는 귀빈 여러분, 친애하는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저 개인의 신분으로 본 포럼의 원만한 개최에 열렬한 축하를 드립니다.
중국 조선족은 1980년대 후반부터 한국을 찾아오기 시작하여 지금까지 20년이 훨씬 지나 어언 30년이 가까워오고 있습니다. 최초의 친척 방문으로부터 단순노동의 취업으로 이어졌습니다. 지금은 아마 기술연수, 무역, 투자 등으로 확대되는 듯합니다.
재한 중국조선족에게는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하는가, 어떻게 가야 하는가 라는 중요한 문제가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에 앞서 먼저 우리가 한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 어떻게 소통의 관계를 가지고 서로 이해해야 하는가 라는 문제가 더욱 시급한 듯합니다. ‘소통’을 주제로 한 오늘의 포럼을 적절한 시기에 잘한 일이라고 봅니다. 하여 기꺼이 축하를 드리고자 합니다.
이 20여 년 간의 코리안 드림에 중국 조선족은 파란만장한 과정을 겪어왔습니다. 용역 불로커에게 사기를 당하기도 하였고, 불법체류자로 붙잡혀 쫓겨나기도 하였으며, 임금체불도 당하였고, 심지어 사고로 로동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자도 적지 않습니다. 눈물도 많이 흘렸고 하소연도 많이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조선족 몇 사람만 모이면 한국 흉을 보고 한국 욕을 퍼붓기가 일쑤입니다.
그러나 저는 우리의 이런 인식과 사고방식을 개변해야 할 때가 왔다고 봅니다. 우선 편협적인 인식을 극복하고 전면적으로 봐야 합니다. 꼼꼼히 양심적으로 생각하면 한국이란 나라가 우리들에게 욕만 먹어야 할 존재가 아닙니다. 우리에게 준 혜택과 도움이 너무 많습니다. 저는 이를 아래와 같은 몇 가지로 귀납해 보았습니다.
1. 중국조선족의 위상을 올려주었습니다. 한국은 1960년대부터 시작된 산업 혁명을 통하여 한강의 기적을 이룩하여 아시아의 4마리 용중의 하나로 되었습니다. GMP, 수출입총액 등 여러 면에서 세계 랭킹 15위 이상이며 작년에는 G20의장국까지 하였습니다. 이로 인하여 우리조선족의 어깨가 얼마나 올라갔는지 모릅니다. 한족들이 우리를 깔보지 못하는 주요한 원인중의 하나입니다.
2. 중국조선족을 윤택하게 해 주었습니다. 중국은 가난한 나라입니다. 조선족은 80%이상이 농민이며 가난합니다. 그러나 코리안드림 때문에 우리는 많이 윤택해졌습니다. 자식을 대학에 보내고, 도회지에 집 사고 사업 자본 마련하는 돈, 대부분 한국에서 번것입니다. 외국으로부터 매년 연변에 송금돼 오는 돈이 자치주의 1년 행정수입보다 많다고 합니다. 대부분 한국에서 부쳐오는것입니다. 조선족 청년들이 대련, 천진, 북경, 상해, 광주 등 내지 도시에 가서 취직하여 돈을 벌 수 있는 것도 대부분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 때문입니다.
3. 재한조선족의 사회지위를 보장해주고 있습니다. 조선족의 중국이민은 이미 150년이나 됩니다. 우리는 중국의 항일투쟁과 해방전쟁에 적극 참여하여 3만여 명의 열사를 배출한 민족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중국에서 우대를 받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중국에서 아직 사회단체를 뭇지 못합니다. 저는 북경에서 우리민족의 사회활동을 33년 동안 조직해 왔지만 사회단체를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애로가 많습니다. 그러나 재한 조선족은 많은 사회단체를 무어 활동하고 있으며 신문도 꾸리고 있습니다. 오늘 이 포럼도 중국동포사회연구소라는 단체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이만하면 한국정부가 조선족의 사회 지위를 잘 보장해주고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4. 재한 조선족 관계정책이 끊임없이 개선되고 있습니다. 20여 년 간 한국의 정부와 사회단체는 끊임없이 재한조선족을 우대하기 위해 애써왔습니다. 될 수 있는 한 불법을 합법화 하고 체류시간도 늘여주고, 한국에 진출할 기회도 넓혀 주고 편안하게 돈을 벌 수 있게 해주는 등입니다. 그 전형적인 예가 방문취업제입니다.
