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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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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쓰딸린의 밀고로 장개석에게 체포된 양호성 댓글:  조회:9158  추천:1  2013-11-02
쓰딸린의 밀고로 장개석에게 체포된 양호성 (번역)     1893년 11월 26일에 섬서성 포성현에서 출생한 양호성장군은 중국공산당의 항일민족통일전선정책을 찬성하여 내전을 반대하고 항일을 견지하기 위해 1936년 12월 12일에 장학량장군과 함께 중외를 놀래우는 《서안사변(쌍12사변이라고도 함)》을 일으켰다. 《서안사변》후 장개석은 양호성을 핍박하여 출국고찰을 나가도록 명령을 내렸다. 양호성은1937년 6월 29일에 배를 타고 출국했다. 양호성은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나라들을 경과하면서 항일주장을 선전했다. 양호성의 손자 양한은 이렇게 말했다. “유럽에 있을 때 양호성은 양명헌과 호희중을 대표로 모스크바에 파견하여 공산국제에 주둔하고있는 중국공산당의 대표를 찾아 쏘련을 통해 귀국하려고 했다. 이는 극비밀에 속하는 일이였다. 그러나 쓰딸린은 비밀경로를 통하여 양호성이 쏘련을 통해 귀국하려고 한다는 이 비밀을 장개석에게 알려주었다. 양개석은 쓰딸린의 통보를 받고 원래 양호성을 귀국하지 못하게 했던 정책을 개변했다.” 1937년 8월 9일에 양호성이 탄 “노르망디(诺曼第)호”륜선은 영국남부의 한 항구에 들어섰다. 양호성은 마침내 유럽에 도착한것이다. 8월말에 양호성은 빠라에서 기차를 타고 독일로 들어갔다. 양호성은 두번이나 사람을 쏘련대사관에 파견하여 사증에 관한 정황을 알아보는 동시에 대표를 모스크바에 파견하여 공산국제에 주둔하고있는 중국공산당대표단을 찾아 “먼저 쏘련에 들어간후 다시 몽고를 경과하여 섬북해방구로 들어가려는 계획”을 털어놓고 양호성이 쏘련에 갈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쏘련대사관에서는 이 일은 모스크바(쓰딸란)에 지시해줄것을 요청해야 한다고 했다. 쓰딸린한테서 양호성이 쏘련을 통해 귀국하여 공산당한테로 가려고 한다는 비밀을 알게 된 장개석은 이 기회에 양호성을 속여서 귀국시킨후 체포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1937년 9월말에 장개석은 내막을 모르는 송자문을 통해 양호성에게 “자원적으로 돌아오라”는 전보를 보냈다. 10월 6일에 또 “중쏘관계과 민감하니 양장군이 쏘련을 통해 귀국하는것이 합당하지 않다”는 전보를 보냈다. 양호성은 쏘련을 통해 귀국하려던 계획을 포기하고 장개석의 뜻에 따라 귀국하기로 결정했다. 그의 측근들이 장개석의 음모일지도 모른다고 귀띔했지만 양호성은 “내가 서안사변을 일으킨것은 항일하기 위해서였소. 지금 국내에서 전면적으로 항전하고있는데 내가 해외에서 떠돌고있으니 중국인민을 볼 면목이 없소. 귀국한후 장개석이 나를 어떻게 대하든지 후회하지 않겠소. 나라에 미안하지 않다면 죽어도 원이 없소”라고 말했다. 할아버지가 귀국한 과정에 대해 양한은 《양호성전기》에서 이렇게 썼다. “12월 1일 오후에 양호성은 기차를 타고 무창역에 도착했다. 이튿날에 양호성은 대립의 배동하에 비행기를 타고 무한에서 남창으로 갔다. 공항에서 대립은 비행기가 작아서 세 사람밖에 앉지 못한다는 리유로 양호성의 경호원들을 떼여놓고 양호성 한사람만 비행기에 오르게 하려고 했다. 그러나 왕근승이 기어코 비행기에 오르겠다고 요구하는 바람에 대립은 자신의 부하 한사람을 내리게 하고 대신 왕근승을 오르게 했다. 대립이 양보한것은 그곳에서 일을 그르쳐 양호성이 남창으로 가지 않겠다고 하면 비밀리에 양호성을 체포할 계획에 영향을 주게 될가봐 두려웠기때문이다. 대립은 양호성을 체포하는 과정에 매일 장개석에게 전보를 쳐서 지시해줄것을 바랐다. 이 전보문은 모두 대만국사관에 보관되여있다.” 양호성은 비밀리에 체포되여 완전히 자유를 잃은후 먼저 시구역에서 30리 떨어져있는 매령별장에 옮겨졌다. 양호성은 비밀리에 체포된후 12년동안 감옥생활을 했다. 장개석은 대만으로 도망치기전에 양호성을 살해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양호성장군은 1949년 9월 17일에 국만당특무들에게 살해되였는데 향년 56세였다. 양호성의 아들 양증중, 10살도 안된 막내딸 양증국, 양호성의 비서 송기운부부, 송기운의 아들 송진중, 양호성의 부관 염계명, 경호원 장성민도 동시에 살해되였다. 《북경일보》      
12    루즈벨트를 속여서 죽인 쓰딸린 댓글:  조회:7515  추천:2  2013-11-02
루즈벨트를 속여서 죽인 쓰딸린 (번역)     제2차 세계대전 말기인 1945년 4월 12일에 책상에서 집무를 보던 미국의 제32대 대통령 프랭클린 루즈벨트는 머리가 몹시 아프다며 의자에서 쓰러졌다. 그는 그 자리에 있던 녀초상화가 엘리자베스 쏘마토프에게 “앗, 속았어!”하는 마지막 말을 남겼다. 도대체 그가 누구에게 속았을가? 전문가들은 루즈벨트가 죽기 약 두달전에 있었던 얄타회담에서 쓰딸린이 루즈벨트에게 손을 썼다고 단언했다. 1945년 2월 4일부터 11일까지 미국, 영국, 쏘련의 3개국 수뇌인 루즈벨트, 처칠, 쓰딸린이 크림반도의 얄타에서 회담을 열었을 때 쓰딸린은 특공인원들을 시켜 깜쪽같이 천천히 생명을 죽이는 특수약을 음식에 넣었던것이다. 그때 처칠은 독이 든 음식을 적게 먹었던지 그후 다만 건강이 좋지 못한 상태였다. 하지만 루즈벨트에 뒤이어 루즈벨트 보좌관 해리 홉킨스도 죽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쓰딸린만이 건강하였다. 하지만 누가 알았으랴. 쓰딸린 자신도 1953년 3월 5일에  후르쑈프에 의해 독살될줄을. 쓰딸린은 레닌의 후계자로서 쏘련공산당 서기장, 수상, 대원수를 지냈다. 1879년 12월 21일에 그루지야의 고리에서 구두직공의 아들로 태여난 쓰딸린은 어려서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 손에서 자랐다. 일찍이 비밀결사 메사메 다시에 가담하여 티플리스의 그리스도 정교회신학교에서 추방당하고 1901년에 직업적 혁명가가 되여 카프카스에서 지하활동을 하였다. 그후 10년동안에 7번 체포되고 6번 귀양을 떠났으며 5번 도망치는 고초를 겪었다. 1912년에 쓰딸린은 《맑스주의와 민족문제》라는 론문으로 인정을 받아 당중앙위원이 되였고 쏘련공산당중앙위원회정치국의 책임자로서 처음으로 쓰딸린(강철의 사나이)이란 필명을 사용하였다. 1913년에 체포되여 씨비리야로 류형된 쓰딸린은 1917년에 그곳에서 2월혁명을 맞고 페트로그라드로 돌아왔다. 그해 4월에 레닌이 망명에서 귀환하자 레닌신정권의 민족인민위원이 되여 제민족공화국의 공수동맹인 쏘련련방의 결성에 진력하였다. 1919~1922년에 국가통제위원이 되였고 이어서 초대 당서기장이 되여 죽을 때까지 그 자리를 유지하면서 반세기동안 쏘련의 최고지도자로 되였다. 레닌은 유서에서 그의 재능을 평가하였으나 한편으로는 성격적 결함(란폭, 불관용)도 지적하여 당서기장직에서 물러날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그는 이미 체카(비밀경찰)와 당기구를 통하여 1만 5000명이상의 직속부하를 전국에 배치하고있었기때문에 1924년 제13차 당대회 때 류임을 인정받았다. 이 사이 1936년 이른바 쓰딸린헌법이 제정되였다. 쓰딸린헌법은 쏘련에서의 사회주의승리를 법적으로 확인한것이였으나 그무렵 국제적 파쑈주의대두로 대쏘전쟁의 위기에 직면하자 3차에 걸친 대숙청을 감행했다. 잇달은 반혁명재판(1936~1938)에서 지노비예프 등 반대파뿐아니라 충실한 당원, 군인, 관료와 무고한 많은 민중이 처형, 투옥, 제명되였다. 쓰딸린은 국방회의 의장, 붉은 군대 최고사령관이 되여 전쟁초기에는 패배하였으나 급속히 국내의 림전체제를 갖추고 주코프 등 소장 장군들을 이끌고 반격작전을 전개하여 모스크바전선에서 우세한 적군의 진격을 저지하고 반격의 시간을 마련하였다. 또 테헤란, 얄타, 포츠담 등의 거두회담에 참석해 련합국(미국, 영국)과의 공동전선을 굳혀 독일을 굴복시키는데 일익을 담당하였다. 1945년에 대원수가 된 쓰딸린은 명성이 레닌을 릉가했다. 그는 동유럽에 대해 주도권을 잡고 미국과 대항함으로써 랭전의 중심인물이 되였다. 쓰딸린은 1953년 3월 5일에 뇌일혈로 급사하였다고 당시에 전했지만 후날 력사학자들에 의해 그가 뇌출혈로 병사한게 아니라 독살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후르쑈브의 지시를 받은 유태인녀자가 쓰딸린에게 특별한 주사를 놓아 저 세상으로 보냈던것이다. 《신화넷》        
11    콩트이야기: 처녀는 시집 못간다 댓글:  조회:3219  추천:2  2013-11-01
  처녀는 시집 못간다 김희수     연변출신인 조금화는 대학을 졸업하고 청도, 위해, 심수 등지로 돌아다니다가 상해의 한국독자기업에 취직한지 4년이 된다. 그 동안 그녀는 사업에서 끈질기게 노력한 덕분으로 업무능력이 사장님의 긍정을 받아 기획부문의 경리로 승직하였다. 그러나 그녀의 개인문제만은 미루고 미루다보니 늦어져서 35살이 되도록 처녀라는 이름을 그대로 가지고있었다. 35살이면 로처녀라도 늙은 로처녀다. 10년전까지만해도 그 나이에 시집을 아니 갔으면 사람들이 이상한 눈길로 바라보며 《저 나이에 시집 못간걸 보면 뭔가 문제가 있다니까.》하고 뒤에서 수군거리였을것이다. 24~25살부터 로처녀라는 이름을 달아주던 세월이였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30대의 로처녀들이 적지 않아서 사람들이 이전처럼 더는 색안경을 끼고 보지 않았다. 그녀들이 시집을 못간것이 아니라 아니 간것이니까. 그렇다고 하지만 남자가 나이 들면 장가가고 녀자가 나이 차면 시집가기 마련인 세상에서 배우자는 찾아둬야 할께 아니겠는가. 다른 로처녀들은 말이 로처녀지 대부분 남자친구와 동거를 하고있는 상태이다. 결혼식을 올리지 않아서 잠시 처녀라는 이름을 달고있을뿐이지 실제는 언녕 아줌마행렬에 가담했던것이다. 그런데 조금화에게는 남자친구마저 없으니 이 문제는 당면에 서둘러 해결해야 할 급선무가 아니겠는가. 그래서 그녀를 관심하는 사람들이 이 로처녀를 시집보내기 위해 부지런히 중매를 서주었지만 당사자인 그녀는 사업이 바쁘다는 리유로 미루기만 할뿐 소개해주는 남자들을 만나려 하지 않았다. 누구보다도 제일 급해난것은 그녀의 고모였다. 그녀의 부모들은 먼 연변에 있으니 급해도 마음뿐이지만 그녀의 옆에서 그런 그녀를 지켜보고있는 그녀의 고모는 더는 참을수 없었다. 문화대혁명전부터 상해에서 살아온 고모는 과학기술연구소에서 사업하다보니 지식있고 재간있는 청년들을 많이 알고있었다. 어느날 고모는 그녀를 불러놓고 말했다. 《사업도 중요하지만 녀자는 시집을 잘 가야 한다. 우리 연구소에 남개대학을 졸업한 끌끌한 조선족청년이 있는데 널 소개했더니 흡족해하면서 만나보겠단다.》 《아니 고모는 또…난 아직…》 《얘, 너 지금 나이가 얼마냐? 서른하고도 다섯살이란 말이다!》 《어머, 내 나이가 벌써 그렇게 됐나?》 《그래 네가 아직도 스물다섯살인줄 알았느냐?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마흔살 로처녀로 늙는다.》 조금화 자신도 급하지 않은건 아니였다. 선배고 후배고 모든 사람들이 그녀를 보면 빨리 시집가라는 인사밖에 없지, 아래 동생이 사돈보기까지 했지만 언니먼저 시집을 가지 않겠다고 버티고있는 상황이니까 급하지 않을수 없었다. 그리고 그녀 자신도 시집을 가고싶은 마음이 없는것은 아니였다. 이때 고모의 말에 그녀는 내 나이가 벌써 그렇게 됐나, 하면서 새삼스레 놀랐다. 어디 마땅한 자리가 있으면 올해엔 시집을 가야지. 조건이 웬만하면 시집을 가놓고 보자. 로처녀라는 모자부터 벗고 보자. 그리하여 그녀는 고모가 소개해주는 그 총각을 만났다. 약속한 장소에서 그 총각을 처음 보는 순간 그녀는《이 남자다, 이 남자를 기다리느라고 여태껏 시집을 안 갔구나》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그녀는 그 남자앞에서 사춘기소녀처럼 얼굴이 붉어지고 가슴이 떨려서 그 남자와 어떻게 인사를 나누고 무슨 말을 주고받았는지조차 생각나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그 남자가 물어보는 말만 대답했던것 같았다. 그리고 그 남자는 중요한 일이 있다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남자가 떠난 5분후에 다방을 나오면서 그녀는 너무 바보처럼 못나게 행동한 자신이 밉살스러웠다. 고모가 《그 남자가 어땠어?》하고 물었을 때 그녀는 그 남자에 대해 《박춘길》이란 이름 석자밖에 아는것이 없음을 깨닫고 바보처럼 웃었다. 비록 명함장을 교환했으나 그녀는 그 남자가 다시는 자신을 찾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흘후 그남자한테서 다시 만나자는 전화가 왔다. 그 전화를 받은 그녀는 사춘기소녀처럼 가슴이 활랑거렸다. 두번째 만남에서 그녀는 그 남자에 대해 궁금한것을 주동적으로 물었다. 그 남자는 첫사랑에 실패하고 그후에도 약혼까지 했던 처녀가 여럿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녀의 련애경력에 대해 물었다. 사실 그녀는 련애경력이 없는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몸매나 용모나 빠진데가 없었기에 중학교때부터 여러 남자애들의 추구를 받았었다. 하지만 그녀는 련애에 머리를 쓰지 않고 공부만했다. 대학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련애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시작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하고 련애를 걸어오는 남자들을 모두 거절해버렸었다. 그후엔 사업이 바빠서 종신대사를 미루었고 또 어지간한 남자들은 그녀의 눈이 높다고 생각되여 감히 그녀에게 접근할 엄두도 못했던것이다. 곁에서 소개해주는 남자 몇몇을 만난적이 있으나 한번 만나보고는 마음에 들지 않아 그 자리에서 빠이빠이 하고 두번 다시 만나지 않았으니 서른 다섯살을 먹도록 련애다운 련애를 한번도 못했던것이다. 그녀가 련애를 한번도 못해봤다고 하자 그 남자는 그저 피식 웃기만 했다. 여러번의 만남에서 서로 정이 들고 그 남자가 먼저 《우리 결혼합시다》하고 말해서 그녀도 선선히 동의했다. 어느날 밀회에서 그 남자가 자연스럽게 키스하면서 요구했다. 그녀가 거절하자 남자는 《우린 결혼할 사이인데 뭘 망설여?》했다. 그러자 그녀는 (아무튼 결혼하면 그에게 바칠 몸인데) 하고 생각하면서 그가 하자는대로 맡겨버렸다. 하지만 그가 거칠게 달려들자 그녀는 《난 처음이예요.》했다. 그는《뭐가 처음이란 말이야?》하면서 그녀가 아픔을 호소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성급하고 조폭하게 행동했다. 일이 끝난후 침대시트에 빨갛게 피여난 작은 꽃잎을 보자 그 남자는 놀란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며《이건 뭐야?》했다. 그녀는 몹시 섭섭했다. 《몰라서 묻나요? 난 당신이 첫 남자예요.》 《뭐? 서른다섯살인 너에게 내가 첫 남자라구? 허허허. 내가 어떤 녀잘 제일 깔보고 멸시하는지 알아? 바로 너같은 녀자야! 과거가 없는것처럼 순결한체 꾸미는 너같은…》 《난 정말 당신이 처음이야요. 이 빨간것을 보면 모르겠어요?》 《너 정말 가소롭구나. 과거를 숨기려고 처녀막회복수술까지 다해놓고 내 앞에서 연극을 꾸미려고?》 《난 수술한게 아니예요. 정말 처음인데!》 그녀는 정말로 억울했다. 하지만 그 남자는 믿으려 하지 않고 그녀의 뺨까지 찰싹 하고 갈겨댔다. 《야, 요즘 네 나이에 숫처녀가 어디 있니? 그리고 너처럼 이쁜 꽃을 남자들이 뭐라고 지금까지 꺾지 않고 곱게 나뒀겠어? 더구나 지금 세월에 숫처녀는 유치원에나 가서 찾아라 했겠다. 차라리 과거가 있으면 있다고 떳떳하게 나서는 녀자가 좋지 너처럼 거짓말쟁이하고는 결혼할수 없어!》 그날 그녀는 몹시 울었다. 억울해서가 아니라 그런 남자에게 처녀몸을 바친것이 통분해서 운것이였다. 그리고 그해는 그렇게 지나갔다. 그리고 또 재벌2세이고 복단대학을 졸업한 37살의 로총각을 만났는데 두 사람은 서로 정이 들어 사랑이 무르익었다. 그녀는 그 총각에게 《난 처녀몸이 아니예요. 과거가 있어요.》하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그랬더니 그 총각은 빙그레 웃으며 《허허, 그 나이에 과거가 없다면 이상하지.》하면서 그녀를 뜨겁게 포옹해주었다. 그리고 얼마후에는 결혼식까지 올렸다. 그녀는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고 생각했다. 숫처녀일 때는 남자에게 버림을 받았는데 과거가 있다고 하니까 오히려 시집도 더 잘 갈수 있으니 말이였다. (2004년 5월)      
