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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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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내가 만든 영웅 댓글:  조회:4253  추천:1  2013-12-08
단편소설 내가 만든 영웅 김희수     《석호, 그 녀석이 인물은 인물이야!》 동창회에 참석했던 동창들은 이구동성으로 엄지손가락을 내밀며 석호를 칭찬했다. 석호가 자금을 내놓아 5성급호텔에 동창회파티를 마련해준 때문만이 아니였다. 석호는 전성에서도 손꼽히는 사영기업가로 그 명성이 높았고 양로원후원, 불우어린이돕기 등 자선사업과 동요콩쿠르, 조선족수필상 등 사회활동에 해마다 후원해 그 인기가 하늘을 찌를듯 했기 때문이다. 《석호컵》으로 명명한 각종 음악상, 글짓기상만 해도 10가지는 되였다. 이번에도 그는 통이 크게 호화호텔에 동창회파티를 열었고 중도에서 급한 일이 있어서 나갔지만 3차까지 절차를 모두 안배하고 떠났던것이다. 《버릇없이 석호는 무슨 석호야? 석총재님이지!》 경일이가 이렇게 시정하자 명남이가 손을 휘두르며 반대했다. 《아첨 떨지 말라. 설사 석호가 국가주석이 됐다하더라도 우리에겐 여전히 석호지! 동창생인데 이름을 왜 못 부르겠니?》 《명남아, 너 학교 때 석호한테 맨날 얻어맞고도 정신 못 차렸니? 너 석호주먹이 무섭잖니?》 《야, 임마, 우리가 지금 주먹을 휘두를 나이야? 아무튼 난 그 녀석보다 공부는 더 잘했지만 그 녀석의 능력엔 탄복한다. 하여튼 난놈이야! 허허, 학교 때 한심한 개구쟁이던 그 녀석이 오늘 이처럼 대단한 인물이 될줄이야! 안 그래, 김기자?》 경일이와 입씨름을 하던 명남이가 이번에는 나를 돌아보며 물었다. 사실 석호가 굴지의 사영기업 《호랑이그룹》의 총재로 되기까지는 무엇보다 나의 공로가 컸다고 말할수 있다. 그리고 나 또한 석호의 덕을 많이 보았으니 엎음 갚음이라고 할가. 여기 앉은 동창들은 모두 석호와 내가 가장 가까운 사이란것을 알고있다. 그랬다. 석호와 나는 서로 앞뒤집에서 살았고 학교도 소학교 1학년부터 중학교 5학년까지 줄곧 같은 반에서 공부했다. 석호와 나는 성격도 다르고 취미도 달랐지만 가장 친하게 지내면서 늘 그림자처럼 붙어다녔다. 나는 나약하고 온순했지만 석호는 힘이 세고 우락부락했다. 석호는 늘 주먹을 휘두르며 동학들과 싸움질하며 말썽을 일으키는 문제아였고 수업시간에는 늘 옆에 앉은 학생을 건드리지 않으면 앞에 앉은 녀학생의 잔등에 락서한 종이장을 붙이는 등 장난이 심한 아이였다. 그래서 공부 잘하는 애들은 그애의 옆이나 앞에 앉기 싫어했다. 선생님이 몇번이나 석호를 불러다놓고 잘못을 타이르고 훌륭한 학생이 될것을 바랐지만 소용이 없었다. 선생님이 타이를 때는 당장 잘못을 고치고 새 사람이 되겠노라고 결심서(내가 대신 써주었다)까지 써서 바쳤지만 며칠이 지나면 또 옛버릇이 살아나서 수업시간에 장난질하고 휴식시간에는 동학들과 싸움질하군했다. 영순이는 우리 반에서 머리태를 가장 길게 기른 녀자애였다. 한번은 영순이의 뒤에 앉은 수남이와 바꿔 앉은 석호는 수업시간에 앞에 앉은 영순이의 머리태를 살금살금 걸상에 동여맸는데 수업시간이 끝나 기립할 때까지 영순이는 아무것도 모르고 벌떡 일어섰다가《아앗》하고 비명을 질러댔다. 또 한번은 반장인 명남에게 다짜고짜로 주먹을 안겨 코피가 터지게 했다. 자기가 장난 쓴 사실을 선생님한테 고자질했다는 리유로. 선생님은 그런 석호를 타이르다못해 학급의 전체학생들 앞에 세워놓고 비판도 했지만 역시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선생님은 방법이 없어서 석호를 제일 뒤에 앉히고 그애의 주위에 장난꾸러기 애들을 같이 앉게 했다. 그러나 그애의 장난은 점점 심해졌다.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흑판에 글을 쓰려고 돌아설 때마다 선생님에게 분필을 던지군했다. 명중률도 대단해서 그애의 손에서 날아간 분필은 꼭꼭 선생님의 등에 맞지 않으면 선생님의 뒤통수에 명중되군했다. 선생님이 돌아서서 《누가 한 짓이냐?》고 물어도 애들은 그애의 주먹이 무서워 말을 못했다. 한번은 수학선생님이 그애가 장난 쓰는것을 보고 교편으로 그애의 뒤통수를 탁 치면서 심하게 꾸중한적이 있었는데 온종일 분풀이 할 궁리를 하던 그애는 이튿날 수학시간이 시작되기전에 교편의 손잡이에 콜타르를 발라놓았다. 그것을 모르고 교편을 잡은 수학선생님은 손에 진득진득한것이 묻어나자 깜짝 놀랐고 다음순간 펄쩍 성난 얼굴로 우리를 쏘아보며 《누가 한 짓이냐?》고 물었다. 그러나 대답하는 아이는 하나도 없었다. 그러자 수학선생님은 닉명으로 쪽지를 써서 바치라고 했다. 나는 석호가 한짓이라는것을 번연히 알면서도 누가 한짓인지 모른다고 써서 바쳤다. 대부분 아이들도 석호의 주먹이 무서워서 그렇게 써서 바쳤다. 하지만 닉명이라 대담한 아이들도 있었던가 보다. 수학선생님은 학생들에게서 거둔 쪽지를 통해 석호가 한짓이라는것을 알아냈다. 석호는 교무실에 끌려가 벌을 받았다. 이튿날 석호는 고자질 한자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닉명이라지만 고발자는 대번에 드러났다. 바로 학급에서 공부를 제일 잘하는 반장 명남이였다. 명남이의 뒤에 앉은 경일이가 석호한테 와서 가만히 알려줬다. 《명남이가 쪽지 쓰는걸 내가 가만히 엿봤는데 그앤 쪽지에 〈석호가 한짓입니다!〉하고 쓰더라. 내가 똑똑히 봤어.》 석호는 그 다음 수업시간에 경일이와 바꿔 앉았다. 종소리가 울리고 뒤이어 선생님이 들어오시자 명남이가 《기립!》하고 구호를 불렀다. 학생들이 일제히 일어서자 선생님이 손을 저으며 《앉으시오!》했다. 학생들이 일제히 자리에 앉는데 갑자기 명남이가 《아이쿠!》하고 비명을 질렀다. 엉뎅이에 압침이 찔렸던것이다. 누가 한짓인지 뻔했다. 명남이가 일어설 때 석호가 슬며시 명남이의 걸상에 압침을 세워놓은것이다. 《네가 한짓이지?》 명남이가 고개를 돌리며 묻자 석호는 모르쇠를 잡았다. 선생님도 와서 따져 물었지만 석호는 그저 덮어놓고 끝까지 모른다고 잡아뗐다. 《왜 나만 의심합니까? 좌우 옆의 애들도 그럴수 있고 뒤에도 나 혼자만 있는게 아닌데…》 선생님이 주위의 애들과 물었지만 모두 석호의 보복이 무서워 말을 못했다. 학급엔 석호 말고도 말썽꾸러기들이 여럿이 되였다. 학교에선 이런 말썽꾸러기들을 다루는데 편리하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진정 그들의 학습을 관심해서인지 제고반을 꾸렸다. 시험을 쳐서 학습성적이 차한 학생을 한개 반에서 9~10명씩 뽑아서 제고반에 보냈다. 그런데 1등 말썽꾸러기인 석호만은 그냥 우리 반에 남아 있었다. 그가 공부를 잘해서가 아니라 시험 칠 때 내가 몰래 모범답안을 적어주었기 때문이다. 선생님들이 커닝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댔지만 석호의 커닝수법이 고명했기에 발견되지 않았던것이다. 함께 맞장구를 칠 장난꾸러기들이 없어지자 석호는 공부를 잘하는 애들을 지껄였다. 애들이나 선생님이나 모두 석호를 모기나 파리처럼 싫어했다. 그런데 새로 온 최선생님이 반주임을 맡으면서부터 욕설만 듣던 석호는 날마다 칭찬을 받게 되였다. 최선생님이 말썽꾸러기학생을 다루는 방법은 아주 독특했다. 무조건 칭찬을 하는것이다. 석호가 수업시간에 장난을 쓰거나 옆의 애들을 건드려도 최선생님은 모른 체 하고있다가 시간이 끝날 무렵이면 《오늘 석호학생은 진보가 많습니다. 장난도 적게 쓰고요. 계속 잘해보세요.》하고 칭찬했다. 날마다 칭찬을 듣자 쑥스러웠든지 석호는 어느날 《좋은 일》을 해야겠다면서 나더러 집에서 망치와 못을 가지고 등교하라고 했다. 그의 말을 거절할수 없었다. 휴식시간에 그는 마사진 책걸상을 수리해놓았다. 물론 그 책걸상은 그가 마사놓은 것이였다. 장난이 심했던 그는 쩍하면 자기의 책걸상을 망가뜨려 놓고는 휴식시간이면 다른 애들의 책걸상과 바꿔놓군 했다. 그래놓고 지금 그 책걸상을 수리해 놓은것이다. 그 일을 알게 된 최선생님은 석호가 뢰봉을 따라 배워 좋은 일을 했다고 칭찬하면서 전체학생들더러 박수를 치게 했다. 이것이 석호가 《출세》하게 된 첫걸음이였다…   동창들은 모두 술이 거나하게 되자 자리를 옮기자고 했다. 2차로 노래방에 간다고 떠들 때 나는 슬그머니 빠져 나와서 집으로 돌아왔다. 소학교 음악교원인 안해가 피아노를 치고 딸년이 노래를 부르고있었다. 나는 딸년에게 노래수준이 진보가 많다고 칭찬하고나서 석호의 일대기를 그린 장편실화를 쓰기 위해 서재로 들어가 노트북에 마주 앉았다. 사실 피아노와 컴퓨터, 노트북은 모두 석호의 덕분에 차려진것이였다. 한번은 우리 집에 놀러 왔던 석호가 내 딸년이 노래부르는것을 보고 《네가 성악에 소질이 있구나. 그리고 네 엄마도 음악선생인데 피아노가 없어서야 되겠니? 우리 집 놈이 새 피아노를 사놓고 낡은 피아노는 자리만 차지하고있는데 낡았다고 꺼리지 않는다면 너한테 주마.》하고 말해놓고 그 이튿날로 사람을 파견하여 우리 집에 피아노를 실어왔다. 그리고 내가 그의 회사에 취재를 갔을 때《기자량반에게 노트북이 없어서야 되겠나? 내게 노트북이 2개나 있으니 하나 가져가.》하면서 즉석에서 선물하는것이였다. 내가 황송해하자 《네가 우리회사의 홍보에 큰 공헌을 했는데 그 만한 보답이야 못하겠니?》하면서 내 어깨를 툭툭 쳐주었다. 그후 나와 안해는 딸년이 동요콩쿠르에서 대상을 타는 모습을 TV에서 보면서 흥분되였다. 그날 우리는 대상으로 채색털레비죤을 받아안고 오는 딸년을 마중 나갔다. 석호가 보낸 차에 앉아오면서 딸년은 기뻐서 말했다. 《엄마, 아빠, 내가 상으로 탄 텔레비죤이 얼마나 큰지 알아? 영화화면만큼 돼.》 나는 속으로 기쁘기도 했지만 석호에게 자꾸만 은혜를 입는것 같아 불안하기도 했다. 내가 보기에 내 딸년보다 노래실력이 나은 애들이 서너명은 더 있었는데도 딸년이 대상을 받은것은 완전히 이번 동요콩쿠르를 후원한 석호의 덕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와! 엄마, 아빠 저기 석총재님의 사진이다!》 아이의 환성소리에 차창밖을 내다보니 광고판에 거폭의 석호의 초상화가 걸려있었다. 딸년은 석총재님이 친히 대상을 발급했다면서 뽐내듯 말했다. 나는 딸년의 손에서 영예증서를 받아쥐였다. 그 빨간 영예증서를 보노라니 석호가 모주석저작을 학습하던 지난 일들이 어제일처럼 눈앞에 떠올랐다.   그 당시엔 모주석저작을 학습하는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어른들뿐만아니라 학생들도 모주석저작을 열독하게 했다. 집집마다 모택동선집 1~4권까지 갖춰놓고있었고 어떤 집에는 매 사람 앞에 한질씩 돌아갔다. 그래서 누구나 간단한 모주석어록은 몇편씩 암송할수 있었고 로3편을 줄줄 내리 외우는 3살짜리 아이도 있었다. 나도 머리가 총명했던 모양인지 모주석어록을 40%정도는 줄줄 내리 외울수 있었다. 학교에선 학생들에게 학습은 대충하게 하고 오후엔 붉은 가위를 씌운 모주석저작을 책가방에 넣고 와서 읽도록 했다. 사실 따분한 정치책을 골똘히 읽는 아이는 없었다. 공부를 잘하는 명남이나 나도 좀씩 읽다가는 싫증을 느끼군했다. 최선생님도 학생들이 저작학습을 하는 정황을 감시하고있었지만 학생들이 책에 집중하지 않아도 크게 나무람하지 않았다. 그런데 뜻밖에도 석호가 매일 모주석저작을 열심히 탐독하는것이였다. 수업시간엔 책을 1분도 들여다볼 인내력이 없던 그가 매일 2~3시간씩 곁눈 한번 팔지 않고 골똘히 모주석저작을 탐독하는 일이 정말 놀라웠다. 붉은 보서에서 눈길 한번 떼지 않고 열심히 저작학습을 하는것을 보고 내가 이상해서 가만히 물었다. 《모주석저작이 그렇게 재미있니?》 《야, 임마, 누가 재미있어 읽니? 이건 정치학습이야. 모주석저작을 학습하고 두뇌가 명석해지자고 그래.》 그러면서도 내가 어느 페지를 읽는지 들여다보자고 하니까 제꺽 보던 책을 확 덮어버리는것이였다. 하여튼 재간은 재간이였다. 반년동안 그는 모주석저작을 1권부터 4권까지 얼마나 반복하여 읽었는지 모른다. 그가 이처럼 열심히 저작학습을 하는것을 보고 나뿐만아니라 다른 애들과 최선생님도 놀랐다. 최선생님은 전체학생들 앞에서 격동된 목소리로 석호를 칭찬했다. 《동무들, 석호동무는 뚫고 들어가는 뢰봉동지의 못정신을 발양하여 모주석저작을 고심하고도 참답게 그리고 열심히 학습하고있습니다. 우리 모두 석호동무를 따라 배웁시다!》 석호는 모주석저작학습적극분자로 선거되였다. 최선생님은 그에게 독후감을 쓰라는 임무를 주었다. 물론 매개 학생들에게 모두 독후감을 쓰라는 임무가 떨어졌지만 《인민을 위하여 복무하자》, 《혁명을 끝까지 진행하자》등의 교과서에 있는 내용에 국한해서였다. 하지만 석호에게는 1권부터 4권까지의 매개 문장을 학습한 체득을 쓰라고 했다. 그리고 먼저 1권을 학습한 독후감을 실제와 결부시켜 쓰라고 했다. 그 말을 들은 석호는 입을 딱 벌렸다. 그날 하교할 때 석호는 나를 불러 조용한 곳으로 끌고 갔다. 그는 울상을 한 얼굴로 말했다. 《야, 이거 큰일났다! 큰일났어!》 《왜 그래?》 《아까 선생님이 나더러 독후감을 써오라고 할 때 식은땀이 쫙 났어.》 《독후감을 써오라면 쓰면 되지. 왜?》 석호는 오만상을 찌푸린 얼굴로 근심에 쌓여 말했다. 《야, 너도 내가 말은 잘해도 글은 못쓰는걸 잘 알잖니? 네가 내 대신 써주렴.》 《니가 모주석저작을 1권부터 4권까지 통달했는데 뭘 막히는게 있겠니?》 《사실…난…난 모주석저작을 한페지도 읽지 않았어.》 《피-거짓말! 네가 모주석저작을 열심히 학습한건 선생님과 우리가 다 직접 목격하여 알고있는 사실인데 뭘.》 《그게 아니고 사실은…》 석호는 책가방에서 《모택동선집》 한권을 꺼내여 나한데 넘겨주며 말했다. 《너 이걸 펼쳐봐.》 그 책을 받아서 펼쳐본 나는 깜짝 놀랐다. 붉은 가위는 분명 《모택동선집》인데 안은 《수호전》이였다! 석호는 《수호전》책에 《모택동선집》의 붉은 가위를 씌워서 읽은것이였다. 《아니, 너…너…이거…반동이야!》 나는 오싹 소름이 끼쳤다. 이건 아주 엄중한 행위였다. 발견되면 반동이란 모자가 씌워지고 전교사생들 앞에서 비판대회를 열고 투쟁받게 되는것이다. 나의 귀에는 《반동분자 석호를 타도하자!》하는 구호소리가 들려오는듯 했다. 《쉿! 가만있어.》 《너, 발견되면 어쩌자고 그랬어?》 《그 재미도 없는 모주석저작을 2~3시간씩 읽을 생각을 하니 진저리가 났어. 그때 삼촌댁에서 가져온 〈수호전〉을 봤는데 정말 재미있더라. 그래서…》 《그렇다고 어찌…》 그 당시 《수호전》은 희귀한 책으로서 구하기가 힘들었다. 나도 그 책이 대단히 재미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그때 처음 만져보았다. 《이제 날 구해줄 사람은 너밖에 없어. 독후감 써주렴. 부탁해. 그 대신 〈수호전〉을 빌려줄께.》 《정말?》 나는 정말 《수호전》을 읽고싶었다. 그래서 독후감을 써주는데 동의했다. 그후 석호는 매일마다 선생님과 동학들 앞에서 내가 써준 독후감을 읽었다. 그때마다 최선생님은 석호가 저작학습을 열심히 했을뿐만아니라 독후감도 잘 썼다고 칭찬했다. 최선생님은 곧 석호를 홍소병(소년선봉대)에 가입시켰다. 소문난 장난꾸러기 석호가 앞가슴에 붉은 넥타이를 매게 되리라곤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그땐 반에서 아직 넥타이를 매지 못하고있는 애들이 절반이나 되는 때였다. 그뿐이 아니였다. 석호는 얼마 안되여 전교의 모주석저작학습모범이 되였다. 학교에선 전교 선생님들과 학생들을 모두 학교마당에 집합시키고 모주석저작학습모범 석호의 사적보고를 듣게 했다. 학교 주석대에 오른 석호는 전교사생들 앞에서 자신이 어떻게 열심히 모주석저작을 학습했는가를 한바탕 열변을 토하며 이야기한후 또 격앙된 목소리로 내가 써준 독후감을 줄줄 내리읽었다. 《모주석저작을 학습하면 두뇌가 명석해져서 진짜 벗과 진짜 적을 식별할수 있습니다. 누가 우리의 벗인가? 전세계 압박 받고 착취 받는 무산자는 모두 우리의 벗입니다. 누가 우리의 적인가? 지주, 자본가, 제국주의, 일체반동파는 모두 우리의 적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벗과 단결하여 우리의 적과 싸워야 합니다!》 한마디가 끝날 때마다 학생대표인 명남이가 구호를 웨쳤다. 《석호동무를 따라 배우자!》 그러면 전체 선생님과 학생들이 이구동성으로 《따라 배우자!》하고 목청껏 따라 웨쳤다. 그날 석호는 전교사생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모주석저작학습모범 상장을 받아 안고 너무도 기뻐서 싱글벙글 웃었다. 얼마후 석호는 현의 모범이 되여 전현 모주석저작학습모범표창대회에 참석하여 사적보고를 하게 되였다. 학교에선 줄을 서서 가슴에 붉은 꽃을 달고 돌아온 그를 박수로 환영했다. 석호는 또 체육위원이 되였고 3호학생까지 되였다. 3호학생 표준은 첫째로 품행이 좋아야 하고 둘째로 공부를 잘해야 하며 셋째로 체육운동을 잘해야 한다. 석호는 모주석저작학습모범이기에 첫째 조건은 단연히 합격이고 체육운동도 학급에서 따를 자가 없었기에 셋째 조건도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두번째 조건이 문제였다. 원래 공부하기 싫어하고 학습성적이 낮은 석호가 아무리 날고 뛰여도 이 두번째 조건에 합격될수 없었다. 하지만 모든것은 사람이 하기에 달렸다. 최선생님은 석호를 내 곁에 앉게 했다. 그것은 또한 석호의 요구이기도 했다. 석호는 시험을 칠 때마다 내 답안을 보고 베꼈다. 최선생님은 그가 커닝을 한것을 눈치 챘지만 눈을 감아주었다. 덕분에 학습성적까지 우수를 맞은 석호는 무난하게 3호학생이 될수 있었다. 그가 모범이 된것도 3호학생이 된것도 모두 나의 공로였다. 석호도 이런 《은혜》를 잊지 않고 나를 잘 대해주었다. 신체가 허약했던 나는 늘 힘센 아이들에게 얻어맞지 않으면 놀림을 당하군했다. 하지만 석호가 나의 뒤심이 돼주면서부터 나를 깔보고 업신여기는 아이가 없었다. 공부를 그다지 중시하지 않았던 당시는 수업시간보다 로동시간이 더 많았다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학교에선 학생들에게 로동을 많이 시켰다. 학교 돼지 키우기, 겨울날 싸리나무 해오기, 방학기간 비료모으기, 학교밭에 거름내기, 생산대를 도와 모내기, 김매기, 가을하기, 제전만들기…나는 공부는 잘했지만 신체가 허약했던 탓으로 로동에선 언제나 점수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석호가 도와주었기에 큰 힘을 들이지 않고 고비를 넘길수 있었다. 싸리나무를 할 때면 나는 남의 절반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석호가 몇몇 힘센 아이들에게 한마디하면 그 애들이 자기가 베여온 싸리나무를 한줌씩 갈라서 나한테 주군했다. 싸리나무뿐만 아니라 다른 로동을 할 때도 석호는 힘센 아이들에게 나를 도와주도록 명령했다. 석호는 학급에서 힘이 최고였지만 로동을 할 때면 힘들이지 않고 꾀를 부리군했다. 비료모으기를 할 때면 슬그머니 남이 모은 비료를 도둑질해 왔고 김매기나 가을할 때면 자기는 앉아서 쉬면서 다른 힘센 애들을 자기 몫과 나의 몫까지 하게 했다. 그리고 눈치를 보면서 선생님이 보면 열심히 일하는척 했다. 그랬기에 그는 언제나 일을 잘한다는 선생님의 칭찬을 듣군 했다.   《아빠, 뭘해? 내리지 않고…》 딸년의 재촉에 추억에서 깨여난 내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차가 벌써 집에 도착해 있었다. 우리는 차에서 내렸고 석호가 보낸 일군들이 딸년이 대상으로 탄 텔레비죤을 우리가 사는 아파트 6층으로 올려다주었다. 나는 석호의 일대기를 그린 장편실화 《호랑이 같은 사나이》의 집필을 다그쳤다. 요즘 석호는 회사의 일로 분주히 뛰여다니느라 많이 초췌해져 있었다. 비밀이라고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라면서 석호는 회사의 경기가 좋지 못해 골치가 아프다고 했다. 그렇게 잘 나가던 호랑이그룹이 불경기라니? 물론 국외에선 굴지의 그룹들이 하루아침에 부도가 나는 일이 드물지 않게 있지만 눈앞의 석호의 회사의 불경기는 믿어지지 않았다. 석호는 내가 따라서 근심하자 《잠시겠지…》 하면서 되려 나를 안심시켰다. 나는 그가 이번의 난관을 꼭 뚫고 나가리라 믿었다. 그러면서 나는 짬만 있으면 집필을 다그쳤다. 어느날 저녁, 내가 노트북의 키보드를 두드리는데 동창생 명남이가 찾아왔다. 그는 자신이 맡은 연구항목을 후원해달라고 석호를 찾아갔다가 거절당했다고 분하여 씩씩거렸다. 《학교 때 내가 자길 고발했다고 날 무시하는거지. 자식, 뭐가 잘났다고…》 나는 학교 때 명남이와 석호사이가 쥐와 고양이처럼 앙숙이였다는것은 알고있었지만 석호가 그 때문에 손을 내미는 명남이를 거절한것이 아닐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석호가 돈을 좀 벌었다고 소문이 나자 친척친구, 동창생, 정부기관 관리 등이 벌떼처럼 몰려들어 후원해달라고 손을 내밀었는데 석호가 아무리 부자라 하더라도 그들을 모두 만족시켜준다는것은 불가능했다. 더구나 요즘 회사의 경기가 좋지 못할 때 명남이를 도와줄수 있겠는가? 하지만 나는 석호의 회사가 불경기란 비밀을 루설할수 없었기 때문에 《그게 아닐거야.》 하는 말밖에 할수 없었다. 하지만 명남이는 《그 녀석이 내 고발 때문에 입단을 못하던 일을 잊지 않고있을거야.》하면서 이를 갈았다. 분하여 씩씩거리면서 돌아가는 명남이의 뒤모습을 보자 나는 또 지난일들이 눈앞에 선히 떠올랐다. 소학교때 모주석저작학습모범이였던 석호는 중학교에 올라가서도 반주임인 박선생님의 호감을 샀다. 그래서 그가 반장이 되고 명남이가 부반장, 내가 학습위원이 되였다. 잔꾀가 많은 석호는 중학교에 올라가자마자 날마다 아침 일찍 등교하여 교무청사의 복도와 계단을 반들반들 윤기나게 닦아놓고 다음에 또 교실청소를 깨끗이 해놓군 했다. 그리고 나무를 깎아 교편을 만들어오기도 하고 흑판에 먹칠을 까맣게 해놓기도 했다. 덕분에 그는 홍위병조직에 첫 사람으로 가입했다. 팔에 홍위병완장을 두른 그는 정말 위풍이 당당해보였다. 그는 중학교에서도 역시 내 옆에 앉아서 시험을 칠 때면 내 답안을 베끼군 했다. 그는 홍위병에 가입하는 그날 나보고 입단신청서를 써달라고 했다. 이튿날 등교하면서 나는 그의 이름으로 쓴 입단신청서를 넘겨주었고 그는 그것을 보고 다른 종이게 베껴써서 선생님께 바쳤다. 그런지 얼마되지 않아 선생님은 석호의 입단이 곧 비준된다고 했다. 모두가 부러워했고 석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우쭐거렸다. 그런데 그가 일을 치는 바람에 그만 그의 입단은 물거품이 되고말았다. 석호는 소학교때부터 담배를 피웠다. 선생님이 모르게 하교해서 가만가만 피웠기에 발견되지 않았었다. 그런데 중학교에 올라오자 그는 대담하게도 호주머니에 담배를 넣고 다니면서 휴식시간이면 몇몇 애들과 함께 학교변소 아니면 뒤마당의 구석에 숨어서 가만가만 피워댔다. 그러다가 명남이한테 발각되였다. 석호한테 질투를 느꼈던 명남이는 석호가 담배를 피운 사실을 곧 선생님한테 고자질했다. 자기보다 공부를 못하고 장난꾸러기였던 석호가 반장이 되고 곧 입단까지 하게 된다니 질투가 나서 견딜수 없었던 모양이였다. 솔직히 말해서 나도 속으로 석호를 질투하고있었다. 하지만 감히 고발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하여튼 이때문에 석호는 선생님한테 불려가서 한바탕 꾸지람을 들었다. 여기서 가만히 있었다면 석호의 입단은 문제없었을것이다. 그런데 이런 일을 당하고 가만있을 석호가 아니였다. 하교할 때 석호는 명남이를 구석진 곳에 끌고 가서 주먹과 발길로 사정없이 족쳐댔다. 늘씬하게 얻어맞은 명남이는 사흘동안이나 등교하지 못했다. 이 일때문에 석호는 전반 학생들 앞에서 비판받게 되였다. 석호가 입단하지 못한 대신 명남이와 내가 홍위병에 가입하고 또 이어서 입단까지 했다. 명남이와 내가 입단하는 날 석호는 분하여 씩씩거렸다. 《개새끼 두고보자!》 그는 명남이를 이를 갈며 미워했다. 그러나 벼르기만 할뿐 다시 때리지는 않았다.   나는 석호의 일대기를 써나가다가 자꾸만 난제에 부딪혔다. 어떤 일은 사실대로 쓸수가 없었던것이다. 모주석저작학습모범이 된 일도 그랬고 《대채전》을 만들 때의 일과 물에 빠진 나를 구할 때의 일도 그랬다. 하지만 이런 일들은 반드시 삽일 되여야 할 재미있는 에피소드였다.   중학교 2학년에 올라가면서 석호의 《출세》길이 다시 열렸다. 학교에서는 《문을 열고 학교를 꾸리는》길을 따라 전교학생들을 충동원하여 《대채전》(제전)을 만들러 산골로 내몰았다. 우리는 이불짐을 등에 지고 청석골로 내려갔다. 학생들은 사원들의 집에 4~5명씩 나누어 들었다. 석호와 나 그리고 다른 2명의 애가 함께 생산대 대장의 집에 들었다. 이튿날엔 빈하중농의 쓰라린 과거사도 들었고 한줌도 못되는 몇몇 계급의 적들을 투쟁하는 대회에도 참석하였다. 이것은 우리의 로동열정을 높여주기 위한것이였다. 해방전, 헐벗고 굶주리던 빈고농들이 지주, 부농에게 압박 받고 착취 받던 눈물겨운 이야기는 우리의 눈물을 자아냈고 시시각각 복벽을 꿈꾸는 한줌도 못되는 계급의 적들의 하늘에 사무치는 죄행은 우리들의 격분을 돋궈주었다. 선생님은 전장에 나선 전사들처럼 우리에게 선서문을 써서 바치게 했다. 석호는 또 나에게 선서문을 써달라고 부탁했다. 《넌 입단했기에 안 써도 괜찮아. 내걸 멋지게 써달라. 난 이번 기회에 꼭 입단하고야 말겠어.》 나는 그날 저녁 선서문을 써서 석호에게 주었고 석호는 그걸 베껴서 선생님한테 바쳤다. 이튿날 선생님은 석호가 선서문을 잘 썼다면서 학생들 앞에서 내가 써준 선서문을 랑독했다. 《…나는 빈하중들의 피눈물나는 과거사를 듣고 나니 오늘의 행복이 얼마나 어렵게 왔는가를 깨닫게 되였고 모주석께서 마련해주신 살기 좋은 사회주의세상에서 부러운것이 없이 살아가는 우리는 얼마나 행복한가를 새삼스럽게 느끼게 되였습니다. 그리고 한줌도 못되는 반동분자들의 죄행을 듣고 나니 계급투쟁을 한시도 잊지 말아야 된다는것을 깨닫게 되였습니다. 모주석께서는 계급투쟁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고 교시하셨습니다. 한줌도 못되는 계급의 적들은 저들의 실패를 달가워하지 않고 어두운 구석에 숨어서 날마다 시퍼런 칼을 갈고있습니다. 하기에 우리는 시시각각 경각성을 높여 계급의 적들의 파괴활동을 막아야 합니다. 우리가 대체전을 만들러 여기로 온것도 사회주의를 더욱 잘 건설하기 위해서입니다. 동무들, 우리 모두 우공이 산을 옮긴 정신으로 앞사람이 쓰러지면 뒤사람이 이어가면서 결사적으로 가파른 산을 깎아 층층제전을 쌓아갑시다! 이는 우리의 기개와 혁명정신을 고험할수 있는 싸움터입니다. 나는 홍위병입니다. 더구나 입단신청서까지 써바친 몸입니다. 나는 이 싸움에서 앞장서 싸우겠습니다. 조직에서 나를 고험해주십시오. 나는 이 싸움터에서 쓰러지는 날이 있더라도 마지막 피 한방울 남을 때까지 싸우겠습니다!》 선생님은 우리의 투지를 고무하는 좋은 선서문이라고 석호를 칭찬하면서 결사적으로 싸우자고 구호를 높이 웨쳤다. 삽과 곡괭이를 들고 대채전만들기격전에 나선 우리의 기세는 하늘을 찌를듯 했다. 사처에 붉은 기발이 휘날리고 《농업에서 대채를 따라 배우자!》는 큼직한 글발이 한눈에 안겨온다. 모두가 부지런히 삽질하고 힘차게 곡괭이를 휘두른다. 우리는 가파른 산을 깎고 또 깎아 한층한층 제전을 쌓아갔다. 처음에는 성수나던것이 며칠이 지나자 허리가 시큰해나고 무릎마디가 쑤셔난다. 20여일이 지나니 약골인 나는 더 지탱할것 같지 않았다. 풀썩 주저앉고싶었다. 석호를 곁눈질해보니 그는 그래도 선생님의 눈치를 보면서 부지런히 삽질을 해댄다. 《자식, 입단하자고 정신없이 일해대는군!》 곁눈질하면서 삽질하던 나는 그만 삽으로 발등을 찔렀다. 《아…아…악!》 나의 비명소리에 선생님과 동학들이 달려왔다. 내 발등에선 피가 흐르고있었다. 적십자위생가방을 메고 달려온 학교위생원이 대충 지혈제를 발라주고 붕대로 상처를 감싸주었다. 나는 상처가 몹시 쑤셔나고 고통스러웠지만 이튿날부터 일하러 나가지 않아서 다행이였다. 석호랑 일하러 나갈 때 나는 주인집에 편안히 누워서 석호가 빌려준 《수호전》을 읽다가는 절뚝거리며 마을구경을 하군했다. 《이 자식, 팔자가 늘어지게 됐군!》 석호는 나를 몹시 부러워했다. 그러던것이 어느날 갑자기 일하러 나갔던 그는 중도에 애들에게 업혀서 돌아왔다. 《어찌된 일이냐?》 《너처럼 발등이 상했어!》 석호를 업고 온 경일이가 말했다. 경과는 이러했다. 열심히 곡괭이질 하던 석호는 갑자기 아앗! 하고 비명을 지르는 동시에 하늘땅이 핑글핑글 돌아가는듯 했다. 선생님과 동학들이 달려와보니 그의 발등에서 시뻘건 피가 흘러나왔다. 위생원의 처치가 끝나자 석호에게 호감을 갖고있는 박선생님이 관심조로 말했다. 《석호동무는 너무 무리했소. 돌아가 쉬오!》 《아니, 전 물러설수 없습니다. 마지막 피 한방울 남을 때까지 견지하겠다고 선서까지 했는데 어떻게…》 《석호동무, 신체는 혁명의 근본입니다. 우리가 동무의 몫까지 하겠으니 돌아가 휴식하오. 동무들, 석호동무는 상처를 입고도 물러서지 않겠다고 합니다. 이 얼마나 고상한 정신입니까? 우리 모두 석호동무의 정신을 따라배워 석호동무의 몫까지 해나갑시다!》 《석호동무의 몫까지 해나갑시다!》 모두들 따라 웨쳤다고 한다. 경일이랑 다시 일하러 나가고 둘만 남자 내가 물었다. 《아프니?》 《씨, 아파 죽겠다! 너처럼 편안한 팔자가 되자고 한 노릇이 쉽지 않다. 아이쿠!》 《나처럼 편안한 팔자가 되자고 그랬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씨, 일부러 곡괭이로 발등을 내리쳤다.》 《상한게 아니구 일부러?》 나는 깜짝 놀랐다. 일하기 싫어서 일부러 제 발등을 내리치다니? 《쉿,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아!》 석호는 내가 입이 무겁다는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부탁했다. 이보다 더 엄중한-《수호전》책에《모택동선집》의 붉은 가위를 씌워《모주석저작학습모범》으로 된- 사실도 내 입에서 새여나가지 않았던것이다. 아무튼 석호가 상하자 동무가 있어 좋았다. 우리의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았다. 선생님도 푹 쉬라고 했다. 나는 상처가 아프고 하니까 집생각이 났다. 《아예 대채전이고 뭐고 그만두고 집으로 갈까?》 《야, 임마, 나도 집생각이 난다. 하지만 지금 한창 투항파 송강을 비판하는 이때에 물러선다면 혁명의 도피분자로 될꺼야. 넌 단원이란게 그만한 고생을 할 각오도 없니?》 《흥, 넌 각오가 높아서 저절로 상처를 냈니?》 《야, 누가 듣겠다. 난 입단소개인으로 널 찾았는데 네가 가면 난 어떻게 해? 난 꼭 이번 기회에 입단해야겠어.》 《네가 제1선에서 물러섰으니 여기서 벌써 점수가 깎였어.》 《글쎄 말이야. 지금 조직에서 날 고험하고있는데…씨! 어쩌면 좋아?》 우거지상이 되여 얼굴을 잔뜩 찌푸린 석호는 근심에 쌓여 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모두들 제1선에서 싸우고있는데 우리도 후근에서 무슨 일을 해놓아야 되지 않겠니?》 《여기서 무슨 할 일이 있니? 밥을 하겠니? 빨래를 하겠니?》 《내게 좋은 생각이 있다. 시를 쓰자!》 《시를?》 《너 글을 잘 쓰지 않니? 시한수 써달라. 제1선에서 싸우고있는 애들을 고무격려할수 있는 시를 말이다.》 석호는 당장 종이와 만년필을 가져다 내 앞에 놓았다. 나는 한창 머리를 짜며 궁리하다가 시랍시고 몇줄 썼다. 그것을 보던 석호가 다른 종이에 베끼더니 이튿날 아침에 선생님한테 바쳤다. 당장에서 쭉 훑어보던 박선생님은 연신《잘 썼소! 잘 썼소!》하고 칭찬하더니 식사하고있는 애들을 둘러보며 우렁우렁한 목소리로 말했다. 《동무들! 석호동무는 부상을 당하여 로동에 참가할수 없게 되자 전투적인 시를 써서 우리를 고무하고있습니다. 들어보십시오. 〈림표 공구 비판하니 삽날에 번개일고 대채정신 빛발치니 층층제전 높아가네…〉어떻습니까? 용기와 힘이 막 솟아나지 않습니까? 오늘엔 석호동무의 시를 읊으며 돌격전을 벌려봅시다!》 박선생님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애들은 집이 떠나갈듯 박수갈채를 보냈다. 열흘후 석호의 입단이 비준되였다. 석호는《대채전》에 꽂아놓은 단기아래서 주먹을 불끈 쥐고 입단선서를 했다. 이 모든것은 석호가 잔꾀를 잘 부린 결과였지만 결국 나의 공로였다. 정말 석호의 잔꾀는 아무도 못 따른다. 졸업무렵이였다. 그때는 대학시험제도가 갓 회복되여서 대학에 붙을만한 학생이 학급에서 얼마 되지 않았다. 그래도 나는 희망을 가지고 대학시험을 치렀다. 긴장하던 대학시험도 끝나자 석호와 나는 미역감으러 강변으로 나갔다. 시험을 잘 친 나는 이미 대학생이 된거나 다름없다고 자신하고있었다. 그러나 대학은 꿈도 꾸지 못하는 석호는 졸업후의 장래를 근심하고있었다. 아빠엄마가 림시공이여서 다른 애들처럼 부모대신에 공장에 들어갈수도 없는 처지였다. 게다가 동생이 둘까지 있어 집이 몹시 가난했다. 그는 자기의 출로를 생각하며 자꾸만 머리를 굴렸다. 해란강은 어떤 곳은 무릎까지 올 정도로 물이 얕았지만 어떤 곳은 어른이 서서 두손을 쳐들어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은 곳도 있었다. 수영을 잘 못하는 나는 물이 옅은 곳에서 놀았고 수영재주가 좋은 석호는 키넘는 깊은 곳에서 강을 건너갔다 건너왔다 하며 자유자재로 헤엄쳤다. 개구리헤엄도 치고 누운헤엄도 치며 재주를 부리던 석호가 나한테로 다가오며 정색해서 말했다. 《너 내 하라는대로 하겠니?》 《뭘?》 그는 내 귀에 뭐라고 소곤거렸다. 나는 깜짝 놀랐다. 《안돼! 그러다 내가 정말 죽기라도 하면…》 《그런 근심은 거둬라. 내 헤엄재주를 너도 알잖니?》 《그래도 그렇지.》 《겁쟁이같은게. 일없다는데!》 나는 겁이 덜컥 났지만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다. 그는 나더러 진짜처럼 허우적거리며 물밑에 가라앉았다 나왔다 하며 연극을 놀라고 부탁하고 강 저쪽으로 헤엄쳐 건너갔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하류쪽 100여메터밖에 빨래하는 아낙네 몇이 있고 상류쪽 100여메터밖에 4~5명의 애들이 미역을 감고있을뿐 사방 100메터안엔 석호와 나 둘밖에 없었다. 두려웠지만 나는 석호를 믿고 깊은 곳으로 헤엄쳐 들어갔다. 겨우 개발헤엄밖에 몇보 칠줄 모르는 나는 물이 깊은 곳에 들어가자 저도 몰래 온몸이 떨리면서 허우적거렸다. 석호쪽을 보니 석호가 손으로 신호를 보냈다. 나는 일부러 두손을 허우적허우적하며 《사람 살려요!》 하고 고함쳤다. 그러나 석호가 오는 기척이 들리지 않았다. 순간 죽음의 공포가 밀려오며 맥이 단꺼번에 풀렸다. 나는 정말로 더 지탱할수 없었다. 가짜로 하자던 노릇이 정말로 물에 빠지고말았다. 나는 물밑에 가라앉았다가 겨우 솟아오르며 절망에 찬 비명을 질렀다. 《사…람 살…려…요!》 내가 몇번이나 물밑에 가라앉았다가 다시 나오며 허우적거려서야 석호가 다가왔다. 