이상은 저가 귀납한 한국에 감사드려야 할 몇 가지입니다. 실로 우리의 모국 한국은 좋은 나라입니다. 물론 우리를 푸대접하고 서운하게 한 것도 있습니다. 한국이 나라는 작고, 자원도 빈약하며 생존투쟁이 치열하고 경제적으로 취약하여 우리를 포옹하기 힘겨운 나라라는 것도 감안하며 되도록 리해하고 량해합시다. 기왕에 있었던 일을 역사로 밀어붙이고 잘한 것을 더 많이 기억하고 낙관적인 심정으로 앞날을 향해 나아가자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자면 사상인식 상 한차례의 비약을 거쳐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소통’이라 생각됩니다. 소통이 왜 중요한가? 어느 정도로 중요한가? 아래에 한 가지 예만 들겠습니다.
할빈조선족중학교는 중국 조선족 학교 중 나라로부터 우대를 아주 많이 받는 학교일 듯합니다. 몇 년 전 국가 거액의 예산으로 교사를 새로 지었는데 체육관까지 달렸으며 매우 어마어마하였습니다. 교장 김영석에게 당신은 무슨 재주로 이렇듯 엄청난 국가 예산을 끌어들여 학교를 지을 수 있었나 하고 문의하니 그의 대답은 간단합니다: 흑룡강성, 할빈시의 정부의 관리들과 부지런히 소통하는 것이다. 기쁜 일이 생기면 같이 만끽하고, 곤란이 생기면 그들과 의논하고 나라에 반감이 생겨도 차근차근 일깨워주고, 심지어 생일을 쇠도 불러다 같이 술 한 잔 하고, 장학금에게 장학금을 주어도 그들의 손으로 학생들 손에 쥐어주게 한다. 하여 할빈조선족중학교와 흑룡강성, 할빈시 정부는 아주 친한 관계다. 그들이 우리를 도와주지 않을 수 있나? 김영석 교장의 말을 귀납하면 두 글자—‘소통’입니다.
여러분! 우리는 중국 이주 150년이지만 우리끼리 똘똘 뭉쳐 살며 주체민족 한족과 소통을 별로 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더 많이 데뷔할 것도 못하였고 더 많이 출세할 것도 못하였으며 더 많이 얻어먹을 것도 못 얻어먹었습니다. 재한조선족사회를 돌아보니 역시 한국인과 친밀한 관계를 맺지 못하고 저들끼리 똘똘 뭉쳐, 심지어 한국인을 헐뜯으며 살고 있습니다. 결과 자기가 한 짓은 다 잘한 것 같고 상대방이 한 일은 다 잘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결과는 누구의 손해입니까? 약자인 우리의 손해가 아니겠습니까?
여러분! 우리는 하루 속히 이런 상황을 개변시켜야 합니다. 우리의 관계 패턴을 고치고 주류사회에 뛰어들어야 합니다. 소통을 우리의 슬로건으로 내세웁시다. 이렇게 하여야 그 다음에 할 일, 그 다음 다음에 할 일들이 모두 순조롭게 풀릴 수 있습니다. 그러면 맑은 미래가 바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저는 ‘소통’을 주제로 하는 이번 포럼의 의의가 아주 깊다고 봅니다.
이번 포럼이 큰 성취를 거둘 것을 다시 한 번 축하하고, 또 여러분이 새로운 토끼해에 더 많은 성취가 있으시기를 기대하며 이만 끝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1년 2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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