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상상을 해보자. 집에 책을 읽기 위한 독립공간을 마련하는것이다. 문에는 “서재”라고 써 붙이자. 그곳에는 종이냄새 풀풀 나는 종이책들이 꽂혀있는 서재이다. 시선이 머무는 곳에 책이 있고 커다란 나무책상과 의자가 있고 그리고 그곳에 당신이 읽고싶은 책 한권을 손에 잡고 앉아 밑줄을 긋기도 하고 페지 모퉁이를 접거나 책갈피를 끼워두기도 한다. 또 졸릴 때에는 가슴이나 무릎 우에 놔두고 잠간 눈을 붙이기도 한다…
“사람들은 보통 영화를 보고 그에 대한 얘기를 나누는것에 전혀 부담을 느끼지 않죠. 가서 보고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고 얘기하잖아요. 그런데 책 얘기가 나오면 갑자기 침묵모드로 돌변해요. 내가 모르는 얘기라고 생각해 위축되군 합니다. 하지만 책도 영화처럼 부담없이 보고 즐길수 있어요. 책 대중화를 위해 앞으로도 계속 노력할거예요”
겨울해살이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왔던 어느 여유로운 오후날, 연길시제12중학교…. 자리잡은 황영화(32살)씨의 “심정홀”카페를 찾았을 때 그녀가 생글생글 웃으며 전했던 말이다.
그녀만의 아지트인 이곳 “심정홀”카페에서는 한달에 2차례의 독서동호회가 진행된다. 물론 지금의 디지털시대에 그리울수밖에 없는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는 종이책 나눔모임이다.
여느 독서동호회와 마찬가지로 책읽기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임, 조금은 다른 점이 있다면 이들은 책 한권을 놓고 서로 다른 책에 대한 리해를 나누는것이 아니다. 이들은 각자 자기의 서재에서 함께 나누고싶은 책들을 “탈탈” 털어온다. 그렇게 한 책상우에 옹기종기 모여놓은 자그마한 책무더기속에서 각자 읽고싶은 책을 찜한다.
책 한권의 값이 부담으로 다가올수도 있는 학생들에겐 그야말로 일석이조이다. 그리고 돌아오는 모임에서 각자 읽은 책속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자기가 읽은 책에 대한 서로 다른 감성의 무게를 함께 나눈다.
올 한해동안 어떤 책을 읽었는지, 어디로 문학탐방을 다녀올것인지, 어떤 저자를 초청하였는지 이야기를 나누는 중간 시를 랑송하거나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학생도 있고 어른도 있고 직장인들도 있다.
모임에 참가한 대학생은 책을 읽을 마음의 여유가 없는 청춘들의 감성을 회복하는데 도움이 되였다고 한다. 또 한 중년아저씨는 모임에 오는 덕분에 마음먹고 력사책을 여러권 읽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져 흐뭇하다고 한다. 그리고 또 한 직장인은 시간을 내여 각자의 삶의 현장에서 생각하고 토론하며 다양한 쟝르의 책읽기를 하니 마음마저 든든해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또 한사람은…
이렇듯 책 한권의 즐거움은 이들의 나눔을 통해 배가 되여가고있었던것이다.
“기계가 세상을 장악할것”이라는 무시무시한 이야기도 들려오는 요즘, 젊은 주인공들이 도란도란 둘러앉아 종이책 세상속 이야기를 공유하는 장면은 1인 미디어 시대를 살고있는 우리에게 조금은 낯선 풍경이 됐지만 정감있고 그리운 풍경이였다.
황영화씨는 “뻐스에서도 길거리에서도 책 읽는 사람들보다 스마트폰에 열중해있는 모습이 우리에게 더 익숙하지만 언젠가는 우리의 이런 작은 움직임이 꼭 큰 세상을 움직이리라 믿어의심치 않아요”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는것은 현실적으로 출판업계에도 작가에도 도서관에도 영향을 준다. 굳이 종이책이 아니여도 지식과 령감을 얻을수 있는 매체는 많다만 책장을 넘기며 휴식을 취하고 책의 향기를 그리워하는 정서를 대신할수는 없다. 책장에 꽂힌 책들의 량이나 무게와 부피가 우리의 상상력과 인격을 대신해주던 암묵적합의도 더 이상 통용되기 어려워질것 같다.
사소한 기억들이 살아갈 힘을 주기도 한다는것을 경험으로 알게 된것처럼 책이 우리와 함께 한 오랜 추억만으로도 그것을 대신할 무엇을 찾기는 쉽지 않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것은 차거운 액정이 아니라 손가락에 착 안기는 아날로그 종이의 향기와 감촉이니 말이다.
책을 읽을수 있는 공간이 가까이 있고 책을 읽을 시간을 낼수 있어 젊은이도 어른들도 엉뚱한 상상과 유쾌한 토론을 벌리며 즐겁게 살았으면 좋겠다.
연변일보 글·사진 신연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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