다는 구세주나 만난듯 다짜고짜로 석호한테 매달렸다. 그 바람에 석호도 함께 물밑에 가라앉았다. 석호는 다시 솟아오른후 나를 끌고 힘겹게 일보일보 전진하며 기슭으로 헤여나왔다. 그는 나를 안전하게 기슭에 떠민후 맥이 진했는지 그만 물살에 도로 밀려가고말았다. 나는 그의 머리가 물밑에 가라앉는것을 어렴풋이 보았다. 내가 정신을 차리고보니 나와 석호가 강기슭에 누워있었는데 숱한 사람들이 우리를 둘러싸고있었다. 누군가 석호를 인공호흡을 시키고있었다. 나는 별일이 없었으나 석호는 위급한 모양이였다. 사람들은 《안되겠어!》하면서 석호를 업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나도 울면서 따라갔다. (석호, 저 자식이 가짜로 연극을 놀자더니 정말 죽는게 아냐?!) 나는 무서웠다. 그러나 병원의 구급실에 실려갈 때까지 죽은듯이 누워있던 석호는 의사가 몇번 배를 누르며 구급하자 곧 정신을 차리고 살아났다. 후에 안 일이지만 석호는 나를 구한후 사람들이 달려오는것을 보고 일부러 물살에 밀리는 척하며 물밑에 잠겨 들어갔다고 한다. 그러고 사람들이 구해냈을 때는 일부러 죽은듯이 누워 있었다고 한다. 석호가 물에 빠진 나를 구하다가 목숨까지 잃을번 했다는 소식은 날개라도 돋친듯 삽시간에 펴졌다. 나의 어머니는 집닭이 낳은 닭알 한 광주리를 가지고 석호네 집에 찾아가서 내 생명을 구해준 석호에게 감사드렸다. 그리고 나는 석호의 요구에 따라 《생명의 은인》이란 제목으로 기사를 써서 방송국과 신문사에 보냈다. 석호의 《영웅사적》이 신문과 방송에 보도되면서 사회에 강렬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신문사와 방송국기자들이 학교에 찾아와서 석호와 나를 취재하면서 선생님과 우리반 애들 몇몇에게도 석호의 정황에 대해 몇마디씩 물어보았다. 석호가 소학교시절에《모주석저작학습모범》이였고 또 3호학생이며 공청단원이란 말을 듣고 기자들은 석호가 오늘날 생명의 위험까지 무릅쓰고 자기의 동무을 구할수 있은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라고 《영웅》의 화려한 과거를 렬거하면서 석호의 사적을 재차 크게 보도했다. 시에서는 석호에게 《모범공청단원》칭호를 수여했고 각 학교에서는 석호를 따라 배우는 활동을 기세 높게 일으켰다. 《영웅》이 되자 《출세》길도 활짝 트였다. 졸업하면서 그는 영광스럽게 중국공산당에 가입했고 교육국의 추천으로 백화공사에 들어가 선전간사로 있었다. 그러나 읽은 글이 짧아서 막히는 일이 많았다. 흑판보에 쓰는 짧은 한어문장도 쓰지 못해서 20리밖에 있는 삼촌댁에 자전거를 타고 가서 삼촌손을 빌려서 쓰군했다. 그때는 내가 대학에 들어가 공부하던 때여서 나의 도움을 받을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동료들이나 이웃들에게 묻기도 창피하여 먼곳에 있는 삼촌을 찾아가군 했다. 그래도 그는 사상이 좋았기에 곧 공회주석으로 승급했다. 공회주석이 되여서도 막히는것이 많았지만 삼촌의 손을 빌기도 하고 신화자전을 찾기도 하며 겨우겨우 문서를 작성해나갔다. 내가 대학을 졸업하고 신문사에 들어갔을 때 석호는 《하해》한다고 사표를 쓰고 백화공사에서 나왔다. 그때만 해도 백화공사는 《철밥통》이였기에 모두들 그의 그런 거동을 반대했고 대학공부를 했다는 나마저도 리해하지 못했다. 그는 시장조사를 한다고 남방으로 들어갔다가 오더니 시가지 중심에 가게를 빌리고 싸구려 가전제품 판매를 시작했다. 그는 자질구레한 물건보다 주로 자전거나 텔레비전을 구입해다가 팔았다. 특히 남방에 연줄을 달아서 천연색텔레비전을 싼값으로 가져다가 고가로 팔아서 숱한 리윤을 보았다. 그는 졸부가 됐다. 나는 몇번이나 그를 찾아가 취재했다. 그의 사적을 신문에 냈을 뿐만아니라 실화로 써서 청년잡지에 발표했다. 나는 글에서 통이 크게 해내는 사나이라고 석호를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그런데 그는 더욱 통이 크게 해내려다가 결국 망하게 되였다. 그는 다른 사람의 돈까지 꿔다가 여러 곳에 분점을 세우고 천연색텔레비전을 대량으로 구입해들였다. 그런데 천연색텔레비전 시세가 갑자기 폭락하면서 그는 빚더미에 나앉고말았다. 그는 빚재촉을 피해 여기저기 다니다가 어느날, 우리 집으로 찾아왔다. 그런데 그의 표정을 보니 전혀 빚돈 재촉에 시달린 사람같지 않았다. 오히려 내 쪽에서 근심하니까 그는 빙그레 웃으며 《그까짓 빚이 뭘 대단하다구 그래? 이제 내가 빚을 갚고 일어서는 걸 봐.》하고 내 어깨를 툭 쳤다. 그는 우리 집에 사흘을 묵은후 나갔는데 떠돌아다니면서 마른명태, 해삼 등 장사를 시작했다. 그의 청산류수같은 말재주 덕분인지 장사가 잘 돼서 1년후엔 빚을 다 갚고 3년 후엔 목돈을 손에 쥐게 되였다.   그렇게 석호는 일어섰다. 그는 다방, 노래방, 안마방을 꾸리며 치부의 길로 달렸다. 그의 덕분에 난생 처음으로 노래방이란 곳에 가서 노래를 불러보고 안마방이란 곳에 가서 안마를 받아보던 일들이 어제 일처럼 눈앞에 선하다. 나는 그의 치부사적을 써서 신문에 냈고 《청년》잡지에도 실화로 발표했다. TV방송국기자들도 그를 찾아와 취해했고 그 덕에 그는 하루아침에 유명인사가 됐다. 보도매체에서 춰주자 그의 장사는 점점 더 잘됐고 그는 호경기를 타고 경영범위와 규모를 넓혀 문화오락회사를 꾸렸다. 그는 저명한 청년기업가로 되였고 정부에서도 그의 회사를 중시하고 부추겨주었다. 모모한 지도자분들이 늘 그의 회사를 찾아와 고무해주는 장면이 늘 TV뉴스에 보도되였다. 그는 시장보다도 더 바쁜 인물이 되였다. 나마저도 그를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그는 그렇게 분주히 뛰여다니다가 마침내 나를 불렀다. 그는 언제나 그렇듯이 패기가 넘쳐흘렀고 말마디마다 자신감과 희망에 가득 차 있었다. 《지금 새항목을 내오고 회사규모를 대대적으로 확대했으니 회사도 그룹으로 바꿔야 하겠는데 너더러 그룹 이름을 좀 지어달라고 불렀어.》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내게 부탁해도 되겠니?》 한참 생각을 굴리던 나는 문뜩 떠오른 생각이 있어 말했다. 《좀 특수하면서도 순 우리말로 짓는게 어때? 례하면 〈호랑이그룹〉이라든지.》 《〈호랑이그룹〉이라…》 순간 석호의 얼굴엔 밝은 미소가 떠올랐다. 《좋아! 호랑이는 동물의 왕이라 천하에 적수가 없지. 그리고 민족성도 있고. 그게 좋겠어. 치렬한 시장경제시대에 살아 남자면 호랑이처럼 강해야지! 하하하! 〈호랑이그룹〉!》 며칠후 《호랑이그룹》설립의식이 성대하게 거행되였다. 모모한 지도자분들과 사회각계인사들, 여러 신문, 잡지, TV방송기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석호는 격동된 목소리로 그룹의 밝은 전망에 대해 이야기했다. 《〈호랑이그룹〉은 이미 전국각지에 분회사를 세웠고 빠른 시일내에 한국, 일본, 미국에도 분회사를 세울 계획을 작성했습니다. 이제 제품이 대규모적으로 생산되면 판매는 문제없고 리윤은 천문학수자입니다.》 《야, 대단하다!》 회장엔 우뢰와 같은 박수갈채가 터졌다. 보도매체에선 《호랑이그룹》에 대해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특히 내가 《호랑이그룹》에 대해 쓴 기사는 번마다 신문의 톱자리에 실렸다. 어느날, 석호가 나를 불렀다. 어딘가 피로하고 수심에 잠긴 모습이였다. 《너 몹시 지친 모습이구나. 회사의 일이 아무리 바쁘더라도 휴식하면서 해야지.》 《일이 바쁜건 괜찮지만 한가지 근심이 있다.》 《회사가 잘 나가는데 뭐가 근심이야?》 《계획대로 하자니 자금이 많이 딸린다. 괜히 크게 벌렸나봐》 《너무 급히 서두른게 아니야? 급히 먹는 밥이 목이 멘다고…이제라도 회사규모를 축소해.》 《안돼. 여기까지 와서 후퇴할수 없어! 끝까지 밀고 나가야지!》 《그래 방법은 생각했니? 은행대부금은?》 《은행대부금을 바란다는것은 꿈이야. 아무래도 사회에서 모금해야 하겠어. 높은 리자를 걸고 모금하는거야.》 《그래 놓고 갚을수 있는거니?》 《너 〈호랑이그룹〉의 실력을 몰라서 그러니? 〈호랑이그룹〉이라면 모두 믿을거야. 네가 신문에 기사 좀 내라. 〈호랑이그룹〉에서 미국과 합자해서 새로운 제품을 생산하는데 자금은 량측에서 절반씩 투자하기로 했다고. 그런데 자금이 좀 딸린다는 사정도 먹히게 좀 써달라.》 나는 돌아가자마자 《세계로 향해 달리는 〈호랑이그룹〉》이라는 기사를 써서 신문 톱자리에 실었다. 우리 신문사는 《호랑이그룹》의 후원을 많이 받고있기에 《호랑이그룹》의 기사라면 언제나 톱자리를 할애해주었다. 《호랑이그룹》의 후원을 받아온것도 내고 《호랑이그룹》의 영구성 광고를 받아온것도 나이기에 신문사지도부에서는 나를 황제처럼 떠받들었다. 나는 재빨리 고급기자로, 총편판공실주임으로 되였다. 《호랑이그룹》은 내가 쓴 기사가 나가자마자 모금활동을 벌렸는데 온사회가 떠들썩하게 반향이 컸다. 기업, 단체, 개인 모두가 높은 리자에 현혹되여 저금통장을 털어가지고 벌떼처럼 《호랑이그룹》으로 달려갔다. 어떤 사람은 반신반의하면서《이렇게 목돈을 내놓았다가 떼이지 않을가?》했고 그러면 옆에서 《아니, 이 사람, 〈호랑이그룹〉을 못 믿겠나? 석총재님이 어떤 분이신데. 그리고 신문사가 거짓말하겠나?》하면서 안심시켰다. 우리 집사람도 어느새 저금통장을 몽땅 털어서 《호랑이그룹》에 가져갔다. 이렇게 《호랑이그룹》의 자금은 해결되였고 《호랑이그룹》은 눈덩이 굴리듯 점점 커져서 굴지의 사영기업으로 발전했다. 석호의 이름은 점점 더 유명해졌고 그의 덕에 나는 에세이집을 5권이나 세상에 내놓을수 있었다. 나는 태산같은 그의 은혜에 보답하려고 그의 일대기를 그린 장편실화 《호랑이 같은 사나이》의 집필을 다그쳤다. 그러는 가운데 그와 세번이나 만났는데 그는 회사의 경기가 좋지 못하다는 비밀도 터놓았다. 그는 회사청사의 24층 옥상에 올라서 도시를 바라보기를 즐겼다. 내가 그의 회사에 찾아갈 때마다 그는 늘 옥상에 혼자 서있었다. 그날도 옥상에서 나를 만난 그는 내가 따라서 근심하자 《잠시겠지…》하더니 다음에 만났을 땐 어두운 얼굴로 먼 하늘을 바라보면서 《그게 아니였는데…》하고 중얼거렸다. 그는 세번이나 《그게 아니였는데…》를 반복해서 중얼거리다가 나를 돌아보며 《내가 이 옥상에서 뛰여내린다면 어떻게 될가?》했다. 그 말에 가슴이 섬뜩해난 내가 《아니, 너 미쳤니? 무슨 할 생각이 없어 그런 생각을 다해?》하고 쏘아보자 그는 씩 웃으며 《롱담이야》했다. 그리고 나를 보고 정색해서 《너도 우리 회사에 돈을 빌려준게 있겠지? 소문내지 말고 어서 찾아가.》했다. 내가 《그렇게 엄중해?》하자 그는 《내 말대로 해》했다. 나는 더 묻지 않았지만 불안한 예감이 자꾸만 가슴에 덮쳤다. 발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고 어디서 비밀이 새여 나왔는지 《호랑이그룹》이 망한다는 소문이 떠돌았다. 나와 석호의 관계를 아는 사람들은 나한테서 소문의 진가를 알려고 탐문했다. 나는 《나도 석총재님을 만나본지 오래돼서 잘 모른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어느날, 내가 외자로 취재를 나왔는데 석호한테서 전화가 왔다. 나더러 자신의 회사에 와달라는 다급한 목소리였다. 무슨 일이 생겼을가? 회사경기가 좋지 않다더니 부도가 날 셈인가? 아니, 그럴수 없을거야. 나는 머리를 가로저었다. 석호가 누군데 부도가 나겠어. 그런 일은 절대 없을거야. 나뿐만아니라 석호를 알고있는 모든 사람들이 믿지 않을것이였다. 그러나 만약에…만약에 그의 그룹이 망한다면 지진이 일어난듯 그 진동은 엄청날것이였다. 그의 회사에 거금을 밀어넣은 그 숱한 사람들의 아우성이 들리는듯 했다. 나는 취재를 부랴부랴 끝내고 급급히 택시를 불러 탔다. 오만가지 생각을 하며 그를 찾아을 때 그는 회사청사의 옥상의 바깥쪽에 목석처럼 서있었고 그의 뒤에선 예닐곱살 된 녀자아이가 혼자서 끈을 맨 고무풍선을 손에 들고 뛰여다니고있었다. 언젠가 내가 보았던 이 회사직원의 아이였다. 《석호야!》 나는 우리 둘만 있을 때는 《석총재님》이라 하지 않고 그의 이름을 불렀다. 내가 다시 한번 큰 소리로 불러서야 그는 천천히 뒤를 돌아다보았다. 그는 몹시 초췌해 있었다. 언제나 혈색이 좋던 그의 얼굴은 굳어져 있었고 어글어글하던 눈엔 정기가 없었다. 그는 다가오는 나를 보며 물었다. 《나의 전기는 마무리 돼가니?》 《응, 거의 다 썼는데 결말을 아직…》 《결말은 비참하다. 더 쓰지 말라. 그리고 쓴걸 다 지워버려!》 《아니, 언제나 락관적이던 네가 왜 그렇게 비관실망하니?》 《망했다! 이젠 완전히 망했다! 〈호랑이그룹〉은 망했다!》 석호는 주먹으로 가슴을 탕탕 쳤다. 《이제 난 이 세상을 볼 낯이 없다! 나는 무고한 사람들을 망하게 한 죄인이다! 내 회사에 거금을 밀어넣고 찾지 못한 사람들에게 미안하다!》 《석호, 진정해라, 무슨 방법이 있을거야!》 《방법? 이제 방법은 없어! 아무런 방법도 없어! 방법이 있다면 죄인인 내가 이 세상에서 없어지는거야!》 절망에 차 참회하는 그를 보자 가슴이 몹시 아팠다. 그가 정말 마음을 잘못 먹을가봐 덜컥 겁이 났다. 《석호, 진정해라! 방법은 꼭 있을거야!》 《흐흐흐! 내가 일떠세운 회사청사의 24층 옥상에서 뛰여내리는것, 이것이 최후의 선택이야! 이것이 이 석호의 마땅한 끝장이야!》 《아니, 안돼!》 나는 그의 투신자살을 막으려고 달려가 그들 붙잡았다. 하지만 나는 그의 힘을 당할수가 없었다. 그는 나를 콱 밀어 던졌다. 《내 자식을 부탁한다! 그리고 안녕히! 나는 간다!》 그 순간 나는 고무풍선이 옥상끝으로 날아가는것을 보았다. 고무풍선을 가지고 놀다가 끈을 놓쳐버린 녀자아이가 옥상끝으로 달려가다가 엎어지는것을 보았다. 하지만 석호는 녀자아이 쪽은 보지도 못하고 옥상끝에서 아래로 몸을 던지고있었다. 《앗, 안돼!》 하지만 늦었다. 석호는 벌써 보이지 않았다. 이제는 녀자아이가 위험했다. 나는 쏜살같이 달려가 옥상끝에서 아슬아슬하게 엎어져 울고있는 녀자아이를 안고 옥상 중간으로 돌아왔다. 악몽을 꾸는것 같았다. 석호가 이렇게 가다니? 녀자아이의 울음에 다시 정신을 차린 나는 석호의 비참한 최후를 만회할 한가지 좋은 생각이 떠올라 녀자아이를 보고 말했다. 《너도 보았지? 방금 옥상에서 떨어진 아저씨를? 저 아저씨가 너를 구하려다가 떨어진거다. 알겠니?》 아이는 머리를 끄덕였고 엄마가 찾아오자 석총재님이 자기를 구하려다가 옥상에서 떨어졌다고 말했다. TV방송국기자들이 왔을 때 아이 엄마는 석총재님이 아니면 자신의 아이가 죽을번 했다면서 《석총재님!》하면서 대성통곡했다. 그날 밤으로 석호의 영웅사적이 TV뉴스에 보도되였고 잇달아 내가 쓴 《어린 생명을 구하다가 목숨을 바친 〈호랑이그룹〉석총재》라는 기사가 이튿날 신문 톱기사로 나갔다. 얼마후 정부에선 석호에게 영웅칭호를 주었고 그의 회사가 망한 내막도 비밀도 덮어두었다. 그리고 내가 쓴 석호의 일대기를 그린 장편실화 《호랑이 같은 사나이》도 해빛을 보게 되였다.    
72    안개속의 메아리 댓글:  조회:3641  추천:0  2013-12-08
대중소설 안개속의 메아리 김희수     여름철에 잡아들자 《어절씨구목욕탕》은 손님이 뜸해졌다. 3층에 찾아오는 손님은 더구나 적었다. 두 처녀와 젊은 부부간이 왔다간후로 10시가 되도록 사람 그림자 하나 얼씬하지 않았다. 3층의 담당접대원은 워낙 둘이였는데 중년녀인이 아들잔치때문에 사흘간 말미를 맡았기에 오늘은 젊은 녀인 혼자였다. 그녀는 하도 무료하여 《천지》잡지를 펼쳐들었다. 금방 소설의 서두를 읽어내려갈 때 계단을 밟는 발자국소리가 들려오더니 이윽하여 1남1녀가 그녀앞에 나타나 목욕표를 내밀었다. 보던 책을 내려놓고 습관적으로 손을 내밀어 목욕표를 받던 그녀는 깜짝 놀랐다. 곰같은 몸집에 장대한 체구를 가진 50대의 멋진 양복차림의 신사사나이와 미끈한 몸매에 짙은 화장을 한 20대의 화려한 옷차림의 미녀가 나란히 서있는것이 아닌가. 《박총경리께서 어떻게…》 그녀는 50대 사나이가 《두둥실호텔》의 총경리 박규태임을 대뜸 알아보고 허리를 굽석거렸다. 무도장의 단골인 그녀는 박총경리와 두번이나 춤을 추는 《영광》을 가진적이 있었으나 안면이 넓은 박총경리는 그녀같은 《하찮은》 녀인을 기억하고있을리 만무했다. 그녀는 곁사람들한테서 박총경리가 마누라와 리혼하고 스무살난 처녀를 후실로 맞아들였다는 말은 들었으나 이렇게 박총경리의 새 부인을 보기는 오늘이 처음이였다. 《아이참, 더워죽겠네! 전번부터 샤워욕기가 고장났다고 말했는데두 새걸 사오지 않더니 봐요. 탈탈거리며 이 고생인걸!》 박총경리의 젊은 안해는 왼쪽 어깨에 메였던 가방을 오른 쪽 어깨에 바꿔 메며 종알거린다. 백양처럼 미끈하게 쪽 빠진 몸매, 보름달같이 환한 얼굴, 다치면 터질듯 불룩 솟은 탐스런 젖가슴은 가히 박총경리의 애간장을 태워줄만 했다. 《허허허! 이렇게 다니는것도 재미지비.》 박총경리는 젊은 안해의 손을 다정스레 잡고 접대원녀인이 안내하는 309호 방으로 들어갔다. 부러운 눈길로 그들을 일별한 접대원녀인은 제자리에 돌아와 다시 책을 펼쳐들었다. 시간이 약 40분가량 흘렀을 때 박총경리의 젊은 안해가 먼저 문을 열고 나오며 안에 대고 소리쳤다. 《여보세요! 아직도 안됐나요? 정말 굼뜨네. 전 먼저 이 앞 《옹헤야미용청》에 가겠으니 그리 알아요!》 박총경리의 안해가 부랴부랴 층계를 내려간지도 20분이 지났으나 박총경리는 나오지 않았다. 웬 일일가? 그녀는 309호 방으로 다가갔다. 안에서 수도물 흐르는 소리가 쏴-쏴 귀전을 때렸다. (이 령감이 아직도 몸을 씻고있군. 사업이 바쁘다보니 목욕할 새가 없었나보지?) 지정된 한시간이 지났으나 다른 손님이 없기에 그녀는 문을 두드리지 않고 다시 돌아와 책을 펼쳐들었다. 소설 한편을 다 읽었는데도 박총경리는 나오는 기척이 없었다. 그녀는 갑자기 그 어떤 예감에 가슴이 섬찍해났다. (이 령감이 혹시 졸도한게나 아닐가?) 그녀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309호 방문을 두드렸다. 《박총경리, 계시나요?》 대답이 없다. 그녀는 더 세게 문을 두드리며 목청을 높였다. 《박총경리! 박총경리!》 역시 대답이 없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와 동시에 그녀는 눈앞의 처참한 광경에 놀라 《앗!》하고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얼마후 형사정찰과 과장 석진이와 정찰원 구민이 현장에 도착했다. 실 한오리 걸치지 않고 발가벗은채로 굳어진 시체는 목에 바줄로 조인 흔적이 남아있는 외 다른 곳은 상처자국이나 다친 흔적이 없었다. 피해자는 년령이 50세좌우, 키가 1.75메터, 체중이 90킬로그람 됨직했다. 시체촬영이 끝나자 석진이와 구민이는 피해자가 벗어놓은 옷을 검사하기 시작했다. 양복호주머니에서 열쇠묶음과 만년필, 사업용수첩 그리고 가치가 퍼그나 되는 인민페와 외화가 나왔다. 석진이는 안호주머니에서 정교하게 찍은 명함장을 들추어냈다.   박규태: 《두둥실호텔》총경리. 지력개발회 리사장, 발전기금회 리사장, XX협회 명예회장.   보아하니 피살자는 이름있는 기업가이며 명성높은 사회활동가였다. 명함장에서 손을 뗀 석진이는 그때까지 쏴-쏴- 소리치며 흐르는 수도물을 끄며 예리한 눈길로 주위를 샅샅이 살폈다. 천정은 콩크리트였고 안방엔 목욕통 둘이 있고 겉방엔 밑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나무침대 둘이 있었는데 오른쪽 침대에 박규태의 시체가 누워있었다. 하나뿐인 창문은 꽁꽁 잠겨져 있고 창밖아래로는 행인과 차량들이 간단없이 오가고있었다. 흉수가 창문으로 뛰여들어 왔거나 이 방에 잠복해있는 다는것은 불가능한 일이였다. 석진이는 구민이와 함께 시체의 첫 발견자인 접대원녀인을 만났다. 그녀는 어찌나 놀랐던지 그때까지도 벌벌 떨며 사건의 자초지종을 자세히 이야기했다. 그녀의 이야기를 주의깊게 귀담아듣고 난 석진이는 담배를 두대째 갈아대며 입을 열었다. 《그녀는 20살좌우의 미인이라 했지? 그런데 키는 얼마나 돼보였소?》 《키가요? 저…1.60메터는 될거예요.》 《박총경리네가 목욕탕에 들어간후 무슨 소리가 안들렸소?》 《아무 소리도 못들었어요.》 석진이와 구민이는 다시 1층과 2층의 담당접대원과 목욕탕의 경리를 만나 필요되는것을 조사했다. 흉수는 박규태와 함께 목욕탕에 온 녀인이 틀림없었다. 그런데 그 녀인이 정말 박규태의 안해일가? 제보전화를 받고 급히 달려오느라 점심도 먹지 못한 그들은 빵으로 대충 요기를 한후 곧추 《두둥실호텔》로 차를 몰았다. 6층으로 된 호텔은 호화롭고도 으리으리했다 맨 아래층은 식당과 록화청이고 2층은 오락장, 3층은 무도장, 그 다음 웃층은 모두 호텔방이였다. 그들은 각층의 해당경리들과 몇몇 일군들을 만나본후 나중에 박총경리의 비서를 찾았다. 대학졸업생인 젊은 비서는 박총경리가 당한 불행에 대해 몹시 애석해하였다. 《박총경리는 사업에 몹시 열중한 정력적인 기업가였지요. 사람들은 그의 사생활에 대해 이렇쿵 저렇쿵 하며 의논하고있는데 저는 그런것에 관심을 돌리지 않기에 잘 모릅니다.》 《박총경리가 젊은 안해를 맞았다는데…》 《그건 1년전의 일이지요. 그때 박총경리는 본 안해와 리혼하고 지금의 안해를 맞았는데 그 녀자는 박총경리의 시집간 딸보다 더 어렸지만 남편을 끔찍히 사랑했답니다.》 《박총경리 안해의 사업단위는…》 《원래는 술집 복무원이였는데 지금은 직업을 버리고 가정주부질 한답니다.》 《박경린 오늘아침 출근했소?》 《네. 여느때와 다름없이 출근했는데 9시가 거의 되여 웬 녀자한테서 전화가 와서 나갔지요.》 《웬 녀자한테서? 전화내용은?》 《전 그때 곁에서 무심히 들었는데 박총경리가 대방이 누구냐고 두번 물은것 같습니다.》 《비서동문 박총경리네 집을 아는지요?》 《알다뿐이겠습니까, 제가 두분을 모셔다드리지요!》 그들이 비서의 안내로 박규태네 집에 가보니 집은 비여있는지 초인종을 아무리 눌러도 대답이 없었다. 그래서 둘은 저녁에 다시 찾아갔다. 젊은 안주인이 집에 있었다. 초인종소리를 듣고 문을 연 그녀는 자기앞에 나타난 두 형사경찰을 보고도 놀라는 기색이 없었다. 그녀는 그들을 널찍한 접대실로 안내하고는 차를 따라주었다. 석진이는 그녀의 예쁘장한 두눈에 눈물방울이 가랑가랑 맺혀있는것을 보았다. 《동무가 박총경리의 안해요?》 《네. 방금 남편단위에서 위문하려 왔다갔댔어요. 정말 뜻밖이예요. 너무나도…》 그녀의 고운 눈에서 두줄기의 눈물이 소리없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는 그 눈물은 억지로 짜낸것이 아니였다. 그러나 그녀는 그리 슬픈 표정도 아니였다.그녀가 박규태와 결합한것은 돈을 탐낸것도 있겠지만 그보다도 박규태의 재능과 기업가다운 풍채에 끌려서였다. 그녀는 나이 많은 남편을 진심으로 사랑했고 규태는 어린 안해를 끔직히도 귀여워했다. 갓 결혼해서 꿀맛같던 그들의 생활이 6개월이 지난후부터 웬 일인지 랭랭해지더니 차츰 티각타각 말다툼질이 끝이 없었다. 《우린 사건을 조사하러 왔소. 동문 오늘 낮에 어디에 갔댔소?》 《집에 있기 답답해서 바람 쏘이러…》 《오전 10시부터 11시까지 뭘 했으며 누구와 함께 있었소?》 《저…저는…》 그녀는 갑자기 얼굴이 흑빛이 되였다. 그녀가 당황해하는것을 보고 쏘파에 앉았던 구민이가 벌떡 일어나며 키가 신통히도 1.60메터좌우되는 이 예쁜 녀인을 쏘아보았다. 《왜 당황해하는거요? 솔직히 교대하오!》 《전…제발 묻지 말아주세요.》 그녀는 두손으로 얼굴을 싸쥐였다. 석진이는 격해지려는 구민이를 가볍게 누를며 온화한 어조로 말했다. 《사실대로 말하오. 우린 절대 좋은 사람을 억울하게 굴지 않소.》 《전…전…남편을 보복하고싶었어요!》 《무엇때문에?》 《갓 결혼해서 절 기막히게 아끼고 사랑해주던 남편이 반년전부터 그 열정이 차츰 식어거더니 늘 밤중에 들어오는가 하면 외박하는 차수가 늘어났어요. 전 그가 도박을 노는가 햇는데 알고보니 다른 녀인들과 놀아댄게 아니겠어요. 이 널찍한 집에서 홀로 밤을 새우는 제 고통을 어찌 한입으로 다 말할수 있겠어요. 전 반년동안이나 남편이 있는 생과부질했어요!》 《동문 남편이 외도한다는걸 어떻게 알았소?》 《밖에서 시시한 말이 돌고 저한테 귀띔해주는 사람도 있었어요. 그런데 제가 한번은 남편이 옷을 씻다가 호주머니에서 웬 녀인의 사진 한장을 발견했어요. 처녀같아보이는 그녀는 저보다 더 예쁘게 생겼어요. 소문을 믿지 않던 저는 이때에야 자신이 배반당했음을 의식했어요. 저는 말없이 집을 떠났어요. 친정집에 간 이튿날로 되돌아왔어요. 올케의 눈치가 보여 아침밥도 먹지 않고 이른 새벽에 돌아왔어요. 그런데 글쎄 제가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갈보니 바로 사진의 그 녀인과 남편이 발가벗고 한침대에 있지 않겠어요?! 그래서 전 남편을 보복하고싶었어요!》 《그렇다고 어찌 남편을 잔인하게 살해한단말이요?》 구민이는 수갑을 꺼내 그녀의 손에 채우려고 했다. 그러자 그녀가 뒤주춤하며 놀란소리를 질렀다. 《남편을 살해했다니요? 전 남편을 미워했지만 살해하려는 마음을 먹어본적이 없어요!》 《보복하려 했다면서 살인하지 않았다니?》 《전 남편이 바람을 피우니 같은 방법으로…》 그녀는 남편에게 보복하려고 첫사랑을 나누었던 총각을 찾아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줄곧 《닐리리공원》에서 놀다가 점심을 함께 먹고 저녁밀회까지 약속했는데 공교롭게도 남ㅁ편이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했다. 《그 총각은 어디서 사업하오?》 《의학원학생이예요.》 《박총경리가 집에 데리고 왔다는 녀자는 키가 어느만큼 되고 어떤 특징이 있엇소?》 《그 녀자는 아래입술밑에 유표나게 까만 기미가 있었는데 제가 들어서자 옷을 입고 달아다는걸 보니 키는 저보다 더 컸어요.》 석진이는 일어나 집안을 한바퀴 돌아보았다. 욕실에 가서 샤워욕기를 다쳐보니 물줄기가 쏴-하고 뿜겨나왔다. 이튿날 아침에 시체검사보고가 나왔다. 흉수가 박규태를 바줄로 목을 매여 죽인것이 확인되였다. 흉수는 지문을 남기지 않았다. 석진이와 구민이는 의학원의 그 학생을 찾아가니 그 학생은 자기가 어제 확실히 그 시간에 박총경리의 안해와 밀회를 가졌다는것이였다. 그들은 다시 박총경리의 안해와 《어절씨구목욕탕》의 3층 담당접대원녀인을 대면시켰다. 《저 녀자가 아니예요. 어제 박총경리와 같이 온 녀자는 저 녀자보다 키가 훨씬 더 컸어요.》 《어제 동문 그 녀자의 키가 1.60메터좌우 된다고 하지 않았소?》 《제가 그랬던가요? 눈짐작으로 그만큼 된다고 생각했는데…》 《동무, 이건 장난이 아니요. 가짜 정황을 제공하면 법적책임을 져야 하오!》 《어마나, 전 그래도 사실대로 말하느라 했는데…》 《그럼 한가지 더 묻기오. 박총경리와 같이 온 녀자는 얼굴에 무슨 특징이 없었소? 말하자면 기미라든가 주근깨라든가 하는거말이요.》 《기미?》 애써 기억을 더듬으며 접대원녀인은 머리를 가로저었다. 《그 녀잔 얼굴에 아무런 표적도 없었어요.》 석진이와 구민이는 다시 《두둥실호텔》로 가서 박총경리의 비서를 찾았다. 《비서동무, 이 호텔엔 아래입술밑에 기미가 있는 녀자가 있소?》 《기미요? 우리 호텔의 6층 접대원 계옥이가 아래입술밑에 기마가 있습니다. 그 처년 키가 크고 아주 예쁘게 생겼는데 박총경리의 소개로 들어왔지요.》 《박경린 그 녀자를 어떻게 알고 데려왔다오?》 《3.8절 텔레비죤야회를 촬영할 때였지요.》 박총경리의 비서는 지나간 그 로맨스를 신이 나서 이야기했다. 계옥이이 미혼부 광욱이는 구연단의 만담배우였다. 그때 계옥이는 광욱이의 만담종목이 야회에 오른 덕분에 관람석에 앉게 되였다. 그녀의 곁에는 뚱뚱한 몸집의 50대 사나이가 만면에 웃음을 담고 앉아있었다. 《이번 야회를 후원해주신 〈두둥실호텔〉의 박규태총경리께서 보귀한 말씀이 있겠습니다!》 사회자가 계옥이쪽으로 사뿐사뿐 걸어와 방그레 웃으며 50대 사나이한테 마이크를 내민다. (아, 저이가 신문과 잡지에 소개된 그 명성높은 기업가 박총경리구나!) 계옥이는 존경과 선망의 눈길로 박규태를 바라본다. 청산류수로 발언을 끝낸 박규태는 자리에 도로 앉으며 계옥이한테 눈웃음을 보낸다. 가요절목이 시작되자 박규태는 신이 난듯 선으로 박자까지 쳐대다가 어망결에 계옥이의 무릎을 탁 쳐놓는다. 《어, 이거 미안하오!》 규태가 난처해하며 사과하자 계옥이는 별일 없다는듯 생글생글 웃었다. 《박총경리께선 음악을 무척 즐기시는 모양이군요!》 《대단히 즐기오. 얼마나 심금을 울려주는 선률이오! 동문 즐기지 않소?》 《저도 즐겨요.》 박규태는 계옥에게 관심을 보이며 이것저것 물었다. 그는 계옥이가 아직 직업이 없다고 하자 놀란 눈길로 바라보며 물었다. 《직업이 없다니? 동무같은 인물체격이면 복무계통에서 서로 빼앗자고 하겠는데. 우리 호텔에 들어올 의향이 있소?》 《제가 어떻게…》 계옥이는 가슴이 쿵쿵 뛰였다. 순식간에 직업을 찾다니. 그것도 광욱이가 있는 도시에서 출근하게 되니 얼마나 좋은 일인가! 《집체합숙이 있는데 주숙비는 무료요. 로임은 200원인데 표현에 따라 더 내줄수도 있소. 어떻소? 래일부터 출근해도 되오!》 너무나도 기뻐난 계옥이는 박규태한테 연신 감사를 드렸다… 《계옥이는 지금 어디에 있소? 출근했소?》 구민이가 급히 물었다. 《아마 출근했을겁니다. 6층에 올라가 보십시오.》 6층에 올라간 그들은 뚱뚱한 접대원처녀를 만났다. 《계옥인 어디 있소?》 《계옥인 어제 아침에 일찍 떠났어요. 웬 영문인지 일을 영 그만두겠다며 짐을 꾸려가지고 갔어요.》 《가버렸다구?!》 석진이와 구민이는 서로 놀란 눈길을 교환했다. 석진이는 담배불을 붙여물었다. 《계옥인 평소에 누구와 거래가 많았소?》 《저하고 제일 친했어요. 그리고 구연단에 있는 미혼부 광욱이가 늘 찾아왔어요. 계옥이는 시골처녀이고 광욱이는 도시총각인데 광욱이의 외가집이 계옥이네 뒤집에 있었대요. 계옥이는 어릴 때의 한토막이야기를 몇번이나 저한테 들려줬어요…》 걸음발을 타면서부터 외가집에서 자랐던 광욱이는 도시학교에 다니면서도 계옥이와 떨어질수 없어 방학이면 꼭꼭 외가집으로 놀러 가군했다. 계옥이가 10살을 잡던 여름방학이였다. 외가집에 놀러 가는 선참으로 계옥이를 찾은 광욱이는 아버지가 출장갔다가 사온 자석달린 비닐필통을 계옥이 앞에 내놓았다. 《요거 봐꽁!》 《해해, 필통 곱다. 날 줘!》 《날 붙잡으면 줄래!》 광욱이가 필통을 높이 들고 흔들며 애를 태우자 계옥이는 광욱이를 붙잡겠다고 기를 쓰고 쫓아다녔다. 가까이에서 요리조리 피해 달리던 광욱이는 갑자기 동구밖 수수밭쪽으로 달려가더니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광욱아!》 계옥이가 뒤쫓아가며 수수밭을 살폈으나 광욱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야웅!》 문뜩 계옥이의 앞에서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어마나! 고양이…》 계옥이가 고양이를 보려고 앞으로 몇발작 옮기자 이번엔 등뒤에서 《매매!》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해해, 염소…》 계옥이가 뒤로 돌아서서 염소를 찾으려는데 이번엔 《따웅!》하는 소름끼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에크, 범이 온다! 광욱아, 너 어디 있니?》 어찌나 겁났던지 계옥인 뛰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서 울음보를 터뜨렸다. 《히히, 나 여기 있다!》 광욱이가 땅에서 솟아났는지 그녀의 앞에 불쑥 나타나 필통을 내밀었다. 그후부터 광욱이는 《어마나! 고양이》, 《해해, 염소》, 《에크, 범이 온다!》하며 계옥이를 놀려주군 했다… 《쓸데없는 이야기는 그만하고 계옥이와 박총경리의 관계를 아는대로 말해보오!》 구민이가 듣다못해 뚱뚱한 접대원의 말허리를 잘랐다. 그러자 접대원처녀는 옷깃을 매만지며 말머리를 돌렸다. 《호텔에 들어온 계옥이는 늘 박총경리의 따뜻한 관심을 받군했어요. 처음 계옥이는 무도장의 표를 팔았는데 어중이떠중이들이 자꾸 모여들어 시끄럽게 굴자 박총경리는 즉시 매표원을 그만두게 하고 저와 함께 호텔복무원일을 하게 했어요. 박총경리는 늘 찾아와서 일이 마음에 드는가, 잠자리는 불편하지 않는가, 식사는 어떤가 하면서 어버이다운 사랑을 베풀어주었어요. 그러던 어느날 제가 일이 있어 총경리실로 갔는데 안에서 박총경일와 계옥이가 주고받는 말소리가 들려왔어요. 호기심에 끌린 제가 열쇠구멍으로 안을 들여다보니 박총경리가 자그마한 함을 계옥이한테 넘겨주고있었어요. 〈계옥이가 이달 표현이 좋기에 장려로 주는거요!〉 〈뭔데요?〉 〈어디 열어보오.〉 〈어머, 금반지?!〉 함을 열어보던 계옥이가 깜짝 놀란 소리를 질렀어요. 다음 순간 계옥이는 함을 도로 돌려주었어요. 〈전 이렇게 귀중한걸 받을수 없어요.〉 〈그까짓게 뭘 대단하다구 그러오? 어서 받소!〉 박총경리는 갑작스레 계옥이의 손을 꼭 잡고 탐욕스런 눈길로 계옥이를 노려보는거였어요. 〈아니, 왜 이래요?〉 계옥이가 힘껏 손을 뿌리치자 박총경리는 죄송스러운듯 두 손을 움츠러뜨리며 가련한 상을 지었어요. 〈계옥인 내 마음을 모를거요. 난 계옥이가 너무도 사랑스러워 몰래 사진까지 찍어두었소. 난 자나깨나 계옥이의 사진과 동무하였소. 계옥이 난…〉 박총경리는 호주머니에서 사진을 꺼내 계옥이한테 보여주며 애걸했어요. 〈박총경리님, 자중하세요! 박총경리님은 처자가 있는 분으로서…〉 〈난 안해와 추호의 감정도 없소! 계옥이가 원한다면 난 안해와 리혼…〉 〈박총경리님, 전 박총경리님을 선배로, 유능한 기업가로 존경해왔어요. 그러니 박총경리님도 절 존중해주기 바래요. 박총경리님도 알다싶이 저에겐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요!〉 계옥이가 일어나 나오려는것을 보자 저는 얼른 몸을 감췄어요. 이 일이 있은후 전 그들이 다시 접촉하는걸 보지 못했어요. 그런데 요즘 수심에 푹 잠겨 있던 계옥이가 훌쩍 떠났고 박총경리가 갑자기 비참하게…》 《계옥이가 짐을 꾸릴 때 어떤 물건들이 있었소?》 《옷견지와 화장품따위밖에 없었어요. 그리고 그앤 줄뛰기운동을 즐겼는데 줄뛰기도 짐속에 넣고 갔어요.》 《줄뛰기?》 석진이와 구민이의 눈길이 약속이나 한듯 동시에 언뜻 부딪쳤다. 흉기로 될수 있는 줄뛰기가 계옥이한테 있었다는 사실은 홀시할수 없는 일이였다. 처음엔 자기 몸을 지키던 계옥이가 왜 박규태의 품에 안겼을가? 왜 박규태네 집에서 그들이 성관계를 가진 이튿날 박규태가 살해됐을가? 계옥이가 정말 흉수라면 기미는? 《어절씨구목욕탕》의 접대워녀인은 흉수의 얼굴에 기미가 없었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기미라는건 지워버릴수도 있고 만들어넣을수도 있다. 박규태와 함께 목욕탕에 들어간 녀인은 나올 때 《옹혜야미용청》에 간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왜 자기를 폭로하였을가? 20대 녀인이니 빈구석이 있을수도 있는것이다. 《동문 계옥이의 집주소를 아오?》 《전 몰라요. 구연단의 광욱이를 찾아가요. 그가 알아요.》 그들이 먼저 《옹혜야미용청》에 찾아가니 아래입술밑에 기미가 있는 이쁘고 키 근 처녀가 그날 확실히 왔댔는데 기미를 지우지는 않았다는것이였다. 그렇다면 다른 미용청에 가서 했을것이다. 그들은 구연단의 광욱이를 찾아갔다. 광욱이는 20대의 미남이였다. 계옥이의 집주소를 그럽니까? 당신들은 박총경리살인사건이 계옥이와 관계된다고 의심하는게 아닙니까?》 