10    콩트이야기: 변덕 많은 녀자 댓글:  조회:2817  추천:0  2013-11-01
  변덕 많은 녀자 김희수   젊어서 목돈을 벌어놓고 늙어서 멋스레 로친을 끼고 공원놀이나 다니는 장령감을 보고 모두들 그 령감 팔자 상팔자라고 부러워하지만 기실 장령감에게도 시름거리가 따로 있었다. 남들은 처녀가 없어서 아들을 장가 못 보낸다고 아우성인데 장령감은 금은보석같은 딸을 두고도 서른살이 다 되도록 시집을 보내지 못하고있으니 얼마나 기막힌 일인가? 그것도 어디 팔다리가 부실한가, 얼굴이 못생겼는가? 제 어미를 닮아서 무용배우처럼 미끈한 몸매에 영화배우처럼 예쁘장한 미모! 그래서 중매군들이 문턱이 다슬도록 드나들고 《참 이 집 딸을 보면 막 피여나는 꽃을 보는 기분이구려. 이 집에선 꽃을 가꿀 필요가 없겠군. 이렇게 살아서 움직이는 싱싱한 〈생화〉가 있으니 말이요. 이 꽃을 꺾어 우리 집에 옮겼으면 좋겠구만.》하고 아들 가진 집들에서 침을 한발씩이나 흘리지만 꽃이 스스로 꺾이기를 원하지 않으니 장령감인들 무슨 방법이 있겠는가. 처음엔 장령감이 《얘 장미야, 이번 총각은 학력도 있고 키크고 미남인데다가 마음씨마저 착하다하더구나. 어디 한번 만나보거라.》이렇게 권할라치면 《전 시집 안가요!》하고 단마디로 거절하던 딸이 이젠 혼사말만 나오면 《아이, 귀찮아요. 전 죽어도 시집 안가요! 영원히 시집 안가요!》하고 완강하게 나오니 장령감은 딸년이 비구니나 될 팔자라고 탄식하며 딸의 혼사를 단념하고 말았다. 그런데 과년한 딸이 점점 과묵해지더니 찬바람을 싫어하고 대낮에도 창문에 커튼을 치고 어두컴컴한 방안에 갇혀서 장령감이 어디 아픈가 한마디 근심되여 물어도 귀찮아 짜증을 내는것이였다. 때론 혼자서 웃었다 울었다하며 히스테리 증상까지 보여서 장령감은 딸년이 큰병에 걸린것이라고 생각하고 부리나케 의사를 찾기 시작했다. 장령감이 용하다는 의사는 다 찾아다니며 좋다는 약은 다 써보았으나 효험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먼 친척의 소개로 의술이 고명하다는 한의사 김선생을 찾아보았다. 김선생은 환자의 기색을 살핀다 맥을 본다 하며 자세히 관찰하더니 조용히 입을 여는것이였다. 《환자가 몸이 피곤하고 추웠다 더웠다하며 얼굴이 붉어지고 가슴이 답답하며 때로는 식은땀을 흘리지요?》 《예, 예, 그런 증상이 있습니다.》 《그리고 매일 오전엔 정신이 산란하고 밝은것을 보기가 싫어하고 사람의 소리가 귀찮아지고 오후에는 머리가 혼미해지며 배가 아프고 놀라기를 잘하며 일을 하거나 생리 때는 심해지고 말입니다.》 딸이 머리를 끄덕이고 장령감도 《네, 맞습니다. 다른 의사들은 모두들 한열병이라고 합니다만 병이 나아야 말입지요. 김선생님께서 어떻게 하나 저애의 병을 치료해주십시오. 저애의 병만 고쳐주신다면 가산을 모두 탕진해서라도 그 은혜를 보답해드리겠습니다.》 《아바이, 근심하지 마십시오. 따님의 병은 침 한대만 맞히면 곧 나을겁니다.》 《그렇습니까? 그럼 어서…》 《급해하지 마십시오. 저의 조카 일철이가 외국류학을 갔다온 박사인데 침구에 능하지요. 오늘 그애가 외출했으니 래일 이때에 다시 찾아오십시오.》 이렇게 되여 장령감은 다음날 다시 올것을 약속하고 딸을 데리고 돌아갔다. 한편 김의사는 그날 저녁, 조카 일철이를 찾아 낮에 장령감의 딸의 병을 본 정황을 얘기하고나서 동을 달았다. 《내 보기엔 장미가 아주 예쁘고 훌륭한 처녀인데 너 하고 짝이 맞겠더라. 래일 네가 그 장미처녀를 치료해주고 백년가약을 맺거라.》 《허허참, 삼촌두, 치료는 삼촌이 해줘야지 의사도 아닌 제가 어떻게 치료를 해준다고 그럽니까?》 《네가 침 한대를 놔주면 그 처녀 병은 즉시 나을거다.》 《삼촌은 무슨 롱담을 그렇게 하십니까? 침통도 쥐여 못본 제가 혈위도 모르고 찌르다가 생사람을 죽이겠습니다.》 《그래도 넌 박사가 아니냐?》 《아무리 박사라 해도 그렇지요. 제 전공이 물리학이지 어디 의학입니까?》 《그러니까 너더러 물리치료를 해주라는거다. 내 말은 진짜 침이 아니라 네 몸에 달린 살침을 장미처녀의 몸에 놓아주라는 말이다.》 《뭐라구요? 아니, 삼촌두! 저더러 처음 만나는 처녀한테 무례하게 야만스런 짓을 하라구요? 전 죽어도 그런 짓은 못하겠습니다!》 《이눔아, 그게 장미처녀를 구하고 너희들 둘의 행복을 찾는 길인데 뭘 야만스런 짓이라고? 찍소리 하지 말고 이 삼촌이 시키는대로 해!》 김의사는 일철이를 설복시키느라 무척 애를 썼다. 이튿날, 장령감이 딸을 데리고 오자 김의사는 일철이더러 다른 방으로 장미처녀를 데리고 가서 치료를 하게 했다. 김의사와 함께 담배를 피우며 기다리던 장령감은 이윽해도 딸이 나오지 않으니 조바심이 났다. 《의서선생님, 침 한대 놓는 시간이 왜 이리 오래 걸립니까?》 《아바이두, 아무데나 침을 놓으면 되는 줄 압니까? 딱 맞는 자리를 찾자면 시간이 좀 걸릴겁니다. 내심하게 기다립소.》 그때 장미처녀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장령감이 《그 침이 몹시 아픈 모양입니다. 저 앤 여태껏 침이란걸 맞아 못봤는데요.》하고 몹시 가슴 아파하니까 김의사는 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처음 맞는 침이라면 좀 아플겁니다.》하고 위로해주는 척했다. 얼마후 일철이가 먼저 나오고 그 뒤로 부끄러운듯 고개를 숙인 장미처녀가 따라 나왔다. 장령감은 딸의 얼굴이 여느때없이 밝고 혈색이 도는것을 보고 일철의 손을 잡고 백배사례했다. 장령감이 딸을 데리고 돌아가자 김의사는 일철이를 바라보며 넌지시 물었다. 《어때? 치료해주니 처녀가 좋아했지?》 《장미처녀를 보니 마음에 딱 들었습니다. 그래서 렴치불구하고 달려들었더니 막 손톱으로 제 얼굴이며 몸을 마구 꼬집어 놓지 않겠습니까? 만약 처녀가 고스란히 맡기고만 있었더라면 키스쯤하고 더 깊이 들어가지 못했을겁니다. 그런데 얼굴이 뜯기고 피가 나고 보니 화가 나서 견딜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녀자란 도무지 정체를 알수 없는 마물입니다. 완강히 반항할 때 같아선 잡아먹을것 같더니 막상 정복당하고 나자 아주 상냥한 목소리로 〈한번 더…〉하는게 아니겠습니까.》 《허허허, 그 처녀의 병이라는게 그 무슨 한열병이 아니라 남자를 원하면서도 얻지 못하는데서 생긴 병이네라. 이런 병은 흔히 로처녀나 과부, 비구니들한테서 발생하군 하지.》 그 이튿날, 장령감이 또 김의사를 찾아와서 사례했다. 《의사선생님, 우리 딸년의 병을 뚝 떼 줘서 정말 감사합니다. 글쎄 그애가 병이 낫더니 결혼이야기를 꺼내지 않겠습니까? 죽어도 시집을 가지 않겠다던 애가 말입니다.》 장령감은 딸이 일철이를 마음에 두고있다는 말을 했고 김의사도 잘 됐다면서 둘의 혼사를 정하자고 했다. 이리하여 장미처녀와 일철이는 아름다운 연분을 맺고 결혼까지 하게 되였다. 결혼후 둘의 신혼생활은 아기자기 재미가 깨알이 쏟아지는듯 했다. 그러다가 까닭없이 다투게 되였는데 싸움은 꼭꼭 장미 쪽에서 걸어왔다. 장미는 일철이가 퇴근하여 돌아와 곁에 앉기만 하면 《꼴보기 싫으니까 어서 나가요!》하고 꽥 소리지른다. 마음씨 고운 일철이가 그녀의 여린 심경에 아픔이라도 있나해서 조용히 있게 해주려고 신발을 신으면 《절 혼자두고 가면 어떻게 할 작정이예요?》하고 야단법석이다. 그래서 이번엔 어쩔 줄을 몰라 그대로 서있으면 《아이구, 내 팔자야!》하며 울어댄다. 이런 히스테리컬한 짜증도 한두번이면 모르겠는데 몇달이 지나도록 자꾸만 되풀이되니 일철이는 더는 견딜수 없어 삼촌을 찾아 하소연했다. 《장미는 정말로 변덕 많은 녀자입니다. 곁에 있기가 무서워요. 이거 리혼하든지 끝장을 봐야지 못살겠어요.》 《가만, 장미가 달마다 꼭꼭 한시기만 짜증을 부리지 않더냐? 주기적으로.》 《네, 꼭 그래요. 정말 이상해요.》 《허허, 이 녀석아, 그게 생리일이 돼서 그런거야.》 김의사는 일철이의 어깨를 치며 설명해주었다. 《생리일이면 녀성들이 흔히 신경질적으로 짜증을 부리군하는데 일부 녀성들이 그 정도가 더 심하지. 생리일이 되면 마음이 이상해지기 시작하여 그것이 끝나는 날이면 반드시 낯선 남자를 만나야만 되는 녀성도 있고 남의 물건을 슬쩍하다가 파출소신세를 지는 경우도 있지. 어떤 녀성은 그때만 되면 우울증이 생겨 못견디다가 누구라도 걸리기만 하면 심하게 다투기도 하고…그러니까 그럴 땐 남자들이 리해해줘야지. 장미가 짜증 부릴 때면 실컷 짜증을 부리도록 내버려둬. 그리고 시간을 짜내여 장미랑 함께 볼링도 치고 수영장도 다니고 노래방도 드나들도록 해봐.》 그후 일철이는 삼촌이 시켜준대로 했더니 장미의 짜증부리는 증세가 많이 나아졌다. 어느날 밤, 일철이는 장미를 꼭 껴안고 속삭였다. 《여보, 난 장미가 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데 당신은 내가 그렇게도 보기 싫소?》 《호호호, 저로서도 어쩔수 없는 현상이예요. 그럴 땐 당신이 보고 싶어 미치겠다가도 막상 만나면 미워지는거예요. 녀자의 한일까요?》 《허허, 우리 마누라 장미는 변덕 많은 녀자!》 《아이참, 이젠 짜증을 안 부리는데 그냥 변덕 많은 녀자라고 할텐가요? 그럼 전 또 짜증을 부리겠어요.》 《허허, 짜증을 부리겠으면 실컷 부려보구려. 난 변덕 많은 녀자가 좋아!》 《호호호!》 《하하하!》 그들 부부는 즐겁게 웃었다. 그것은 건강과 행복을 찾은 유쾌한 웃음이였다. (1998년)  
9    프로필 댓글:  조회:2152  추천:0  2013-11-01
김희수 길림성 연길현 룡정진 룡문가에서 출생 연변작가협회 회원 소설가 선후로 현대가정, 문화생활보, 가정보건보, 생활안내, 연변라지오텔레비죤신문 등 신문의 편집 기자 근무 현재 연변라지오텔레비죤방송국 텔레비죤종합채널 총편집사무실 근무
8    이 세상이 어쩌자고 이러노? 댓글:  조회:7281  추천:7  2013-10-30
이 세상이 어쩌자고 이러노?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에 우리 주변에서는 한심하고 놀랍고 충격적인 일이 많이 벌어진다. 살인, 강탈, 폭력, 강간, 방화, 자살, 테로… 그래서 그런지 이따금씩 이런 일이 발생되는것을 너무나 당연하고 정상적인 일처럼 여기고있다. 당연한 일도 아니고 정상적인 일도 아닌데… 하지만 최근에는 도를 넘어 공포, 전률을 느끼게 하는 무시무시한 사건들이 빈번하게 자주 발생되여 충격을 주고있다. 지난 6월에 남경시 강녕구의 22세 되는 악씨성을 가진 녀성이 자신의 두 아이를 방치해 굶겨죽인 사건이 발생, 지난 8월에 산서성 림분시 분서현에서 42세의 장씨성을 가진 녀성이 잔인무도하게도 시동생의 6살 난 아들의 안구를 적출한 사건이 발생, 지난 9월 23일에 심수시에서 51세의 몽씨성을 가진 녀성이 3살 되는 친손녀를 5만원을 받고 산동에 팔아버린 사건 발생, 지난 10월 14일밤에 녕하회족자치구 팽양현 홍하향 문구촌에 사는 마영동이 임신 6개월이 된 안해를 포함해 처가식구 7명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 지난 10월 22일에 호남성 가화현에서 뢰씨성을 가진 녀성이 칼로 남편을 찌른후 자신의 친아들 셋(막내 1살, 맏이 9살)을 전부 살해한 사건이 발생, 지난 10월 22일 새벽에 심양시여가호텔에서 30살인 왕씨성의 남성이 칼을 휘들러 자신을 아버지라고 부르는 녀자친구의 10살난 아들의 오른손을 잘라서 물이 펄펄 끓는 주전자에 넣은 사건 발생… 이외에도 렬거하자면 헤아릴수 없이 많다. 정말 천인공노할 일이며 천추에 용서못할 일이다. 세상에 이런 일이 다 생기다니?! 놀라운 일이다. 물론 저 중동, 아프리카에서 벌어지는 전쟁, 내란과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수 있다. 하지만 중국은 60여년동안(한국식으로 하면 60년여 동안) 전쟁이 없이 평화로운 세상에서 살아왔다. 1962년 10월 10일부터 11월 21일까지의 인도와의 군사적 충돌과 1979년 2월의 베트남자위반격전이 있었지만 모두 중국인민해방군이 상대방 나라의 본토로 진격해 승리를 거두었고 1969년 3월에 구쏘련과의 진보도자위반격전도 변방지대에서 벌어진 군사적충돌이여서 절대 대부분의 민간인에게는 큰 피해를 주지 않았다. 그러니 일부 변방지대를 제외한 중국대륙에서는 60여년동안 전쟁이 없이 평화로운 세상에서 살아온셈이다. 물론 10년동란이 있었지만. 이 세상에서 벌어지고있는 한심한 사건에 대해 언급하려고 하다보니 화제가 난데없는 전쟁으로 번져간것 같다. 전쟁에서는 군인끼리 서로 죽여도 살인범으로 판결받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적군을 많이 죽일수록 영웅으로 떠받들리운다. 사람을 많이 죽일수록 영웅이 되니 전쟁이란 얼마나 참혹한 일인가? 이런 전쟁을 자꾸 하려고 갈수록 위력이 더 큰 살상무기를 만드는 세상이 함심하다. 전쟁은 전쟁이고 우리는 평화로운 세상에서 살지만 전쟁 못지 않은 비참하고 끔찍한 사건들이 주변에서 벌어지고있는것을 보게 된다. 혹자는 60여년동안 늘 그런 사건들이 일어났는데 새삼스럽게 놀랄 일이 뭔가고 할것이다. 또 혹자는 그렇다고 하늘이 무너질 일도 아니고 세상은 세상대로 돌아가는데 무슨 로파심이냐고 탓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도를 넘는 끔찍한 참사들이 평소보다 자주 벌어지는것은 정상적인 일이 아니다. 이는 엄중한 사회문제라고 할수 있다. 사회적으로 여러방면에서 해결해야 할 요소들도 많겠지만 문제는 이런 사건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이다. 이제는 충격적인 일을 너무 많이 듣고 보아서 면역력이 생겼는지 요즘 사람들은 어지간한 일에는 놀라지 않는다. 주변의 사람이나 친척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도 별로 놀라는 기색이 없이 “죽었다오? 오, 죽었구만”하는 반응을 보일뿐이다. 가족이 죽어도 통곡소리가 별로 들리지 않고 이튿날로 화장터에 가서 태워버리면 그뿐이다. 망자가 젊은 사람이면 그래도 약간의 통곡소리가 들리지만 망자가 일흔을 넘으면 통곡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이다. 예전에는 낯선 사람이 죽어도 “아이구, 기차라!”하며 그 죽음을 슬퍼했고 사돈의 팔촌이 죽어도 “아이구, 아이구!”하며 통곡했다. 그리고 시간이 오래 지나도록 고인과 함께 했던 잊지 못할 일들을 화제로 주고받으며 고인을 그리워했다. 물론 죽은 사람을 늘 생각하면서 슬퍼하고 가슴 아파하는것은 건강에 해로운 일이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서 살다가 간 사람들을 가끔씩은 그리워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예전에는 어쨌는가? 아침저녁으로 석탄불을 지펴 밥을 짓고 퇴근해 와서는 수도물을 길어오고 하루밖에 없는 일요일휴식일에는 강변으로 빨래함지 들고 가고  김치움 파고 내굴면 온돌을 뜯어 구들고래 훑고 비가 새면 지붕을 이고 벽이 떨어지면 흙모래 섞어 벽 바르고… 그렇게 살면서도 고달픈줄을 몰랐다. 강냉이밥을 먹고 기운옷을 입고 살면서도 어쩌다가 색다른 음식을 하면 이웃에 나눠주고 누구 집에 석탄이 오면 이웃들이 함께 퍼날라다 주고… 그렇게 서로 도와주면서 이웃사촌이란 말 그대로 화목하게 살아왔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것이 편안해지고 먹고 살기도 수월해졌지만 더 잘 살기 위해 오직 “돈” 하나만 보고 앞으로 달린다. 그러다가 주변 사람이 죽어도 한번 돌아보면 그뿐이다. 계속 앞으로 달린다. 세상이야 어떻게 돌아가든 상관이 없다. 이 큰 중국에서 하루에도 얼마나 많은 사건들이 벌어진다구? 내가 살기도 힘든데 그런것까지 관계할 여유가 있는가? 그런건 령도간부들이 다 알아서 하겠지. “우리가 왜 이렇게 변해버린걸가?” 하고 한번쯤은 스스로에게 질문해보아야 하지 않을가? 이렇게 랭혈인간이 돼버린 우리, 이제 얼마나 더 한심한 일이 벌어져야 놀라고 충격을 받아서 이 세상 일을 우려하고 근심하는 마음이 생길가? 이 차가운 세상이 견디기 힘들어 따가운 커피라도 한잔 마셔야겠다.        
