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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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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B녀사의 운명 댓글:  조회:2885  추천:0  2013-11-17
B녀사의 운명   소설   김희수   사람들이 그녀를 B녀사라고 부르는것은 그녀가 시병원의 B형초음파현상계기의 조작일군이기때문이다. B녀사는 B형초음파현상계기앞에 선 임신부들에게 범관마냥 단마디명창으로 “좋아요” 또는 “그저 그래요”하고 딱딱하게 내뱉는다. 속이 조마조마하여 자기의 운명을 기다리던 임신부들은 “좋아요”하는 말을 들으면 “남자애이니 밝은 세상을 보게 하라”는 뜻인줄 알고 기쁨에 겨워 어깨춤을 춘다. 그러나 “그저 그래요”하는 말을 들으면 “녀자애이니 출생금지”라는 뜻인줄 알고 락태한 고양이상이 되여 인공류산하러 산부인과로 달려간다. 얼마나 많은 녀태아들이 B녀사의 “그저 그래요”하는 한마디 말에 밝은 세상을 보지 못하고 무고하게 “살해”됐는지 모른다. B녀사는 백메터밖의 미인이다. 먼발치에서 보면 몸매가 균형이 잡히고 쪽 빠져서 보는 남자들마다 “와!”하는 소리와 함께 침을 한발씩이나 흘릴 지경이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으악”하는 소리와 함께 3년전에 먹었던 떡이 목구멍까지 올라올 지경이다.  여드름투성이 얼굴에 빈대코가 납작하게 붙어있고 감았는지 떴는지 알수 없는 새우눈이 실룩거린다. 게다가 입은 또 이 세상의 물건을 혼자서 다 먹을듯이 짝 벌어진것이 하마입이 신통하다. 그래서인지 그녀에게 청혼하는 남자가 하나도 없다. 그래서 그녀는 처녀를 30년이나 묵여두었다. 아까운 처녀를… 그래도 아들을 낳은 집들에서는 B녀사를 구성으로 생각한다. 아들을 보기 위해 조총경리의 안해는 세번이나 녀태아를 떨궈버리느라고 갖은 고생을 다했다. 하지만 마침내 생남하여 소원성취한 그녀는 입이 합박만해졌다. 시립병원 오박사의 며느리도 두번이나 녀태아를 지워버린 덕분에 삼태자를 보게 되여 B녀사를 은인으로 생각하고있다. 아들을 낳은 집들에서 례물꾸러미를 들고올 때마다 B녀사는 어깨를 저절로 으쓱거리군 한다. 그런데 재앙은 눈섭에서 떨어진다고 B녀사는 가엾게도 간암이란 진단을 받고 수술대에 오르게 되였다. “암세포가 이미 확산되여 현대의학으로는…” 시병원 오박사는 머리를 가로저었다. 국내외적으로 암연구에서 권위적인 오박사마저 손을 드는것을 본 B녀사는 눈앞이 캄캄해났다. “오박사님, 절 살려주세요. 전 아직 젊어요. 시집도 못갔는데… 시집이 다 뭔가요. 남자와 키스도 못해봤는데… 오박사님, 제발 절 살려주세요. 저는 오박사의 며느리가 삼태자를 낳도록 해줬잖아요? 제발 절…흑, 흐흑…” “그거야 그렇잖구. 내 어찌 B녀사의 은혜를 잊을수 있겠소. 한가지 방법이 있긴 한데…” 한가지 방법이 있다는 말에 B녀사는 귀가 번쩍 뜨이면서 “이젠 살았구나”하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어떤 방법인데요? 제가 살수만 있다면 어떤 방법이든지 다 하겠어요!” 오박사는 눈을 감았다가 뜨면서 말했다. “지금 B녀사를 랭동해두었다가 의학이 발전한 30년후에 가서 다시 수술하는것이요!” 오박사의 말에 B녀사는 흥분되여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무렇게나 살고 볼 판이였다. “그런데…” 오박사는 미안한 눈길로 B녀사를 바라보면서 말을 이었다. “산 사람을 30년동안이나 랭동하려면 거액의 자금이 수요됩니다.” B녀사는 천당으로 오르다가 다시 지옥에 떨어지는 기분이였다. 그때 하늘에서 들려오는듯한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금은 제가 대드리겠으니 오박사님께서 마음놓고 B녀사를 랭동해주십시오!” 그 목소리의 임자는 조총경리였다. B녀사는 너무도 기뻐서 조총경리의 손을 꼭 잡았다. “조총경리님, 정말 감사합니다!” “B녀사께서 저의 대를 잇게 해주었는데 어찌 이만한 일도 못해드리겠습니까? B녀사께서 30년후에 수술에 성공하여 다시 소생한다면 그보다 기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이리하여 B녀사는 동태처럼 랭동되여 병원의 랭동실에 보관되였다.… …B녀사는 달콤한 잠에서 깨여난듯 눈을 떴다. 오박사와 몇몇 사람들이 자신을 바라보고있는것을 본 B녀사는 이상하여 물었다. “오박사님, 왜 절 랭동시킨다고 하구선 잠을 자게 내버려뒀어요? 그래 절 죽게 할 작정인가요?” “하하하, B녀사, 당신은 이미 30년동안이나 잠을 잤습니다. 지금 수술에 성공하여 당신의 암증은 완치되였고 당신은 30년전의 청춘을 다시 찾았습니다!” “그럼 제가 한잠을 자고난 사이에 30년이란 세월이 흘렀단 말입니까? 그래 제가 지금도 여전히 서른살이란 말입니까? 그런데 오박사님이랑 조경리님이랑은 왜서 그냥 그 년세대로 있어요?” “하하하…오해입니다. 저는 오박사가 아니라 오박사의 아들이고 이분은 그때 B녀사의 덕분에 태여난 조경리의 아들이지요.” 그러자 이번에는 조경리의 아들이 입을 열었다. “그렇습니다. 이분은 오박사의 아드님이시고 병원의 원장님이신데 이번에 B녀사의 수술을 책임졌습니다. 저는 조경리의 아들인데 텔레비죤방송국의 기자이지요. 오늘 B녀사의 재생장면을 찍어서 보도할 책임을 지고왔습니다.” 조기자는 갑자기 얼굴을 붉히면서 말을 더듬거렸다. “B녀사께서 처…처녀란 말을 들어오신지 오…오랩니다. 지금은 처…처녀 하나 보기가 실로 조련찮습니다. 저…전 가장 절절한 마음으로 B… B녀사께…청…청혼하는바입니다!” “아니, 제가 어떻게 조기자같은분과 다…” 난생 처음, 그것도 미남자한테서 청혼을 받아보는 B녀사는 얼굴이 단통 익은 도마도처럼 새빨개졌다. 동시에 가슴도 세차게 쿵쿵 뛰였다. 30년만에, 아니 60년만에 처음으로 그렇게 뛰여보는 로처녀의 가슴이였다. 그때 오원장도 두손을 모아쥐고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존경하는 B녀사, 저도 저의 삼태자아들을 대표하여 녀사께 정중히 청혼합니다. 저의 세 아들의 안해가 되여주십시오!” 오원장의 생뚱같은 말에 B녀사의 눈이 튀여나올듯이 커다래졌다. B녀사는 홱 돌아누우면서 화약같은 분노를 터뜨렸다. “당신들이 사람을 깔보아도 분수가 있지 어찌 이토록 모욕하는가요?” “우린 B녀사를 모욕한적이 없는데요.” “세 남자가 어떻게 한 녀자한테 장가를 들수 있어요? 전 못생겨도 자존심은 있어요. 흑, 흐흑…” “우리가 어찌 B녀사를 업신여기고 모욕할수 있겠습니까? 금은보화보다도 더 귀중한 B녀사님을 말입니다. 제발 저의 세 아들을 받아주십시오. 그리고 장가못간 친척친구 다섯을 녀사께 더 소개해드릴수 있도록 허락해주십시오!” “저도 장가못간 친척친구 다섯을 더 소개해드립니다!” B녀사는 너무도 기가막혀 버럭 소리질렀다. “당신들은 미치지 않았어요? 제가 그래 더러운 기생년인줄 아세요?!” B녀사가 화를 내자 오원장이 조용한 목소리로 차근차근 설명하기 시작했다. “B녀사께서는 30년전의 사람이니 지금의 사정을 모르고 화를 낼겁니다. 지금 남녀비례가 현저하게 차이가 있어 장가못간 총각들이 기수부지입니다. 그래서 나라에서는 새혼인법을 내와 일처다부제를 실시하고있습니다. 한 녀성이 최저로 15명의 남편을 맞아야 한다고 규정을 지었습니다.” 조기자가 동을 달았다. “하지만 사실은 한 녀성이 100명의 남편을 거느려도 로총각들의 혼인문제를 제대로 해결할수 없는 형편입니다. 이럴 때 로처녀인 B녀사께서 이 세상에 새로 오셨으니 어지 우리 로총각들의 복음이 아니라 할수 있겠습니까?” “아이구머니! 이게 무슨 세상이란 말인가? 내가 어떻게 남편을 15명이나 거느린담?” B녀사는 너무 기가막혀 침대에 머리를 틀어박았다. 그때 갑자기 밖이 소란해지면서 왁작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오원장이 B녀사를 바퀴달린 의자에 앉혀가지고 창밖을 내다보게 했다. 창밖에서는 수만명의 남자들이 시위를 벌리고있었다. B녀사는 이상하여 물었다. “저 사람들이 왜서 저럽니까?” “로총각들이 소식을 듣고 B녀사께 청혼하러 달려온것이 틀림없습니다.” 조기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이, 이걸 어쩌면 좋아요?” “될수만 있으면 저 사람들의 청혼을 꼭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물러가지 않을것입니다!” 조기자의 말에 이어 오원장이 자세하게 설명했다. “이번에도 지난번에 살려낸 30년전의 그 젊은 과부처럼 혼인을 정해야 할것입니다. 즉 로동자, 농민, 개체호, 지식인의 비례를 평등하게 배치하고 나이 많은 차례로 순서를 정해야 할것입니다.” 핸드폰으로 계산해보던 조기자가 말했다. “이번에 B녀사께서는 150명의 로총각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B녀사는 눈앞이 캄캄해나면서 하마트면 뒤로 나자빠질번 했다. “뭐라구요? 제가 남편을 150명이나 섬겨야 한다구요? 맙시사! 이런 법이 어디에 있단 말입니까?” 이건 방법이 없습니다. 30년전부터 모두 남자애들만 낳는 바람에…” “그렇습니다. B녀사께서는 현실을 정시하고 150명의 남편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오원장과 조기자는 B녀사의 두팔을 꼭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B녀사는 눈물범벅이 되여 발버둥치며 넉두리를 했다. “하느님, 30년전에 제가 녀태아들에게 ‘출생금지령’을 내렸다고 이런 천벌을 주시는겁니까?” B녀사는 온몸을 사시나무떨듯 부들부들 떨었다. (1992년 )  
32    홀아비 집에 뛰여든 녀강도 댓글:  조회:2448  추천:0  2013-11-17
홀아비 집에 뛰여든 녀강도 콩트 / 이야기 김희수     강호는 안해와 리혼한지 7년이 되도록 여태껏 홀로 아이도 없이 세집에서 고독하게 살고있었다. 그는 고정된 직업이 없이 오늘은 여기서 래일은 저기서 닥치는대로 잡일을 하면서 아껴먹고 아껴쓰면서 부지런히 돈을 모아 자그마한 가게를 꾸렸다. 그는 또 아침 일찍 일어나 저녁 늦게까지 부지런히 일하여 한푼두푼 모은 돈을 술도 사먹지 않고 담배도 피우지 않으면서 저금하여 15만원이란 목돈을 쥐게 되였다. 《이 돈으로 먼저 자그마한 아파트나 사야지. 그 다음 착한 녀자를 찾아 장가도 가야지.》 15만 저금통장을 손에 쥐게된 강호는 너무도 기뻐서 즉시 집을 흥정했고 그날로 중국은행 저금소에 가서 현금 15만원을 찾아내왔다. 그날은 집주인이 다른 일이 있다면서 이튿날 오전에 직접 현금을 가지고 와서 가옥수속을 밟자는것이였다. 그 돈을 다시 저금하자니 저금소가 문을 닫아서 그는 현금이 든 가방을 가슴에 꼭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와 15만원 현금이 든 가방을 베고 누운 그는 흥분되여 날이 어두워지도록 저녁밥을 지어먹을 생각이 없었다. 《래일이면 나도 아빠트에 들겠지? 그리고 예쁜 색시도 얻어 장가도 들고…이 기쁜 날을 나절로라도 경축해야지!》 강호는 야시장에 나가서 술과 안주를 사들고 돌아왔다. 그가 다시 현금이 든 가방을 들고 예쁜 색시를 얻는 달콤한 생각에 잠겨 있는데 다급히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급히 현금이 든 가방을 옷장에 집어넣고 문가로 다가갔다. 《누구십니까?》 《문 좀 열어주세요. 강도가 절 쫒아와요. 빨리요…》 녀자의 목소리였다. 누구에게 쫓기고있는듯한 다급한 목소리였기때문에 그는 인차 문을 열어주었다. 녀자는 들어오자마자 문부터 잠그었다. 서른살쯤 되는 젊고 예쁜 녀자였는데 머리가 헝클어지고 웃옷단추가 떨어저있었다. 강호는 깜짝 놀라 물었다. 《무슨 일이 있은겁니까?》 《가…강도가…》 그 녀자가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사연을 말했다. 《친척집에 처음 찾아오는 길인데…골목에 잘못 들어서서 다시 나가려는데… 갑자기 어떤 사내가 저한테 덮쳤어요. 깜짝 놀란 저는 황급히 손톱으로 그자의 얼굴을 갈퀴고 도망쳤는데 그자가 그냥 쫓아와서…급한 김에 이 집문을 두드렸는데…》 사정이 사정인지라 강호는 그녀를 보고 올라와 앉으라고 했다. 놀란 가슴을 진정한 녀자는 방안을 둘러보다가 물었다. 《저…이집 부인님은요?》 《난 혼자 사는 사람이입니다. 마누라는 7년전에 집을 나갔습니다.》 《어머, 그런데 집은 녀자있는 집처럼 깨끗하게 거뒀군요. 선생님은 어디서 사업하세요?》 《아니, 뭐 부끄럽게 선생님이라 부르지 마오. 나는 생수배달이랑 신문배달이랑 닥치는 대로 하다가 지금은 자그마한 가게를 하는 사람이요.》 《어머, 그렇게 부지런히 일하면 얼마나 좋아요. 제 남편은 일하기 싫어서 빈들빈들 놀면서 도박판에 다니지 않으면 술이나 처먹다가 집에 돌아와서는 쩍하면 저를 때리군했어요. 그래서 참다못해 리혼했어요.》 서로 말을 주고받는 가운데 그들은 처음 만난 사람같지 않게 친숙해졌다. 얼마후 그들은 저녁까지 함께 지어먹었다. 오래만에 녀자가 지어주는 따뜻한 밥을 먹어보는 강호는 가슴이 뜨거웠다. 더구나 《우리 이렇게 단둘이 밥상에 마주 앉으니 부부간 같슴다 예?》하고 방긋이 웃으며 술을 부어주는 예쁜 그녀를 보니 가슴이 설레였다. 그녀는 또 《저도 선생님같이 일 잘하는 분을 남편으로 모셨으면 얼마나 좋겠어요.》하며 그의 품에 머리를 기대왔다. 그는 이전같으면 그녀처럼 예쁜 녀자는 친할 엄두도 못냈을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15만원 돈이 있는지라 마음이 든든했다. 나에게도 이만한 녀자를 안해로 맞을 자격이 있다. 더구나 이 녀자는 건달뱅이 남편을 만나 고생하던 착한 녀자가 아닌가. 이렇게 생각한 그는 용기를 내여 그녀를 와락 껴안으며 사랑한다고 고백했다. 그녀도 사랑한다면서 키스를 해왔다. 《우리가 이렇게 만난것도 인연인데 축하의 잔을 들자요!》 그녀가 또 술을 권했다. 그런데 그 술을 마신 그는 머리가 혼미해지더니 잠이 들었다. 강호가 깨여났을 때는 그녀가 보이지 않았다. 불길한 생각에 옷장을 열어보니 15만원을 넣은 가방이 보이지 않았다. 집안을 샅샅이 뒤졌으나 그 가방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는 가슴이 철렁했다. 《그녀가 가져갔구나! 그녀는 내가 저금소에서 돈을 찾아가지고 나올 때부터 나의 뒤를 미행한게 틀림없어. 우리 집을 알아두었다가 날이 어두워지자 강도에게 쫓기는 연극을 꾸민게 분명해! 그리고 술에 몽혼약을 넣어 나를 잠들게 한후 그 15만원이 든 가방을 가지고 달아난게 틀림없어!》 가슴을 치고 발을 탕탕 구르던 그는 밖으로 뛰쳐나왔다. 《강도같은 년, 잡기만 해봐라!》 하지만 넓디넓은 천지에 어디가서 그녀를 잡는단 말인가?! 파출소를 찾아갔으나 풀이 죽은 그는 가슴만 끙끙 앓을뿐이였다.  
31    추녀 갑녀의 출가담 댓글:  조회:2601  추천:2  2013-11-17
추녀 갑녀의 출가담 콩트 / 이야기 김희수     갑녀는 못생겼다. 그래서 서른살이 넘도록 시집도 못갔다. 《세상에 저렇게 못난 녀자도 있나? 세계추녀대회에 참가하면 1등은 떼놓은 당상일거야!》 갑녀를 만나본 총각마다 뒤에서 이런 평가를 내리는데서 갑녀는 본인도 모르게 세계제일추녀로 공인받게 되였다. 사실대로 말해서 이 로처녀가 그 정도로 보기흉하게 못생긴것은 아니였다. 찬찬히 여겨보면 하얗고 보동보동한 얼굴에 번듯반듯한 이마며 둥글둥글한 눈이며 오똑오똑한 고날이며 봉싯봉싯한 입술이 맞춤맞춤 조화를 이룬 모습이 복수러운데가 있었다. 그저 몸매가 과도하게 뚱뚱한데다가 키마저 작아서 총각들이 마주섰다가는 얼핏 보고는 《아이구뭐니!》하고 제풀에 놀라 달아났던것이다. 남들이야 뭐라건 말건 갑녀는 낮에는 출근해서 수걱수걱 일만 했고 밤에는 련애소설을 읽으며 맘속 괴로움을 달랬다. 그러다가 공장이 문을 닫아 밥통마저 잃게 되자 절망한 갑녀는 강물에 몸을 던지려고 몇번이나 다리우에 올랐다가 맘을 돌려먹군 했다. 내가 왜 시집도 못가고 처녀귀신이 된담? 난 꼭 시집을 가고야 말테다! 좋은 남자 만나서 보란듯이 살테다! 이렇게 굳게 다짐한 갑녀는 다시 삶의 용기를 얻었다. 그후 갑녀는 친척의 소개로 어마어마한 갑부 천총재의 댁에 가정부로 들어가게 되였다. 그때 가정부로 들어가겠다고 천총재댁으로 찾아온 처녀는 갑녀까지 일곱명이나 되였다. 안주인 서마님이 그 일곱명의 처녀들을 한사람 한사람 대면해보더니 갑녀만 남겨놓고 모두 돌려보냈다. 갑녀가 7대1의 경쟁에서 손쉽게 경쟁적수들을 물리치고 《알성급제》할수 있었던것은 못생긴 얼굴덕분이였다. 반반하게 생긴 처녀들은 일은 잘하지 않고 주인님을 꾀여넘길 기회만 노린다는것이다. 서마님은 건너집에서 예쁘게 생긴 처녀를 가정부로 두었다가 그 처녀에게 마님자리를 빼앗긴 일을 목격한후로 급급히 먼저번 가정부를 내보냈던것이다. 가정부란 일만 잘하면 되는것이다. 서마님은 갑녀가 부지런하고 일솜씨가 잰것이 마음에 들었다. 서마님은 그림처럼 아름다운 녀자였다. 늘 미용원으로 다니면서 피부보호를 잘해서인지 나이 마흔이라지만 서른도 안되여보였다. 행복한 가정부녀인 서마님은 남편이 번돈으로 몸을 급빛으로 장식하고 날마다 호화자가용차를 몰고 미용원을 다녀와선 독일종 애완견을 안고 산보하지 않으면 마작을 노는것으로 한가한 나날을 보내군 했다. 마작판엔 이웃집의 마님들도 왔고 때론 천총재의 운전수 준걸이도 끼여들었다. 준걸은 40대의 건장한 사나이였다. 3년전에 상처하고 외동딸을 고중기숙사에 보낸 그는 천총재의 집에 주숙하고있었다. 천총재는 집이 여러칸이나 비여있는데다가 차를 모는데 편리하라고 그렇게 선심을 썼던 모양이다. 갑녀는 준걸을 처음 보는 순간 웬일인지 가슴이 활랑거렸다. (어마나, 저렇게 튼튼한 남자! 저런 남자의 품에 한번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준걸이만 눈앞에 나타나면 공연히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일손이 잡히지 않았다. 갑녀는 화장실에서 준걸이가 웃통을 벗어던지고 머리를 감는것을 여러번 목격했다. 그때마다 갑녀는 근육으로 번뜩이는 준걸의 잔등을 만져보고싶은 충동을 느꼈다. 천총재가 출장갈 때면 할일없는 준걸은 늘 서마님을 찾아와 한담을 하군했다. 둘은 무슨 할말이 그리 많은지 이야기를 시작하면 끝이 없었다. 어느날 밤 갑녀는 화장실에 다녀오다가 서마님의 방에서 이상한 소리가 새여나오는것을 듣게 되였다. 살금살금 문앞까지 다가가서 귀를 기울이니 안에서 남녀가 희희닥거리는 말소리가 들려왔다. 《령감이 이번에 출장을 갔으니 둬달 걸릴거예요. 그동안 우리 맘껏 즐겨보자요!》 《그러다가 들키는 날엔 우린 둘다 끝장입니다.》 《래일 끝장이 나더라도 지금 참을수 없는걸 어떻게 해요?》 《참을수 없는건 나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럼 어서요!》 방안의 남녀는 준걸이와 서마님이였다. 갑녀는 온몸이 떨려났다. 인품좋은 천총재를 배반한 년놈들을 당장 부녀놓고싶었다. 갑녀는 문을 막 두드리려다가 손을 움추려뜨렸다. 서마님이 지른 야릇한 신음소리가 가슴을 짜릿하게 했던것이다. 귀신에게 홀린듯 갑녀는 먼지털이 할 때 쓰는 걸상을 찾아들고 와서 살그머니 그우에 올라서서 문우쪽 쪽문유리창으로 안을 들여다보았다. 순간 갑녀는 저도모르게 가슴을 쥐여뜯어며 《아…》하고 신음을 터뜨렸다. 촉수낮은 전등아래 알몸뚱이의 남녀가 한몸이 되여 씨근덕거리고있었던것이다. 천총재가 돌아오자 갑녀는 그 일을 밀고하려다가 그만두었다. 어쩐지 그렇게 하기엔 마음이 허락치 않았던것이다. 갑녀는 서마님이 미웠다. 제 남편을 두고도 뻔뻔스럽게 준걸의 잔등을 차지한 서마님이 미웠다. 자기가 그토록 만지고싶은 잔등을, 자기만이 차지해야 할 잔등을 밤마다 움켜잡는 서마님이 미웠다. 그리고 자기와 같은 처녀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유부녀와 붙어버린 준걸이가 야속하게 느껴졌다. 흥, 어디 두고 보자! 갑녀는 단단히 별렀다. 그러던 어느날 갑녀는 마작판이 끝나 서마님과 준걸이가 손님들을 바랠 때 서마님방에 슬그머니 기여들어 록음기를 작동시켜놓고 자기방에 돌아가 잠든척 하면서 코를 골았다. 이튿날 갑녀는 가만히 록음기를 꺼내다가 테프하나를 더 복제했다. 갑녀는 밤중에 년놈들이 한창 재미를 볼 때 록음기를 들고가서 문을 두드렸다. 당황해난 방안의 남녀는 부랴부랴 옷을 주어입고 나왔다. 갑녀의 부릅뜬 눈길과 마주친 그들은 온몸이 와들와들 떨렸지만 짐짓 천연한체 했다. 《갑녀, 자지 않고 웬일이요? 우린 지금 마작을 마치고 돌아와 커피를 마시는 중인데…》 《흥, 능청을 떨지 마세요. 전 이미 당신들의 추태를 록음기에 담았어요!》 갑녀는 록음기단추를 눌렀다. 그러자 록음기에서 준걸이와 서마님의 음탕한 대화가 쏟아져나왔다. 혼겁한 남녀는 황급히 록음기를 나꿔채서 테프를 꺼내 막 짓밟아던졌다. 《증거를 없애려구? 그건 복제품이예요!》 갑녀의 고함소리에 풀이 죽은 남녀는 그제야 갑녀앞에 무릎을 꿇고 빌었다. 《갑녀, 다시는 안 그럴게 제발 비밀을 지켜주오!》 갑녀가 쓴웃음을 짓자 서마님은 준걸을 돌려보내고 갑녀에게 애걸했다. 《갑녀가 비밀을 지켜준다면 내 갑녀의 요구를 다 들어줄게.》 《마님은 왜서 마님을 그토록 사랑하는 천총재를 두고 그런짓을 하나요?》 갑녀가 눈을 부릅뜨고 쏘아보면서 꾸짖자 서마님은 길게 탄신했다. 《호—사실 나도 천총재를 몹시 사랑한다오. 그런데…》 《천총재는 비록 50이라지만 젊은이들처럼 씩씩하고 미남이 아닌가요? 게다가 인품이 후하고 돈도 많지…》 《그분은 물론 나무랄데가 없소.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그분은 잠자리에서 나에게 만족을 주지 못한다오.》 《아이, 그렇다고 어찌…》 갑녀는 서마님이 불쌍하다는 느낌이 들다가 불쑥 자기가 좋아하는 준걸이의 잔등을 차지한 녀인이란 생각이 스치면서 증오가 타올랐다. 그래서 서마님을 뿌리치고 자기의 방으로 돌아와 잠을 청했다. 다음날 준걸이가 찾아와서 금반지, 금목걸이를 내놓으면서 애걸했다. 《갑녀, 이건 서마님이 주는거요. 갑녀가 비밀을 지켜주면 이후에도 더 많은걸 주겠다오.》 《전 그따윈 싫어요!》 갑녀는 준걸이가 구슬리는 말에 화가 벌컥 나서 금반지와 금목걸이를 뿌려던졌다. 그러자 준걸이는 울상이 되여 무릎을 꿇었다. 《그럼 갑년 뭘 요구하오?》 《전…전…당신의 잔등을 요구해요!》 《뭐? 내 잔등…허허참, 롱담두…》 《롱담이 아니예요. 전 당신을 좋아해요!》 《어…》 《싫은가요?》 《아…아니…》 준걸은 차마 거절할수가 없었다. 그날밤 준걸은 갑녀의 방으로 찾아왔다. 이제나 저제나 하고 목욕을 하고 기다리고있던 갑녀는 꿈에도 그리던 준걸의 잔등을 곽 움켜쥐고 죽을둥살둥 허둥거렸다. 일을 끝낸후 준걸은 갑녀의 귀에 입을 대고 소곤거렸다. 《갑년 생각보다 썩 좋았소! 다시 더 만나고싶은 생각이 든단말이요!》 갑녀자신도 준걸을 자꾸 만나고싶었은 심정이였지만 시침을 떼고 으름장을 놓았다. 《절 노리개로 생각하지 마세요. 전 숫처녀예요! 숫처녀를 다쳤으면 책임져야 해요. 알겠어요?》 《어…》 준걸은 어물거리며 물러갔다. 갑녀는 웃음집이 흔들거렸다. 천총재가 돌아오자 갑녀는 남몰래 천총재를 찾아가서 울상을 했다. 《흐흑…천총재님, 전…전…어쩌면 좋아요?》 《아니, 왜 그러우?》 《준걸이가 제 몸을…흐흑…전 처녀몸인데…》 《뭐? 그 녀석이?! 짐승같은…》 분개한 천총재는 동정의 눈길로 로처녀를 바라보았다. 《이미 엎지른 물인데 어쩌겠소. 그 녀석더러 손해배상이나 하라지.》 《안돼요!》 《그럼 법에 고발할 작정이요?》 《아니…그게 아니고…전 이미 그의 사람이 됐는데…그도 홀몸이고 하니 그럴바엔…》 《오—알만하오!》 그제야 천총재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빙그레 웃었다. 갑녀를 돌려보낸 천총재는 준걸이를 불러들였다. 《자네 무슨 짓을 저질렀어? 엉?!》 천총재가 노한 눈길로 쏘아보자 준걸은 가슴이 섬찍했다. 갑녀가 마님과의 일을 고자질한게 아닐가? 속이 조마조마해서 찍소리도 못하고있는데 천총재가 좀 누그러든 어조로 말을 잇는것이였다. 《자네 홀몸으로 지내고있으니 그런 생각이 나기도 하겠지만 남자대장부가 일을 저질렀으면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할게 아니요?》 《예! 예!》 준걸은 죄지은 몸인지라 연신 허리를 굽신거렸다. 《자네도 어차피 재혼해야 될 몸이고 갑녀도 착실한 녀자이니깐 둘이 결혼하라구!》 준걸은 썩 내키지 않았으나 갑녀한테 꼬리를 잡힌 몸인지라 대답하지 않을수 없어서 《예! 예!》하고 물러나왔다. 갑녀와 준걸은 끝내 결혼했다. 결혼후 준걸은 서마님 생각이 간절했으나 갑녀의 눈이 무서워서 어쩔수 없었다. 그런데 이상한것은 천총재가 출장만 가면 참지 못하고 달려들던 서마님이 은근히 눈짓해도 못본척 피해버리는 그것이였다. 날이 감에 따라 준걸은 갑녀한테 점점 정이 들었다. 갑녀의 극진한 사랑에 감동되여 서마님을 차츰 잊었다. 그러던 어느날 준걸은 서마님이 큼직한 선물꾸레미를 들고 자기와 갑녀가 살고있는 방으로 들어가는것을 보았다. 궁금해난 준걸이가 따라 들어가려는데 안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아이, 마님두, 뭘 이리 많이…》 《이런거야 뭐 아무것도 아니지. 난 갑녀한테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모르겠소. 우리 집 량반이 갑녀가 가져온 약을 쓴후로 청춘을 다시 찾았으니…》 두 녀자가 주고받는 말을 들은 준걸은 서마님이 자기를 찾지 않는 영문을 알수 있었다. 그날밤 준걸은 갑녀를 끌어안고 짐짓 노여운척 했다. 《왜 그런 령약을 천총재님만 대접시키고 이 남편한테는 안 권했지?》 《아이참, 당신은 약을 쓰지 않아도 이렇게 대단한데 약까지 쓰면 제가 어찌…》 익은 꽈리같이 빨개진 얼굴에 정찬 웃음을 담고있는 갑녀의 모습이 준걸의 눈에는 서마님의 얼굴보다 더 이쁘게 느껴졌다.  