《우린 지금 조사를 진행하는 중이요. 그러니 동무가 협조해주기를 바라오.》 광욱이는 석진이와 구민이의 기색을 살피더니 계옥이가 살고있는 시골의 주소를 알려주었다. 얼마후 석진이와 구민이를 태운 경찰차는 계옥이가 살고있는 시골로 줄달음쳤다. 약 1시간가량 달리자 차는 계옥이가 산다는 동동촌의 마을에 들어섰다. 수레길 둔덕아래에 시내물이 흐르고있었는데 그 둔덕 버드나무밑에 한 녀인이 그린듯이 서있었다. 경찰차는 그녀와 10여보 떨어진 곳에서 멈춰섰다. 차에서 내린 그들은 곧추 그 녀인한테로 다가갔다. 《말씀 좀 물읍시다.》하고 그녀를 부르던 석진이는 멍해졌다. 피려는 꽃송이같이 아름다운 얼굴, 호수같이 맑고 그윽한 눈, 꼭 씹어놓고싶은 애된 입, 그 아래입술밑에 유표나게 드러난 기미를 가진 미모의 녀인이 의혹에 찬 눈길로 자기를 바라보고있는것이 아닌가. 석진이는 그녀가 바로 계옥이라고 판단했다. 《동무가 〈두둥실호텔〉에서 일하던 계옥이요?》 《네, 무슨 일인가요?》 《동문 어제 몇시차에 집에 왔소?》 《11시 20분차로 왔어요.》 《동문 아침 일찌기 호텔을 떠났는데 그동안 뭘 했소?》 《저는 〈에루화시장〉에서 아침을 먹고 차시간이 멀었기에 답답한 가슴을 달래려고 강가로 나갔어요.》 《누구와 함께 있었소?》 《혼자 있었어요.》 《동문 박총경리와 경상적으로 남녀관계를 가졌소?》 구민이가 불쑥 물었다. 《무슨 의미인가요?》 《동문 그래 박총경리댁에서 추태를 부리다가 박총경리의 안해한테 들킨적이 없소?》 《뭐라구요? 제가 추태를 부렸다구요?》 계옥이는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것을 겨우 참았다. 그녀의 앞에는 그날 일들이 영화필림처럼 스쳐지났다. 박규태가 금반지로 계옥이를 나꾸려고 한지도 열흘이 지난 어느날, 광욱이가 접대실에 홀로 있는 계옥이를 찾아왔다. 소곤소곤 소삭이던 둘은 어느새 한덩어리가 되여 격렬한 키스를 나누었다. 그때 《에헴!》하는 소리와 함께 손님 두분이 나타났다. 멋적게 된 광욱이는 작별을 하고 돌아갔다. 손님을 안내하고 돌아온 계옥이는 자기들이 앉아있던 자리에 사진 한장이 있는것을 발견했다. 그 사진을 주어들고 보던 그녀는 그만 흠칫 몸을 떨었다. 사진엔 웬 낯선 녀인이 광욱이를 꼭 끌어안고 행복에 겨워 웃고있었던것이다. (아, 이것이 정말이란 말인가? 광욱이가 이 따위 더러운 사진을 품고 다니면서 아무런 주저도 없이 나하고 키스를 하다니?! 망나니야! 색광이야!) 증오와 울분이 그녀의 가슴에서 부글부글 괴여올랐다. 그날밤, 그녀는 배반당한 슬픔이 무시로 가슴을 파고들어 한잠도 못잤다. 이튿날엔 아침도 먹지 않고 출근도 하지 않고 홀로 합숙에 누워있었다. 9시쯤 해서 규태가 찾아왔다. 《왜서 출근하지 않았는가 했더니 어디 아프오? 불편하면 말미를 줄테니 며칠 푹 쉬오!》 《듣기 싫어요! 썩 물러가요!》 계옥이는 발딱 일어나며 고함쳤다. 규태는 제풀에 물러갔다. 점심때가 되자 규태가 계옥이한테 점심밥을 날라다 놓고 소리없이 나가버렸다. 그녀는 그들떠도 보지 않았다. 규태는 저녁때 또 밥을 갖다놓고 나갔다. 그런데 이윽하여 광욱이가 헐례벌떡거리며 들어섰다. 《계옥이, 어디 아프오? 박총경리님의 전화를 받고 오는 길이요. 어서 병원에 가 보기요.》 《썩 물러가요! 망나니!》 광욱이를 보자 계옥이의 눈에서는 분노의 불길이 활활 타올랐다. 계옥이는 침대머리에 있는 유리잔 두개를 련속 던졌다. 유리잔은 광욱이의 발밑에서 짤라당짤라당 하며 산산쪼각이 났다. 광욱이는 뜻밖의 일에 아연실색했다. 《계옥이, 왜 이러는거요? 도대체 웬 일이요?》 계옥이는 광욱이한테 막 달려들어 주먹을 날렸다. 이때 규태가 들어와 그들을 말렸다. 규태를 보자 계옥이는 보복심이 솟구쳤다. 그녀는 애교를 떨며 규태한테 거마리처럼 칭칭 감겨들었다. 《사랑하는이, 저와 함께 커피점에 가자요. 네?》 광욱이는 눈앞에 벌어진 현실에 어정쩡해났다. 계옥이가 어찌 이럴수 있단 말인가? 그처럼 순결한 계옥이가! 그는 가슴이 갈기갈기 찢기는것 같았다. 《계옥이, 이게 어찌된 일이오?》 《어찌된 일인가구? 이 사진의 이년하고 물어봐!》 계옥이는 호주머니에서 그 더러운 사진을 꺼내여 광욱이한테 홱 팽개치고는 규태의 팔을 끌고 밖으로 나갔다. 좋은 기회라고 느껴진 규태는 계옥이를 자기의 단골커피점으로 데리고 갔다. 규태는 복무원녀인한테 다가가서 배원짜리 지페 한장과 종이봉지 하나를 건네주고는 슬그머니 눈짓했다. 잠시후 자리를 잡고 앉은 그들앞에 복무원녀인이 커피 두 고뿌를 들고 왔다. 《계옥이, 자, 들기요!》 《들자요, 박총경리님!》 계옥이는 내심의 고통을 커피로 묵새기려는듯 단모금에 쭉 마셔버렸다. 곁에서 지켜보던 규태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계옥의 곁에 바싹 다가앉았다. 계옥이는 이내 드티여 앉았다. 그러자 규태는 능글능글 웃으며 계옥이를 꼭 끌어안았다.계옥이는 박규태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애썼으나 머리가 혼미해지며 까딱할 맥이 없었다. 그녀는 저도 몰래 규태의 품에서 잠들고말았다. 그녀가 깨여났을 때는 얼마나 한심한 일이 벌어졌던가! 실한오리 걸치지 않은 알몸인 그녀가 박규태의 곁에 누워있었다. 원통했다. 18년 고이 키워온 귀중한 처녀를 값없이 잃은것이 원통했다. 그녀는 박규태의 낯판대기를 사정없이 후려갈겼다. 《이 짐승같은 놈아!》 그녀는 울고싶었다. 그러나 울지 않았다. 가증스런 색마앞에서 눈물을 보이고싶지 않았다. 그녀의 가슴에서 증오의 불길이 이글이글 타올랐다. 바로 그때 밖에서 인기척소리가 나더니 뒤이어 박규태의 젊은 안해가 들어섰다… 《그렇다면 박총경리가 동무를 짓밟았단 말이지?》 《그자는 저를 점유하려는 욕망으로 간계를 꾸며 저와 광욱동무사이에 엄중한 오해가 생기게 했어요.》 《간계라니?》 《광욱동문 제가 만나주지 않으니 그자가 절 해친 날 아침 편지를 보내왔어요.》 계옥이는 호주머니에서 편지 한통을 꺼냈다. 석진이와 구민이는 제꺽 편지를 받아 읽었다.   계옥이: 그 사진은 이렇게 된 일이요. 글쎄 그 사진에 있는 낯선 녀인이 나를 찾아와서 중요한 일이 있다면서 조용한 곳에 불러가더니 무턱대고 나를 막 끌어안는게 아니겠소? 한동안 그러던 그녀는 아무 일도 없었던듯이 손을 풀고 어디론가 가버리는것이였소. 그때 난 정신병환자인가 했는데 동무가 넘겨주는 그 사진을 보자 뭔가 깨달았소. 나는 그녀를 찾아 진실을 밝혀야 하겠다는 생가이 번쩍 들어 친구들을 총동원시켜 카라 ,술집, 다방, 불고기점, 무도장 등 오락장소를 샅샅이 훑게 했소. 마침내 한 술집에서 그녀의 종적을 찾아냈소. 그녀는 원래 불고기점의 복무원이였는데 매음하다 쫓겨 지금은 《에루와시장》 2층 동쪽 매대에서 옷장사를 한다는것이였다. 그래서 나는 당장 《에루화시장》 2층 동쪽 매대에 가서 그녀를 붙잡고 따졌소. 그녀는 오래전부터 박총경리와 치정관계가 있던 녀인인데 박총경리가 돈 2배원을 주며 그녀를 시켰다오. 자기는 숨어서 사진을 찍고. 얼마나 가증스런 인간이요?! 하지만 계옥이 우리 사이의 오해가 풀렸으니 다행이요! 우리의 사랑은 영원할 거요! 계옥이만을 사랑하는 광욱이로부터.   그들이 편지를 다 읽자 계옥이는 또 다른 쪽지 한장을 넘겨주었다. 《이건 제가 광욱동무한테 회답해보내려고 썼다가 보내지 못한 쪽지예요.》 그들은 그 쪽지를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광욱동무: 전 광욱동무를 볼 면목이 없어요! 박총경리가 그 저주로운 그자가 커피에다 몽혼약을 풀어 저한테 먹인후 자기 집에 끌고 가서 제 몸을…아, 하늘에, 땅에, 골수에, 오장에 마디마디에 사무치는 이 원한을 어떻게 푼단말인가요? 전 박총경리, 그자를 죽여버리겠어요! 영원히 다시 만나지 못할 계옥이로부터. 《그래서 동문 박총경리를 죽였단 말이요?》 《무슨 뜻인가요?》 《시치미를 떼지 마오. 동문 미용원에 간적이 있지?》 《옹혜야미용청》에 가서 제 얼굴을 흉측하게 만들어달라고 청든적이 있어요.》 《변명하지 마오. 동무는 박총경리를 유혹하여 목욕통에 데리고 간후 줄뛰기로 목을 졸라 죽였소. 동무는 법률의 무기를 사용할 대신 개인복수를 했기에 자기를 망쳤소!》 《그래요. 전 자기를 망쳤어요.》 계옥이는 한숨을 내쉬였다. 《전 살고싶은 생각이 없어요. 차라리 잘 됐어요. 절 체포하세요!》 《계옥동무, 동무는 중요한 혐의대상이기에 우리와 함께 가서 심사를 받아야 하겠소!》 석진이가 이렇게 말하자 구민이는 수갑을 꺼내 계옥이의 손목에 채우려고 했다. 바로 그때였다. 오토바이 한대가 그들한테로 쏜살같이 달려오더니 《잠간만!》하고 웨쳤다. 그들 셋은 놀란 눈길로 다가오는 오토바이를 바라보았다. 잠간후 오토바이가 그들 앞에 와서 멎으면서 웬 녀인이 훌쩍 뛰여내렸다. 키 크고 이쁘고 나젊은 그 녀인은 계옥이를 서글픈 눈길로 바라보더니 두 경찰한테로 다가가 말했다. 《제가 바로 당신들이 찾는 진짜 흉수예요! 전 수사를 벌리고있는 당신들을 진작부터 주시했어요. 오늘 당신들이 여길 오는걸 보고 무고한 사람을 억울하게 만들가봐 제가 자수하려고 따라 왔어요. 그 처녀는 아무런 상관도 없으니 절 체포하세요!》 《동무는 누군데 흉수라고 자칭하는거요?》 《제가 살인경과를 말하면 당신들은 제가 흉수라는것을 믿을거예요.》 그녀는 마치 남의 이야기를 하듯 평온 어조로 이야기했다. 《닐리리공원》 구석진 곳에 50대의 사나이와 20대의 녀인의 괴이한 상봉. 《박총경린 약속을 어기지 않으셨군요!》 《아가씬 누군데 여기서 만나자고 전화를 걸었소?》 《박총경리께서 우리 녀자애들을 무척 귀여워한다기에 한번 만나보려고…》 《도대체 어쩌자는거요?》 박규태는 얼굴이 수수떡처럼 붉어지며 불가사이한 낯선 녀인을 쏘아보았다. 《아이참, 어쩌긴 어쩌겠어요? 박총경리와 사귀자는거지요!》 그녀는 박규태한테 찰거마리처럼 감겨들며 아양을 떨었다. 규태는 마음같아선 방금 피려는 꽃같은 그녀를 당장 삼켜버리고싶었다. 《아가씬 내 호주머니의 돈냄새를 맡은거지?》 《아니예요. 전 돈을 탐낸게 아니예요.》 《그럼 왜?》 《아이, 참 쑥스럽게…》 녀인이 몸을 배배 꼬자 규태는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그는 당장 그 녀인을 침대에 눕히고싶어졌다. 《그럼 지금 당장 장소를 찾아볼가?》 《글쎄요. 아이, 근데 이 며칠째 목욕을 하지 않았더니…》 《그래? 그럼 당장 목욕탕에…》 박규태를 유혹하여 목욕탕에 데리고 간 녀인은 온갖 아양을 다 부려 규태더러 먼저 옷을 벗게 했다. 그 다음 녀인은 박규태의 라신을 감상하는체 하며 뒤모습을 보자고 구슬렸다. 얼이 쑥 빠진 박규태가 고분고분 하라는대로 돌아서자 그녀는 어깨는 어떻고 허리는 엉뎅이는 어떻다는둥 하며 평가를 늘여놓는 한편 가방에서 미리 준비해둔 바줄로 불시에 박규태의 목을 졸랐다. 가련한 박규태는 녀색을 즐기려다가 이렇게 목숨을 잃은것이였다… 《동문 도대체 누구요? 왜서 박총경리를 죽였소?》 구민이의 의혹에 찬 질문이였다. 여태껏 사색에 잠겼던 석진이가 무릎을 탁 쳤다. 《구민이, 우린 이번 사건수사에서 엄중한 실책을 범했소! 우린 표면현상에 미혹되여 흉수를 녀자라고만 생각했던거요!》 그러자 흉수라고 자칭하는 녀인이 시내물에 달려가 세수를 하고 올라와서 가발과 가짜 유방을 벗어 팽개쳤다. 그녀는 삽시에 미남으로 변했다. 그 남자를 보는 순간 계옥이가 깜짝 놀라 부르짖었다. 《광욱동무!》 계옥이는 정신없이 광욱이한테로 달려갔다. 사랑하는 두 사람은 서로 꼭 부등켜안고 어깨를 들먹거렸다. 《계옥이!》 《광욱동무!》 서로 애절하게 부르는 두 련인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샘솟았다. 한동안 근엄한 눈길로 두 청춘남녀의 포옹을 지켜보던 석진이와 구민이는 급기야 광욱이를 경찰차에 오르게 했다. 《광욱동무!》 수갑을 차고 경찰차에 오르는 광욱에게 정신없이 매달리며 대성통곡했다. 무정한 경찰차는 계옥이를 떼여놓고 뽀얀 먼지를 남기며 사라졌다. 피타는 목소리로 사랑하는 사람을 부르며 경찰차가 사라진 방향으로 허겁지겁 달려가던 그녀는 그만 자신을 지탱하지 못하고 푹 꼬꾸라졌다. 바로 그때 그녀의 앞으로 고양이 한마리가 폴짝폴짝 뛰여갔다. 《야웅!》 《어마나! 고양이…》 《매매!》 《해해, 염소…》 《따웅!》 《에크, 범이 온다! 광욱아, 너 어디 있니?》 《히히, 나 여기 있다!》 … … … 1991. 9.  
71    쪼각난 제형 댓글:  조회:3944  추천:0  2013-12-08
단편소설   쪼각난 제형   김희수     삼라만상이 쥐죽은듯 고요한 야밤삼경에 숲속에서 벌거숭이 남녀가 사랑의 랑만에 취해있다, 옥으로 다듬은듯한 녀인의 알몸은 그지없이 아름답고 건강미 흐르는 사내의 육체는 소같이 든든하다. 처음과는 달리 녀인은 부끄러움을 잊고 두팔로 사내의 목을 감았다. 이젠 가시처럼 찔리는 꺼슬꺼슬한 수염도 아프지 않았고 시꺼먼 털이 가득한 앞가슴도 두렵지 않았다. 《인섭아, 난 이젠 너한테 모든걸 바쳤어! 몸도 마음도…》 《응, 연옥, 넌 이젠 내것이야! 영원히…》 《영원히…》 녀인은 행복에 겨워 푸시시한 사내의 가슴털에 얼굴을 비빈다. 취한듯 녀인을 애무하던 사내가 갑자기 놀란소리를 지른다. 《저길 봐, 누가 우릴 훔쳐보고있어!》 《어마나!》 와뜰 놀란 녀인은 황급히 곁에 있는 옷가지로 몸을 가리며 사내의 품속에 바싹 기여든다. 《아이, 무서워!》 《무섭긴? 바보야, 우릴 훔쳐보는건 저 하늘의 별들이야!》 《어머머, 괘씸한게!》 겁기어린 눈길로 총총한 별들을 바라보던 녀인은 주먹으로 사내의 가슴을 북치듯 쾅쾅 쳤다. 사내는 녀인이 때려주는대로 맞아주다가 빙그레 웃으며 녀인을 꼭 끌어안았다. 《야-별들이 많지?》 둘은 나란히 누워 금싸라기를 쥐여뿌린듯한 총총한 별들을 바라보았다. 《인섭아, 우리 저 별들중에서 우리별을 찾자.》 《히히, 우리 별? 저봐, 나란히 떠있는 저 쌍둥이별이 바로 너와 나야. 바로 우리별이란 말이야!》 《멍텅구리, 그게 어디 쌍둥이별이야? 셋이 나란히 있는걸 봐라. 삼태성이야!》 《아니, 너 왕청같은걸 보구 그러는구나. 그게 어디 삼태성이야. 우리 아버지가 그러는데 삼태성은 겨울밤에 보인다더라.》 《애두 참, 셋이 나란히 있는걸 보면서 그러니?》 《글쎄 무슨 별일가? 상관있니. 셋이면 더 좋지. 저걸 우리별로 하자. 우리별은 셋이야!》 《너 돌지 않았니? 우린 둘인데 어떻게 저 별을 우리별로 하니?》 《너 정말 몰라서 그러니? 지금은 우리 둘이지만 이 다음 네가 아길 낳으면 셋이 아니구 뭐야!》 《아이, 부끄러워!》 연옥이는 두손으로 얼굴을 가리웠다. 그리고는 달콤한듯 되뇌였다. 《우리별은 셋! 우리별은 셋…》 열렬한 사랑에 불타고있는 연옥이와 인섭이는 시내와 동떨어져 있는 여기 으슥한 숲속의 잔디밭을 에덴동산을 정하고 이 밤에 남몰래 선악과를 따먹었다. 하느님의 명령을 거역했으나 다행히 락원에서 쫓겨나진 않았다. 그래서 그들은 다음날, 그 다음날에도 금과를 따먹는 재미를 거듭 맛보았다. 그러던 어느날, 연옥이는 잔잔한 호수같이 맑고 깊은 생각에 잠긴듯한 눈으로 인섭이를 바라보며 볼그스럼한 입술을 열었다. 《인섭아, 우리 이래도 되니?》 《뭐 어째 잘못된게 있니?》 인섭이는 짜장 모를일이라는듯 왼고개를 틀었다. 그러자 안달아난 연옥이는 주먹으로 인섭의 어깨를 탁 쳤다. 《너 정말 태평이구나. 결혼두 안하구 이래서 괜찮겠니?》 《결혼하면 되지뭐.》 《그럼 언제 결혼할가?》 《왜? 내가 변할가봐 두렵니? 난 절대 안변해. 내 마음엔 오직 너 하나밖에 없어!》 인섭이는 단침을 꿀꺽 삼키면서 연옥이의 모란꽃같은 붉고 탐스런 입술을 향해 접근했다. 육박해오는 인섭의 타는듯한 입술을 연옥이는 잽싸게 손바닥으로 막았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니까 남자들은 죽자살자 맹세하다가두 쩍하면 변하더라. 사과를 보면 배를 던지고 또 바나나를 보면 사과를 팽개치고… 너두 결국 그렇게 날 버리겠지?》 《허참, 넌 내가 변할것 같니? 사람 잘못 봤다. 난 죽어도 안변한다. 오히려 네쪽에서 변할가봐 두렵다.》 《내가? 난 네가 없으면 못살것 같은데 어떻게 변하니?》 《정말?》 《정말.》 《그럼 우린 누구도 안변해. 변함없이 함께 사는거야!》 《응, 백년을 아니, 천년을 함께 살자!》 서로 상대방을 꼭 끌어안은 그들은 달콤하고 감미로운 사랑에 취해 날 새는줄 몰랐다. 한달이 지났다. 연옥이는 또 인섭이를 재촉했다. 《우리 그냥 이러고있으면 어쩌니?》 《어쩌긴? 이러고있는게 나쁘니?》 《아이참, 넌 …우리 결혼하자!》 《결혼?》 《응.》 《나두 결혼하자구 생각해봤어. 그런데…》 《그런데 어째 내가 싫어졌니?》 《아니야. 결혼하자면 돈이 있어야 되지 않니? 돈이 없이야 어떻게 결혼하고 또 결혼한 다음 어떻게 살아가겠니? 그래서…》 《그래서 돈을 번 다음 결혼하잔 말이니?》 《맞아. 내가 돈을 많이 번 다음 널 새각시로 맞아드릴테야!》 《글쎄. 생각은 좋은데 돈을 어떻게 버니? 공장이란건 문을 닫아 월급도 못받는 주제에 …》 《두 손이 있는데 왜 돈을 못벌겠니? 내겐 힘이 무진장하다!》 《힘이 무슨 쓸데있니? 지금은 머리로 돈을 버는 때인데.》 《쳇, 넌 몰라. 난 로무송출을 가기로 했어.》 《로무송출? 힘들다던데…》 《까짓거. 이 좋은 신체에 무슨 일을 못해!》 《몇년이야?》 《3년.》 《그리 오래…그럼 난 혼자서 어째.》 연옥이는 사랑하는 사람과 3년이란 세월을 떨어져 살 일을 생각하니 가슴이 쓸쓸했다. 인섭이도 연옥이를 두고 떠날 일을 생각하니 속으로 눈물이 났으나 천연스레 롱담을 했다. 《내가 없으면 좋지 않니? 다른 남자를 친하는게.》 《얘봐라, 그것두 말이라구 하니? 니 그렇게 말하면 난 정말 다른 남자를 친하겠다!》 《친해라. 정작 친해라면 못 친할걸 가지고.》 《못친하지 않구. 정말이다. 난 죽으나 사나 널 따르겠다!》 《그래, 내가 죽으면 너도 죽겠니?》 《응, 난 너없이 살수 없으니까 널 따라 죽을꺼야!》 《바보! 함께 살순 있어도 함께 죽는 법이 없어! 아무리 어쩌구 해두 산 사람은 살기 마련이야. 그리구 죽은 사람두 사랑하는 사람이 자기를 따라 함께 죽기를 훤하지 않아. 반대로 자기가 다 살지 못한 몫까지 오래오래 살아서 행복을 누리길 바라는거야.》 《넌 그저 태평스런 소리만 하는구나.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가슴이 찢겨 어떻게 사니?》 《슬픔과 고통은 시간이 지나면 점차 소실되는거야. 그리고 다른 배우자를 찾아 행복하게 살수도 있는거구.》 《함께 죽지는 못할망정 그런 배반을 해서 되니?》 《배반이 아니야, 죽은 다음에 그러는건. 내가 죽은 다음 네가 수절하면 난 죽어두 눈을 못감아.》 《얘봐라, 니 지금 당장 죽니? 싱겁다!》 죽는다 산다하는 말에 기분이 잡친 연옥이는 눈을 곱게 흘겼다. 인섭이가 로무송출을 떠나는 날은 빨리도 다가왔다. 리별을 앞두고 그들은 대낮에 보금자리에 기여들었다. 연옥이가 들고온 핸드백에서 손수건과 작은 가위를 꺼내는것을 인섭이는 의아쩍은 눈길로 바라보았다. 《그건 뭐야?》 《우리 이 손수건을 가위로 절반씩 베여가지자. 3년이란 세월 그리울 때가 많겠는데 그때면 서로 절반 손수건을 보면서 …》 《그 생각 잘했다. 우리 천애지에 떨어져 있어도 마음은 하나.》 연옥이한테서 가위와 손수건을 받아들고 절반을 베려던 인섭이는 문뜩 손을 멈추었다. 《연옥아, 우리 이 손수건을 세등분하자. 그래서 한몫은 내가 가지고 두몫은 네가 가지고있다가 앞으로 우리 아이가 태여나면 한몫을 베여주는게 어때?》 《아이, 넌 부끄럽지 않니? 자꾸 그런 말을 하면서 …》 《쳇, 부끄럽긴? 내 나이에 애아버지 소릴 듣는 애두 있는데 뭘.》 한창 궁리하던 인섭이는 땅바닥에 손수건을 펴놓고 접은 종이를 자대로 삼아 원주필로 손수건에 먼저 아래밑변이 웃밑변의 배로 되는 등각제형을 그리고 아래밑변의 중점과 웃밑변의 량끝을 련결하는 선을 그으니 제형안에 똑같은 2등변3각형 셋이 나타났다. 《이 세개의 3각형은 우리 별이야. 우리 3각별 셋이 한데 뭉쳐 제형이 됐으니 이건 우리 사랑이 제방뚝처럼 든든하다는 뜻이야! 이 셋중에서 어느 하나가 없어도 제방뚝은 평형을 잃고 무너져. 그러니 우리 셋은 서로 떨어져 살수 없는 3위1체야!》 인섭이의 설명에 연옥이는 흡족한듯 머리를 끄덕이였다. 인섭이는 제형에서 3각형 하나를 베여내여 자기가 가지고 두 3각형이 평행4변형을 이룬 나머지 부분을 연옥이한테 넘겨주었다. 그것을 받아쥐고 물끄러미 바라보던 연옥이는 깊은 한숨을 내쉬였다. 《호-3각별 하나가 떨어져 나가니 이 뚝이 막 무너질것 같아.》 《근심마, 내 3년후에 돌아와 다시 붙일게.》 《3년이나…아득해.》 연옥이는 가슴에서 애틋한 정이 사무치며 저도 몰래 눈시울이 뜨거워났다. 그는 급기야 인섭이의 몸에 안기며 울음을 내놓았다. 《바보야, 울지마, 리별은 잠시야.》 연옥이를 꼭 끌어안은 인섭이의 눈에도 이슬이 맺혔다. 이제 떨어지면 다시 못볼듯 그들은 오래도록 붙어있었다. 인섭이는 떠났다. 떠나면서 연옥에게 록음테프를 하나 남겨주었다. 인섭이를 바래다주고 돌아온 연옥이는 가슴속이 텅 빈것 같이 허전했다. 그녀는 인섭이가 남겨준 록음테프를 록음기에 넣고 단추를 눌렀다. 길면 3년 짧으면 1년 잠간만 당신곁을 떠나있는것이라오 외로워도 참고 살아주오 그리워도 참고 살아주오 아, 돌아올 그날까지 …   록음기에서 울려나오는 애달픈 노래소리는 그녀의 외롭고 그리운 마음을 더 애절하게 했다. 그녀는 날마다 록음기를 틀어놓고 인섭이가 베여가고 남은 손수건쪼각을 들여다보며 맘속으로 태평양건너 머나먼 나라에 간 미혼부를 그렸다. 기다림이란 고역이였다. 시간은 하루하루 더디게 흘렀다. 그녀는 3년이란 시간이 아득하게 느껴졌다. 애타는 기다림속에서 어느덧 한해가 지나갔다. 이 한해동안 청혼자들이 수없이 나타났지만 그녀는 죄다 거절해버렸다. 그런데 유독 창식이라는 비위좋은 총각만은 그냥 검질기게 달라붙었다. 귀찮아진 그녀는 자기는 임자있는 꽃이니 더는 치근거리지 말라고 딱 잘라 말했다. 그랬더니 창식이는 히물히물 웃으며 《치근거린다는 말이 얼마나 듣기 거북하냐, 내가 연옥씨를 딱 사랑하고싶어 따라다니는데 나쁠게 뭐냐》고 떡심좋게 너스레를 부렸다. 펄쩍 성난 그녀가 건달, 망나니라고 욕설을 퍼부으니 창식이는 그 목소리 듣기 좋으니 한번만 더 욕해달란다. 《시끄럽게 굴지 말아요. 저의 미혼부는 소림무술에 정통한 힘장사예요. 이제 그이가 돌아오면 당신의 머리를 수박쪼개듯 두동강 내지 않나 봐요!》 《하느님맙시사! 내 머리가 두쪽이 된다니 이 일을 어찌 하노?》 창식이는 두손으로 자기의 머리를 싸쥐고 짐짓 부들부들 떨었다. 그 모양을 본 연옥이는 깨고소해났다. 건장한 인섭이에 비해 여윈축인 창식이는 상대도 될것 같지 않았다. 이쯤하면 속이 언 창식이가 제풀에 물러나리라고 생각했는데 웬걸, 또 능청스럽게 웃으며 달라붙었다. 《앞길이 구만리같은 이 청춘이 요절되는게 아깝긴 하지만 사랑하는 연옥이를 위해서라면 헤헤, 내 이 머리가 두쪽이 아니라 분신쇄골이 된다해도 원이 없겠소!》 《바보!》 《내가 바보라구?》 《자기를 사랑하지도 않는 녀자를 위해 죽어도 좋다니 바보가 아니구 뭐예요?》 《허허, 바보는 내가 아니라 연옥씨요.》 《제가 왜 바본가요?》 《미래의 남편도 못알아보고 바보라고 했으니까 바보가 아니구 뭐요.》 《흥, 김치국이나 콱 마셔요!》 펄쩍 성난 연옥이는 홱 돌아서서 가버렸다. 했으나 창식이는 그후에도 날마다 그녀가 출퇴근길에 반드시 지나야 하는 다리목을 지키고있다가 그녀가 나타나기만 하면 능청스럽게 웃으며 몇마디씩 우스개를 부리고야 물러가군하였다. 그녀가 상대하기 싫어 본체만체 지나쳐버리려고 하면 창식이는 일부러 큰소리로 《이거참, 오래간만이구만!》하면서 그의 손을 다짜고짜로 막 잡아흔드는데 그럴 때면 행인들의 이목이 두려워서라도 잠간 멈춰서서 어처구니없는 청혼타령을 들어줘야 했다. 청산류수같이 내리엮는 말주변도 좋거니와 우습강스레 눈알을 요리 판들 조리 판들 굴리는 익살은 허리가 끊어질 지경이였다. 그러나 그녀는 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못들은척 입을 꾹 다물고있는다. 그러면 창식이는 아름다운 연옥씨가 갑자기 벙어리로 됐으니 시집을 다 갔다는둥 이 세상에 벙어리색시를 맞아드릴 사람은 창식이밖에 없다는둥 하면서 얼레발을 쳤다. 이런 정도에서 그냥 입을 다물고있을수 없어 누가 벙어리냐고 욕사발을 안기면 창식이는 그제야 만족한듯 빙그레 웃는다. 연옥이한테서 욕지거리라도 듣지 않으면 그날은 잠이 오지 않는 모양이다. 그래서 그런지 무슨 수를 쓰든지 연옥이의 입을 열게 하고야 시름을 놓는다. 이렇게 되여 연옥이는 날마다 창식이와 입씨름하는데 습관되였다. 아무튼 그가 불순한 행동을 하지 않는 이상 몇분동안의 시간으로 이 무료한 사나이의 비위를 맞춰주는것도 랑패는 없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누가 알았으랴. 그와 한두마디 욕지거리를 하던데로부터 욕소리는 어느새 끊어지고 이따금 그의 말에 끼여들고 그의 이야기에 끌려들어가게 될줄을. 5분을 이야기 한다는것이 10분이 되고 10분이 다시 30분으로 되더니 나중엔 두세시간씩 이야기해도 시간가는줄 몰랐다. 더구나 창식이가 사랑에 대한 말을 더는 입밖에 꺼내지 않으니 그녀는 마음놓고 이야기할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한편으로 창식이를 경계하였다. 그래서 둘사이의 관계가 절대 우정의 한계를 넘어서는 안된다는 군자협정을 맺었다. 창식이와 사귀면서부터 연옥이는 기분이 상쾌했고 시간가는줄 몰랐다. 눈깜짝할 사이에 또 한해가 지났다. 이제 1년만 지나면 사랑하는 인섭이가 돌아올것이다. 그러면 사랑의 제방뚝을 새롭게 쌓고 화촉 밝은 동방에서…인섭이와의 달콤하고 즐거운 상봉을 그려보는 연옥이의 아름다운 두눈에서는 행복의 밝은 별이 빛났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 즐거운 상봉은 실현될수 없었다. 연옥이는 태평양건너에서 부고 한장이 날아왔다는 소식을 인섭이의 누이동생을 통해 뒤늦게야 듣게 되였다. 사랑하는 인섭이가 애석하게도 바다귀신이 되였단다. 《인섭아!》 첫사랑을 속삭이던 숲속까지 단숨에 뛰여간 연옥이는 목터지게 부르짖었다. 하늘땅이 빙글빙글 돌아가는것만 같아 그녀는 잔디밭에 쓰러졌다. 얼마후 그녀는 간장을 비트는듯 애통하게 흐느끼며 연신 어깨를 들먹거렸다. 아아, 사랑하는 인섭이를 이제 다시는 볼수 없다니! 돈을 많이 벌어가지고 와서 천년만년 함께 살자던 인섭이가 영영 돌아올수 없다니! 비애, 끝없는 비애가 가슴에 차고넘친다. 인섭아, 너를 잃고 내가 어떻게 살아간단말이냐! 그녀는 처절하게 가슴을 쥐여뜯었다. 인섭아, 왜 날 두고 혼자 갔어?! 나도 널 따라가겠어! 연옥이는 가위를 꺼내 가슴에 갖다댔다. 그때 갑자기 그녀의 귀전에 입선이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바보! 함께 죽는 법이 어디 있어? 어쩌구 해도 산사람은 살기 마련이야. 그리고 죽은 사람도 사랑하는 사람이 자기를 따라 죽기를 원하지 않아. 반대로 자기가 다 살지 못한 몫까지 오래오래 살아서 행복을 누리길 바라는거야.》 안섭아, 넌 내가 따라가는걸 원하지 않는단 말이지? 하지만 너를 잃고 내가 무슨 살멋이 있단말이냐. 우리 거기서 함께 살자. 기다려, 내가 갈께! 연옥이는 가위를 쥔 두손을 번쩍 쳐들고 가슴을 겨누었다. 그리고는 두눈을 꼭 감고 힘껏 내리찍었다. 그런데 가위는 가슴에 닿기도전에 땅바닥에 뚝 떨어졌다. 창식이가 그녀의 손에서 가위를 앗아 던졌던것이다. 창식이는 그녀가 걱정되여 슬그머니 그녀의 뒤를 따라왔던것이다. 《왜 이런 못난짓을 하는거요? 연옥인 인섭씨의 뜻을 받들어 더 견강하게 살아야 하오!》 《전 죽고싶은 생각밖에 없어요.》 연옥이는 창식이의 품에 쓰러지며 목놓아 울었다. 인섭이를 잃은 연옥이는 울적한 나날을 보냈다. 창식이가 곁에서 위로해주고 우스개도 피웠으나 그녀의 슬픔을 덜어주지 못했다.   길면 3년 짧으면 1년 잠간만 당신곁을 떠나있는것이라오.   록음기를 틀어놓고 인섭이가 주고간 록음테프의 노래를 듣노라니 가슴은 갈기갈기 찢기는것 같았다. 무정한 사람, 왜 잠간만 떠난다 해놓고 영영 떠났는가말이야! 그녀는 고이 간직했던 손수건쪼각을 꺼내놓고 인섭이가 베여간 3각형쪼각을 떠올렸다. 그 3각별이 갑자기 허공중에 둥둥 떠오르더니 순식간에 하늘에 날아올라 커다란 별이 되여 반짝거렸다. 반짝반짝 빛뿌리던 그 별이 어느새 인섭이의 얼굴로 변하여 연옥이를 보고 빙그레 웃는다. 아, 인섭아, 너 돌아왔구나! 3각별을 붙이려 돌아왔구나. 어서 우리의 사랑뚝인 제형을 만들고 천년만년 함께 살자! 인섭아, 빨리 내려와! 연옥이가 너무도 반가워 환성을 지르자 인섭이는 빨갛고 노랗고 파란 세줄기의 빛을 타고 순식간에 연옥의 앞에 내려왔다. 《인섭아!》 《연옥아!》 연옥이를 정겹게 바라보던 인섭이는 품속에서 3각별을 꺼내 연옥이가 펼쳐놓은 평행4변형의 원자리에 제형이 되게 딱 붙여놓는다, 《아, 인섭아!》 연옥이는 너무도 기뻐 두팔을 벌려 인섭이를 꼭 끌어안았다. 그런데 인섭이도 제형도 가뭇없이 사라지고 손에 쥐운건 손수건쪼각뿐이다. 가슴에 가득찼던 기쁨은 바람에 날리는 안개처럼 스러지고 가을하늘과 같이 휑뎅그렁한 공허가 밀려왔다. 그녀는 창문을 활짝 열어제끼고 별들이 총총한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순간 그리움이 추억이 뜨거운 물결처럼 가슴벅차게 밀려왔다. 인섭이와 둘이서 숲속에 나란히 누워 《우리별》을 찾던 일이며 손수건을 베여 제형을 만들던 지난 일들이 어제일처럼 떠오르며 가슴을 애태운다. 아, 인섭아, 넌 영원히 돌아올수 없단 말이냐? 아니, 넌 돌아왔다! 넌 언녕 내 마음속에 돌아왔다. 네가 내 마음속에 있는 한 우리의 사랑뚝은 무너지지 않을것이다. 너는 영원히 내 마음속의 3각별이 되여 무형이 힘으로 이 평행4변형을 제형으로 받쳐줄것이다. 연옥이의 눈에 인젠 평행4변형이 하나의 완정한 제형으로 보였다. 이 제형을 가슴속 깊이 간직하면서부터 그녀의 얼굴에는 더는 우울한 기색을 찾아볼수 없었다. 그녀가 다시 생활에 대한 신심을 얻자 가장 기뻐한것은 창식이였다. 《연옥씨, 연옥씨가 슬픔을 힘으로 바꾸니 참 기쁘오. 인섭씬 개인 돈벌이를 떠났다지만 기실 나라의 경제진흥을 위해 몸을 바친거요. 연옥씨, 우리 함께 인섭씨가 다 하지 못한 사업을 끝까지 해나가기오!》 《고마워요, 창식씨!》 연옥이는 자기를 진심으로 도와주는 창식이와 같은 지기가 있는것이 만족스러웠다. 창식이는 타고난 말재주와 우스개로 연옥에게 무한한 웃음의 꽃다발을 안겨주었다. 이 웃음의 꽃다발은 연옥이를 슬픔과 고통을 잊고 새 삶에로 줄달음치게 했으며 연옥에게 새로운 동경과 희망을 안겨주기도 했다. 날이 갈수록 더 친근하게 느껴지는 창식이가 어느새 자신의 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귀중한 존재로 가슴에 자리잡았음을 그녀는 놀랍게 발견했다. 이따금 타는듯한 눈길로 자기를 바라보는 창식이의 정열이 두려웠다. 그녀는 이제 곧 그 정열이 폭발하며 무서운 일이 닥치고말리라는 예감이 들었다. 아니나다를까 어느날 얼빠진 사람처럼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던 창식이가 갑자기 그녀를 와락 껴안고 키스를 퍼부었다. 어리둥절하여 창식이가 하는대로 몸을 맡기고있던 연옥이는 갑자기 꿈에서 깬듯 창식이를 콱 밀치고 돌아서서 허둥지둥 달려갔다. 단숨에 첫사랑을 속삭이던 숲속의 잔디밭까지 뛰여간 연옥이는 두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흐느꼈다. 《인섭아, 난 어쩌면 좋아?!》 연옥이는 인섭이의 체온이 아직도 남아있는듯한 그 자리를 애절하게 바라보며 흑흑 느끼였다. 《바보야, 울지마!》 난데없는 인섭이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사방을 두리번거렸으나 인섭이는 보이지 않고 그 귀에 익은 목소리만이 계속 들려왔다. 《슬픔은 지나면 그뿐이야. 얼마든지 다른 대상을 찾아 행복을 누릴수 있는거야. 내가 죽은 다음 네가 수절하면 난 죽어두 눈을 못감아.》 《인섭아!》 그녀가 목터지게 불렀으나 인섭이의 목소리는 더 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옷깃으로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인섭이가 로무송출을 떠나기전에 롱담 비슷이 한 그말이 지금 와서 생각하니 그녀에게 남겨준 유언같았다. 인섭아, 안심해. 내 꼭 너처럼 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행복하게 살테야! 몇달후 연옥이와 창식이는 결혼식을 올렸다. 첫날밤, 새각시를 꼭 끌어안은 새신랑은 기쁨에 겨워 웨쳤다. 《오늘부터 연옥씨는 나의 안해요! 오늘부터 나는 한평생 연옥씨를 생명처럼 아끼고 사랑하는 남편이 될것이요!》 《창식씨, 전 …》 연옥이는 갑자기 창식이의 품에서 벗어나며 고개를 숙인다. 창식이는 연옥이의 손을 꼭 잡고 관심조로 묻는다. 《웬 일이요?》 《전… 처녀몸이 아니예요.》 《실없는 소리. 난 과거를 따지지 않소. 내 마음속에 연옥씨는 영원히 훌륭한 안해요!》 《창식씨…저도 오늘부터 한평생 창식씨를 알뜰살뜰 사랑하는 안해로 되겠어요!》 신랑신부가 뜨거운 포옹과 열렬한 키스를 퍼부을 때 신부의 품속에서 무엇인가 떨어진다. 신부의 옷고름을 풀려다가 그것을 발견한 신랑이 신비한듯이 그것을 주어들고 바라본다. 《허허, 이건 손수건을 베여 만든 모형이구만. 평행4변형안에 똑같은 3각형 두개가 있으니 이걸 우리 둘이 사랑의 표식으로 하나씩 나눠가지기오.》 신랑은 신부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가위를 들고 와 그것을 두쪽으로 베기 시작했다. 신부는 원래의 제형이 쪼각나는것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했다. 어차피 잊어야 할 첫사랑인데 제지시켜선 무엇하랴. 《이걸보오. 이 두 3각형을 떼였다 붙이면 딱 맞는것처럼 우리도 천생배필이란말이요!》 신랑이 싱글벙글 웃자 신부도 가볍게 살짝 웃었다. 신혼생활은 달콤했다.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아기자기한 살림에 웃음이 그칠새 없었다. 익살스러운 신랑은 새라새로운 유희와 불타는 사랑으로 신부에게 무한한 행복을 안겨주었다. 그런데 노래와 웃음과 사랑의 랑만이 차넘치던 그들의 생활에 운명의 조화랄가 뜻하지 않는 일이 생겨났다. 어느날 오후, 창식이가 출근하고 야근을 한 연옥이가 혼자 집에서 빨래질을 하는데 문뜩 초인종이 울렸다. 빨래하던 손을 치마에 씻고 문을 연 연옥이는 눈앞에 나타난 건장한 사내를 보자 깜짝 놀랐다. 《아니?!》 《왜 날 몰라보겠니?》 사내도 연옥이를 뚫어지게 바라본다. 연옥이는 꿈인지 생신지 분별못하게 어리둥절해지며 말이 잘 나가지 않았다. 《너 …너 …》 그이란 말인가? 정말 그이란 말인가? 그이가 살아서 돌아왔단말인가?! 《연옥아, 나야, 나!》 《너 정말 인섭이란 말이냐?!》 연옥이는 뜻밖의 기쁨과 놀라움에 가슴이 쿵쿵 세차게 뛰였다. 《그래. 나 인섭이야. 내가 돌아왔어!》 인섭이는 두팔을 벌려 연옥이를 꼭 껴안았다. 인섭이의 품에 안긴 연옥이는 모든것이 꿈만 같았다. 《네가 잘못된줄 알았는데 어떻게 …》 연옥이는 갑자기 흐느끼였다. 그러는 연옥이를 더 힘주어 껴안으며 입섭이는 말했다. 《후-고기배가 침몰됐을 땐 바다귀신이 다 되는줄 알았지. 