7    새되여 나는 처녀 (마지막) 댓글:  조회:2945  추천:1  2013-10-29
중편소설 새되여 나는 처녀 (마지막) 김희수 6. 자유의 하늘   오토바이는 달린다. 도심을 벗어져 남산쪽으로 나는듯이 달린다. 귀녀는 자유를 위해 탈출했을 때의 그 남산으로 가고싶었다. 그래서 그 방향을 가리켰고 한주먹은 오토바이를 그 쪽으로 몰았다. 한주먹의 등에 얼굴을 바싹 기대인 귀녀는 귀뿌리를 쌩쌩 스치는 바람소리도 느껴지지 않았다. 머리속에 꽉 찬 의혹과 복잡한 사유가 뒤엉켜 돌아가면서 아버지의 말소리만 귀전을 울릴뿐이다. 이건 네 운명이다. 받아들여라! 받아들여라! 받아들여라… 아니, 안돼요! 귀녀는 저도 모르게 꽥 소리질렀다. 귀녀야, 왜 그래? 한주먹이 오토바이를 급정거시키면서 놀란 눈길로 귀녀를 바라본다. 마침 그들은 남산아래에 도착했다. 오토바이에서 내린 귀녀는 말없이 산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한주먹이 귀녀야, 귀녀야! 하며 뒤따라 오는것도 아랑곳없이 귀녀는 잡초를 헤치며 산으로 올랐다. 오르고 오르다 숨이 차고 지쳐서야 주저앉았다. 한주먹이 따라 와서 귀녀야, 무슨 일이 생겼어? 하고 물었지만 귀녀는 아무 대답도 없이 멍하니 산아래만 내려다보았다. 군데군데 성냥갑을 쌓아올린듯한 도시… 눈앞의 정경을 가리며 아버지와 그분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분이 나랑 결혼하려고 한다니? 이게 도대체 무슨 영문이란 말인가? 아버지가 그분이랑 결혼하라고 하다니? 이게 정말 사실이란 말인가? 머리속에 사유가 복잡하게 뒤엉키며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아버지처럼 자애롭던 그분이 어찌 내게 이럴수 있단 말인가? 아무리 은혜를 입혔다고 친구의 딸에게 눈독을 들이다니? 그리고 아버지는…나를 그토록 사랑하는 아버지는 어찌 또 내게 이럴수 있단 말인가? 그분의 은혜에 보답하라고? 은혜…귀녀는 그분이 물질적으로 엄청나게 많은 지원을 해준것을 알고있다. 하지만 그것은 그분이 자기의 생명을 구해준 아버지의 은혜를 갚는것이라만 생각했었다. 그 은혜가 너무나 엄청나고 과분하다고 생각되면서도 아버지와 그분의 깊은 우정에 감동되였었다.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그 은혜의 배후엔 다른 목적이 있은것이 아닌가? 귀녀는 눈을 꼭 감았다. 눈앞에 얼른거리는 아버지와 그분의 모습을 보고싶지 않았다. 하지만 눈을 감아도 아버지와 그분의 모습은 자꾸만 눈앞에 나타난다. 해마다 귀녀의 생일에 어김없이 선물을 들고 찾아오던 그분이 원래는 가슴에 딴 마음을 품고있었다니? 숫처녀와 결혼하겠다? 숫처녀…귀녀는 뭔가 의혹의 실마리가 서서히 풀리는것 같았다. 그분이 귀녀네 집에 나타난 이듬해부터 귀녀는 자유를 잃은 몸이 되였다. 그러니 한주먹과 만사통은 그분이 안배한것이 분명하다. 그러니까…그러니까…귀녀는 가슴이 섬뜩했다. 오싹 소름이 끼치면서 이름할수 없는 공포가 엄습해왔다. 그러니까 이 모든것은 그분이 오래전부터 계획적으로 획책한 음모였던것이다. 그분은 이 세상에 숫처녀가 없다고 생각하고, 또 있다해도 믿을수 없다고 생각하고 직접 숫처녀를 만들려고…그랬을것이다. 그분은 귀녀의 순결을 보전할수 있도록 하기 위해, 다시 말해서 귀녀를 숫처녀로 만들기 위해 한주먹이란 감시병을 파견하여 귀녀의 자유를 빼앗은것이다. 귀녀는 오싹 소름이 끼치며 전신이 파르르 떨렸다. 귀녀는 눈을 감았다가 뜨면서 곁에 지켜서 있는 한주먹을 뚫어지게 쏘아보았다. 오빤 알고있었죠? 뭘? 처음부터 알고있었죠? 뭘 알고있었다는거야? 한주먹이 의아한 눈길로 바라본다. 귀녀는 범인을 신문하듯 따져 묻는다. 그분이 오빠를 우리집에 보내지 않았어요? 그건…그래. 오빤 그분과 어떤 사이세요? 그분과 한동아리죠? 무슨 말을 하는거냐? 한주먹은 어리둥절하여 귀녀를 바라본다. 귀녀는 증오에 찬 눈길로 한주먹을 쏘아보며 소리지른다. 오빤 그분이 나랑 결혼하려는걸 처음부터 알고있지 않았어요? 그분이 너랑 결혼하려하다니? 그게 사실이냐? 한주먹은 놀란 눈길로 귀녀를 바라본다. 귀녀는 계속 화를 낸다. 시치미를 떼지 말아요. 오빤 그분과 짜고들어 내 자유를 빼앗지 않았어요? 날 련애도 못하게 하고 다른 남자들과 접촉 못하게 한건 그분의 지시였지요? 그건…그래. 그분이 널 지켜주라고 했어. 넌 하늘이 낳은 천사이기에 결혼하기전까지 깨끗한 처녀로 있도록 지켜줘야 한다고 했어. 그리고 그분은 나더러 너의 아버지의 지시를 따르라고 했어. 그분이나 너의 아버지의 지시가 아니더라도 난 널 지켜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어. 넌 천사이니까. 하지만 그분이 너랑 결혼하려고 생각하고 계신 줄은 정말 몰랐어. 정말이야, 난…아니, 귀녀야, 너 울고있잖아? 귀녀는 갑자기 설음이 북받치며 흑흑 흐느껴 울었다. 오빠가 미워요! 그분이 미워요! 이 세상이 미워요! 귀녀는 서럽게 울음을 터뜨렸고 한주먹은 어떻게 달래야 할지 몰라 곁에서 쩔쩔 매고있었다. 얼마후 한주먹은 겨우 귀녀를 달래서 오토바이에 싣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버지가 귀녀를 보고 말했다. 그분이 다음주에 너하고 약혼식을 하러 온다. 귀녀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귀녀는 아버지를 외면하면서 자기의 방으로 들어가 문을 꽉 닫았다. 만사통도 무슨 낌새를 챘는지 영어공부를 하라고 닦달하지 않았다. 귀녀는 침대에 벌렁 드러누웠다. 오직 하나의 생각뿐이였다. 어떻게 그분의 손아귀에서 벗어날것인가? 귀녀는 남산에서 내려올 때 벌써 결심했던것이다. 주어진 운명을 그대로 받아들일수 없다! 이제 더는 그분의 굴레에 얽매여 살아갈수 없다. 내 운명은 내가 좌우지 해야 한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이 운명의 굴레를 벗어버려야 한다. 자유를 위해 싸우자. 귀녀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자유를 쟁취하기 위하여 아버지와 싸우고 그분과 싸우자. 귀녀는 마음을 단단히 다지고 아버지의 방으로 들어갔다. 아버지는 딸이 들어온것을 보고 말했다. 거기 앉아라. 귀녀는 선채로 입을 열었다. 아버지, 난… 귀녀는 아버지, 난 그분과 결혼할수 없어요! 하고 말하려 했다. 그러나 아버지가 그녀의 말허리를 잘라버렸다. 귀녀야, 아버진 네가 일시 이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는걸 알고있다. 하지만 너도 알아라. 아버진 널 사랑한다. 아버진 사랑하는 딸을 절대 구렁텅이에 밀어넣지 않을거다. 부모는 다 자식이 행복하기를 바라고 자식이 잘되기를 바란다. 아버지… 애초에 그분이 네게 그런 마음을 털어놓을 때 난 충분히 고려하고 동의한거다. 그분이 아무리 큰 재벌이라 해도 그분의 됨됨이가 글러먹었다면 난 동의하지 않았을거다. 너도 알다싶이 그분은 해박하고 인간성이 좋고 아주 훌륭한 분이시다. 아버지… 게다가 그분은 용모가 준수하고 사나이답고 의젓하지. 비록 나이 차가 있지만 그분이 이제 40대 중반이니 남자로서 한창 나이가 아니겠니? 아버지… 두말말고 아버지의 안배대로 해라. 아버지는 딸에게 말할 기회를 주지 않고 자기의 말만 계속했다. 귀녀는 이런 아버지에게 아무런 말도 귀에 들어가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다. 귀녀는 하려던 말을 도로 삼켜버리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다시 침대에 벌렁 누워버렸다. 어떻게 할것인가? 어떻게 하면 이 운명의 굴레에서 벗어날수 있을가? 탈출? 아니, 아버지가 탈출하도록 가만 놔두지 않을것이다. 거절? 거절한다고 될 일도 아니다. 그럼 무슨 다른 방법이 없을가? 이 생각 저 생각 굴리던 귀녀는 갑자기 눈앞이 번쩍 밝아졌다. 그분이 왜서 나랑 결혼하려고 하는가? 바로 그것이다. 숫처녀! 내가 숫처녀이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숫처녀가 아니라면…그거다. 그것만이 운명의 굴레를 벗어버리고 자유를 쟁취할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귀녀는 밥을 먹으면서도 그 생각, 자리에 누워서도 그 생각뿐이였다. 하지만…당장 어느 남자를 찾아서 처녀를 버린단 말인가? 여태껏 따르는 남자는 많았지만 귀녀는 련애 한번도 못했다. 그리고 사실 마음을 준 남자도 없었다. 그렇다고 무작정 아무 남자나 만나 귀중한 처녀를 헌신짝 버리듯 버릴수는 없지 않는가. 귀녀는 가슴이 답답하여 밖으로 나갔다. 정원을 산책하는데 어느새 한주먹이 그림자처럼 따라왔다. 귀녀는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한주먹을 바라보았다. 언제나 무뚝뚝하던 한주먹은 근심스런 눈길로 귀녀를 바라보고있었다. 바로 이 남자다! 순간 귀녀의 가슴이 울렁거렸다. 그래, 이 남자라면 처녀의 순결을 맡겨도 후회하지 않을것이다. 오빠! 귀녀는 조금은 떨리는 따뜻한 목소리로 한주먹을 불렀다. 한주먹은 고개를 끄덕이며 눈짓으로 말해봐 하는 뜻을 전했다. 한주먹의 시선엔 따뜻한 관심과 애틋한 정이 깃들이고있었다. 귀녀는 와락 한주먹의 품에 안겨버렸다. 귀녀가 두 팔로 목을 꼭 끌어안고 가슴에 얼굴을 묻자 한주먹은 당황하여 어쩔줄을 몰랐다. 오빠, 오빤 날 좋아해요? 그래, 난 널 제일 귀여워하고 제일 이뻐해. 넌 이 세상에서 제일 이쁜 천사니까! 나도 오빨 제일 좋아해요! 귀녀는 련인에게 속삭이듯 그렇게 달콤하게 속삭였다. 그것은 진심이였다. 사실 귀녀는 마음속으로 한주먹을 제일 좋아하고있었다. 영웅호걸이라고 존경하고 숭배하던데로부터 친오빠와 같은 따뜻한 정을 느끼고있었다. 그저 무뚝뚝하다고 생각되던 한주먹에게도 따뜻한 구석이 있었고 인간성이 있었다. 특히 깡패에게 랍치당할 때 목숨으로 자신을 보호하던 한주먹에게서 귀녀는 감동뿐만아니라 친오빠와 같은 정을 느꼈었다. 자신에게 절대 충성하고 자신을 위해 목숨까지 서슴없이 바칠수 있는 남자! 이런 남자에게 순결을 바쳐도 아깝지 않으리라. 그리고 이런 남자에겐 후회없이 달갑게 처녀를 바칠수 있으리라. 한주먹은 천천히 귀녀를 자신의 품에서 떼여놓았다. 그리고 애틋한 눈길로 귀녀를 바라보면서 물었다. 귀녀야, 그분을 받아들이기 그렇게 힘드냐? 힘든게 아니라 그건 절대 불가능해요. 난 네가 그분과 결혼하면 행복할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아니예요. 그분은 자신의 목적을 위해 내 자유를 빼앗았어요. 내 인생을 망쳐놓았어요. 한주먹오빠도 그분의 도구였고 그분의 괴뢰였어요. 그래 나도 본의 아니게 네 자유를 박탈한걸 사과한다. 그러나 네 마음을 이토록 상하게 할줄은 몰랐구나. 어릴 때는 네가 달가워하지 않더라도 네가 크면 리해하고 감사하게 여기리라고 생각했는데…지금 와서 생각하니 정말 후회되는구나. 후회되면 날 도와줘요. 내가 뭘 어떻게 도와줄수 있겠니? 날 도망치게 도와줘요. 그건 안돼. 그건 널 해치는 길이야. 네가 도망쳐서 혼자서 어딜 가며 또 어디까지 갈수 있겠니? 우리 함께 도망치자요. 오빠와 함께라면 어디든지 두렵지 않을거예요. 아니, 그건 안돼. 난 널 불행하게 숨어살게 할수 없어. 귀녀는 절망했다. 다시 한주먹의 품에 얼굴을 묻고 흐느꼈다. 한주먹은 가슴 아픈듯 무능한 자신을 탓하면서 한숨을 내쉬였다. 그날밤 귀녀는 잠들수 없었다. 이리뒤척 저리뒤척하던 그녀는 결심한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새벽 2시였다. 그녀는 살금살금 계단을 밟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서쪽 방엔 가정부가 들고 동쪽 방엔 한주먹이 홀로 자고있었다. 귀녀는 동쪽 방으로 살그머니 다가가 가볍게 문을 노크했다. 한주먹이 잠들어 듣지 못했는지 한동안 기다렸으나 잠잠했다. 아무런 동정도 없자 귀녀는 문을 살며시 밀어보았다. 문이 열렸다. 워낙 한주먹은 문을 잠그지 않고 자는 버릇이 있었던것이다. 방안으로 들어간 귀녀는 문을 잠그고 손을 더듬어 전등을 켰다. 한주먹이 코를 드렁드렁 골며 자고있었다. 귀녀는 침대로 다가가 자고있는 한주먹을 한동안 바라보다가 입술을 꼭 깨물었다. 그리고는 손으로 한주먹의 어깨를 흔들며 나직이 불렀다. 오빠. 한주먹은 반응이 없었다. 귀녀는 더 힘있게 흔들었다. 오빠. 마침내 잠에서 깨여난 한주먹은 눈앞에 귀녀가 서있는것을 보고 눈이 휘둥그래졌다. 아니, 네가 웬일이냐?! 귀녀는 웃옷을 벗고 가슴을 헤치면서 말했다. 오빠, 날 가지세요! 아니, 너 이게 무슨 짓이냐? 미쳤느냐? 오빠가 날 가지면 그분과의 혼사도 깨여질거고 나도 자유의 몸이 될거예요. 귀녀야, 너 이러면 안돼. 어서 옷을 입어! 한주먹은 어쩔바를 몰라 쩔쩔 매다가 황급히 다가와 귀녀의 옷을 도로 입혀주고 단추를 채워주었다. 귀녀는 한주먹을 와락 껴안고 입술을 덮쳤다. 한주먹은 급히 귀녀를 떠밀었다. 귀녀야, 이러면 안돼! 오빤 절 좋아하지 않아요? 좋아하는것과 그건 다른 문제야. 오빤 철이가 나하고 약혼하자고 할 때 철이를 사정없이 때려놓던 일이 생각나요? 그땐 오빠가 절 사랑해서 질투때문에 그랬지요? 아니야. 그저 널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그랬을 뿐이야. 물론 그분의 당부도 있었고…하지만 내가 어떻게 감히 두꺼비가 고니 고기를 먹을 생각을 할수 있었겠니. 넌 천사야! 나는 천사를 지키는 보호자일 뿐이야… 오빠는 충분히 날 사랑할 자격이 있는 남자예요. 저도 오빨 사랑해요! 어서 날 가지세요. 아니야, 난…난…그분을 배반할수 없어. 그분은 내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야. 이건 배반이 아내예요. 사실 저도 그분의 은혜를 많이 입었잖아요? 하지만 은혜는 그런 방식으로 값는게 아니예요. 그분과 나 사이엔 사랑이 없어요. 난 그분을 아버지벌 되는 선배로 존경해 왔을뿐인데…그분이 일방적으로 내 자유를 박탈하면서…이 얼마나 황당한 혼인이예요. 난 이 혼인을 접수할수 없어요! 귀녀야, 진정해라. 그분은 훌륭한 분이셔. 그분이랑 결혼해. 아니, 난 죽어도 그분과 결혼할수 없어요! 오빤 내가 그분이랑 결혼하면 행복할거라고 생각해요? 그분은 모든 방면에서 우월한 조건을 갖춘 분이셔. 비록 년령 차이가 있지만 함께 살아가노라면 꼭 행복할거야. 오빠, 오빤 경제적으로 부러운게 없이 호화로운 생활을 하는게 행복이라고 생각하세요? 난 지금껏 그분의 덕분으로 호화로은 생활을 해왔어요. 옥이를 비롯한 동학들이 모두 날 몹시 부러워해왔지만 난 어느 한순간도 행복하다고 생각된 적이 없어요. 나에겐 자유가 없기 때문이죠. 오히려 난 뭐나 자기 하고싶은대로 할수 있는 옥이랑 철이랑 부러웠어요. 그애들은 모를거예요. 난 조롱속에 갇힌 한마리의 새였다는것을. 귀녀의 눈에서는 어느새 이슬이 맺혀 떨어졌다. 난 그분의 조롱속에 갇힌 한마리 새였어요. 아버진 그분의 눈이였고 만사통과 오빠는 그분의 손이였어요. 이 새가 밖으로 나갈 땐 오빠가 새의 다리에 끈을 매여 쥐고 다니며 새가 멀리 날지 못하게 했지요. 귀녀는 억울한 심정을 걷잡지 못하여 마침내 흐느끼였다. 귀녀가 울자 한주먹도 감염되여 눈물을 흘렸다. 귀녀야, 미안하다. 난 그분의 명령대로, 그분의 부탁을 받은 너의 아버지의 명령대로 했지만 그렇게 하는것이 널 위하는것이라고만 생각했댔어. 난 오빨 원망하지 않아요. 모두 그분의 음모지요. 난 이제부터 그분의 손에서 벗어나야겠어요. 귀녀는 다시 옷을 벗어던졌다. 브래지어도 벗고 팬티마저 벗어던졌다. 이게 무슨 짓이냐? 이러면 안돼! 오빠도 남자겠죠. 남자라면 어서 날 가지세요. 귀녀야, 난 남자가 아니야! 한주먹은 고통스러운듯 손으로 머리를 잡아당기면서 말했다. 난 남자구실을 할수 없단 말이야. 그게 무슨 말이예요? 난 《태감》이란 말이야! 한주먹은 머리를 틀어박고 흐느꼈다. 귀녀는 옷을 주어 입고 놀라움과 의혹에 찬 눈길로 한주먹을 바라보았다. 한주먹은 주먹으로 눈물을 훔치며 여태껏 누구한테도 말하지 않고있던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았다. 한주먹은 친부모한테서 버림받은 아이였다. 무술을 가르치던 스승이 사망하자 그는 학교를 그만두고 생계를 위해 막벌이 일을 찾아하기 시작했다. 처음에 그는 건축공사에서 막벌이로동을 하다가 부두에 나가 운반로동을 했다. 힘들었지만 그는 억척스럽게 일했다. 그런데 그는 다른 사람들과 같은 로동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나이 어리다는 리유로 절반 월급을 받았다. 그가 보스를 찾아가 도리를 따지니 보스는 입에 담지 못할 말로 상스러운 욕설을 퍼부으며 일하기 싫으면 나가라고 했다. 화가 발끈 치민 한주먹은 더는 참을수 없어 보스의 면상에 주먹을 안겼다. 그러자 주위에 있던 보스의 부하들이 우르르 몰려와 일제히 한주먹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한주먹은 반사적으로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가 제일 먼저 달려드는 놈을 향해 재빨리 몸을 달렸다. 한주먹에 놈을 거꾸러뜨리고 허공으로 몸을 솟구치며 다른 놈에게 오른쪽구두발을 깨끗하게 꽂았다. 또 두놈이 달려들었다. 한주먹은 량발차기로 두놈을 날려버렸다. 그러자 두놈은 비명소리를 지르며 꼬꾸라졌다. 순식간에 부하들이 나뒹굴자 보스는 얼굴이 흙빛이 되였다. 한주먹이 멀리 사라지는것을 보며 그는 부하더러 한주먹의 뒤를 미행하도록 눈짓한후 재빨리 누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주먹은 울적하여 바다가를 거닐다가 멍하니 서서 망망대해를 바라보았다. 아득한 수평선우에 떨기떨기 햇솜같은 흰구름이 뭉게뭉게 피여오르고있었다. 