30    소름이 끼치는 마귀의 소굴 76호 댓글:  조회:6806  추천:1  2013-11-17
소름이 끼치는 마귀의 소굴 76호   (번역)     76호는 한번 들어가면 살아서 나올수 없다는 한간특무조직의 소굴이였다. 이렇게 무시무시한 공포의 소굴인 76호는 수많은 항일투사, 공산당원, 진보인사, 신문일군 등 일본과 한간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랍치하고 암살했으며 잔혹하게 고문하고 학살했다. 1939년에 상해주둔 일본령사관의 추천에 의해 이미 일본에 투항한 원 국민당특무와 일본군부의 대표 도이하라 겐지(土肥原贤二)가 만나서 “상해특공계획”을 제출했는데 일본대본영의 중시를 받았다. 일본대본영에서는 “정묵촌(丁默邨)일파의 특무사업을 원조할데 관한 훈령”을 내려보냈다. 일본군부는 1939년 5월에 상해에서 괴뢰정권을 세우고 리사군(李士群), 정묵촌특무본부와 왕정위괴뢰본부를 합류시켰다. 왕정위괴뢰 국민당제6차대표대회에서 왕정위괴뢰국민당중앙집행위원회 특무위원회 특공총부를 정식으로 성립하고 특무위원회주임위원을 따로 임명했다. 그리고 정묵촌을 부주임위원으로, 리사군을 비서장으로 임명했다. 또 정묵촌을 특공총부 주임으로, 리사군과 당혜민(唐惠民)을 특공총부 부주임으로 임명했다. 1939년 9월 5일에 왕정위괴뢰정권의 특무조직인 중국국민당중앙집행위원회 특무위원회가 상해에서 성립되였다. 그전에 한간 정묵촌과 리사군은 일본군부의 지시를 받고 특무조직을 세우고 상해 대서로(大西路)의 76호에 특무조직기구를 설립했다. 그후 활동하기 불편하다는 원인때문에 일본특무조직에서 극사비이로(极司菲尔路) 에 위치한 76호를 특무활동장소로 정했다.   76호의 창시자는 리사군이였다. 민국10대한간중의 한 놈인 리사군은 일찍 공산당에 가입했고 구쏘련에 가서 류학했다. 그후 국민당에 체포된 그는 국민당의 중통특무로 되였다. 1938년에 또 일본특무기관에 투항하여 정보를 수집하는 한간으로 되였다. 상해를 점령한후 상해를 통제하기가 급해난 일본군은 돈과 무기를 내여 리사군에게 될수록 빨리 한간특무조직을 세울것을 명령했다. 자신의 영향력이 부족함을 느낀 리사군은 달갑게 한간으로 되려는 정묵촌을 청했다. 정묵촌은 군통과 중통의 이중간첩이였다. 리사군과 정묵촌은 특무망을 통해 달갑게 일본에 투항하려는 군통과 중통의 특무들을 골간으로 하고 지방깡패들을 졸개로 하는 한간나부랭이들을 끌어모아 상해의 대서로 76호에 특무조직을 세웠다. 그후 활동의 편리를 위해 일본특무기관인 “매기관(梅机关)”의 중좌급특무가 극사비이로의 76호에 자리잡은 원 안휘성주석 진조원의 공관을 정묵촌, 리사군의 특무조직 주둔지로 정했다. 1939년 5월에 나라를 배반하고 일본에 투항한 왕정위가 상해에 와서 괴뢰정권을 세울 준비를 했다. 일본침략군은 왕정위괴뢰정권의 실력을 증강하기 위해 정묵촌, 리사군의 특무조직을 왕정위에게 주어 리용하게 했다. 세력이 약했던 왕정위는 이 특무조직을 자신의 괴뢰통치를 실시하는 지주의 하나로 삼았다. 76호내에는 시부야준위를 통령으로 하는 일본헌병분대가 있었는데 그들의 직책은 76호의 한간특무들을 감시하는것이였다. 76호에서 큰 행동을 할 때마다 사전에 일본특무기관에 통지해야 하며 전반행동은 일본특무기관에서 파견한 특무들의 감독을 받아야 했다. 항일전쟁이 시작된지 이미 1년이 지난 1938년에 곳곳에서 참담하고 어두운 구름이 드리웠지만 유독 상해의 영국조계지와 프랑스조계지만이 외국인의 세력에 의거하여 여전히 전쟁의 화를 입지 않고있었다. 게다가 국민당의 2대특무기구인 군통과 중통이 상해에 대량의 특무를 잠복시켜 한간과 일본인을 암살해 일본인들에게 매우 큰 타격을 주었다. 그런 상황이였지만 일본특무기구인 특고과는 상해에서 근본 그 작용을 발휘할수 없었다. 이때문에 골치를 앓고있던 일본특무두목 도이하라 겐지는 군통과 중통과 같은 특무조직인 왕정위괴뢰정권의 76호를 세울 생각을 하게 되였다. 또 한방면으로는 당시 국민당 부총재인 왕정위가 일본에 투항하여 윁남으로 도망가자 군통특무두목 대립은 왕정위를 암살하기 위해 천진특무소의 19명 특무를 윁남에 파견하였다. 결과 왕정위의 비서가 암살당하고 왕정위는 살아남게 되였다. 이 사실로부터 왕정위의 중요성을 알게 된 일본인들은 왕정위의 이름을 빌어 한간특무조직인 76호를 세웠다. 76호가 갓 세워졌을 때 사람이 모자랐기에 리사군은 청방의 최고우두머리 두월생(杜月笙)을 찾아가서 도와달라고 했다. 하지만 두월생의 거절을 받았다. 그후 리사군은 청방의 두목 계운경(季云卿)을 찾아갔다. 계운경이 한간으로 되기를 원했기때문에 그의 제자들이 76호의 개다리로 되였다. 특무위원회의 주불해(周佛海), 정묵촌, 리사군은 왕정위의 직접적인 지도를 받으면서 특무들을 지휘하여 조금의 인간성도 없는 38가지의 잔혹한 고문방법을 만들어냈다. 그 고문형에는 묶어놓고 때리는것, 호랑이의자(고문용의자의 하나)에 앉게 하는 고문, 고추물을 먹이는 고문, 전기고문, 쇠침으로 찌르는 고문, 반공중에 묶어놓고 강한 해볕을 오래 쪼이게 하는것, 지하감옥, 물감옥 등이 있었다. 76호특무들은 사회상에 공포의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가로등아래에 피가 뚝뚝 떨어지는 사람머리를 걸어놓기도 하고 위협대상자의 집안에 끊어진 손과 발을 던지기도 하는가 하면 또 위협대상자의 문에 비수를 꽂아넣기도 하고 탄알을 넣은 협박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뒤를 따르다가 인질을 랍치하는것은 보통일이였다. 1939년부터 1943년까지의 기간에 76호특무들이 저지른 암살, 랍치사건은 3000여건에 달했다. 76호는 일본인들을 위해 큰 공을 세웠다. 하지만 그들의 두목 리사군은 도리여 일본인들의 손에 죽었다. 태평양전쟁이 폭발된후 일본은 새로운 침화정책(侵华政策)을 추진했다. 태평양전쟁에 수요되는 전략물자를 얻기 위해 일본은 왕정위괴뢰정권을 강화하고 상해대자산계급을 위로해야 했다. 일본은 또 조계지에 진입한후 혼란한 상황이 생기는것을 바라지 않고 국면이 안정되기를 바랐다. 때문에 76호에서 계속 제멋대로 못된 짓을 하는 자는 일본인의 리용가치를 잃게 되였다. 그러나 그 시기에 76호의 세력은 이미 강대하게 되여 일본들이 배척하기 쉽지 않았다. 일본인들이 더는 자신의 뒤심이 되여주지 않는것을 눈치챈 특무두목 리사군은 자신의 퇴로를 남겨두기 시작했다. 그는 국민당군통특무들과 련계하여 군통의 행동에 도움을 주는 한편 공산당의 지하일군들이 상해에서 철수하는데 도움을 주겠다고 표시했다. 중경의 국민당군통특무들은 리사군이 공산당인사를 도와준다는것을 알게 된후 후환을 방지하기 위해 리사군을 제거하기로 결정했다. 동시에 일본특무조직에서도 자신들이 기르던 리사군이란 이 개가 꼬리가 너무 커서 주인의 말을 잘 듣지 않는것을 보고 이런 개를 더 기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일본특무조직과 군통특무조직은 합작하여 리사군을 제거할 계획을 세웠다. 1942년에 일본헌병대는 먼저 리사군의 심복이며 76호의 경위대 대장인 오세보(吴世宝)를 독살했다. 1943년 9월에 상해의 일본헌병대 특고과(特高课) 과장 오까무라(冈村)는 집에 술자리를 마련해놓고 리사군을 청했다. “당신이 군통의 웅검동(熊剑东)과 모순이 있는것을 알고있네. 내가 웅검동을 불렀으니 우리 집에 와서 한잔하면서 두 사람이 화해하게나.” 리사군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으나 가지 않을수 없었다. 오까무라는 리사군에게 독약을 넣은 소고기과자를 권했다. 리사군은 사전에 일본인이 권하는 음식을 먹지 않겠다고 마음먹었으나 오까무라가 간곡하게 권하는 바람에 하는수없이 한입을 먹었다. 그리고 화장실에 가서 토했지만 일본인이 사용한 독이 너무 강해서 소용이 없었다. 리사군은 집에 돌아와 이틀동안 앓다가 죽고말았다. 리사군이 죽은후 76호내의 크고 작은 두목들은 서로 권력다툼을 하다가 결국 조직이 와해되고말았다. 그후 76호는 개조되고 왕정위괴뢰특공총부는 최소되였다. 그리고 따로 정치보위국이 세워지고 그 밑에 제1국과 제2국을 두었다. 제1국은 의연히 원래의 76호에 자리잡았지만 권세는 이전처럼 강하지 못했다. 1944년 11월에 왕정위는 일본에 가서 병치료를 받다가 죽었다. 그러자 한간특무조직은 약화되였다. 1945년 8월에 일본이 무조건 투항을 하자 76호도 철저하게 멸망되였다. 76호에서 악행을 일삼던 한간특무두목 정묵촌은 1947년에 총살당했다. 나머지 중층두목인 소성덕, 양걸 등도 징벌을 벗어나지 못하고 총살당했다.         
29    로씨야미녀들이 시집오는 마을 댓글:  조회:8522  추천:1  2013-11-17
로씨야미녀들이 시집오는 마을   (번역)     길림성 서란시 소성진 사합촌은 가난했던 탓에 총각들이 장가를 못가서 《로총각촌》으로 불리웠다. 그런데 이 몇년래 이 마을 총각들은 선후로 22명의 로씨야(한국어로는 러시아)미녀들을 안해로 맞아들여 이 마을은 또 《로씨야색시촌》으로 유명해졌다. 사합촌의 총각들은 학력도 높지 않고 지위도 없고 금전도 많지 않은데 어떻게 외국미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가? 1977년 길림성 서란시 소성진 사합촌에서 출생한 리동평은 용모가 영준하고 본성이 소박하고 성실했지만 집이 가난하여 시집 오자는 처녀가 없었다. 2000년초 리동평은 로씨야장사가 돈을 많이 번다는 소문을 듣고 여기저기에서 1만원의 출국비용을 빌려가지고 출국수속을 밟았다. 그해 3월에 로씨야 뿌스꼬브주의 수부 뿌스꼬브시에 도착한 그는 이곳의 기후가 습하여 바퀴벌레가 빨리 번식하지만 바퀴벌레를 퇴치하는 약이 모자라는것을 발견했다.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 그는 바퀴벌레퇴치약을 팔아서 돈을 모았다. 이때 그는 로씨야 사람들과 간단한 대화를 할수 있었지만 이곳에 발을 붙이고 크게 해보려면 로어를 정통해야 한다는것을 깨닫고 시간을 짜내여 로어를 배우려고 마음먹었다. 어느날 뿌스꼬브도서관에 찾아간 리동평은 책을 빌려다 자습하려고 했지만 어느 책을 선택해야 할지 몰랐다. 이때 한 미모의 로씨야처녀가 그의 곁으로 다가와 《제가 도와드릴가요?》하고 열정적으로 물었다. 미녀의 달콤한 말에 그는 일시 어떻게 대답했으면 좋을지 몰랐다. 처녀는 그의 마음을 읽었는지 책꽂이에서 로어기초지식에 관한 책을 몇권 뽑아주면서 내용을 차근차근 설명해주었다. 예쁜 로씨야처녀의 열정에 그는 각별한 친절감을 느꼈다. 며칠후 책을 바꾸러 도서관으로 간 그는 그 처녀를 다시 만날수 있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날 그 처녀는 출근하지 않았다. 사처에 수소문해보았더니 그 쳐녀는 이름이 유리찌와이고 23세인데 모스크바대학을 갓 졸업했다는것이였다. 리동평은 련며칠 일손을 놓기만 하면 도서관으로 달려갔는데 마침내 유리찌와를 다시 만나게 되였다. 그를 만난 유리찌와는 방그레 웃으면서 반갑게 맞아주었다. 원래 유리찌와는 그를 처음 만났지만 그에게 호감을 가지고있었던것이다. 많은 젊은이들이 음주, 흡연에 빠져 독서를 하지 않고있는 현실인데 배움에 진취성을 가지고있는 중국총각을 보자 그녀는 호기심을 가지게 되였던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저녁에 만나자는 리동평의 요청을 통쾌하게 수락했던것이다. 그날 저녁 식당에서 만나 함께 식사하면서 리동평은 유리찌와에게 로씨야에서 겪은 자신의 경력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유리찌와는 호김심에 차서 들으면서 이 눈앞에 앉아있는 이국청년의 근면하고 분발하는 정신에 깊이 감복되였다. 그후 두 사람은 자주 만나 리상과 인생에 대해 담론했고 료해가 깊어지면서 서로 사랑하게 되였다. 그런데 유리찌와의 부모가 이 일을 안후 결결히 반대했다. 그때문에 몹시 고민하던 유리찌와는 감기에 걸렸으나 출근을 견지했다. 그 소식을 들은 리동평은 도서관으로 뛰여가서 기침을 몹시 하면서 고열이 나는 유리찌와를 업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그녀곁을 한발작도 떠나지 않고 살뜰하게 보살펴주었다. 이에 감동된 유리찌와는 《사랑은 민족도 없고 국계도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 이렇게 훌륭한 남자친구를 잃으면 내가 한평생 후회하게 될것이야》라고 생각했다. 그후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그를 더욱 깊이 사랑했다. 유리찌와의 부모도 중국총각이 딸을 진심으로 사랑하고있는것을 보고 그들의 결혼에 동의했다. 2003년 크리스마스전날밤 유리찌와의 부모는 로씨야의 풍습대로 딸과 리동평을 뿌스꼬브교회당으로 데리고 가서 결혼식을 올리게 하였다. 결혼후 리동평은 음력설을 쇠기 위하여 색시를 데리고 귀국하여 떠난지 3년이 되는 고향으로 돌아왔다. 사합촌사람들은 리동평이 금발의 아름다운 로씨야대학생색시를 데리고 온것을 보고 모두들 부러워하면서 탄복했다. 리동평이 로씨야미녀를 색시로 맞아온것을 본 사합촌의 총각 정우는 너무도 부러워 로동평을 찾아와서 자기도 로씨야로 데리고 가달라고 졸라댔다. 2004년봄 리동평부부는 정우를 데리고 로씨야 땅을 밟았다. 리동평은 정우에게 친구를 도와 일하도록 배치해주었다. 2004년 9월 4일 저녁 하루일을 끝마치고 거처로 돌아가던 정우는 갑자기 한 처녀가 다급하게 질러대는 고함소리를 듣게 되였다. 소리 나는 쪽으로 달려가보니 두 강도가 칼을 빼들고 한 처녀를 강탈하고있었다. 순간 그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번개같이 달려가 강도와 박투했다. 한놈을 넘어뜨렸지만 다른 한놈의 칼에 등을 찔리고말았다. 하지만 그는 결사적으로 몸을 돌려 칼을 든 강도와 맞써 싸웠다. 두 강도는 칼에 상처를 입고서도 용감하게 싸우는 그를 보자 겁에 질려 줄행랑을 놓았다. 강도를 쫓아가려던 정우는 머리가 무거워지면서 그 자리에서 혼절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정신을 차린 정우는 자신이 병원의 침대에 누워있고 곁에는 한 로씨야미녀가 앉아있는것을 발견했다. 로씨야미녀가 서투른 중국말로 《깨여나셨군요. 어제 당신이 절 구해주지 않았더라면 전…》하고 말해서야 정우는 눈앞의 이 미녀가 지난밤 자신이 구한 녀자라는것을 알았다. 그는 강도들과 박투하느라고 그 녀자가 어떻게 생긴 녀자인지 여겨보지 않았던것이다. 로씨야미녀는 《전 소비야라고 부르는데 중국에서 류학하고 돌아와서 지금 중학교에서 교편을 잡고있어요》하고 자기 소개를 했다. 정우는 미녀가 떠날념을 하지 않는것을 보고 미안하여 《난 이미 위험에서 벗어났으니 어서 출근하오》하고 독촉했다. 그러자 소비야는 《당신이 목숨을 걸고 날 구해주다가 부상을 입었는데 제가 당신을 돌보지 않아서야 되겠어요? 전 이미 학교에서 일주일휴가를 맡았어요.》하고 말하더니 그를 보살펴주기 시작했다. 로씨야녀인의 매력적인 웃음은 약품보다 더욱 치료효과가 좋았다. 비록 소비야는 불행한 혼인사가 있었지만 정우는 그녀가 너무 좋았다. 소비야는 정우의 몸이 거의 회복된것을 보고 병원을 떠나 부모가 있는 우쑤리스크로 떠났다. 그녀는 정우에게 호감을 가지고있었지만 불행한 혼인경력때문에 사랑을 믿지 않게 되였고 다시 사랑의 감정에 빠지는것을 두려워했던것이다. 소비야가 떠난후 정우는 퇴원하자마자 그녀를 찾아다녔다. 그러나 학교에도 집에도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유리찌와한테서 소비야가 우쑤리스크로 갔다는 말을 들은 정우는 곧 기차를 타고 그녀를 찾아갔다. 소비야는 천리길로 멀다하지 않고 우쑤리스크까지 찾아온 정우를 보자 더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그의 품에 안겨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2005년 정우까지 로씨야미녀를 색시로 맞아 데리고 오자 온종일 술이나 마시고 마작이나 놀면서 세월을 보내던 사합촌총각들은 정신을 번쩍 차리게 되였다. 마을의 마흔살 되는 로총각 등초까지 마음이 움직여 로싸야장사길에 나섰다. 뿌스꼬브에 도착하자 리동평이 그에게 기차역에서 물건 나르는 일을 소개해주었다. 어느 한번 등초는 텔레비죤을 나르다가 발이 미끌면서 델레비죤을 손에서 놓지게 되였다. 그는 황급히 몸으로 땅바닥에 떨어지려는 텔레비죤을 막았다. 비록 몸이 상했지만 물건주인인 로씨야녀자의 신임을 얻었다. 이 로씨야녀자는 쟈나라고 부르는데 사망한 남편이 진 빚을 물기 위해 텔레비죤장사를 하고있었다. 그녀가 혼자서 고생하는것을 본 등초는 반년동안 품팔이를 하여 모은 돈을 그녀에게 주면서 먼저 빚을 물라고 했다. 쟈나는 중국총각의 소행에 몹시 감동되였다. 후에 등초가 로씨야녀자를 안해로 맞으려한다는 말을 들은 그녀는 주동적으로 빚을 다 갚은후 그한테 시집을 가겠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등초는 기뻐서 함께 빚을 갚은후 결혼하자고 했다. 2006년 가을 등초는 쟈나를 데리고 고향에 돌아와서 결혼식을 올렸다. 등초와 쟈나가 결혼한지 얼마 안되여 사합촌의 총각 손대광, 사지굉, 조영지, 동빈 등도 련이어 로씨야처녀를 데리고 와서 결혼했다. 현재까지 사합촌총각들은 22명의 로씨야미녀들을 안해로 맞아들였다. 로씨야색시들이 모여들면서 사합촌은 정신면모가 일신되였고 경제적으로도 부유한 촌으로 변했다. 사합촌의 22명 총각들이 로씨야미녀를 안해로 맞아들였다는 소식이 동북대지에 퍼지자 외국에 나가 품팔이를 하려는 숱한 로총각들이 비결을 알려고 찾아왔다. 사합촌이 삽시간에 《로씨야색시촌》으로 유명져 인기를 끌고있는데 사합촌총각들이 련애에 성공한 그 비결이 무엇일가? 사합촌총각들은 학력도 높지 않고 지위도 없고 금전도 많지 않은데 그들의 몸에 도대체 무슨 매력이 있어 로씨야처녀들이 다투어 시집오고있는것일가? 하지만 사합촌총각들에게는 별다른 비결이 없었다. 딱히 비결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부지런하고 알뜰한 일본새, 선량하고 충직한 마음 그리고 고상하고 소박한 품성과 용감하게 분발하려는 정신이라고 할수 있다.   