그런데 하느님이 도왔는지 떠내려오는 널판지를 붙잡고있다가 구사일생으로 구조선에 올랐어. 그 많은 사람들중에 나혼자 살았단말이야.》 《정말 천명이구나. 그런데 왜 살았다고 소식을 전하지 않았니? 왜?》 《그땐 나도 내가 〈죽은〉줄을 몰랐어. 후에야 내가 〈죽었다〉는 소식이 고향에까지 날아간줄 알게 됐어. 나는 소식을 전하려다가 고쳐 생각했어. 죽은줄 알았던 내가 문뜩 나타나면 네가 어쩔가 하는 호기심이 들면서 너에게 뜻밖의 놀람움과 기쁨을 주는 상봉을 마련하고싶었어. 드디여 나는 너와의 아름다운 혼인생활을 꿈꾸면서 귀국했어. 그런데 그리운 고향에 돌아왔건만 그리운 사람은 맞아주지 않고 들리는건 네가 다른 사람의 안해로 되였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뿐이였어! 세상에 이런 기막힌 일도 있단말이냐! 어쩌면 이럴수가 …아아! 통분하고 애달픈나머지 나는 울었어! 울다가 주먹으로 눈물을 닦고 널 찾아왔어. 내 사랑 연옥아!》 《아, 인섭아, 난 어쩌면 좋아?》 연옥이의 흐느낌은 더 세찼다. 인섭이의 눈에도 맑은 이슬이 맺혔다. 《연옥아, 내 사랑아! 난 네가 없인 못살아. 날 따라가자!》 《가긴 어딜 …》 《어디든지 좋아. 여길 멀리멀리 떠나 우리들의 보금자리를 찾자.》 《그건 안돼.》 《왜?》 《난 …난 가정이 있어.》 《가정? 가정이 다 뭐야! 넌 내것이야! 우리 천년만년 함께 살자고 맹세하지 않았니? 그런데 넌 …》 《인섭아, 날 용서해줘. 난 너의 〈유언〉대로 …》 《나의 〈유언〉이라니?》 《넌 네가 죽으면 얼마든지 다른 대상을 찾아 …그리구 내가 수절하면 죽어도 눈을 못감겠다고 …》 《아니야! 난 죽지 않았어! 죽지 않았길래 그건 다 무효야!》 분하여 부르르 몸을 떨던 인섭이는 담배 한대를 태우고나서 진정한듯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너의 그 자식이 널 잘 대해주니?》 《응, 그인 좋은 분이야.》 《음음 …》 인섭이는 신음소리를 내더니 주먹을 불끈 틀어쥐고 윽별렀다. 내 사랑을 빼앗은 개자식, 어디 두고보자! 그날 저녁 인섭이는 창식이와 마주섰다. 통성명을 하고나서 인섭이는 자기가 찾아온 사연을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난 연옥이를 찾아가겠소!》 《안되오. 연옥이는 나의 안해요!》 《연옥이는 원래 내것이였소!》 《하지만 지금은 나의 안해요!》 《연옥이는 내것이요! 연옥일 나한테 돌려주오!》 《안되오. 연옥이는 물건이 아니라 사람이오!》 두 사내는 누구도 양보하려 하지 않았다. 적의에 찬 눈길로 서로 상대방을 노려보는 두 련적의 눈에서는 증오의 불길이 번뜩이였다. 《그럼 좋소. 우리 결투하기오!》인섭이가 살기띤 눈길로 무섭게 쏘아보며 한발작 다가서자 그 기세에 눌리워 창식인는 뒤걸음쳤다. 《결투? 문명하지 못하게 그런 야만 …》 《어째 겁나오?》 인섭이가 랭소하자 모욕을 느낀 창식이는 주먹을 불끈 틀어쥐였다. 《겁나긴? 난 연옥씨를 위해서라면 목숨도 아깝지 않소!》 《좋소! 사내답소! 자, 우리 밖으로 나가 결판을 내기요!》 인섭이는 꺽쇠같은 손으로 창식이의 가는 손목을 잡아끌었다. 《왜들 이러세요. 제발 싸우지 말아요!》 여태껏 곁에서 겁난 눈길로 두 사내를 지켜보던 연옥이가 더는 참지 못하고 두 사내를 막아나섰다. 했으나 달아오를대로 달아오른 두 사내는 연옥이를 밀어버리고 기세사납게 마주섰다. 리지를 잃은 두 사내는 기어코 큰일을 저지를것 같았다. 《잠간만 기다리세요!》 출입문쪽을 향해 전진하던 두 사내는 연옥이의 목소리에 거의 동시에 몸을 돌렸다. 순간 그들은 얼빠진 사람처럼 멍해지고말았다. 연옥이가 가위로 자기의 가슴을 당금 찌를듯이 겨누고있었던것이다. 《두분께서 저때문에 의를 상하니 전 정말 가슴이 아파요. 제가 나쁜 년이예요! 제가 두분께 죄를 졌으니 오늘 속죄하겠어요!》 《연옥이, 연옥이가 죽어선 안되오!》 《연옥아, 어서 가위를 내려놔!》 두 사내는 당황하여 어쩔바를 몰랐다. 가위를 가슴에 꼭 갖다대고 애절한 눈길로 두 사내를 바라보는 연옥이의 얼굴은 눈물에 젖어있었다. 《두분께서 다투지 마세요. 제 한몸이 죽어 …》 《연옥이, 잠간 기다리오!》 창식이가 씽하니 주방으로 달려들어가더니 식칼을 들고 나왔다. 《연옥이, 난 연옥이 없인 살수 없소! 우리 함께 죽기요!》 창식이가 식칼을 가슴에 갖다대자 인섭이는 쓴웃음을 짓더니 넥타이를 풀어 가기의 목에 올가미를 걸었다. 《연옥아, 나도 네가 없인 살수 없어! 우리 함께 죽자!》 일이 이렇게 되자 연옥이는 맥없이 가위를 던져버렸다. 무고한 두 사내를 따라 죽게 할수 없었던것이다. 창식이와 연옥이를 뚫어지게 쏘아보던 인섭이가 랭혹하게 웃었다. 《기실 죽음이란 두려운것이 아니요. 이 인섭이는 한번 죽은 목숨이였소. 오직 연옥이와의 상봉을 위해, 연옥이를 꼭 살아서 만나야 한다는 일념으로 사나운 파도와 생사박투를 했던거요. 이제 연옥이를 잃고 내 살아서 무엇하겠소! 두분도 죽기가 소원이라면 오늘 저녁 우리 셋이 최후의 만찬을 차려놓고 실컷 먹고 마시기요. 어떻소?》 인섭이이 묻는듯한 눈길에 연옥이와 창식이는 비장하게 머리를 끄덕이였다. 《그럼 좋소. 연옥이는 집에서 료리를 볶고 창식이는 술을 사오도록 하오. 난 독약을 구해오겠소!》 인섭이의 분공대로 창식이는 술사러 떠나고 연옥이는 료리를 볶았다. 술상을 다 차렸을 때 인섭이도 독약을 구해가지고 돌아왔다. 셋은 술상에 마주 앉았다. 두 사내는 련속 석잔을 마셨다. 연옥이도 세모금에 한잔을 굽냈다. 인섭이는 세개의 빈잔에 술을 찰찰 넘치게 붓고나서 호주머니에서 종이봉지를 꺼내여 헤쳤다. 인섭이는 그것을 세등분하여 각기 세 술잔에 쏟아넣었다. 그리고는 애절한 눈길로 연옥이를 바라보았다. 《연옥아, 우리가 리별하던 날 손수건으로 제형을 만들던 일이 생각나니?》 《인섭아, 그 제형은 이미 …》 연옥이는 품속에서 3각형손수건쪼각을 꺼내여 떨리는 손으로 상우에 놓았다. 그러자 창식이도 생각난듯 다른 한쪼각 손수건을 꺼내여 연옥의것과 나란히 평행4변형이 되게 붙여놓고 시뚝해서 인섭이를 흘겨보았다. 《이건 우리 부부의 사랑의 표식이야. 이 두 3각형을 붙여놓으면 딱 맞는것처럼 우리 부부의 마음도 …》 《닥쳐!》 인섭이가 갑자기 꽥 소리질렀다. 분기가 치밀어오른 인섭이는 소중히 간직했던 자기의 3각형손수건쪼각을 꺼내여 평행4변형에 붙여 제형으로 만들어놓고 독기어린 눈길로 연옥이를 노려보았다. 《난 그래도 우리의 사랑뚝을 받쳐주려고 천신만고 찾아왔는데 넌 다른 남자더러 성스러운 우리 제형을 허물게 하다니!》 《인섭아, 난 …난 …네가 잘못된줄 알고 …》 《내가 죽은줄 알고 그랬다는 말이지? 내가 찾아오지 않았다면 너희들은 그냥 행복하게 살았을테지? 그렇지?》 날카로운 비수와도 같이 창식부부를 쏘아보는 인섭이의 눈에서 푸른 불줄기가 번뜩거렸다. 창식이와 연옥이는 말없이 인섭이를 외면했다. 《말해봐!》 인섭이가 벽력같이 고함지르며 창식이의 멱살을 거머쥐였다. 분기가 치민 창식이는 노기띤 얼굴로 인섭이를 마주보았다. 《그래 우리 아주 행복했어!》 《개자식! 남의 사랑을 빼앗고도 행복하다구?!》 인섭이는 꽉 틀어잡은 창식이의 멱살을 힘껏 흔들었다. 창식이가 인섭이의 힘을 당하지 못하여 끙끙 소리내자 연옥이가 애원했다. 《인섭아, 창식씨를 괴롭히지 마! 그에건 잘못이 없어. 모두 내 탓이야. 내가 …》 《모두 네탓이라구? 그래 넌 날 배반했지! 배반!》 《배반이 아니야. 그건 …》 《그럼 좋아. 창식이와 리혼하고 나와 같이 살자!》 《안돼. 난 창식씨와 떨어질수 없어!》 《정말이야? 너 …》 애절한 눈길로 연옥이를 바라보는 인섭이의 눈에 이슬이 반짝거렸다. 연옥이가 머리를 끄덕이자 인섭이는 절망한듯 주먹으로 연신 제 가슴을 들이쳤다. 《너희들 부부정이 이토록 깊단말이지? 으하하! 이 인섭이가 왜 바다귀신이 되지 않고 살아왔단말인가! 차라리 그때 죽었더라면 사랑을 빼앗기는 고통을 받지 않았으련만. 아, 원통하구나!》 비분에 몸을 떨던 인섭이는 진정한듯 독주를 들고 쓴웃음을 지었다. 《독주까지 부어놓고 은원을 따져 무엇하겠소. 자, 우리 셋이 함께 죽기로 언약했으니 어서 들기요. 우리 사이의 모든 사랑과 증오도 이 독주와 함께 소실될것이요!》 순간 죽음의 공포가 방안에 차넘쳤다. 창식이는 떨리는 손으로 인섭이가 권하는 독주잔을 들었다. 잇달아 독주를 들고 창식이를 바라보는 연옥이의 눈에 이슬이 맺혔다. 《여보세요. 미안해요. 당신까지 함께 데리고 가서 …》 《그런 말 마오. 사랑하는 안해와 함께 간다고 생각하니 난 오히려 기쁘오!》 애잔한 눈길로 연옥이를 마주보는 창식이의 눈에도 뜨거운 눈물이 고였다. 인섭이는 슬픔과 눈물에 젖은 그들 부부의 모습을 바라보며 쌀쌀하게 웃었다. 《당신들만 기쁜게 아니라 나도 기쁘오! 황천길에 동무가 있게 돼서.》 셋은 술잔을 마주쳤다. 짧디짧은 인생과 영별하는 비장한 격정이 세 젊은이의 가슴을 흔들었다. 《아름다운 죽음을 향해!》 인섭이가 독주를 입가에 가져가며 가볍게 웃었다. 《용감히!》 연옥이가 선참으로 독주를 마셔버렸다! 잇달아 창식이도 눈을 감고 단모금에 독주를 굽냈다. 그들 부부가 내려놓은 빈술잔을 바라보던 인섭이가 들었던 잔을 내려놓으며 갑자기 너털웃음을 쳤다. 《하하하! 바보같은것들! 내가 왜 너희들과 같이 죽는단말이냐? 난 오늘 통쾌하게 복수했단말이야! 알겠어? 하하하!》 《아니?!》연옥이와 창식이는 놀란 눈길을 교환했다. 인섭이는 득의양양하여 껄껄 웃었다. 창식이는 주먹을 불끈 틀어쥐고 인섭이를 노려보다가 연옥이의 어깨를 흔들었다. 《여보, 우리가 속았소. 인섭이 저 개자식이 …》 《여보세요. 그가 죽음이 겁나서 그러는데 오래오래 살라고 해요. 전 죽음이 겁나지 않아요. 그저 사랑하는 당신을 함께 데리고 가는게 괴로울뿐이예요.》 《여보, 괴로워마오. 지금 난 사랑하는 당신과 함께 죽으니 원이 없소! 우리 이 세상에서 다하지 못한 사랑을 래세에 가서 마저 하기오!》 《네. 우리 래세에 가서 오래오래 사랑하자요!》 연옥이와 창식이는 서로 꼭 끌어안고 죽음을 기다렸다. 《하하하! 정말 눈물이 없이는 볼수 없는 감동적인 장면인데!》 인섭이가 랭소하며 손으로 상우의 제형손수건쪼각을 와락 쓸어던지며 가슴을 치며 넋두리했다. 《아, 쪼각난 제형, 깨여진 사랑, 내 첫사랑 연옥이여! 그대 정말 내곁으로 돌아올수 없단말인가!》 《흥, 죽을 용기마저 없는 비겁한 녀석이 무슨 자격으로 사랑을 운운해!》 창식이가 비웃자 인섭이는 머리를 끄덕이였다. 《그래 난 죽을 용기가 없어. 난 살아야 해. 꿋꿋이 살아야 해!》 인섭이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며 걸어갔다. 문을 밀고 나가려던 그는 서로 꼭 껴안고있는 연옥부부를 바라보며 쌀쌀하게 웃었다. 《이제 몇분후에는 너희들이 끝장이야! 흐하하! 저승에 가서나 행복하게 살아라!》 인섭이의 싸늘한 그 웃음은 지옥에서 들려오는 염라대왕의 웃음같이 몸서리치게 죽음의 공포를 몰아왔다. 연옥이와 창식이는 떨리는 몸을 더욱 억세게 부등켜안았다. 《깜빡 잊을번했군.》 문을 열고 나가려던 인섭이는 생각난듯 품속에서 무엇인가 꺼내들고 신비하게 웃었다. 《이건 술잔에 넣고 남은 독약주머니야. 죽음을 앞당기고싶다면 이걸 더 먹으란 말이야!》 인섭이는 독약을 넣은 비닐주머니를 그들 부부앞에 홱 뿌리치고는 바람처럼 사라졌다. 인섭이가 던진 비닐주머니는 면바로 꼭 껴안고있는 그들의 발치에 떨어졌다. 그것은 시한폭탄처럼 그들부부를 공포에 떨게 했다. 두려움에 떨며 그들은 죽음을 기다렸다. 그런데 시간이 오래도록 지나도록 아무런 고통도 없고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연옥이가 떨리는 손으로 독약주머니를 주어들었다. 그 독약주머니를 바라보는 그들부부의 눈길이 휘둥그래졌다. 그들은 동시에 놀란 소리를 질렀다. 《아니, 이건 우유가루구나!》 ()    
70    그녀의 털보남편 댓글:  조회:4487  추천:1  2013-12-08
단편소설   그녀의 털보남편   김희수           그녀가 그를 처음 만난것은 어느 시장거리에서였다. 쇼핑을 나온 그녀는 시장거리를 거닐다가 장사군들속에 몸을 쪼크리고 앉아있는 그와 언뜻 눈길이 부딪쳤다. 그 눈길이 부드럽고 친절했다. 그녀는 저도 몰래 그 눈길에 끌려 그한테로 다가갔다. 그의 코앞까지 다가가는 동안 그녀는 줄곧 그한테서 시선을 떼지 않고있었다. 그 또한 한발작 한발작 가까이 다가오는 그녀를 경이로운 눈길로 바라보고있었다.     그는 온 몸에 털이 뒤덮인 난쟁이였다. 그녀는 거리에 나앉아 남의 구경거리가 된 그의 사정이 몹시 안쓰러웠다. 천천히 허리를 굽힌 그녀는 오른손을 내밀어 그의 몸을 가볍게 한번 쓰다듬어주었다. 그러자 그는 흠칫 몸을 떨었다. 그녀는 생긋 웃으며 다시 한번 그의 몸을 부드럽게 어루만져주었다. 그녀의 선의적인 웃음과 따뜻한 손길을 느낀 그는 고맙다는듯 살짝 몸을 일으켜 례의를 표했다. 그녀는 그런 그가 마음에 들었다. 그녀는 그에게 자기를 따라가지 않겠는가고 물었다. 그는 그녀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했는지 아니면 젊고 아릿다운 그녀의 매력에 기가 질렸는지 고개를 숙인채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그녀는 그의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며 다시 한번 같은 물음을 반복했다. 그는 머리를 들어 그녀를 이윽토록 바라보더니 그녀의 얼굴에서 진정한 호의를 읽었는지 머리를 끄덕여 동의를 표시했다.     이렇게 되여 그녀는 그를 집으로 데려오게 되였다. 그녀의 집에 들어선 그는 방안을 두리번거리며 다른 누군가를 찾는듯 했다. 그녀만한 년령이면 꼭 있어야할 바깥주인을 찾는거라고 그녀는 짐작했다. 그녀는 자기는 아직 결혼하지 않은 로처녀라고 알려주었다. 그러자 그는 두눈이 휘둥그래서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녀처럼 예쁘고 지적인 녀인이 아직까지 독신으로 있는것이 놀랍고도 이상한 모양이였다. 그녀는 말없이 씽긋 웃었다. 그러자 그는 남의 비밀을 캐묻고싶지 않다는듯 그녀의 알뜰한 솜씨로 꾸며진 깨끗하고 정결한 방안을 감탄의 눈길로 바라보면서 새집에 온것이 마음에 드는지 깡충깡충 뛰여다녔다. 어린애처럼 기뻐하는 그에게 그녀는 우선 식사대접부터 시켰다. 그녀는 재빠른 음식솜씨를 펼쳐 한상 푸짐하게 차려주었다. 그는 맛있게 먹어주면서 연신 고맙다는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렇게 그들은 한집식구가 되였다. 한집식구라지만 그는 그녀를 주인처럼 섬겼다. 그러면서 자기의 충성심을 보이려는듯 그녀의 눈치를 살피면서 자기 할일을 찾아했다. 하지만 그녀는 처음부터 그를 노복으로 대하지 않았다. 가까운 친구처럼 여기면서 밥도 한상에서 같이 먹었고 쇼핑할 때도 함께 거리를 돌아다녔다. 잠을 잘 때에 그는 구석에서 홀로 자는것이 습관돼서인지 구석방에서 이불도 덮지 않고 쪼크리고 잤다. 그녀도 그런 그의 습관을 존중해서 그대로 두었다.     그와 함께 생활하게 되면서부터 그녀는 자신의 신상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난걸 발견했다. 라태하던 생활이 절주있게 되였고 흐트러졌던 생활의 리듬이 정상적인 궤도에 올라 전진하게 되였다. 항상 늦잠을 자던 그녀는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그와 함께 달리기를 했고 대충 요기하던 아침식사도 푸짐하게 차려놓고 그와 함께 맛있게 먹군 했다. 그리고 한주일에 한번꼴로 하던 방안청소도 매일매일 말끔하게 치우고 닦았으며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밀리던 빨래도 제때에 깨끗하게 씻군했다. 그의 존재로 하여 단조롭고 무미건조하던 그녀의 생활에 노래와 웃음이 차넘쳤다.     그녀는 그와 함께 아침 달리기를 하고나면 왕성한 식욕이 끓어올랐다. 그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그야말로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르게 맛있는 아침식사를 하군했다. 설거지를 하고나서 그녀는 거울앞에 앉아서 얼굴화장을 한다. 눈섭도 그리고 아이섀도도 칠하고 오렌지색 루즈도 진하게 발라놓는다. 그는 그녀곁에 서서 그녀가 그녀가 화장하는 섹시한 모습을 홀린듯이 바라본다. 그는 거울속에 나타난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에 내심 탄복하며 감탄하다가도 자기의 못난 모습을 발견하고는 얼른 거울에서 시선을 돌린다. 그리고 저만치 물러서서 계속 그녀의 매력적인 자태를 지켜본다.       화장을 끝낸 그녀는 옷장문을 열고 옷을 꺼내 입는다. 그는 곁에서 두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녀가 무슨 옷을 입는가를 주시해본다. 그녀가 제복을 꺼내 입으면 출근날인줄 알고 서운하여 맥없이 주저앉고 그녀가 평복을 결쳐 입으면 휴식날인줄 알고 기뻐서 폴딱거린다. 그녀가 출근하면 그는 혼자서 집을 지켜야 하기에 너무나 심심하고 적적하고 고독하다. 하지만 휴식날이면 집에 있으나 나들이를 하나 그녀가 항상 그와 함께 있어주기에 즐겁고 유쾌하기만하다.      출근할 때면 그녀는 집문을 나서기전에 꼭꼭 그를 껴안고 그의 볼에 뽀뽀해주면서 집을 잘 지키라고 당부한다. 그러면 그는 명심하겠노라고 힘있게 머리를 끄덕여 대답하고나고 《빠이빠이》하는 그녀의 동작을 본받아 자기도 그럴듯하게 포즈를 취해본다.그녀가 출근하고 혼자 남게 되면 그는 먼저 부엌간에서부터 뛰여들어가 전기밥솥의 스위치를 껐나, 가스레인지의 불을 껐나, 수도물이 새지 않나 자세히 살펴본다. 아무런 이상이 없으면 객실로 나와서 텔레비죤을 켜놓고 마음에 드는 프로를 구경한다. 처음에 그는 전기밥솥이며 가스레인지며 수도물이며 텔레비죤이며를 어떻게 켜고 끄는지를 몰랐다. 그녀는 몇번이나 거듭하여 차근차근 가르쳐주어서야 그는  그 모든것의 사용법을 익히게 되였다. 그는 리모콘으로 채널을 바꿔댔다. 그가 제일 좋아하는것은 만화영화였다. 만화영화중에서도 특히 멍멍이가 나오는 동화편을 즐겨했다. TV의 화면에 멍멍이가 나타날 때면 그는 너무도 즐거워서 멍멍이의 동작을 본따서 폴짝폴짝 뛰군했다. 퇴근무렵이면 그는 현관앞에 서서 그녀의 귀가를 기다린다. 벽시계의 뻐꾸기가 《뻐꾹뻐꾹》하고 다섯번을 울기만 하면 그녀는 어김없이 집문을 열고 들어선다. 그녀는 언제나 반색하여 매달리는 그를 꼬옥 껴안고 그의 볼에 《뻑》 소리나게 입을 맞춰준다.         그녀는 날이 갈수록 그에게 더욱 정이 쏠리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그와 함께 생활하면서부터 그녀에게는 늦은 귀가가 한번도 없었다. 그리고 동료들과 친구들과의 래왕도 점점 뜸해졌다. 그녀가 혼자 살 때는 레스토랑, 카바레, 카페 등을 전전하면서 3차, 4차 련거퍼 마셔대던것이 그와 함께 있으면서부터는 1차마저 사양하는 차수가 많아졌다. 그녀에게는 그와 함께 있으면 이 세상의 모든 번뇌가 말끔히 가셔지고 가슴속에서 오로지 기쁨만이 샘솟듯 솟아나는것이였다. 그녀는 아침이면 그와 함께 달리기를 했고 저녁이면 그와 함께 야시장을 돌아보기도 했으며 강가를 산책하기도 했다. 그리고 휴식일이면 그와 함께 쇼핑도 하고 공원놀이, 들놀이도 했다.     서로 포옹하고 키스하는 차수가 잦아짐에 따라 그들사이에는 미묘한 감정이 움트기 시작했다. 처음에 그녀는 이 감정이 사랑이라는것을 깨닫지 못했다. 이성간의 사랑이나 결혼을 완전히 포기해버리기로 하느님께 맹세한 그녀에게 사랑이란 두번 다시 있을수 없는것이였다. 그녀는  《남자》라는 말만 들어도 속에서 구토가 올라왔다. 그만큼 그녀는 이 세상의 모든 남자들에 대해 증오하고있었다. 증오하기보다 그녀는  《남자》들에 대해 완전히 실망을 느끼고있었다.     그녀가 처음 알게 된 남자는 아버지였다. 아버지란 그녀에게 있어서 범처럼 무서운 존재였다. 아버지는 사흘이 멀다하게 술에 취해 집에 돌아와서는 쩍하면 어머니와 언니를 때리군 했다. 아버지는 때린다하면 사정이 없었다. 주먹과 발길로 피가 터질 때까지 혹독한 매질을 하군 했다. 아버지에게 매를 맞은 이튿날이면 어머니와 언니의 팔다리는 퍼렇게 멍들군 했다. 언니는 이마며 턱이며가 흉터가 생겨 동학들 보기 부끄럽다고 학교로 못가는 때가 많았다. 그녀가 여덟살때부터는 그녀에게까지 매를 대군 했다. 그때면 어머니는 항상 딸을 보호하느라고 갑절이나 매를 더 맞군 했다. 아버지가 이처럼 폭력군이기만 하면 그래도 괜찮았다. 그 주제에 아버지는 쩍하면 계집질하면서 오늘은 이년 래일은 저년과 붙어다녔다. 그래도 그 쪽이 썩 좋았다. 아버지가 밖에서 외도하는 날이면 매를 맞지 않게 되니까.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못했다. 보응이였던지 아버지는 유부녀인 어떤 년과 좋아서 붙어지내다가 유부남에게 물매를 맞고 하반신을 못쓰게 된것이다. 이제는 아버지가 다시는 때리지 못하게 된것이다. 하지만 바깥출입을 할수 없게 된 아버지는 자리에 누운채로 똥오줌을 싸는 처지가 되였다. 말없이 응당한것처럼 아버지의 대소변을 받아내고 똥빨래를 씻는 어머니를 보고 그녀는 울컥 화가 치밀어올랐다.      《엄만 밸도 없나요? 그것도 인간이라고 시중들어요?》      《그럼 못써. 그래도 네 아버지가 아니냐?》      《저건 어버지가 아니라 짐승이예요. 짐승! 그 짐승을 그대로 내버려두고 우리 셋이 따로 나가 살자요.》     그런데 언니도 아버지가 불쌍하지 않느냐고 그녀를 나무란다. 리해할수 없었다. 그녀는 아버지에게 그렇게 심하게 당하고도 그런 아버지를 용서해주는 어머니와 언니가 리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만은 아버지를 용서할수 없었다. 아버지가 속벌에 똥을 쌀 때마다 그녀는 구린내난다고 욕설을 퍼부었다. 그녀의 저주때문인지 아버지는 얼마후 쥐약을 먹고 자결하고말았다. 화장터에서 한줌의 재로 되여버린 아버지를 보고 슬피우는 언니를 보면서 그녀는 언니만은 어버지 같은 남자를 만나지 말기를 속으로 빌었다. 하지만 그 형부라는 남자는 또 어떤 남자였던가.     그녀가 고중3학년때였는데 어느 하루는 언니가 어떤 남자를 집에 데리고 왔다. 키 크고 멋진 남자였다. 말도 변설이여서 첫대면인 그녀를 처제라고 부르며 처제는 매화꽃처럼 예쁘다고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을 해댔다. 그리고 어느새 장모님이 됐는지 어머니를  《장모님, 장모님》하고 부르면서  《따님과 저는 여차여차 사랑하게 되여 서로 떨어질수 없는 사이가 되였습니다. 따님을 저한테 주십시오. 따님을 데려다가 고생시키지 않겠습니다. 따님의 눈에서 눈물 한방울 흘리지 않게 하겠습니다.》하고 엎드려 절까지 했다. 한평생 아버지때문에 눈에서 눈물이 마를새 없었던 어머니는  《따님의 눈에서 눈물 한방울 흘리지 않게 하겠습니다.》하는 그 한마디에 감동되였는지 그 자리에서 큰딸의 혼사를 허락해주었다. 하지만 그렇게 시집간 딸이 남몰래 눈물을 짜고있었을줄은 저 세상으로 가는 날까지 어머니는 모르고있었다. 어머니가 딸집에 갈 때마다 언니는 눈물을 감추고 행복한 모습만 보여주었기때문이였다. 어머니는 세상뜨는 날까지  《작은사위도 큰사위 같은 좋은 남자를 삼아야 할테데.》하고 그녀의 혼사를 걱정하셨다. 그녀도 그때까지는 언니의 결혼생활이 행복한 줄로 알고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밤중에 그녀는 동료들과 같이 3차를 가다가 노래방앞에서 형부가 어떤 아가씨와 키스하는것을 발견했다. 남들이 지켜보는것도 아랑곳없이 희미한 불빛아래에서 입을 맞춰대던 형부는 그 아가씨와 함께 택시에 앉아 어디론가 사라지는것이였다. 그녀는 자신이 배반당한듯 가슴속에서 증오의 불길이 이글이글 타올랐다. 그녀는 이튿날 곧 언니를 찾아갔다. 그제야 언니는 눈물을 질질 짜면서 시집온지 한달만에 형부가 무서운 바람둥이라는걸 알았단다. 자기한테 화류병을 옮겨온적도 몇번이나 된단다. 그런줄 알면서도 왜 여태까지 그런 남자와 살았느냐고 물으니까 어머니가 알면 락루하실가봐 참고 살았단다.  《지금도 늦지 않아요. 그 짐승같은 남자와 헤여져요.》하니까  《애두 있는데 그럭저럭 살아야지》하고 리혼할수 없다며 언니는 한숨을 짓는다. 그녀는 그런 언니가 불싸하다 못해 미워지기까지 했다.     그녀에게도 여기저기에서 중매가 들어왔다. 언니도 중매를 서면서 몇몇 총각들을 소개해주었다. 중매가 아니라해도 그녀에게는 청혼하는 남자들이 여럿이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남자를 만날 마음이 티끌만큼도 없었다. 남자라면 모두가 아버지 같고 형부 같은 족속 같아서 진저리났다. 더구나 그런 남자들과 사랑을 한답시고 키스를 할 생각을 하니 구역질이 났다. 그런 생각은 시집간 친구들의 남편들을 보면서 점정 더해갔다. 한 친구는 시집을 잘 갔다고 모두들 부러워했다. 돈 많고 학벌 높고 인물 잘 생기고 맘씨 곱다고 친구도 시물시물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리고 신혼살림을 하면서 친구는 하냥 행복한 미소를 짓고있었다. 그녀는 정말 좋은 남자가 있긴 있는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녀의 이런 생각은 오래 가지 못했다. 어느날 그녀는 3차인지 4차인지 동료들과 함께 다방에 가서 커피를 마신적이 있었다. 그녀들이 방금 레지가 갖다주는 커피를 들었을 때 곁방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남녀가 서로 빨고 만지고 하는 소리였다. 칸막이 벽이 워낙 엷어서 옆방에서 토해내는 녀인의 신음소리까지 그대로 들려왔다.  《어머! 어머!》하는 녀자의 애교어린 목소리를 뒤이어  《히히, 너 노브라군!》하는 남자의 음탕한 웃음소리가 새여나왔다. 다음 남자가  《아, 미치겠어, 우리 집으로 가자!》하고 녀자의  《어머, 부인님은요?》 놀란소리에 남자가  《우리 마누라 본가집으로 갔어, 어때, 좋지?》한다. 여기까지 들은 그녀는 구역질이 났다. 당금 구토할것 같아 그녀는 화장실로 가려고 문을 열고 나섰다. 그때 마침 옆방에서 나오는 그 남주인공과 눈길이 딱 마주쳤다. 순간 그녀와 남주인공은 다같이 깜짝 놀랐다. 그 남주인공이 바로 그녀의 친구의 잘난 남편이였던것이다.     또 다른 한 친구는 결혼한지 6년만에 잘 살아보겠다고 한국에 나갔다. 가면서 친구는 유치원에 다니는 딸애를 잘 돌봐달라고 부탁했다. 친구의 남편은 항상 퇴근이 늦었기에 그녀는 날마다 퇴근하기 바쁘게 유치원에 뛰여가 친구의 애를 집에 데려다주군 했다. 친구의 남편은 그런 그녀가 감사하다면서 어느 하루는 저녁을 함께 하자고 했다. 친구의 남편이 밖으로 나가자는걸 그녀는 친구가 피땀으로 번 돈을 아껴야 한다면서 집에서 간단히 먹자고 했다. 둘은 함께 부엌에서 바삐 돌아치며 물만두를 빚고 료리도 몇가지 볶았다. 친구의 남편이 그녀를 보고 빙그레 웃으며  《우리 부부 같잖아》했다. 그녀도 그런 롱담쯤은 웃으며 받아주었다. 둘이 맥주를 마시는 동안 배불리 먹은 친구의 딸애는 자기의 방에 들어가 쌔근쌔근 코를 골았다. 술이 거나하게 되였을 때 이글거리는 눈길로 그녀를 노려보던 친구의 남편이 갑자기 덮치면서 그녀를 와락 껴안고 키스를 하려고 했다. 그녀는 그런 무례한 행동에 화가 치밀어 친구의 남편을 콱 밀치면서  《이게 무슨 짓이예요? 한국에서 고생하는 애 엄마에게 미안하지 않아요?》했다. 그러자 친구의 남편은  《거기 간 녀자들 다 애인 있다더라. 내 마누라도 지금쯤 어떤 놈팽이와 붙었을거야. 제길 그저 그렇고 그런 세상인데 뭐. 우리도 애인하자.》하면서 재차 덮쳐왔다. 그녀는 더는 참을수 없어 친구의 남편의 귀쌈을 후려치고는 도망하다싶이 그 집을 빠져나왔다.     그녀의 직장 상사인 사장님도 그녀에게  《관심》의 손길을 뻗쳐왔다. 매사에 이런저런  《관신》과  《배려》를 베풀더니 급기야는 본색을 드러내고말았다. 조용한 다방에서 보석반지와 금목걸이를 그녀앞에 내놓으면서 애인이 돼달란다.  《사장님께 장미라는 애인 있잖아요?》하니까  《애인 여럿이면 좋잖아.》한다. 그러다가 그녀의 기색이 변한걸 보고  《장미는 인제 정 떨어졌어. 너처럼 사랑스럽지 못해.》하면서 그녀를 와락 껴안고 오늘밤 요구를 들어달란다. 사장님이 덮치는 순간 그녀는 또 구역질이 났다. 그녀는 젖가슴을 만지는 사장님을 콱 밀치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녀는 사람들이 붐비는 거리를 총망히 걸어갔다. 오가는 남자들이 흘끔흘끔 그녀를 바라본다. 그녀는 자기를 바라보는 남자들의 눈길이 모두 색마의 눈길처럼 느껴지며 온 몸이 오싹해났다. 그녀는 하늘을 우러러보며 한탄했다. 《남자들은 모두 더럽고 치사한 동물이야!》     그렇게 봐서인지 정말 그런것 같았다. 남자들은 모여앉기만 하면  《누구는 애인이 몇이요, 어느 술집아가씨가 잘해주오.》하며 지저분한 섹스얘기뿐이다. 노래방이나 카페 같은 곳에 함께 가면 남자들의 더러운 손이 슬그머니 그녀의 넙적다리거나 젖가슴쪽으로 침입하는 때가 많았다. 그때마다 그녀는 그런 남자들이 무안하여 얼굴를 붉어질 정도로 따끔하게 찔러주었다. 그런 일이 몇번 있은후로는 누구도 감히 그녀를 건드릴 엄두를 못냈다. 거리를 거닐때면 지나가던 어떤 남자들이 그녀를 보고  《와, 저 아가씨 가슴 이쁘다!》,  《히프는 얼마나 근사한데!》하고 저들끼리 수군거릴 때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그녀는 남자들의 눈알이 몸에 붙어있는것 같아서 신경질적으로 옷을 털어버리군 했다.  《어떤 남자들은 짐승이야.》하고 느끼던데로부터 그녀는 이제는  《모든 남자들은 짐승이야. 아니, 짐승보다 못한 최하류의 미물이야.》하고 이 세상의 남자들을 모두 색정광으로 보게 되였다.      《이 세상엔 좋은 남자들도 있어.》 하면서 언니는 또 한 남자들 소개해왔다.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자란 그 남자는 공부밖에 몰랐어.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남들이 다 하는 련애 한번 안했대. 대학을 나와서는 반신불수인 부모님을 시중드느라 배우자를 찾을 마음이 여유가 없었대. 효성이 지극하고 마음씨 착한 그 남자는 장차 애처가로 될 남자야.》      《애처가건 공처가건 난 남자라고 하면 모두 징그러워.》      《너 그러지 말고 한번 만나봐. 정말 좋은 남자야.》      《지금 세월에 좋은 남자 어디 있어? 남자들은 모두 짐승...》      《너 색안경을 쓰고 보니까 그렇지. 색안경을 벗어던지고 어디 한번만 만나봐. 그럼 너도 관점이 바뀔거야.》     그녀는 그 남자를 만났다. 선보기 위해 만난것이 아니라 언니한테  《이 세상의 남자들은 모두 색골이다》는 자기의 관점을 증명해보이기 위해 만난것이였다. 첫대면에 악수하는 그 남자의 손이 가늘게 떨렸다. 그녀는 그것을 보고 그 남자가 시작부터 늑대의 본성이 꼬리를 쳐든거라고 판단했다. 그녀는 그 남자이 표정을 살피려고 남자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 남자는 감히 그녀의 얼굴을 마주 응시할수 없어 고개를 약간 숙인것이였겠으나 그녀는 그 남자의 음탕한 눈길이 자기의 앞가슴과 사타구니에 쏠린것이라고 여겼다. (그럼 그렇겠지. 이 세상에 늑대가 아닌 남자가 어디 있겠어.)그녀가 이런 생각을 하는데 남자가 신입사원 모집하듯 그녀의 간력을 간단하게 묻더니 엄숙하게 말하는것이였다.      《들어서 알겠지만 나는 이러이러한 사람입니다. 피차에 연분이 있어 만났는데 이 나이에 따로 련애할것도 없지 않습니까? 난 독신인데 오늘부터 우리 집에 옮겨와 함께 삽시다. 우리 두 사람이 사용할 쌍침대도 새로 마련해놓았습니다.》     그녀는 너무도 어이없어 말이 나가지 않았다. 낯도 코도 모르던 사람이 만나자마자 함께 살아? 뭐? 두 사람이 함께 사용할 침대라구? 침대, 침대! 그래 남자들은 그짓밖에 모르는 늑대이니까! 그녀는 언니를 찾아가서 그 남자도 역시 아버지와 형부와 똑같은 족속이라고 욕설을 퍼부었다. 언니는 웃으며  《요즘은 열여덟, 열아홉이 되는 애들도 만나면 동거부터 하는데 뭘그래?》히거 그녀를 나무랐다. 그녀는 언니를 쏘아보며  《아이, 구역질나. 남자라는것들은 모두 짐승보다 못한 존재야. 난 영원히 혼자 살거야!》하고 단호하게 말했다. 언니는 그런 그녀를 가슴 아픈 눈길로 바라보며  《네 관점이 이렇게까지 극단으로 흐르다니? 아무래도 넌 심리치료를 받아봐야겠구나!》고 했다. 언니의 그런 걱정을 그녀는 웃음으로 넘겨버렸으나 때론 자기로서도 자기 자신이 이상하게 여겨질 때가 있었다. 하지만 남자들을 좋게 보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도저히 좋게 보여지지가 않았다. 보이는 남자들마다 모두 아버지, 형부, 사장님, 친구의 남편들 같은 그런 족속들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하늘을 우러러 굳게 맹세했다.(난 한평생 결혼하지 않겠어! 그 어떤 남자도 사랑하지 않겠어!)     그 어떤 남자도 사랑하지 않겠다고 맹세한 그녀가 지금은 귀신에게 홀린듯 털봉린 그를 사랑하게 된것이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그한테 애정이 쏠리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그도 마음속으로 그녀를 사랑하고있엇지만 감히 그녀와의 사랑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있었다. 어느날밤, 그녀는 사랑의 표시를 하며 그를 자기의 침대에 눕혔다. 그녀는 그를 꼭 껴안고 잤다. 그렇게 몇밤을 잤지만 그들사이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그가 마음속으로 얼마나 자기를 깊이 사랑하고있는지를 그의 눈빛과 그의 행동에서 알수 있었다. 어느 한번 그녀가 길에서 고양이 한마리를 주어왔다. 그녀가 그 고양이를 몹시 귀여워하는것을 본 그는 질투로 온몸을 부들부들 떠는것이였다. 그러더 그는 마침내 사나운 기세로 그 고양이를 공격하여 멀리 쫓아버리고말았다. 그녀는 그가 이처럼 성내는것을 처음 보았다. 그런데 며칠후 그가 또 성내는 일이 발생했다. 그녀가 그와 함께 저녁산책을 할 때였다. 무슨 일로 저만치 뒤떨어져 걷던 그는 골목에서 그녀가 어떤 남자와 포옹하고있는것을(사실은 포옹하고있은것이 아니라 치한이 그녀를 덮친것이였다.)보고 성난 숫사자와 같이 맹렬하게 돌진하여 그 치한을 쫓아버렸다. 그녀는 감격하여 그를 꼭 껴안고 키스해주었다. 그후 그녀는 그를 늘 무릎에 앉히고 노래를 불러주군 했다. 그녀의 노래를 들으면서 그의 눈은 언제나 행복에 젖어들군 했다. 눈빛만 보아도 그들은 서로가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알수 있었다.      《우리 결혼해요!》     어느날 그녀는 그를 꼭 껴안고 고백했다. 그는 그 말을 알아듣지 못했는지, 너무 뜻밖이인지 멍청한 눈길로 그녀만을 쳐다본다. 그녀가 재차 속삭이며 뜨거운 입맞춤을 하자 그의 눈은 감격에 젖어있었다. 