하늘나라의 선경같은 구름중에는 사람모양의 구름도 있었는데 그것은 얼굴도 못본 친부모같기도 했고 기억에 어렴풋이 남아있는 수양부모같기도 했다. 아, 어머니! 비감에 쌓여 부르짖고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어지러운 발걸음소리가 들려왔다. 돌아다보니 두억시니같은 사내들이 벌떼처럼 몰려들고있었다. 잠간사이에 백여명의 괴한들이 한주먹을 포위했다. 한주먹에게 얻어맞았던 보스가 불러온 지원병이였다. 큰 형님, 바로 저놈입니다! 보스가 선글라스를 낀 사내에게 한주먹을 가리키며 말했다. 보아하니 선글라스를 낀 사내가 큰 보스인듯 했다. 그가 손을 휙 젓자 이리떼같은 사내들이 일시에 한주먹을 향해 덮쳐들었다. 한주먹은 형세가 위태롭게 된것을 깨달았다. 자신이 혼자서는 이렇게 많은 사내들을 당해낼수 없다는것을 알았다. 하지만 승부가 빤한 싸움임을 알면서도 한주먹은 싸웠다. 얻어맞아 죽더라도 포위를 뚫고 나가자는 일념뿐이였다. 그 많은 사내들을 상대로 싸우면서도 한주먹은 조금도 겁나거나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그는 잽사게 몸을 솟구치며 막아서는 사내들을 하나 둘씩 쓰러뜨렸다. 막아서는 상대 하나, 하나가 련속 아이쿠, 아이쿠! 비명을 지르며 나뒹굴었다. 사내들이 몽둥이를 휘둘러댔다. 한주먹은 허공으로 몸을 솟구친 뒤에 전광석화처럼 돌려차기로 두 사내의 턱을 걷어찼다. 하지만 상대의 수가 너무 많았다. 한주먹은 어느 순간 날아오는 몽둥이에 머리를 맞고 휘청거렸다. 이어 숱한 구두발들이 그의 몸에 꽂혔다… 놈을 재워라! 사내들이 몽둥이를 높이 쳐드는 순간 큰 보스가 멈춰라! 하고 급히 소리쳤다. 그리고 한주먹을 병원에 업고 가서 치료해주게 했다. 주먹 솜씨가 대단한데…내 밑에서 일해보지 않겠니? 큰 보스가 한주먹의 어깨를 툭툭 치며 유혹했다. 한주먹은 도리머리질 했다. 난 당신들같은 깡패들과 한 바지를 입을수 없소. 우린 서로 길이 다른 사람이요. 허허, 우린 그 무슨 깡패가 아니야. 정당한 사업을 하고있지. 내 술집의 보안대장으로 있어 달란 말이야. 보수는 톡톡히 드릴께. 큰 보스는 설산파란 깡패조직의 두목인데 술집을 경영하면서 부두에 조직원들을 깔아놓고 《요두환》밀매도 하고있었다. 그런데 한주먹은 그런 내막을 모르고 큰 보스의 술집에 들어가 보안대장이 되였다. 큰 보스의 마누라는 30대중반의 요염한 녀인인데 큰 보스가 외지로 나갈 때마다 큰 보스의 부하인 한 미남과 붙어 그 짓을 해댔다. 한번은 미남과 붙어 즐거운 비명을 질러대다가 한주먹에게 현장을 잡히게 되였다. 당황해난 녀인은 한주먹의 입을 막기 위해 한주먹을 유혹했다. 녀인은 한주먹을 안고 침대로 끌었지만 한주먹은 단마디로 거절하면서 녀인을 밀치고 방을 뛰쳐나갔다. 간통한 사실이 들통날까봐 겁난 녀인은 먼저 선손을 써서 한주먹이 자신을 강간하려 했다고 남편한테 고자질했다. 마누라의 말을 그대로 믿은 큰 보스는 한주먹의 해석도 들어보려고 하지 않고 다짜고짜로 한주먹을 묶어놓고 물매를 안겼다. 이 새끼야, 네가 감히 내 마누라를 욕보여? 네 새끼가 다시는 그런 짓을 못하도록 네 놈을 《태감》으로 만들어 놓을 테다! 큰 보스는 악이 나서 소리를 지르더니 흉악무도하게도 칼을 한주먹의 사타구니에 갖다댔다. 한주먹의 입에서 처참한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귀녀는 한주먹의 어두운 과거이야기를 들으며 깜짝 놀랐다. 세상에 이런 일이 있을수 있다니?! 그리고 잔인한 큰 보스의 행위에 치가 떨렸다. 인간성이란 조금도 없는 놈들! 어찌 그럴수 있어요?! 귀녀는 주먹을 불끈 틀어쥐였다. 한주먹의 눈엔 아직도 눈물이 맺혀있었다. 귀녀는 한주먹이 한없이 가엾어 보였다. 오빠! 귀녀는 한주먹을 꼭 감싸안았다. 이렇게 아픈 상처를 품고있었기에 오빠는 웃음이 없었구나. 불쌍한 오빠…이윽고 귀녀가 물었다. 그후에는… 큰 보스는 내 목숨같은 남자를 앗아가고도 성이 풀리지 않아 날 죽이려고 했어. 그때 한 부하가 달려와서 그분이 큰 보스를 부른다고 했어. 바로 그분이였어. 너랑 결혼하려는 그분. 그분이 술집에 식사하러 왔다가 큰 보스를 불러간거야. 큰 보스는 재록신이나 다름없는 그분 앞에서는 설설 기는 놈이였어. 큰 보스가 나를 징벌한 이야기를 그분 앞에서 자랑삼아 한 모양이야. 나에 대해 상세히 묻던 그분이 큰 보스에게 말했어. 그 아이를 그만큼 처벌했으면 앙갚음은 다 한 셈이 아닌가? 목숨만은 살려주게. 네, 네! 그 아이가 천하의 주먹이라는데 내가 경호원으로 쓰려고 하는데 나한테 주는게 어때? 네, 네! 이렇게 되여 나는 그분의 경호를 맡아보다가 곧 그분의 지시를 받고 너의 집으로 오게 된거야. 아, 워낙은 그랬었구나! 귀녀는 뭔가 갑자기 깨달은 느낌였다. 그분은 오늘 있게 될 일까지 미리 예견하고있었구나. 한주먹도 남자인데 귀녀곁에 남겨놓고 그분이 어떻게 안심할수 있었겠는가. 그분의 계획은 정말로 주도면밀했구나. 귀녀의 순결을 지키는데 한주먹이야말로 얼마나 합당한 인선인가. 귀녀는 자신이 아무리 손오공을 꿈꾸어도 여래의 손아귀에서 벗어날수 없음을 깨달았다. 이튿날, 귀녀는 아무도 몰래 옥상에 올랐다. 머리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니 기화요초같고 기암괴석같고 가지가지 산악같고 온갖 동물같은 천태만상의 휜구름이 멍울멍울 피여있었다. 귀녀는 구름들 속에서 사람모양의 구름을 찾았다. 손오공같기도 하고 자신의 모습같기도 한 구름이 푸른 하늘을 자유로이 헤염쳐가고있었다. 그런데 여래같기도 하고 그분의 모습같기도 한 구름이 앞을 막고있었다. 안돼! 여래에게 잡혀서는 안돼! 귀녀는 눈을 꼭 감았다가 다시 떴다. 하늘엔 손오공도 없고 여래도 없었다. 이름 모를 새 몇마리가 자유롭게 날아다니고있었다. 아아, 새되여 저 끝없이 넓고 푸른 하늘을 맘껏 날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가! 그랬다. 귀녀는 자신이 능히 새로 될수 있다고 생각했다. 간밤을 뜬눈으로 지새며 귀녀는 단단히 결심했다. 옥상에서 새되여 날리라고…귀녀는 푸른 하늘을 바라보다가 두 팔을 날개처럼 쭉 폈다. 귀녀야, 안돼! 아래에서 한주먹이 손을 흔들며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질러댔다. 귀녀는 미소했다. 그리고 두팔을 날개처럼 저으며 날았다. 자유의 하늘로…  
6    새되여 나는 처녀 (5) 댓글:  조회:2554  추천:0  2013-10-29
중편소설 새되여 나는 처녀 (5) 김희수 5. 그분의 정체     그분은 해마다 꼭꼭 한번씩 찾아왔다. 그것도 귀녀의 생일날에 어김없이 찾아와서 귀녀에게 생일선물을 주고는 그날 밤차로 총망히 가버렸다. 대그룹의 총재로 사업이 그만큼 바빴을것이다. 그렇게 분망한 가운데서도 꼭꼭 시간을 짜내여 해마다 어김없이 찾아온다는것은 아버지에 대한 우정이 그만큼 두텁고 귀녀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크다는것을 말해줄것이다. 귀녀는 해마다 생일이 가까워오면 그분이 기다려진다. 이번엔 그분이 무슨 선물을 갖고 올가? 어릴 때는 그랬지만 자라면서 귀녀는 생일선물보다 그분이 보고싶어졌다. 그분은 아버지처럼 엄하지도 않고 만사통이나 한주먹처럼 귀녀의 자유를 박탈하지도 않았다. 그분은 종래로 귀녀에게 공부 잘 하느냐? 선생님 말 잘 듣느냐? 하는 따위의 말을 묻지 않았다. 그분은 귀녀와 마주 앉으면 자기가 다녀온 세계각지의 재미나는 이야기를 해주었고 시간이 있으면 귀녀와 함께 게임을 하기도 했다. 귀녀는 그분이 오는 날만은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되였다. 그분이 있을 때면 아버지도 만사통도 공부하라는 말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귀녀는 해마다 생일이 기다려진다. 귀녀가 대학시험에서 떨어진 해의 생일에는 그분이 노트북과 금목걸이를 가지고 와서 귀녀를 위로해주었다. 그분은 귀녀의 목에 금목걸이를 걸어주면서 호탕하게 웃었다. 허허, 우리 귀녀가 제법 숙녀가 됐구나! 시집가도 되겠는데… 아이… 귀녀는 부끄러워 얼굴이 익은 꽈리 같이 빨개졌다. 허허, 부끄러워 할줄 다 알구. 처녀는 처녀구나. 그분이 껄껄 웃다가 웃음을 거두고 물었다. 그래 공부를 더 해볼 생각이냐? 다음해에 대학시험에 한번 더 도전해보겠느냐? 아니, 전 자신이 없어요. 공부에 흥치도 없구요. 그렇다면 공부 그만두는것도 좋지. 딱 대학에 가야만 희망이 있는것도 아니다. 그럼 네가 해보고싶은 일을 해봐라. 그러나 뭘 하든지 영어와 컴퓨터를 알아야 한다. 알겠어요. 귀녀는 하루 빨리 자유를 찾기 위해 암암리에 싸웠다. 자신의 자유를 가로막는 아버지, 만사통, 한주먹과 말없이 싸웠다. 영어도 열심히 배우고 컴퓨터도 부지런히 배웠다. 배우는것이 곧 싸움이고 배워서 직업을 찾는것이 바로 싸움의 승리였다. 직업을 찾으면 아버지와 만사통이 감시하는 《감옥》에서 벗어나고 한주먹이 통제하는 고삐를 끊어버릴수 있을것이다. 아, 넌 자유의 하늘로 마음껏 날아라! 귀녀는 어느날 조롱속에 갇힌 새를 놓아주었다. 아, 자유! 귀녀는 정말로 자유를 갈망했다. 만사통과 한주먹이 오던 그날부터 귀녀는 옥이랑 철이랑 다른 동학들처럼 자유롭게 뛰놀수 있는 그날이 오기를 몹시 갈망했었다. 하지만 그 자유는 묘연한것이였다. 아득한 저 밤하늘의 별처럼 눈앞에 보이면서도 만질수도 딸수도 없는 그런것이였다. 그런데 그 자유가 이제는 고층건물의 옥상에 있는것이다. 계단만 부지런히 오르면 따올수 있는것이다. 그랬다. 귀녀는 23세가 되는 해에 마침내 직업을 찾았다. 어느 회사에 정식 취직한것이다. 귀녀는 자유만세! 하고 소리높이 웨쳤다. 하지만 귀녀는 모르고있었다. 자신은 조롱속에 갇힌 새처럼 이미 운명이 그렇게 인위적으로 주어져 있다는것을. 새의 주인이 문을 열어주지 않는 한 자신의 힘으로는 조롱속에서 빠져나가기 어렵다는 사실을. 회사에선 사흘후에 출근하라고 했다. 마침 이튿날은 귀녀의 23세 생일이다. 그래서 귀녀는 자신과 한주먹밖에 모르고있는 이 기쁜소식을 생일상에서 선포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면 아버지도 기뻐하고 그분도 기뻐하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 생일에 그분이 오지 않았다. 왜 그분이 오지 않았어요? 귀녀는 해마다 어김없이 찾아오던 그분이 오지 않으니 서운해서 물었다. 아버지가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분은 사업이 바빠서 오지 못하고 생일선물만 보내왔다. 선물? 무슨 선물을 보내왔어요? 그 선물을 보여주기전에 내가 너에게 할 이야기가 있다. 아버지는 엄숙한 어조로 말하면서 귀녀를 자신의 방으로 데리고 들어가서 문을 닫았다. 귀녀는 아버지의 전에 없던 행동이 놀랍기도 하고 의아하기도 했다. 아버지가 여태껏 이렇게 은밀하게 딸과 담화하기는 처음이였던것이다. 아버지는 평소에는 피우지 않던 담배를 꺼내 불을 붙여 뻑뻑 빨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제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들어라. 그리고 놀라지도 말고 이 아버지를 원망하지도 말아라. 아버지가 이렇게 허두를 떼자 귀녀는 더욱 이상한 눈길로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먼저 그분에 대한 이야기를 할테니 잘 들어라. 아버지는 귀녀가 여태껏 모르고있던 그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분은 사회에서 명망이 높은 기업가이지만 혼인생활은 불행하였다. 그분이 처음 결혼할 때는 지금처럼 대부호는 아니였지만 자그마한 부자는 되였다. 다른 사람의 소개로 한 녀자와 마음이 맞아 결혼했는데 첫날밤을 지내고 나서 그분은 몹시 실망했다. 색시는 처녀가 아니였던것이다. 그분이 영문을 묻자 신부는 자신은 운동을 많이 해서 처녀막이 일찍 파렬된 모양이라고 변명했다. 그분은 미심쩍어하면서도 그렇게 믿었는데 그후 그분은 안해가 처녀때 두번이나 류산까지 한 적이 있다는것을 발견했다. 그분은 자신을 속인 안해를 용서할수 없었다. 즉시 리혼한 그분은 꼭 숫처녀를 얻고야 말리라 마음먹었다. 그분의 장사는 갈수록 잘되여서 그분에게 시집오겠다는 처녀는 줄을 섰다. 하지만 그분의 조건에 합격되는 숫처녀는 없었던것이다. 사처에 수소문했으나 숫처녀는 쉽게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서 그분은 생각다못해 나이 어린 처녀를 선택하기로 마음먹고 18세의 처녀와 결혼을 약속하고 3년후에 결혼식을 올렸다. 그런데 그 처녀도 숫처녀가 아닐줄이야. 그분은 화가 났다. 화가 나도 여간 난것이 아니여서 가장집물을 마구 짓부시고 두번째로 리혼했다. 그때로부터 그분은 이 세상 처녀들을 믿을수 없었다. 숫처녀는 없다! 숫처녀는 없다! 그분은 그렇게 웨치며 괴로워했고 분노했다. 그러면서도 그분은 꼭 숫처녀와 결혼하고야 말리라 맹세했다. 아버지는 말을 잠시 끊고 다시 담배불을 붙여 물었다. 귀녀는 그분의 혼인상황에 대해 간단히는 알고있었다. 그분이 해마다 자기의 생일에 혼자 오는것을 보고 귀녀는 아버지에게 그분은 왜 동부인하지 않고 언제나 혼자 오느냐고 물은적이 있었다. 그때 아버지는 그분은 부인과 헤여진후로 혼자 살고있다고 간단하게 말했었다. 그래서 더 묻지 않았는데 오늘 와서 알고 보니 이런 사연이 있었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귀녀는 그분의 불행한 혼인에 동정은 되면서도 끝까지 숫처녀를 얻으려는 행위에 대해서는 리해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아버지가 왜서 자신에게 엄숙한 표정으로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는지 아리송했다. 아버지가 담배한대를 다 피우고 나서 서랍에서 정교하게 포장한 물건을 꺼내서 귀녀에게 건네주었다. 이건 그분이 너에게 주는 생일선물이다. 이건 비단 생일선물일뿐만아니라 특별한 의미가 있는 선물이란다. 어서 풀어보아라. 귀녀는 천천히 포장을 풀었다. 귀녀의 손끝에서 포장이 한꺼풀 한꺼풀 벗겨지면서 자그마하고 정교한 함이 나타났다. 함을 열자 안에는 붉은빛과 푸른빛을 뿜는 보석반지가 들어있었다. 아니, 이건?! 귀녀가 놀라서 눈이 동그래지자 아버지가 설명했다. 그건 약혼반지다. 웬 약혼반지?! 그분이 너에게 청혼하는 반지다. 그분은 너와 즉시 결혼하려고 한다. 그분이?! 나랑… 귀녀는 깜짝 놀랐다. 그리고 이건 분명 잘못 들은거라고 자기의 귀를 의심했다. 아버진 지금 무슨 말을 하고있는거예요? 그분이 나랑 결혼하려하다니?! 이건 말도 안되는 소리예요. 뭐가 말도 안되는 소리야? 그분이 어떤 분이시냐? 성장어른도 그분의 앞에서는 허리를 굽실거린다. 알겠니? 네가 그분의 부인으로 되는건 영광이란 말이다. 네?! 귀녀는 너무도 놀라서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초롱초롱하게 빛나던 두눈이 초점을 잃었다. 아버지가 어찌 이럴수 있단 말인가? 아버지가?! 갑자기 아버지가 낯설어 보였다. 아버지! 그분은 아버지의 친구이고 또 나랑은 아버지벌이 되는 분인데 어찌… 아버지의 친구인데는 어때서? 송경령도 아버지의 친구 손중산에게 시집가지 않았느냐? 아버지! 저는 송경령이 아니고 그분도 손중산이 아니예요! 그분께 전해주세요. 전 그분이랑 결혼할수 없다구요! 귀녀야, 이건 네 운명이다. 받아들여라! 너에겐 받아들일 의무만 있을뿐 거절할 권리는 없다. 왜요? 왜?! 우리는 그분의 은혜를 너무 많이 입었다. 갚을 방법이 없다. 그래서 딸을 파나요? 너…너…왜 그렇게만 생각하느냐? 그분은 아주 훌륭한 분이시다. 그리고 너를 몹시 사랑하고. 너도 그분을 좋아하지 않느냐? 그분이 훌륭한 분이란걸 알아요. 그리고 저도 그분을 좋아해요. 하지만 이건 사랑이 아니예요! 사랑이 별거냐? 서로 마음을 맞춰가며 살아가면 그게 사랑이지. 아니, 전 그럴수 없어요! 귀녀는 보석반지를 아버지한테 던지고는 아버지의 방을 뛰쳐나왔다. 그분이 어찌 내게 이럴수 있단 말인가?! 아버지가 어찌 이럴수 있단 말인가?! 세상에 어찌 이런 일이 있을수 있단 말인가?! 귀녀는 믿을수가 없었다. 의혹을 품고 밖으로 달려나왔다. 무작정 뛰고싶었다. 귀녀는 오토바이를 잡아탔다. 어느새 한주먹이 따라왔다. 어딜 가려고? 귀찮았다. 속상해죽겠는데 감시병까지 따라오다니… 상관하지 말아요! 안돼! 내가 몰께. 싫어요. 비켜요! 하지만 한주먹을 떼여버릴 힘이 없었다.   �날�����cp:a��스했다. 그분의 자애로운 미소를 대할 때면 귀녀는 그분이 진짜 아버지인듯한 착각에 빠지곤 했다.   너무나 일찍 어머니를 잃은 귀녀에게 아버지는 전부의 믿음이였다. 어머니가 생전일 때 아버지는 출퇴근할 때마다 꼭꼭 어머니한테 키스하곤 했다. 그리고 곁에서 눈이 동그래서 지켜보는 귀녀에게 뻑 소리나게 뽀뽀해주는것도 잊지 않았다. 그런데 그분이 나타나면서부터 아버지는 귀녀에게 뽀뽀를 해주지 않았다. 어머니노릇과 아버지노릇을 함께 해오던 아버지한테서 자애로운 어머니의 모습이 사라지고 엄한 아버지의 의무만이 남은것 같았다. 얘야, 그분이 너한테 컴퓨터까지 사주었는데 잘 배워야 하지 않겠느냐. 만사통선생님을 애먹이지 말고 고부고분 잘 배우거라. 아버지의 따뜻한 손이 귀녀의 어깨를 다독인다. 오래간만에 《모성애》를 느끼며 귀녀는 가슴이 뭉클해졌다. 당장 아버지의 품에 안겨 막 어리광을 부리고싶었고 어릴 때 경험했던 수염에 찔리는 얼얼한 뽀뽀를 받아보고싶었다. 하지만 아버진 이내 손을 걷어들이고 거실로 들어간다. 순간 귀녀는 억울함과 안타까움이 뒤범벅이 되면서 저도몰래 눈물이 샘솟는다. 아버지! 속으로 아버지를 부르는 순간 그분의 얼굴이 불쑥 떠오른다. 이마에 살짝 키스를 해주던 자애로운 그분의 얼굴이 아버지의 뒤모습을 지우며 또렷이 떠오른다. 귀녀, 빨리 와서 공부해요! 그때 짜증 섞이고 신경질적인 째지는듯한 왜가리소리가 들려온다.    