28    똥령감의 승리에서 받은 계시 댓글:  조회:7115  추천:5  2013-11-14
똥령감의 승리에서 받은 계시   김희수   지금으로부터 20여년전의 일이다. 그때는 룡정에 대부분이 단층집이였고 볼일도 밖에 지어놓은 공중변소에 가서 보아야 했다. 지금은 집집마다 집에서 볼일을 보고 이름도 우아하게 화장실이라고 부르지만 그때는 변소, 뒤간, 측간이라고 불렀다. 어떤이들은 로골적으로 “똥쓰깐”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런 변소는 내려다보면 사람키보다 더 깊은 곳에 배설물이 한눈에 보였고 지독한 구린냄새가 코를 찔렀다. 이런 환경이였지만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때문에 느긋이 앉아서 일을 볼수 없었다.     말이 나온김에 변소줄에 대해 한마디 하련다. 남새(한국에서는 채소 또는 야채라고 함)를 사도 줄을 서고 물을 길어도 줄을 서야 했던 그 시절에는 소개신과 뒤문치기가 은을 냈지만 유독 변소줄만은 효과를 보지 못했다. 제 아무리 시장어른이라고 해도 앞에 줄을 선 사람 먼저 들어갈수 없었다. 법률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하다는 말은 듣기 좋은 말에 불과하지만 변소줄앞에서는 누구나 다 평등하다는 말은 조금의 거짓도 없는 진실이다.   화제가 변소이니 변소에 대해 계속 말해보자. 이 변소를 청소하는 인물이 바로 이 글의 주인공이다. 룡정에서 있은 일이지만 구체적으로 어느 변소라는것은 여기서 밝히지 않으려고 한다. 아무튼 이 변소를 청소하는 인물이 있었는데 50대의 한족 사내였다. 그 사내의 이름이 무엇인지 모른다. 조선족들은 모두 그 사내를 “똥푸개령감”이라고 부르다가 간략해서 “똥령감”이라고 불렀다. 사실 인분을 퍼가는 차량(손잡이뜨락또르)이 따로 있었으니 엄격하게 말하면 그를 “똥푸개”라고 부르는것이 맞지 않는 말이다. 응당 “변소간청소부”라고 불러야 할것이다. 지금말로 하면 “화장실청소부”라고 해야 할가?   키가 작달막하고 사시장철 누런 군복에 남색바지를 받쳐 입고 다니는 이 똥령감은 다른건 잘 몰라도 변소청소만은 깨긋하게 잘 했다. 그리고 여가에는 얼음과자(冰棍)를 팔군 했다. 조선족들은 더럽다고 안 사먹었지만 한족들은 잘도 사먹군 했다. 아마도 아이 셋을 데리고 고정직업이 없이 살아가는 그를 동정했던가보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똥령감한테 위기가 닥쳐왔다. 위생부문에 근무하는 어떤 사람의 가족이라고 하는 녀인에게 “밥통”을 빼앗겼던것이다. 변소청소도 뒤문치기가 있었던 모양이다.   “밥통”을 빼앗긴 똥령감은 어디 해볼데가 없었지만 자신의 생계를 위해 눈물겨운 “투쟁”을 시작했다. 아무것도 가진게 없는 그의 투쟁방식은 그 녀자변소청소부가 하는 일을 방해하는것이였다. 어떻게 방해했느냐 하면 참 웃다가 배꼽이 빠질 일이였다.   변소에서 뒤를 볼 때 일부러 똥이 구멍으로 내려가게 하지 않고 발을 딛는 디딤대에 놓이게끔 싸댔던것이다. 그리하여 다른 사람이 발을 딛고 들어설수 없게 만들었다. 심술이라면 심술이였다. 처음에 사람들은 어떤 어린이가 명중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그런 실수를 한것으로 알고 똥이 있는 곳을 딛지 않게 조심하면서 앉아서 일을 보군 했다. 그런데 날마다 그런 일이 생기고 또 똥을 배설해놓은 곳과 량이 많아서 얼굴을 찡그리며 똥이 없거나 적은 칸이 나기를 기다려서 일을 보군 했다. 그러다보니 보귀한 시간을 변소에서 랑비하는 일이 많았다.   똥령감은 이렇게 발디딤대에 똥을 싸놓는 일을 근 반년동안 견지했다. 그것도 두 아들까지 동원해서 변소에 발을 디딜 틈이 없이 만들어놓았다.   이렇게 되자 녀자청소부가 골탕을 먹었고 사람들은 그녀가 청소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해당부문에 찾아가서 반영했다. 결국 해당부문에서는 하는 수없이 똥령감을 “복직”시켰다. 똥령감이 변소청소를 하게 되면서부터 변소는 다시 깨끗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이 똥령감의 승리에서 배워야 할점이 많다고 본다. 물론 똥령감이 남들에게 해되게 한것도 있었지만 그런 약간의 피해쯤은 용서해줄수 있는것이라고 할수 있다. 자신의 “밥통”을 되찾기 위해서 의지를 굽히지 않고 끝까지 싸우는 불굴의 정신이 보귀하다고 본다.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쓴다는 말이 있다. 우리가 외국에 나가 렴치불구하고 돈을 더럽게 벌어도 상관없다. 그 돈을 가족을 위해, 자식을 공부시키는데 혹은 투자하여 영업을 하는데 쓴다면 갚지고 보람있는 일이 아닐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27    중편소설 악마의 무덤 (6) 댓글:  조회:3095  추천:1  2013-11-10
  중편소설 악마의 무덤 김희수 6. 마지막 대결. 정신병원을 애처가 처가집 드나들듯했던 리광인에게 있어서 정신병원이야말로 가장 평화로운 곳이 아닐수 없었다 .여기는 요시다로를 대체할 방법을 연구하기 가장 합당한 장소였다. 하지만 민호에겐 지옥이나 다름없었다. 할아버지를 입원시켜면서 몇번, 그리고 이 병원의 의사인 안해를 찾아 몇번. 그렇게 원내에 발길을 들여놓았었으나 그때는 정신병환자들과 직접 접촉하지 않아 별로 무서운줄 몰랐다. 그러나 온종일 해괴망측한 정신병환자들속에 파묻혀 있는 지금은 모골이 송연하여 사지가 자꾸만 떨렸다. 그러나 기억력을 잃어버린 아버지를 생각할 때 이런 자신의 처지가 아무것도 아니였다. 민호는 놈들을 대체할 방법이 없을가고 생각해보았다. 공안국에 이 정황을 보고하여 놈들을 체포? 그건 될수 없는 일이다. 공안국에서 믿지 않을건 물론 믿는다고 해도 놈들이 빨간 단추를 눌러대면 무슨 방법이 있겠는가? 무장부대를 동원하여 놈들의 소굴을 폭파? 그것도 안될 일이다. 놈들이 아버지를 비롯한 숱한 일질을 잡아두고있는데 어떻게…전세계를 구하기 위해서 그들을 희생시키면서 폭파할수도 있겠지. 하지만 놈들이 낌새를 채고 빨간색, 파란색 단추를 눌러대면 아무리 신식무기로 무장한 백만대군이 포위해 들어간다 해도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어쩌면 좋을가? 어쩌면… 《할아버지. 아버지를 어떻게 합니까? 네?》 민수가 안타깝게 되뇌였으나 광인은 들었는지 말았는지 미동도 하지 않고 멍하니 앉아있었다. 《할아버지, 이러고있으면 어떻게 합니까? 요시다로놈이 할아버지의 발명을 리용해 숱한 사람들을 해치고있는데 방법을 대야지 않겠습니까?》 《….》 《할아버, 무슨 방법이 없겠습니까?》 《…》 《할아버지!》 민호가 큰 소리로 웨쳐서야 광인은 잠에서 깨여난듯 멍한 눈길로 민호를 바라본다. 《할아버지, 그 평화광선시계 만든게 더 없습니까?》 《왜 그래?》 《그걸 가지고 살그머니 그놈들한테 접근하여 그놈들의 기억력을 지워버리면 될게 아닙니까?》 《허지만 그 시계는 놈들이 훔쳐간 그 하나밖에 만들지 않았다. 이제 또 새로 만들자면 아무리 빨라도 3개월은 걸려야돼.》 《그럼 어떻게 합니까? 그동안 놈들이 손을 쓰는 날엔 끝장이 아닙니까?》 민호가 절망에 차서 부르짖었으나 리광인은 평온한 어조로 말한다. 《얘야, 손자며느리를 만나야겠다.》 이 병원의 의사인 민호의 안해가 그들을 보살펴주면서 바깥정보도 전해주군했다. 민호가 안해에게 일의 자초지종을 상세하게 알려줬던것이다.   후지꼬는 요즘 기다야마를 해치울 기회만 노리고있었다. 허지만 교활한 기다야마가 어찌나 경계하는지 손을 쓸수가 없었다. 한번은 커피에 몽혼약을 타서 권했더니 기다야마는 실수한체 하면서 커피잔을 땅바닥에 떨어뜨리는것이였다. 다른 방법은 없다고 생각한 후지꼬는 자기의 우세인 육탄공격을 들이대기로 작심했다. 어느날 밤, 여느 때보다 섹시한 몸차림으로 기다야마의 앞에선 후지꼬는 온갖 교태를 다 부리며 섹시한 몸짓을 해보였다. 그 요염한 자태에 몸이 달아오를대로 달아오른 기다야마는 성급히 후지꼬를 끌어안고 침대에 쓰러졌다. 후지꼬는 있는 재주를 다 부려 기다야마를 몇번이나 황홀한 쾌락의 극치로 치달아 오르게 했다. 만족의 미소를 짓던 기다야마는 지친듯 한옆에 쓰러져서 쿨쿨 코를 골아댔다. 《아버지!》 한참후 낮은 소리로 몇번 불렀으나 세상모르고 자고있는 기다야마는 대답이 없다. 몇번 건드려 보아도 반응이 없다. 그제야 후지꼬는 기다야마가 차고있는 평화광선시계에 손을 댔다. 가슴이 두근두근 뛰였다. 재빨리 벗겨내 손목에 차자 가슴이 든든해졌다. 이제는 기다야마를 깨워서 복수해야 했다. 그녀는 기다야마를 발길로 사정없이 걷어찼다. 기다야마가 눈을 떴다. 잠이 설깬 눈으로 후지꼬를 바라본다. 《일어나, 이 자식!》 후지꼬가 매섭게 호령하자 기다야는 얼떨떨해서 몸을 일으킨다. 《왜 이래? 후지꼬…》 《왜 그러냐고? 이 개종자야! 넌 내 순결을 짓밟고 날 노리개로 만들었지. 난 복수할테다! 난 널 나의 노예로 만들테다!》 《노예로 만들겠다고? 네가 어떻게 날 노예로 만들수 있니?》 《밥통같은 자식, 이걸로 말이다!》 후지꼬는 손목에 찬 시계를 가리켰다. 《널 잠들게 한후 벗겨낸거다. 이젠 알만하지? 이 멍청아!》 《으하하하!》 기다야마가 갑자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네가 나하고 겨뤄보겠다고? 어림도 없다. 후지꼬 이년!》 《이 개자식아! 이제 곧 내 노예로 될텐데 아직도 악다구니질이야!》 《흐흐, 이 년아. 네가 어디 재간이 있으면 날 노예로 만들어봐! 어서!》 《개자식!》 성난 후지꼬가 시게의 암호수자를 눌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무런 신호도 없었다. 급히 빨간 버튼을 눌렀으나 아무런 빛도 나가지 않았다. 후지꼬는 당황해났다. 《아니? 이건?》 《으흐흐. 이년, 그건 가짜야! 난 언녕 네년이 딴 심보를 품을줄 알고 몰래 가짜를 만들어 밤에 잘 때 차군했어. 이 기다야마가 아무리 녀색에 미쳤다해도 녀자와 한 잠자리에 들 때까지 시계를 차고있을 바보는 아니야. 난 워낙 네년을 해치지 않으려고 했는데 안되겠어. 널 죽이긴 아까우니 내 성노예로 만들어야겠어!》 《아! 난 왜 가짜란걸 생각 못했을가? 왜…》 랑패상이 된 후지꼬가 절망에 차서 부르짖자 기다야마가 득의양양하게 웃어댔다. 《넌 나하고 겨루려면 멀었어. 아직 50년은 배워야해.!》 《으하하하!》 그때 난데없는 웃음소리가 나더니 침대밑에서 웬 늙은이가 기여나왔다. 《아, 귀신!》 그 늙은이를 본 기다야마와 후지꼬는 모골이 송연하여 온몸을 떨어댔다. 《아버지, 제가 아버지를 죽인건 고이적이 아니니 용서해주십시오! 아버지의 시체를 다시 잘 묻어주겠으니 제발 돌아가주십시요!》 기다야마가 무릎을 꿇고 애걸하자 후지꼬도 두 손을 맞잡고 빌었다. 《할아버지 할아버지를 살해한건 아버지니깐 저하곤 상관없어요. 절 해치지 마세요!》 《으하하하!》 요시다로가 음산하게 웃으며 후지꼬 앞으로 한발작한발작 다가갔다. 혼비백산한 후지꼬는 비실비실 뒤걸음쳤다. 후지꼬를 벽 가까이 밀고간 요시다로는 홱 몸을 돌리더니 독기어린 눈길로 기다야마를 노려보았다. 《이 배은망덕한 자식! 길러준 제 애비를 죽인단 말이야!》 《잘못했습니다. 아버님! 제가 아버님 제사를 정성껏 지내드리겠습니다.!》 《꿈 깨라, 이 자식아! 이 세상에 귀신이 어디 있다고 그래. 난 죽지 않았다!》 《네?》 그때까지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고있던 기다야마가 벌떡 몸을 일으키며 머리를 쳐들었다. 그리고 혼자말처럼 중얼거렸다. 《난 분명 칼로 찔렀는데…》 《이놈! 난 네가 조만간에 나쁜 심보를 품고 날 해칠줄 알았어. 그래서 미리 방비하고있었지. 넌 영화에서 칼로 가슴을 찌를 때 피 흘리던 장면을 구경한적 있지? 난 바로 그렇게 영화에서처럼 가짜로 죽은체 했을뿐이야》 《아! 그때 죽음을 확인해야 되는건데…》 《네 실수는 그것뿐이 아니다. 호텔의 노예들은 워낙 나의 노예였다. 널 작은 주인쯤으로 알고있었지. 그 때문에 난 쉽게 이 방에 기여들수가 있었다. 난 네가 잠든 기회에 그 평화광선시계를 빼내려고 몰래 침대밑에 기여든거야. 그런데 넌 후지꼬를 방비하기 위해 진짜 평화광선시계는 침대밑에 감추었지. 난 그걸 더듬어 내여 손목에 찬거야.》 《아, 난 왜 그런 실수를 했을가?》 《이놈아, 너야말로 나하고 겨루려면 멀었어. 5백년은 더 배워야돼!》 《잘못했습니다! 아버지, 한번만 용서해주십시오!》 《으하하하! 이 못난 놈아. 난 너같은 바보가 아니야. 널 노예로 만들어 후환을 없애야지!》 요시다로는 기다야마를 향해 빨간 단추를 눌렀다. 기다야마가 비툴거리다가 쓰러지는것을 보고 후지꼬가 부들부들 떨며 애원했다. 《할아버지 절 해치지 마세요. 전…》 《으흐흐. 요 귀염둥이! 널 해치지 않을테니 안심해라.》 《할아버지, 저놈을 저의 노예로 만들어주세요.》 《응 그래 너의 노예로 만들어줄테니 싫컷 분풀이해라.》 《고마워요!》 《으흐흐. 고마우면 태도표시가 있어야지?》 요시다로는 음험하게 웃으며 후지꼬를 끌어안았다. 후지꼬는 싫은대로 늙다리의 품에 안기지 않을수 없었다. 승냥이를 제거하니 늑대를 만난 셈이다. 기다야마를 노예로 만든후 요시다로는 후지꼬를 안고 침대에 쓰러졌다. 요시다로는 99세의 늙은이답지 않게 후지꼬를 완벽하게 다루었다. 요시다로의 드센 공격에 후지꼬는 깜짝 놀랐다 .후지꼬는 요시다로가 사내구실을 못하는줄 알고있었다. 그녀가 양아버지 기다야마에게 정조를 빼앗긴지 얼마 안되는 어느날, 요시다로가 그녀를 불러들었다. 방에 들어서자 요시다로는 다짜고짜로 옷을 벗으라고 호령했다. 그녀는 와들와들 떨며 옷을 벗었다. 그런데 그녀가 몸에 실한오리 남기지 않고 홀딱 벗었지만 요시다로는 그녀몸에 손을 대지 않았다. 그저 퀭한 눈으로 그녀의 알몸을 바라볼뿐이였다. 그후부터 요시다로는 짬만 있으면 그녀의 라체를 감상하군 했다. 《한번만 더…》 요시다로는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 후지꼬를 몇번이나 못살게 굴었다. 요시다로는 말한대로 기다야마를 후지꼬의 노에로 선물했다. 후지꼬는 날마다 채찍질로 노예인 기다야마를 학대했다. 그리고도 분이 풀리지 않은 후지꼬는 끝내 기다야마를 칼로 찔러 죽이고야 말앗다. 《너 정말 독하구나.》 요시다로가 후지꼬를 흘겨보며 말했으나 그건 책망하는 말투는 아니였다. 《할아버지를 살해하려고 한 이런 망나닌 죽어 마땅해요!》 《이제부터 날 할아버지라고 부르지마.》 요시다로가 갑자기 눈을 부라리며 소리쳤다. 그러자 후지꼬는 요시다로의 목을 끌어안고 애교를 떨어댔다. 《아이참. 그럼 서방님이라구 불러요?》 《이년! 난 세상의 통치자야! 이제부터 날 천황님이라고 불러야한다 알겠니?》 《알았어요. 천황페하!》 《으흐흐. 그래, 그래야 하지! 난 지구상의 60억인구를 모두 내 노예로 만들테야!》 요시다로는 지구의를 빙빙 돌려대며 계속 지껄였다. 《히틀러가 통일하지 못한 천하, 우리 천황님이 이룩하지 못한 위업을 내가 총 한방 쏘지 않고 통차지하게 되였지! 이제 내 한마디 호령이면 이 지구덩이가 벌벌 떨거란 말이다! 으하하하!》 《할아버지…아니, 천화페하! 천하를 통일하는 행동을 언제부터 시작 하겠어요? 말로만 해서야 무슨 쓸데 있어요. 빨리 손을 써야지요!》 《으흐흐. 요년! 내게 생각이 다 있다. 난 성탄절을 맞으며 행동을 시작하겠다. 크리스마스 전날밤, 이 호텔의 옥상에서 동서남북을 향해 빨간 단추와 파란 단추를 누룰거야. 그 다음 화려한 연회를 베푼뒤 비행기를 타고 지구를 한바퀴 돌면서 두개의 단추를 눌러 댈거야! 아, 그때면 이 천하가 통째로 내것이 될거야! 으하하하!》 《축하해요. 천황페하!》 《으흐흐. 날 축하해줄 놈이 또 있지. 난 그날 리광인과 그의 손자녀석을 옥상에 청해놓고 내가 천화를 통일하는 행동을 직접 구경하게 할테야! 그 다음 그놈들을 몽땅 죽여버릴테야! 그리고 한 놈이 있지. 시계요꼬의 아들-그 평화녀석도 함께 없애버릴거야! 아아! 얼마나 통쾌한 일이냐!》 민호는 놀랍고도 신기한 눈길로 리광인이 만들어낸 물건을 바라보았다. 물건의 모양은 손전등과 흡사한데 반사경이 적, 황, 남 3색으로 되여있었다. 리광인이 버튼을 누르자 3색의 령롱한 빛이 번쩍번쩍 빛났다. 《할아버지, 성공입니까?》 《그래, 성공이다!》 《야! 인젠 됐군요!》 민호는 너무도 기뻐 손벽을 쳤다. 모든게 끝장난줄 알았는데 할아버지가 그동안 정신병원의 특수한 방에서 제4대 P․C평화광선반사경을 발명했던것이다. 할아버지는 제4대가 능히 제3대를 제압할수 있다고 알려주었다. 이제 세계는 구원된것이다. 민호는 뜨거운 눈물로 흘리며 한스럽다는듯 말했다. 《할아버지, 왜 좀 더 일찍 만들어서 그 놈들이 죄행을 저지르지 못하게 막지 못했습니까?》 《제4대는 연구한지 오래나 관건적인 문제가 걸려서 여태까지 만들어 내지 못했다. 그런데 놈들의 만행이 나의 령감을 촉발했지! 손자며늘아기의 도움이 컸지. 그애가 내 요구하는 재료를 가져다주고 이 특수한 방에 안배해줬기에 성공이 가능했지!》 《할아버지, 이젠 일본놈들을 처단하러 갑시다!》 《급해말고 기다려라.》 《뭘 더 기다린단 말입니까?》 《그놈들이 행동을 시작할 때 꼭 우리를 불러 구경시키려 할것이다. 그때까지 기다리자.》 《그때까지 기다릴게 뭡니까? 지금 당장…》 《얘야, 가장 관건적인 때일수록 인내력이 있어야한다. 내심하게 기다리자.》 《에이, 할아버지두!》 한시 급히 놈들을 족쳐버리고싶었던 민호는 황소같이 늘어진 할아버지의 성미를 리해할수 없었다. 마침내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가 닥쳐왔다. 후지꼬가 노예들을 거느리고 와서 아주 례절스럽게 리광인과 리민호를 초청했다. 요시다로는 전등불로 옥상을 대낮같이 밝혀놓고 있었다. 리광인네가 오는것을 보고 요시다로는 껄껄 웃었다. 《안녕하우? 리박사! 난 당신이 날 축하하러 온것을 환영하오!》 그들은 몇보를 사이두고 두편으로 갈라져 있었다. 이쪽은 리광인을 모시고 리민호가 서있었고 저쪽은 요시다로를 위시하여 후지꼬와 평화가 기립해있었다. 때는 24일 24시 10분전이였다. 《리박사! 크리스마스가 밝아오고있소. 이제 10분만 있으면 당신은 당신이 발명한 평화광선이 어떻게 나의 노예들을 만들어내는가를 보게 될것이오. 난 여기서부터 시작해서 이 세상 60억인구를 모두 나의 노예로 만들것이요. 이 지구덩이는 통째로 내것이 될거란말이요! 하하하!》 《요시다로 이놈! 너무 일찍 기뻐하지 마! 네 음모는 달성될수 없어!》 민호가 손가락질로 득의양양하여 웃어대는 요시다로를 꾸짖었다. 그러자 요시다로는 대노하여 고아댔다. 《이 이마에 피도 안마른 녀석아, 누구앞에서 큰소릴 치는거야! 난 하느님이야! 내 한마디 호령이면 60억이 벌벌 떨거란말이다! 네놈이 내 만세를 부르면 목숨을 살려줄수 있어!》 《이 미친놈아! 넌 우리 할아버지께서 손에 들고 계시는것이 무었인가 똑똑히 보기나하고 큰소리쳐라!》 민호의 그 한마디에 요시다로는 훔칫 놀라며 광인의 손에 들린 물건을 뚫어지게 바라본다. 