그녀는 서둘러 결혼식을 준비했다. 곱게 화장한 그녀는 웨딩드레스를 입고 그에게도 신랑옷을 입혀주었다. 푸짐한 잔치상도 차렸다. 하지만 손님은 청하지 않았다. 친척도 동료도 심지어는 언니마더 청하지 않았다. 둘만이 하는 결혼식이였다. 신부는 여느때보다 더 아름다웠다. 털보신랑은 눈부시게 아름다운 신부를 쳐다보느라 넋을 잃을 지경이였다. 결혼식은 간단했다. 신랑신부가 맞절을 하고 결혼반지를 교환하니 모두 끝난것이다.     첫날밤은 달콤했다. 신부는 침대우에 쌍희자가 새겨진 시트를 펴놓고 신랑더러 기다리라고 하고는 욕실로 들어갔다. 한창 씻고있는데 신랑이 빠끔이 열려져있는 욕실문을 밀고 들어왔다. 샤워기에서 뿜어져나오는 물줄기를 젖무덤에 대고있던 신부는 신랑이 들어오는것을 보고  《어머, 얌체야!》하고 애교스럽게 웃었다. 녀자의 알몸을 처음 보는 신랑은 넋빠진듯 신부의 라신을 응시했다. 백옥처럼 새하얀 피부, 미끈한 몸매, 곡선미 넘치는 풍만한 히프, 그리고 탱탱하고 봉긋한 젖가슴은 신부의 숨결을 따라 춤추듯 오르내린다.      《우리 함께 씻어요!》     신부가 배시시 웃으며 샤워기에서 뿜어져나오는 물줄기를 신랑의 몸에 대고 공격했다. 신선한 충격에 신랑은 춤추듯 흥분에 겨워 폴짝폴짝 뛰였다. 신부는 정성들여 신랑의 몸을 깨끗이 씻어주었다. 목욕을 하고나니 시원하고 거뿐했다. 신부는 신랑을 안고 침대우에 올랐다. 신부는 신랑에게 격렬한 키스를 퍼부으며 신랑의 민감한 부위를 애무해주었다. 신부의 애무가 진하고 격렬하게 진행되자 신랑은 흥분이 고조되여 온몸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신부는 애원하듯 신랑에게 애무를 요구했다. 신랑은 뜨겁게 달아오른 혀바닥으로 신부의 탱탱한 젖가슴을 애무해주었다. 신랑이 어린아이처럼 젖가슴을 파고들고 신부는  《아!》하고 신음을 토해내며 가랑이를 가위처럼 벌렸다. 신랑은 온몸의 피가 역류하는것 같았다. 신부는 다가올 미지에 대한 기대감과 불안으로 가볍게 몸을 떨었다. 신랑은 곧 신부와 결합해야 한다는것을 느꼈지만 너무도 기쁘고 너무도 흥분하여 어쩔바를 몰랐다. 신부는 당혹해하는 신랑을 고무의 눈길로 바라보며 용기를 주었다. 신랑은 마침내 신부와 한몸이 되는 신성한 사랑을 완성했다.     그들은 이렇게 부부가 되였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들이 한집에서 아기자기 살면서 다정하게 거리를 산책하는것을 보면서도 그들이 부부간이라는 사실을 상상조차 할수 없었다. 사람들의 눈에는 선녀같은 그녀와 털보인 그가 어느 모로 보나 어울리는 한쌍으로 돼 보이지 않았던것이다. 남편은 온몸에 털이 뒤덮인데다가 난쟁이였고 말할줄도 몰랐다. 하지만 속세의 인간들이 어찌 그들의 고결한 사랑을 리해할수 있으리요. 남편은 구역질이 나는 남자들과 달랐다. 이 세상의 남자들과 젼혀 달랐다. 비록 외모는 짝지지만 내심세계만은 비할데없이 아름답고 깨끗했다. 남편은 욕망이 없었다. 하루 세끼 배불리 먹여주면 그것으로 만족했다. 속세의 남자들처럼 다른 녀자를 넘겨볼줄도 몰랐다. 이 세상의 관습에 오염되지 않은 어린아이처럼 거짓을 몰랐다. 오직 그녀에게만 충성하며 무슨 일이든 그녀가 시키는대로 했다. 남편은 이 세상의 그 어떤 남자들보다 더욱 훌륭했다.     남들이야 알아주든말든 그녀는 남편을 한없이 사랑했다. 남편 또한 그녀를 깊이깊이 사랑했다. 그들은 날에 날마다 꿀맛같은 사랑을 맛보면서 무한히 행복했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그들한테 뜻하지 않던 불행이 닥쳐왔다. 그날은 남편이 감기로 알았다. 그래서 그녀는 남편을 침대에 눕혀놓고 약 사러 나갔다. 그런데 남편이 그녀 모르게 그녀의 뒤를 슬금슬금 따라나섰다. 그런줄도 모르고 그녀는 남편의 약을 사기에 급한 걸음을 재촉했다. 간밤에 내린 눈때문에 길바닥이 몹시 미끄러웠다. 그녀가 길 복판에서 미끄러워 주춤거리고있을 때 자동차 한대가 곧 바로 그녀를 향해 무섭게 달려왔다. 공포의 전률을 느끼며  《앗!》하는 순간 그녀는 어떤 강한 힘에 떠밀려 길 저쪽켠으로 나자빠졌다.  《차사고가 났어!》하는 소리를 듣고 그녀는 아픈 허리를 잡고 일어났다. 그리고 머리를 돌려 그쪽을 바라보는 순간 그녀는 갑자기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것만 같았다. 차가 지나간 자리에 남편이 피투성이가 되여 쓰러져있었던것이다. 그녀는 영문을 알았다. 남편이 그녀를 구하느라 자기 자신을 희생한것이였다. 그녀는 황급히 비틀거리면서 남편한테로 다가갔다.      《죽었구만, 죽었어!》     남편의 시체를 둘러싸고 수군거리던 구경군들이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다가 흩어져 가버렸다. 그녀는 눈앞이 캄캄했다. 남편이 죽다니?! 사랑하는 남편이 죽다니?! 목숨바쳐 그녀를 구한 남편!      《아이구! 아이구...》     그녀는 처절하게 가슴을 쥐여뜯었다. 남편을 잃은 슬픔은 하늘에 닿을듯 했다. 그녀는 남편의 시체를 붙잡고 간장을 비트는듯 애통하게 흐느끼였다.      《이미 죽은걸 어찌겠수. 운다고 다시 살아날수야 없지 않수? 내 잘못은 별로 없지만 손해배상은 하리다.》     운전기사가 다가와 돈지갑에서 백원짜리 몇장을 꺼내여 선심쓰듯 그녀앞에 던져주고는 슬금슬금 물러갔다. 그녀는 그 돈을 북북 찢어던졌다. 분하고 슬프고 억울했다. 너희들의 눈에 그래 남편의 몸값이 이것밖에 안된단 말이냐? 어떤 남편인데? 내 남편은 이 세상에서 가장 선량하고 가장 정직하고 가장 순수한 남편이란 말이야!     비애가 왈칵 한가슴에 밀려온다. 그녀는 또다시 가슴을 쥐여뜯으며 처절하게 통곡했다. 지나가던 행인 하나가 땅을 치며 슬피 우는 그녀를 보고 리해할수 없다는듯 중얼거렸다.      《허참, 개 한마리가 차에 치여 죽은걸 가지고 왜 저리 슬피 운담?》                               (2003년 7월)      
69    변덕 많은 녀자 댓글:  조회:2739  추천:0  2013-12-08
  변덕 많은 녀자 / 콩트이야기 김희수 젊어서 목돈을 벌어놓고 늙어서 멋스레 로친을 끼고 공원놀이나 다니는 장령감을 보고 모두들 그 령감 팔자 상팔자라고 부러워하지만 기실 장령감에게도 시름거리가 따로 있었다. 남들은 처녀가 없어서 아들을 장가 못 보낸다고 아우성인데 장령감은 금은보석같은 딸을 두고도 서른살이 다 되도록 시집을 보내지 못하고있으니 얼마나 기막힌 일인가? 그것도 어디 팔다리가 부실한가, 얼굴이 못생겼는가? 제 어미를 닮아서 무용배우처럼 미끈한 몸매에 영화배우처럼 예쁘장한 미모! 그래서 중매군들이 문턱이 다슬도록 드나들고 《참 이 집 딸을 보면 막 피여나는 꽃을 보는 기분이구려. 이 집에선 꽃을 가꿀 필요가 없겠군. 이렇게 살아서 움직이는 싱싱한 〈생화〉가 있으니 말이요. 이 꽃을 꺾어 우리 집에 옮겼으면 좋겠구만.》하고 아들 가진 집들에서 침을 한발씩이나 흘리지만 꽃이 스스로 꺾이기를 원하지 않으니 장령감인들 무슨 방법이 있겠는가. 처음엔 장령감이 《얘 장미야, 이번 총각은 학력도 있고 키크고 미남인데다가 마음씨마저 착하다하더구나. 어디 한번 만나보거라.》이렇게 권할라치면 《전 시집 안가요!》하고 단마디로 거절하던 딸이 이젠 혼사말만 나오면 《아이, 귀찮아요. 전 죽어도 시집 안가요! 영원히 시집 안가요!》하고 완강하게 나오니 장령감은 딸년이 비구니나 될 팔자라고 탄식하며 딸의 혼사를 단념하고 말았다. 그런데 과년한 딸이 점점 과묵해지더니 찬바람을 싫어하고 대낮에도 창문에 커튼을 치고 어두컴컴한 방안에 갇혀서 장령감이 어디 아픈가 한마디 근심되여 물어도 귀찮아 짜증을 내는것이였다. 때론 혼자서 웃었다 울었다하며 히스테리 증상까지 보여서 장령감은 딸년이 큰병에 걸린것이라고 생각하고 부리나케 의사를 찾기 시작했다. 장령감이 용하다는 의사는 다 찾아다니며 좋다는 약은 다 써보았으나 효험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먼 친척의 소개로 의술이 고명하다는 한의사 김선생을 찾아보았다. 김선생은 환자의 기색을 살핀다 맥을 본다 하며 자세히 관찰하더니 조용히 입을 여는것이였다. 《환자가 몸이 피곤하고 추웠다 더웠다하며 얼굴이 붉어지고 가슴이 답답하며 때로는 식은땀을 흘리지요?》 《예, 예, 그런 증상이 있습니다.》 《그리고 매일 오전엔 정신이 산란하고 밝은것을 보기가 싫어하고 사람의 소리가 귀찮아지고 오후에는 머리가 혼미해지며 배가 아프고 놀라기를 잘하며 일을 하거나 생리 때는 심해지고 말입니다.》 딸이 머리를 끄덕이고 장령감도 《네, 맞습니다. 다른 의사들은 모두들 한열병이라고 합니다만 병이 나아야 말입지요. 김선생님께서 어떻게 하나 저애의 병을 치료해주십시오. 저애의 병만 고쳐주신다면 가산을 모두 탕진해서라도 그 은혜를 보답해드리겠습니다.》 《아바이, 근심하지 마십시오. 따님의 병은 침 한대만 맞히면 곧 나을겁니다.》 《그렇습니까? 그럼 어서…》 《급해하지 마십시오. 저의 조카 일철이가 외국류학을 갔다온 박사인데 침구에 능하지요. 오늘 그애가 외출했으니 래일 이때에 다시 찾아오십시오.》 이렇게 되여 장령감은 다음날 다시 올것을 약속하고 딸을 데리고 돌아갔다. 한편 김의사는 그날 저녁, 조카 일철이를 찾아 낮에 장령감의 딸의 병을 본 정황을 얘기하고나서 동을 달았다. 《내 보기엔 장미가 아주 예쁘고 훌륭한 처녀인데 너 하고 짝이 맞겠더라. 래일 네가 그 장미처녀를 치료해주고 백년가약을 맺거라.》 《허허참, 삼촌두, 치료는 삼촌이 해줘야지 의사도 아닌 제가 어떻게 치료를 해준다고 그럽니까?》 《네가 침 한대를 놔주면 그 처녀 병은 즉시 나을거다.》 《삼촌은 무슨 롱담을 그렇게 하십니까? 침통도 쥐여 못본 제가 혈위도 모르고 찌르다가 생사람을 죽이겠습니다.》 《그래도 넌 박사가 아니냐?》 《아무리 박사라 해도 그렇지요. 제 전공이 물리학이지 어디 의학입니까?》 《그러니까 너더러 물리치료를 해주라는거다. 내 말은 진짜 침이 아니라 네 몸에 달린 살침을 장미처녀의 몸에 놓아주라는 말이다.》 《뭐라구요? 아니, 삼촌두! 저더러 처음 만나는 처녀한테 무례하게 야만스런 짓을 하라구요? 전 죽어도 그런 짓은 못하겠습니다!》 《이눔아, 그게 장미처녀를 구하고 너희들 둘의 행복을 찾는 길인데 뭘 야만스런 짓이라고? 찍소리 하지 말고 이 삼촌이 시키는대로 해!》 김의사는 일철이를 설복시키느라 무척 애를 썼다. 이튿날, 장령감이 딸을 데리고 오자 김의사는 일철이더러 다른 방으로 장미처녀를 데리고 가서 치료를 하게 했다. 김의사와 함께 담배를 피우며 기다리던 장령감은 이윽해도 딸이 나오지 않으니 조바심이 났다. 《의서선생님, 침 한대 놓는 시간이 왜 이리 오래 걸립니까?》 《아바이두, 아무데나 침을 놓으면 되는 줄 압니까? 딱 맞는 자리를 찾자면 시간이 좀 걸릴겁니다. 내심하게 기다립소.》 그때 장미처녀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장령감이 《그 침이 몹시 아픈 모양입니다. 저 앤 여태껏 침이란걸 맞아 못봤는데요.》하고 몹시 가슴 아파하니까 김의사는 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처음 맞는 침이라면 좀 아플겁니다.》하고 위로해주는 척했다. 얼마후 일철이가 먼저 나오고 그 뒤로 부끄러운듯 고개를 숙인 장미처녀가 따라 나왔다. 장령감은 딸의 얼굴이 여느때없이 밝고 혈색이 도는것을 보고 일철의 손을 잡고 백배사례했다. 장령감이 딸을 데리고 돌아가자 김의사는 일철이를 바라보며 넌지시 물었다. 《어때? 치료해주니 처녀가 좋아했지?》 《장미처녀를 보니 마음에 딱 들었습니다. 그래서 렴치불구하고 달려들었더니 막 손톱으로 제 얼굴이며 몸을 마구 꼬집어 놓지 않겠습니까? 만약 처녀가 고스란히 맡기고만 있었더라면 키스쯤하고 더 깊이 들어가지 못했을겁니다. 그런데 얼굴이 뜯기고 피가 나고 보니 화가 나서 견딜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녀자란 도무지 정체를 알수 없는 마물입니다. 완강히 반항할 때 같아선 잡아먹을것 같더니 막상 정복당하고 나자 아주 상냥한 목소리로 〈한번 더…〉하는게 아니겠습니까.》 《허허허, 그 처녀의 병이라는게 그 무슨 한열병이 아니라 남자를 원하면서도 얻지 못하는데서 생긴 병이네라. 이런 병은 흔히 로처녀나 과부, 비구니들한테서 발생하군 하지.》 그 이튿날, 장령감이 또 김의사를 찾아와서 사례했다. 《의사선생님, 우리 딸년의 병을 뚝 떼 줘서 정말 감사합니다. 글쎄 그애가 병이 낫더니 결혼이야기를 꺼내지 않겠습니까? 죽어도 시집을 가지 않겠다던 애가 말입니다.》 장령감은 딸이 일철이를 마음에 두고있다는 말을 했고 김의사도 잘 됐다면서 둘의 혼사를 정하자고 했다. 이리하여 장미처녀와 일철이는 아름다운 연분을 맺고 결혼까지 하게 되였다. 결혼후 둘의 신혼생활은 아기자기 재미가 깨알이 쏟아지는듯 했다. 그러다가 까닭없이 다투게 되였는데 싸움은 꼭꼭 장미 쪽에서 걸어왔다. 장미는 일철이가 퇴근하여 돌아와 곁에 앉기만 하면 《꼴보기 싫으니까 어서 나가요!》하고 꽥 소리지른다. 마음씨 고운 일철이가 그녀의 여린 심경에 아픔이라도 있나해서 조용히 있게 해주려고 신발을 신으면 《절 혼자두고 가면 어떻게 할 작정이예요?》하고 야단법석이다. 그래서 이번엔 어쩔 줄을 몰라 그대로 서있으면 《아이구, 내 팔자야!》하며 울어댄다. 이런 히스테리컬한 짜증도 한두번이면 모르겠는데 몇달이 지나도록 자꾸만 되풀이되니 일철이는 더는 견딜수 없어 삼촌을 찾아 하소연했다. 《장미는 정말로 변덕 많은 녀자입니다. 곁에 있기가 무서워요. 이거 리혼하든지 끝장을 봐야지 못살겠어요.》 《가만, 장미가 달마다 꼭꼭 한시기만 짜증을 부리지 않더냐? 주기적으로.》 《네, 꼭 그래요. 정말 이상해요.》 《허허, 이 녀석아, 그게 생리일이 돼서 그런거야.》 김의사는 일철이의 어깨를 치며 설명해주었다. 《생리일이면 녀성들이 흔히 신경질적으로 짜증을 부리군하는데 일부 녀성들이 그 정도가 더 심하지. 생리일이 되면 마음이 이상해지기 시작하여 그것이 끝나는 날이면 반드시 낯선 남자를 만나야만 되는 녀성도 있고 남의 물건을 슬쩍하다가 파출소신세를 지는 경우도 있지. 어떤 녀성은 그때만 되면 우울증이 생겨 못견디다가 누구라도 걸리기만 하면 심하게 다투기도 하고…그러니까 그럴 땐 남자들이 리해해줘야지. 장미가 짜증 부릴 때면 실컷 짜증을 부리도록 내버려둬. 그리고 시간을 짜내여 장미랑 함께 볼링도 치고 수영장도 다니고 노래방도 드나들도록 해봐.》 그후 일철이는 삼촌이 시켜준대로 했더니 장미의 짜증부리는 증세가 많이 나아졌다. 어느날 밤, 일철이는 장미를 꼭 껴안고 속삭였다. 《여보, 난 장미가 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데 당신은 내가 그렇게도 보기 싫소?》 《호호호, 저로서도 어쩔수 없는 현상이예요. 그럴 땐 당신이 보고 싶어 미치겠다가도 막상 만나면 미워지는거예요. 녀자의 한일까요?》 《허허, 우리 마누라 장미는 변덕 많은 녀자!》 《아이참, 이젠 짜증을 안 부리는데 그냥 변덕 많은 녀자라고 할텐가요? 그럼 전 또 짜증을 부리겠어요.》 《허허, 짜증을 부리겠으면 실컷 부려보구려. 난 변덕 많은 녀자가 좋아!》 《호호호!》 《하하하!》 그들 부부는 즐겁게 웃었다. 그것은 건강과 행복을 찾은 유쾌한 웃음이였다. (1998년)  
68    미소하는 부인 댓글:  조회:2873  추천:0  2013-12-08
미소하는 부인 / 콩트이야기   김희수     조경리의 부인은 자색이 뛰여난데다가 마음씨 또한 비단같아서 일편단심 남편을 알뜰살뜰 섬기였다. 부인은 직업녀성이였지만 남편이 사업에 전념하도록 하기 위해서 사직하고 가정주부가 되였다. 부인은 혼자서 집안팎일을 도맡아 했을뿐만아니라 남편을 생활구석구석까지 빈틈없이 보살펴주었다. 남편의 옷은 사흘이 멀다하게 깨끗이 빨아서 구김살 하나없이 다림질한후 향수까지 뿌려서 손수 입혀주었고 남편이 집을 나서기전에는 꼭꼭 구두를 파리가 앉으면 미끌어질 정도로 반들반들 윤기나게 닦아놓았으며 섬섬옥수로 넥타이나 옷깃을 잘 다듬어주기까지 했다. 그리고 사업에 분망한 남편을 몸보신시킨다고 웅담, 록용에 뱀탕까지 대접시켰다. 그뿐만아니라 남편이 출퇴근할 때마다 웃음으로 바래고 웃음으로 맞이하군 했으며 저녁마다 남편의 발을 씻어주군 했다. 남편이 이불밑에 기여들때면 몸이 아무리 불편해도 거절하는 일이 없었고 자기쪽에서 아무리 생각나도 남편이 피곤해하면 참고 지내군 했다. 사람들은 이처럼 현숙한 안해를 얻은것을 부러워하기도 했고 시기하기도 했다. “세상에 둘도 없는 현처야!” “조경리는 정말 녀자복이 있다니깐!” “내겐 왜 저런 안해가 안차려질가?” “우리 녀편네도 저랬으면…” 그런데 세상에 사람의 마음은 알수 없다고 조경리는 사람마다 부러워하는 안해를 두고 밖에다 녀자를 두고있었다. 너무 편안해서인지 돈이 춤을 추어서인지 조경리는 새파란 처녀와 붙어서 떨어질줄을 몰랐다. 사람들은 이런 조경리를 질책하면서 그 부인을 두고 근심하기도 했다. “사람두, 그렇게 좋은 부인을 두고 바람은 왜 피워?” “조경리의 부인이 이 일을 알면 울고불고 야단할거야.” “배은망덕한 놈이라고 당장 리혼할지도 몰라.” 무슨 일이나 꼬리가 길면 밟힌다고 부인도 결국 이 일을 알게 되였다. 하지만 사람들이 근심한것처럼 부인은 울고불고 야단하지도 않았고 리혼한다고 떠들지도 않았다. 부인은 그저 예전과 마찬가지로 조용히 지냈다. 불가사의한것은 부인의 그런 넓은 “도량”에 담대해졌는지 조경리는 녀자를 집에까지 끌여들였다. 그러나 부인은 종전과 마찬가지로 남편을 깎듯이 대하는것이였다. 사람들은 이 일을 두고 또 의론이 분분했다. “참 별난 녀자야. 남편이 바람을 써도 좋아하다니?” “제길, 조경린 바람을 쓰면서도 녀편네의 공대를 받는데 난 녀편네에게 충성을 다하고도 불평소리만 듣는단말이야!” “다 타고난 팔자야. 조경리는 평생 복받을 팔자라니깐!” 하지만 복이 너무 지나치면 화가 되는지 조경리는 뜻밖의 교통사고로 하반신을 못쓰게 되였다. 그렇게 되자 밖의 녀자는 병문안도 없이 조경리를 내버려두고 가버렸다. 하지만 부인은 장애자로 된 남편을 예전보다 더 살뜰하게 보살펴주었다. 부인은 가정의사까지 모시고와서 남편의 건강을 돌보게 했고 매일 남편을 휠체어에 앉혀 밀고 다니면서 소풍시켰다. 그것을 보고 또 사람들은 부인을 세상에 둘도 없는 현처라도 칭찬이 자자했다. 그러던 어느날, 부인은 가정의사를 청해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식사도중에 부인은 남편이 보는 앞에서 가정의사를 끌어안고 키스를 해댔다. “더…더러운…” 뜻밖에 모욕을 당한 조경리는 목소리마저 떨려 끝내 “년”자를 내뱉지 못하고말았다. 부인은 분하여 떠는 남편을 보고 방그레 미소를 지었다. “여보세요, 이제부터 당신도 배우자를 남에게 빼앗기는 기분이 어떤가 좀 맛보셔야 하겠어요.” 말을 마친 부인은 그 자리에서 옷을 벗고 부부간이 하는 일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앉은뱅이가 된 조경리는 눈을 펀히 뜨고 부인이 다른 사내와 뒹구는것을 보고있을수밖에 없었다. 그 이튿날, 텔레비죤방송국의 기자들이 부인의 미담을 전해듣고 조경리댁으로 취재하러 찾아왔다. “부인께서 대소변까지 받아내며 살뜰하게 보살펴드린다는데 조경리께서 감수를 좀 말씀해보시죠.” 기자들이 마이크를 들이대자 조경리는 한동안 아무말도 못하다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 “저의 부인은 실로 모범안해가 되기에 손색이 없습니다. 심지어 제가 진 빚까지 갚아주었지요.” “빚이라니요?” 조경리같은 부자가 빚을 졌다니 기자들은 믿어지지 않아 되물었다. 그러자 조경리는 눈물이 글썽해서 말했다. “감정빚이지요.”    
67    둘째딸의 혼사 댓글:  조회:2556  추천:0  2013-12-08
둘째딸의 혼사 / 콩트이야기   김희수     북경에서 사업하는 맏딸과 맏사위가 외손자까지 데리고와서 강선생댁은 오래간만에 흥성흥성했다. 게다가 남개대학을 졸업하고 천진에서 번역사업을 하고있는 둘째딸의 전화까지 받은지라 강선생의 기쁨은 이루다 형언할수 없었다. 둘째딸은 휴가차로 남자친구를 데리고 오늘 도착한다고 했다. 그런데 강선생의 그런 기쁜 심정은 오래가지 못했다. “와이꿍! 워 게이니 호츠더( 外公! 我给你好吃的).” 외손자놈이 씽 달려와서 새우깡을 손에 쥐여주자 강선생은 기분이 나빴는데 맏딸까지 곁에서 “빠바, 니 츠바(爸爸,你吃吧)”해서 더욱 언짢아졌다. 어느덧 술상이 차려지고 맏사위가 모태주를 부어올리면서 “빠바,  호우호우 핀창바, 쩌쓰 궈쥬 모아타이야(爸爸,好好品尝吧,这是国酒茅台啊)”라고 하자 강선생은 “이리 줘”하고 술병을 와락 나궈채서 자기절로 련속 석잔을 부어 마셨다. “왜 애매한 사위한테 화풀이를 하는겁니까?” 마누라가 민망스러워 핀잔하자 강선생은 버럭 고함을 질렀다. “애매하긴 왜 애매해! 내 딸 데려다가 한족 맹글고 내 외손잘 한족 맹근게 그래 애매해?” “음식상에서 다 지나간 일을 가지고 왜 이래요?” 강선생은 어제 단위에서 있었던 일이 아니였더면 다 지나간 일을 가지고 이렇게까지는 화를 내지 않았을것이다. 어제 조선족인구가 줄어들고있는 문제를 가지고 의론하던 동료들이 강선생을 보자 “어떤 사람은 한족사위까지 삼는게 그래 우리 인구가 줄어들지 않고 어쩌겠소”하고 빗대고 욕했다. 그 바람에 강선생은 고개를 들수 없었다. “자식들의 혼사를 간섭하지 않는다”는것이 강선생의 일관적인 주장이였다. 그렇다고 맏딸의 혼사를 선선히 동의한건 아니였다. 저들끼리 하도 좋아하니깐 마지못해 동의했지만 가슴엔 옹이 맺혔던것이다. 지금와서 강선생은 조선족인구문제가 자신의 책임도 있다는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술을 그만 드시고 식사나 하슈.” 마누라가 술잔을 빼앗자 강선생은 밥술도 들지 않고 침실로 들어갔다. 얼마후 “목란이가 왔어유”하는 소리에 강선생은 침실에서 나왔다. 둘째딸 목란이가 함께 온 남자친구를 인사시켰다. “아뻐님, 안녕카시니까?” 허리를 굽석거리며 하는 둘째사위감의 첫대면인사에 강선생은 깜짝 놀랐다. 다짜고짜로 목란이를 끌고 침실로 들어가 영문을 물었다. “저, 젊은이의 발음이 어째 저렇니? 혹시 떼떼가 아니야?” “어머, 아버지두! 그인 한족이 돼서 조선말을 잘 못해요.” “뭐야?!” 강선생은 집이 떠나갈듯 고함쳤다. “왜 이러세요? 아버지…” “얘야, 어찌 너까지 한족과…” 강선생은 억장이 무너지는듯 했다. “어버진 언니땐 동의하시고도 지금은 왜…” “너 정말 한심하구나. 왜 우수한 자기 민족총각을 제쳐놓고 하필…” “같이 사업하다보니 자연히 정이 들게 되였어요. 아버지, 허락해주세요!” “넌 자신이 조선족이란걸 잊었느냐? 조선족인구가 점점 줄어들고있다는 사실을 너도 알고있겠지?” “하지만 저 하나쯤 빠진다고 해서…” “너 말하는걸 좀봐. 누구나 다 하나쯤이야 하면서 타민족이거나 외국으로 시집가고 두번째아이는 낳지 않으면서 하나뿐인 아이마저 리혼후 타민족한테 줘버리고…이렇게 되면 결국…” 이때 저쪽방에서 외손자녀석이 “워쓰 얜황즈쑨(我是炎黄子孙)!”하고 웨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것봐라, 네 언니가 낳은 자식놈이 줴치는 소릴 들어봐. 너도 그래 저같은 염황후손을 낳을테냐? 우린 단군의 후손이다!” “아버지, 일이 이렇게 됐으니 허락해주세요. 네?” “안된다! 당장 저 녀석과 칼로 두부모베듯 관계를 딱 끊어라!” 딸은 죽어도 못 끊겠다고 하고 아버지는 딸 하나를 안 낳은셈치고 죽여버리겠다고 하고… 그후 둘째사위감이 이후 자식을 낳으면 성씨와 민족을 어머니따라 강씨성에 조선족으로 정하겠다는 각서를 써서야 강선생은 마지못해 둘째딸의 혼사에 동의했지만 두번이나 가슴속에 맺힌 응어리만은 풀길이 없었다. (1998년)    
66    돈의 맛 댓글:  조회:2223  추천:2  2013-12-08
돈의 맛 / 콩트이야기   김희수     어느 한 도시의 교외에 자리잡은 별장에서 한 천만장자가 새로 동거하게 된 젊은 녀자를 끌어안고 승용차 한대를 선물하면서 물었다. “돈이 좋지?” “네. 좋아요!” 그 시각에 다른 한 별장에서 그 천만장자의 부인이 젊은 제비를 껴안고 아빠트 한채를 선물하면서 물었다. “돈이 좋지?” “네. 좋아요!” 그 젊은 제비는 다음날에 자신이 첫사랑을 하던 녀대학생을 만나서 돈뭉치를 안겨주면서 물었다. “돈이 좋지?” “물론 돈이 좋긴 좋지요.” 녀대학생이 고개를 끄덕이는것을 보고 제비는 급히 녀대학생을 끌어안으며 물었다. “그럼 우리 호텔로 가는게 어때?” 그러자 녀대학생이 돈뭉치를 뿌리치면서 소리쳤다. “돈은 좋지만 뭐나 다 사는게 아니야? 최소한 난 못사!” 그러나 한시간후 그 녀대학생은 억만장자의 품에 안겨있었다. 억만장자가 백화청사를 선물하면서 “돈이 좋지?”하고 묻자 그 녀대학생은 제꺽 억만장자의 쭈글쭈글한 얼굴에 키스하면서 대답했다. “네. 너무 좋아요!”     
65    60년만에 장씨성을 찾은 장개석의 쌍둥이손자 댓글:  조회:6770  추천:1  2013-12-08
60년만에 장씨성을 찾은 장개석의 쌍둥이손자   (번역)   장개석의 아들 장경국에게는 아들 다섯이 있었는데 장효엄은 지금까지 유일하게 생존해 있는 장경국의 아들이다. 하지만 장효엄과 그의 쌍둥이동생 장효자는 어릴 때부터 외삼촌의 장(章)씨성을 가지고있다가 장장 60년만에 친아버지 장경국의 장(蔣)씨성을 찾았다. 1938년에 장경국은 아버지 장개석의 파견을 받고 강서성 남창으로 갔는데 거기서 그는 사업관계로 예쁘고 령리한 장아약을 알게 되였고 얼마 안되여 서로 사랑하게 되였다. 당시는 장경국이 이미 장방량과 결혼한지 3년이 되는 때였다. 1942년 1월에 장아약은 장경국의 쌍둥이아들 장효엄과 장효자를 낳았다. 그러나 아이를 낳은지 6개월 이후에 장아약은 갑자기 사망되였다. 불행하게 어머니를 잃은 이 쌍둥이의 안전을 위해 외삼촌 장호약은 효엄과 효자를 자신의 아들로 호적에 올렸다. 그리고 아버지 장경국의 장(蔣)씨성 대신 자신의 장(章)씨성을 따르게 했고 쌍둥이의 출생 일을 1년이나 앞당겨 놓았다. 당시 성씨를 바꿔 호적에 올린데 대하여 장효엄은 이렇게 말했다. “내 생각엔 외삼촌이 이렇게 한것은 그로서의 도리가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어머니의 돌연한 사망을 놓고 당시 많은 사람들은 한가지 추측을 했지요. 정치적 고려, 가족의 고려 등등 각 방면의 많은 원인이 있었겠지요. 이 때문에 나와 쌍둥이동생은 장효엄, 장효자라고 불리던 원래 이름을 숨겼고 아버지 장경국의 ‘장’씨성을 감히 쓰지 못하게 되였습니다. 그저 따모(大毛), 쑈모(小毛)라고 불렀지요.” 장아약이 사망된후 장경국은 사람들의 이목을 숨기고 불필요한 시끄러움을 피하기 위해  아이들의 외할머니더러 어린 쌍둥이를 강서성 만안에 데리고가서 키우도록 배치했다. 1942년 겨울에 쌍둥이형제는 외할머니를 따라 외삼촌 장호약이 현장으로 있는 귀주 동인현으로 갔다. 그후 외할머니는 또 쌍둥이형제를 데리고 고향 남창으로 돌아왔다. 그 당시 쌍둥이형제와 관계되는 모든 일은 장경국이 직접 결정했다. 그 때의 일을 장효엄은 이렇게 추억했다. “우리가 태여난후 아버지는 여러번이나 찾아왔는데 번마다 우리를 안아주었습니다. 이는 외할머니와 이모가 나한테 알려준 사실입니다. 그 때는 너무 어려서 기억에 없었지요. 내가 네댓살 때 외숙모가 우리 쌍둥이형제를 남경에 있는 아버지한테로 데리고간 적이 있었지요. 또 중산릉에 간것이 기억되는데 그 땐 어렸고 놀음에 탐하다나니 내가 아버지를 아빠라고 불렀던지 아니면 다르게 뭐라고 불렀던지 그리고 아버지가 우리를 어떻게 불렀던지 생각나지 않습니다.” 1949년에 장경국은 왕승장군더러 장효엄일가를 남창에서 하문으로 그리고 하문에서 대만 신죽으로 데리고가도록 배치했다. 당시 쌍둥이형제는 7살이였다. 대만 신죽에서 쌍둥이형제는 외할머니의 슬하에서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행복한 동년시절을 보냈다. 당시 쌍둥이형제는 자신의 아버지가 장경국이란것을 몰랐다. 그들은 외삼촌과 외숙모를 자신의 부모로 알았다. 장효엄은 그때의 일을 추억하며 이렇게 말했다. “당시 우리에 대한 아버지의 관심은 모두 왕승장군을 통해서 이루어졌습니다. 왕승장군은 아버지의 위탁을 받고 신죽에 와서 우리에게 생활비를 갖다주었습니다. 왕승장군이 올때마다 우리는 육류와 해산물을 먹을수 있었고 새옷을 사서 입을수 있었습니다. 왕승장군은 늘 외할머니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군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생활이 우리가 중학교에 다닐 때 돌연히 변했습니다. 왕승장군이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음력설에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초중, 고중시절을 어렵게 보냈고 대학에 다닐 때는 학비마저 낼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우리가 고중에 다닐 때의 어느날 밤에 외할머니가 우리에게 출생의 비밀에 대해 알려주었습니다. 친아버지가 큰 인물인 그분이란 말을 들은 우리는 매우 놀랐습니다. 그때 사생아로 태여나 친아버지의 사랑도 못받고 자란데 대한 불평과 불만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친아버지의 사랑을 갈망했지요.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 우리는 자신을 설복하려고 힘썼고 이런 객관적 환경에 대해 적응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외할머니는 우리에게 남에게 의거하지 말고 자기 절로 노력해야 한다고 가르쳤습니다. 이런 외할머니의 교육이 없었더라면 우리는 자포자기하지 않았으면 반역의 길을 걸었을지도 모릅니다.” 사생아로 태여난 불행한 출생과 가난한 생활은 도리여 이들 쌍둥이의 학습열을 분발시켰다. 1960년에 장효엄은 대만 동오대학 외문학부에 입학했으며 졸업후 우수한 성적으로 대만지구행정부문에 들어가 사업하였다. 그러면서도 장효엄은 종래로 아버지의 사랑에 대한 갈망을 포기하지 않았다. 아버지를 한번 만나보는것이 그의 최대의 념원이였다. 과연 그는 아버지 장경국을 만나는 기회가 있었다. 장효엄은 그때의 정경을 이렇게 추억했다. “1973년에 있는 어느 연회에 그분도 참가했습니다. 나는 멀리에서 그분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분의 눈길이 나의 시선과 언뜻 부딪쳤다가 다른 사람한테로 옮겨졌습니다. 이 장소에서는 누구나 그분한테로 가서 인사하고 악수할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한 공무원의 신분으로 아버지인 그분한테로 다가가 악수를 청할수 없었습니다. 내가 당신의 아들이라고 당당히 말할수 있을 때 그분의 손을 잡겠노라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멀찍이 피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의 눈길이 부딪치는 순간 그분이 이 아들을 알아보았을거라고 믿었습니다. 그것은 내 주관적인 추측이긴 하지만 그분은 나의 사진을 본 인상이 있었을것입니다. 왕승장군이 우리가 커가면서 찍은 사진을 모두 그분한테 갖다드렸으니깐요.” 장효엄은 꼭 그날이 있을거라고 믿었다. 장경국을 만나서 아버지라고 한번 부를수 있는 그날이 있을거라고 굳게 믿었다. 하지만 장효엄이 정말로 장경국을 만났을 때 아버지는 더는 아들을 바라볼수 없었고 더는 아들의 목소리를 들을수 없었다. 1988년에 장경국이 사망되였을 때 쌍둥이형제 장효엄과 장효자는 영총병원의 얼음침대에 조용이 눈을 감고 누워있는 장경국대통령을 만났다. 이러한 장소, 이러한 정경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아버지와 만난 쌍둥이형제는 꿇어엎드려 통곡했지만 이미 늦었다. 왜서 좀 더 일찍 아버지를 만나지 못했단 말인가? 장경국이 사망된후 평시에 장효엄과 관계가 매우 좋던 이복(아버지는 같고 어머니가 다른)동생 장효용은 정치적 관점이 서로 다르다는 원인으로 멀어져갔다. 이 모든것은 쌍둥이형제가 장씨성을 찾는 길이 매우 어렵고 힘들다는것을 예고했다. 하지만 조상을 찾으려는 장효엄의 결심은 더욱 강렬해졌다. 그는 송미령녀사에게 도움을 청할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송미령은 6차나 거절했다. 장효엄은 부득불 증거를 찾는 방법으로 진실을 밝힐수밖에 없었다. 대만당국의 규정에 의하면 정부직무일군은 대륙에 가서 친척방문을 할수 없었다. 2000년에 모든 공직을 사직한 장효엄은 마침내 장씨성을 찾는 꿈을 이룰수 있는 기회가 온것을 알았다. 2000년 8월에 장효엄은 부인을 데리고 조국에 돌아와 58년전의 흔적을 찾기 시작했다. 그는 먼저 외삼촌을 찾아갔다. 그의 리력서에는 아버지란에 외삼촌의 이름 장호약이 씌여져 있었는데 그가 증명을 서주었다. 그리고 그가 태여난 계림병원에서도 증명을 서주었다. 그리고 그의 리력서의 어머니란에는 외숙모의 이름 기침이 적혀져있었는데 외숙모는 미국에 가있었다. 2003년에 그는 미국을 방문했다. 2003년 9월 3일에 그는 부인과 함께 로스안젤스에 가서 외숙모 기침을 만났다. 외숙모는 그들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의 부인이 외숙모를 보고 말했다. “외숙모, 미안해요. 당신의 머리카락을 가지고 가서 DNA감정을 하려고 해요. 당신이 저분의 친어머니가 아니라는것을 증명하려고 그래요.” 외숙모는 흔쾌히 동의했다. 그들은 외숙모의 머리카락을 가지고 가서 DNA감정을 거쳐 장호약과 기침이 쌍둥이의 친부모가 아니라는것을 증명했다. 그 먼저 2002년 12월 12일에 장효엄은 왕승장군의 증명으로 새로운 신분증을 얻었는데 아버지란에는 “장경국”이라 써넣었고 어머니란에는 “장아약”이라고 써넣었다. 2004년 12월 15일에 장경국의 본부인인 장방량이 사망되였고 그 석달후 장효엄은 다시 새 신분증을 얻었는데 이때 정식으로 아버지의 “장”씨 성으로 고쳤다. 2005년 4월 7일에 장효엄은 처음 장씨자제의 신분으로 장씨가족의 조상제사에 참석하였다. 1994년에 쌍둥이동생 장효자가 북경에서 뇌익혈이 돌발했을 때 장효엄은 중병에 걸린 동생을 대만에 데리고가서 치료받게 하기 위해 처음으로 비행기를 도맡아 직항할 생각을 가지게 되였다. 2002년 10월에 장효엄은 정식으로 대만상인이 비행기를 도맡아 직항할 구상을 제출했고 이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애썼다. 2003년 1월 26일에 대만화항회사의 민항려객기가 춘절기간 대북 도원공항에서 리륙하여 상해 포동공항에 착륙했다. 이는 해협량안에서 50여년래의 처음으로 되는 공중통항이였다. 2005년 1월 29일의 춘절기간에 대만상인이 비행기를 도맡아 북경, 대북 등 5개 도시에서 왕복하며 날아다녔는데 이는 1949년이래 조국대륙의 민항비행기가 처음으로 대만에 착륙한것이다. 지금 장효엄은 대만과 대륙에서 비행기가 정기적으로 날아다닐수 있게 하기 위해 힘써 노력하고있다.      