5    새되여 나는 처녀 (4) 댓글:  조회:2472  추천:0  2013-10-29
중편소설 새되여 나는 처녀 (4) 김희수 4. 한주먹과 만사통   귀녀가 제일 미워하는 사람은 만사통이고 다음은 한죽먹이였다. 귀녀는 정말로 만사통이 미웠다. 그렇다고 이가 갈리도록 증오하는것은 아니였다. 귀녀는 지금까지 누구를 이가 갈리도록 증오한적이 없었다. 그저 자신에게 공부를 강요하는 만사통이 싫었을뿐이다. 만사통과 한주먹이 온날은 귀녀의 일생에서 제일 비참한 날이였다. 그들이 오면서부터 귀녀는 자유를 잃었기때문이다. 10년전 비가 구질구질 내리던 날이였다. 귀녀가 하교하여 집에서 노는데 아버지가 안경을 낀 30대의 녀인과 씩씩해 보이는 18~19살 되는 소년을 데리고 왔다. 아버지는 먼저 안경을 낀 녀인을 가리키며 귀녀에게 말했다. 인사해라. 이분은 세상에 모르는것이 없다고 해서 《만사통》이라고 불리는 녀박사선생님이다. 이제부터 네가 학교에 갔다오면 이 선생님한테서 공부를 배워야 한다. 싫어요! 학교에 선생님이 있으면 됐지 왜 집에 또 선생님이 있어야 해요? 전 싫어요! 싫어도 배워야 하고 좋아도 배워야 해! 그리고 여기 이 청년은 성이 한씨인데다가 벽돌장도 한주먹에 쳐서 깬다고 《한주먹》이라 불리는 무술고수인데 이제부터 너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데려오고 할것이니 그리 알아라. 학교엔 철이랑 옥이랑 함께 가면 될텐데 뭘…싫어요! 싫든 좋든 아버지 말대로 해야 한다. 알겠니? 아버지는 무조건 귀녀에게 그렇게 하도록 강요했다. 귀녀는 그것이 싫었지만 방법이 없었다. 이튿날부터 한주먹이 귀녀를 학교에 데려다주었다. 한주먹은 말수가 적었다. 그저 필요한 말만 했다. 또한 한주먹은 한족 말은 잘 했지만 조선말은 잘 번지지 못했다. 귀녀는 한주먹이 방금 말을 배우기 시작한 아이처럼 떠듬거리면서 하는 조선말이 우습고도 재미있었다. 한주먹오빠, 오빠는 정말 한주먹에 벽돌을 깰수 있어? 귀녀는 한주먹이 주먹이 강하다는데 호기심을 가지고 학교 가는 길에서 벽돌을 하나 주어들고 한주먹에게 주면서 깨여보라고 요구했다. 한주먹은 말없이 벽돌을 왼손에 받아들고 오른손바닥을 칼날처럼 세워 탁! 하고 내리쳤다. 그러자 벽돌절반이 착 잘라져 나가며 땅바닥에 뚝 떨어졌다. 와, 오빠 대단해! 귀녀는 엄지손가락을 내밀면서 탄복했다. 아버지는 한주먹을 아저씨라 부르라고 했지만 귀녀는 오빠라고 불렀다. 귀녀에게는 한주먹보다 더 큰 외사촌오빠가 있었기때문이다. 잘라져나가고 남은 벽돌을 던지며 손을 탁탁 터는 한주먹을 놀란 눈길로 바라보면서 귀녀는 외사촌오빠랑 아버지보다 주먹이 더 센 한주먹을 숭배했다. 귀녀야, 이제부터 이 한주먹이 널 보호한다! 누가 널 조금이라도 건드리는 놈이 있다면 그놈의 대갈통을 이 주먹으로 그냥! 한주먹은 무쇠같이 드센 주먹을 흔들어댔다. 그러자 귀녀는 깔깔 웃었다. 오빠가 보호하지 않아도 누가 날 건드리는 사람이 없어요. 옥이랑 철이랑 놀면서 우린 종래 싸운 적이 없어요. 지금은 그래도 앞으로는 그런 놈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 세상엔 나쁜 놈들이 적지 않단 말이다. 귀녀는 나쁜 놈들이 있다는것은 믿고싶지 않았지만 영웅호걸같은 한주먹이 곁에서 지켜주는것이 싫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 하교할 때부터 귀녀는 한주먹이 싫어졌다. 그날 한주먹은 귀녀를 학교문앞까지 데려다 주었으며 귀녀가 교실로 들어가는것을 먼발치에서 지켜보고서야 물러갔다. 그런데 귀녀가 하교하여 옥이랑 철이랑 함께 학교문을 나서는데 기다리고있던 한주먹이 귀녀의 손을 꼭 잡았다. 오빠, 이걸 놔요. 난 저절로 갈수 있어요. 옥이랑 철이랑 함께 갈래요. 그애들은 우리랑 한마을에서 살아요. 안된다. 사장님이 널 놀음에 탐한다고 곧 집으로 데리고 오라고 하셨다. 한주먹은 귀녀의 아버지를 사장님이라고 불렀다. 그녀는 싫어요! 하고 항의했지만 한주먹은 그런 귀녀를 억지로 끌고 갔다. 그때로부터 귀녀가 밖으로 나오기만 하면 한주먹이 그림자처럼 붙어 다녔다. 1년 365일을 한시도 귀녀곁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처음에는 걸어서 호송했지만 그분이 오토바이와 승용차를 사보낸 후에는 한주먹이 직접 운전하면서 오토바이와 승용차에 번갈아가며 귀녀를 태워서 학교에 데려다주고 데려오고 했다. 귀녀는 다른 애들은 혼자서 자유롭게 학교로 오가는데 왜서 자기만은 특수보호를 받아야 하는지 리해할수 없었다. 내가 아버지에게 하나밖에 없는 천금 보배딸이기에? 아니, 그건 리유가 될수 없어. 옥이도 그 집의 무남독녀 외동딸이 아닌가. 하지만…우리 집이 남보다 부유해서? 아무리 부유한 집도 가정부나 가정교사가 있는 집은 있어도 학생의 경호원을 둔 집은 없지 않은가. 귀녀는 아버지에게 이런 《과보호》가 싫다고 몇번이나 항의했지만 소용없었다. 아버지는 싫어도 안돼! 하고 한마디로 귀녀의 항의를 눌러버렸다. 귀녀는 한주먹이 무작정 싫은것만은 아니였다. 학급의 아이들은 귀녀에게 한주먹같은 영웅호걸다운 보호자가 있는것을 몹시 부러워했다. 소학교졸업학년 때였다. 한번은 하교하는 길에서 옥이와 철이는 앞서가고 귀녀는 소시지를 사먹느라고 한주먹과 함께 뒤떨어져 걸었다. 그런데 앞서가던 옥이와 철이가 3명의 소년강도들에게 돈을 빼앗기고 울고있었다. 그자들은 길목을 지키고있다가 전문 학생들의 돈을 빼앗는 건달패거리였다. 귀녀네가 다가갔을 때까지도 그자들은 그 자리에 서서 빼앗은 돈을 세고있었다. 한주먹은 울고있는 옥이와 철이에게 저 애들이냐? 하고 묻더니 곧장 건달패거리에게 다가가 호령했다. 야, 이 새끼들아! 어서 저 애들에게 그 돈을 돌려줘! 건달패거리들은 한주먹보다 몇살 더 어렸지만 키는 한주먹보다 머리하나는 더 컸다. 그들은 한주먹이 혼자인것을 보고 어이없다는듯 웃으며 말했다. 야, 임마! 죽고싶지 않으면 상관하지 말고 꺼져라! 한주먹도 그자들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야, 이 새끼들아! 날 화나게 하지 말고 돈을 내놓고 어서 썩 물러가라! 공연히 날 화나게 했다간 뼈다귀도 못 추릴 줄 알아라! 아니, 이 싸가지없는 새끼 좀 봐라. 살기가 싫어졌나 보다! 건달패거리들은 칼을 빼들고 달려들었다. 귀녀는 무섭고 오싹 소름이 끼쳐 한주먹오빠, 어서 도망쳐요! 하고 소리쳤다. 하지만 한주먹은 세 놈이 련속 찔러오는 칼을 살짝살짝 피하면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더니 잠깐사이에 세 놈을 보기 좋게 때려눕혔다. 그리고 그놈들이 빼앗은 돈을 도로 찾아서 옥이와 철이에게 돌려주었다. 그 일이 있은후 옥이와 철이의 입에서 건달패거리를 일거에 때려눕힌 《영웅》 한주먹의 이야기를 얻어들은 학급아이들은 모두 그런 《영웅》보호자를 둔 귀녀를 몹시 부러워했다. 어깨가 으쓱해진 귀녀는 한주먹을 청해 애들앞에서 벽돌장을 한주먹에 깨는 표현을 보여주게 했다. 한주먹은 밖에서 귀녀를 자신의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외에는 귀녀의 청을 뭐든지 다 들어주었다. 그리고 한주먹은 귀녀에게 조금이라도 집적거리는 자에 대해선 용서가 없었다. 귀녀가 고급중학교를 나닐 때였다. 한주먹은 하교한 귀녀를 승용차에 태우고 집으로 향했다. 귀녀의 별장식 저택은 교외에 있었다. 차가 금방 교외에 들어섰을 때 귀녀는 차를 세우라고 했다. 집으로 곧장 들어가기 싫었다. 집으로 들어가면 만사통이 또 붙잡고 공부해라고 성가시게 닦달할것이다. 귀녀는 정말로 감옥같은 집이 싫었다. 그래서 귀녀는 차에서 내려서 좀 바람이나 쏘이다가 들어가자고 했다. 벌써 해가 서산마루에 꼴깍 넘어가려고 얼굴을 절반나마 감추고있었다. 차에서 내린 귀녀는 길옆 둔덕에 올라서서 두 팔을 벌리고 곱게 불타는 석양빛을 바라보았다. 옥수수대가 우수수 설레며 선들선들한 가을바람이 불어온다. 귀녀는 심호흡을 하며 시원한 바람을 마음껏 들이마셨다. 귀녀야, 빨리 들어가자. 사장님에게 곧 들어간다고 전화했는데 늦었다간 욕먹을라! 한주먹이 아래에서 재촉했다. 귀녀는 석양에 곱게 물든 하늘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좀 더 놀자요! 오빠도 올라와 구경하세요. 너무 멋져요! 사장님이 욕할텐데…귀녀야, 너 어디도 가지말고 거기서 기다려라. 내 저 쪽에 가서 일 좀 보고 와야겠다. 어디도 가지 말고 거기 있어야 한다! 알았어요! 귀녀는 황홀한 석양빛에 도취되여 얼굴도 돌리지 않고 대답했다. 한주먹은 소변보러 옥수수밭 쪽으로 달려갔다. 귀녀는 혼자서 빨갛게 타오르는 석양빛을 감상하고있었다. 그때 귀녀의 시선에 자전거대오가 잡혀왔다. 4명의 청년이 탄 자전거는 점점 귀녀 쪽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자전거대오는 귀녀의 발아래까지 다가와서 갑자기 멈춰섰다. 그리고 자전거에서 내린 청년들은 넋을 잃고 귀녀를 쳐다보았다. 와, 글래머 팔등신 미녀다!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야! 저런 절세가인을 한번만 맛볼수 있다면 당장 감옥에 가도 좋아! 그래, 래일 감옥에 가더라도 오늘 저 아가씨랑 놀아보자! 마른침을 꼴깍 삼키던 패거리중에서 한자가 언덕으로 뛰여올라 귀녀한테로 다가오며 지껄였다. 어이, 아가씨 나랑 친하자! 귀녀는 놀라고 긴장했지만 한주먹이 있기에 두렵지 않았다. 귀녀는 주위를 살펴보았다. 그런데 한주먹이 보이지 않았다. 언덕으로 올라온 자는 귀녀를 끌고 아래로 내려갔다. 다른 자들도 기다렸다는듯이 서로 귀녀를 안아보려고 날쳐댔다. 그제야 귀녀는 사지를 떨면서 소리쳤다. 한주먹오빠! 한주먹오빠! 마침 일을 다 보고 옥수수밭에서 나오던 한주먹은 귀녀의 부름소리를 듣고 쏜살같이 달려왔다. 그는 어중이떠중이패거리들이 귀녀를 희롱하는것을 보고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곧장 그들한테 다가가서 호령했다. 이 새끼들아! 당장 손을 떼라! 4명의 건달패거리들은 자기들보다 키가 작은 한주먹이 혼자서 호통치자 얕잡아보고 소리쳤다. 아, 이 간 큰 놈 봐라. 어디라고 감히 어른들한테 덤벼드는거야! 살기가 싫어졌나 보다. 그러잖아도 요즘 주먹이 근질거리던 참인데 저놈부터 늘씬하게 패주고 보자! 두 놈이 먼저 주먹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들은 한주먹의 적수가 아니였다. 한주먹은 삽시간에 4명의 건달들을 모두 때려눕혔다. 그리고 한주먹은 귀녀한테 다가와 관심조로 물었다. 어디 다친데 없어? 아니. 없어요. 귀녀야, 미안하다. 네가 몹시 놀랐겠구나! 괜찮아요. 내가 자리를 떴기에 네가 하마터면 욕을 볼번했구나. 다음부턴 내가 네곁을 한시도 떠나지 않겠다. 감사해요. 오빠! 오빠가 있기에 난 아무일도 없었잖아요. 이 일이 있은후 귀녀는 한주먹을 더 좋아하게 되였다. 그녀는 한주먹에게서 녀자호신술을 배우기도 했다. 하지만 주먹을 마구 휘두르는 한주먹때문에 다툰적도 있었다. 고3일 때 철이가 귀녀에게 사랑을 고백했다. 귀녀는 옥이가 오래전부터 몰래 철이를 좋아한다는것을 알고있었다. 귀녀는 아직은 련애를 하고싶지 않았고 또 철이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옥이가 철이를 좋아하고있기 때문만이 아니라 마음에 누구도 받아들이고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철이는 집요했다. 하교할 때 학교대문을 나서는 귀녀의 손을 잡아끌며 데이트를 하자고 졸라댔다. 그런데 이 장면을 학교대문어구에서 귀녀가 하교하기를 기다리고있던 한주먹이 목격하게 되였다. 한주먹은 다짜고짜로 달려가서 철이를 반죽음이 되도록 때려주고 나서 으름장을 놓았다. 야, 이 새끼야! 네가 이후 다시 한번 귀녀에게 집적거렸다간 없을 줄 알아라. 내가 귀녀와 련애하는데는 어쨌다는 말이요. 철이는 그래도 입은 살아서 주먹으로 코피를 닦으며 대답질했다. 이 새끼야! 네가 다른 녀자애들이랑 련애한다면 난 상관하지 않는다. 하지만 귀녀하고만은 련애해선 안된다! 절대 안된단 말이다! 네 새끼가 이후에 귀녀의 손을 다시 한번 잡았다간 네 놈의 손모가지를 끊어놓을 줄 알아라! 그리고 다시 한번 입으로 귀녀와 집적거리는 말을 한마디로도 번지기만 하면 네 놈의 혀바닥을 잘라버릴테다! 난 당신을 영웅호걸로 알고 숭배했는데 오늘 보니…당신 깡패요? 뭐요? 법제국가에서 누굴 위협하는거요? 야, 이 새끼야, 난 깡패보다도 더 무서운 사람이다. 귀녀는 내 친동생이나 다름없다. 난 귀녀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감옥도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리고 다시 한번 경고하지만 난 말하면 말한대로 하는 사람이다. 네 새끼가 혀바닥이나 손모가지가 잘려나가지 않겠으면 귀녀를 멀리해라! 그후 철이는 정말로 겁을 먹었는지 귀녀한테 더 집적거리지 않았다. 하지만 한주먹이 철이를 때리던 그날 귀녀는 한주먹과 한바탕 다투었다. 왜 철이를 때려요? 철이에게 무슨 잘못이 있다고 매를 대요? 그 새끼가 감히 네 손목을 잡았잖아. 널 건드리는 자는 누구든 가만두지 않겠어! 그앤 날 무례하게 대하지도 않았어요. 그저 데이트하자고 손목한번 잡은것 뿐이예요. 난 련애할 자유도 없나요? 사장님이 말했잖아? 넌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련애해선 안된다구. 난 대학 안 가요! 내가 련애하든 뭐든 모두 내 자유니깐 오빠는 상관하지 말아요! 난 끝까지 상관할꺼다! 네 안전을 책임지는건 내 직책이니까. 이후 어떤 놈이든 네 털끝 하나 건드리면 가만두지 않을테다! 이건 사장님의 분부이기도 하다. 오빤 왜 이래요? 난 아빠도 밉고 오빠도 미워요. 미워! 앵돌아진 귀녀는 한동안 한주먹과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 반감이 생긴 귀녀는 정말로 아무 남자애하고나 련애하고싶었다. 아니, 련애하는것처럼 흉내라도 내보이고싶었다. 하지만 그랬다간 그 남자애가 철이처럼 한주먹의 주먹세례를 받을까봐 그런 생각을 일단 접어두었다. 귀녀는 정말로 아빠나 한주먹이 자신의 일에 지나치게 간섭하는게 리해되지 않았다. 귀녀가 한주먹과 말을 다시 하게 된것은 그로부터 2주일후였다. 그날 하교하여 차가 교외에 들어섰을 때는 해가 지고 어둑어둑할 때였다. 헤드라이트불빛에 앞에 누군가 쓰러져 있는 사람이 보여서 한주먹은 브레이크를 밟으며 차를 급정거했다. 한주먹과 귀녀가 차에서 내려 웬일인가 살피려는데 쓰러져있던 자가 벌떡 일어났고 난데없는 몽둥이를 든 괴한들이 10여명이나 나타나서 그들을 에워쌌다. 모두가 복면강도였다. 후에 안 일이지만 이자들은 귀녀네가 부자집이란 정보를 입수하고 귀녀를 랍치하려고 며칠간의 정찰을 거쳐 귀녀가 제일 늦게 하교하는 기회에 행동했던것이다. 한자가 학교대문어구에서 기다리고있다가 귀녀가 하교하는것을 보고 전화로 알리고 다른 14명의 강도가 교외에서 준비하고있다가 덮쳤던것이다. 귀녀는 온몸이 오싹하여 뒤걸음치고 한주먹이 예리한 눈길로 그자들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너희들은 웬 놈들이냐? 무슨 목적으로 우리 앞을 가로막는거냐? 으하하! 하하! 넌 이 아가씨를 우리한테 맡겨놓고 집에 가서 현금 100만원을 준비해 놓고있거라! 이 새끼들아! 너희들이 내 동생을 랍치하려구? 어림도 없다! 흥! 네 놈이 주먹 좀 쓴다는걸 알고있다. 하지만 네 놈이 혼자서 우릴 당할 줄 아느냐? 자, 형제들, 저 놈을 족쳐라! 강도들이 일제히 몽둥이를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한주먹은 귀녀를 보호하면서 강도들과 맞서 싸웠다. 한주먹은 비발치는 몽둥이속에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며 날아오는 몽둥이를 피했다. 그러다가 한 놈의 몽둥이를 빼앗는 순간 다른 놈의 몽둥이에 어깨를 얻어맞았다. 그는 통증도 느낄 겨를이 없었다. 그는 즉시 몽둥이를 휘두르며 반격했다. 강도들은 무협영화에 나오는 리련걸을 만난듯 어안이 벙벙하여 자기들이 어떻게 몽둥이에 맞아 쓰러졌는지도 몰랐다. 삽시간에 12명의 강도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사태가 글러지자 마지막 남은 2명의 강도가 귀녀를 붙잡고 비수로 위협했다. 야, 임마! 너 어서 몽둥이를 놓고 꿇어앉아라! 그렇지 않으면 이 아가씨를 죽여버릴테다! 한주먹은 강도가 비수를 귀녀의 목에 대고 위협하자 즉시 몽둥이를 놓고 꿇어앉았다. 제발 내 동생을 다치지 말아! 너희들이 날 죽일테면 죽여라! 그러나 내 동생한테는 손을 대면 안된다! 으흐흐! 네 놈이 의리는 있구나! 한 강도가 귀녀를 붙잡은 채 그녀의 목에 칼을 대고있고 다른 한 강도가 다가와 몽둥이를 주어들고 한주먹을 사정없이 내리쳤다. 