이제 곧 천하를 손안에 넣게 된다는 지나친 흥분때문에 광인의 손에 들린 물건 따위는 주의도 돌리지 않았던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여겨봐도 그저 손전등과 흡사할뿐이다. 《그건 손전등이 아니냐?》 《눈깔을 좀 똑바로 뜨고 봐라! 이건 제3대 평화광선손목시계를 제압할수 있는 제4대 P․C평화광선반사경이다! 제3대의 공능을 갖고있는 외에 제3대 평화광선을 반사하여 되돌려보내 네놈의 기억력까지 지워버릴수 있단 말이다.》 《뭣이?!》 요시다로는 크게 놀랐다. 하지만 겉으론 천연한체 씨벌였다. 《한낱 장난감같은 물건을 가지고 날 놀래워 보려구? 그런 속임수엔 안 넘어가!》 《요시다로!》 그때까지 침묵을 지키고있던 리광인이 비로소 입을 열었다 《넌 날 축하하러 오라고 초청했지만 난 네놈을 징벌하러 왔다!》 《날 징벌하겠다구? 그 장난감으로?》 《이놈, 이건 제4대야!》 《큰소리치지마! 그런 제4대가 있었다면 왜 여태껏 내 앞에서 꼼짝 못하고있었니?》 《난 제4대를 연구한지 오래나 관건적인 문제가 걸려서 그때까지 만들어내지 못하고있었던거야. 그런데 네놈들의 만행이 나의 령감을 촉구했지. 다행히 네놈이 행동하기전에 만들어냈지!》 《허튼 소리! 널 정신병원에 가뒀는데 그걸 어떻게 만들수 있어?》 《요시다로! 넌 내가 60년동안 미쳐온걸 알겠지? 그 제3대도 정신병원에서 발명한거야!》 《허지만 정신병원에 실험도구도 없는데 어떻게…》 《제4대는 90프로가 이미 만들어진거야. 게다가 정신병원의사인 내 손자며느리가 요구되는 실험재료들을 가져다준 덕이지!》 《뭐? 손자며느리?》 《옳아요. 민호의 안해가 정신병원의사라고 들은 생각이 나요!》 후지꼬가 곁에서 끼여들자 요시다로는 후지꼬의 귀쌈을 후려쳤다. 《바가야로! 왜 그런 정황을 내게 보고 안했어? 나쁜 년!》 《요시다로! 군소리 말고 어서 그 손목시계를 이리 바쳐라!》 《장난감을 가지고 날 위협하려구?》 요시다로는 속은 벌써 얼어들었으나 태연한체 허장성세했다. 《이놈! 네놈 눈엔 이것이 장난감으로 보이니? 그럼 좋다! 어디 장난감을 실험해볼가?》 리광인은 손전등의 버튼을 눌렀다. 적, 남, 황, 3색의 빛이 찬란하게 빛뿌렸다. 아, 저것이 신비한 평화광선이 틀림없구나! 요시다로는 속이 떨렸다, 《제길할! 내 놈과 결판을 낼테다!》 요시다로는 최후발악하듯 손목시계의 암호수자를 돌렸다. 신호등이 번쩍했다. 《꼼짝 말앗! 요시다로, 네놈이 까딱 움직이면 난 네놈의 기억력을 지워버릴테다!》 리광인은 3색의 빛이 번쩍거리는 반사경으로 요시다로를 겨누며 호령했다. 요시다로는 머뭇거렸다. 저것이 진짜일가? 아무리 생각해도 가짜같지 않았다. 요시다로는 사람의 표정을 보고 그 사람의 내심을 꿰뚫어보는 능력이 있었다. 그는 광인과 민호의 표정변화를 놓치지 않고 관찰했으나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한세기의 창상지변속에서, 더구나 60년의 미치광이 생활에서 굳어진 광인의 표정에선 그 진가를 가려낼수 없었으나 햇내기 민호의 표정에선 쉽게 보아낼수 있었다. 그것이 가짜라면 민호의 표정이 시종 변함없이 그렇게 까지 자신만만할수가 없을것이였다. 저것이 진짜라면 경거망동해선 안된다. 까딱하면 내 기억이 지워질것인데 죽을지언정 그런 치욕을 당할수는 없다. 아, 슬프구나, 세계를 통치하려던 내 야심이 그저 이렇게 물거품이 된단말인가. 《요시다로!》 리광인이 재차 큰소리로 호령했다. 《어서 그 시계를 바쳐라! 내가 셋을 셀때까지 바치지 않으면 너의 기억력을 지워버릴테다! 하나, 둘…》 《잠깐만!》 요시다로는 온몸에 식은땀이 쫙 솟았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시계를 벗겨 광인한테 던졌다. 그 시계를 주어든 리광인이 갑자기 앙천대소했다. 《아하하하! 요시다로 이놈! 난 이 제3대를 발명하는데도 60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그런데 넌 이렇게 짧은 시일내에 내가 제4대를 발명해낼수 있다고 믿었단 말이냐?》 《뭐라구? 그럼…》 《이건 확실히 장난감이야!》 《그게 정말이냐?!》 요시다로는 아연실색했다. 민호도 화뜰 놀랐다. 《믿지 못하겠으면 어디 실험해보렴!》 광인이 손전등을 요시다로한테 던져주었다. 황망히 그걸 주어들고 온갖 단추를 다 눌러대던 요시다로가 주먹으로 제 가슴을 치며 통탄했다. 《아이구. 원통해라! 내가 깜빡 속았구나! 난 정말 바보야!》 《요시다로 이놈! 넌 인민의 심판을 받아야한다!》 《으하하하! 난 정말 바보야! 으하하하! 난 정말바보야!》 미친듯이 웃어대던 요시다로는 갑자기 몸을 날려 옥상에서 뛰여내렸다. 《할아버지!》 자기의 끝장도 멀지 않았음을 직감한 후지꼬도 뒤따라 아래로 뛰여내렸다. 평화가 홀로 머뭇거리며 서있었다. 《아버지!》 민호가 평화한테로 달려간다. 교회당에서 성탄절을 맞는 종소리가 땡땡 울려온다. 《할아버진 어떻게 가짜로 그놈을 전승했어요?》 《난 그놈과 심리전을 벌린거다. 우선 정신상에서 그놈을 눌러버렸지. 물론 네 공로가 크지.》 《제게 무슨 공로가 있습니까?》 《그놈은 자신만만한 네 표정에서 그걸 진짜로 오인한거지.》 《할아버지가 절 속인 의도가 거기에 있었군요. 그런데 할아버지, 아버지는 어떻게 합니까? 잃었던 기억력을 되살리는 평화광선은 발명할수 없나요?》 《될수있지. 세상엔 불가능이란 없으니깐.》 《그럼 할아버지께서 빨리 그걸 발명해내세요.》 《이 녀석아, 언제까지 할아버지를 믿겠느냐?》 리광인은 못마땅한듯 손자에게 눈을 흘긴다. 그제야 민호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할아버지의 뒤를 이어 내가 해내야 한다. 아버지의 기억력을 되살리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세계의 평화를 위해! 민호는 할아버지의 뒤를 따라 성큼성큼 걸어갔다. 1995년 9월      
26    중편소설 악마의 무덤 (5) 댓글:  조회:2579  추천:0  2013-11-10
중편소설 악마의 무덤 김희수 5. 악마의 행동. 기다야마는 아무리 애를 써도 암호문을 해독할수 없었다. 그는 요시다로한테 전화를 걸어 상세한 정황을 알렸다. 《그게 바로…제3대야!》 요시다로의 경악에 찬 떨리는 목소리가 바다 저 쪽에서 울려 왔다. 《기다려. 내 곧 중국으로 갈거야.!》 그 말에 기다야마는 깜짝 놀랐다. 운신도 변변찮은 령감이 동네 나들이도 아니고… 그런데 이튿날 섬나라에서 날아온 요시다로는 뜻밖에도 젊은이들처럼 기력이 왕성했고 걸음걸이마저 날렵했다. 《아니, 아버진 다시 젊어지셨군요!》 《에그마, 할아버진 아버지보다 더 기력이 정정하시네요!》 공항에 마중 나간 기다야마와 후지꼬가 제가끔 감탄을 련발했다. 《하하하! 난 60년동안 연구끝에 비밀리에 제조한 불로약을 먹고 회춘한거야! 하지만 이 보다 더 기쁜 일은 리광인의 제3대를 손에 넣은거지! 빨리 그 보물을 가보자!》 평화광선의 신비한 위력을 알고있는 요시다로는 한시 급히 그 보물을 보고싶었다. 요시다로는 암호해독전문가였다. 기다야마의 방에 들어박혀서 며칠동안 암호문을 연구하던 요시다로는 끝끝내 그 오묘한 암호수자를 풀어내고야 말았다. 요시다로가 제3대 평화광선손목시계를 차고 암호수자를 누르자 신호등이 밝아지며 두겹의 시계판이 서로 반대방향으로 회전했다. 다시 암호를 닫아버리자 신호등이 꺼지며 시계가 작동을 멈추었다. 《빨리 밖에 나가 아무 놈이나 불러와. 이 보물의 성능을 실험해봐야겠어!》 요시다로는 곁에서 신비한 눈길로 지켜보고있는 기다야마와 후지꼬에게 명령했다. 후지꼬가 나가더니 보이 한명을 데리고 왔다. 멋도 모르고 불리워 온 보이는 무슨 분부가 있는가고 물었다. 요시다로는 보이의 이름이며 나이 같을 물어본 다음 평화광선시계의 암호수자를 눌렀다. 설계도를 연구한 그는 시계의 사용방법도 장악하고있었다. 그는 기다야마와 후지꼬를 자기의 뒤에 서있게 한 다음 시계로 보이를 겨냥하여 빨간색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순식간에 빨간빛 줄기들이 부채살처럼 퍼지며 보이한테로 쭉쭉 뻗어갔다. 빛줄기가 몸에 와닿자 보이는 몽혼약을 먹은듯이 비틀거리다가 맥없이 넘어졌다. 셋은 긴장한 눈길로 보이를 지켜보고 1분도 안되여 보이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더니 멍한 눈길로 주위를 둘러본다. 《너 이름이 뭐냐?》 요시다로가 물었다. 《….》 《너 집은 어디 있니?》 《….》 《내 알려주지. 넌 나의 노예란 말이다! 이제부터 넌 나를 주인으로 섬기면서 내가 시키는 대로 해야한다. 알겠니?》 《네.》 《이놈, 어서 와서 내 등을 주물러라!》 《네, 네!》 보이는 군소리 한마디 없이 고분고분 요시다로의 등을 안마한다. 《이놈, 어서 내 발을 씻어라!》 요시다로가 다시 호통치자 보이는 요시다로의 발을 씻어준다. 잘 길들인 사냥개처럼 주인의 명령에 척척 잘도 따른다. 《하하하!》 요시다로가 미친듯이 웃어댄다. 《아버지, 이게 정말이란 말입니까?》 《할아버지, 정말 꿈만 같아요!》 곁에서 촌닭 관청구경하듯 지켜보고있던 기다야마와 후지꼬는 눈앞에서 벌어진 신기하고도 놀라운 현실에 어리벙벙하여 머리를 흔든다. 요시다로가 득의양양하여 선심이나 쓰듯 뇌까린다. 《너들도 부러우면 한놈씩 끌고 오너라 내 노예로 만들어줄테니!》   리광인은 뒤늦게야 검은 함이 잃어진걸 발견하고 아연실색했다. 어찌 이런 일이 생길수 있단 말인가! 어찌… 광인의 부름을 받고 달려온 평화와 민호도 깜짝 놀란다. 평화가 부인에게 누가 왔다간적없는가고 물어보자 부인이 민수가 요 며칠째 놀러오군했다고 실토한다. 혹시 민수가?…. 그들은 호텔에 달려가고 민수의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민수를 찾을수 없었다. 사흘동안 사처로 뛰여다니며 찾았으나 민수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날, 종적을 감췄던 민수의 시체가 강가에서 발견되였다. 그들은 민수가 일본호시회사의 후지꼬아가씨와 접촉이 잦은것을 조사한다. 호시회사가 민수를 시켜 검은 함을 훔치게하고 나중에 민수를 살해한건 아닐가? 리광인과 평화, 민호는 호시회사 손님들이 들어있는 평화호텔로 찾아간다. 낯익은 종업원들도 있었으나 그들은 이상하게도 리광인 일행을 몰라본다. 리광인네가 20층에 올라갔을 때 마침 복도에서 요시다로네와 마주쳤다. 《내 동생 민수를 못봤습니까?》 민호가 기다야마와 후지꼬를 번갈아보며 묻자 요시다로가 위엄스레 틀거지를 차리며 씨벌인다. 《저 젊은인 누구냐?》 《저분은 평화회사의 총경리 리민호예요. 그리고 저분들은…》 후지꼬가 한발 나서며 소개하자 민호가 이어댄다. 《이분들은 나의 할아버지와 아버지입니다.》 《그러니까…》 요시다로가 놀란 눈길로 리광인을 바라보다가 반갑다는듯 지껄인다. 《안녕하우? 리박사!》 《당신은…》 번개같이 스치는 예감에 리광인은 가슴이 선뜩했다. 《리광인! 난 60년전에 네가 정말 미친줄 알았지.》 《네놈은 요시다로…》 리광인은 눈에서 증오의 불길이 타올랐다 요시다로가 득의에 차 웃어댔다. 《으흐흐. 그래 난 요시다로야. 광인아, 난 네가 지금까지 살아서 제 3대를 발명해낼줄은 꿈에도 몰랐어!》 《그 검은 함은 네놈이 훔친거지?》 묵은 원한과 새 원한이 겹치며 리광인은 주먹을 떨었다. 《으하하하! 그래 내가 훔쳤다! 너의 손자 놈 민수를 리용해서 훔쳐낸거야. 넌 네가 발명한 제3대의 위력을 실험하고싶니?》 요시다로가 너털웃음을 치며 손목에 찬 신비한 시계의 암호수자를 눌렀다. 그러자 리광인이 뒤주춤했다. 《이놈아, 그걸 돌려줘!》 성난 평화가 고함지르며 한걸음 앞으로 나섰다. 평화를 보는 요시다로의 눈이 번쩍 빛났다. 《으흐흐, 네가 그 시계요꼬의 피덩이겠구나!》 《이놈아, 그걸 돌려줘!》 평화가 요시다로에게 달려들었다. 교활한 요시다로는 몇걸음 뒤걸음치다가 평화를 부여잡고 홱 돌아섰다. 그러자 다른 사람들은 요시다로를 등지고 서게 되였고 평화만이 홀로 요시다로와 마주서게 되였다. 《평화야, 조심해!》 리광인의 울부짖음이 멎기도전에 평화는 고목 쓰러지듯 땅바닥에 넘어졌다. 요시다로가 빨간 버튼을 눌렀던것이다. 《얘야!》 《아버지!》 리광인과 민호가 부르짖으며 달려오는것을 기다야마와 후지꼬가 비수를 가로막았다. 한참후 정신이 들어 일어나는 평화를 붙잡고 요시다로가 구슬렸다. 《넌 나의 아들이다. 난 너의 아버지구! 알겠니?》 평화가 멍한 눈길로 요시다로를 바라보다가 머리를 끄덕였다. 《얘야, 그건 허튼소리다. 내가 진짜 너의 아버지야!》 《아버지, 그놈은 거짓말로 아버지를 속이고있습니다!》 리광인과 민호가 안타깝게 웨치자 평화가 이상하다는듯이 그들을 가리키며 요시다로에게 물었다. 《저 사람들은 누구입니까?》 《저 사람들은 미치광이야. 너 어서 저 미치광이들을 쫓아버려라!》 요시다로가 명령하자 평화가 리광인과 민호를 보고 소리쳤다. 《이 미친것들아, 빨리 가거라! 우리 아버지가 너들을 쫓아버리란다.》 《아버지!》 민호가 목멘 소리로 부르짖었다. 요시다로가 시게를 흔들며 으름장을 놓았다. 《어째 너들도 내 아들이 되고싶니?》 《이 개같은 놈아!》 격분에 찬 민호가 막 달려들려는것을 리광인이 막아섰다. 요시다로가 능글능글 웃었다. 《흐흐, 나이 백살을 넘긴 놈이 다르긴 다르군! 세상물정을 아는걸 보니. 그래야 하지. 너들은 내게 고분고분 순종하는 길밖에 없어. 난 아직 너들의 기억력을 지우지 않을테다. 그 대신 너들을…흐흐!》 요시다로는 그동안 평화광선시계를 리용해 노예로 만든 호텔일군들에게 리광인과 민호를 정신병원에 데려가라고 명령했다. 사람들의 눈에 리광인은 워낙 미치광이고 민호 또한 신비한 시계요. 일본놈들이 그걸 빼앗아 기억력을 지웠소, 하는 따위의 엉터리없는 말을 줴치는 지라 정신병원에선은 그들을 정신병자로 단정하고 즉시로 입원시켰다. 요시다로는 문지기 여럿을 노예로 만들어 리광인과 민호를 빠져나가지 못하게 감시하도록 했다. 《왜서 후환이 없게 저놈들을 마저 노예로 만들지 않습니까?》 기다야마가 의아한듯이 묻자 후지꼬도 안타깝다는듯 한마디했다. 《아버지 말씀이 옳아요. 할아버지, 그리고 민호녀석을 저의 노예로 만들어 주세요!》 《요 앙큼한것! 너 민호라는 미남잘 노예로 만들려는것이 아니라 신랑으로 만들고싶어 그러지?》 요시다로가 음탕한 눈길로 바라보자 후지꼬는 얼굴이 익은 꽈리같이 새빨개졌다. 《너들은 뭘 몰라도 한참은 몰라. 난 곧 세상사람들을 모두 나의 노에로 만들겠단 말이다. 그런데 내 승리를 축하해줄 사람이 있어야지. 리광인, 그자더러 그자가 손수 만든 제3대가 어떻게 세계평화를 위해 복무하는가를 직접 보게 할거야! 난 기억력이 생생이 살아있는 그자들에게 내가 이 세상의 통치자로 되는 름름한 모습을 직접 보여줄테야! 하하하!》 요시다로의 미친듯한 웃음에 기다야마는 오싹 소름이 끼쳤다. 기다야마는 생각했다. (저 늙다리가 나중에 나도 노예로 만들지 몰라. 내가 왜 저 늙다리 밑에서 종노롯을 한단 말인가? 내 친아비도 아닌데 차라리 죽여버리고 내가 이 세상의 통치자로 돼야지!) 그후부터 기다야마는 요시다로앞에서 비굴하게 허리를 굽실거리며 요시다로를 하늘처럼 떠받들었다. 그러다가 기회를 엿본 그는 요시다로가 주의하지 않는 틈을 타서 번개같이 비수로 요시다로의 가슴을 들이찔렀다. 요시다로가 피투성이 되여 쓰러지자 기다야마는 재빨리 요시다로의 손목에서 그 신비한 손목시계를 벗겨냈다. 《아버지…왜 이러세요?》 그 끔직한 광경을 보고있던 후지꼬가 온몸을 바들바들 떨어댔다. 《요 귀염둥이야. 너를 해치지 않을테니 무서워 마라!》 기다야마가 후지꼬를 위안하고나서 요시다로의 시체를 잘 위장하여 강가에 던져 버렸다. 신비한 제 3대를 손에 넣은 기다야마는 어찌나 신나고 기쁜지 미칠지경이였다. 그 신비한 위력을 실험하기 위해 기다야마는 거리에 나섰다. 기다야마는 지나가는 낯선 사람을 불러놓고 귀빰을 후려쳤다. 까닭없이 얻어맞은 그 사람이 대들자 기다야마는 시계의 빨간 버튼을 눌렀다. 그 사람이 넘어지자 구경군들이 모여들었다. 이윽고 그 사람이 일어나서 아무일도 없는 듯이 서있자 구경군들이 흩어졌다. 신난 기다야마는 난전앞을 지나면서 장사군들의 돈을 맘대로 빼앗았다. 장사군들이 시비를 걸며 달려들자 그는 빨간 버튼을 눌러댔다. 기다야마는 또 은행에 들어가 빨간 버튼을 눌러댔다. 그리고 노예로 만든 은행직원들더러 돈자루를 자동차에 싣게 했다. 그는 거리에서 예쁜 녀자만 보이면 첩으로 만들어 데리고 놀았다. 그는 미스 김을 잊지 않았다. 선참으로 첩으로 만든건 미스 김이였다. 이전엔 완강하게 거절하던 미스 김이 언제 그랬나싶이 고분고분 몸을 맡긴다. 얼마나 가지고싶었던 미스 김의 몸이였던가! 미스 김의 그 아름답고도 매력적인 몸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며 기다야마는 너무도 황홀하여 미스 김의 만세를 불렀다. 기다야마는 더 큰 자극을 추구하고싶었다. 그는 시퍼런 대낮에 거리에 나가서 공공연히 녀성을 강간하고 아무나 칼로 찔러 죽였다. 한명, 또 한명… 경찰이 와서 체포할 때까지 강간하고 죽이고 하며 온갖 만행을 서슴없이 저질렀다.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 벌벌 떨었다. B시의 치안은 진작 엉망이 된 터였다. 은행이 털린 사건, 강간사건. 살인사건… 기다야마는 이 모든 사건의 조직자가 내노라고 대담하게 승인했다. 사형판결이 내리자 강간, 살인, 강탈범 기다야마를 사형장에 압송했다. 사형장은 살인악당을 총살하는것을 구경하려온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집행관이 마지막으로 할말이 없는가고 물었다. 그러자 기다야마는 더 많은 사람을 죽이고싶다고 하며 너털웃음을 웃어댔다. 두 자루의 총구멍이 기다야마의 대갈통을 겨누고 집행관이 손을 쳐들었다. 집행관이 손을 내리는 순간이면 기다야마는 황천객이 될 판이였다. 그 아슬아슬한 순간 기다야마는 번개같이 신비한 시계의 파란버튼을 눌렀다.《땅!》총소리가 나기전에 사형집행인원들과 구경군들이 쑥대 넘어가듯 일제히 무리로 쓰러졌다. 한참후 일어난 구경군들은 무슨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해 서있었고 사형집행 인원들도 총을 버린채 멍해서있었다. 그 꼴을 보고 기다야마는 너무도 통쾌하여 미친듯이 웃어댔다. 《으하하하! 너들은 모두 나의 노예야!》 기다야마는 물론 이런《유희》에만 만족되지 않았다. 그는 지구의를 돌려대며 세계통치자가 되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 《난 머지 않아 이 지구상의 유일한 통치자기 될거야. 이 천하는 내 혼자의 세상이 될거란 말이야.!》 기다야마는 유일하게 대화가 통할수 있는 후지꼬를 불러놓고 말했다. 《이 세상은 통째로 내거란 말이야. 먹고싶은것, 입고싶은것, 가지고싶은것 모두 내 맘대로 할수있어. 이 세상의 예쁜 녀자들도 모두 내거란 말이야!》 《아이, 아버진 그저 녀자밖에 모르네!》 《녀자가 좋지! 흐흐… 세계각지에 궁전을 짓고 가는 곳마다 미인을 모집해 들일테야! 옛날 중국의 황제처럼 3천명의 궁녀를 데리고 놀가? 아니 그건 너무 적어. 3만명? 그것도 적지. 3백만명? 그것도 성차지 않아. 3천만명은 돼야지! 아, 3천만의 미인들을 한품에 안고 즐겨야지! 아아, 그 재미 기막힐거야. 그렇지, 후지꼬?》 《어마나, 욕심도! 3천만명을 다 안아주자면 하루에 백명씩 안아줘도 8백년동안 안아줘야 되겠어요! 그래도 채 못안아줄건데요. 호호호!》 《으흐흐 그럼 888년을 안아주면 다 안아줄수 있겠지? 다른 녀자들은 채 못안아줘두 너만은 안아줄 시간이 있을거야!》 그러면서 기다야마는 후지꼬를 부등켜안고 입술을 덮쳤다. 후지꼬는 기다렸다는듯 기다야마의 목에 두팔을 걸고 혀바닥을 꼿꼿이 세워가지고 기다야마의 입속에 집어넣었다. 《내게 숱한 미인들이 있지만 너만은 못잊겠어. 넌 불덩이 같은 녀자야!》 기다야마는 어느새 바지를 벗어 던지고 후지꼬의 몸속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후지꼬의 가슴속에선 증오의 불길이 이글이글 타오르고있었다. 후지꼬는 이를 뿌드득 갈았다. 네가 할아버지를 죽였는데 난 왜 널 죽이지 못한단 말이냐? 넌 내 순결을 짓밟고 날 노리개로 만 여겨왔지. 내가 잘 생긴 남자 노예를 요구해도 넌 주지 않았지. 내가 왜 너따위 늙다리만 섬겨야해? 난 널 죽여버리고 내가 이 세상을 통치할테야! 아니, 널 내 노예로 만들어 실컷 부려먹다가 죽여버릴테야! 그리고 민호 그 녀석도 잡아들여 내 성노예로 만들어야지. 씨발, 나도 세계각지에 궁전을 짓고 3천만명의 미남자들을 모집해 들일거야. 후지꼬는 이런 야심을 품고 호시탐탐 기회만 노리고있었다. 그런데…      