64    세계 미녀간첩들의 비밀 댓글:  조회:9864  추천:0  2013-12-08
세계 미녀간첩들의 비밀   (번역)     사람들은 미녀갑첩에 대해 영화를 통해서 얼마간 알고있지만 그녀들의 진실한 생활은 어떠했으며 그녀들의 운명은 어떠했는가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있다.   로씨야 미녀간첩 안나 채프먼     로씨야의 미녀갑첩 안나 채프먼(安娜·查普曼)은 미녀갑첩의 대표적인 형상으로 떠올랐다. 18살에 간첩활동을 시작한 안나 채프먼은 세계적인 남성잡지(성인) 《맥심》2010년 11월호에 속옷차림의 성감적인 모습으로 표지모델을 장식하여 세상사람들에게 무엇이 진정한 성감미인가를 보여주었으며 최근에는 로씨야의 국가영예훈장을 받아 세계언론의 화제인물로 되였다. 1982년 2월 23일에 로씨야의 쓰딸린그라드에서 태여난 그녀는 미국의 국가정책결정에 관여하는 유력자들에게 접근해 정보를 빼내는 임무를 맡았다. 안나 채프먼은 화려한 옷으로 단장하고 우아한 모습으로 미국에서 상류층이 즐겨찾는 오락장소에 단골손님으로 등장하여 유력인사들과 친분을 맺으며 이들로부터 많은 정보를 수집해왔다. 그녀는 미국에서 간첩활동을 하다가 결국 간첩용의자로 체포되였다. 이 무렵에 그녀의 라체사진이 영국과 미국의 대중잡지에 실려서 화제가 되였는데 신문에 게재된 사진들은 그녀의 전 남편인 알렉스 채프먼이 돈을 받고 판것으로 알려졌다. 그후 미국과 로씨야에서는 간첩행위에 대하여 신속히 협상을 하였다. 결과 로씨야에 수감되여있던 미국갑첩 10명과 미국에 체포되여있던 로씨야간첩 4명을 맞교환하기로 하면서 안나도 그속에 포함되여 로씨야로 돌아왔다. 안나는 “사랑과 우정이 주는 매력은 세상 어느곳에서나 마찬가지입니다. 대부분의 남자는 3가지류형으로 나눌수 있는데 가장 원시적인 남자들은 오직 성관계만을 원하고 조금 더 똑똑한 남자들은 사랑받기를 원하고 최고수준의 남자자들은 사랑받기만을 원하는것이 아니라 자신이 삶속에서 사랑을 가장 크고 아름다운 감정으로 느끼는것을 원하고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로씨야 국영텔레비죤방송국에서는 2010년 12월 31일에 안나 채프먼을 “2010년 로씨야의 최고녀성”으로 뽑았다. 그녀는 2010년 12월에 통합로씨야당 청년근위대 대의원으로 되였고 로씨야의 한 은행에서 은행장의 투자 및 혁신분야자문직을 맡아 일하고있다. 몇년전에 로씨야대통령 메드베데프는 친히 그녀에게 국가의 최고훈장을 수여하여 그녀가 세운 공헌을 긍정해주었다.   독일미녀갑첩 마타하리   간첨력사에서 가장 유명한 색정녀갑첩이라고 불리우는 마타하리(玛塔哈莉)는 제1차세계대전 당시 7층면사포라는 춤을 춰서 옹근 유럽을 미치게 만들었으며 남자들은 그녀와 하루밤을 즐기기 위해 수천프랑을 쓰는것을 아까와하지 않았다. 그녀의 간첩생활은 그녀의 춤보다 더 큰 성공을 거두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과 프랑스를 오가며 간첩활동을 한 마타하리는 1876년 8월 7일에 “마가레타 게크루디아 젤레”라는 이름으로 화란에서 출생했다. 원래 평범한 녀성이였던 그녀는 화란장교와 결혼해 두 아이를 낳았지만 결국 리혼했다. 그후 그녀는 프랑스 빠리의 물랭루즈에서 “마타하리”라는 예명을 쓰면서 무희로 활동하며 유명세를 탔다. 제1차 세계대전이 터지면서 독일정보국에서 그녀에게 돈을 주고 간첩활동을 하게 했다. 그녀는 프랑스의 국방장관과 외교관, 군장교들을 대상으로 정보를 수집해 독일에 넘겼다. 그러나 중간에 프랑스정보국의 부탁을 받고 프랑스의 간첩이 되기도 했다. 프랑스정보국에서는 마타하리에게 독일군의 첩보장교를 유혹하는 임무를 주었다. 그런데 마타하리를 의심한 독일정보국에서는 그녀의 간첩신분을 고의적으로 흘렸다. 결국 프랑스정보국에서는 독일간첩인 그녀의 신분을 확인하고 그녀를 체포했다. 프랑스군은 그녀때문에 수십만명이 사망되는 손실을 입었다. 마타하리는 1917년10월 15일에 사형선고를 받고 총살되였다.   영국 미녀간첩 낸시 웨이크   가장 용기있는 녀갑첩이라고 불리우는 낸시 웨이크(南希韦克)는 제2차세계대전 당시 검은명단의 첫 순위에 올랐다. 독일군은 그녀를 잡기 위해 500만프랑의 현상금을 내걸었다. 1912년에 뉴질랜드에서 출생한 낸시 웨이크는 프랑스출신의 부유한 사업가와 결혼했다. 제2차대전에서 프랑스가 패한 뒤 영국간첩으로 많은 활약을 했다. 대호 “흰 쥐”로 불리우는 그녀는 1943년에 독일군의 1급목표물이 되여 5백만프랑의 현상금이 걸리기도 했다. 1943년에 간첩망이 배신하자 그녀는 마르세이유로 도망쳤다. 그러나 그녀의 남편은 체포되여 독일군에게 고문을 당하다가 처형되였다. 그후 낸시 웨이크는 툴룽에서 체포되였지만 간신히 도망쳐 나와 피레네산맥을 넘어 에스빠냐로 도주한 다음 영국으로 건너가 간첩훈련을 받았다. 1944년 4월밤에 락하산으로 프랑스 오베른에 투하된 그녀는 이곳에서 다시 련락망을 구축하고 노르망디상륙작전에 앞서 간첩활동을 벌리며 몽트루송의 독일군본부의 통신선을 끊는 등의 활약을 했다. 1944년 4월부터 프랑스가 해방되기까지 7000명의 저항세력을 이끌고 2만 2000명의 독일친위군과 전투를 벌려 1400명을 소멸하여 영웅으로 널리 알려졌다. 제2차세계대전이 결속된후 미국, 영국, 프랑스 등 나라들에서는 그녀에게 최고영예훈장을 수여했다.   영국 미녀간첩 크리스티나     1915년에 뽈스까(폴란드)의 귀족가문에서 출생한 크리스티나(克里斯蒂娜)는 어릴 때부터 남달리 총명하고 미모가 뛰여났는데 성인이 된후 뽈스까의 미녀선발에서 최고미녀로 선발되기까지 했다. 1939년 9월에 독일군이 뽈스까를 점령하자 크리스티나는 영국으로 들어가 간첩훈련을 받은후 여려가지 신비한 신분으로 간첩활동을 시작했다. 그녀는 자신의 미혹적인 자색을 리용하여 시시각각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비밀임무를 집행했으며 뛰여난 용기와 지혜로 제2차 세계대전기간에 매우 가치가 있는 수두룩한 정보를 얻어옴으로써 제2차 세계대전시간의 가장 저명한 녀간첩의 하나로 되였다. 더구나 그녀는 영국수상 처칠이 가장 좋아하는 녀간첩으로 되였다. 제2차 세계대전이 결속된후 소설가 이안 플레밍(1908년 5월 28일에 영국에서 출생, 1964년 8월 12일에 사망)의 비밀련인으로 되였다. 이안 플레밍(伊恩弗莱明)은 크리스티나를 원형으로 007계렬소설중에 저명한 “제임스 본드의 녀자”를 창조했다.   조선미녀간첩 원정화   1974년 1월 29일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함경북도 청진시에서 태여난 원정화(元正花)는 함경북도 부령군 고무산녀자고등중학교를 다녔는데 4학년때(1988년)에는 학습성적이 우수하여 “이중영예 붉은기휘장”을 받기도 했다. 15세때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에 의해 발탁되여 공작원양성학교인 금성정치군사대학(현 김정일정치군사대학)에서 교육을 받다가 1992년에 머리부상으로 소속특수부대에서 의병제대했다. 그녀는 1998년에 국가안전보위부에 소속되여 간첩활동을 시작했다가 2008년 7월 15일에 국가보안법위반으로 한국의 군경합동사법부문에 의해 체포되였다. “조선에서 넘어온 사람(脱北者)”으로 위장한 원정화는 자신의 자색으로 한국 모 부대의 장교들을 유혹하여 성관계를 유지하며 한국의 군사기밀을 빼냈다. 한국 수원지방법원은 원정화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63    넬슨 만델라 그 영원한 이름 댓글:  조회:6187  추천:6  2013-12-06
넬슨 만델라 그 영원한 이름       남반구하늘에 떠 온 세상을 은은히 밝히던 큰 별이 끝내 스러졌다.   지금 국제사회가 지난 12월 5일 밤에 95세를 일기로 타계한 남아프리카공화국 전 대통령 넬슨 만델라(纳尔逊·曼德拉Nelson Mandela)의 추모열기가 뜨겁다.   습근평 중국국가주석은 만델라의 일생에 대해 높이 평가하면서 그의 별세에 깊은 애도의 뜻을 표시했고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정의로운 거인의 서거에 깊은 슬픔을 표한다”고 했으며 오바마 미국대통령은 “가장 용기있고 선한 인물을 잃었다”고 했고 캐머런 영국총리는 “위대한 빛이 졌다”고 했으며 올랑드 프랑스대통령은 “저항의 메시지 영원할것”이라고 했다. 특히 서로 정치적견해가 다른 한국, 조선, 일본도  일제히 만델라의 별세에 애도의 뜻을 표시했다.   세계가 이처럼 한 나라 지도자의 서거에 깊은 애도의 뜻을 표시하며 그의 업적을 높이 평가한적이 없었다.   만델라, 그는 누구인가? 그는 왜서 우리 시대 최고의 위인이라고 세계인의 칭송을 받는가?   만델라는 민주적선거를 통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첫 흑인대통령으로 되였지만 취임후 자신을 27년동안 정치범으로서 옥고를 치르게 하고 흑인을 탄압했던 백인을 용서와 화합정신으로 포용해 무지개처럼 서로 다른 인종이 조화를 이루며 평화롭게 살아가는 오늘의 남아프리카공화국을 건설했다.   만델라는 흑인과 백인이 함께 함께 잘 살아가는 새로운 나라, 여러가지 색갈로 이루어진 무지개가 아름답게 빛나듯이 아름다운 “무지개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용서하고 화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탄압을 받던 피지배계층이 권력을 장악한 뒤 압제자들을 대거 숙청하지 않고 평화공존을 도모한것은 세계력사적으로도 매우 드문 일이다. 실로 그는 노벨평화상 수상자로서 손색이 없다.   고금중외의 력사를 보면 반대파를 숙청하는것은 왕권(정권)강화를 위한 정당한 일처럼 되여있다. 멀리 보지 않고 청나라 300년이나 조선왕조 500년의 력사만 보아도 왕이 바뀔 때마다 반대파를 제거하는 숙청의 피바람이 불지 않은 때가 없었다. 그 피바람에 사돈의 팔촌까지 련루되여 억울한 목숨을 잃기도 했다.   흑인으로서의 만델라는 흑인을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고 마구 탄압했고 흑인목숨을 파리목숨처럼 취급했던 백인들을 숙청할 힘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나라의 평화와 미래의 광명을 위해 눈앞의 복수를 하지 않았다. 위인으로서의 그는 권력과 개인의 리익에만 눈이 어두운 자들보다 더 멀리 내다보았기때문이다. 자유를 향한 열정, 고난속에도 굽히지 않는 강한 의지가 그의 정신이다.   만델라는 현대 남아프리카공화국 경제발전의 초석을 쌓아놓은 인물이기도 하다. 인구의 절반이 빈곤상태인 국가에서 백인이 장악하고있던 대다수의 경제권을 흑인에게 나눠주는 첫 조치로 토지개혁을 하는 등의 개혁정책과 국제원조속에 경제발전을 이룩했다. 비록 백인의 기득권을 인정할수밖에 없었던 경제의 구조적 한계속에서 토지개혁은 한계를 드러냈지만 이같은 만델라의 “경제평등”노력이 신흥경제국반열에 올라설수 있는 배경이 되였다.     한평생 자유와 평화를 위해 싸운 넬슨 만델라, 이 거인앞에 서면 내 자신이 그처럼 작아보이고 초라할수가 없다. 나라의 평화를 위해 정적까지 끌어안은 그 넓은 도량에 비하면 친구와 동료들과도 작은 일에 얼굴을 붉힌 자신이 부끄러워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온 세상이 우리 시대 최고의 위인 넬슨 만델라를 추모하는 이 시각에 전 세계가 만델라가 지향한 평화를 위해 손에 손잡고 하나밖에 없는 지구에서 화목하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어가기를 기원해본다.     
62    우리 언어 혼용시대가 가져다 준 혼란과 기회 댓글:  조회:7016  추천:7  2013-12-04
  우리 언어 혼용시대가 가져다 준 혼란과 기회    김희수       지금 중국조선족은 한국과 조선에서 사용하는 언어에 우리 언어를 혼용해 쓰고있는 실정이다. 대부분 출판물에서는 그래도 기존의 우리 문법과 맞춤법을 지키고있지만 인터넷에 올라오는 글들은 연변, 한국, 조선의 문법과 맞춤법을 섞어서 쓰고있다.     예전에는 중국조선족들이 쓰는 언어가 주요하게 조선에서 편찬된 사전을 따랐지만 1990년대이후 한국나들이가 활발해지면서 한국에서 쓰는 말과 글을 따르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특히 인터넷이 발달되면서부터 조선과의 인터넷소통이 불편해진 반면에 한국과의 인터넷소통이 활발해진 현실에서 우리 중국조선족은 자연스럽게 한국에서 쓰는 말과 한국에서 쓰는 글을 따라하게 된것이다.   말을 례로 들면 예전에 우리가 끝말에 늘 쓰던 “-습둥”, “-습꾸마”는 점점 사라져가고 “-요”, “-다”로 끝나는 서울말씨가 늘어나고있는 추세이다. 한국나들이가 늘어나면서 한국에 장기간 거주해있다가 귀국한 사람들이 먼저 한국말을 쓰기 시작했고 한류열풍을 빌어 우리 안방을 차지한 한국드라마도 연변말을 바꾸는데 한몫 했다.     글을 놓고 말하면 기존의 우리 문법과 맞춤법을 지키는 부류도 있고 한국문법과 맞춤법을 따라하는 부류도 있으며 마구 섞어서 쓰는 부류도 있다. 그러나 한국식을 따라 하는 부류들도 한국문법과 한국맞춤법을 제대로 바르게 따라 하지 못하고있다. “연말(년말)”, “노인(로인)” 등은 한국식으로 잘 따라 쓰지만 “웃통”, “뒤골목” 등은 그냥 우리식대로 쓰고있다. 한국식대로 쓰자면 “윗통”, “뒷골목”으로 써야 하겠는데 말이다. 한국식을 따라 하는 부류의 뛰여쓰기도 80%는 한국식이고 20%는 연변식이다. 이렇게 우리 글을 혼용해 사용하는데서 혼란이 조성되고있다. 게다가 인터넷발달로 신조어가 매년 수백개씩 생겨나면서 신조어의 속출로 인터넷을 아는 신세대와 인터넷을 모르는 구세대의 대화가 통하지 않을 때가 많다.     한국과 조선도 언어의 이질화현상이 심화되고있다. 조선에서는 한국말과 글을 외래어투성이여서 리해하는데 어려움을 겪고있으며 한국에서는 “은을 내다”, “죽탕치다”와 같은 조선에서 자주 쓰는 표현을 사전이 없이는 리해하기 어렵다고 한다.       언어의 이질화현상을 내버려두면 혼란이 조성되면서 정상적인 소통마저 어려워질수 있다는우려도 나오고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실에 대해 정확한 인식을 가지고 더 늦기전에 이질성해소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한국과 조선 량쪽과 모두 교류가 가능한 우리의 우세를 리용해 남북과의 대화와 교류를 통해 우리의 공통어가 혼란해지는 현상을 바로잡기에 나서야 한다.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인터넷시대인만큼 우리 말과 글을 혼용해 쓰는 현상을 그대로 내버려두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있다. 이들의 리유는 사전상의 어법을 너무 딱딱하게 적용하면 그로 인해 자칫 다채롭게 생성되고 변화하는 언어의 생동감을 훼손할수 있다는것이다.       한국에서는 요즘 과잉교정인간이란 게시물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면서 누리군(누리꾼)들의 관심을 모으고있다. 과잉교정인간이란 맞춤법이나 표준어 등에 지나치게 민감하여 잘못된 언어사용을 인정하지 않고 문법과 띄여쓰기 등 올바른 언어사용에 집착하는 사람을 말한다. 맞춤법을 지키는것은 당연하다는 반응과 표준어와 맞춤법을 지키는 자세는 좋으나 지나친 집착은 피곤하다는 의견도 나오고있다.     하지만 나는 우리 조선족사회에도 과잉교정인간이 나타나 혼란한 언어사용현상을 바로잡아주어야 한다고 본다. 적어도 과잉은 뺀 교정인간쯤은 나타나야 한다고 본다.     우리 조선족사회에서 처음에 “조선족기시”라고 잘못 쓰던 표현을 지금은 “조선족무시”라고 바로잡아 쓰고있는 현상도 묵묵히 헌신하는 교정인간의 공헌이 아니겠는가?       지금 조선족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글들중에 “연길시의 미용”에서 처럼 “미관”이라고 써야 할것을 “미용”이라고 잘못 쓴것, “머리가 쇠뇌되다”에서 처럼 “세뇌”라고 써야 할것을 “쇠뇌”라고 잘못 쓴것 등등 그리고 주어와 술어가 맞물리지 않는 현상도 수두룩하다. 이런 현상도 교정인간이 나서서 제때에 바로잡아주어야 한다고 본다.       인터넷시대에 한국식을 따르는 우리 언어사용현상을 막을수는 없다. 하지만 한국의 외래어를 무조건 따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본다. 우리 고유어에 있는 말은 외래어를 쓰지 말고 우리 말로 쓰는것이 우리 언어를 지키고 바르게 사용하는 길이라고 본다. 외래어가 판을 치는 한국에서도 인터넷에서 만들어지는 공간에서 활동하는 사람에 대해 말하는 네티즌(网民)을 순 우리 말로 “누리꾼”이라고도 쓰고있다. 이렇게 우리 말로 만들수 있는 외래어는 우리 말로 만들어 쓰는게 원칙이라고 주장하고싶다. 그리고 한국식으로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컴퓨터로 타자할 때 맞춤법이나 띄여쓰기를 자동으로 바로잡아주는 기능이 있는 “한글2007”을 사용할것을 권고한다.     한국식이든 조선식이든 연변식이든 단점을 버리고 장점을 취하는것이 우리 언어의 혼란한 사용을 바로잡는데 도움이 될것이라고 생각된다. 한국에서는 “폐”, 조선에서는 “페”라고 사용하고있는데 내 개인의 생각으로는 이런 경우에는 조선식대로 “페”를 사용하는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본다. 적어도 자판을 두드려 타자를 할 때 컴퓨터키보드(电脑键盘)에서 시프트키(shift key)를 누르는 수고를 덜수 있다. 또 조선에서는 다운로드(下载)를 “내려받기”, “내리적재”라고 쓰는데 내 개인의 생각에는 이런 경우에도 조선식으로 우리 말로 쓰는게 옳다고 본다. 우리는 고혈압에 먹는 약을 “강압약”이라고 하는데 이 경우에도 조선식대로 “혈압내림약”이라고 쓰는게 더 우리 말다운 표현이라고 본다.     그리고 한가지, 글은 사람이 만든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없는 글을 편리하게 만들어 쓸수도 있지 않겠는가? 우리 글에는 “福”에 해당되는 소리가 없는데 “ㅈ”에 점 하나를 쳐서 “ㅊ”가 되는것 처럼 “ㅍ”에 점 하나를 쳐서 그에 해당되는 소리글자를 만들면 우리 글에서 소리 본딴 말도 좀 더 완벽하게 될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는 위기가 기회라는 말을 자주 쓴다. 우리 언어사용에 위기가 나타난 지금이 바로 위기를 기회로 삼고 언어사용에서의 혼란을 바로잡아 갈 때라고 생각된다. 이렇게 하나 하나 바로잡아가느라면 올바른 우리 언어사용법이 정착되고 그릇된 사용법은 점차 사라지게 될것이라는 기대감이 앞선다.  
61    2등 인생 댓글:  조회:3285  추천:1  2013-12-01
단편소설 2등 인생 김희수   그날 저녁, 그자가 뜻밖의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기쁜 소식(?)을 들은 나는 온밤을 이리뒤척 저리뒤척하며 잠을 이룰수 없었다. 몇번이나 이불을 걷어차고 일어나 베란다로 나갔다. 창문을 여니 시원한 밤바람이 정답게 내 몸을 어루만져준다. 애인의 키스처럼 향긋한 밤바람을 훅 들이키고 나서 담배를 꼬나물었다. 라이터를 꺼내 들었으나 손이 떨리면서 쉽게 불이 붙지 않는다. 그자가 죽었다! 그자가 죽었다! 꿈같은 사실이다. 믿어지지 않는다. 믿어지지 않아 몇번이나 재확인해본 사실이다. 국장으로 갓 승급한 그자는 만수무강술집에서 제1차 축하파티를 끝내고(여기서 나는 시름시름 앓는 안해를 핑계로 그자와 인사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첨하는 하급들에게 떠밀려 교외에 있는 무지개별장으로 제2차 축하파티를 열려고 국장전용차에 앉아가는 도중에 마주 달려오는 트럭과 부딪쳐 그 자리에서 당장 숨지고말았다. 이 소식은 그 뒤의 차에 앉았던 부하들이 사건현장에서 부국장인 내게 전해준 비보이다. 부하들은 울먹한 목소리로 이 소식을 전해주었지만 이 소식을 듣는 순간 나는 흥분을 금할수 없었다. 그자가 죽었다니? 이게 꿈은 아니겠지? 그자가 죽었다는 소식은 그자의 가족에게는 비보겠지만 나에게는 기쁜 소식이 아닐수 없다. 그자에게 눌리여 기를 펴지 못하고 살아온 30년! 장장 30년을 그자에게 눌리여 살아온 세월들을 돌이켜보노라니 눈물이 난다. “여보,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어느새 안해가 내곁에 다가와서 부드러운 말씨로 따뜻이 위로해준다. 안해는 내가 그자가 죽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너무 큰 슬픔에 잠겨있는 줄로 아는 모양이다. 나하고 10년여를 함께 살아온 안해이지만 내 깊은 속마음을 아직 모르고있다. “여보, 바람이 찬데 들어가요.” “먼저 가 자오.” 오늘따라 달이 휘영청 밝다. 그자는 이제 저 아름다운 달도 볼수 없게 되였구나. 하하하! 저 달은 이제 그자의것이 아니다. 이 세상도 그자의것이 아니다. 아아, 저 달을 보니 월녀의 얼굴이 떠오른다. 달같이 환한 그녀의 얼굴이…그녀는 내 첫사랑이였다. 하지만 나는 첫사랑을 그자에게 빼앗겼다. 첫사랑뿐만아니라 나는 그자에게 모든것을 빼앗겼다. 명예도 지위도 권력도…그자는 나에게서 모든것을 빼앗아갔다. 그런 그자가 죽었으니 내가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 “여보, 들어가 주무셔요. 래일 출근해야지요.” 나는 안해에게 끌려 도로 들어가 자리에 누웠다. 안해는 쌔근쌔근 코를 골았으나 나는 흥분으로 하여 잠이 오지 않았다. 지난날 그자와 함께 해온 가지가지 추억들이 머리를 주마등같이 스쳐 지났다. 나는 어릴 때부터 남달리 총명하여 공부도 학급에서 으뜸이였을뿐만아니라 음악, 체육, 미술도 으뜸이였다. 그래서 소학교 때부터 중학교 2학년 때까지 줄곧 반장이였고 홍소병(소년선봉대), 홍위병, 공청단에도 제일 먼저 가입했다. 그때는 붉은 넥타이를 매보지도 못하고 소학교를 졸업한 애들도 있었고 홍위병완장을 껴보지도 못하고 학생시절을 마친 애들이 있었으니 소학교를 졸업하면서 입단까지 하고 중학교에 들어서자 반장에 공청단서기까지 겸하고있는 나는 전체학생들의 흠모의 대상이였다. 게다가 출중한 용모까지 가지고있어서 나는 녀학생들의 호감을 독차지하고있었다. 그런데 그자가 오면서부터 나는 1등의 자리를 그자에게 내주어야 했다. 다시 말해서 중학교시절부터 오늘날까지 줄곧 라이벌이였던 그자가 오면서부터 나는 비참한(?) 2등 인생을 살아야 했다. 그자는 중학교 3학년 때 우리반에 전학해 왔다. 선생님이 그자를 데리고 와서 새로 전학해온 동무라고 소개할 때 전체학생들의 눈길은 일제히 그자에게로 집중되였다. 녀자애들의 입에서 “와, 잘생겼다!”하는 감탄이 흘러나왔다. 확실히 그자는 나보다도 더 잘생겼다. 나는 그자의 잘생긴 얼굴을 보는 순간부터 까닭 모를 질투심이 생겼다. 하지만 나는 그자를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 얼굴만 잘생기면 뭐라나? 실력이 있어야지. 어디 두고보자!… 하지만 선생님이 소개하는 그자의 경력부터 나를 불안하게 했다. 그자는 이전에 다니던 학교에서 나처럼 반장에 공천단서기까지 겸했으며 공부도 학급에서 줄곧 1등이였다고 한다. 실로 만만찮은 적수를 만났다는 생각에 나는 어쩐지 불안하고 초조해났다. 그자는 첫 시험부터 만만찮은 실력을 보여줬다. 물론 정식시험은 아니고 평소의 보통시험이였지만 그자의 수학, 물리, 화학 점수는 나와 동점이였고 조선어문과 한어 점수는 만점으로서 나보다 5점이나 더 맞았다. 그자는 한족말을 아주 잘했고 그때문에 한어문장도 아주 정확한 발음으로 읽었다. 당시는 공부를 그다지 중시하지 않던 20세기 70년대 상반기였지만 공부 잘하는 애들은 역시 모든 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이였다. 그자의 실력이 점점 뚜렷해지자 나는 초조해났다. 이러다가 그자가 앞으로 계속 날 초과하면 어쩌나 하고 나는 점점 더 초조해났다. 보통시험인데 뭐. 이따 학기말시험에 가서 누가 이기나 두고보자! 나는 스스로 자신을 위안하며 날마다 수건으로 머리를 동이고 밤늦게까지 공부했다. 그러면서 나는 그자에게 져서는 안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렸다. 내가 두려워하던 그 시각은 드디어 왔다. 학기말 시험서적이 공개되였다. 그자가 1등이고 나는 2등이였다. 그자는 이렇게 줄곧 1등이던 내 자리를 빼앗았다. 비참했다. 내 일생에서 처음으로 1등의 자리를 다른 사람에게 내주는 순간이였다. 애들은 놀라움과 경탄에 찬 눈길로 그자를 바라보았고 이어 동정과 련민의 시선을 나한테로 옮겼다. 그런 애들앞에서 나는 부끄러워 얼굴도 들수 없었다. 학기말 시험성적이 공개되던 날 나는 집으로 돌아가자마자 이불을 푹 뒤집어쓰고 너무도 분하여 엉엉 울었다. 이제 무슨 얼굴로 선생님과 동학들의 앞에 나선단 말인가? 저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져 베개를 적셨다. 나는 울다가 일어나 주먹을 불끈 틀어쥐였다. 그자를 죽이고싶었다. 이때 나는 처음으로 그자를 죽이고싶은 생각이 머리를 쳐들었다. 나는 밖으로 뛰쳐나가 곧추 강변으로 달려갔다. 강가에서 말대가리 만한 돌을 골라 그 돌우에 분필로 그자의 얼굴을 그려놓고 5보쯤 뒤로 물러섰다. 작은 돌멩이를 주어들고 그자의 “얼굴”을 과녁으로 삼고 돌팔매질했다. “이 나쁜 놈아! 똥물에 빠져 뒈져라!” 내 손에서 날아간 돌멩이는 그자의 이마에 명중됐다. “이 개새끼야! 쥐약 먹고 죽어라! 죽어!” 이번에는 코에 맞았다. 그리고 눈에, 입에 비발치듯 날아갔다. 얼마후 맥도 진하고 화도 얼마간 가라앉았다. 강물에 뛰여들어 시원하게 미역감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와 시험성적표를 들여다보며 곰곰히 생각해보니 의문되는 점이 있었다. 수학, 물리, 화학 시험성적은 100점은 몰라도 95점은 자신있다고 생각했는데 89점이나 90점밖에 안되였다. 선생님이 실수로 내 점수를 깎지 않았을가? 이튿날 등교하여 선생님을 찾아가니 선생님은 내 시험지를 내놓으며 맞춰보라는것이였다. 나는 내가 옳게 써넣은 답안이 틀리게 된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선생님은 내가 허심하지 못하고 교오자만한다면서 한바탕 나를 질책했다. 그럼 내가 틀렸단말인가? 나는 아리송했다. 그때로부터 나는 선생님이나 동학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에 미약한 변화가 있는것을 발견했다. 선생님들은 나보다도 그자에 대한 칭찬이 더 많았고 내 주위에 뭉쳐있던 애들이 하나 둘씩 그자와 친하려고 나도는 눈치가 엿보였다. 심지어 월녀마저 수업시간이 끝나자마자 교과서와 학습장을 들고 그자한테로 달려간다. 월녀는 학교의 꽃으로 불리는 미소녀로서 나와는 련인사이다. 나와 친한 애들은 월녀가 나랑 사귀는 사이라는 사실을 다 안다. 그런 월녀가 그자한테로 접근하니 애들이 날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나는 머리끝까지 치미는 화를 꾹 참으며 다가가 월녀의 팔을 와락 잡아당겨서 조용한 학교뒤마당으로 끌고 갔다. “왜 이래? 이걸 놔!” “야, 너 왜 그자한테 치근거리니?” “치근거리다니? 누가?” “니가…” “모를 문제가 있어 그애한테 물어본건데 그게 어디 치근거린게야?” “모를 문제가 있으면 나한테 물어보면 안되니?” “니도 모를까봐 그랬다. 어째.” “뭐야?!” 순간 나는 자존심이 몹시 상했다. 월녀마저 그자를 나보다 더 낫게 보다니?! “이 간나새끼!” 나는 월녀의 뺨을 찰싹 후려쳤다. 그러자 월녀는 엉엉 울면서 교실쪽으로 달려갔다. 혼자 남은 나는 울분을 참을수 없어 버드나무를 손으로 탁! 탁! 쳐댔다. 화가 좀 가라앉자 그녀를 때린것이 후회되였다. 나는 천천히 교실로 돌아갔다. 내가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다른 애들은 모두 하교하고 안에는 월녀와 그자 둘밖에 없었다. 월녀는 그때까지 서럽게 울고있었는데 그자가 월녀를 달래고있었다. “월녀, 누가 널 울렸어? 말해봐. 내가 네 눈에서 눈물나게 한 그 자식을 때려줄께.” 그자는 뻔뻔스럽게도 자기가 월녀의 련인이요, 보호자나 되는듯이 말하고있었다. 그 정경을 보자 나는 다시금 노기가 솟아올랐다. 도끼눈을 부릅뜨고 다가가 그자와 한바탕 붙으려는데 인기척을 듣고 자리에서 일어난 월녀가 나를 보더니 다가와 아무 일도 없은듯이 내 손을 잡아끌었다. 월녀와 함께 학교대문을 나서면서 나는 가라앉은 소리로 사과했다. “아까는 미안했어. 내가…” “아니, 너도 자존심이 상했을꺼야. 내가 그 생각을 못하고…” 이렇게 우리는 화해했다. 월녀는 “그애는 너보다 공부는 더 잘하는데 남을 가르치는 수준은 너보다 못한것 같더라. 너는 ‘요건 요렇게 하면 돼’하고 차근차근 잘도 가르치는데 그애는 내가 모를 수학문제를 물어보니 ‘이건 저…저건 저…’하면서 어물어물했어. 아마 속에 든건 많아도 그걸 나타내는 능력은 약한 모양이야”하고 말해서 나는 어깨가 으쓱해졌다. 하지만 나는 그자에게 당한 참패와 치욕을 잊을수 없었다. 그자에게 내준 1등 자리를 다시 빼앗고야 말리라 별렀다. 하지만 그 당시는 “문을 열고 학교를 꾸릴”때라 빈하중농을 따라 배워 비료를 모은다 밭일을 한다하며 로동만 하다나니 공부하는 시간도 얼마 되지 않았다. 그래도 그자는 가는 곳마다 환영받았고 하는 일마다 나보다 나았다. 비료를 모아도 나보다 더 많이 모았고 모내기나 기움이나 가을걷이나 대채전(제전)을 해도 나보다 더 빨리 더 많이 일축을 냈다. 그뿐만아니라 그자는 미술에서도 나를 릉가했다. 특히 그자는 비행기와 탱크를 잘 그렸다. 월녀마저 그자의 그림 솜씨에 반해버렸다. 그때는 고급중학교가 따로 없이 중학교 3학년에서 곧 4학년으로 올라갔다. 우리가 중학교 4학년으로 올라갔을 때는 대학시험제도가 회복되였을 시기여서 다시 공부를 중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엉터리공부를 해온 학생들이여서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은 얼마 되지 않았다. 여전히 그자가 1등이고 나는 2등이였다. 평소엔 공부성적이 우수해 보이지 않던 그자가 시험만 치르면 항상 나보다 조금씩 앞섰다. 그때 동학들 중에서 누군가 나에게 주유란 별명을 붙여주었다. 3국시기 오나라의 으뜸가는 모사 주공근! 어깨가 으쓱 올라가는 별명일수도 있겠으나 그것은 수치스러운 별명이였다. 누구나 알다싶이 주유는 지모가 뛰여나다고 천하사람들이 우러러보는 모사였지만 제갈량에게 눌리여 기를 펴지 못하고 살다가 비명에 죽은 비참한 운명을 지닌 인물이다. 그런데 더욱 기막힌 일은 내게 그런 별명을 달아준 놈팽이가 그자에게 제갈량이란 별명을 달아준것이였다. 아아, 기막힌 내 운명이여! 중학교 4학년에 올라가면서 나는 한쪽에 밀려나고 완전히 그자의 천하가 되였다. 간부를 다시 선거했는데 그자가 반장 겸 공청단서기로 당선되였다. 나는 그저 허수아비 부반장자리나 지키고있었다. 이때로부터 내 2등 인생이 정식으로 시작된 셈이다. 누구나 다 알다싶이 제갈공명은 세번이나 크게 주공근의 화를 돋궈준다. 운명이랄까 그자도 꼭 내 화를 크게 세번 돋궈주었다. 그자가 첫번째로 내 화를 크게 돋궈준것은 바로 대학시절 내 사랑하는 월녀를 빼앗아간 사건이였다. 공교롭게도 그자와 나 그리고 월녀는 모두 같은 대학에 붙어 함께 공부하게 되였다. 그런데 여기에 반드시 삽입해야 할 에피소드가 있다. 항상 시험만 치르면 나보다 점수가 더 높던 그자가 대학시험에서 나보다 훨씬 낮은 점수를 맞았던것이다. 동학들은 모두 이외라고 생각했고 월녀도 모를 일이라고 머리를 가로 저었다. 그런데 그자도 자신의 시험점수를 예상하고있었던지 보통대학에 지망했던것이다. 나도 내가 높은 점수를 따내리란 자신이 없은데다가 월녀와 떨어지기 싫어 그들과 같은 대학에 지망했던것이다. 운명은 또 우리 셋을 한데 묶어놓고 짓궂은 장난을 했다. 대학에 들어가서 몇해를 공부하면서 월녀는 변함없이 내게 맘을 두고있었다. 여가가 있을 때마다 밀회했고 방학때마다 함께 상대방의 집을 방문하여 부모님께 인사를 올렸던것이다. 그런데 졸업할 림박에 갑자기 그녀가 그자의 품에 안겨버렸던것이다. 졸업학년 때는 실습을 나가서 잘 몰랐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때 그녀가 나를 대하는 태도가 이전보다 랭정했고 그자를 보는 눈길이 정을 그득 담고있는 인상을 주었다. 그녀는 내게서 점점 멀어져 가더니 졸업할 무렵에는 끝내 그자에게로 가버렸다. 아니, 어쩌면 중학시절 그자가 나타날 때부터 벌써 그녀의 마음은 그자에게 가있었는지도 모른다. 아니, 그자가 그때부터 그녀를 나한테서 빼앗아가려고 계획을 짜고 음모를 꾸미고있었는지도 모른다. 그자는 그녀가 내 약혼녀인줄 뻔히 알면서도 그녀에게 접근하여 마라톤식 사랑의 공세를 들이대 그녀의 마음을 야금야금 갉아댔던것이다. 짐승같은 놈! 졸업파티 전날까지도 나는 그자가 그녀를 빼앗아간 줄을 감감 모르고있었다. 졸업파티에 참석해보니 이상하게도 그자와 그녀가 나란히 서있었고 내가 그녀에게 춤을 청하려는 시각에 그자는 그녀의 손을 잡고 다른 한손에 마이크를 잡고는 기고만장하여 온 대청이 쩌렁쩌렁 울리게 큰소리로 지껄여댔다. “친애하는 동학 여러분, 우리는 인생에서 가장 뜻깊은 대학생활을 마치고 이제 곧 사회로 진출하게 됩니다. 아쉬운 리별을 앞두고 모인 이 자리를 빌어 나는 한가지 중요한 소식을 선포하려고 합니다.” 동학들의 눈길은 일제히 그자에게로 쏠렸다. 그자는 싱글벙글 웃었고 그자의 손을 잡은 그녀도 방글방글 웃고있었다. 나는 무슨 영문인지 몰라 오리무중에 빠졌다. 그자가 말을 이었다. “나는 바로 우리 학교의 꽃인 월녀씨와 정식으로 백년가약을 맺었음을 선포하는 바입니다! 그러니 이 장소는 졸업파티이자 우리의 약혼파티인 셈입니다. 여러분, 우리의 아름다운 사랑을 축복해주십시오!” 순간 나는 멍해졌다. 내가 잘못들은것이 아닌가?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우뢰와 같은 박수소리속에서 나는 한동안 멍하니 서있었다. 그때 나와 친한 박군이 내 곁에 다가와서 격분하여 말했다. “아니, 어떻게 네 약혼녀가 하루밤사이에 저 자식의 약혼녀로 되였지?” 월녀가 내 약혼녀란 사실은 박군만이 알고있는 사실이 아니다. 나를 아는 사람들은 누구나 다 알고있는 사실이다. 그러니 이런 장소에서 감쪽같이 약혼녀를 빼앗은 사실을 공개하는것은 나에 대한 최대의 모욕이 아닐수 없다. 동학들이 이상야릇한 눈길로 나를 바라보고있었다. 그 눈길은 마치 “저 자식이 바보처럼 약혼녀를 빼앗겼군!”하고 나를 비웃는것 같았다. 아아, 이런 모욕을 어찌 참을수 있단 말인가! 너무도 격분하고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오른 나는 주먹을 불끈 틀어쥐고 천천히 그자한테로 다가갔다. 그자는 내가 다가온것도 모르고 주위사람들과 희희락락하며 뭐라고 지껄이고있었다. 나는 먼저 그자의 곁에선 월녀에게 따지고 들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 “미안해, 일이 이미 이렇게 됐어.” “이렇게 됐다니? 너하고 나 약혼한 사이 아니였어? 왜 나한텐 헤여진다는 말도 없이…한마디 말도 없다가…네가 어찌 나한테 이럴수 있니? 아무리 그래도 우린 중학교 때부터 여태까지 사랑해온 사이인데 이럴수 있느냐 말이야? 그래 너희들은 나같은건 안중에도 없단 말이지?” “미…미안해. 너한테 헤여지자는 말을 하려 했으나 차마 입을 뗄수가 없어서…” “이 죽일 년의 간나새끼!” 나는 월녀의 뺨을 찰싹 후려쳤다. 그러자 그자가 와닥닥 팔을 걷고 나섰다. “너 왜 내 약혼녀를 치는거냐?!” 격분한 나는 그자의 멱살을 잡았다. 그리고 그자를 쏘아보며 소리쳤다. “야, 임마! 뭐 약혼녀?! 너 친구의 약혼녀를 빼앗고도 뻔뻔스럽게 네 약혼녀라니? 이 짐승보다 못한 놈아!” 나는 주먹으로 그자를 면상을 들이쳤다. 그러나 그자가 피하는 바람에 나는 헛방을 치고 말았다. 다시 들이치려는데 월녀가 그자의 앞을 막아섰다. 그리고 칠 테면 자기를 치라는듯이 배를 쑥 내밀고 경멸의 눈길로 차갑게 나를 쏘아보았다. 아아, 녀자란 정말로 무서운 동물이다. 사랑할 때는 그렇게도 상냥하고 살뜰하더니 이렇게 순식간에 180도로 돌아서 표독스럽게 변하는구나! 동학들이 구경거리나 생긴듯 모여서는것을 보고 나는 돌아서서 밖으로 뛰쳐나갔다. 가슴이 찢긴다. 분노때문인지 실련의 고통때문인지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지는것 같다. 아아, 그녀를 죽이고싶다! 나를 배반하고 적수의 품에 안긴 그녀를 죽이고싶다! 아니 그녀보다 그자를 죽이고싶다! 내 사랑을 빼앗아간 그자를 갈기갈기 찢어서 죽이고싶다! 나는 헬스장으로 달려가서 권투글러브를 끼고 샌드백을 그자라고 상상하며 사정없이 들이쳤다. “이 죽일 놈의 새끼야! 벼락 맞아 뒈져라! 뒈져!” 나는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고 숨이 차 헐떡거릴 때까지 그자를 저주하며 샌드백을 들이쳤다. “에이즈에 걸려 죽어라! 염병하다 죽어라! 급살맞아 죽어라! 차에 치어 죽어라!” 별의별 욕설을 다 퍼부으며 샌드백을 들이쳤다… 지금도 그때 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찢긴다. 원한이 골수에 사무친다. 내 첫사랑을 빼앗아간 그자! 내 인생에 볕을 볼 날이 없게 한 그자가 죽었으니 어찌 흥분되지 않을수 있으랴! 나는 다시 살며시 일어나 베란다로 나갔다. 창문으로 흘러드는 달빛이 여전히 밝다. 그자는 이제 저 밝은 달을 볼수 없게 되였구나. 천하에 제밖에 없는듯이 언제나 뭇사람들 앞에서 빛을 발하며 그렇게 우쭐거리더니 이젠 캄캄한 저승귀신이 되였구나. 나는 담배불을 붙여 물었다. 언제나 내 앞에서 승리자의 자태로 우쭐거리던 그자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자는 제갈량이 주유에게 세번이나 화를 돋궈주듯 그렇게 내게 세번이나 화를 돋궈주고 승리감에 취하여 꼭꼭 축하파티를 열었다. 내 첫사랑인 월녀를 빼앗아갈 때도 축하파티를 열었고 또 두번째로 내 화를 크게 돋궈줄 때도 축하파티를 열었다. 그자가 두번째로 내 화를 크게 돋궈준것은 정말로 뜻밖에 일이였다. 나는 월녀를 그자에게 빼앗긴후 실련의 고통에 몸부림치다가 장래에 그자보다 더 큰 사람이 되리라 맹세하고 졸업후 정부관원으로 되는 길을 택했다. 처음엔 시장비서로 몇년간 있다가 기층의 당위서기로 있으면서 기초를 닦은후 다시 중요부문으로 올라가 부처장이 되였다. 나를 등용한 상급은 로처장이 명년에 퇴직하게 되면 그 자리는 내것이라고 귀띔해주었다. 시간은 빨리도 지나 로처장이 퇴직하게 되였다. 이제 곧 처장으로 승급하게 될것이라고 여긴 나는 기쁨과 흥분으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런데 누가 알았으랴? 상급에서 처장을 따로 임명해 내려보낼줄을. 그보다 더 놀라운것은 그자가 바로 내 앞에 처장이 되여 나타났던것이다. 그자가 내 상급이 되다니?! 그자가 내 벼슬길을 가로막다니? 아아, 이 얼마나 분통터지는 일인가! 그자는 내 앞에 승리자의 자태로 나타나 승리감에 웃으며 그날밤에 축하파티를 열었다. 나는 분통을 참으며 그자에게 축하의 술을 부어주지 않을수 없었다. 내게 아부하던 부하들이 모두 그자에게 붙어 아부하는 꼬락서니를 보노라니 그 자리에 더 앉아있을수 없어 핑계를 대고 나온 나는 친구가 꾸린 혈스장으로 달려갔다. 분통이 터진다. 아아, 그자를 죽이고싶다! 내 처장자리를 빼앗아간 그자를 갈기갈기 찢어서 죽이고싶다! 나는 권투글러브를 끼고 샌드백을 그자라고 상상하며 사정없이 들이쳤다… 지금도 그때 일을 생각하면 분통이 터진다! 내 첫사랑을 빼앗아간 놈! 내 처장자리를 빼앗아간 놈! 아아, 생각하면 치가 떨린다! 그런데 지금 그자가 죽었다. 이것이 정말 사실이란 말인가? 나는 다시 들어가 자리에 누웠으나 잠이 오지 않았다. 새벽에 잠깐 눈을 붙인 나는 아침에 일어나자 출근을 서둘렀다. 사무청사에 도착하니 모두들 그자의 죽음에 대해 의논하고있었다. “국장님은 다재다능한 분이였는데 후-“ “한창 해먹을 나이에 아깝게도…쯧쯧…” 비감한 표정을 짓고있는 부하들의 얼굴을 보니 그자의 죽음이 실감났다. 그자가 정말 죽었구나! 상급에서도 화환을 보내왔고 부시장이 친히 장례식에 참석했다. 장례식엔 국의 전체직원이 참석했을 뿐만아니라 형제단위와 국산하 하급단위의 대표들도 참석했다. 그외에 친척친우들까지 합쳐 그자의 장례식은 북적북적했다. 장의행렬만 보아도 그자가 살았을 때는 어마어마한 인물이였다는것을 알수 있었다. 하지만 그자는 지금 시체가 되여 누워있었다. 그자가 죽었다! 그자가 죽었다! 나는 그자의 주검을 쏘아보았다. 언제나 내 앞에서 승리자의 자태로 우쭐거리던 그자, 내 화를 세번이나 돋구어주던 그자가 지금은 시체가 되여 누워있는것이다. 그자가 세번째로 내 화를 크게 돋궈준것은 얼마전의 일이였다. 그자가 처장이 되자 나는 그자의 그늘에 가리워 기를 펴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내 실무능력이 그자보다 더 우수하다고 믿고있었다. 아무튼 고집스러운데가 많았던 나는 어느 땐가는 꼭 그자를 이기겠다는 굳은 신념을 가지고 사업에 열성을 퍼부었다. 내 잠재한 재능을 한껏 발휘하며 하급에게 내 지도능력을 과시했고 상급에게 내 재능을 보여줬다. 정성이 지극하면 돌우에도 꽃이 핀다고 했던가. 과연 내 노력은 헛되지 않아 어느날 상급이 내 어깨를 툭툭 치며 칭찬했다. “잘해보게. 우에선 이미 자네를 승급시키기로 결정했네!” 그 말을 들은 나는 대번에 어깨가 으쓱해졌다. 아아, 나는 마침내 그자의 우에 올라앉게 됐구나. 장장 30년을 그자의 밑에서 기를 펴지 못하고 살아온 내가 이제야 그자를 누르며 살게 됐구나. 그날밤에 나는 기쁨과 흥분으로 하여 오래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리고 꿈에 그자를 보았다. 항상 내 앞에서 배를 쑥 내밀고 득의양양해하던 그자가 나를 보자 “국장님”하고 허리를 굽실거린다. 나는 천정을 쳐다보다가 그자의 어깨를 툭툭 치며 “잘해보게”했다. 그리고 담배를 꺼내는데 그자가 어느새 라이터로 불을 붙여준다. 그러면서 그자는 “국장님, 오늘 저녁에 국장님을 우리 집으로 좀 모셨으면 하는데요. 변변한건 없지만 국장님을 모시고 술이나 한잔…”하고 황송한 표정을 짓는다. 나는 그런 그자를 바라보며 “음, 저녁에 시간이 있겠는지 모르겠네”하고는 비서를 보고 물었다. “오늘 스케줄이 어떻게 됐나?” “저녁엔 아직 다른 안배가 없습니다. 국장님.” “그럼 가는것으로 하지.” 그러자 그자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하며 연신 허리를 굽실거린다. 저녁이 되여 그자의 집에 가자 푸짐하게 차린 술상에서 그자의 안해인 나의 첫사랑 월녀가 술을 부어준다. 그자가 화장실로 간 사이에 월녀는 내곁에 바싹 붙어앉으며 “제가 대학교땐 눈이 있어도 망울이 없어 국장님을 배반했는데 정말 미안해요. 이제라도 국장님께서 절 나무라지 않으신다면 제가 리혼하고 국장님의 품에 안기겠어요”하고 애교를 부린다. 그러나 나는 월녀의 궁둥이를 툭 차버린다. “난 리혼 못해. 내 안해는 현숙한 녀자야.” “그럼 제가 국장님의 정부로 되지요.” 월녀가 다시 내 품에 안겨들며 아양을 떤다. 그제야 나는 그녀를 슬쩍 껴안고 대학시절에 만지던 그녀의 가슴을 슬슬 만져댄다. 화장실에 갔다 돌아온 그자는 내가 자기의 안해를 애무하는것을 보더니 “국장님, 미안합니다”하며 제꺽 자리를 피해준다. 나는 그자와 나를 배반하고 간 그녀에게 복수하듯 내 첫사랑을 발가벗겨 놓고 그녀의 하얀 몸뚱이를 마음껏 롱락한다. “국장님-어서 일어나 아침 드세요.” 안해가 달콤한 내 꿈을 깨운다. 안해도 내가 국장으로 승급한다는 소식을 듣고 한상 푸짐하게 차려놓았다. 나는 아침을 배불리 먹고 기분이 좋아서 출근했다. 기분 좋은 날은 정말로 기분 좋은 날인가 보다. 그날로 나는 부국장으로 임명되였다. 우뢰와 같은 박수소리속에서 나는 멸시의 눈길로 그자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배를 쑥 내밀고 어깨를 으쓱하는데…원국장이 전근하고 그자를 새국장으로 임명한다고 선포하는게 아니겠는가! 아아, 분통이 터질 일이다! 그자가 또 내 상급이 되다니?! 나는 또 그자의 밑에서 2등인생을 살아야 하다니! 나는 또 옥상에 설치한 샌드백을 사정없이 들이치며 “급살맞아 죽어라! 차에 치어 죽어라!”하고 별의별 욕설을 다 퍼부었다… 내 저주때문에 그자가 죽은것인가? 그자는 지금 내 앞에 시체로 되여 누워있다. 그자가 죽었다! 그자가 죽었다! 나는 그자의 주검을 쏘아보았다. (이젠 네가 내 우에 올라앉아 우쭐거리지 못하겠지? 하하하!) 이렇게 기뻐해야 했지만 정작 그자의 시체를 마주하니 웃음이 나오지 않고 대신 눈물이 나왔다. 화장터는 울음바다였다. 미망인인 내 첫사랑 월녀도 울고 그자의 아들도 울고 그자의 친척도 울고 그자의 부하들도 울었다. 그자의 시신을 태운 연기가 하늘 높이 솟아올라갔다. 그자는 한줌의 재로 되여 나왔다. 제갈량은 세번이나 주유의 화를 돋궈주었고 그자도 세번이나 내 화를 돋궈주었다. 주유는 하늘을 우러러 길게 탄식하며 “이미 주유를 내시고 어찌 또 제갈량을 내셨습니까!”하고 부르짖고는 곧 숨졌다. 제갈량은 주유를 세번만에 화를 돋궈 죽게 했지만 그자는 세번만에 내 화를 돋궈주고도 도리여 제 자신이 죽고말았다. 그자는 확실히 제갈량인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주유가 아니였다. 그자가 내 화를 돋궈주면 나는 샌드백을 치는것으로 화를 풀었다. 그리고 내 가슴에는 참을 인자가 있었다. 참자. 참는게 어른이고 참는게 승자다. 참고 살자. 참고 참고 또 참노라면 그 어느 땐가는 꼭 “쨍” 하고 해뜰 날이 있으리라!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노기를 누르고 치욕을 참고 살았다. 참았기에 오늘 그자를 이긴것이다. 추도사는 내가 읽었다. 그자의 업적을 하나하나 라렬하면서 나는 저도 몰래 눈물을 흘렸다. 추도사를 읽기를 마치고 나는 손으로 낯을 가리며 목놓아 울었다. 그것은 그자를 잃은 슬픔의 눈물만이 아니였다. 나는 이날 이때까지 그자의 그늘에 가리워 2등 인생을 살아왔다. 장장 30년을 그자에게 눌리여 기를 펴지 못하고 살아온 세월을 생각하니 눈물이 비오듯 흘러내렸다. 제갈량은 세번이나 주유를 격노시켜 죽이고도 주유의 장례식에 참석하여 눈물을 비오듯 흘린다. 하지만 그때의 제갈량의 심정하고 지금의 내 심정은 완전히 다르다. 제갈량이 먼저 죽고 주유가 그 장례식에 참석하는 정경을 상상해 보라. 그럼 지금의 내 심정을 짐작할수 있으리라. 제갈량은 주유의 령전에서 제문을 읽고나서 일부러 슬픈듯이 땅에 엎드려 목놓아 울었다. 그가 눈물을 샘솟듯 흘리며 애통해하기를 마지 않는것을 보고 주유의 밑에 있던 동오의 장수들이 “사람들이 모두 주유와 제갈량은 사이가 나쁘다더니 이제 제갈공명이 슬퍼하는걸 보니 그게 다 공연한 소리로군”하고 절로 감동되여 서로 수군거렸다. 지금 내가 통곡하는것을 보고 나의 부하들도 이와 똑 같은 말로 서로 수군거리고있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모두 부국장님과 국장님은 사이가 나쁘다더니 이제 부국장님이 슬퍼하는걸 보니 그게 다 공연한 소리로군”하고. 죽은 정승이 산 개만 못하다고 그자가 죽자 그자의 이름을 다시 외우는 사람도 점점 적어졌고 그자에게 아부하던 자들이 모두 내게 달라붙어 아부했다. 어느날, 나는 그자의 미망인이며 나의 첫사랑인 월녀를 만났다. 그녀를 보자 내 심정은 착잡했고 그녀도 나에게 할 이야기가 있는 눈치여서 우리는 조용한 다방에 가서 마주 앉았다. 내가 적당한 언어를 찾아 그녀에게 위안의 인사를 하려는데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넌 지금도 내가 널 배반했다고 원망하고있겠지?” 그녀는 학생시절처럼 “너, 나”하고 불렀다. 그것이 더 친절하게 느껴졌다. 사실 난 그녀를 원망하고있었다. 이날 이때까지. “애초에 내가 널 선택했던건 네가 제일 우수한 남자라고 믿었기때문이지. 그런데 내 앞에 너보다 더 우수한 남자가 나타났던거야.” “그자를 말하는거지? 널 내게서 빼앗아간 그자…” “그가 날 빼앗아 간게 아니라 나 스스로 그에게로 갔어. 그가 너보다 더 우수했기때문이야.” “난 그자가 나보다 더 우수하다고 생각잖아. 물론 학교 때 시험성적이 나보다 더 우수했지만. 대학시험성적도 나보다 못하고 지도자로서의 실무능력도 나보다 못하다고 여겨.” 그녀의 입에서 그자가 나보다 더 우수하단 말이 나오자 자존심이 몹시 상한 나는 반발심이 생겼다. “글쎄. 실력은 네가 그보다 낫다고 할수 있겠지. 그가 돌아간후 난 그의 일기책을 보고 학교때 그의 공부성적이 너보다 못했다는걸 알았어. 그는 교육국국장인 삼촌을 두고있은데다가 선생님께 늘 푸짐한 뢰물을 사갔대. 그래서 선생님은 그의 시험답안이 틀려도 시험성적을 올려줬고 때론 너의 시험성적이 너무 높아서…” “아니?! 그럼 내 시험성적을 깎았다는 말이지?” 나는 너무나도 큰 충격에 깜짝 놀랐다. 나는 학교 때 옳게 써넣었던 답안이 틀려진걸 발견하고 선생님께 따지던 생각이 떠오르며 온몸이 부르르 떨렸다. “그것봐, 그자는 그렇게 비렬한 자였어!” 나는 분노가 솟구쳤지만 그녀는 천연스럽게 말했다. “내가 이런 비밀을 말하는건 고인이 된 그를 욕보이려는게 아니야. 내막이야 어찌됐건 넌 확실히 그보다 선생님들의 호감을 사지 못했던게 아니겠어.” 그건 그랬다. 나는 공부만 공부라고 선생님들께 인사치레를 못했지만 그자는 인사성이 밝아 늘 선생님들께 호감을 샀다. 그자는 학교내에서나 거리에서나 선생님들을 만나기만 하면 죽은 할애비가 살아온듯한 반가운 웃음을 온 얼굴에 바르고 허리를 90도로 굽실거리며 인사했다. “사실대로 말하면 넌 그보다 실무능력이나 인간성이나 더 우수하다고 할수 있지. 업무실력으로 보면 네가 국장이 되고 그가 부국장이 돼야 하겠지.” 사실 난 무슨 일에서나 하급을 잘 대해주고 대중의 리익을 첫자리에 놓아 대중들에게서 인간성이 좋다는 평판을 듣고있었다. “하지만 넌 1인자감이 못돼.” “?” 나는 어리둥절한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며 왜? 하는 물음표를 던졌다. “1인자로 되자면 가장 중요한 조건이 뭔지 알아? 그게 너한텐 없지만 그에겐 있었어. 그는 보통때도 그랬지만 승급할 기회거나 관건적인 시기엔 상급을 찾아가 인사하군 했어.” “인사? 흥, 뢰물을 들고간 거겠지.” “뢰물을 들고 간게 뭐가 나빠? 넌 관청에 있으면서도 그런걸 비웃으니까 1인자가 못되는거야. 정치무대에서 그처럼 1인자가 되자면 낯가죽이 두꺼울 땐 두꺼워야 하고 속마음이 검을 땐 검어야 해. 너처럼 곧은 직자로 하지 말고 모든 일을 상급의 눈치를 보아가며 령활하게 처리해야 해.” 난 확실히 상급에 아부할 줄을 몰랐다. 반면에 그자는 처세술에 능해서 상급의 눈치를 보고 아첨할줄을 알고 일부 부하들에게 리득을 베풀줄도 알아 호평을 받고있었다. 그자는 학생시절부터 선생님들에게 잘 보이려고 기회만 있으면 갖은 애를 다 썼고 정치무대에서도 상급에 아첨하는데는 고수였다. 벼슬을 하자면 적당한 아첨은 해야 된다는걸 나는 알고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체질이 아니여서 그자와 늘 의견이 틀렸고 더 높은 상급과도 의견이 맞지 않을 때가 많았다. “넌 종합실력이 그보다 못해. 그런데도 상급이 눈이 멀어 알아주지 못한다고 불만을 품고있으면서 그를 질투하지 않았어. 난 네가 1등인생을 살겠으면 눈을 똑바로 뜨고 그를 본받으라고 충고할뿐이야.” “충고 고마워. 하지만 그자는 죽었어. 그자의 시대는 지났어. 난 그자처럼 치사하게 살지 않고 내 방식대로 1등인생을 살거야!” 그자가 죽은후 모두들 국장자리는 당연히 내게라고들 말했다. 주위에서 그랬고 상급에서도 그런 눈치였다. 나도 국장자리는 이제 떼여 논 당상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허리를 쭉 펴고 배를 쑥 내밀었다. 그자가 없는 세상은 얼마나 살기 좋으냐. 이제부터 2등인생을 결속 짓고 1등인생을 살게 됐구나. 그런데 얼마후 우에서 다른 한 자를 국장으로 임명해 내려보냈다. 듣자니 그자도 상급의 집에 뢰물을 들고 드나들었다고 한다. 나는 또 하는수 없이 그자의 밑에서 2등인생을 살게 되였다.  