귀녀는 한주먹이 얻어맞는것을 보자 공포가 사라지고 놈들에 대한 증오가 불타올랐다. 그녀는 자기를 붙잡은 자가 한주먹이 얻어맞는것을 구경하면서 경계를 늦추는 순간 한주먹에게서 배운 녀자호신술로 그자의 요해처를 힘껏 걷어찼다. 그리고 비명을 지르는 그자에게 재차 일격을 가해 완전히 쓰러뜨렸다. 그와 함께 쓰러졌던 한주먹이 번개같이 몸을 일으키며 다른 한자를 쓰러뜨렸다. 그리고 자기도 쓰러졌다.… 입원했던 한주먹이 정신차리자 곁에서 지키고있던 귀녀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한주먹오빠, 정신차렸군요! 귀녀야, 넌 다친데 없냐? 전 괜찮아요. 오빤 나 때문에 하마터면… 허허, 넌 내 친동생과 같은데 난 널 위해선 목슴까지 바칠수 있어. 그 말에 귀녀는 가슴에 찡한 감동을 받았다. 자신의 자유를 제한하는 한주먹이지만 자신에겐 또 절대 충성하는 한주먹이 아닌가. 귀녀는 아버지의 분부에 절대 복종하는 한주먹이 미웠지만 한주먹에게도 무슨 말못할 고충이 있을거라고 생각되였다. 그때로부터 귀녀는 한주먹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신상에 대해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 한주먹은 버림받은 아이인데 어릴 때부터 무술을 배웠다고했다. 워낙 말수가 적은 한주먹은 자신의 과게에 대해 물으면 간단하게 한마디 말로 난 친부모가 누구인지도 몰라. 어릴 때부터 한 스승에게서 무술을 배웠지. 하고 말할 뿐이다. 귀녀는 그럴수록 한주먹의 과거에 대해 몹시 궁금했다. 오빤 고아원에서 자랐어요? 학교는 어디까지 다녔어요? 난 버림받은 아이야. 생모는 날 싸서 버린 포대기에 내가 조선족이라는것과 출생일을 적어놓았을 뿐이야. 아이없는 부부가 날 입양했는데 불행하게도 그들은 내가 어릴 때 선후로 사망했어. 7살때부터 난 산재지구에서 빌어먹으며 살았어. 그러다가 스승을 만났는데 그는 나를 양자로 삼고 무술을 가르쳤어. 그리고 학교에도 다니게 했어. 내가 중학교에 갓 들어갔을 때 스승이 교통사고로 돌아갔어. 난 또다시 의지가지 없는 고아로 되였지. 그후엔? 한주먹은 그후의 일에 대해선 더 이야기하지 않았다. 귀녀가 아무리 따져 물어도 입을 열지 않았다. 한주먹오빠가 어떻게 되여 우리 집에 오게 되였을까? 그에겐 꼭 가슴아픈 사연이 있을거야. 정말 불쌍한 사람이구나. 한주먹은 미우면서도 동정되고 또 호감이 가는 면도 있었지만 만사통은 어쩐지 밉기만 했다. 만사통은 세상에 모르는것이 없을 정도로 아는것이 많았지만 신경질 또한 많았다. 하교하여 집에 돌아오면 꼼짝달싹 못하게 붙잡고 공부시키는것만도 얄미운데 조금만 정신을 딴데 팔아도 욕설을 퍼붓는 왜가리소리가 몹시 귀에 거슬렸다. 귀녀는 커가면서 만사통이 로처녀여서 신경질이 많은것이 아닐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한번 아버지와 그분이 주고받는 대화를 엿듣고 귀녀는 만사통이 첫사랑에서 실패한 이후로 마음의 문을 꽁꽁 닫고 여태껏 로처녀로 시집도 가지 않고있다는걸 알았다. 귀녀는 언제부터였는지 만사통이 아버지를 좋아하고있다는걸 눈치챘다. 대학시험에서 락방된후 귀녀는 컴퓨터를 배우면서 만사통이 메일 편지함을 열때 몰래 비밀번호를 기억했다. 그리고 한밤중에 몰래 만사통의 편지함을 열어보았다. 편지함에는 만사통이 자기절로 자기한테 보낸 편지가 그득했다. 대부분이 아버지에 대한 사모의 마음을 토로한 편지였다. 세상에 모르는것이 없다고 만사통이라 불리는 넌 남녀간의 감정문제에선 정말 바보인가봐. 첫사랑에 실패하고 또 자신한테 곁눈 한번 팔지 않는 사람때문에 매일매일 밤잠도 설치고 밥맛도 잃어가다니. 첫사랑을 할 때처럼 그 사람을 뜨겁게 뜨겁게 사랑하면서 그 사람앞에서 당신을 사랑합니다! 당신을 위해서라면 이 심장을 꺼내 바칠수도 있습니다! 하고 고백하는 꿈까지 꾸다니. 그 사람이 고인이 된 부인만 마음에 꼭 새겨두고 잊지 못하고있다는것을 알면서도 그 사람의 부인이 되고싶어 미칠지경이 되다니! 넌 정말 바보야. 그 사람은 그저 네가 가르치는 학생의 아빠일뿐인데, 그 사람이 널 마음에 두지도 않고있는데 혼자서 짝사랑에 빠져 헤여나오지 못하고있다니. 그리고 그 사람을 사랑하면서 그 사람의 딸에겐 신경질만 쓰고 욕설만 퍼붓다니. 넌 기실 그앨 미워하지 않는데도 그 아일 가르치면서 왜 자꾸 신경질이 나는지 너로서도 모르겠지. 하지만 그 아이 방에 가서 그 아이가 자는 모습을 몰래 훔쳐보면서 너는 그 아이가 네 딸처럼 착각되기도 했지. 요 귀여운 내 딸아! 날 한번만 엄마라고 불러주렴. 하고 속으로 중얼거리기도 했지. 아, 너는 정말 바보중의 바보야…이런 내용의 편지가 수십통이나 되였다. 귀녀는 만사통이 측은하게 생각되였다. 워낙 이 신경질 많은 로처녀의 가슴에도 뜨거운 사랑이 있었구나.   
4    새되여 나는 처녀 (3) 댓글:  조회:2779  추천:0  2013-10-29
중편소설 새되여 나는 처녀 김희수   3. 아버지와 그분     화내지 마세요, 아버지… 락서한 《반성문》을 내흔들며 날벼락을 내리려는 아버지앞에서 귀녀는 선손을 썼다. 이제부터 도망치지 않겠어요. 그리고 아버지 말씀대로 영어랑 컴퓨터랑 착실히 배우겠어요! 그렇게 새로운 결심을 다지는 귀녀의 표정은 진지했다. 여태껏 귀녀는 아버지, 만사통, 한주먹에게 맘속으로 항의해 왔고 반역해 왔던것이다. 학급에서 줄곧 첫손에 꼽히던 귀녀의 학습성적이 만사통과 한주먹이 오면서부터 점점 내려가기 시작했는데 초중에 올라가선 중등에 머물렀고 고중에 진학해선 말등으로 하강선을 그었다. 만사통이 틀어쥘수록 귀녀는 공부에 점점 흥미를 잃어갔다. 아예 일부러 공부를 하려고 들지 않았다. 만사통이 시키는 공부엔 기계적으로 대처했고 학교에선 수업시간에 남몰래 《서유기》를 읽으며 손오공처럼 구름을 타고 자유롭게 하늘로 날아다니는 환상에 잠기곤 했다. 귀녀는 락서한 《반성문》을 만사통에게 넘겨주면서 문뜩 이러한 반항이 너무나 무력하고 또 자신에게 아무런 리득도 없다는것을 느꼈다. 동시에 이 《감옥》에서 완전히 뛰쳐나가는 유일한 길은 자립의 길이라는 도리를 번개같이 깨달았다. 어서 마음을 고쳐먹고 영어도 배우고 컴퓨터도 익혀 직업을 찾자. 그러면 아무도 간섭하는 사람이 없을것이다. 손오공처럼 자유롭게 하늘을 날수 있을것이다. 그래. 그래! 귀녀의 전변에 처음엔 어리둥절해하던 아버지가 빙그레 웃으며 귀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귀녀는 아버지의 웃음에 놀랐다. 어머니가 돌아간후로 아버지의 얼굴엔 웃음이 사라졌었다. 그분이 올 때마다 한두번씩 웃는 때도 있었지만 그건 마음속으로 탁 터뜨리는 진짜 웃음이 아니였다. 그 웃음이 사라지는것과 동시에 자애롭던 아버지의 용안은 엄한 모습으로 변해버렸다. 귀녀가 《감옥》이라고 생각하는 이 집은 웃음이 없는 집이였다. 아버지뿐만아니라 만사통과 한주먹도 웃을줄을 몰랐다. 언제나 신경질적인 만사통은 좀체로 웃는법이 없었다. 그런데 아버지앞에서만은 례외였다. 이상하게도 만사통은 아버지를 대할 때마다 씽긋 웃는다. 제딴에는 달콤하게 웃느라 포즈를 취했겠지만 귀녀가 보기엔 어쩐지 바보스럽다. 그 웃음을 받는 아버지의 태도가 언제나 무감각한것도 모르고… 한주먹은 더구나 웃음을 몰랐다. 언제나 무뚝뚝한 한주먹의 얼굴에서 웃음을 찾는다는것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할가. 아무튼 한주먹이 웃는것을 귀녀는 한번도 보지 못했다. 웃음이 없는 이 집은 《감옥》냄새를 더욱 짙게했다. 웃음이 그리웠던 귀녀는 집안에서 가끔 홀로 거울을 마주하고 호호 웃어도 보고 바깥출입을 할 때면 일부러 한주먹앞에서 깔깔 웃어대기도 했다. 오래간만에 보는 아버지의 웃음, 그 웃음을 다시 한번 더 보고싶었지만 가석하게도 그 웃음은 너무나 짧은 순간에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그대신 귀녀의 어깨에 놓인 아버지의 손길은 뜨거웠다. 그것은 아버지의 애정의 표시였다. 귀녀는 오래간만에 부성애를 느끼면서 가슴이 뜨거워진다. 너무나 일찍 어머니를 잃은 귀녀는 모성애를 잘 모르고 자랐다. 귀녀가 다섯살이 되였을 때 어머니가 간암으로 돌아갔다. 어머니가 어떻게 생겼던지 귀녀는 별로 기억에 없다. 어머니의 사진을 보고 어머닌 절세가인이였고 자신은 어머니를 똑 닮았다는것을 알았다. 하지만 어머니의 목소리만은 기억에 생생했다. 귀녀야, 혹은 여보 하는 어머니의 목소리는 언제나 졸졸 흐르는 시내물처럼 온화하고 부드러웠다. 어머니는 종래로 큰소리칠줄도 몰랐고 성낼줄도 몰랐다. 집에서나 직장에서나 소곤소곤 이야기했고 행동거지는 언제나 조용조용했다. 심지어 사발 씻을 때마저 그릇 부딪치는 소리 한번 내지 않았다. 그렇게 조용했던 어머니는 갈 때에도 앓음소리 한번 내지 않고 조용히 떠나갔다. 처가집 말뚝에도 절할만큼 소문난 애처가였던 아버지에게 어머니의 죽음은 너무나도 큰 타격이였다. 의기소침하여 날마다 한숨으로 나날을 보내다나니 회사도 제대로 돌보지 못하게 되였다. 한해 두해 지나면서 회사는 빚을 잔뜩 걸머지게 되였다. 그런 와중에도 엄마를 부르며 울어대는 무남독녀 천금보배딸을 달래느라 아버지는 기진맥진했다. 그때부터 담배와는 인연이 없던 아버지가 기침을 캑캑하면서도 입에 줄담배를 물고있는것을 귀녀는 보았다. 아버지는 회사에 나가선 빚쟁이들에게 시달렸고 집에 돌아와선 엄마를 찾는 보배딸의 어머니노릇까지 하느라 진땀을 뺐다. 마침내 빚쟁이들은 집에까지 들이닥쳐 집을 내놓으라고 닥달질했다. 당장 밖에 나앉을 신세가 되였다. 그때 하늘에서 내려온듯 구세주처럼 아버지 앞에 나타난 이가 바로 그분이였다. 어느날 아버지는 싱글벙글 웃으며 집으로 돌아왔다. 밥술도 드는둥 마는둥 하던 아버지가 저녁밥을 두그릇째 비우고나서 귀녀를 안아 공중에 번쩍 들어올렸다. 귀녀야, 이젠 살았다. 아버진 이젠 살았단 말이다. 허허허! 아이참, 아버진 언제 죽었어요? . 에끼, 요것아! 아버지 회사가 이젠 살았단 말이다. 그럼 이젠 집을 뺏기지 않게 됐어요? 귀녀가 제일 관심하는건 아버지의 회사보다도 집이였다. 아버지는 빙그레 웃으며 귀녀를 안고 빙빙 돌았다. 그래. 회사도 안 망하고 집도 안 뺏기게 됐다. 하하하! 귀녀는 어머니가 세상뜬후로 아버지가 그렇게 기뻐하는것을 처음 보았다. 오늘이 무슨 날이길래 이렇게 기쁘지? 어디 력서나 보자. 귀녀를 안고 달력을 살펴보던 아버지가 갑자기 귀녀의 엉덩이를 탁 쳤다. 아차! 깜빡 잊을번했구나. 래일은 우리 보배딸의 생일이구나! 아버지는 귀녀를 번쩍 안아올리며 귀녀의 볼에 뻑 소리나게 뽀뽀를 해주었다. 아버지는 이 몇해째 네 생일도 잊고 살았구나. 래일이면 넌 아홉살이 되지. 마침 래일 그분이 우리집에 오게 되는데 한상 푸짐하게 차려놓고 그분을 맞이해야지! 그분이란 누군가요? 그분은 아버지의 옛친구인데 아버지에겐 예수나 석가모니같은 구세주이지. 이튿날 아버지는 회사의 몇몇 아줌마들을 청해 귀녀의 생일상을 차리게 했다. 그리고 그분을 모시러 간다고 나갔던 아버진 점심때가 거의 되여서 키 크고 의젓하게 생긴 30대중반의 신사분을 모시고 와서 귀녀에게 인사시켰다. 귀녀야, 인사해라. 이분이 바로 아버지의 옛친구라고 하던 그분이시다! 안녕하세요? 큰아버지! 귀녀는 아버지보다 키가 더 큰 그분을 큰아버지라고 불렀다. 그분은 자애롭게 웃으며 귀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허허, 아저씨라고 불러라. 난 너의 아버지보다 한살 아래니까. 아저씨! 오, 그래. 그래. 정말 예쁘게 생긴 애구나! 너의 생일을 축하한다! 그분은 깜찍한 손목시계를 선물로 안겨주며 무릎을 꺾고 귀녀의 이마에 살짝 입을 맞춰주었다. 귀녀는 생일축하해요란 노래소리속에서 생일케이크의 초불을 불어껐다. 귀녀의 집엔 오래간만에 웃음과 노래가 차고넘쳤다. 귀녀야, 넌 내가 본 애들중에서 제일 예쁘게 생긴 아이구나! 거나하게 취한 그분이 귀녀의 손목을 잡고 말했다. 나와 너의 아버진 생사를 함께 해온 옛친구란다. 너의 아버진 나의 생명의 은인이란다. 너의 아버지가 아니였다면 난… 아버지와 그분은 죽마고우였다. 아래웃집에서 술래잡이도 함께 하고 딱지치기도 함께 하면서 자랐다. 강변마을에서 자란 아버지와 그분은 여름에는 헤엄재주를 자랑했고 겨울엔 썰매타기에 열을 올렸다. 그분은 외다리썰매타기에서는 아버지보다 훨씬 더 빨랐으나 헤엄에선 늘 아버지에게 뒤지였다. 어느해 여름, 20m쯤 앞서 강물을 헤엄쳐나가던 아버지가 갑자기 사람 살려요! 하는 소리에 뒤돌아보니 그분이 허우적거리며 구원을 청하는것이였다. 그분은 갑자기 다리에 경련이 일며 깊은 물속에 잠겨들었다. 아버지는 치체없이 그분의 머리가 떴다가라앉았다하는 방향으로 헤엄쳐나갔다. 그런데 그리로 다가갔을 때는 그분의 머리가 더는 보이지 않았다. 몇번이나 물속을 더듬었으나 그분을 찾을수 없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단념하지 않고 계속 물속을 더듬어갔다…이윽고 그분을 안고 강가로 나왔을 때는 기진맥진한 아버지도 쓰러졌다. 다행히 마을 사람들이 발견하고 두 아이를 구해냈다. 이런 일도 있었지. 그분은 추억을 더듬으며 계속 이야기했다. 한번은 우리 마을 애들과 건너 마을 애들이 무리싸움을 하게 되였지. 그때 행동대장이였던 나는 선봉이 되여 비발치는 몽둥이세례 속으로 돌진했단다. 그러다가 상대방쪽에서 찌르는 칼에 가슴을 상했단다. 상대방이 재차 찌르려는 순간 너의 아버지가 번개같이 나의 앞을 막아섰단다…결국 나와 너의 아버지는 모두 병원신세와 파출소신세를 지게 되였지. 이렇게 나는 너의 아버지가 구해주었기에 두번이나 죽음에서 구원되였단다. 그러다가 그분은 전근하는 그분의 아버지를 따라 멀리 떠나게 되였고 그후 그분의 아버지가 죽고 그분이 출국하게 되면서 아버지와의 련계가 끊어지게 되였다. 어느날 갑자기 미국에 계신 그분의 할아버지가 사망했다는 비보가 날아왔고 얼마후 그분은 태평양을 건너가서 할아버지의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았다. 그리하여 그분은 귀국하여 남방의 어느 해변도시에 큰 회사를 일떠세웠고 요즘 연변에 나와 아버지의 행방을 수소문하던중 기적같이 어제 아버지와 다시 상봉하게 된것이다. 그날밤, 아버지와 그분은 날새도록 무슨 이야긴가 끝없이 주고받았다. 얼마후 그분의 경제적 후원을 받아 아버지의 회사는 다시 부활하였다. 그분은 해마다 한번씩 귀녀의 생일에 찾아와서 선물을 안겨주곤 했다. 처음엔 책보나 옷따위 가벼운 선물을 안겨주던 그분이 귀녀의 16세 생일에는 전국에서도 다섯손가락안에 꼽힌다는 저명한 미술가선생을 모시고 와서 실물크기와 똑같은 귀녀의 전신상을 그리게 했다. 숱한 미인들이 저의 모델을 섰지만 이렇게 예쁘게 생긴 녀자앤 여태껏 처음 봅네다. 실로 천년에 한번 날가말가한 절세가인이웨다! 귀녀의 미태를 바라보며 화가선생은 찬탄을 금치 못했고 아버지와 그분의 얼굴에도 자랑스런 미소가 떠올랐다. 그날 화상을 침실에 걸어놓고 바라보던 귀녀는 처음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에 매혹되였다. 그해 귀녀네는 그분의 덕분으로 축구장 두개의 크기만한 정원이 있는 호화로운 3층저택으로 이사했다. 그후 그분은 귀녀의 생일에 오토바이, 승용차, 피아노, 컴퓨터 등을 선물했는데 모두 고급, 호화, 명표였다. 아버지는 늘 그분의 은혜에 송그스러워했고 감격했다. 그러면서 귀녀에게 그분의 은혜를 잊지 말고 공부를 잘 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타일렀다. 비록 한해에 한번씩밖에 만나지 못하는 그분이였지만 귀녀의 심목중에 그분은 언제나 자애롭고 인자한 분이였다. 어버이같은 미소로 귀녀의 어깨를 다독여주는 그분의 손길은 봄날의 태양처럼 따스했다. 그분의 자애로운 미소를 대할 때면 귀녀는 그분이 진짜 아버지인듯한 착각에 빠지곤 했다. 너무나 일찍 어머니를 잃은 귀녀에게 아버지는 전부의 믿음이였다. 어머니가 생전일 때 아버지는 출퇴근할 때마다 꼭꼭 어머니한테 키스하곤 했다. 그리고 곁에서 눈이 동그래서 지켜보는 귀녀에게 뻑 소리나게 뽀뽀해주는것도 잊지 않았다. 그런데 그분이 나타나면서부터 아버지는 귀녀에게 뽀뽀를 해주지 않았다. 어머니노릇과 아버지노릇을 함께 해오던 아버지한테서 자애로운 어머니의 모습이 사라지고 엄한 아버지의 의무만이 남은것 같았다. 얘야, 그분이 너한테 컴퓨터까지 사주었는데 잘 배워야 하지 않겠느냐. 만사통선생님을 애먹이지 말고 고부고분 잘 배우거라. 아버지의 따뜻한 손이 귀녀의 어깨를 다독인다. 오래간만에 《모성애》를 느끼며 귀녀는 가슴이 뭉클해졌다. 당장 아버지의 품에 안겨 막 어리광을 부리고싶었고 어릴 때 경험했던 수염에 찔리는 얼얼한 뽀뽀를 받아보고싶었다. 하지만 아버진 이내 손을 걷어들이고 거실로 들어간다. 순간 귀녀는 억울함과 안타까움이 뒤범벅이 되면서 저도몰래 눈물이 샘솟는다. 아버지! 속으로 아버지를 부르는 순간 그분의 얼굴이 불쑥 떠오른다. 이마에 살짝 키스를 해주던 자애로운 그분의 얼굴이 아버지의 뒤모습을 지우며 또렷이 떠오른다. 귀녀, 빨리 와서 공부해요! 그때 짜증 섞이고 신경질적인 째지는듯한 왜가리소리가 들려온다.    