25    중편소설 악마의 무덤 (4) 댓글:  조회:3366  추천:0  2013-11-10
중편소설 악마의 무덤 김희수 4. 죄악의 손길   요시다로는 60년후에야 리광인이 미치지 않았다는것을 간파했다. 그는 기다야마와 후지꼬에게 민수를 돌파구로 더 큰 내막을 파내라고 지시했다. 더욱이 평화광선모자의 리면에 더 무섭고도 놀라운 제2대 혹은 제 3대P․C광선이 숨겨져 있을것이니 천방백계로 그 비밀을 뚫어내라고 지령을 내렸다. 후지꼬는 칸막이가 된 조용한 다방에서 민수와 두번째로 만났다. 후지꼬의 부름에 모든것을 제쳐놓고 달려온 민수는 이미 다 써넣은 조사표를 꺼내 놓았다. 《이것이 후지꼬양의 론문집필에 도움된다면 대단히 기쁘겠습니다.》 《호호호, 도움이 되고말고요.》 후지꼬는 반색을 하며 조사표를 들여다보았다. 건강상황에 리광인은 수십차나 병이 도져 정신 병원에 입원했다고 적혀있었다. 후지꼬는 의문을 느꼈다. 민수의 말투를 봐선 리광인이 미친게 틀림없었다. 그가 연극을 꾸미고있거나 가짜정보를 제공하는것일수는 절대 없다. 민호라면 그것이 가능하나 민수는 처음부터 경계심을 품고있지 않았으며 또 그 만큼 두뇌가 명석하지도 못하다. 그렇다면 요시다로의 판단이 틀렸을가? 그런것같지도 않았다. 요시다로는 평화광선모자의 발명자는 리사장인 평화가 아니라 그 배후에 숨어있는 신비한 인물 리광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비범한 로인은 60여년동안 미치광이로 가장하고 암암리에 평화광선연구에 몰두한것이라고 단정했다. 후지꼬는 생각했다. 민수는 자기의 할아버지가 가짜로 미쳤다는것을 근본 모르고있을거야. 광인로인은 가족들에게 마저 자기의 정체를 숨겨오며 철저하게 자신을 위장한거겠지 .허지만 광인로인이 가족모두에게 비밀을 숨기고있진 않았을거야. 적어도 평화와 민호에게만은 그 비밀을 알려줬겠지. 아마도 민수에게 비밀로 붙인것은 그의 위인이 믿음직하지 못한 탓일거야. 할아버지 내막을 모르고있는 민수한테서 이제 무엇을 더 파낸다것은 공연한 노릇이 아닐가? 이제 민수를 리용하는 방법은 그를 우리편으로 끌어와서 자기 가족을 배반하게 하는것이다. 그리하여 평화가족내부에 민수라는 스파이를 침투시켜 그 신비한 P․C평화광선을 훔쳐내게 해야한다. 후지꼬가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 민수는 줄곧 음탕한 눈길로 그녀의 젖가슴을 노려보고있었다. 그러다가 후지꼬가 조사표를 한켠에 밀어놓자 참을수 없어 그녀를 끌어안고 풍만한고 탱탱한 젖통을 손으로 톡톡 건드렸다. 《이 보배덩이가 정말 크기도 하네요. 가짜는 아니겠지요?》 그러면서 블라우스를 헤치며 브래지어속에 손을 집어넣는다. 《아, 진짜였군요.!》 민수는 거칠게 후지꼬의 젖통을 주물러댔다. 후지꼬는 민수가 하는대로 내버려두었다. 어쩐지 민수가 하는 짓이 싫지 않았다. 민수는 민호에 비해 손색이 있긴 하지만 오늘 다시 보니 어딘가 사내다운 매력이 있었다. 후지꼬가 저항이 없자 더 대담해진 민수는 브래지어를 벗겨냈다. 크고도 아름다운 젖무덤이 눈앞에 안겨오자 민수는 환성을 질렀다. 《아! 참 멋진데요. 아가씨의 이 보배덩이가 무엇 같은지 압니까?》 《무엇 같아요?》 《똑 마치 수박같습니다!》 《어머머!》 후지꼬의 예쁜 눈이 동그래졌다. 기다야마는 후지꼬의 젖통을 롱구공같다고 했다. 확실히 후지꼬의 젖가슴은 특별하게 컸다. 《그럼 어서 수박을 맛보세요!》 후지꼬가 유혹의 미소를 보내자 민수는 정신없이 엎어지며 후지꼬의 수박을 파먹기 시작했다. 쪼개지는 못하고 안타깝게 허둥거리며 속의 단즙을 빨아댔다. 《아!》 후지꼬는 저도 몰래 욕정에 몸이 달아오름을 느꼈다 그러나 민수의 손이 아래도리를 더듬자 벌떡 몸을 일으켰다. 《아! 안돼요》 《후지꼬양, 여기서 불편하면 편한 곳으로 자리를 옮깁시다.》 민수가 욕정에 벌겋게 달아오른 눈을 번뜩이며 급하다는듯 졸라댔다. 《미안해요. 오늘은 우리 아버지의 생신인데 아버지께서 절 기다릴거예요!》 후지꼬는 또 핑계를 댔다. 한편 기다야마도 미스 김에게 데이트를 요청했다. 미스 김은 외빈에 대한 례절 때문에 응해왔지만 기다야마의 그 음탕한 눈길이 싫었다. 기다야마는 미스 김을 첨 보는 순간부터 참을수 없는 충동을 느꼈다. 후지꼬처럼 요염하진 못해도 섹시한 자태가 남자들을 취하게 할만큼 매력적이였다. 먼저번에 고스란히 놓아보낸것이 후회되였다. 오늘 꼭 료리해 먹으리라고 벼른 기다야마는 몇마디 말을 주고받기 바쁘게 미스 김을 와락 끌어안고 입술을 덮쳤다. 그런데 미스 김은 호락호락한 녀자가 아니였다.어느새 기다야마의 품에서 빠져 나오며 매섭게 쏘아붙였다. 《이러지 마세요. 전 아무렇게나 막 다뤄도 되는 기생년이 아니예요!》 《허허참. 내가 어찌 아가씰 그런 년으로 대하겠소. 아가씨가 나의 현지처로 돼주던지 정부로 돼주던지 마음대로 하오. 그럼 아빠트도 사주고 승용차도 선물하겠소. 그뿐인줄 아오. 일본류학도 시켜준다니깐. 헤헤헤.》 기다야마는 상해, 북경 등지로 다니면서 중국아가씨들을 구슬리던 무기를 사용했다. 그런데 미스 김은 그런 유혹에도 걸려들지 않는다. 《아가씨, 나 한번만 살려주오!》 기다야마는 참을수 없다는듯 강박적으로 미스 김의 옷을 벗기고 봉긋하고 몽글몽글한 젖가슴을 주물러댔다. 만지기도 좋은 가슴이였다. 후지꼬의 젖가슴은 너무도 커서 다루기에 벅차다는 감을 주는데 미스김의 젖가슴은 맞춤한것이 가지고 놀기에 좋았다. 《비켜나요!》 미스 김이 힘껏 저항하며 기다야마의 귀쌈을 찰싹 후려친다. 《쌍년》 일본같으면 당장에서 미스 김을 요정내겠는데 중국땅에서 기다야마는 참을 수밖에 없었다. 미스 김은 특별한 녀자였다 그녀가 기다야마를 거절한것은 민수에게 미안한 일이라고 생각해서가 아니였다. 그녀는 민수를 특별히 좋아했지만 민수를 위해 정조를 지키고싶은 생각같은건 없었다. 미스 김은 자기 마음에 드는 남자라면 아무때라도 몸을 맡길 준비가 되여있었다. 그녀가 기다야마를 거절한 리유는 간단했다. 기다야마가 싫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자기가 싫은 남자라면 만금을 준대도 몸을 허락하고싶지 않았다. 반면에 자기가 마음에 드는 남자라면 알거지, 알건달이라도 서슴없이 안기고싶었다. 기다야마는 두번째도 미스 김을 정복하지 못하고 호텔의 자기방으로 돌아갔다. 때마침 후지꼬도 돌아와서 둘은 함께 민수를 함정에 빠뜨릴 방안을 모색했다. 요지음 민수는 후지꼬의 요염한 얼굴이 자꾸만 눈앞에 삼삼거리며 도무지 일에 정신을 집중시킬수가 없었다. 가슴에 불만 질러놓고 살짝 몸을 뺀 앙큼한 일본계집, 고년을 작살내야 하는건데… 《리경리, 무슨 생각을 하나요?》 그가 몸살날 때 꿈이런듯 후지꼬가 경리실로 찾아왔다. 그는 너무도 반가와 후지꼬를 의자에 권했다. 후지꼬는 의자에 엉덩이를 살짝 붙이며 생긋 웃었다. 《요지음 호텔경기는 어때요?》 《경기야 항상 호황이지요.》 민수는 웃으며 둘러대기는 했어도 속으로는 사뭇 뒤가 켕기였다. 《남은 관심해서 묻는데 숨기고있군요. 제가 알기엔 경기가 대단히 좋지 않은것같은데요. 이건 물론 리경리가 호텔 자금을 흥청망청 써버린 탓이겠지요.》 《아니, 이건…》 민수는 놀란 눈길로 후지꼬를 바라본다. 후지꼬는 한술 더 뜬다. 《그것도 엄청난 자금이던데요.》 《후지꼬양이 어떻게 그걸….》 《소문을 들었어요. 누군가 당신을 민호총경리께 적발한대요.》 《그게 정말입니까?》 민수는 가슴이 철렁했다. 이 일을 민호형님이 아는 날엔 곧 아버지의 귀에 들어갈것이고 아버지는 즉시 장부검사를 할것이다. 그러면 모든게 끝장이야. 그때 공교롭게도《따르릉》하고 민호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 민호는 불같이 화를 내면서 호텔 자금을 람용한 그를 대성질타하는것이였다. 민수가 어쩔바를 몰라 쩔쩔 맬 때 곁에서 엿듣던 후지꼬가 송화기를 막고 나직이 속삭이였다. 《그건 누가 리경릴 모해한거라고 대답하세요. 믿지 못하겠으면 와서 장부검사를 하라고 하세요.》 《형님이 내 말을 믿을것 같습니까? 정말 와서 장부 검사를 하는 날엔…..》 《제게 좋은 방법이 있으니 시키는 대로 어서 하세요. 어서요!》 《아니…저…》 민수는 얼떨떨한김에 송화기에 대고 후지꼬가 시키는 대로 말했다. 그러나 전화기를 놓자 이내 후회되였다. 《이젠 어떻게 하지요? 후지꼬양….》 민수는 안절부절못하며 구원의 눈길로 후지꼬를 바라본다. 후지꼬는 선심이나 쓰듯 자기앞수표를 내민다. 《자금은 제가 선대해줄게요.》 《호의는 고맙습니다만 그걸 어떻게…》 민수는 어쩔바를 몰랐다. 이번 일이 들통나면 아버지는 무조건 날 철직시킬거야. 자가용도 빼앗고 그러면 난 알짜상거지가 돼. 그때면 사교계에서나 상업계에서나 내 지위는 일락천장이 될것이고 술집계집들마저 본체 만체 할것이니 맹랑하게 녀편네 궁둥이만 만지면서 살아야할거야. 그렇게 사는건 정말 멋이 없어. 죽어도 그렇게 살수 없어! 《아무때나 갚아도 되니 어서 받으세요.》 후지꼬가 재차 권하자 민수는 생각 끝에 바쁜 대목부터 열고 보자고 마음먹었다.그래서 보증서를 쓰고 후지꼬가 넘겨주는 자기앞수표를 받았다. 《먼저번에 미안했는데 오늘밤 10시에 저의 방으로 찾아오세요.》 후지꼬가 살짝 추파를 보내자 민수는 미칠듯한 기쁨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날밤 10시에 몸이 잔뜩 달아오른 민수는 슬금슬금 후지꼬의 침실로 기여들었다. 그런데 후지꼬는 옹송거리고 앉아 벌벌 떨고있고 그 앞에서 기다야마가 성난 눈길로 쏘아보고있는것이 아닌가. 《방금 아버지께서 경쳤어요.》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후지꼬가 민수한테 다가와서 소곤거렸다. 《제가 사사로이 리경리께 자금을 빌려줬다고 성난거예요.》 민수는 가슴이 섬뜩했다. 기다야마가 민수를 노려본다. 《젊은인 왜 철없는 내 딸을 꾀여서 내 돈을 후려냈나? 엉? 그 돈을 당장 돌려주게!》 《저…그건…》 민수는 어쩔바를 몰랐다. 후지꼬가 기다야마한테 매달리며 애걸했다. 《아버지, 그건 제가 주동적으로 꿔준거예요. 전 리경릴 사랑해요. 저일 도와주는 셈치고…》 《뭐?! 일본의 숱한 명문자제들을 제쳐놓고 이따위 촌녀석과…》 《아버지, 리경린 총명하고 능력있는 분이예요. 전 저일 일본에 데리고 가서 살겠어요.》 《너 환장했구나! 이 녀석이 진심인줄 아니? 네게 돈이 많고 출국시켜주겠다니깐…》 《아…아닙니다. 전 진심으로 후지꼬양을 사랑합니다!》 민수는 그들이 연극을 놀고있는것도 모르고 후지꼬의 진지한 사랑에 감동되여 목소리마저 떨렸다. 그제야 기다야마의 태도가 좀 누그러진다. 《자네가 진심이란걸 뭘로 보여주지?》 《저의 행동으로 보여주겠습니다. 전…》 《좋네! 우리를 위해 일 좀 해줄수 있나?》 《무슨 일이든지 분부만 내리십시요. 후지꼬양을 위한 일이라면 이 몸이 분신쇄골이 되더라도 견마지성을 다하겠습니다!》 《허허허, 좋아! 자넨 평화광선 설계도를 훔쳐 내오게.》 《우리 아버지가 발명한 평화광선을 그럽니까?》 민수는 등골이 서늘해났다. 《정확히 말하면 자네의 할아버지가 발명한거겠지?》 《우리 할아버진 미치광인데요.》 《으흐흐! 자네 할아버진 미친게 아니야. 미친체 가장한거지》 기다야마가 크게 웃었다. 할아버지가 미치지 않았다니?! 민수는 꿈을 꾸고있는것같앗다. 《내 추측하건대 자네 할아버지의 거실에 꼭 밀실이 있을거야. 자네의 임무는 그 밀실을 찾아내여 그안에 있을 평화광선 설계도를 훔쳐내는거네. 깜쪽같이 해내야하네.》 《제가 어떻게 그걸…》 민수가 머뭇거리자 후지꼬가 달콤한 말로 달랜다. 《빨리 대답하세요. 그건만 훔쳐오면 우린 함께 일본에 가서 살수 있어요.》 《으….》 깊숙한 함정에 빠져들어가는 감을 느끼며 민수는 신음했다. 리광인의 저택. 밖에 나갔던 리광인이 거실로 들어가자 사업을 토로하던 평화와 민호도 뒤따라 들어간다. 사방을 조심스레 둘러보던 리광인이 원격조종기의 버튼을 누르자 거실 한쪽 벽이 갈라지면서 밀실이 드러난다. 셋은 조용히 밀실로 사라지고 거실 벽이 다시 닫긴다. 민수는 옷장속에 숨어서 놀란 눈길로 이 모든것을 엿보고있다. 허지만 그는 밀실안에서 할아버지와 아버지, 형님이 뭘 하고있는지 알수 없었다. 말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밀실안은 사실상 리광인의 실험실이다. 방안에는 각양각색의 실험기계들과 도구들로 가득 차있다. 《아버지, 연구진척이 어떻습니까?》 평화가 조심스레 묻는다. 리광인은 사색 깊은 눈길로 아들과 손자를 바라본다. 이 세상에서 그들만이 리광인의 비밀을 알고있다. 리광인은 천천히 검은 함을 열어 보인다. 그 속엔 설계도와 시계판이 두겹으로 된 바늘이 없는 특수한 손목시계가 들어있다. 《이것이 제 3대 P․C평화광선 손목시계입니까?》 이야기는 들었으나 실물은 처음 보는 민호가 신기한듯 물었다. 리광인은 깊은 생각에 잠겨있고 평화가 대신 이야기한다. 《바로 제 3대야. 그런데 아직 시게바늘을 맞추지 못했다는구나.》 《제2대는 모자인데 왜서 제3대는 시게로 바꿨어요?》 《그건 모자에만 국한된 제약성에서 벗어나 자유자재로 평화광선을 발사할수 있게 하기 위해서지.》 《할아버지께서 우리 회사를 위해 발명하신 그 P․C평화광선모자와 제2대는 모두 모자인데 어째서 하나는 외계의 온도가 인체에 침입할수 없게 하고 다른 하나는 인간의 기억력을 지울수 있게 하는 서로 다른 작용을 합니까?》 《허허허, 그건 네 할아버지만이 알수 있는거지.》 평화가 낮은 소리로 웃자 이번에 민호는 할아버지를 마주보며 조심조심 묻는다. 《할아버지, 이제 시침, 분침, 초침을 맞추면 됩니까?》 《시침, 분침, 초침뿐만 아니라 일침, 월침, 년침까지 맞춰야 된다. 물론 직접 시계바늘을 맞추는건 아니고 컴퓨터를 리용하면 되긴 하지만 관건적인 문제가 아직…》 《이대로 사용하면 안됩니까?》 《되긴 되지만 그건 완전한 제3대가 아니지.》 리광인은 함속의 손목시계를 가리키며 설명했다. 《이걸 사용하자면 우선 암호문을 열어야 시계가 작동하지. 그 다음 여기 시계판에 세가지 단추가 있는데 빨간색 단추를 누르면 10보안에 있는 사람의 기억력을 지울수 있고 파란색 단추를 누르면 1000보안에 든 사람들의 기억력을 모두 지울수 있지. 그리고 빨간색과 파란색 단추를 각기 세번 누르면 다시 두개의 단추를 동시에 누르면 천리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기억력을 단번에 지울수 있는데 이는 20층이상되는 고층 건물이나 그만큼 높은 곳에서 발사할때만이 가능하지. 평화광선은 바늘구멍의 만분의 1되는 구멍까지 뚫고 들어갈수 있으나 사용하는 자의 뒤에 서면 안전할수 있지. 그건 평화광선이 부채살처럼 반원을 지으며 발사되기때문이지.》 《야, 대단해여 !그런데 세번째의 노란색 단추는요?》 《노란색 단추는 시계바늘이 없으니 아직 쓸수 없단다. 그건 시간과 결합해서 국부의 기억력을 지우는 작용을 하는건데 기실 그것이 가장 중요한거지.》 《왜서요?》 《너 생각해봐라. 인간의 기억력을 모두 지워버리면 그 사람은 갓 태여난 영아처럼 이 세상일을 아무것도 모르게 되지. 그러니 최대의 악인을 내놓고는 그 누구의 기억력도 함부로 지워버려서는 안되는거야. 하지만 한사람이 마음의 상처를 입고 괴로움에 모대길 때 그 부분의 기억력을 지워버린다면 그 사람은 고통속에서 헤여나올수 있지. 물론 더 중요한건 전쟁과 범죄를 막는거지. 전쟁을 꿈꾸는 자들과 죄를 저지르려는 자들의 그 근원이 되는 부분의 기억력을 지워버리면 이 세상은 영원히 평화로운 세상이 되는거지.》 《이름 그대로 진짜 평화광선의 위력이겠습니다요!》 《허지만 관건적인 노란 단추의 바늘을 아직…》 리광인은 한숨을 지었다. 민호는 그런 할아버지를 권고했다. 《할아버진 너무나 오랜 세월 미치광이 세계에 파묻혀서 갖은 고생을 다 하셨는데 이젠 좀 휴식하십시오. 그러면 문제가 절로 풀릴지도 모릅니다.》 《난 아직 휴식할때가 아니다. 잭슨박사는 과학의 최고경지는 미치는거라고 하셨다. 그래서 나는 정상인들을 연구하는 한편 일부러 정신병원에 드나들며 미치광이들을 연구한거다. 진짜 미치광이의 세계속에 들어가 이 세상을 관찰하면 새로운것, 특별한것을 보아낼수 있는거야. 그런데 시계바늘을 아직…》 근심에 쌓여 검은 함을 들여다보던 리광인은 아들과 손자에게 당부한다. 《이것이 만약 나쁜 놈들의 손에 들어가는 날엔 이 세상은 혼란에 빠질것이니 절대 비밀을 루설해서는 안된다.》 그런데 그 검은 함을 집안 도적 민수가 훔쳐갈줄을 리광인이 어찌 알았으랴? 민수는 며칠동안 기회를 엿보다가 리광인이 집에 없는 틈을 타서 밀실로 들어가 그 검은 함을 훔쳐냈던것이다. 민수가 훔쳐온 그 검은 함을 받아든 기다야마는 너무나 기뻐서 온종일 방안에 들어박혀 암호문을 연구했다. 한편 민수는 그날 밤, 10시에 후지꼬의 침실로 기여들었다. 후지꼬가 가만히 오라고 유혹했던것이다. 민수가 들어서자 방금 목욕을 끝냈는지 후지꼬는 몸에 타월만 걸치고있었다. 민수는 군침을 꿀꺽 삼켰다. 《오늘은 정말 주는겁니까?》 《호호호, 리경리께서 큰공을 세웠는데 요까짓 몸이 다 뭐겠어요? 어서 가지세요!》 《아, 이거 미치겠는데요.》 민수는 정신없이 달려들어 타월을 벗겼다. 그리고 경탄할만큼 아름다운 후지꼬의 라체를 감상할 겨를도 없이 그녀를 번쩍 안아 침대에 눕혔다. 다음 서두러 옷을 벗고 그녀의 몸우에 덮쳐 오르면서 격렬하게 밀어붙였다. 후지꼬도 기다렸다는듯 몸을 활짝 열어 민수를 받아들였다. 민수가 죽을 힘을 다해 짓눌러 대자 후지꼬는 민수의 엉뎅이를 꽉 움켜잡는다. 끝내 아름다운 일본녀인을 정복한다는 황홀감과 육체적 마찰의 쾌감에 넋을 잃은 민수는 극치의 절정을 향해 혼신의 힘을 쏟아 내고있었다. 《아!》 짧게 신음하는 후지꼬, 그녀의 손이 베개 밑을 더듬는다. 《아, 일본녀자가 좋아!》 탄성을 지르며 세차게 짓눌러대던 민수는 갑자기 앗!…비명을 지르더니 그대로 굳어져버린다. 후지꼬가 민수를 밀치면서 그의 잔등에서 칼을 뽑자 시뻘건 피가 시트를 물들인다….