60    미친 사람의 이야기 댓글:  조회:3488  추천:0  2013-12-01
단편소설   미친 사람의 이야기 김희수     그 당시 그 미치광이는 머리가 피투성이 되여 쓰러져있었는데 주위에는 거울쪼각들이 어지럽게 널려있었고 곁에선 한 젊은 녀인이 목놓아울고있었습니다. -목격자의 말     1   《저인 요즘 영 이상해요. 자꾸만 노란 웃음이요, 노란 행복이요 하며 정신없이 중얼거리는게 그저 일 같잖아요.》 나를 억지로 병원에 끌고 온 안해는 최박사앞에서 자못 근심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노란 웃음, 노란 행복이라...거참 재미있는 말인데요.》 최박사는 무슨 괴물이라도 보듯 안경너머로 나를 건너다보았다. 최박사를 마주하고 환자의자에 앉은 나는 졸리는듯 하여 눈을 감아버렸다. 《오늘 아침에도 조밥을 했더니 글쎄 조밥을 멍하니 바라보더니 또 노란 웃음이요, 노란 행복이요 하며 중얼거리는게 정상적이 아니였어요.》 《아, 그런 일이였군요. 작가들은 가끔 작품을 창작할 때면 반상적인 때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령감이 떠오르거나 구상에 사로잡혔거나 또는 작중인물에게 큰 사건이 발생했을 때엔 미친 사람처럼 중얼거리기도 하고 고래고래 소리지르기도 하고 울고불고 야단치기도 하는데 이런 증상은 정상적인것이니 부인께서 안심하십시오.》 《절때 그런게 아니예요. 이전에도 숱한 작품을 써냈지만 한번도 그런 증세가 없었어요.》 《그렇다면 좀 다른 경우로 봐야겠습니다.》 제길, 너희들이 잘도 찧고 까분다. 뭐, 내가 정상이 아니라고? 나는 대작가야. 내 작품이 영문으로 번역되지 않아서 그렇지. 영문으로 번역되였더라면 10년전에 노벨문학상을 받았을거야. 이런 위인을 함부로 정상이 아니라고 주둥일 놀리는 너희들이야말로 진짜 미친놈이지. 《저…김작가님께 가르침을 좀 받읍시다. 노란 행복이란 어떤것입니까?》 최박사의 조소하는듯한 물음에 나는 눈을 번쩍 떴다. 《네?》 《노란 행복말입니다.》 나는 안해를 바라보았다. 안해는 무표정하다. 왜 웃지 않을가? 이때 창으로 비쳐든 노란 해살이 안해의 얼굴을 노랗게 물들인다. 안해는 웃었다. 안해는 언제나 노랗게 웃는다. 안해가 노란 웃음을 머금고 나한테 시집왔을 때 나의 가슴엔 노란 행복이 물결쳤다. 나에게 노란 행복을 안겨준 안해는 시집 온 이듬해에 노랑머리 계집애를 낳았다. 맙시사! 노랑머리라니…이게 무슨 변고인고? 안해와 나의 머리는 그믐밤같이 까만데… 《노란 행복의 씨앗을 뿌렸기에 노란 열매가 달린겁니다!》 나는 큰 소리로 웨쳤다. 그러자 최박사는 안해와 놀란 눈길를 교환하더니 다시 나를 바라보았다. 《김작가님의 말씀이 너무 심오하여 리해하기 힘듭니다. 자세히 말씀해주십시오.》 나는 갑자기 흥분되여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부르짖었다. 《은주가 바로 노란 행복입니다!》 《은주는 누굽니까?》 최박사가 안해를 보자 《우리 딸년이예요.》 한다. 《집의 따님이라구요? 그런데 따님이 어째서 노-오-란 행복입니까? 행복은 어째서 노란 색갈입니까?》 최박사의 물음에 나도 어리둥절해났다. 행복은 왜 노란 색갈일가? 분명 다른 색갈이였을텐데… 《행복은 원래 노란 색갈이 아닙니다.》 《그럼 무슨 색갈입니까?》 무슨 색갈이였던가? 행복은 원래 무슨 색갈이였던가? 안해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무리 머리를 쥐여짜도 도무지 생각나지 않는다.   2   《아빠, 해해 나 곱지?》 보던 신문을 내려놓으니 노란 행복이 내앞에서 생글생글 웃고있었다. 책가방을 멘 채로인걸 보아 방금 학교에서 돌아온 모양이다. 《그래 응, 곱다곱다.》 나는 건성으로 대답하고 다시 신문을 들여다보았다. 그러자 노란 행복이 신문을 홱 나꿔채며 응석을 부린다. 《응응…아빠 나 좀 봐. 뭐, 달라진게 있지?》 《그제야 찬찬히 여겨보니 노란 행복의 앞가슴에서 빨간 물체가 불타고있었다. 《오, 우리 은준 홍소병…》 《소년선봉대야.》 창으로 비쳐드는 해빛을 받아 그 빨간 물체는 더욱 눈부시게 빛나고있었다. 《아빠, 나 행복해!》 노란 행복이 깡충깡충 제 어미가 밥을 짓고있는 주방으로 뛰여간다. 아, 갑자기 생각났다. 빨간것! 행복은 원래 빨간 색갈이였지. 동년시절 그렇게도 동경하던 빨간 행복, 왜서 나에겐 빨간 행복이 없었을가? 동학들의 앞가슴마다에 빨갛게 불타는 그것을 부러운 눈길로 바라보던 가슴 아픈 추억. 새끼부농이라는게 무엇인지, 어째서 새끼부농은 빨간 행복을 향수할수 없어야 하는지 리해할수 없었던 불운의 그 시절… 밤에 자리에 누워서도 빨간 물체가 그냥 눈앞에서 불타오른다. 손으로 내 물건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던 안해는 정겨운 눈길로 나를 바라본다. 《자기 병원에 갔다온후 많이 나아졌지?》 《빨간 행복이야!》 문뜩 내가 이렇게 부르짖자 안해는 덴겁한듯 내 물건을 놓아버리고 홱 돌아눕는다. 순간 내 물건이 이상한 충동을 일으킨다. 나는 번개같이 안해의 몸우에 올라탔다. 그리고 적진을 향해 돌진해들어가는 용사마냥 안해의 몸속을 뚫고 들어가 총을 쏘고 나왔다. 그런데…매양 일을 끝낸후이면 뭔가 모자라는것 같은 느낌이다. 무엇일가? 문뜩 눈앞에서 빨간 물체가 불타오른다. 바로 그거야. 빨간것! 나에겐 빨간 행복이 없었지. 모두들 신혼의 첫날밤엔 빨간 행복이 꽃핀다고 했다. 그런데 나에겐 첫날밤 시트 우에 꽃펴야 할 빨간 행복이 없었다. 다른 사내에게 빨간 행복을 던져준 안해는 노란 행복만 갖고 왔다. 순이가 떠오른다. 번마다 안해와의 정사가 있은후에는 꼭꼭 순이가 떠오른다. 순이의 얼굴엔 언제나 진달래가 꽃핀다. 부끄럼을 잘 타는 순결하고 수집은 순이는 손목을 쥐여도 빨갛게, 입술을 빨아도 빨갛게, 그저 빨갛게 웃는다. 순이는…그래 순이는 빨간 행복이였지. 그런데 순이는 어데로 갔을가? 나의 빨간 행복은…   3 봄은 미치는 계질이다. 농사군은 밭갈이에 미치고 련인은 사랑에 미치고 시인은 령감에 미친다. 시인 박군은 봄언덕에서 시 한바구니를 주어가지고 우리 집을 방문했다. 박군은 해마다 한번씩 봄철이면 시채집을 나갔다가 우리 집에 들리군 하는데 나는 그를 썩 좋아하지 않는다. 그저 그렇다할 리유도 없이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 박군의 세귀눈은 언제나 내 딸년을 잡고 놓지 않는다. 요모조모 찬찬히 여겨보는 품이 마치 로버트구조를 뜯어보는듯 했다. 그것이 역겨워 나는 딸년을 밖으로 내보내며 역정을 냈다. 《왜 그래, 걔 몸에 뭐 시라도 숨어있나?》 《허허, 시?…시는 몰라도 소설은 있을것 같네.》 《그런가? 그럼 자네 써보게.》 《나야 뭘. 소설가인 자네가 써내야지. 흐흐…쟤 노랑머린…》 《노랑머리가 어쨌다는겐가?》 《헤헤, 참 예쁘단 말일세. 서양계집애처럼.》 사실 내 딸년은 무사람들에게 미인이라고 불리우는 안해보다 더 예뻤다. 나는 박군을 흘겨봤다. 이새끼 내 딸년에게 반한게 아니야. 미친 새끼, 성변태가 아니야. 전문 유녀만 탐내는… 《쟨 팔삭둥이지?》 박군이 세귀눈을 꺼벅거리며 신비하게 웃는다. 행동마저 밉살스럽다. 이 녀석은. 《아…저…의사가 조산이라던가?》 《그랬어》 《거참. 허어…쟨 아주 건강하고 총명하던데…》 나쁜 새끼! 내 딸년이 무슨 병집이 있기를 바랐던가. 순이를 잃은 나는 한평생 결혼을 하지 않기로 맹세했다. 그러다가 5년후에 지금의 안해와 번개식결혼을 했고 그래서 태여난것이 때이르게 해빛을 본 지금의 딸년이다. 오늘따라 어쩐지 박군의 웃음이 의심스럽다. 그 신비한 웃음속에 무슨 비밀이 숨어있는듯 싶다. 딸년의 비밀? 그렇지! 그와 동시에 나는 경악으로 몸을 떨었다. 박군은 슬그머니 내 딸년이 팔삭둥이가 아니라는것을 암시해주었다. 조산이라고 한건 안해와 의사가 짜고든 거짓말일게고 그러니깐 건강하고 총명한 딸년은 기필코 정상적인 산아이다. 딸년이 정상적으로 열달배기라면 시간적으로 도저히 내 아이가 될수 없다. 그렇다면 안해가 나한테 시집올 때 벌써 배속에 다른 사내의 씨를 품고 왔다는 론리가 선다. 박군은 내 딸년의 노랑머리에 흥미를 갖고있었다. 이러고보면 딸녀은 분명 안해와 노랑머리사내(?)의 창작품으로서 내 새끼가 아니다. 은주가 내 딸이 아니라니? 이게 무슨 마른하늘에 생벼락인가! 《아빠, 이 문젤 어떻게 풀어?》 딸년이, 아니 안해의 딸년이 산수숙제 책을 내 앞에 들이민다. 나는 박군이 하던것처럼 눈에 쌍심지를 켜들고 아이의 얼굴을 뜯어보았다. 짧게 땋아 어깨에 드리운 노랑머리, 옥으로 다듬은듯 보동보동한 얼굴, 크고도 맑은 머루알같은 눈, 오똑하면서도 동그스럼한 코, 모란꽃판 같은 빨간 입술, 아무리 여겨봐도 어디 한곳도 나를 닮은데라곤 없다. 《아니다. 내 씨가 아니다!》 내 가슴이 터지는 소리! 그 날밤, 나는 안해의 눈을 피해 살금살금 안해의 딸년의 방으로 기여들었다. 노란 행복은 침대머리등을 켜놓은채 단잠이 들어있었다. 나는 잠든 아이의 이마에 덮인 노랑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어주었다. 그러던 내 손이 차츰차츰 아이의 목으로 옮겨졌다. 온몸에 피가 역류하는듯 전률을 느꼈다. 나는 두 눈을 꼭 감고 두손에 힘을 주어 아이의 목을 꾹 눌렀다. 목을 조이던 손을 풀고 눈을 떴을 때 아이는 두눈이 말똥말똥하여 나를 빤히 쳐다보고있었다. 《아빠, 왜 그래?》 어느새 깨여났는지 아이는 인형아기를 꼭 끌어안고 의아한 눈길로 나를 바라본다. 내가 방금 학대한건 아이가 밤마다 껴안고 자는 노랑머리 서양아기였다. 《넌 왜 아니지? 넌 왜 아니지?》   4   언제부터였는지 안해에게서 노란 웃음이 사라져버렸다. 내가 월급봉투를 던져줄 때마다 떠오르던 민들레 같이 노란 웃음이, 내가 원고료를 넘겨줄 때마다 반색하여 량볼에 노란 샘을 파던 볼우물이 사라져버렸다. 내 밥통을 지켜주던 사에서 석달째 로임을 못내주고 밀린 원고료도 언제 받을지 미결이다. 아마도 이때문에 안해의 얼굴에 노란 웃음이 사라지고 그대신 얼음장같이 싸늘한 기운이 서리발친것이다. 그밖에… 안해는 내 작품이 발표되면 첫마디에 《원고료는 얼마나 돼요?》하고 반색하지만 내 글을 읽어본적이 없다. 그랬다. 결혼하여 지금까지 8년을 줄곧 그랬다. 순이가 그립다. 내 첫사랑 순이가 그립다. 순이는 내 작품의 첫 독자이다. 초고로부터 읽어보고도 발표된 작품을 몇번이나 거듭 읽는 순이, 순이의 예쁜 얼굴에 빨간 진달래꽃이 핀다. 내가 원고료를 쥐여줄 때마다 《책이나 사세요!》 하며 꼭꼭 되돌려주군 하던 순이, 원고료대신 키스를 해주면 만족스레 달콤한 웃음 짓던 사랑스런 순이가 그립다! 나는 순이를 가지고싶었다. 그래서 용기를 내여 순이에게 빨간 행복을 요구했다. 그러자 순이는 지금은 아니라면서 결혼식을 올리는 첫날밤 그 귀중한 순결을 꼭 바치겠으니 그날까지 기다려달라고 했다. 그런데 순이는 약속을 어기고 어느날 갑자기 내곁을 떠나버렸다. 나는 5년동안이나 순이를 목메여 부르며 찾았다. 꿈결에도 순이를 부르며 살아온 눈물겨운 5년! 하느님도 감동했는지 5년만에 마침내 순이를 찾았다. 기쁨에 겨워 만난지 사흘만에 동거하고 곧 결혼하고보니 나의 순이가 아니였다. 생김생김은 순이와 비슷했으나 순이가 아니였다. 빨간 웃음이 없었다. 노랗게 웃는 그 얼굴엔 처녀의 수집음이 없었다. 경험 많은 녀인처럼 침대에서도 능란했다. 그녀는 서투른 나를 그 신비의 세계에로 인도해주었다. 스승이 제자를 가르치듯. 《순이!》 나는 안타깝게 웨쳤다. 《자기 왜 허공중에 대고 순이를 부르지? 자기 순인 여기 있어!》 안해가 차디찬 눈길로 나를 쏘아본다. 그렇지. 안해의 이름도 순이지. 그런데 내 첫사랑 순이는 어디로 갔을가?   5 《어, 세상에!》 신문을 보던 나는 놀라서 부르짖었다. 《무서운 녀자야!》 나는 몸을 떨었다. 남편을 독살하다니! 음식에 독약을 넣어 남편을 죽인 녀자는 안해와 동갑나이! 어쩌면 살을 섞고 피덩이까지 키우며 살아온 제 남편을 살해할수 있단말인가. 아아, 무서운 세상이다! 《진지 드세요.》 밥상을 차려놓은 안해는 오늘따라 웬일인지 노란 웃음을 생긋 떠올린다. 말씨도 여느때와 달리 부드럽다. 신문을 놓고 다가간 나는 상우에 차려진 진수성찬을 놀란 눈길로 바라본다. 《아빠, 오늘은 내 생일이야.》 노란 행복이 생글생글 웃는다. 나는 안해의 딸년이라는것을 잠시 잊고 아이의 볼에 축하의 뽀뽀를 해준다. 《어서 드세요.》 안해가 재차 권하자 나는 숟가락을 들다 말고 맛나게 먹어대는 아이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본다. 아이는 완자를 특별히 즐겼다. 완자는 우리 세 사람 앞에 한그릇씩 놓여있었다. 자기 몫을 다 먹어버린 아이는 내 앞으로 저가락을 뻗쳐왔다. 《례모없이 어른들걸 다치면 못써!》 안해가 꽥 소리를 지른다, 《오늘은 걔 생일인데 놔두오.》 나는 웃으며 완자그릇을 아이의 앞에 놓아주었다. 그러자 안해는 홱 나꿔채서 내 턱밑에 받쳐들고 애교를 부리며 노란 웃음을 떠올린다. 《어서 드세요.》 안해의 거동이 내 의심을 자아냈다. 왜서 아이에게 내 그릇의 완자를 못먹게 할가? 불쑥 방금전에 신문에서 보았던 살인사건이 떠올랐다. 혹시 안해가 나를…머리부터 발끝까지 소름이 끼친다. 《어서요!》 안해가 또 들라고 재촉한다. 피할래야 피할수 없다. 이제 나는 꼼짝 못하고 죽을것이다. 나는 손이 떨려 완자를 집을수 없었다. 이때 상밑으로 기여들어온 발바리가 나를 구해주었다. 발바리를 끌어안은 나는 완자를 집어 발바리의 입에 넣어주었다. 그런데 발바리는 한동안 지나도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내가 공연히 안해를 의심한게 아닐가? 아니야, 안해는 틀림없이 나를 독살하려고 시도했다. 완자에 뿌린 독약이 가짜여서 효력을 상실했을뿐. 나는 끼니마다 발바리를 안고 밥상에 마주앉았다. 밥과 반찬을 발바리에게 먹여 안전을 확인한후에야 숟가락을 들었다. 내가 발바리의 입에 음식을 넣어줄 때마다 안해는 한숨을 지었다. 나는 안해의 랑패상이 된 얼굴을 바라보며 흐뭇해났다. 내가 발바리를 방패로 삼으리라곤 생가도 못했겠지? 배불리 먹은 나는 텔레비죤앞에 마주앉았다. 뒤따라 온 안해도 말없이 내곁에 앉았다. 한창 드라마가 진행되고 있었다. 련인에게 퇴박맞은 남주인공이 술에 취하여 억망이 되여있다. 빈술병이 여기저기 놔뒹구는데도 남주인공은 련속 술을 병째로 들어 입속에 부어넣고있다. 나는 그만 구역질이 났다. 이런 장면을 벌써 몇십번이나 봤는지 모른다. 대륙이나 홍콩, 대만, 싱가포르의 드라마들은 모두가 천편일률적으로 이 모양 이 꼴이다. 오, 인간의 고통과 절망을 술이라는 이 한가지 수법으로 밖에 표현할줄 모르는 감독제씨들이 불쌍하다! 나는 리모콘의 단추를 눌러 채널을 바꾸었다. 이번에는 우리 말 뉴스다. 회의소식, 파산소식, 화재소식…그런데 저건 뭐야? 피, 피투성이가 되여 쓰러져있는 시체! 아, 끔직해라, 안해가 남편을 죽인 살인사건이다! 경찰에게 신문을 받고있는 녀살인범, 저렇게 음전한 녀자가 살인을 해? 그것도 잠든 제 남편을 도끼로 찍어죽이다니? 한번도 아니고 세번이나! 아아, 녀자가 무서워! 《얼마나 애가 났으면 제 남정을 죽였을가, 쯧쯧…》 안해의 탄식에 나는 가슴이 섬뜩했다. 살인범을 동정하다니? 아직도 안해는 암암리에 나를 살해하려고 벼르고있다. 이튿날, 그것이 실증되였다. 안해는 어디서 얻어왔는지 도끼를 벼르고있었다. 시퍼렇게 날이 선 도끼를 손으로 쓰다듬던 안해는 문뜩 나타난 나를 보고 흠칫 놀라더니 《쓸모없는 낡은 궤를 패때야겠어요.》하고 살짝 노란 미소를 짓는것이였다. 안해가 웃는다고 해서 내 눈을 속일수는 없다. 안해는 지금 살인음모를 꾸미고있다. TV에서 보도된 살인사건에서 계발을 받고 나를 도끼산장 해치우려고 암암리에 도끼를 벼르고있는것이다. 웃음속에 도끼를 품고있는 안해, 아아, 안해가 무섭다! 나는 잠을 자서는 안된다. 내가 잠든 사이에 안해가 도끼로 내 머리를 내리찍을것이다. 나는 날마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시시각각 안해의 일거일동을 주시했다. 《좀 주무세요. 그러다 허약한 신체에 병나겠어요.》 안해는 몇번이나 권하다가 안되니 수면제까지 사다주었다. 나를 관심하는척 하면서 잠들게 한후 도끼산장 하려는 수작을 누가 모를가봐. 나는 그런 꾀임에 들지 않을것이다. 그렇다. 나는 자지 않을것이다. 영원히!   6 최박사라고 하는 저 놈이 밉살스럽다. 안해는 또 나를 저놈앞에 끌고왔다. 최박사는 안해가 뭐라고 주절대는 말을 열심히 귀담아듣고있다가 안경너머로 나를 건너다보았다. 《김작가님은 왜서 안해와 아이를 죽이려고 했습니까?》 재미있는 말이다. 내가 안해와 아이를 죽이려고 했다구? 정말 그랬던가? 오, 생각난다. 그랬다. 나는 넥타이로 잠들어있는 안해의 목을 조이려다가 그만 안해의 딸년에게 발각됐지. 아이의 고함소리에 안해가 깨여났고 나는 다시 아이에게 덮쳐들었지. 아이의 목을 조이려던 나는 안해가 뒤에서 내리치는 어떤 물체에 뒤통수를 맞고 쓰러졌지… 《그렇습니다. 난 확실히 안해와 아이를 죽이려고 했습니다.》 《어째서 그랬습니까?》 《어째선가구요? 압박이 있는 곳에는 반항이 있기때문이지요. 어느 어른의 말씀인데요.》 《누가 김작가님을 압박했습니까?》 《저 사람입니다!》 나는 안해를 가리켰다. 《저 사람이 나를 살해려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음식에 독약을 넣어 죽이려다가 성사하지 못하니 또 내가 잠든후에 도끼로 찍어죽이려고 했습니다. 나는 련며칠째 자지 못해 미칠지경이 되였습니다. 그래서 반항한거지요.》 《안해가 왜서 김작가님을 죽이려고 했습니까?》 《그건…》 나는 안해의 살인동기에 대해 해석할수 없었다. 나는 안해를 바라보았다. 헝클어진 머리, 파리하고 해쓱한 얼굴…갑자기 안해가 낯설어 보였다. 《저 사람은 내 안해가 아닙니다!》 최박사는 머리를 절레절레 젓더니 안해인지 아닌지 모를 녀인에게 안경을 돌려댔다. 《작가들은 괴상하게 미치는 사례가 많지요. 고골리나 쟈크 런던은 하마트면 미칠번 했으며 플로베르나 모파쌍은 진짜로 정신병에 걸렸댔지요. 김작가님도 아까운 사람이…내 동생이 정신병원 원장인데 내 전화로 련계할테니 부인께서 김작가님을 그리로 모셔가십시오.》 내가 미쳤다구? 정신병원…아, 무서워! 나는 최박사가 전화를 거는 기회를 타서 정신없이 밖으로 뛰쳐나갔다. 안해인지 모를 녀인이 나를 부르며 쫓아온다. 나는 고양이에게 쫓기는 쥐처럼 허둥지둥 정신없이 내뛰였다. 어느 굴속이든 들어가 숨어야 했다.나는 술집인지 가라오케인지 하는 곳의 화장실로 뛰여들어갔다. 화장실엔 나 말고 또 한 사내가 있었다. 그 사내는 내가 헐레벌떡거리면 자기도 헐레벌떡거리고 내가 땀을 씻으면 자기도 땀을 씻는것이 똑 마치 미치광이같았다. 그 미치광이는 어디서 본것 같기도 했고 낯선 사내 같기도 했다. 이때 나는 문이 열리는 기척을 들은것 같았다. 그와 때를 같이하여 미치광이의 곁에는 웬 녀인이 나타났다. 그 녀인이 두손으로 헐클어진 머리를 잡아얹자 나는 환성을 질렀다. 《아, 순이!》 내 첫사랑 순이였다. 순이가 내 앞에 나타난것이다. 나는 연신 순이, 순이! 하고 목메여 불렀다. 순이가 내 부름소리를 들었는지 뭐라고 말하는것 같았다. 《자기 순인 여기 있어. 정신 좀 차려. 자기 안해가 바로 자기 순이야! 자기는 모를거야. 그때 순이가 어째 자기곁을 떠났는지를. 순이는…순이는 그때 건달놈에게 정조를 빼앗겼던거야. 절망에 빠진 순이는 죽으려고 하다가 죽지 못하고 5년동안이나 방황했던거야. 그러다가 결국엔 자기곁에 돌아오고. 순이는 확실히 변했지. 하지만 그건 순이 탓이 아니야. 그 5년이란 세월이 순이를 변하게 한거야.》 나는 그 말을 알아들을수 없었다. 순이는 왜 미치광이의 곁에 서있을가? 아니, 순이가 울고있지 않는가. 애잔한 빛을 담은 순이의 눈에서 눈물이 방울져 떨어지고있었다. 순이는 왜 울고있을가? 저 미치광이가 순이를 괴롭힌거야. 그래서 순이는 나보고 구해달라고 우는거겠지. 순이, 울지 마, 내가 구해줄게. 《순이!》 나는 정신없이 부르짖으며 순이한테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1992년)  
59    풍옥상장군의 사망비밀 댓글:  조회:8801  추천:3  2013-12-01
풍옥상장군의 사망비밀   (번역)     국민혁명군 륙군1급상장(4성상장)이며 장개석의 결의형제인 풍옥상(冯玉祥)장군은 본명이 풍기선(冯基善)이고 자가 환장(焕章)이다. 1882년 11월 6일에 출생한 풍옥상은 본적이 안휘성 소현(巢县—지금의 안휘성 소호시 하각진 죽가촌)이고 기적(寄籍)이 하북성 보정시이다. 1927년 4월에 풍옥상은 국민혁명군 제2집단군 총사령을 맡았고 1935년 4월에 륙군1급상장계급을 수여받았다. 1947년부터 애국민주운동을 지지하면서 “내가 알고있는 장개석”이란 책을 써서 장개석의 전재독재통치를 폭로하였다. 풍옥상은 1905년에 류덕정(刘德贞)과 결혼하여 큰아들 풍홍국(冯洪国), 둘째아들 풍홍지(冯洪志), 큰딸 풍불능(冯弗能), 둘째딸 풍불벌(冯弗伐), 셋째딸 풍불긍(冯弗矜)을 보았다. 아주 소박하고 현모량처였던 류덕정은 1923년에 병으로 북경협화병원에서 사망되였다. 중년에 상처한 풍옥상은 신변에 다섯 미성년자녀를 돌봐줘야 할 녀인이 수요되였다. 그 시기에 적지 않은 처녀들이 모두 천군만마를 거느린 풍옥상장군에게 시집을 오려고 했다. 그중에는 륙군원수 조곤(曹锟)의 딸도 있었는데 풍옥상은 모두 거절하고 가난한 목민가정에서 출생하여 경사녀자협화대학을 졸업하고 어느 중학교에서 교원사업을 하는 리덕전(李德全)녀사와 결혼하였다. 1924년에 풍옥상과 결혼한 리덕전녀사는 첫날밤에 풍옥상을 보고 “왜서 절 좋아했나요?”하고 물었다. 풍옥상은 즉시 “난 당신이 천진하고 솔직한것이 마음에 들었소”하고 대답한후 웃으면서 “당신은 왜서 나한테 시집을 왔소?”하고 물었다. 리덕전도 웃으면서 “하느님께서 당신이 백성을 위해 일하지 않을가봐 감독하라고 저를 당신곁에 파견해보낸거예요”하고 대답했다. 결혼후 리덕전녀사는 풍옥상을 위해 전처의 아이들을 키우면서 선후로 셋째아들 풍홍달(冯洪达), 넷째딸 풍리달(冯理达), 다섯째딸 풍영달(冯颖达), 여섯째딸 풍효달(冯晓达)을 낳았다. 전국이 해방된후 리덕전녀사는 위생부 부장, 전국부녀련합회 부주석, 전국정치협상회 부주석, 국가체육위원회 부주임, 중국적십자회 회장 등 직을 력임했다. 반세기동안 부대를 거느리고 전쟁터를 누비였던 풍옥상장군은 1948년 9월 1일에 선박화재사고로 여섯째딸 풍효달(冯晓达)과 함께 사망되였는데 그의 죽음은 지금까지도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로 되고있다. 1948년 9월 5일에 구쏘련의 《홍성보》는 눈에 잘 띄우지 않은 곳에 《려객선 “승리”호가 조난당하다》는 제목으로 따스통신사의 속보뉴스를 실었다. 뉴스의 내용 이러했다. “8월초에 ‘승리’호는 뉴욕에서 출발하여 오데사로 가는 도중에 화재가 발생하여 수십명의 승객이 사망되였는데 사망자중에는 풍옥상장군과 그의 딸도 있었다. 현재 이 사건은 조사중에 있다.” 1948년 가을에 풍옥상을 사망되게 한 “승리”호화재사건은 한시기 서방에서 큰 파문을 일으켰다. 하지만 구쏘련신문은 이 사건을 감추고 루설하지 않았다. 게다가 풍옥상이 1948년 가을에 구쏘련으로 가게 된것은 절대 우연한 일이 아니였다. 1948년 7월에 중공중앙의 초청을 받은 풍옥상은 귀국하여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기획사업에 참가할 준비를 하고있었다. 만약 귀국도중에 불행한 사고가 발생되지 않았다면 풍옥상은 새 중국정부에서 중요한 직무를 맡았을것이다. 그의 뜻밖의 사망은 지금까지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여서 사람들은 여러가지 추측을 하고있다. 1948년 7월 31일에 구쏘련의 려객선 “승리”호는 뉴욕에서 출발하여 오데사로 되돌아오고있었다. 풍옥상과 그의 가족도 구쏘련을 통해 중국으로 오려고 그 배에 올랐다. 배가 바다에서 며칠동안 달렸을 때 선장은 “가는 길에 애급의 알렉산드리아항에 들러서 애급으로부터 귀국하는 2000여명의 아르메니야인을 그루지야의 바투미(巴统)에 실어다주라”는 흑해항운국의 전보를 받았다. 8월말에 “승리”호는 바투미항에 입항했다. 9월 1일 점심에 오데사에 자리잡고있는 흑해항운국에서는 “승리”호가 9월 2일 새벽 2시에 오데사항에 도착한다는 보고를 받았다. 그후 “승리”호의 무선전통신이 중단되였지만 누구도 의심하는 사람이 없었다. 9월 2일 아침이 되여서야 흑해항운국에서는 무선전이 중단된 원인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흑해항운국에서는 바다에 나가 있는 선박들과 연도의 항구들에서 “승리”호의 행적에 대해 알아보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누구도 “승리”호와 련계하지 못했고 구조신호도 받지 못했다. 불길한 예감이 든 흑해항운국에서는 급히 흑해함대에 구원을 청했다. 그날 저녁 9시에 한 비행사가 공중에서 “얄따(雅尔塔) 동남 70해리되는 곳에서 이미 불에 탄 ‘승리’호를 발견했는데 선박주위에는 사람을 가득 태운 5척의 작은 삼판선(三板船)이 있다”고 보고했다. “승리”호에는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 구쏘련정부에서 나중에 밝힌데 의하면 9월 1일 13시에 “승리”호의 영화방영원대리이며 무선전기술자인 꼬바렌꼬는 배가 종점에 거의 도착한것을 보고 영화필림을 거두어들이려고 했다. 미리 거두어야 부두에 도착한후 영화필림을 문화기지에 돌려주기 편리했기때문이다. 그리하여 꼬바렌꼬는 한명의 일군을 불러 영화를 다 돌린후 필림을 감는 일을 도와달라고 했다. 손으로 필림을 감는 도중에 기계부속품의 마찰로 불꽃이 일어나 필림에 불이 붙었다. 불꽃은 또 옆에 놓았던 필림에 옮겨붙으면서 화염은 몇초사이에 방안을 활활 태우면서 불길은 사방으로 확산되였다. 이 화재로 배에 탔던 40명의 승객이 사망되였다. 9월 3일에 구조일군들이 배우에 올랐을 때 불은 이미 기본상 꺼져있었다. 9월 5일에 “승리”호가 오데사항에 들어서서 구급된 승객들을 다른 배에 전이시켰다. 인위적인 사고인가? 조사일군들은 화재사고를 조사하면서 방화범이 고의적으로 불을 질렀을 가능성이 있다고 제출했다. 조사일군들은 알렉산드리아항구에서 대량의 승객들이 배에 올랐는데 그속에 일부 파괴분자들이 혼입하여 있다가 방화를 했을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러한 가설을 내놓은데는 이번에 귀국인원들이 배에 오른후 배의 여러곳에서 일종의 광석으로 보이는 덩어리형태의 물체를 발견했기때문이다. 이런 물체는 연소할 때 파란불꽃을 내보내면서 매우 높은 온도에 도달된다.  구쏘련의 국가안전국의 프리아신도 그 배에 탔는데 그는 직업적인 습관으로 그 물체를 들고 상세히 살펴보았다. 그러나 그 자신이 화재로 사망되였기에 조사기관에서는 인위적인 파괴라는 방향으로 계속 조사하지 않았던것이다. 사법부문에서는 반복적인 연구를 거쳐 최종적으로 화재의 주요원인은 영화필림으로 인한것이라고 인정했다. 당시 세계영화업계에서는 보편적으로 니트로셀룰로오스(硝化纤维)필림을 사용했는데 이 필림은 쉽게 연소하는 치명적인 결함이 있었다. 이런 필림을 40도까지 가열하면 화약처럼 맹렬하게 타오르게 된다. 그번 화재로 구쏘련정부는 피동에 처했다. 법정에서는 화재의 직접적인 책임자에게 중한 판결을 내렸다. 무슨 원인때문인지 법원에서는 조사과정에 한가지 사실을 홀시했다. “승리”호가 뉴욕에서 출발하기전에 일련의 기괴한 일이 발생되였다. “승리”호가 곧 항구를 떠나기전에 뉴욕정부에서는 “승리”호를 전부 소독하라는 이상한 결정을 내렸다. 비록 선장이 강렬하게 항의했지만 전부의 선원들이 핍박에 의해 려관에서 이틀동안 주숙했다. 미국인들은 “승리”호에 무리하게 허락없이 올랐는데 그들의 행위를 아무도 감독하지 않았다. 그외 미국을 떠나려고 준비하고있던 한 구쏘련외교관부부가 다투었는데 부인이 귀국하지 않겠다고 고함치면서 집요하게 창밖으로 도망치려고 란리법석을 떨었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미국인들이 즉시 부인을 구원하여 엄밀하게 보호했다. 그런데 그 부인의 짐은 이미 배에 실렸는데 이상하게도 그 위치가 바로 화재가 발생한 배의 가운데에 놓여있었던것이다. 그보다 더 이상한것은 “승리”호에서 실제로 화재가 발생되기전에 미국의 라지오방송국에서 사전에 화재소식을 방송한것이다. 쓰딸린은 흑해에서 휴가를 보내고있을 때 풍옥상이 조난을 당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구쏘련 부장회의 부주석 말렌꼬브는 쓰딸린에게 보낸 전보에서 “사실이 확실한바 주석님의 예측이 옳았습니다. 아르메니야난민중에 미국의 정보원이 있었습니다. 그들이 불을 지른것입니다”라고 말했다. 1945년 12월에 구쏘련 최고쏘베트주석단에서는 해외에 나간 아르메니야난민들은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라는 명령을 내렸다. 1946년부터 1948년까지 해외에서 쏘련으로 돌려보낸 아르메니야인들은 10만명이 넘었다. 그러나 “승리”호화재사건이 발생된후 쏘련부장회의에서 1948년 9월 14일에 출항금지령을 내린후 아르메니야인들의 귀향조류는 철저히 끊기고말았다. 화재사고가 났던 “승리”호는 수리하여 복구된후 해내외의 배길로 계속 달렸다. 그러다가 1977년에 “승리”호라는 이름은 선대(船队)의 명부에서 삭제되였다.       