3    새되여 나는 처녀 (2) 댓글:  조회:2872  추천:0  2013-10-29
중편소설  새되여 나는 처녀 (2) 김희수   2. 괴상한 반성문     백지우에 《반성문》이란 세글자를 커다랗게 써놓고 귀녀는 머리를 들어 커튼을 반쯤 드린 창문쪽을 바라본다. 창밖의 손바닥만한 하늘엔 송이송이 흰 구름이 피여있다. 나비같은 예쁜 구름이 창가에 매달렸다가 잠깐사이에 귀녀의 시선을 벗어난다. 오늘 창밖의 하늘은 참 멋질거야. 귀녀는 그 《예쁜 나비》를 시선에 꼭 잡아두지 못하는것이 못내 안타까웠다. 나비뿐이 아닐것이다. 창밖의 하늘엔 잠자리, 갈매기, 코끼리, 원숭이…별의별 애물단지들이 다 있을것이다. 쓰라는 글은 쓰지 않고 어디다 정신을 팔아요? 왜가리소리에 펄쩍 놀라 머리를 되돌리니 《만사통》이 안경너머로 눈살이 꼿꼿해서 쏘아보고있었다. 귀녀는 그 목소리가 듣기 싫었고 그 눈길이 보기 싫었다. 녀간수! 귀녀는 반성문 첫줄에 녀간수란 세글자를 쓰고 감탄표를 찍었다. 언제부터인지 귀녀는 자기가 살고있는 3층저택이 감옥으로 느껴졌다. 정원을 둘러싼 높은 담장, 꼭 닫긴 철대문…이 《감방》에 갇힌 귀녀자신은 《죄수》이고 언제나 꽥꽥 왜가리소리로 귀녀를 책상에 꼼짝달싹 못하게 얽매여 놓는 만사통은 명실공히 《녀간수》이다. 처음부터 귀녀는 만사통이 싫었다. 학교에 선생님이 있으면 됐지 왜 집에 또 선생님이 있어야 하나요? 전 싫어요! 10년전 귀녀는 그렇게 아버지한테 항의했다. 그러나 아버진 싫긴 왜 싫어! 하고 단마디로 그 항의를 눌러버렸다. 오늘부터 난 귀녀의 선생님이예요. 이제부터 귀녀는 선생님의 말씀을 잘 들어야 해요. 알겠어요? 10녀전 귀녀를 앉혀놓고 하는 만사통의 첫 훈시였다. 이제부터 귀년 학교에서 돌아오면 이 선생님한테서 배워야 해요! 아지미가 안 배워줘도 돼요. 학교선생님이 다 배워주는데 뭘요. 아지미가 아니라 선생님이예요. 선생님! 아지미예요. 아지미, 아지미, 아지미! 귀녀는 끝내 만사통을 선생님이라 부르지 않았지만 그때로부터 귀녀의 《감옥》생활은 시작되였다. 학교에서 돌아와 책가방을 벗어놓기 바쁘게 또 책상에 책을 펼쳐놓고 만사통의 가르침을 받아야 했다. 만사통은 손색없는 《녀간수》였다. 조금만 눈길을 딴데 팔아도 왜가리소리, 화장실에 가서 조금만 지체해도 왜가리소리…게다가 꼿꼿이 쏘아보는 송곳눈! 이제부터 공부 시작해볼가요? 이렇게 가르쳐 될가요? 피로해요? 그럼 좀 쉬세요…만사통이 이쯤만 상냥하고 부드럽고 친절했더라면 귀녀는 과외공부에 그다지는 싫증을 느끼지 않았을것이다. 그런데 옥이랑 철이랑 함께 뛰놀고싶어 죽을 지경인 귀녀를 책상에 꼼짝 못하게 붙잡아 놓고 읽어요! 풀어요! 써요! 하는 왜가리소리밖에 없었다. 짜증 섞이고 신경질적인 째지는 왜가리소리… 잡생각 말고 빨리 반성문을 써요! 저쪽 쏘파에 앉아 영문화보를 뒤적거리던 만사통이 또 왜가리소리를 질러댄다. 손은 책을 번지고 눈은 귀녀의 일거일동을 지켜본다. 귀녀는 다시 만년필을 거머쥐였다. 그러나 눈길은 저도몰래 또다시 창밖으로 쏠린다. 귀녀는 남달리 하늘을 좋아한다. 눈 내리는 하늘, 비오는 하늘, 무지개 걸린 하늘, 노을 비낀 하늘, 달밝은 하늘, 별이 총총한 하늘, 구름 핀 하늘…이런 하늘을 바라보면 답답하던 가슴이 열리며 마음이 상쾌해진다. 아까 예쁜 나비같은 구름이 매달렸던 창가에 이번엔 손오공같은 구름이 나타났다. 손오공은 석가여래에게 오행산에 눌리어 꼼짝달싹 못하고있는듯 했다. 그 손오공은 자유를 잃고 조롱속에 갇혀있는 귀녀자신같기도 했고 문밖에 꿇어앉아 벌을 받고있는 한주먹오빠같기도 했다. 감시병…귀녀는 반성문의 두번째 줄에 감시병이란 세글자를 적고 줄임표를 찍는다. 이 감방엔 녀간수가 있고 문밖엔 또 감시병이 있다. 귀녀가 어디로 가면 어디로 따라 가며 그림자처럼 붙어다니며 감시하는 감시병 한주먹은 10년전 녀간수 만사통과 함께 귀녀의 집으로 왔다. 그때 한주먹은 18세의 나어린 총각이였다. 키는 작은 편이였으나 박달나무처럼 단단하고 건장한 몸매에선 사내다운 기품이 드러나고있었다. 한주먹에 대한 첫인상은 만사통처럼 그렇게 나쁘진 않았으나 귀녀는 한주먹을 썩 좋아하지 않았다. 옥이랑 철이랑 함께 학교로 가고싶은데 억지로 오토바이나 승용차에 태워 학교에 데려다주는 한주먹, 하교하여 옥이랑 철이랑 함께 뛰놀고싶은데 다짜고짜로 몰고가는 한주먹이 그때는 정말로 미웠다. 어느새 창밖의 손오공이 사라졌다. 당승을 만나 오행산에서 해방받았을가? 귀녀는 멀고도 험난한 서천길을 떠난 손오공을 따라 가고싶었다. 하지만 벽과 천정이 시선을 가로막아 귀녀는 도무지 손오공을 따라 갈수 없었다. 귀녀는 창밖으로 보이는 손바닥만한 하늘이 싫었다. 밖으로 막 뛰쳐나가고싶었다. 바깥도 역시 《감옥》이지만 그래도 집안 《감옥》보다는 퍽 자유스럽다. 적어도 밖에선 집안보다 넓은 하늘을 볼수 있다. 하늘을 볼수 있다는 그 하나만으로도 당장 뛰쳐나가고싶다. 귀녀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쏜살같이 문을 박차고 뛰쳐나갔다. 문밖에서 무릎을 꿇고 벌을 받고있던 한주먹이 몸을 솟구치며 앞을 막아선다. 또 어딜 가려고? 하늘을 보러가요. 하늘? 웬 얼빠진 소릴…못간다, 못가! 비켜요. 난 하늘을 꼭 봐야해요! 안돼! 널 지켜내지 못했다고 또 날벼락이 내리라고? 가겠으면 함께 가. 꾀부리지 말고. 한주먹은 귀녀를 끌고 벤츠앞으로 간다. 귀녀는 조롱속같이 꽉 막힌 승용차가 싫었다. 언제나 확 트인 오토바이가 좋았다. 귀녀는 한주먹을 뿌리치고 오토바이 쪽으로 걸어간다. 그러자 한주먹이 날렵하게 오토바이에 뛰여올라 시동을 건다. 귀녀는 오토바이 뒤에 훌쩍 뛰여올라 두팔을 벌려 한주먹의 허리를 꼭 끌어안는다. 오토바이는 나는듯이 철대문을 벗어나 거리로 질주한다. 귀녀는 감옥에서 빠져나온듯 기분이 상쾌하여 코노래를 흥얼거린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달리는 자동차의 행렬속을 요리조리 비집으며 오토바이는 쏜살같이 달린다. 귀녀는 한주먹의 바위같은 잔등에 얼굴을 묻는다. 귀녀는 이 《바위》가 좋았다. 바위에 기대여 끝없이 끝없이 자꾸만 가고싶었다. 정말로 멋진 하늘이구나! 한주먹이 구름이 쌩쌩 스쳐지나는 하늘을 바라보며 감탄한다. 그러나 귀녀는 눈 한번 팔지 않고 심드렁하게 대꾸한다. 길바닥만한 하늘이 뭐 볼멋이 있다고 그래요? 길바닥만하다니? 길량쪽에 줄비하게 일떠선 고층건물사이로 보이는 하늘이 그래 길바닥만하지 않아요? 허허참, 그렇다고 보니 정말 그런것 같기도 하다. 난 좁은 하늘이 싫어요. 우리 끝없이 넓디넓은 하늘을 보러 가자요! 그래 우리 하늘을 날아보자! 한주먹이 액셀러레이터를 힘껏 밟는다. 갑자기 오토바이가 헬리콥터처럼 땅을 차고 창공을 날아옌다. 아아! 귀녀는 너무도 기뻐 연신 환성을 지른다. 저 멀리 손오공같은 구름이 떠있다. 저 손오공을 따라 잡아요! 귀녀가 손짓하자 한주먹은 마력을 다내여 《손오공》을 쫓아간다. 손오공의 곁에는 당승도 있고 오정도 있고 저팔계도 있고 백골정도 있다. 손오공이 여의금고봉을 들어 백골정을 친다… 또 창밖에 정신을 팔아요?! 만사통이 무작정 창가로 다가가 커튼 줄을 잡아당긴다. 그러자 손오공도 당승도 오정도 저팔계도 백골정도 가뭇없이 사라진다. 싫어요!!! 귀녀는 반성문의 세번째 줄에 싫어요란 세글자를 쓰고 세개의 느낌표를 찍는다. 감옥이 싫다! 만사통이 싫다! 한주먹이 싫다! 그래서 귀녀는 어제 집을 뛰쳐나갔던것이다. 그런데 한스럽게도 도로 잡혀와 다시 감옥에 갇힌 신세가 되고 말았다. 어제밤 귀녀와 한주먹을 앞에 세워놓고 아버지는 노한 사자마냥 집이 떠나갈듯 줄욕을 퍼부었다. 왜 집을 뛰쳐나갔어? 엉? 뛰쳐나간게 아니예요. 저도 남들처럼 혼자 다녀보고싶었어요. 혼자 다니다가 일이라도 생기면 어떻게 해?! 아무일도 없었잖아요? 어떻게 그냥 일이 생기지 않는다고 장담할수 있느냐? 전 스무살이예요. 얼마든지 저절로 자기를 보호할수 있어요! 닥쳐! 두번 다시 이런 일이 있으면 절대 안된단 말이다! 그리고 너도… 천둥같이 버럭버럭 화를 내던 아버지는 이번에는 한주먹을 닥아세웠다. 넌 도대체 호위를 어떻게 했길래 눈앞에서 귀녀를 놓쳐버린단 말이냐? 엉?! 사장님, 입이 열개라도 할말이 없습니다. 한주먹은 일본놈의 앞에선 한간처럼 부동의 자세로 서있다가 아버지의 훈계에 고개를 푹 숙이고 연신 허리만 굽실거렸다. 귀녀는 그런 한주먹이 얄미웠다. 영웅호걸같은 그 기개는 어디로 가고 저리도 비굴할가? 아버지의 꾸중은 계속되였다. 넌 엄중한 실책을 범했단 말이다! 귀녀의 신상에 털끝만한 일이 생겨도 안된단 말이다! 절대! 이 절대한걸 잊지 말아라! 알겠습니다. 사장님, 앞으로 두번 다시 이런 일이 없도록 명심하겠습니다! 한주먹은 진심으로 뉘우치는 태도였으나 귀녀는 마음속으로 불복이였다. 아버지는 온밤 욕사발을 퍼붓고도 부족하여 아침엔 귀녀에게 반성문을 쓰게하고 만사통더러 귀녀가 반성문을 쓰는걸 감시하게 했다. 그리고 한주먹에게는 문밖에 꿇어앉아 있는 책벌을 내렸다. 반성문을 쓰라지만 잘못이 없는데 무었을 반성한단 말인가? 귀녀는 석줄로 내리 쓴 《반성문》을 바라보며 저도몰래 킥 웃었다. 웃다가 졸음이 몰려와 책상에 엎드렸다. 또 다시 하늘을 보고싶었다. 손바닥만한 하늘, 길바닥만한 하늘은 이젠 싫었다. 끝없이 끝없이 넓고 푸른 하늘의 전경을 보고싶었다. 그런 하늘을 보려면 옥상에 올라가야 한다. 옥상에서 바라보는 하늘이야말로 시원하게 탁 트여있는 정말 하늘이다. 넓디넓고 푸르디푸른 하늘! 귀녀는 그런 하늘을 보고싶었다. 귀녀는 만사통의 눈을 피해 살금살금 빠져나가 옥상으로 올라갔다. 와아! 머리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던 귀녀는 한눈에 안겨오는 멋진 정경에 환성을 질렀다. 온 하늘에 떨기떨기 햇솜같은 흰구름이 멍울멍울 피여있지 않는가! 기화요초같고 기암괴석같고 가지가지 산악같고 온갖 동물같은 천태만상의 선경에 그만 넋을 잃을 지경이였다. 귀녀는 그 구름천지속에서 《손오공》을 찾았다. 여의금고봉을 들고 자유로이 날아다니는 손오공이 마침내 시야에 잡혀왔다. 손오공의 곁에는 이상하게도 당승과 오정, 저팔계대신 아버지와 만사통과 한주먹이 나란히 서있었다. 싫어요! 귀녀가 그렇게 소리치자 손오공이 털 한대를 뽑아 휙- 하고 불었다. 그러자 아버지와 만사통과 한주먹이 하나로 합쳐서 그분의 얼굴로 변했다. 그분이 자애롭게 웃으며 귀녀를 오라고 손짓한다. 귀녀는 그분을 따라가고싶었다. 그러나 그분은 아득한 하늘에 계신다. 날개없는 귀녀는 안타까웠다. 그때 손오공이 구름을 타고 옥상에 내려오더니 귀녀를 태우고 순식간에 하늘로 올라간다. 그분은 지척에 있었다. 그러나 그분을 따라 잡자고 아무리 애를 써도 그분과의 거리는 도무지 줄어들지 않는다. 빨리! 빨리! 손오공을 향해 소리지르던 귀녀는 그만 비틀거리다가 구름에서 떨어져내렸다. 앗! 아… 아이, 한심해라! 대낮에 자면서 잠꼬대까지 하다니?! 깜짝 놀라 깨여나보니 만사통이 왜가리소리로 성화같이 독촉한다. 반성문을 빨리 쓰세요. 벌써 다 썼는데요. 귀녀는 길게 하품을 하며 석자씩 석줄로 쓴 《반성문》을 만사통에게 바친다.    