24    중편소설 악마의 무덤 (3) 댓글:  조회:2884  추천:0  2013-11-10
중편소설 악마의 무덤 김희수 3. 피맺힌 원한   20세기 30년대 미국 뉴욕의 모 실험실에서 저명한 대뇌생리학연구전문가인 잭슨박사와 그의 수제자이며 유능한 조수인 리광인박사가 제1대 P․C평화광선실험에 성공한 뒤를 이어 세상을 놀래우는 제2대 P․C평화광선 실험을 진행하고있었다. 제1대 P․C평화광선모자를 사람에게 씌우면 그 사람은 체면술에 걸린듯 묻는 말에 실속대로 탄백하게 된다. 그렇다면 제2대 P․C평화광선모자는 어떤 신비한 위력을 가지고있는가? 이번 실험을 위해 잭슨과 리광인은 살인악마로 소문난 코미라는 흑인을 비밀리에 감옥에서 빼내왔다. 실험은 극비밀리에 진행되고있었기에 잭슨과 리광인 그리고 결혼한지 넉달밖에 안되는 리광인의 안해 오미자외엔 아무도 몰랐다. 안전을 고려하여 수갑과 족쇄를 채운채로 흑인 코미를 의자에 꽁꽁 묶어놓았다. 코미는 무슨 영문인지도 모르고 윽윽 발악하며 두눈을 사납게 부릅뜨고 뭐라고 줄욕을 퍼붓고있었다. 그런 코미에게 잭슨과 리광인은 제2대 P․C평화광선모자를 씌운후 원격조종기 버튼을 누르고 긴장한 눈길로 코미의 반응을 지켜보고있었다. 제2대 P․C평화광선이 대뇌를 자극하자 야수처럼 으르렁대던 코미는 인차 혼수상태에 빠졌다. 시간이 한초한초 흘러갔다. 1분도 안돼 의식을 회복한 코미는 멍한 눈길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당신의 이름이 뭔지 알만하오?》 잭슨이 모자를 벗기면서 이렇게 묻자 코미는 머리를 가로 저었다. 《누가 당신을 여기에 묶어놓았는지 알만하오?》 리광인이 이렇게 물어도 코미는 역시 도리머리를 했다. 잭슨이 다시 코미의 안해와 아들의 사진을 꺼내 보여도 코미는 알아보지 못하는것이였다. 코미는 완전히 기억력을 상실했던것이다 제2대 P․C평화광선은 코미의 기억을 지워버리는데 성공한것이다. 사자처럼 사납던 코미가 묶은것을 풀어주고 수갑과 족쇄를 벗겨줘도 온순한 양처럼 고분고분 서잇는것이였다. 사회에 해만 끼치던 악인이 순식간에 선량한 인간으로 되여버린것이다. 《성공이요!》 잭슨과 리광인은 희열에 못이겨 서로 얼싸 안았다. 이 실험을 위해 그들이 흘린 땀은 얼마였으며 지새운 밤은 또 얼마였던가! 기쁨에 겨워 환호하던 잭슨은 갑자기 몸을 비틀거렸다. 이번 실험을 위해 밤낮 정력을 물붓다보니 70의 로인은 그만 지쳤던것이다. 《선생님, 제가 뒤수습을 하겠으니 돌아가 쉬십시오!》 《그럼 수고하게!》 잭슨은 비틀거리며 실험실을 나왔다. 잭슨과 리광인의 침실은 모두 실험의 편리를 위하여 실험실 복도로 통하는 건너방에 있었다. 실험실에 나와 몇발자국 가다가 굽이를 돌아 백보쯤가면 리광인의 침실이고 그 다음 칸이 잭슨의 침실이다. 잭슨이 피로한 다리를 끌고 리광인의 침실문앞에 이르렀을 때 안에서 남녀가 주고받는 말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이 이상하게도 일본말이였는데 잭슨은 문에 귀를 바싹대고 엿들었다. 《아….이러지 마세요! 그이가 올거에요!》 애원에 찬 음성은 분명 리광인의 안해 오미자의 목소리였다. 《이히히! 실험에 미친 그자가 언제 온다구 그래. 빨리 거치장스런 옷을 벗고 우리 통쾌하게 놀아보자!》 음탕하게 웃는 남자의 목소리도 귀에 익었다. 오미자를 가끔 찾아오던 오미자의 오빠 오철수였다. 잭슨은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들이 하는 수작을 봐선 가짜 오랍누이가 틀림없었다.그런데 그들이 왜 일본말을 할가? 《요시다로오빠, 전 그이와 결혼했으니 그의 사람이에요. 제발 이젠 이러지 마세요. 녜?》 《시께요꼬! 넌 내 첩이야! 조직에서 잭슨령감의 과학기술성과를 훔치기 위해 널 리광인에게 붙여줬을뿐이야. 내숭 떨지말구 빨리 옷을 벗으란 말이야!》 아, 그들은 원래 일본첩자였구나! 잭슨은 입귀가 푸들푸들 떨렸다. 《아….이러지 마세요. 전 그이한테 미안한 일을 할수 없어요! 제발…》 《꼼짝말구 고분고분 말들어! 넌 이미 리광인에게 미안한 짓을 했어. 넌 미니카메라로 제1대P․C 평화광선모자의 기술자료와 설계도를 찍어내지 않았니? 우리군은 그 모자덕에 숱한 항일분자를 잡아냈다. 이건 너의 공로야.》 《아니예요. 오빤 그 모잘 범인을 잡는데 쓴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래, 범인을 잡는데 썻지. 우리 대일본제국과 대항하는 놈들은 죄다 범인이지. 시께요꼬야, 넌 잭슨령감과 리광인이 인간의 기억력을 지울수 있는 제2대 P․C평화광선모자를 곧 만들어낼거라고 했지? 넌 우리 대일본제국을 위해 그걸 꼭 훔쳐내야 한다! 알았어?》 《아…싫어요. 더는 그런 일을 할수 없어요!》 《이건 조직의 명령이야. 명령을 어기면 넌 끝장이야! 이제 그 모자를 훔쳐내는 날엔 우리 대일본제국과 맞서는 자들의 기억력을 몽땅 지워버릴테야! 그러면 총 한방 쏘지 않고 그들을 노예로 만들수 있지! 으하하하!》 아! 이자들이 내 광학기술성과를 절도하여 전쟁에 사용했단 말인가! 잭슨은 온몸에 소름이 끼치며 전룰을 느꼇다. 그는 인류의 평화를 위해 평생 과학연구에 심혈을 몰부었던것이다. 그래서 연구해낸 새로운 광선이름을 평화라고 달았던것이다. 제1대 P․C평화광선은 범죄자들을 잡아내기 위해, 제2대 P․C평화광선은 이 세상 전쟁미치광이들과 악인들을 새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연구해냈던것이다. 그런데 자신의 연구성과가 전쟁에 리용되다니? 주먹이 경련하듯 부들부들 떨렸다. 안된다, 어서 리광인에게 이 정황을 알려주고 즉시 모든 연구자료와 설계도를 감추어야 한다! 황망히 뒤걸음질로 돌아서던 잭슨은 그만 빈 통졸임통이 가득 찬 상자를 발길로 걷어찼다. 상자가 탁 넘어갔고 잇달아 빈 통졸임통들이 콩크리트바닥에 떼구루루 굴러가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 《누구얏?!》 안에서 요시다로의 놀란 고함소리가 울리지 잭슨은 황급히 달음박질쳤다. 요시다로가 달려나와 총을 빼들었을 때는 잭슨이 복도 굽인돌이에 이르렀을 때였다. 《땅! 땅!》 야무진 총소리가 울렸다. 뒤잔등에 총을 맞는 잭슨은 통증을 참으며 결사적으로 달음질쳤다. 때마침 총소리를 듣고 달려나온 리광인이 잭슨을 부축하여 실험실로 들어갔다. 실험실에 홀로 앉아있던 흑인 코미가 멍한 눈길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빨리…빨리…비밀갱도…》 리광인이 문을 걸기 바쁘게 잭슨이 숨가쁜 소리로 웨쳤다. 리광인이 다급히 비밀 암호를 눌러 갱도문을 열었다. 《빨리! 코미…》 리광인은 코미가 먼저 내려가 잭슨을 받아안게 했다. 그때 요시다로가 문을 탕탕 걷어차는 소리가 들렸다. 《빨리 …자료…설계도…》 잭슨이 밑에서 황급히 웨치자 리광인은 황망히 중요한 자료와 설계도를 걷어가지구 갱도속으로 들어갔다. 갱도문을 닫았다. 《선생님, 웬일이십니까?》 너무나도 급작스레 당한 일이라 영문을 물을 새도 없이 기계적으로 행동하던 리광인이 코미의 무릎에 기대여 피흘리며 신음하는 잭슨을 부여잡고 눈물이 글썽해서 물었다. 《누가 선생님을 쏘았습니까?》 《일본첩자…》 《누가 일본첩자란 말입니까》 《자네 안해 오미자와 그…오철수…》 《네?! 그게 정말입니까?》 리광인은 몽둥이에 머리를 얻어맞은듯 뗑해났다. 《그들은…가짜 오누이고…가짜 조선인이야. 진짜이름은 시께요꼬 …요시다로…그들은 원래 부부간이였어….》 《아!》 리광인은 신음했다. 잭슨은 힘겹게 말을 이어갔다. 《그들은…제1대 평화광선을 훔치고…또 제2대 ….훔치려고…》 《선생님, 제가 선생님을 해쳤습니다! 제가 눈이 멀어 일본첩자를 안해로 맞아 그만…》 리광인은 너무도 통분하여 가슴을 치며 울먹거렸다. 잭슨이 괴롭게 신음했다. 《광인이 …내 부탁이 있네.》 《선생님, 부탁하십시오.》 《평화광선을…전쟁에 써서는….안되네. 위급할 때…없애버리게.》 《선생님, 명심하겠습니다.》 《자넨 스승인 나를 초과할 …과학천재야. 제2대 평화광선은…약점이 많네…자네는 꼭 제3대를…》 잭슨의 목소리는 점점 낮아졌다. 그는 최후의 힘을 다 내여 마지막 부탁을 했다. 《과학의 최고경지는…미치는거네. 온전한 정신으로는…과학의 최고봉에…오를수 없네. 으으…난…인젠…틀렸네.》 잭슨은 맥없이 사지를 뻗어버렸다. 가석하게도 세계과학계의 위대한 거성은 이렇게 꺼져버렸다. 리광인은 너무도 애통하여 가슴을 치며 통곡했다.   망망한 바다우에 배 한척이 기우뚱거리며 떠내려가고 있었다. 리광인과 흑인 코미가 갑판우에 우두커니 서서 망망대해를 노려본다. 검푸른 파도가 철썩 쏴아-갑판을 덮친다. 《형님, 만주가 먼가유?》 코미가 묵묵히 바다만 바라보고 있는 리광인을 건드렸다. 그들은 의형제를 맺었던것이다. 《멀고도 멀지. 이 태평양을 날아 넘으면 크나큰 대륙이 있는데 거기에 만주가 있지. 만주엔 또 우리 어머님이 계시지!》 《어머니…어머닌 좋은 분이지유?》 《그래 좋은분이시지.아, 보고싶은 어머니! 어머닌 지금 무사히 계시는지…》 어머니품을 떠난지 어언 2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학문을 닦고 과학연구를 하느라고 거의 잊다싶이 했던 어머니였다. 이제는 연구이고 실험이고 다 제쳐놓고 일편단심 어머님께 효성해 드리리라. 《형님…》 코미가 또 물었다. 《만주엔 사람을 죽이는 나쁜놈이 없는가유? 난 잭슨박사를 죽인 그런 나쁜 놈이 무서워유.》 《사람을 죽이는 나쁜 놈들은 이 세상 어디에나 다 있지!》 과거 사람의 목숨을 파리 목숨처럼 죽여왔던 코미가 지금은 리해할수 없다는듯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다가 천진하게 물었다 《나쁜 놈들이 사람을 죽이지 못하게 할순 없을가유?》 《있지. 잭슨박사가 그걸 연구하다가 나쁜놈들에게 죽은거야. 그 트렁크안의 물건이 바로 사람을 죽이지 못하게 하는 그런 거야.》 리광인이 코미의 손에 들린 트렁크를 가리키며 말하자 코미는 신기한듯 트렁크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우리 이제부터 나쁜 놈들이 사람을 죽이지 못하게 하자유!》 바로 그때였다. 《그 트렁크를 인줘!》 요시다로와 시께요꼬가 어느새 그들앞에 서있었는데 요시다로의 손에서 권총이 번쩍거렸다. 코미가 공포에 질려 뒤걸음질쳤다. 《다…..당신은 누구요?》 《저놈이 바로 잭슨 박사를 살해한 놈이야!》 리광인이 증오로 불타는 눈길로 요시다로를 노려보며 웨쳤다. 《아, 나쁜놈…》 코미가 몸을 떨었다. 《그 트렁크를 이리 줘! 주지 않으면 죽여버릴테다!》 요시다로가 총으로 위협했다. 《나쁜 놈, 또 사람을 죽이려고 안돼!》 코미가 트렁크를 꽉 틀어쥐였다. 《바가야로! 까불지 말고 빨리 줘!》 요시다로가 악에 받쳐 고래고래 소리질렀다. 《내가 셋을 셀 때까지 안주면 총을 쏠테다! 하나…둘…》 하지만 코미는 태연하게 맞받아 소리쳤다. 《이건 사람을 죽이지 못하게 방지하는 기계야! 내가 이 트렁크를 들고있으면 넌 나를 죽이지…으악!》 순간 땅! 하는 총소리와 함께 코미가 비명을 지르며 리광인의 품에 쓰러졌다. 요시다로의 총구멍이 불을 토한것이였다. 《코미! 코미!》 리광인이 처철한 목소리로 코미를 불렀다. 《형님…저 놈이…사람을 죽이지…못하게…》 말을 채 마치지 못하고 코미는 영영 눈을 감았다. 《나쁜 놈!》 코미의 손에서 트렁크를 빼내며 리광인은 분노에 찬 눈길로 요시다로를 쏘아보았다. 《그 트렁크를 이리줘! 주지 않으면 너도 같은 끝장이야!》 요시다로가 음험하게 웃으며 한발작한발작 다가섰다. 《옛다! 콱 가져라!》 리광인은 갑자기 트렁크를 번쩍 들어 바다에 처넣었다. 그리고는 《으하하!》하고 크게 웃어댔다. 《이 자식이…죽여버릴테다!》 화가 치민 요시다로는 리광인의 가슴에 총을 겨누었다. 《안돼요!》 어느새 리광인의 앞으로 달려온 시께요꼬가 총구를 막아섰다. 요시다로는 분하여 씩씩거리며 총을 거두었다. 잭슨을 죽인것은 크나큰 실책이였다. 상급의 채근이 무서워 요시다로는 잭슨이 심장병으로 죽었다고 거짓 보고를 올렸던것이다. 리광인은 잭슨에 못지 않은 과학천재이다. 이제 그마저 죽여버린다며 상급에서 어떤 책벌이 내릴지 상상할수조차 없다. 연구자료따위가 없어져도 리광인이 살아있으면 실험은 계속 할수 있는것이다. 문제는 어떻게 그를 얼리고 닥치고 구슬리겠는가 하는것이다. 《리광인, 오지마의 낯을 봐서 너를 살려준다!》 요시다로는 시께요꼬를 세객으로 내세울 속셈으로 이렇게 뇌까렸다   《어머님, 그동안 무고하셨습니까?》 리광인이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로모께 절을 올린다. 마당에 나와있던 로모는 넋잃은 사람처럼 멍하니 아들을 바라보기만 한다. 《불초자식 광인이 이제야 어머님 뵈러 왔습니다.》 몸을 일으켜 로모의 쪼글쪼글한 얼굴을 바라보는 리광인의 눈에서 눈물이 비오듯 흘러내린다. 그제야 로모는 아들을 와락 얼싸안으며 목메여 락루한다. 《광인아! 네가…정말 왔느냐?》 《제가 왔습니다. 어머님!》 《이게 꿈은 아니겠지?》 《꿈이 아닙니다. 어머님!》 한동안 회포의 정을 풀고 난 모자는 집으로 들어간다. 시께요꼬가 몰래 모자간의 눈물겨운 상봉을 지켜본다. 요시다로와 시께요꼬도 리광인의 뒤를 따라 만주로 왔던것이다. 이튿날 시께요꼬가 요시다로의 부추김을 받고 리광인을 찾아갔다. 부추김을 받았다고는 하나 그녀자신이 리광인의 품에 다시 안기고싶은 마음이 앞섰던것이다. 그녀는 진심으로 리광인을 사랑하고있었다. 더구나 그녀의 배속에선 리광인과의 사랑의 결정체인 새 생명이 꼼틀꼼틀 자라고있었던것이다. 《여보세요. 전…》 《넌 왜 따라 왔느냐? 냉큼 꺼져라!》 시께요꼬를 쏘아보는 리광인의 눈에서 증오의 불길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시께요꼬는 그 눈길에 질겁하면서도 물러설 념이 없다. 《전 당신과 함께 어머님을 모시면서 살고싶어요!》 《시께요꼬! 허튼 수작 하지마!》 《전 시께요꼬가 아니라 오미자예요. 당신의 안해 오미자예요!》 《뭐? 내 안해라고? 으하하하! 요시다로 그 깨똥같은 놈의 안해는 아니구?》 《아니예요. 요시다로놈은 저의 양오빠인데 그놈이 절 억지로 범했을뿐이예요. 전 진심으로 당신을 사랑해요!》 《듣기 싫다. 썩 물러가!》 리광인은 다짜고짜로 시께요꼬를 대문밖에 밀어냈다. 그러자 시께요꼬가 무릎을 꿇고 애원했다. 《전 당신의 아기를 뱄어요. 제발 절…》 《뭐야?》 일시 놀라서 멍해졌던 리광인은 급기야 폭소를 터뜨린다. 《으하하! 이 능청스런 년, 요시다로의 씨를 배고도 내 아기라고 빌어먹을 년!》 《아니예요. 전 당신과 결혼해서부터 요시다로에게 한번도 몸을 주지 않았어요!》 《귀신이나 믿겠지. 잭슨박사님이 살해되던 날도 넌 그놈과 한 이불속에 들지 않았니?》 《그놈이 억지로 요구했지만 전 끝까지 거절했어요》 《이년! 세살짜리 애나 곧이 들을 말로 날 감쪽같이 속여넘기려구? 어림도 없다!》 《제 말은 모두 사실이예요 어떻게 말해도 제 결백은 증명할 방법이 없군요. 허지만 애만은 진짜 당신의 씨인줄 아셔야해요. 요시다로는 생식불능이니깐요. 그놈은 처첩이 여럿이나 되나 모두 애가 없어요》 《개나발 불지 말고 냉큼 물러가라!》 《정말이예요. 이제 애가 태여나면 보세요. 보증코 당신을 똑 떼 닮았을거예요!》 《개수작하지마. 이 일본 색정간첩 년아! 나한테서 또 뭘 훔쳐내려구? 요시다로놈이 널 시켰지?》 《전 일본인이 아니예요. 조신인 오미자예요. 당신을 사랑하는 오미자예요. 절 당신곁에 있게 해주세요!》 《닥쳐!》 시께요꼬가 아무리 애걸복걸하며 매달려도 리광인은 막무가내 듣지 않고 쫓아낸다. 요시다로는 날마다 시께요꼬를 보내 리광인을 구슬리려 했다. 련며칠 시께요꼬가 달라붙었으나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닷새째 되는 날 요시다로는 끝내 검은 마수를 뻗쳐왔다. 리광인의 로모를 랍치했던것이다. 《리광인! 너는 우리 대일본제국을 위해 다시 제2대 평화광선 실험을 해야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너의 어미를 강에 처넣어 죽일테다!》 요시다로가 로모를 다리까지 끌고 가서 살기등등하여 을러멨다. 《이놈아, 우리 어머님께 손대지 말라!》 뒤따라온 리광인이 분노에 치를 떨며 웨쳐댔다. 《으흐흐. 네가 우리 말만 들으면 네 어미를 털끝하나 다치지 않을거다!》 요시다로가 음험하게 웃으며 구슬려댔다. 리광인이 어찌할바를 몰라 놈에게 잡혀 괴로움을 받고있는 로모를 애처롭게 바라보았다. 《어머니!》 《광인아!》 《으흐흐. 로친! 어서 아들더러 우리말을 들으라고 해. 그럼 어미아들이 다 살수 있어!》 요시다로가 총구멍을 로모의 옆구리에 들이대고 윽박질렀다. 로모는 증오에 불타는 눈길로 요시다로를 쏘아보며 아들에게 당부했다. 《광인아, 절대 왜놈들의 말을 들어선 안된다!》 《바가야로! 늙다리같은게 죽고싶어!》 대역무도한 요시다로는 화가 나서 로모를 발길로 걷어찼다. 로약한 로모는 나무토막 넘어지듯 맥없이 쓰러졌다. 《앗! 어머니…》 분노한 리광인은《이 짐승같은 놈아, 내 너하고 결판을 낼테다!》하고 벽력같이 고함치며 요시다로에게 달려들어 주먹을 안겼다. 화가 난 놈이 막 리광인에게 발길을 날리려는 때였다. 《이놈아, 내 아들을 건드리지마.》 로모의 추상같은 호령이였다. 로모는 자기가 살아있는 한 놈이 자기를 인질로 끝없이 아들을 괴롭힐것이며 아들은 모자간의 정때문에 놈의 간계에 넘어갈수도 있으리란걸 잘 알고있었다. 그래서 이 시각 비장한 결심을 내린다. 《광인아, 넌 꿋꿋이 살아야 한다.!》 말을 마치기 바쁘게 로모는 순식간에 몸을 날려 다리아래로 뛰여내렸다! 검푸른 강물이 삽시간에 로모를 삼켜버렸다. 《어머니!》 리광인이 가슴을 쥐여 뜯으며 피타게 웨친다. 그러던 리광인이 정신없이 다리를 내려 강뚝을 따라 뛰여가며 비통하게 부르짖는다. 《어--머--니--!》 리광인은 강물에 풍덩 뛰여든다. 허지만 헤엄에 능하지 못한 그는 얼마 헤여가지 못하고 허우적거린다. 뒤따라 온 시께요꼬가 리광인을 건져낸다. 시께요꼬는 수영능수였다. 허지만 리광인이 또다시 뛰여들고 시께요꼬는 구해내고…그렇게 거듭 몇번이던가. 리광인도 지치고 시께요꼬도 지치고…그러나 리광인은 련사흘이나 계속 물에 뛰여든다. 사흘째 되는 날 누군가 로모의 시체를 건져냈다. 고기잡이군에 의해 발견된것이다. 《어머니!》 리광인은 가슴을 치며 통곡했다. 《어머니!》 로모를 묻었으나 리광인은 무덤곁을 떠나려하지 않았다. 시께요꼬가 달랬으나 리광인 막무가내였다. 밤낮 사흘동안 무덤곁을 지켰던것이다. 《여보세요.》 사흘째되던 날 음식을 갖고 온 시께요꼬가 안타깝게 부르며 달래려 할 때였다. 《으하하하!》 갑자기 리광인이 크게 웃었다. 깜짝 놀란 시께요꼬가 뒤주춤했다. 시께요꼬를 바라보는 리광인의 눈이 이상했다. 《히히, 좋아!》 리광인이 소리내여 웃으며 마을 쪽으로 달려갔다. 시께요꼬도 따라갔고 숨어서 살펴보던 요시다로도 뒤따랐다. 《히히, 좋아!》 리광인이 만나는 사람마다 붙잡고 괴상하게 웃어댔다. 광인(光仁)은 광인(狂人)이 되였던것이다. 《저 자식이 미쳤잖아! 왜 저래?》 요시다로가 의아한 눈길로 리광인의 거동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시께요꼬는 리광인이 미쳤다고 믿지 않았으나 요시다로가 단념하도록 하기 위해 그럴듯하게 꾸며댔다. 《왜 미치지 않겠어요. 잭슨박사의 죽음, 안해의 배반, 코미의 죽음, 어머니의 원통한 최후…저이가 받은 타격은 너무도 컸어요. 그 엄청한 타격을 받아내지 못해 저이는 정신이 잘못된거예요.》 《저 자식이 정말 미쳤을가?》 요시다로는 반신반의했다. 그는 시께요꼬를 천방백계로 리광인에게 접근시켜 미친 진가를 알아내게 했다. 련며칠 관찰해도 가짜라는걸 알아볼수 없었다. 요시다로는 시께요꼬더러 발가벗고 리광인을 유혹하게 하고 자기는 몰래 숨어서 엿보았다. 시께요꼬는 너울거리며 춤을 추는 젖통을 드러내놓고 리광인의 앞에 다가섰다. 《히히…히히… 좋아!》 리광인은 괴상야릇하게 웃으며 포도알같은 젖꼭지를 손으로 흔들어보더니 성냥불로 유두에 불을 붙이려고 했다. 《아…앗!》 시께요꼬는 황급히 물러나 주섬주섬 옷을 주어 입었다. 《저인 정말로 미친거예요!》 시께요꼬가 그렇게 말했지만 요시다로는 단념하지 않았다. 시간이 오래되면 꼬리가 잡힐거라고 믿었다. 시께요꼬의 배는 점점 커져갔다. 저 아이가 태여나면 리광인의 정체를 알아낼수 있고 또 인질로 삼을수도 있을걸. 시께요꼬는 해산했는데 남자애를 낳았다. 아기는 신통히도 리광인을 빼여닮았다. 《여보세요. 이 앤 당신의 아들이예요. 당신을 닮은걸 봐요.》 시께요꼬가 날마다 리광인에게 애를 보이며 그렇게 말했으나 광인은 거들떠도 보지 않고 괴상하게 웃을뿐이였다. 《이 애 이름을 평화라고 짓는게 어때요? 당신의 연구주제가 평화이고 희망도 평화가 아니던가요?…평화야, 아빠하고 안아 달랄가?》 시께요꼬가 평화를 안겨주자 리광인은 아이를 받아안고 괴상하게 웃다가 쓰레기통에 던져버리는것이였다. 《저 자식이 정말로 미쳤단 말인가?》 요시다로는 믿지 않을수 없었다. 그의 회보를 들은 상급에선 시꺼요꼬만 남겨두어 광인을 관찰하게 하고 요시다로를 본국으로 소환했다. 요시다로가 떠나자 시께요꼬는 리광인과 함께 거주하며 그를 보살폈다. 《여보세요. 요시다로놈이 가버렸으니 이젠 정신 차리고 깨나세요. 보세요, 평화가 얼마나 귀여워요? 우리 아기가 웃어요. 아빠를 보고 웃어요.》 시께요꼬가 진정을 담아 그렇게 말했으나 리광인의 미친 증세는 점점 더 심해가는것 같았다. 리광인은 늘 똥오줌을 바지에 싸서 아무렇게나 팽개쳤다. 시께요꼬는 한마디 짜증도 없이 아이와 어른의 똥빨래를 빨아댔다. 산후 몸조리를 제대로 못한 시께요꼬는 정신적 육체적 시달림으로 몸이 점점 쇠약해졌다. 평화는 무럭무럭 자라서 리광인을 아버지라 불렀지만 그 아버지는 여전히 미친 웃음을 웃었다. 시께요꼬는 끝내 깊은 병이 들었다. 어느날 똥빨래를 씻던 시께요꼬는 맥없이 그자리에 쓰러졌다. 《아버지, 어머니, 일본이 투항했대요!》 그때 밖에 나갔던 평화가 쏜살같이 뛰여들어오며 환희에 차서 소리쳤다. 아이가 전하는 희소식에 리광인이 방에서 뛰쳐나왔고 시께요꼬도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들었어요? 일본이 망했대요!》 힘없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고는 시께요꼬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썩 후에야 리광인은 시께요꼬, 아니, 오미자가 남긴 유서를 발견했다. 애아버지: 전 애아버지가 미치지 않았다는걸 알고있어요. 저의 앞날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이 글을 남겨둬요. 전 애아버지앞에 영원히 용서받을수 없는 죄인이라는것을 알고있요. 전 요시다로의 핍박으로 애아버지의 연구성과를 훔쳐냈으니깐요. 전 조선사람 오미자예요. 제가 아홉살나던 때에 요시다로의 어머니가 부모를 잃은 저를 키워줬어요. 그들은 저에게 일본이름을 지어주었고 일본글을 가르쳤어요. 제가 나이 들자 이미 장가들었으나 아이가 없는 요시다로는 억지로 저를 첩으로 삶았어요. 일본첩자였던 요시다로는 제가 조선사람인걸 리용해서 애아버지한테 접근하게 했어요. 허지만 저는 애아버지와 결혼하는 날부터 지금껏 애아버지를 진심으로 사랑했어요! 애아버지, 평화를 잘 키워주세요! 오미자 절필 오미자의 유서를 읽은 리광인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린다. 그러나 그것은 잠간이였다. 리광인은 주먹으로 눈물을 훔친다. 그는 계속 미쳐야했던것이다.  