58    중국에서 원자탄을 개발해야 했던 필요성과 중요성 댓글:  조회:6415  추천:1  2013-12-01
중국에서 원자탄을 개발해야 했던 필요성과 중요성   (번역)       1945년 8월에 미국이 일본에 원자탄을 투하한지 며칠이 지난후 모택동은 연안의 간부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원자탄이 전쟁을 해결할수 있는가? 없다! 원자탄은 일본을 투항하게 할수 없다. 원자탄만 있고 인민의 투쟁이 없다면 원자탄은 빈것에 불과하다.” 1946년 8월 6일에 연안의 대추나무아래에서 미국 녀기자 안나 루이스 스트롱(安娜 路易斯 斯特朗)의 취재를 접수할 때 모택동은 “원자탄은 미국반동파들이 사람을 놀래우기 위해 사용한 한마리의 종이범으로서 보기에는 두려운것 같지만 실상은 두려울것이 없다”고 말했다.   좁쌀에 보총으로 미국의 신식무기로 무장한 장개석비적(蒋匪)을 물리친 모택동은 인민전쟁만 알고 원자탄이 한 나라의 군사력에 얼마나 중요한 의의를 가지는지에 대해 모르고있었던것이다. 그렇게 원자탄을 얕보던 모택동은 원자탄의 위협에 직면하자 원자탄에 대해 중시하지 않을수 없었다. 1950년 10월에 항미원조에 나간 중국인민지원군은 군사장비가 렬세한 조건에서 영감하게 싸워 승승장구했다. 미국은 전쟁형세를 돌려세우기 위해 여러번이나 중국에 원자탄을 떨어뜨리려고 시도했다.   1950년 11월 30일에 련합통신사는 “해리 S 트루먼(哈里·S·杜鲁门)대통령은 ‘만약 필요하다면 원자탄을 사용해 중국공산당을 대처하려고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1952년의 대통령선거에서 제34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德怀特·艾森豪威尔)는 그해 12월에 한국을 방문했고 이듬해초에 핵탄두를 휴대한 미사일을 비밀리에 일본 오끼나와섬에 운반하여 중국에 핵미사일을 발사할 준비를 하라고 명령했다. 1955년에 중국인민해방군 륙, 해, 공 3군이 련합작전을 하여 일강산도(一江山岛)와 대진도(大陈岛)를 해방했을 때 미국국회는 정식으로 대통령에게 중국에 핵무기를 사용할수 있는 권한을 주었다. 이에 따라 미군은 원자탄으로 중국동남연해지구를 공격할 여러가지 방안을 제정했다.   미국이 부단히 핵무기로 중국을 위협하자 모택동은 무엇때문에 미국이 걸핏하면 핵무기로 중국을 위협하는지, 무엇때문에 감히 그렇게 할수 있는지에 대해 완전히 깨닫게 되였다. 그것은 중국에 원자탄이 없었기때문이란것을 알게 된것이다. 모택동은 시간이 흐르면서 국제형세가 변화되고있는 현실에 따라 원자탄을 전략상에서 경시하던데로부터 점차 전술상에서 중시하게 되였다.   1954년 가을에 중국에서 최초로 우라늄광(铀矿)을 발견했다. 1955년 1월 15일에 모택동은 중남해에서 열린 중공중앙서기처 확대회의에서 리사광(李四光), 전삼강(钱三强) 등의 회보를 들었다. 과학자들은 우라늄광석표본과 방사성을 탐측한 가이거뮐러계수기(盖革计数器)를 회의장소에 가지고와서 현장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내는 시범을 해보였다. 모택동은 매우 기뻐서 말했다. “우리 나라에서 지금 우라늄광을 알게 되였으니 진일보 탐사한다면 꼭 더욱 많은 우라늄을 찾을수 있을것입니다. 새 중국이 창건된 이래 과학연구에서 일정한 기초가 있고 일정한 조건도 창조하였습니다. 지난 몇해동안 기타의 사정이 많아서 이 일을 틀어쥘 겨를이 없었는데 지금 때가 되였으니 꼭 이 일을 틀어쥐여야 합니다. 참답게 틀어쥐기만 하면 꼭 잘해낼수 있을것입니다.”   모택동은 또 “우리는 사람이 있고 자원이 있으니 어떠한 기적이든지 모두 창조할수 있을것입니다”고 강조했다. 이는 중국핵공업에서 중대한 력사적의의가 있는 희의였다. 이 회의에서 중국이 핵공업을 발전시킬 전략결책을 제정하였는데 이는 핵공업건설이 시작되였음을 표시한것이다. 1956년 4월 25일에 모택동은 중앙정치국확대회의에서 “우리에게는 원자탄이 있어야 합니다. 오늘의 세계에서 업신여김을 당하지 않으려면 꼭 원자탄이 있어야 합니다”고 말했다.   1958년에 모택동은 “다들 원자탄은 대단한 놈이여서 그놈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고있는데 그럼 좋습니다. 우리도 원자탄을 만듭시다. 나는 10년동안 공력을 들인다면 완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라고 말했다. 중국의 핵공업은 전면적으로 가동되였다. 이때로부터 중국은 원자탄을 정식으로 연구제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기술문제에서 난제에 부딪쳤다.   1956년에 모택동은 중국을 방문한 흐루쑈브를 보고 쏘련에서 핵무기를 제조하는 방면에서 중국을 도와달라고 제출했다. 1956년 10월 3일에 중쏘 량국은 정상급회의를 열었다. 회의에서 모택동은 흐루쑈브에게 “우리는 원자탄, 핵무기에 대해 호기심을 느끼고있는데 오늘 당신과 상의하려고 합니다. 당신들이 이 방면에서 우리를 도와주기를 바랍니다”고 요구했다.   흐루쑈브는 번마다 “원자탄을 제조하려면 매우 많은 돈을 써야 한다”면서 “중국은 원자탄이 없어도 쏘련이란 핵보호산(核保护伞)이 있으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핵무기는 시간이 오래되면 변질하여 다시 생산해야 되기에 중국에서 만들어야 할 필요가 없다”고 하면서 동의하지 않았다. 1956년에 국제형세는 급격한 변화가 일어났다. 구쏘련을 아버지처럼 의지하고 따르던 뽈스까와 웽그리아가 선후로 반기를 들고 더는 구쏘련의 지휘를 받지 않았다. 이렇게 되자 흐루쑈브는 중국의 지지가 매우 절박하게 수요되였다. 하여 원래의 태도를 개변하여 기술문제에서 중국을 도와주겠다고 대답했다. 중쏘 량국은 이 문제 대해 여러번이나 담판했다.   1957년 10월에 중국과 구쏘련은 국방신기술협정을 체결했다. 그 협의의 주요내용은 쏘련이 중국을 도와 원자탄을 연구제작한다는것이였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쏘련은 중국의 원자탄연구제조를 도와주는데 동의한다. 쏘련은 중국에 원자탄의 “교수모형과 설계도면기술자료를 제공한다. 쏘련은 중국에 원자탄, 미사일을 포함한 부분적인 첨단무기제조기술을 제공하는데 동의한다. 쏘련은 해당전문가를 중국에 파견하여 원자탄연구제조사업을 도와준다.”   하지만 좋은 일은 오래가지 못했다. 구쏘련에서 중국원자탄연구제작을 원조할데 관한 협의는 1년남짓한 시간밖에 실행되지 못했다. 중쏘량당이 정치분규가 생기면서 량국관계가 급격히 악화되였다. 흐루쑈브는 미국에 잘 보이기 위해 미국방문직전(1959년)에 중공중앙에 편지 한통을 보내여 원래의 협의를 개변했다. 그는 편지에서 “쏘련은 지금 미국, 영국과 핵무기실험금지협의에 대한 담판을 하고있다”면서 “담판이 영향을 받는것을 피면하기 위해 쏘련정부는 2년내 중국에 원자탄의 교수모형과 설계도면자료를 제공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썼다.   흐루쑈브는 미국의 캠프데이비드에서 돌아온후 소위 캠프데이비드정신을 선양하면서 1960년 7월 16일에 협의를 완전히 뒤엎었다. 구쏘련정부는 정식으로 중국정부에 각서를 제출하여 중국에 파견했던 전문가를 전부 데려가겠다고 통지했다. 중국정부에서 만류했지만 그때의 흐루쑈브는 태도가 매우 견결했다. 1960년 8월 23일에 중국핵공업계통에서 사업하던 200여명의 구쏘련전문가들은 전부 귀국했으며 중요한 설계도면자료도 전부 가지고갔다. 특히 엄중한것은 쏘련이 원래 중국의 핵공장건설을 도와주던 공사가 절반 건설되였거나 완전히 건설되지 못한 정황에서 쏘련이 중국에 제공하기로한 설비를 중지해버린것이였다.   이처럼 심각한 압력을 받은 모택동은 시국을 자세히 연구하고 발전추세를 정확하게 추측한후 말했다. “우리에게는 오직 한가지 길밖에 없습니다. 자체로 손을 쓰는겁니다. 자력갱생하여 원자탄을 만들겠다는 구호를 내걸어야 합니다. 첨단기술을 장악하겠다는 결심을 해야 합니다. 흐루쑈브가 우리한테 첨단기술을 주지 않겠다고 하는데 차라리 잘 됐습니다. 만약 그가 그 기술을 주었더라면 우리는 그 빚을 갚기가 매우 어려웠을겁니다.” 핵공업전선의 광대한 종업원들은 압력을 이겨내고 열심히 분발하여 선후로 수천개의 기술난제를 극복하면서 하나 또 하나의 성과를 취득했다.   쉬임없이 난관을 극복하면서 1963년 3월에 첫 원자탄의 리론설계방안을 완성했고 11월 29일에 우라늄공장에서 첫 합격제품을 생산했으며 12월 24일에 동시집광산생중자실험에 성공했다. 1964년 1월 14일에 중국은 처음으로 합격된 농축우라늄을 생산했고 4월에 원자탄에 사용할 부속품을 가공해냈다. 1964년 6월 6일에 연구기지에서 준원자탄폭발실험에서 리상적인 효과를 거두었다. 1964년 10월 16일에 중국은 첫 원자탄폭발실험에 성공한 휘황한 성과를 거두었다. 중국에 원자탄이 있게 되자 미국은 더는 원자탄으로 중국을 위협하지 못했다.      
57    복상비사 댓글:  조회:3115  추천:2  2013-11-30
콩트이야기 복상비사 김희수 사람이 살다가 제일 부끄러운 일이 복상사라고 한다. 물론 어떤 사람은 복상사는 행복한 죽음이라고 하기도 하지만 죽는다는것은 필경 슬픈 일이 아니겠는가. 그것도 녀자의 배우에서 죽었다고 하면 명예를 잃게 되고 쪽 팔리게 되고 가족에 루가 미치게 되고…아래의 이야기가 이런 쪽 팔리는 이야긴데 여러분은 읽고 나서 생각되는 바가 있으리라. 애들이 왕청 같은데 하는 왕청의 어느 시골에 봉구라는 로총각이 살고있었는데 그는 39살을 먹도록 녀자의 손목도 쥐여보지 못했다. 그보다 더 끌끌하고 더 똑똑한 총각들도 장가 못가는 요즘 세월에 봉구같은 총각은 평생 장가란걸 못 가볼줄 알았더니 봄바람에 앞내물이 풀리고 뒤산에 진달래 피여나는 계절에 내물처럼 말쑥하고 진달래처럼 어여쁜 처녀와 약혼하게 될줄을 누가 알았겠는가. 봉구는 몸도 마음도 푸른 물에 드리운 실버들처럼 춤을 추는것 같았고 하늘에 떠도는 흰구름처럼 둥둥 떠가는듯 싶었다. 이젠 저 달님도 내것이요, 저 해님도 내것이요, 저 꽃들도 내것, 이 세상을 독차지한듯 기쁨은 뒤골의 옹달샘처럼 샘솟고… 동네사람들은 부모없는 봉구가 누님덕에 약혼한거란다. 듣자니 봉구의 누님은 일본에 가서 무지무지하게 많은 돈을 벌어가지고 왔단다. 그래서 처녀도 그 돈냄새를 맡고 봉구와 붙은거란다. 아무튼 봉구를 행운아라고 장가 못간 동네총각들은 부러워도 하고 시기도 하였다. 첫대면에 처녀는 약혼을 허락했고 두번째 대면에는 총각의 집에서 하루밤을 묵어갔다. 그날 저녁 처녀는 총각의 집에서 물만두를 대접받고 식사가 끝난후 총각과 아기자기 이야기를 나누다가 집으로 돌아가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봉구의 누님이 밤도 깊었는데 하루밤 쉬고 가라고 만류했고 처녀는 못이기는체 하면서 도로 주저앉았다. 봉구는 처녀가 묵어가는것이 은근히 기뻤으나 처녀와 한자리에 들게 될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봉구는 자기가 혼자 웃방에서 자고 처녀는 누님과 함께 아래방에서 잘 줄로 알았는데 누님이 엉뚱하게도 웃방에 그와 처녀의 이부자리를 펴놓는것이였다. 봉구는 처녀가 오해를 하고 뛰쳐나갈가봐 속이 조마조마했는데 누님이 나가면서 문을 닫자 처녀는 아물말도 없이 자리에 눕는것이였다. 그런데도 봉구는 감히 그곁에 눕지 못하고있으니까 처녀는 《어서 불을 끄고 누우세요.》하고 조용히 속삭이는것이였다. 봉구는 불을 끄고 누워서도 곁에 누운 처녀를 감히 다치지 못했다. 얼결에 몸이 부딪쳐도 처녀가 잘못 생각할가봐 살짝 피하곤 했다. 얼마후 처녀의 코고는 소리가 들려왔으나 봉구는 싱숭생숭하여 도무지 잠을 들수 없었다. 그는 일어나서 촉수 낮은 전들을 켜고 소설책을 읽으려 했지만 글이 머리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는 전등을 끄고 다시 자리에 누웠다. 그때 잠결에 그랜듯 처녀의 팔다리가 봉구의 몸우에 놓여졌다. 마흔살을 거의 먹도록 처음 대하는 녀체에 봉구는 그만 눈앞이 아찔해났다. 그는 슬그머니 처녀를 끌어안았다. 손에 점점 힘을 주어도 처녀가 반응이 없자 그는 용기를 내여 입을 처녀의 입술로 가져갔다. 그리고 처녀의 젖가슴에 손을 대려다가 처녀가 깨여나 귀쌈이라고 후려칠가봐 겁나서 주춤거렸다. 그때 자는 줄로만 알았던 처녀가 그의 목을 꼭 끌어안는다. 그리고 그의 입속으로 처녀의 혀가 쑥 들어온다. 순간 봉구는 눈앞이 캄캄해나고 숨이 꽉 넘어가는것만 같았다. 뒤이어 어떻게 옷을 벗었는지 모른다. 봉구가 처녀의 옷을 벗겼던지 처녀가 절로 벗어던졌던지 봉구는 기억에 없었다. 봉구는 적진을 돌진하는 용사마냥 맹렬히 처녀의 몸속으로 뚫고 들어갔고 처녀는 몸을 활짝 열어 로총각을 받아들였다. 그런데 봉구가 처녀의 배우에서 신나서 피스톤운동에 열을 올리며 펌프질할 때 갑자기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처녀가 눈을 허옇게 치뜨고 이를 바드득 갈아대며 비지땀을 흘리면서 손톱을 후벼대는것이였다. 하지만 성생활경험이 없어 봉구는 얻어들은 상식으로 처녀가 쾌감에 오르가즘을 느끼는것이라고 생각하고 멈추지 않고 계속 열을 올렸다. 그러다가 봉구는 쾌락의 절정에서 서서히 내려올 때에야 위기를 느꼈다. 쳐녀의 몸에서 떨어지려해도 떨어질수가 없었던것이다. 성기를 빼려고 해도 처녀의 질속에 꽉 물려서 빠지지 않았던것이다. 한동안 아무리 애를 써도 소용이 없자 봉구는 당황했다. 천당에 올라갔다가 지옥에 떨어진 기분이였다. 저쪽 방에 있는 누님에게 도움을 청하자고 해도 부끄럽고 난처하여 입을 뗄수가 없었다. 어떻게 할것인가? 그냥 그대로 있을수도 없는 일이여서 봉구는 울며 겨자먹기로 누님을 부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구원소리를 듣고 달려와 그 정경을 본 누님도 어찌할바를 몰라 쩔쩔 맬 뿐이였다. 그러던 누님이 끝내는 의사를 불러왔다. 의사가 와서 마취약 한대를 주사하자 봉구와 처녀는 쉽게 떨어져 나갔다. 의사는 부끄러워 이불을 푹 뒤집어 쓰는 처녀총각에게 주의를 주었다. 《이는 질구경련으로서 과민증이라고도 하고 간질작용이라고도 하는데 이럴 때는 부끄러워하지 말고 즉시 의사를 불러야 합니다. 그리고 성행위도중에 녀자가 눈을 허옇게 치뜨고 이를 바득바득 갈아대며 비지땀을 흘리면서 손톱을 후벼대는 등 증상이 나타나면 아쉬운대로 성행위를 중단하고 꽂았던것을 재빨리 빼내야 합니다.》 이는 질구경련에 주의해야함을 말하는 이야기고 아래의 이야기가 진짜 복상사에 대한 이야기다. 영식이는 국가간부인데 리직후 한가하여 낚시질이나 다니다가 마누라가 죽은지 17년후인 지난봄에 35살의 젊은 부인을 새로 맞아들였다. 마누라가 죽은후 한번도 색을 가까이 한적이 없는 그였으나 젊은 부인을 맞아들인 후엔 낚시질도 집어치우고 밤이나 낮이나 젊은 부인의 치마밑에서 맴돌았다. 젊은 부인은 침대우의 데크닉이 뛰여나서 70이 가까운 영식이를 번마다 천국에 보내주곤 했다. 영식이는 밤에 하는 일도 모자라서 낮에도 젊은 부인을 탐하곤 했다. 어느날, 음란한 비디오를 보고 돌아온 영식이는 정서가 열배는 올라서 다짜고짜 젊은 부인을 안고 비디오에서 본 체위를 실행에 옮겼다. 《당신 참 너무도 잘하세요. 젊은이들보도 더 기운이 세네요.》 젊은 마누라가 흥분을 느끼며 칭찬해주니까 영식이는 사기가 바싹 올라 가쁜 숨을 몰아쉬며 쾌락의 절정을 향해 격렬하게 돌진했다. 그런데 그렇게도 힘차던 영식이가 갑자기 움직임을 멈추는것이였다. 아직 움직임을 멈추기에는 시기상조라 젊은 부인이 《아이참, 좀 더…》하고 소리쳤으나 영식이는 여전히 움직일 줄 몰랐다. 이상한 생각이 들어 눈을 뜨고 남편을 흔들어보던 부인은 그만 《앗!》하고 새된 비명을 질렀다… 얼마후 의사가 달려왔다. 모여온 친척들이 사인을 묻자 의사는 영식이의 사체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였다. 《이는 복상사(腹上死)라는것인데 녀자의 몸우에서 갑자기 숨을 거두는 완전한 심장마비입니다. 복상사는 녀자를 너무 좋아하다가 당하는 보복이기도 하지요. 그러니까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젊은이들처럼 녀자의 배우에서 격렬한 운동은 하지 말고 음경과 질의 미묘한 결합 즉 삽입행위만으로 섹스를 완성하는것이 좋지요. 젊은 사람들처럼 흥분했다가는 심장이 터져버리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젊어서 분망히 보내다가 늘그막에 한가하게 되여 마음놓고 녀자를 탐한다든가 로년에 어떤 기쁜 일이 생겨 기분 좋게 젊은 녀자를 품는다든가 늘그막에 두번째로 젊은 부인을 얻고서 너무 분투한다든가 만취하여 녀자를 품는다든가 할 경우 아차하는 사이 녀자의 배우에서 급사할수 있으니 이런 복상사에 특히 조심해야 됩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성인이 되면 누구나 즐기게 되는 성행위, 이때 우리는 반드시 질구경련과 복상사에 주의를 돌려함을 명기하자. (1997년)  
56    로총각을 찾아온 처녀 댓글:  조회:2417  추천:0  2013-11-30
콩트이야기 로총각을 찾아온 처녀 김희수 수철이는 마흔살이 되는 로총각이다. 마을에는 그와 같은 로총각들이 수두룩했다. 쳐녀구경을 하기 바쁜 시골에서 평생 장가란걸 가볼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시골에는 아예 장가갈 생각을 단념해버린 로총각들이 많았다. 그런데 행운이랄가. 어느날에 수철이네 집에 예쁘장한 처녀가 찾아왔다. “당신은 총각이지요?” “?” “부끄러운 말씀이오나 저는 당신의 색시로 되려고 해요.” 아니, 내가 잘못 듣지 않았나? 수철이는 자기의 귀를 의심했다. “전 아가씨를 낯도 코도 모르는데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시는지요? 혹시 사람을 잘못 찾아온게 아닙니까?” “아니예요. 당신이 마음씨 곱고 부지런하다는 말을 듣고 찾아왔어요. 전 당신을 사랑해요.” 이건 하늘에서 선녀가 내려온게 아닐가? 그렇지 않으면 꿈이고… 하지만 눈앞의 처녀는 선녀도 아니고 꿈에서 만난 처녀도 아니였다. 현실에서 생생하게 살아움직이는 처녀였다. 혹시 내가 부지런히 농사를 짓는다는 기사를 신문에서 보고 찾아온건 아닐가? 몇달전에 기자가 찾아와서 수철이가 농사짓는 모습을 사진까지 찍어서 신문에 번듯하게 내주었던것이다. “전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있는 전도가 없는 청년인데 정말로 마음에 들어 찾아온겁니까?” “전 당신이 마음에 들어 당신한테 시집을 가려고 찾아온거예요!” 이게 웬 떡인가? 수철이는 꿈을 꾸고있는것 같았다. 아, 이젠 나에게도 색시가 있게 되였구나. 도시놈들도 얻기 바쁜 선녀같이 아름다운 색시가 있게 되였구나! 아아, 미칠듯한 이 기쁨! 이 행복! 갑자기 찾아온 이 행운에 수철이는 너무 기뻐서 눈물이 날것 같았다. “고귀한 성함을 어떻게 부르는지 어서 들어오십시오.” 수철이가 처녀의 손을 잡으려는 순간 웬 늙은이가 뛰여들며 “여기 있었구나. 얘야, 그만 집으러 가자꾸나!” 하고 처녀의 손을 잡아끌었다. 그리고 어안이 벙벙하여 서있는 수철을 보고 씁쓰레 웃으며 말했다. “이 애는 내 딸인데 머리가 좀 이상하다오. 먼저 마을에서 늘 이래서 환경을 바꾸느라 이사했는데 여기서도 이럴줄을 몰랐소. 이만 실례하겠소.” 말을 마친 늙은이는 처녀를 데리고 가버렸다. 수철이는 단꿈에서 깨여난 기분이였다. 손에 잡힐듯 하던 행복이 남가일몽이 되다니? 수철이는 사라지는 처녀와 늙은이의 뒤에 대고 “따님이 정신병환자래두 일없습꾸마. 내 데리구 살겠습꾸마”하고 웨치고싶었다. 정말이지 수철이는 저런 미친녀자라도 무인지경에 데리고가서 단둘이서 살았으면 얼마나 좋을가고 생각했다. 누가 수철이를 미친 생각을 한다고 비웃겠는가? 그러더 이런 미친 생각을 하게 한 장본인은 누구인가? (1998년)  
55    다이어트 묘약 댓글:  조회:2404  추천:0  2013-11-30
콩트이야기 다이어트 묘약 김희수 오늘은 그녀가 손꼽아기다리던 다이어트 묘약을 얻으러 가는 날이다. 곧 닥치게 될 행복한 시각을 그려보노라니 그녀는 얼굴이 확 달아오르고 가슴이 콩콩 뛰였다. 그녀는 택시를 잡아탔다가 도중에서 내렸다. 어쩐지 걸으면서 마음을 진정하고싶었다. 이제 곧 결혼하게 될 남자친구앞에 미끈한 몸매로 불쑥 나타나면 그인 꼭 깜짝 놀라실거야. 그리고는 너무도 기뻐 포옹과 키스를… 달콤한 생각에 잠겨 사뿐사뿐 걸어가던 그녀는 어던가 주위의 분위기가 류다르다는 감을 느꼈다. 탐욕스럽고 음흉한 눈길들이 언뜻어뜻 부딪치더니 재빨리 나타났다 사라지는 손과 손들사이에 무언가 번쩍번쩍하는것들이 넘나들었다. 암시장에 잘못 들어섰다는것을 깨달은 그녀가 발길을 돌리려는데 등뒤에서 능청스러운 웨침소리가 들려왔다. “자, 새로 나타난 비너스요! 아주 멋진겁니다!” 호기심에 끌린 그녀는 비너스조각상을 사려고 그 웨침소리가 나는 곳으로 걸아갔다. 둘러싼 사람들속을 비집고 들어간 그녀는 급기야 멍해지고말았다. 팔고있는것은 비너스조각상이 아니라 한 여러가지 자세를 취한 미인의 라체사진이였던것이다. 맙시사! 그 음란한 사진에 눈길을 주는 순간 그녀는 “앗!”하고 외마디소리를 질렀다. 원래 그 사진에 알몸뚱이로 찍혀진 미인이 바로 그녀 자신이였던것이다. 그녀는 치가 떨렸다. 도무지 영문을 알수 없었다. 그녀는 종래로 그 저주로운 렌즈앞에 알몸뚱이를 내맡긴적이 없었던것이다. 그렇다면 귀신의 조화인가? 눈앞이 캄캄하여 비칠거리던 그녀는 자기의 오늘 행보를 생각하자 불현듯 한가지 의혹이 번개처럼 뇌리를 스쳤다. 그녀는 보석처럼 반짝이는 눈을 가진 보기 드문 미인이였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몸매가 뚱뚱하여 체형미에 영향을 주었다. 이때문에 그녀는 늘 고민에 빠지군 했다. 그러다가 어느날에 전보대에 나붙은 신비한 광고를 보게 되였다.   다이어트 묘약을 팝니다 현재 수많은 다이어트약과 다이어트기구들이 나돌고있지만 효과를 보지 못하거나 부작용이 있어 다이어트를 하려는 분들은 고민하고있습니다. 이제 그런 고민은 더 필요없게 되였습니다. 일본에서 의학박사학위를 따낸 최박사님이 발명한 다이어트비방은 체질에 따라 백사람이면 백사람이 다르게 알맞는 약을 쓰기에 100%의 효과를 볼수 있습니다. 값도 싸고 즉효를 볼수 있는 다이어트 묘약을 얻으려는 분들은 들장미호텔 308호실로 찾아오십시오.   이 광고를 본 그녀는 이튿날에 현대의학기술의 혜택으로 미끈한 몸매로 될 자신을 그려보며 들장미호텔로 찾아갔다. 색안경을 낀 녀인이 그녀를 맞아주었다. “전 최박사님의 조수예요. 최박사님은 달리 약속이 있어서 외출했어요. 하지만 예비검사는 제가 책임졌으니 근심하지 마세요.” “예비검사라니요?” “최박사님의 약은 사람의 체질에 따라 다른 약을 써야 하기에 누구나 예비검사를 받아야 해요. 예비검사를 한데 따라 최박사님이 약을 만들게 됩니다. 아가씨는 오늘 예비검사를 한후 사흘후에 다시 와서 약을 사가면 돼요.” 하루 빨리 미끈한 몸매로 되고싶었던 그녀는 그 녀조수의 요구대로 주저없이 옷을 벗고 침대에 누웠다. 최박사의 조수는 그녀를 반듯이 눕게도 하고 엎드리게도 하고 모로 눕게도 하고 다리를 벌렸다가 들게도 하며 자세히 검사하는데 어더선가 이따금씩 섬광이 번쩍거렸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 그 번쩍거리던 섬광이 바로 암암리에 미리 장치해놓은 카메라에서 발산된 섬광등빛이였을것이다. 그녀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검은 돈을 벌기 위해 비렬한 수단으로 처녀를 기만하고 우롱하여 녀성의 인격과 존엄을 여지없이 모독하고 짓밟은 “최박사”를 당장 요정내지 못하는것이 한스러웠다. 그녀는 정신없이 암시장에서 빠져나와 택시를 잡아탔다. 이윽고 들장미호텔에 도착한 그녀는 쏜살같이 308호실의 문을 밀고 들어갔다. 그러나 그녀를 맞아준것은 낯선 사람이였다… 맥없이 들장미호텔을 나선 그녀는 얼빠진 사람처럼 멍하니 서있었다. 얼굴엔 절망의 빛이 어렸다. 이제 무슨 낯으로 남자친구를 대한단 말인가? 기만당한 사람은 나뿐이 아닐것이다. “최박사”따위들은 앞으로도 수많은 녀성들을 기만하려고 할것이다. 나의 명예가 손상받더라도 그것을 막아야 한다. 그녀는 다시 택시를 잡아타고 텔레비죤방송국 “초점탐방”프로실로 향해 달려갔다. (1987년)      
54    높은 저택 댓글:  조회:2802  추천:2  2013-11-30
콩트이야기 높은 저택 김희수 철규는 고급중학교 영어교원이고 명화는 시병원 외과의사이다. 대학시절부터 사랑을 불태워 온 그들이 여태껏 결혼하지 못하고있는 원인은 두 집 다 가난한 탓으로 사랑의 보금자리를 마련하지 못했기때문이다. 다른 련인들처럼 다방이나 나이트클럽에 드나들지 못하는 그들은 주말이면 팔걸이를 하고 강뚝이나 공원을 산책하는것이 고작이였다. 어느날, 철규네집이 자리잡은 교외에서 산책하던 그들은 새로 일떠선 호화로운 저택집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철규는 매일 출퇴근길에 이 집이 일떠서는것을 보아왔지만 오늘은 주인이 새집들이 했는지 전에없이 엄엄한 기분을 느꼈다. 꼭 닫긴 철대문, 높은 담장에 둘러쌓인 정원에 나란히 서있는 두 대의 수입제 승용차와 고급오토바이… “저렇게 어마어마한 집에 어떤 사람들이 살고있을가요?” “글쎄…” “우리도 저런 집에서 살아볼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글쎄…” 경탄과 부러운 눈길로 저택집을 바라보는 한쌍의 련인, 그들의 눈엔 눈앞의 저택이 2층이 아니라 20층, 200층으로 바라볼수조차 없이 아득히 높아본인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들은 저택주인이 중년에 상처한 천마집단의 서총재라는것을 탐지해냈고 또 그 집엔 서총재의 무남독녀 보배딸과 가정부할멈이 살고있다는것도 알아냈다. 철규는 출퇴근길에 저택집아가씨가 철대문앞에서 애완견을 안고 서있는것을 늘 보게 되였다. 용모는 그다지 예쁘지 않았지만 딱히 무엇이라고 찍어 말할수 없는 매력을 가지고있는 부자집아가씨를 철규는 선망의 눈길로 바라보군 했다. 그때면 그 아가씨도 그에게 방긋이 웃어주는것이였다. 하루는 늦잠을 자다보니 철규는 출근길이 총망하게 되였다. 설상가상으로 저택집철대문앞까지 왔을 때 자전거바퀴에 유리조각이 박히며 “팡!” 하는 소리가 났다. 그때 애완견을 안고있던 저택집아가씨가 그 장면을 목격하고 바삐 철대문안으로 들어가는것이였다. 부근에 있는 자전거수리부에 자전거를 맡긴 철규는 출근이 늦어질가봐 초조해났다. 그가 손목시계를 부지런히 들여다보며 뻐스를 기다리고있는데 갑자기 호화로운 승용차 한대가 그의 앞에 와 멈춰섰다. “어서 오르세요!” 운전석의 차창유리문이 열리면서 저택집아가씨가 얼굴을 내밀었다. 철규가 어정쩡해 서있자 아가씨가 “지각하겠어요. 제가 태워다드릴테니 어서 오르세요!”라고 재촉했다. 그가 얼떨떨하여 차에 오르자 승용차는 나는듯이 질주했다. 그가 목적지를 말하지 않았는데 아가씨가 어떻게 알았는지 고급중학교문앞에 와서 멈춰서는것이였다. 더욱 놀라운것은 퇴근길에 그 승용차가 또 학교문앞에서 그를 기다리고있는것이였다. 게다가 저택집아가씨가 그를 호화로운 술집으로 모시고가서 한상 푸짐히 대접하는것이 아니겠는가. 알고보니 저택집아가씨는 영어를 배우려고 하는데 그를 가정교사로 초빙하겠으니 거절하지 말아달라는것이였다. “내가 영어교원이라는것을 어떻게 알았어요?” “선생님이 우리 집문앞을 지나 출퇴근할 때 학생들이 인사를 하는것을 여러번 보았거든요. 그래서 학생들에게 선생님의 정황을 캐여물었지요.” “그랬군요. 그런데 시간이 좀…” “제가 거절하지 말아달라고 하지 않았어요. 주말마다 오셔서 가르치면 돼요. 보수도 후하게 드릴께요.” 서춘금이라고 부르는 저택집아가씨는 박씨같이 하얀 이를 드러내며 생긋 웃었다. 가난한 명화의 예쁜 웃음을 압도하는 그 도고한 웃음앞에서 철규는 그만 주눅이 들고말았다. 철규가 가정교사로 들어가면서부터 명화와의 주말만남이 해체되고 평일의 저녁밀회만 남게 되였다. 철규는 몇번이나 명화에게 가정교사로 들어간 사실을 말하려다가 끝내 입을 열지 못했다. 그런데 명화쪽에서도 주말만남이 취소된데 대해 놀라지 않았고 리유도 따지지 않는것이 이상했다. 만나면 할 말이 끝이 없던 이 한쌍의 련인은 화제거리가 점점 줄어들었고 그대신 뜨겁게 달아오른 육체를 애욕의 불길에 달래다가 헤여지군 했다. 그러다가 이런 저녁밀회마저 드물어졌으니… 어느날, 저택집에서 춘금에게 영어를 가르치던 철규는 창밖을 내다보다가 화려한 옷차림을 한 젊은 녀인이 서총재의 부축을 받으며 승용차가 서있는 곳으로 다가가는 뒤모습을 보았다. 분명 집에 들어왔다가 돌아가는 길인데도 집이 하도 커서 모르고있었던것이다. “저 녀인이 누굽니까?” 철규의 말을 듣고 달려와 창밖을 내다보던 춘금이가 말했다. “저와 동갑인 처녀예요. 말로는 아버지의 가정의사라고 하지만 저의 계모가 될지도 몰라요.” 춘금의 말에 철규는 깜짝 놀랐다. 서총재가 딸같은 녀자와 결혼한다니? 그리고 저렇게 새파란 처녀가 아버지벌되는 남자의 품에 안기다니? 돈의 위력에 감탄한 철규는 그 어떤 욕망에 몸이 달았다. 처음에는 열심히 영어를 배우던 춘금이가 차츰 영어에 싫증을 느끼더니 쩍하면 철규를 자가용차에 태워가지고 도시의 밤세계에 뛰여들었다. 춘금이는 카바레, 다방, 노래방, 5성급호텔 등 화려한 불빛세계를 전전하면서 “촌뜨기”인 철규에게 현대인의 향수를 만끽하게 했다. 춘금이는 춤을 출 때 철규의 목에 두팔을 걸고 의식적으로 풍만한 젖가슴을 밀착시켰다. 철규도 눈을 감고 춘금의 허리를 껴안은 두팔에 지그시 힘을 주었다. “선생님을 처음 보는 순간 저는 정말 세상에 멋진 남자도 있구나 하고 첫눈에 반했어요. 선생님, 절 사랑해주세요!” 어느날 밤, 춘금이는 자기의 침실에서 철규를 껴안고 사랑을 고백했다. 끝내 부자집아가씨의 유혹에 넘어간 철규는 춘금이를 껴안고 침대에 올랐다. 그 일이 있은후 철규는 한동안 불안과 동요에 모대기면서 갈팡질팡했다. “명화에게 미안한 짓을 더는 할수 없다. 춘금이와의 허위적 사랑을 깨끗이 끊어버리자”고 결심했다가도 호화로운 저택집에 발을 들여놓을 때면 “명화가 예쁘면 뭐래? 정이 깊으면 뭐래? 돈, 돈이 있으면 다야. 돈만 있으면 사랑도 행복도 명예도 지위도 다 있게 될거야”라는 욕망이 끓어올라 사랑이 없는 가슴에 춘금이를 껴안아주군 했다. 얼마후 이 일을 알게 된 서총재가 철규를 조용히 불러놓고  물었다. “자네 정말로 내 딸을 사랑하나?”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철규가 떨리는 목소리로, 그러나 우렁차게 대답하자 서총재는 머리를 끄덕이였다. “난 자네가 진심으로 내 딸을 사랑하길 바라네. 자네도 알다싶이 나에겐 슬하에 춘금이 하나밖에 없네. 그래서 나는 오래전부터 데릴사위를 삼아 함께 있을 작정이였네. 자네가 동의한다면…” “동의합니다!” 이제 저택집 미래의 주인으로 된다고 생각하니 철규는 미칠듯한 기쁨으로 가슴이 들먹거렸다. 그런데 그 기쁨과 함께 한가지 근심이 생겼다. 춘금이와 결혼날자까지 정해놓은 그는 하루 빨리 명화를 찾아가서 그녀와의 관계를 두부모 베듯 딱 끊어버려야 했던것이다. 어떻게 말을 뗄가 고민하다가 명화를 만난 그는 깜짝 놀랐다. 시체머리도 하지 못하고 다니던 가난뱅이 명화가 어느새 화려한 옷차림에 금목걸이, 금귀걸이, 금반지가 반짝거리는 “귀족아가씨”로 탈바꿈했던것이다. 철규는 문뜩 저택집창밖으로 보았던 젊은 녀인이 떠올랐다. 그때는 화려한 옷차림때문에 그 녀인이 명화이리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던것이다. 세상일이란 참 묘하기도 하다. 결혼을 약속한 사랑하는 련인이 불과 몇달사이에 장모, 사위로 되였으니 말이다. 명화는 서총재의 후실로 들어가고 철규는 저택집아가씨의 새신랑으로 되여 그들은 그렇게도 부러워하던 저택집에서 함께 살게 되였다. 처음에는 미묘한 관계때문에 어색해하던 그들은 얼마후 옛정이 되살아났는데… “이 더러운 년놈들아!” 발가벗고 한몸이 되였던 철규와 명화는 난데없는 서총재의 천둥같은 호통소리에 혼비백산했다. 가만가만 도적사랑을 맛보는 일에 정신이 빠지다보니 그들은 서총재와 춘금이가 의심하고 기회를 기다리다가 꼬리를 잡을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것이다. “나가랏! 더러운것들!” 쫓겨나 철대문을 나서며 철규와 명화는 아쉬운 눈길로 높은 저택을 되돌아보았다. 슬프다! 저 궁궐 같은 저택집에서 한평생 호강을 누리며 살줄 알았는데… (199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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