2    새되여 나는 처녀 (1) 댓글:  조회:3240  추천:1  2013-10-29
중편소설 새되여 나는 처녀 (1) 김희수   1. 탈출     쇼핑을 핑계로 백화청사의 승강기계단을 오르내리며 귀녀는 그림자처럼 따라 다니는 《한주먹》을 떼여버릴 기회만 노리고있었다. 한걸음도 뒤질세라 바싹 따라붙는 《한주먹》을 떼여놓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였다. 존슨의 다리를 가진 그 앞에서 달음박질로 도망친다는건 어림도 없는 일이고 타이슨의 주먹을 가진 그를 완력으로 밀어낸다는것은 더구나 엄두도 못낼 일이였다. 이제 전 어린애가 아니예요. 제발 절 혼자 다니게 놔주세요. 이런 사정도 목석같은 그 앞에선 전혀 먹혀 들어가지 않았다. 귀녀는 영웅호걸이라고 숭배해오던 《한주먹》이 이때처럼 미워본적이 없었다. 이《한주먹》과 《만사통》이 오기전엔 얼마나 자유로웠던가. 마음껏 뛰놀아도 간섭하는 사람이 없었지. 하지만 《한주먹》과 《만사통》이 오면서부터 귀녀는 지금까지 10년동안 조롱속에 갇힌 새로, 고삐 매인 송아지로 되였다. 지긋지긋한 10년이 지나고 귀녀는 고급중학교를 졸업했다. 아버지의 기대엔 어긋났지만 대학시험에서 락방된 귀녀는 날뜻이 기뻤다. 이제부터 해방됐다싶었다.《한주먹》과 《만사통》의 력사적 사명도 끝났으니 그들이 곧 돌아가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였다. 컴퓨터를 몰라선 안된다, 영어를 배워야 한다하며 그냥 귀녀를 조롱속에 가둬둘 심산이였다. 정말 지겨워. 이젠 이 굴레와 고삐를 벗어던져야지! 탈출을 작심한 귀녀는 친구 옥이와 짜고 든 계획대로 아버지한테서 쇼핑을 허락받았다. 한주먹이 직접 운전하는 호화로운 벤츠에 앉아 가면서 귀녀는 머리속에 탈출방안을 다시 한번 검토해 보았다. 빈틈이 없을것 같았다. 승용차에서 내린 귀녀는 백화청사로 바싹 따라오는 한주먹을 곁눈질하며 가슴이 도근도근 뛰기도 했다. 패션진열대에 가서 이옷저옷 입어보며 시기를 기다리는데 마침 건너쪽에서 옥이가 눈짓하는것이 보였다. 귀녀가 고개를 까땍하자 옥이가 인차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한주먹이 등지고있어 옥이를 볼수 없는것이 다행이였다. 오빠, 나 좀 화장실 다녀와야겠어요. 귀녀는 고르던 옷을 놓고 화장실로 사뿐사뿐 걸어갔다. 한주먹이 화장실 출입구까지 따라와 버티고 서있는것을 보며 귀녀는 잰걸음으로 안으로 들어갔다. 옥이가 벌써 와서 기다리고있었다. 계획대로 옥이는 준비해온 가발과 선글라스를 꺼내 놓고있었다. 둘은 재빨리 옷을 바꿔 입었다. 그들은 머리양식이 같고 몸매가 비슷해서 학교때 교복을 입고 나란히 선 뒤모습을 얼핏 보고는 누가 누군지 가리기 힘들었다. 옥이의 옷을 입고 가발을 쓰고 선글라스를 낀 귀녀는 낯선 모습이였고 귀녀의 옷을 입은 옥이는 뒤모습, 옆모습이 귀녀와 너무나 닮았다. 귀녀가 고개를 숙이고 나가자 출입구에서 지키고있던 한주먹은 아무런 반응도 없이 화장실쪽만 응시하고있었다. 귀녀는 부리나케 백화청사를 빠져나왔다. 옥이의 정체를 발견한 한주먹이 곧 쫓아올것 같아 귀녀는 황급히 택시를 잡아탔다. 아가씨, 어디로 모실가요? 저, 아무데나… 네?! 택시기사가 이상하다는듯 힐끗 돌아다본다. 그제야 귀녀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탈출계획을 세울 때 탈출후의 목적지까지 생각지 않았던것이다. 그저 한주먹의 손에 잡힌 고삐를 끊어버리고 자유의 세계를 갖고싶었을뿐이다. 남산까지 실어다 주세요. 귀녀는 얼떨결에 그렇게 말했다. 한주먹으로부터 멀리 빠져 달아나고싶은 심정이 그런 행선지를 생각해냈을것이다. 택시는 어느새 도심을 벗어나 교외에 들어섰다. 포장도로도 끝나고 울퉁불퉁한 흙길이 시작된다. 차가 더 갈수없는 남산아래 발치에서 택시는 멈춰섰다. 택시에서 내린 귀녀는 굴레 벗은 망아지마냥 오솔길로 깡충깡충 뛰여갔다. 만세라도 부르고싶었다. 그토록 갈망하던 자유의 품에 안긴것이다. 자유의 품은 끝없이 넓고 포근했다. 귀녀는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산중턱까지 오른 귀녀는 할래발딱거리며 풀숲에 주저앉았다. 타고 왔던 택시는 어느새 돌아가고 눈에 보이지 않았다. 군데군데 성냥갑을 쌓아놓은듯한 도시가 한눈에 안겨왔다. 여태껏 저 《성냥갑》속에 갇혀 살았다고 생각하니 갑갑하고 지긋지긋했다. 산바람이 살랑살랑 귀뿌리를 어루만지며 지나간다. 주위의 소나무들도 하늘하늘 춤을 춘다. 귀녀는 가슴이 열리며 마음이 상쾌했다. 산아래 가없는 옥야가 파릇파릇 물결치며 흘러간다. 옥야속에 묻힌 오붓한 초가마을이 그림같이 아름답다. 아, 저것이 이 도시교외의 마지막 초가집이란것이겠구나. 귀녀는 마음이 설레였다. 정든 님과 둘이 살짝 살아가는 초가삼간…문뜩 《초가삼간》이란 노래가 떠오르며 가슴이 울렁울렁 설레인다. 노래처럼 저기 저 초가집에서 살고싶다. 정든 님도 필요없이 홀로 자유롭게 밭을 갈며 살고싶다. 귀녀는 천천히 산에서 내렸다. 지금쯤은 한주먹이 귀녀를 찾아 헤맬것이다. 옥이의 정체를 발견한 한주먹이 깜짝 놀라 귀녀는?! 하고 미친듯이 뛰여다니며 찾는 모습이 눈앞에 보이는듯 했다. 귀녀의 호위를 잘못했다고 아버지로부터 벼락이 떨어질것은 뻔했다. 한주먹은 아버지의 명령이라면 절대 복종이였고 또 그 명령을 에누리없이 집행했다. 귀녀는 걸어서 시내에 들어섰다. 한주먹을 만날가봐 골목길에 접어들었다. 지금쯤은 한주먹이 전화로 아버지한테 알렸을지도 모른다. 귀녀의 탈출소식을 접한 아버지의 얼굴표정은 어떤 모습일가? 바다의 폭풍? 하늘의 천둥? 생각만해도 가슴이 떨린다. 와, 세상에! 이렇게 예쁜 아가씬 처음 보는데… 마주오던 세 청년이 감탄을 련발하며 음탕한 눈길로 귀녀를 노려본다. 귀녀는 못본체하고 그냥 지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녀석들은 의도적으로 귀녀의 앞을 막아선다. 우아! 죽인다! 죽여주는 기집이다. 이런 기집 맛보면 죽어도 좋아! 마른침을 꼴깍 삼키는 녀석들, 귀녀의 몸을 노리는 색마의 눈길들…위험한 순간이였지만 이 시각 건달들이 조금도 두렵지 않은게 이상했다. 비록 한주먹에게서 녀자호신술을 배웠다지만 세녀석이 한꺼번에 덮치면 당해낼 자신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녀는 건달들이 조금도 두렵지 않다. 치근거리는 건달들의 그 역겨운 행위마저 너그럽게 용서해주고싶다. 용서할수 없어! 한주먹이 곁에 있었다면 저 세녀석은 눈깜짝할 사이에 피투성이 되여 쓰러졌을것이다. 귀녀를 모욕하는 자에게 한주먹은 조금도 사정이 없었다. 예쁜 아가씨, 우리와 함께 조용한 곳에 가서 놀지 않겠소? 세 녀석이 지나가려는 귀녀의 앞을 막아선다. 이때에야 귀녀는 저으기 긴장했다. 소리쳐 구원을 청할가, 앞선 놈을 쓰러뜨리고 냅다 뛸가? 예쁜 아가씨, 말을 듣지 않으면 우린 억지로라도 아가씰 모시고 갈거요! 녀석들이 징글스럽게 웃으며 당장 덮쳐들 태세다. 그때 마침 두 순라경찰이 이쪽으로 걸어오고있는것이 보였다. 귀녀는 안도의 숨을 내쉬였다. 저 경찰아저씨도 함께 모시고 가는게 어때요? 엉?! 경찰… 깜짝 놀라 뒤돌아보던 녀석들이 에씨, 재수없어! 하고 투덜거리며 꼬리 빳빳이 달아났다. 귀녀는 재빨리 골목을 벗어나 큰길에 들어섰다. 어느덧 해가 서산에 떨어졌으나 귀녀는 갈곳을 몰랐다. 십자로에 멈춰서서 어디로 갈가? 생각을 굴렸다. 친척이나 친구의 집엔 이미 전화련락이 오갔을 테니깐 그리로는 갈수없고…어디로 갈것인가? 엇바뀌는 붉은 신호등과 푸른 신호등을 멍하니 바라보며 궁리하다가 문뜩 떠오르는 얼굴이 있었다. 어버이처럼 자애로운 얼굴! 상냥하고 친절하며 언제나 뜨거운 그분! 그분은 꼭 귀녀가 왔냐? 하며 반겨줄것이다. 그리고 이마에 키스도 해줄것이다. 그분은 해마다 한번씩 찾아올 때면 언제나 영화에서 나오는 서양신사처럼 귀녀의 이마에 살짝 키스를 해주곤했다. 그때마다 귀녀는 행복에 겨워 방긋 웃었다. 그래…그분을 찾아가자. 그런데…귀녀는 여태껏 그분의 주소를 똑똑히 모르고있었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그분은 어느 해변도시에서 엄청나게 큰 회사를 경영하고있다고 했다. 가자. 확실한 주소를 모르면 뭐라나. 가는데까지 가보는거다. 그분을 못 찾아도 별문제다. 난생처음 나홀로 세상을 돌아본다는것만으로도 가슴이 후련할거야. 귀녀는 정거장으로 가서 남방으로 가는 기차표를 끊었다. 출구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마침내 기차가 왔다. 막 검표를 하려는데 누군가 뒤에서 옷을 잡아당긴다. 뒤돌아보니 귀녀의 옷을 그대로 입고있는 옥이였다. 옥이는 풀이 죽어 고개짓으로 저쪽을 가리켰다. 옥이가 가리킨 쪽을 바라본 귀녀는 그만 날아가던 잠자리가 거미줄에 걸린듯 그 자리에 폴싹 주저앉았다. 거기엔 울상이 된 한주먹과 서리발치는 두눈을 뚝 부릅뜬 아버지가 맹수처럼 서있었다.   
1    기황후 원나라 황후가 된 고려녀인 댓글:  조회:12362  추천:1  2013-10-29
기황후 원나라 황후가 된 고려녀인 (번역, 퍼온글 종합)     하지원이 기황후역을 맡은 한국 MBC 새 월화드라마 《기황후》 가 지난 28일에 방영되였다. 방송전 “이 드라마는 고려말, 공녀로 끌려가 원나라의 황후가 된 기황후의 이야기를 모티프로 했으며 일부 가상인물과 허구의 사건을 다루었습니다. 실제 력사와 다름을 밝혀드립니다”라는 자막이 먼저 고지됐다. 실제 력사와는 다르다는 사실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그렇다면 실제 력사상의 기황후는 어떤 인물이였을가? 아래에 간단히 소개하기로 한다.      원나라의 마지막 황제이며 북원의 첫번째 황제인 순제(順帝)의 황후인 기황후(奇皇后)는 고려의 녀인이였다. 기황후의 몽골이름은 올제이 후투그(完者忽都)이다. 파죽지세로 일어나 그 누구도 당할자 없었던 몽골제국의 7차례나 되는 침입에도 고려는 30여년간 꿋꿋이 항거하였지만 결국 몽골대제국앞에 무릎을 꿇고말았다. 고려는 장기간에 걸친 항거덕분에 몽골제국(원세조 구비라이가 수도를 대도(현재 북경)로 옮기고 국호를 원으로 한것이 1271년의 일이다. 이시기에는 몽골제국이였다)이 정복한 다른 지역들과는 달리 완전히 복속되지 않고 자체적인 국호와 정권을 인정받는 독립국가로 남을수 있었다. 그러나 세계강국이였던 원나라의 테두리안에 들어간 100여년동안 고려는 원나라의 조정으로부터 수많은 내정간섭에 시달려야만 했다. 고려의 왕자들은 인질로 원나라에 가야만 했다. 원나라조정에서 고려왕도 마음대로 갈아치웠으며 혼인통교를 앞세워 원나라공주가 고려의 왕비가 되여 들어와 고려정치에 간섭하는 일이 생겼다. 조선반도의 북쪽땅은 원나라의 직접 통치구역이 되였고 원나라의 정복전쟁을 돕는다는 명분하에 수많은 물자와 군사가 략탈에 가깝게 동원되여야만 했다. 그중에서도 원나라는 고려에 공녀라는 매우 야만적인 요구를 해왔다. 공녀란 말그대로 녀자를 공물로 바치는것이다. 원나라의 공녀요구는 80년간 정사에 남아있는것만 50여번에 이르고 왕실이나 귀족이 개인적으로 요구한 일도 허다하였다. 원나라의 공녀요구리유는 유목민족출신인 원나라왕실에 녀자가 부족했기때문이였다. 원나라에는 왕실에서 필요로 하는 녀자외에도 원의 귀족, 고관이 요구하는 녀자도 공급해주어야 했으며 어떤 경우에는 군인집단 등의 혼인을 위해 많은 수의 녀자를 필요로 하기도 하였다. 공녀는 고려전체에 큰 시련을 안겨주었다. 어린 딸을 공녀로 빼앗기지 않기 위해 일찌감치 결혼을 시키는 일이 많아져 조혼의 풍습까지 생겨날 정도였다. 공녀는 하층민에서만 차출하는것이 아니라 원나라왕실의 요구에 상응하는 정도의 신분을 가진 녀자도 필요했기때문에 귀족의 딸들도 례외는 아니였다. 고려에서 간 공녀들은 대개 원나라궁궐의 궁녀나 고관귀족의 처첩이 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거리의 기생으로 팔려가 이국땅에서 슬픈 생애를 살아야만 하기도 했다. 공녀는 그만큼 고려녀인들의 앞날을 가늠할수 없는 치욕이였기때문에 그중에는 공녀로 뽑히면 가지 않기 위해 자살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기황후도 이런 고려공녀중의 한명이였다. 기황후의 본관은 행주이고 아버지는 기자오(奇子敖)이다. 기자오는 문하시랑평장사를 한 기윤숙(奇允肅)의 증손으로서 음보로 관직을 할 정도였으니 그렇게 지체가 변변하지 못한 집안은 아니였다. 기황후는 이 기자오의 막내딸로 태여났다. 우로 오빠가 다섯에 언니가 둘 있었다. 기황후는 공녀로 뽑혀 1333년에 고려출신의 환관이던 고용보(高龙普)의 주선으로 원왕실의 궁녀로 되였다. 당시 원나라왕실에는 고려출신환관들이 많았다. 원나라는 소수의 몽골족이 다수의 한족을 다스리는 나라였기에 한족들이 중앙정부로 진출해 힘을 얻는것을 극도로 막고있었다. 하지만 지배구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식자층이 필요했다. 유목민출신으로 교양을 쌓을 틈이 없던 원나라지배층들은 이런 요구를 고려에서 바친 글을 아는 환관들을 통해서 해결했다. 고용보도 고려에서 원으로 간 환관이였다. 고용보는 조국인 고려에서 온 기황후를 차를 따르는 궁녀자리에 앉히고 황제인 순제의 눈에 띄게 했다. 당시 원나라 황제인 순제는 독특한 리력을 가지고있었다. 어린 시절에 그는 왕실정쟁의 틈바구니에서 고려의 대청도에 1년간 귀양을 간 경험이 있었다. 고려에서 살았던 경험탓이였을가? 순제는 곧 기황후를 총애했다. 당시 원순제의 제1황후이던 타나시리는 기황후를 몹시 질투했다. 타나시리는 기황후에게 수시로 채찍질을 하고 인두로 살을 지지기도 했다고 한다. 기황후가 순제의 총애를 받은지 2년이 되던 1335년에 제1황후 타나시리의 형제들이 순제를 반대하는 모반을 일으켰지만 실패하였다. 이 사건으로 제1황후 타나시리도 반란에 가담하였다는 벌을 받고 죽었다. 순제는 기황후를 황후자리에 올려놓으려고 했지만 실권자이던 메르키트 바얀이 몽골족이 아니면 황후가 될수 없다고 반대하여 결국 이 일은 무산되고말았다. 결국 황후자리는 몽골 옹기라트부족출신의 바얀 후투그(伯颜忽都)에게 돌아갔다. 바얀 후투그는 성격이 매우 어져서 황후가 되였지만 거의 앞에 나서지 않았다고 한다. 한번 황후의 꿈이 좌절되였던 기황후는 그후 1338년에 아들 아이유시리다라(爱猷识理答腊)를 낳고 이듬해에 메르키트 바얀이 실각하자 마침내 제2황후로 책봉되였다. 기황후는 황제의 총애를 배경으로 조정의 실권을 장악하였다. 제1황후는 허수아비황후와 다름없었다. 기황후는 황후직속기관인 휘정원을 자정원으로 개편하여 고용보를 자정원사(资政院使)에 앉히고 왕실재정을 장악하였다. 막대한 왕실재정을 틀어쥐게 된 기황후는 이를 바탕으로 권력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1353년에는 황제를 압박하여 자신의 아들인 아이유시리다라를 황태자의 자리에 오르게 하였고 같은 고향출신인 환관 박불화(朴不花)를 군사책임자인 동지추밀원사(同知枢密院事)로 삼아 군사권도 장악하였다. 기황후가 실권을 장악하면서 원나라에서는 고려의 풍속이 크게 류행되기 시작하였다. 이를 고려양(高丽样)이라고 한다. 고려의 복식과 음식들이 원나라의 고위층들을 중심으로 류행되기 시작했고 명문가에 속하려면 고려녀자를 안해로 맞아야 한다는 생각이 퍼졌다. 한편 기황후가 원나라 정치를 쥐락펴락하게 되자 고려에 남은 그녀의 가족들도 덩달아 득세하기 시작하였다. 원나라에서는 그녀의 아버지 기자오를 영안왕(荣安王)으로, 부인을 왕대부인으로 봉하였으며 선조 3대를 왕의 호로 추존하였다. 또한 기황후의 오빠 기철(奇辙)을 원나라의 참지정사, 기원(奇辕)을 한림학사로 삼자 고려에서도 이들을 덕성부원군, 덕양군에 봉할수밖에 없었다. 기씨집안이 고려를 넘어서 원나라로부터 힘을 얻게 되자 고려조정은 기씨집안의 눈치를 보지 않을수가 없는 형편이 되였다. 문제는 이 기씨집안의 아들들이 원나라의 힘을 고려에 유익하게 쓰기보다는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채우는데 리용했다는데 있었다. 기황후도 가족들을 위해 고려에 대한 내정간섭을 지나치게 했다. 기씨집안의 악행은 결국 고려의 공민왕이 즉위한후 원나라 힘이 약해진 틈을 타 이들을 비밀리에 제거하는것으로 끝이 났다. 이때도 기황후는 공민왕을 제거하고 충선왕의 셋째 아들 덕흥군을 고려왕으로 세우려고 고려를 침공하였으나 이때 이미 원나라의 국세가 기울고 고려가 원나라의 군대를 잘 막아내서 실패로 그쳤다. 물론 고려녀인인 기황후가 원나라의 황후가 되여서 좋은 점도 있었다. 충렬왕때 시작되여 80년간 지속된 공녀징발이 금해진것도 이 시기였고 고려가 원나라의 테두리안에 들어간후 계속 제기되였던 립성론(立省论) 즉 고려의 자주성을 인정하지 않고 원나라의 한개 성으로 만들자는 론의가 사라진것도 이때였다. 원나라는 순제때 문치주의 정치를 펼치면서 문화적으로는 전성기를 맞았다. 그러나 순제가 즉위하기전에 있었던 왕위다툼의 여파가 여전히 남은 상태에서 기황후가 정권을 잡은후 시작된 황위를 둔 정쟁이 원나라의 힘을 점차 약화시켰다. 기황후는 남편 순제에게 황제자리에서 물러나 장성한 자신의 아들에게 황위를 물려줄것을 요구했다. 순제는 이를 거부했다. 그런 가운데 황태자의 반대파와 지지파사이에 내전이 일어났다. 황태자반대파의 지도자 볼루드 테무르가 1364년에 수도를 점령했을 때 기황후는 포로로 잡히기도 했다. 이 내전은 결국 황태자지지자인 코케 테무르(扩廓帖木儿)가 1365년에 대도를 회복하면서 수습되였다. 1365년에 제1황후이던 바얀 후투그가 죽자 기황후는 제2황후라는 딱지를 떼고 원나라의 제1황후로 올라섰다. 그러나 그녀의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원나라의 정치가 문란해지자 홍건봉기가 일어나면서 원나라는 수습할수 없는 혼란으로 치닫게 되였다. 1368년에 마침내 주원장이 이끄는 명나라대군이 원나라 수도 대로를 점령하자 원나라왕실은 피난길에 올랐다. 기황후도 이때 남편 순제와 아들 아이유시리다라와 함께 피난길에 올랐다. 피난을 떠나면서 기황후는 구원병을 보내주지 않는 고려를 원망했다고 한다. 원나라왕실은 응창부로 수도를 옮겼다가 카라코룸까지 피난했다. 피난도중에 순제는 죽고 그 자리를 기황후의 아들 아이유시리다라가 이어 북원의 두번째 황제로 되였다. 대도를 떠나 응창부까지 가는 동안의 기황후에 대한 기록은 있지만 기황후의 최후에 대한 기록은 남아있는것이 없다. 한때 동아시아와 유럽을 호령했던 대제국 원나라의 황후였던 고려녀인 기황후는 14세기말에 고려와 원나라의 력사에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상당한 역할을 한것만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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