23    중편소설 악마의 무덤 (2) 댓글:  조회:2986  추천:0  2013-11-10
중편소설 악마의 무덤 김희수 2. 평화가족   《아버님의 탄신 102돐을 축하합니다!》 가족만이 다란히 모여앉은 생일잔치에서 평화실업유한회사 리사장 평화와 그의 부인이 리광인로인님께 공손히 절을 올린다. 장장 한세기를 넘어 살아온 범상하지 않는 미치광이 리광인로인은 생일상에 마주앉아 자손들을 바라보며《히히, 좋아》하고 중얼거리며 밝은 미소를 짓는다. 축복받은 이 순간 정신이 맑아졌는지 몸가짐이 여느때없이 안존하다. 《할아버지께서 이제 한세기를 더 앉으시길 빕니다!》 이번엔 장손 민호와 맏손자며느리가 절을 올린다. 리광인로인은《히히, 좋아》하고 또 한번 밝은 미소를 짓는다. 마지막으로 둘째손자 민수가 참석하지 않았기에 둘째손자며느리가 증손들과 함께 절을 올린다. 《히히. 좋아》 금시 밝은 미소를 짓던 리광인로인은 가라앉았던 광기가 또 머리를 쳐드는지 생일케이크를 손으로 콱콱 찔러서 입에다 쑥쑥 집어넣는다. 《히히, 로할아버지 우쁘다. 애기같다.》 막내 증손자가 손벽을 치며 종알거린다. 《히히, 좋아》 리광인로인이 얼굴을 쓱쓱 문지른다. 하얀 단백이 얼룩얼룩 칠을 하여 얼굴은 범벅이다.평화가 손수건을 꺼내여 로인님의 얼굴을 닦아주며 손군에게 말한다. 《로할아버지께서 기뻐서 저러신다. 너희들도 먹고싶은걸 먹어라!》 이윽고 생일상을 물리자 평화와 민호는 로인님을 방으로 모시고 들어갔다가 약 10분후에 다시나온다. 《민수녀석은 말이 아니야. 할아버지 생신에 얼굴도 내밀지 않구!》 평화가 화가 나서 둘째아들을 욕하자 평화댁이 아들의 편을 든다. 《그애가 사업이 바빠서 잊었겠지유.》 《사업이 바쁘면 나보다 더 바쁘단 말이요?》 《그앤 젊은이가 아니세유? 젊은이들의 일이 따로 있지유.》 《민호는 젊은이가 아니우? 민호는 일이 없고 그애만 일이 있소? 그리고 아무리 중요한 일이 있대두 그렇지. 할아버지 생신인데 만사를 제쳐놓구 와야지 않겠소?》 《아버님은 멀쩡한 분도 아니신데 뭘 그러세유.》 《그럴수록 할아버지를 더욱 존경해야지. 할아버지가 없으면 그애가 있을수 있소? 사람은 근본을 몰라선 안되오. 그리구 당신두 말이요. 그앨 너무 어루만져놨기에 그애가 점점 잘못 번진단 말이우.》 그때 민수의 아들놈이 종알거렸다. 《아버진 증조할아버지를 정신병자라 했어요. 정신병자가 빨리 죽지 않고 무슨 생일을 쇠는가고 했어요.》 《후레자식!》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평화는 민수녀석을 단단히 혼내주리라고 별렸다. 얼마후 평화와 민호는 객실로 들어가서 사업을 담론했다. 《기다야마가 아버지를 만나겠다고 합디다.》 《난 회피하겠으니 네가 그들을 접대하거라. 그들이 그 모자의 설계와 우리 가족의 내막을 물으면 적당히 둘러대거라.》 기다야마와 후지꼬는 각기 평화호텔 20층 1호특별실과 2호특별실에 짐을 풀었다. 길에서 무더위에 시달린 후지꼬는 자기방에 짐을 풀기 바쁘게 민호가 주던 모자를 쓰고 빨간색 P라고 쓴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기적이 나타났다. 삽시에 온몸이 시원하고 거뿐해나며 마음까지 상쾌했다. 후지꼬는 너무도 신기하여 모자밑에 손을 대보았으나 바람기라곤 없었다. 이상한데…찬기운이 어디서 올가? 모자를 벗으니 또다시 더워났다. 모자안에 손을 넣어보았으나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 다시 모자를 쓰니 랭수를 들이켠듯 온몸이 시원해났다. 후지꼬는 가슴의 흥분을 억제할수 없어 기다야마의 방으로 뛰쳐들어가며 소리질렀다. 《아버지, 모자를 써봤나요?》 《오냐. 정말 신비하구나!》 기다야마도 모자를 썼다 벗었다하며 놀란 눈길로 살펴보는 중이였다. 《제 눈으로 보지 않앗다면 믿지 않을번했어. 령감한테 보고해야지.》 기다야마는 국제전화로 요시다로에게 정황을 보고했다. 요시다로는 모자를 무역한다는 구실로 눌러앉아있으면서 빠른 시일내에 모자의 설계자와 평화가족의 내막을 알아내라고 지시했다. 기다야마는 후지꼬에게도 요시다로의 지시를 전달했다. 《지금 곧 손을 쓸가요? 평화회사 종업원들을 매수한다던지…》 《래일 천천히 해도 돼!》 기다야마가 서두르는 후찌고를 말렸다. 《그럼 전 제방으로 돌아가 휴식해야겠어요.》 《돌아갈 필요가 뭐야. 여기서 휴식해도 마찬가진데. 으흐흐.》 기다야마가 갑자기 음탕하게 웃으며 후지꼬의 젖가슴을 노려본다. 후지꼬가 짐짓 부끄러운듯 얼굴을 붉힌다. 《아이참 아버지두…》 《우리둘만 있을땐 아버지라고 부르지 말랬잖아.》 《아이참, 서방님두…》 《요 귀염둥이, 어서 이리와!》 기다야마가 두팔을 벌리자 후찌고는 안기는체 하다가 홱 돌아선다. 《제가 옷을 갈아입고 오겠어요. 그새 목욕을 하며 기다리세요.》 《빨리 갔다와!》 욕정에 떨리는 기다야마의 다급한 목소리를 귀등으로 들으며 후지꼬는 자기방으로 돌아왔다. 후지꼬는 기다야마를 증오하면서도 무서워했다. 그녀는 천둥이 울고 소낙비가 퍼붓던 그날밤을 잊을수 없었다. 그녀가 첫달거리가 오던 열두살나던 해의 어느날 밤이였다. 그녀는 천둥소리에 놀라 잠에서 깨여났다. 동시에 육중한 사내가 자기의 몸을 타고있는것을 보고 오싹 몸을 떨었다. 《흐흐흐. 무서워마. 요 귀염둥이야!》 징그럽게 웃으며 몸을 눌러대고있는것은 양아버지 기다야마였다. 후지꼬는 고아인 자기를 여덟살 때부터 키워준 양아버지가 이런 마귀일줄은 몰랐다. 그녀는 무시한 공포에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으흐흐, 무서워 마. 내가 오늘 널 진정한 녀자로 만들어 주는거야.》 기다야마는 나어린 숫처녀를 사정없이 짓밟아댔다. 《아!》 후지꼬가 무서워 비명을 질러댔고 그와 때를 같이 하여 쏴쏴 소낙비가 억수로 퍼부었다… 목욕실에 들어간 후지꼬는 그때의 치욕을 씻으려는듯이 쉴새없이 자기의 알몸에 물을 끼얹었다. 후지꼬의 처녀성을 허물어버린후에도 기다야마는 사흘이 멀다하게 후지꼬의 방으로 기여들었다. 후지꼬는 두렵던데로부터 점차 기다야마가 찾아오는것이 싫지 않았고 때론 기다야마가 기다려지기도 했다. 시간이 꽤 흐른후에는 주동적으로 기다야마를 찾아가기도 했다. 후지꼬가 열여섯살나던 해 기다야마는 후지꼬를 색정상업간첩으로 만들었다. 여러남자들과 관계를 하면서부터 후지꼬는 점점 늙어가는 기다야마가 싫어졌다. 목욕을 끝낸 후지꼬는 옷을 갈아입고 화장을 한 다음 문을 나섰다. 그때 후지꼬는 복도를 걸어오는 한 젊은이를 보았다. 그 젊은이의 탐욕스런 눈길에서 후지꼬는 그 젊은이가 자기한테 홀딱 반했다는것을 알았다. 하지만 아랑곳없이 기다야마가 든 1호특별실의 초인종을 눌렀다. 후지꼬는 싫은대로 기다야마의 품에 안겼다. 홀딱벗고 기다리던 기다야마는 후지꼬의 옷을 벗기기 바쁘게 후지꼬의 몸속을 돌진해 들어간다. 후지꼬는 자기의 몸속으로 미끌어져 들어오는것이 공항에서 만났던 미남자 민호라고 상상해본다. 민호와 같은 미남자에게 숫처녀를 맡기지 못하는것이 한스럽다. 원통하게 짓밟힌 순결을 생각할때면 기다야마를 죽여버리고싶도록 증오가 불탄다. 이튿날 평화회사 총경리 리민호는 리사장 평화를 대표하여 정식으로 호시회사 기다야마 총경리를 회견했다. 회견시 어여쁜 후지꼬아가씨도 자리를 같이했다. 후지꼬는 민호의 준수한 모습을 다시 보면서 형제간이 어쩌면 저리도 다를가고 생각했다. 어제 후지꼬가 저녁식사를 마치고 호텔 일군을 매수하려고 살피고있는데 웬 젊은이가 다가오며 서투른 일본말로 인사하는것이였다. 《아가씨가 호시회사에서 오신 후지꼬양입니까?》 어디서 본것같은 얼굴이여서 생각을 더듬으니 20층복도에서 자기를 탐욕스런 눈길로 바라보던 그 젊은이가 아닌가. 후지꼬는 달갑지 않았으나 례의상 외면할수 없어 인사를 받았다 《네, 그런데 선생님은요?》 《전 이 호텔의 경리 리민수입니다. 아가씨께서 불편한 점이나 어려운 일이 있으면 서슴없이 제기하십시요. 우린 견마지성을 다해 복무해드리겠습니다.》 《감사해요!》 후지꼬는 허리를 굽석거렸다. 그리고 돌아서려는데 민수가 또 불렀다. 《후지꼬 아가씨!》 《무슨일이세요?》 후지꼬가 머리를 돌리자 민수의 눈에 탐욕의 빛이 번뜩이고있었다. 《저….후지꼬아가씨는 정말 이쁩니다!》 《고마워요!》 후지꼬는 다시 허리를 굽석거려 인사를 하고는 돌아섰다. 후에 호텔일군과 물어서야 민수가 민호의 동생이며 평화회사 리사장어른의 둘째 귀공자라는것을 알았다. 후지꼬는 민수가 민호의 동생이라는 말에 어쩌면 형제간이 생김생김도 성격도 저렇게 다를가고 놀랐다. 한마디로 말해서 민호의 세련된 매너에 홀딱 반한 후지꼬는 민수같은건 안중에도 없었다. 《귀 회사의 평화광선모자는 아주 신비합니다. 시장에 내놓았습니까?》 기다야마가 평화광선모자를 벗어쥐고 엄지손가락을 내밀자 민호는 간단하게 대답했다. 《아직 정식생산에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삼복중이라 수요가 가장 많을 때인데 금년엔 시기가 늦지 않았습니까?》 《이 모자는 최첨단과학기술상품으로서 사시절 사용할수 있습니다. 이 모자를 쓰면 춘하추동 외계의 기온이 어떻게 변하든지 항상 봄날의 온도를 보장받게 되지요. 이제 정식생산에 들어갈 땐 모자의 양식도 다양하고 다채롭게 설계할것입니다.》 《정말로 오묘합니다! 이처럼 놀라운 모자를 설게해내신 령존님을 뵙고싶은데요.》 《우리 아버님은 몸이 편찮으십니다. 그리고 이 모자는 우리 아버님 한분이 설계해낸게 아닙니다. 전체 종업원들의 공동의 힘과 지혜를 합쳐 설계해낸것이지요》 민호가 조금도 빈틈을 주지 않으니 기다야마는 더 탐문하지 않았다. 민호가 만만찮은 인물이란걸 보아낸 그는 천천히 다른 방법을 써보리라 작심했다. 그날 저녁 민호는 손님들을 귀빈루술집으로 모시고 갔다 조용한 귀빈방에 자리잡고 앉아 민호는 손님들에게 모태주를 부었다. 《모처럼 먼곳에서 우리 회사를 찾아주신 기다야마총경리님과 아름다운 후지꼬양을 환영하는 의미에서 제가 먼전 한잔 권하니 사양말고 받아주십시오!》 《감사합니다.》 《감사해요.》 셋은 술잔을 마주쳤다 두번째 잔은 후지꼬가 부었다 《리총경리님, 우리 기다야마총경리님은 귀회사에 대한 아주 큰 흥취를 갖고 있어요. 앞으로 우리 합작을 위해서 이 잔을 들자요!》 손님과 주인은 서로 권하면서 술이 몇순배 돌았다. 후지꼬는 취한척하며 민호의 손을 슬쩍잡고 물었다. 《리총경리님의 부인님은 어디서 사업하십니까?》 《정신병원에서 의사질합니다.》 민호가 점잖게 후지꼬의 손을 물리치며 말하자 후지꼬는 소름이 끼친다는듯 몸을 흠칫 떨었다. 《어마나 정신병자들이 무서워 어떻게….》 《허허, 정신병자들이 도리여 우리 집사람을 무서워한답니다!》 《하하하! 미치광이들도 주사바늘이 무서운 모양입니다그려!》 기다야마가 한바탕 통쾌하게 웃고나서 정색하여 말했다. 《리총경리께서 장가들지 않았다면 사위로 삼으려고했는데…》 후지꼬가 짐짓 수집은듯 눈을 곱게 흘겼다. 그러면서도 민호에게 살짝 추파를 던졌다. 술상을 물린후 셋이 웃층의 나이트클럽으로 올라갔다. 쌍쌍의 남녀들이 녀가수의 노래에 맞추어 뒤엉켜 돌아가고있었다. 민호와 후지꼬도 그속에 끼여들었고 기다야마도 춤짝을 찾아 성수나게 돌아갔다. 기다야마가 찾은 춤짝은 공교롭게도 미스 김이였다. 미스 김은 민수와 함게 왔는데 민수는 지금 구석쪽자리에 몸을 숨기다싶이하고 앉아서 얼싸안고 돌아가는 민호와 후지꼬를 질투에 찬 눈길로 쏘아보고있었다. 흥, 나를 계집질만한다구 훈계하더니 자기는 멋스레 일본계집을 다 사냥하고… 민호에게 안겨 빙글빙글 돌아가는 후지꼬는 기쁨으로 가슴이 설레이며 자신의 모든것을 민호에게 맡기고싶어진다. 《리총경리님은 정말로 멋진 남자예요. 전 리총경님의 사랑받는 녀자가 되고싶어요!》 후지꼬는 민호의 품에 찰싹 달라붙어 정답게 속삭인다. 유달리 풍만한 젖가슴의 유혹을 느끼며 민호는 일본녀인의 나슬나슬한 머리카락에서 풍기는 냄새가 퍽 향기롭다고 생각한다. 허지만 이 향기는 독향기일지도 모르니 맡을수 없으며 또 맡아서는 절대 안된다고 자각한다. 《우리 조용한곳에 자리를 옮길가요? 리총경리님이 원하는곳이면 전 어디든지 따라 갈래요!》 후지꼬의 로골적인 유혹에 민호는 몸뺄 핑게를 생각한다. 때마침 바지춤에서 핸드폰이 울어서 민호는 앓는 아버지가 부른다는 핑게를 대고 유혹의 함정에서 훌쩍 빠져나간다. 민호가 가버리자 후지꼬는 흥이 꺼져버렸다. 돌아가려고 기다야마를 찾아 두리번거리고있는데 웬 사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후지꼬아가씨, 실례합니다!》 싱글벙글 웃으며 춤을 청하는 사내는 평화호텔 경리 민수였다. 그는 민호가 떠나는것을 보고 너무도 기뻐 번개같이 달려왔던것이다. 후지꼬는 썩 달갑지 않았으나 민수의 춤에 응해 나섰다. 평화가족의 내막을 파자면 민호보다는 민수를 뚫기가 더 쉬울것 같았기때문이다. 《아름다운 후지꼬아가씨와 춤을 추게 된것을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민수는 첨부터 후지꼬를 숨막히도록 꽉 부둥켜앉고 석마돌리듯 제자리걸음을 하고있었다. 후지꼬는 자기가 쓴 모자를 가리키며 탐문을 하듯 넌지시 허두를 떼였다 《귀회사의 이 모잔 정말 신비해요. 이처럼 신비한 모자를 설계해낸 령존님은 정말 대단하십니다요.》 《글쎄말입니다. 우리 아버진 박사 칭호를 받긴 했으나 국내에서도 크게 이름이 없는데 그런걸 설계해낸걸 보면 천재임에 틀림없습니다》 《듣자니 경리님의 할아버지께서 옛날에 과학천재였다던데요?》 《그 미친 령감을 그럽니까? 그 령감이 염라대왕한테 뒤문치기를 했는지 저승갈 때가 지나도 한참은 지났는데 죽지 않는단 말입니다》 《할아버지께서 아직두 살아계신단 말인가요?》 《오래 살아도 제정신에 오래 살면 좋겠는데 이건 무슨 멋에 백세도 넘어 사는지…》 민수는 후지꼬가 왜서 자기 가족내막에 흥취를 갖고 잇는지 의심한번 해보지 않고 곧이곧대로 털어놓는다. 후지꼬는 요시다로에게서 들은대로 그 미치광이 령감을 넘겨짚어 물어봤는데 놀랍게도 일치했던것이다.이제 그 이름이 리광인이 옳은지 알아봐야 했다. 《할아버지께서 백세를 넘기셨다구요? 마침 잘됐어요. 전 백세로인들을 조사하여 자료를 수집하는중인데 할아버지의 성함은…》 《미치광이의 자료를 수집해서 뭘 합니까?》 《미치광이도 사람이 아닌가요? 전 벌써 세계각지 백세로인 49명을 취재했어요. 이제 50명이 차면 론문을 집필하려 하는데요.》 《허허. 우리 미치광이 할아버지가 아가씨의 론문을 빛내는데 그런 가치가 있다니 정말 기쁜일입니다. 할아버지 이름은 리광인이고. 그 다음…》 《아, 됐어요. 조사표를 줄테니 상세한건 거기에 적어주세요.》 후지꼬는 겉으론 천연한체 했지만 속으론 몹시 놀랐고있었다. 이름까지도 리광인이 맞아떨어진다. 그렇다면… 《아름다운 후지꼬아가씨. 우리 조용한 곳으로 자리를 옮길가요?》 앞으로 더 큰고기를 낚기 위해선 미끼를 남겨둬야 한다고 생각한 후지꼬는 생긋 웃으면서 민호를 유혹했다. 《아, 물론!》 민호는 너무도 아름찬 기쁨에 숨이 콱 막혔다. 이제 곧 아름다운 일본여인을 맛보게 된다고 생각하니 넋은 벌써 하늘높이 날아가고있었다. 《후지꼬아가씨, 어서 침대가 있는 곳으로 갑시다!》 《리경리, 잠간만! 미안하지만 오늘은 리경릴 따라갈수 없어요.》 《왜서요?》 실망한 민호의 물음에 후지꼬는 얼굴을 살짝 붉히며 속사였다. 《달마다 오는 그 손님이 와서요》 그런데 세상에는 정말로 공교로운 일도 있었다. 그 시각 미스김도 같은 요구를 들이대는 기다야마를 똑같은 말로 떼버렸으니 말이다. 결과 민수는 미스김과 함께, 기다야마는 후지꼬와 함께 각기 자기의 거처로 돌아갔다. 기다야마와 후지꼬는 얻은 정보를 종합하여 요시다로에게 날려보냈다. 미치광이 리광인이 아직까지 살아있다는 소식에 요시다로는 경악했다. 60여전의 그 놀라운 일들이 늙은 요시다로의 눈앞에 어제일처럼 삼삼히 떠올랐다…
22    중편소설 악마의 무덤 (1) 댓글:  조회:3582  추천:1  2013-11-10
중편소설 악마의 무덤   김희수   1. 우연한 일치일가?   대련에서 리륙한 비행기는 어느새 A시 상공을 날고있었다. 리민호는 무시로 추파를 보내오는 건너편의 이쁘장한 아가씨와 그 곁에 앉은 60대의 번대머리신사를 주의깊게 살피고있었다. 그들의 대화를 엿듣고 민호는 그들이 부녀간이며 일본상인이라는것을 알수 있었고 그 신비한 모자에 대해 주고받는 말을 통해 그들이 곧 자기와 어떤 관계를 맺게 될 인물이란것을 짐작했다. 《바다건너 호시회사가 벌써 우리 회사의 정보를 탐지해낸걸 보면 례사회사가 아닐꺼다. 그들이 오면 정중하게 맞이하되 십분 경계해야 한다.》 아버지의 말씀을 되새기는 민호는 팽팽히 조여드는 마음을 걷잡을수 없었다. 비행기가 착륙하자 민호는 그들의 뒤를 바싹 따라 A시공항 출구를 나섰다. 두 일본인은 사방을 두리번거리는것이 마중나온 사람을 찾는것 같았다. 민호는 자기를 마중나온 운전사가 언녕 짐을 받아졌지만 자리를 뜨지 않고 두 일본인을 지켜봤다. 한동안 지나도 얼씬하는 사람이 없자 60대의 신사가 불쾌한듯 투덜거렸다. 《이게 어떻게 된셈이야? 중국놈들 서비스가 말이 아니군!》 민호도 안달아났다. 호시회사는 비록 경계해야 했지만 평화계렬제품이 세계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선 외상을 끄는 일이 중요하다고 여긴 민호는 공항에서 호시회사 일행을 맞이하는 중임을 직접 평화호텔 경리인 동생 민수한테 맡겼는데 웬 영문인지 민수는커녕 그의 수하일군마저 보이지 않았다. 이제 그가 림기응변하지 않는다면 회사의 명예는 여지없이 손상을 받을것이다. 《당신들은 일본에서 오신분들이죠?》 민호는 빙그레 웃으며 그들앞에 나섰다. 민호의 류창한 일본말에 60대의 신사는 놀라운 눈길로 바라본다. 《그렇소. 그런데 당신은…》 《우리와 같은 비행기편으로 동행한 분이예요!》 예쁘장한 일본아가씨가 민호를 알아보고 반가운 목소리로 소리쳤다. 건너쪽에 앉았던 하얀모자를 쓴 미남자, 그 준수한 미모에 반한 그녀는 저도몰래 그 젊은에게 눈길이 쏠렸고 여러번이나 그 젊은이와 뜨거운 시선이 마주쳤던것이다. 민호가 명함장을 꺼내자 60대의 신사는 례모있게 자기의 명함장을 교환했다. 이쪽은 평화실업유한회사 리민호총경리였고 저쪽은 호시국제무역회사 기다야마총경리였다. 《환영합니다. 기다야마총경리님!》 《하하하! 이거 정말 교묘한 상봉입니다. 그런데 당신들 회사에선 어째서 먼곳에서 온 귀빈들을 이렇게 랭대합니까? 》 《제가 이렇게 마중나오지 않았습니까? 전 회사의 일로 대련에 출장갔댔지만 같은 비행기편으로 당신들이 도착한다는것을 알고 일부러 회사일군들에게 마중나오지 말라고 전화로 일렀습니다. 제가 직접 당신들을 호텔로 모셔다드릴것입니다.》 민호가 기다야마와 악수를 마치고 일본아가씨의 손을 잡자 기다야마가 빙긋이 읏으며 소개했다. 《이 앤 나의 애꾸러기 딸 후지꼬입니다.》 《아이참, 아버지두! 누가 애꾸러긴가요?》 후지꼬가 눈을 곱게 흘겼다. 공항대합실을 나오니 불볕이 찌글찌글 내리쬐는 날씨는 찌는듯 무더웠다. 기다야마와 후지꼬는 더위를 견딜수 없어 쉴새없이 부채질을 하며 손수건으로 연신 흐르는 땀을 훔쳤으나 흰모자를 쓰고있는 민호와 그의 운전수는 이상하게도 땀을 한방울도 흘리지 않고있었다. 《젠장, 차에 에어콘도 없나? 락후한 중국…》 기다야마가 땀으로 흠뻑 젖은 손수건을 쥐여짜며 두덜거릴 때 후지꼬의 시선은 줄곧 민호가 쓴 모자를 주시하고있었다. 혹시 저 모자가?…달리는 차속에서 의혹에 잠긴 후지꼬는 기다야마에게 눈짓했다. 눈치빠른 기다야마는 민호에게 탐문의 미끼를 던졌다. 《리총경리님의 그 모자가 아주 멋져 보입니다그려.》 《허허, 그저 수수한 보통모자인데 뭘 그리 멋지겠습니까?》 민호는 일본사람들이 모자에 대해 흥미를 가지는걸 보고 짐짓 시치미를 떼고 대꾸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후지꼬가 바짝 들이댔다. 《제가 보기엔 어딘가 특수해 보이는데요.》 《아,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제가 변변찮은 모자지만 두분께 선물하지요.》 민호는 가방에서 흰모자 두개를 꺼내 기다야마와 후지꼬에게 넘겨주었다. 그들이 이 모자때문에 온 이상 어차피 조만간에 견본을 보여줘야 할거니깐 닥친김에 순서를 앞당겼던것이다. 기다야마와 후지꼬는 모자를 받아 쥐고 호기심에 찬 눈길로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아무리 눈여겨보아도 모자차양에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P․C라고 쓴 엽전만한 모표가 붙어있을뿐 보통모자와 별 다른데가 없었다. 대방의 성의를 무시할수 없어 모자를 써보긴 했으나 에어콘같은 장치도 없고 누름단추같은것도 없어서 기대와는 너무나도 어긋났다. 호시국제무역회사는 실상 전문 남의 상업기밀정보와 과학기술성과를 절도하는 국제상업간첩조직이였다. 그들은 간첩망을 통하여 최근에 중국《만주》의 소도시인 B시에 자리잡은 평화실업유한회사에서 여름엔 더위를 모르고 겨울엔 추위를 모른다는 신비한 평화광선모자를 설계해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처음《평화광선》이란 말을 들었을 때 99세나는 호시회사의 요시다로리사장은 하마터면 졸도할번했다. 60여년전에 천재적 과학가 잭슨은 죽고 그의 제자 리광인도 미쳐버리지 않았는가! 그와 함께 그 신비한 평화광선도 이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진줄 알았는데 오늘날 유령처럼 또 다시 나타나다니! 《으음…》 얼마후 요시다로는 놀란 가슴을 진정했다. 지금의 평화광선이 설마 리광인의 그 평화광선이야 아니겠지. 전혀 다른 사람이 설계해낸건데 우연하게 이름이 일치하게 된걸거야. 그런데…요시다로는 이내 밀려오는 의혹에 잠겼다. 회사의 이름도《평화》이고 고장도 만주의 연변이니 정말 우연한 일치일가? 요시다로는 진상을 알아보지 않고서는 미칠것만 같았다. 마음같아선 자신이 직접 바다를 건너 날아가고싶었지만 운신을 겨우하는 몸인지라 양아들이며 총경리인 기다야마를 출마시킨것이다. 기다야마는 양딸이며 비서인 후지꼬를 데리고 떠나면서도 속으로 그것이 거짓정보가 아니면 평화광선이라건 엉터릴거라고 코웃음을 쳤다. 심지어 친히 그 회사와 전화련계를 짓는 요시다로의 전에없이 진지한 거동을 보고 늙은이가 인젠 로망을 부린다고 생각했다. 《으흐흐, 내 추축이 맞았지. 그 무슨 평화광선모자라는건 이런 엉터리모자를 가지고 중국촌놈들이 떠들어댄 헛소문이였구나!》 기다야마는 흰모자를 벗어쥐고 속으로 촌놈인 민호와 로망든 요시다로로인을 비웃었다. 후지꼬만은 그래도 미남자가 선물한 모자를 꼭 눌러쓰고 달콤한 미소를 짓고있었다. 차는 평화회사소속인 평화호텔앞에 와서 멈춰섰다. 손님과 주인은 차에서 내렸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작별인사를 하면서 민호는 빙그레 웃었다. 《기다야마총경리님과 후지꼬양은 그 좋은 모자를 쓰고도 무더위에 시달리니 참으로 유감스럽군요. 제가 그 모자의 사용법을 가르쳐드리지요. 모자차양의 빨간색과 파란색의 P․C모표가 버튼역활을 하지요. 파란색 C는 겨울에 사용하고 지금은 빨간색 P를 누르면 됩니다. 한번 누르면 밝아지고 다시 한번 누르면 꺼집니다. 그 모자가 두분의 려로의 피로를 푸는데 도움이 될겁니다.》 그말에 기다야마와 후지꼬는 면구스러워 몸둘바를 몰랐다. 촌놈은 결국 자기네가 아닌가! 《귀회사의 리사장님을 만나야겠는데요.》 기다야마는 낯간지러운대로 화제를 돌렸다. 《래일 다시 봅시다.》 두 일본인은 엘리베이터로 들어가고 민호는 호텔을 나와 사무청사로 향했다. 총경리실에 들어서자마자 민호는 평화호텔경리실에 전화를 걸었다. 민수의 녀비서 미스 김이 전화를 받고있었다. 《리경린 안 계신데요.》 《나 민호인데 민순 어딜 갔소?》 《저…그인…》 《바른대로 말하오. 급한 일이 있소.》 《저…옥루술집…》 《밤낮 무슨 술집이야!》 화가 치밀어오른 민호는 전화기를 탕 내려놓았다. 민수 그 녀석이 또 술집아가씨의 사타구니를 쑤시러간것이 틀림없었다. 아닌게 아니라 그 시각 민수는 옥루술집 귀빈방에서 묘령의 묘족아가씨를 발가벗겨놓고있었다. 희고 잘 발달된 젖가슴도 멋졌고 탄력있는 엉덩이도 일품이였다. 탐욕스런 눈길로 아름다운 녀체를 노려보던 민수는 맥주를 병나발로 꿀떡꿀떡 들이키더니 반쯤 남은 맥주를 그녀의 머리우에 주르륵 쏟아부었다. 허연 맥주거품이 그녀의 몸을 뒤덮으며 아래로 흘러내렸다. 민수는 맹수처럼 그녀에게 덮치며 그녀 몸의 맥주거품을 게걸스레 핥아먹기 시작했다. 민수의 혀바닥이 그녀의 입술에서 날름거리다가 목을 타고 젖가슴으로 미끌어져 내려간다. 민수가 포도알같은 젖꼭지를 들이빨자 묘족아가씨는 몸을 배틀며 후후 웃어댔다. 그러다가 민수가 젖꼭지를 깨물은 모양인지 그녀는《아야, 아파요!》하고 숨넘어가는 소리를 질러댔다. 민수의 혀바닥이 계속 아래로 미끌어져 그녀의 두 다리사이로 내려간다. 《아!》 묘족아가씨가 신음하며 그의 머리를 꽉 움켜잡는다. 그때 문뜩 벗어놓은 민수의 바지에서 핸드폰이 울렸다. 《제길할, 어떤 놈이 요때 딱…》 민수가 두덜거리며 바지를 당겨보니 형님 민호의 호출인지라 아쉬운대로 묘족아가씨에게 팁을 뿌려주고 황망히 옥루술집을 나섰다. 고속으로 자가용을 달리며 민수는 일본손님을 맞으러 공항으로 나가라던 형님의 당부가 떠올랐다. 옥루술집에 섹시한 묘족아가씨들을 새로 모집해왔다는 소식을 듣고 정신없이 그리로 뛰여가다보니 일본손님 마중을 새까맣게 잊어버렸던것이다. 닦달을 당할 각오를 하고 총경리실에 들어서니 예견대로 민호가 눈을 부릅뜨고 쏘아보는것이였다. 《너 밤마다 술집을 싸다니고도 모자라서 대낮에도 술집이야?!》 《형님, 옥루술집에 묘족아가씨들이 새로 왔는데 정말 죽여줍데. 형님도 오늘 저녁 가보오. 끝내줄꺼요!》 《야, 임마! 너 언제 사람질을 하겠니?》 민호는 어이없고도 화가 나서 목소리마저 떨었다. 《너 어째 일본손님 마중을 안갔니?》 《아차, 깜빡 잊었소!》 《잊다니? 어찌 그렇게 중요한 일도 잊을수 있단 말이냐? 명색이 호텔경리란 놈이 밤낮 계집질만 하구 그 형상이 뭐야! 그렇게 하구 어떻게 아래 사람들을 다스릴수 있겠니?》 《…》 《계집질에 열중하는것만큼 호텔경영에 좀 신경을 써라!》 《알았소! 내 녀자도 탐구하고 호텔경영도 탐구하고 동시에 탐구하면 되잖소?》 처음부터 귀밖으로 듣고있던 민수는 민호를 엇먹였다. 《형님, 다른 일이 없으면 난 가봐야겠소.》 《가만, 오늘저녁엔 아무데도 가지 말고 곧추 엄마집으로 와. 할아버지 생신이야!》 《미친 령감이 생일은 무슨 생일이요.》 《이새끼! 그것도 말이라구 하니?》 민호가 꽥 소리질렀지만 민수는 아랑곳도 하지 않고 문밖으로 뛰쳐나갔다. 생각할수록 묘족아가씨를 재껴버리지 못한것이 못내 아쉬웠다. 그대신 녀비서 미스 김을 료리해먹으리라 맘먹으면서 민수는 평화호텔로 차를 달렸다. 무더운 날씨였으나 그 신비한 모자를 쓰고 다니니 더운줄을 몰랐다. 아버지에게 이토록 놀라운 초능력이 있을줄은 꿈에도 생각못했다. 비록 미국 하버드대학에 가서 박사학위를 땄다고는 하지만 연구성과는 보잘것없어 학계에서 밀려나 상업에 종사했던 아버지, 미치광이할아버지를 돌보느라 회사마저 민호에게 떠맡기다싶이했던 아버지가 그 신비한 모자를 설계하고있다는 말을 어머니한테서 들었을 때 민수는 근본 믿지 않았댔다. 그러면서도 워낙 허풍치기를 좋아하는 그는 술집들을 싸다니며 이 아가씨, 저 아가씨에게 그 신비한 모자에 대해 떠벌려댔다. 어머니가 집안비밀이니 정식생산에 들어가기전에 바깥사람에게 루설해서는 안된다고 신신당부했지만 그런 말이 귀에 들어갈리 없었다. 호시회사에서 얻은 정보도 실상 그의 입을 통해 어떤 술집녀자가 바다건너에 전했던것이다. 차는 어느덧 평화호텔문앞에 멈춰섰다. 차에서 내린 민수는 곧추 엘리베이터를 타고 20층에 올랐다. 그의 사무실은 20층 동쪽의 맨 마지막칸에 자리잡고있었다. 그가 복도를 걸어가고있는데 2호귀빈실문이 열리더니 20대의 아가씨가 나왔다. 그는 온몸에서 눈부신 빛이 뿜어져나오는 그 아가씨의 현란한 모습에 그만 넋을 잃고말았다. 별빛같은 눈에서 이글이글 불타는 색기는 사내들의 애간장을 단번에 녹일듯 했고 거대한 산처럼 높이 솟은 젖가슴에서 번쩍번쩍 빛발치는 육기는 사내들의 욕정을 삽시에 불태울듯 했으며 탄력있는 히프에서 섬뜩섬뜩 발산하는 요사스런 기운은 사내들의 음심을 절정에로 치닫게 할듯싶었다. 《아! 꼴딱 삼켜버리고싶은데…》 민수가 군침을 꼴까닥 삼키는데 아가씨는 1호귀빈실 초인종을 누르더니 안으로 들어가버린다. 아가씨가 사라져버린 뒤에도 민수는 한동안 넋을 잃고 서있다가 사무실로 걸어간다. 《2호귀빈실에 든 아가씬 어디서 온 아가씨요? 대단히 육감적이던데…》 민수는 들어서자마자 녀비서 미스 김에게 물었다. 그러자 미스 김은 눈을 곱게 흘겼다. 《아유, 경리님은 녀자를 밝히는덴 이름이 있군요! 어느새 그 아가씰 봤어요? 그 아가씬 일본 호시회사에서 온 아가씬데 방금 들었어요.》 《아참, 예쁜 아가씨가 오는줄 알았더면 내가 마중나가는건데…》 《아이, 경리님은 고운 아가씨라면 오금을 못쓰네요!》 미스 김이 뾰로통해서 곱게 눈을 흘기자 민수는 미스 김을 와락 끌어안았다. 《어째 질투나오?》 《질투나긴요. 전 괜찮아요. 그렇게 밤낮 남의 녀자들에게 정을 쏟느라고 언제 집의 부인님을 돌볼새 있겠어요. 부인님이 밤마다 얼마나 외롭고 쓸쓸하겠어요.》 미스 김은 미꾸라지처럼 민수의 품에서 살짝 빠져나간다. 민수는 미스 김을 붙잡겠다고 이리 쫓고 저리 쫓고, 미스 김은 사무상을 빙빙 돌면서 요리 살짝 조리 살짝 피한다. 그러다가 민수가 손을 잡아채자 미스 김은 민수의 품에 찰싹 달라붙는다. 민수는 데리고 노는 녀자들중에서 미스 김을 제일 좋아한다. 미스 김은 그의 정부로 된 날부터 질투라는걸 몰랐다. 그가 아무리 다른 녀자들과 붙어다녀도 원망 한마디 없었다. 몇번은 미스 김과 즐기다가 전화가 와서 다른 녀자를 찾아간적이 있었는데 그때에도 그를 탓하는 말을 하지 않았다. 다른 녀자를 찾아갔다가 헛탕을 치고와도 미스 김은 기꺼이 그를 받아주군했다. 미스 김은 그가 아무때나 몸을 요구해도 거절하지 않을뿐만아니라 언제나 열정적으로 반겨 맞아준다. 한마디로 미스 김은 끝내주는 녀자였다. 민수는 언제 안아도 싫증이 안나는 미스 김을 꼭 껴안고 입술을 덮쳤다. 그러자 미스 김은 두팔을 벌려 그의 목을 꼭 끌어안고 꼿꼿하게 날세운 자기의 혀바닥을 민수의 입속에 집어넣었다. 민수는 미스 김의 혀를 빨아대는 동시에 그녀의 가슴에 손을 집어넣었다. 미스 김이 기다렸다는듯 응해나섰다. 미스 김은 어느새 불끈 솟아오른 민수의 연장을 움켜쥐고있었다. 민수가 젖가슴을 슬슬 만져대자 미스 김은 바르르 몸을 떨며 열뜬 신음을 토해냈다. 민수는 팬티를 벗겨내려고 스커트밑으로 손을 뻗었다. 그는 미스 김이 치마따위를 입었을 때는 팬티만 슬쩍 벗겨내고 즐기는 습관이 있었다. 그런데 이때 팬티 대신 손에 닿는건 보드라운 허벅지 맨살이다. 《에그그! 팬티를 안 입었잖아?》 《너무 더워서 벗었어요.》 《벗을바엔 아예 몽땅 벗지 그래? ㅋㅋㅋ 이대로 밖으로 나다니진 않았겠지?》 《서시장까지 갔다 왔어요.》 《미니스커트에 노팬티로 서시장까지 갔다 왔다구? 이것참 미치겠어. 그러다가 바람이 불어 치마가 날리면 기막히겠는데.》 《요즘 날씨가 어디 바람 한점 있던가요? 그러잖아도 바람이 불었으면싶었어요. 거리에서 남자들을 만날때마다 〈제가 팬티를 입지 않았어요!〉하고 속으로 웨쳐댔어요!》 《미쳤군! 우리 형수가 정신병원 의사인데 전화 한통이면 침대를 마련할수 있소. 전화로 련락할가?》 《경리님이나 정신병원에 입원하세요.》 《내가 왜…》 《경리님은 여기에 미치지 않았어요?》 미스 김은 스커트를 살짝 들고 자기의 그곳을 손으로 가리켰다. 《아, 그래. 난 거기에 미쳤지!》 민수는 미스 김을 번쩍 들어 쏘파에 던져놓고 스커트를 걷어올렸다. 그다음 미스 김의 다리를 벌려 어깨우에 올려놓고 자신의 심벌을 중심부에다 밀어붙이더니 결사적으로 찍어대기 시작했다…  
21    이 세상은 가짜인가 댓글:  조회:2194  추천:0  2013-11-10
이 세상은 가짜인가 콩트/ 이야기 김희수     연길시 신원아파트에 살고있는 동호가 퇴근하여 집에 들어서니 세살짜리 딸아이가 쪼르르 달려와서 그의 품에 안겼다. 동호는 딸아이에게 뽀뽀해주고 나서 푸짐하게 차려진 저녁상을 보고 싱글싱글 웃었다. 《허허, 오늘은 무슨 날이기에 진수성찬이지?》 《아빠, 오늘은 아빠 생일이야. 그래서 할머니와 엄마가 맛있는걸 많이많이 사왔어.》 《그래? 아빤 깜빡 잊었는걸.》 동호는 생일상을 버젓이 차려놓고 손님을 청하는것을 반대해서 해마다 생일은 집식구끼리 간단하게 쇠곤 했다. 《아이참, 무슨 일이 그리 바빠서 자기의 생일마저 잊었어요? 당신이 쇠고기를 반가워한다고 어머닌 쇠고기볶음료리를 세가지나 했어요.》 안해 숙희가 그를 보고 눈을 곱게 흘기더니 새옷 한벌을 내놓은것이였다. 《오늘은 당신의 생일선물로 양복 한벌을 샀어요. 난전에서 파는 외제인데 다른 곳 보다 가격이 저렴하기에 샀어요.》 동호는 가정의 따사로움을 한껏 느끼며 생일상에 마주앉았다. 방금 숟가락을 들었는데 TV에서 뉴스가 방송되고있었다. 서시장 소고기가게에서 대부분 장사군들이 오늘 말고기를 소고기라고 속여서 소비자들에게 팔았다고 했다. 가짜소고기를 판 장사군들속에서 특히 뚱보녀인이 클로즈업되여 나오고있었다. 《에그 야!》 TV화면에 나온 뚱보녀인을 본 어머니가 갑자기 놀란 소리를 질렀다. 《내 오늘 사온 쇠고기도 저 엠네한테서 사온건데…》 《허허, 가짜쇠고기군.》 동호가 어이없어 웃고있는데 잇달아 가짜 외제양복을 판 난전장사군을 단속하는 장면이 보도되고있었다. 이번엔 안해가 놀란 소리를 질렀다. 《어마나! 난 어쩌라나요. 매화 아빠 양복도 저기서 산건데요.》 《또 가짜!》 동호는 기분이 잡쳤다. 하지만 어머니의 성의를 생각해서 가짜소고기를 맛있게 먹었고 안해의 성의를 고맙게 여겨서 날마다 가짜외제양복을 입고 출근했다. 어느날, 동호는 저녁에 거래처의 김과장과 한잔 한다는것이 3차까지 하다나니 밤늦게 집으로 돌아갔다. 그는 어머니를 깨울가봐 취중에도 열쇠를 꺼내 살그머니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때 안방에서 어머니와 안해가 주고받는 말소리가 들려왔다. 《어미야, 매화 아비는 왜 아직도 안 들어오는거냐?》 《어머니, 매화 아빠는 아까 거래처의 손님이 와서 늦게 들어온다고 전화했잖아요. 그런데 어머니, 낮에 왔던 어머니 고향친구라는 그 할머니가 한 말이 사실입니까?》 《응, 그게…》 《매화 아빠가 정말 어머니의 친아들이 아닙니까?》 《쉿! 누가 듣겠다.》 갑자기 안방의 말소리가 낮아졌다. 동호는 갑자기 굳어진듯 서있다가 살금살금 다가가 안방 문에 바싹 귀를 갖다댔다. 《어미야, 매화 아비한테 말하지 말아라. 사실 매화 아빈 불쌍한 사람이야. 어미, 아비가 누구인지도 모르지. 30여년전 대문 앞에서 갓난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리기에 나가보았더니 포대기에 애를 잘 키워달라는 쪽지가 나왔어. 버려진 애가 분명한데 후날 찾지 않을 예산이였는지 이름도 생년월일도 없었어. 에그, 그게 불쌍해서 동호란 이름을 지어주고 지금까지 친자식처럼 키워왔어.》 《그럼 매화 아빠 생일도 가짜…》 《그래. 령감과 상의해서 어림짐작으로 정해준게지.》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동호는 술이 확 깨는것 같았다. 어머니가 친어머니가 아니라니…자기는 성씨도 생일도 모르는 버림받은 아이라니?! 그는 쓰러질듯 비칠거리는 몸을 겨우 지탱하며 침실로 들어갔다. 이튿날 아침, 동호는 아무 일도 없은듯 태연했다. 어머니는 비록 친어머니는 아니지만 친어머니만 못지 않게 자신을 키워주었고 게다가 사랑스러운 안해와 귀여운 딸아이가 있지 않는가. 그가 이렇게 스스로 위안하며 출근하려고 하는데 뜻밖에 웬 낯선 사내가 찾아왔다. 그 사내가 안해의 이름을 부르자 거실에 있던 안해가 나왔다. 그 사내와 눈길이 마주치는 순간 안해는 온몸을 떨면서 낯색이 새파랗게 질리는것이였다. 《으흐흐, 숙희야, 끝내 널 찾았구나! 어제 거리에서 너의 친구 춘화를 만나서 너의 거처를 알아냈지. 숙희야, 어서 나하고 함께 가자!》 사내는 무작정 안해의 손목을 잡아끈다. 안해는 사내를 뿌리치며 뒤걸음친다. 사내의 무례한 행동에 화가 치민 동호는 사내를 막아서며 비수와도 같은 눈길로 쏘아본다. 《당신은 도대체 누구요? 왜 이러는거요?!》 《내가 누구냐 묻는거요? 허허, 난 숙희의 남편이요!》 사내가 너털웃음을 치더니 말을 이었다. 《다시 말해서 숙희는 나의 안해란 말이요. 난 나의 안해를 데려가려고 온거요. 왜 잘못됐소?》 《당신 무슨 헛소리를 치는거요? 숙희와 난 결혼한 부부사이요! 숙흰 나의 안해란 말이요. 당신 뭔데 나의 안해를 데려가겠다는거요? 어서 물러가오. 나가지 않으면 110을 부르겠소.》 동호가 핸드폰을 꺼내자 사내가 다시 너털웃음을 웃었다. 《으흐흐! 110을 부르겠으면 부르오. 아무튼 숙희와 나는 결혼등기까지 한 합법적 부부이기에 두렵지 않소. 믿지 못하겠으면 이걸 보오!》 사내는 결혼등록증을 꺼내여 동호 앞에 내밀었다. 동호가 받아보니 그건 틀림없는 사내와 숙희의 결혼등록증이였다. 등기날자를 보니 자기와 숙희가 결혼하기 1년전이였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동호는 놀란 눈길로 숙희를 바라보았다. 숙희는 머리를 푹 숙일뿐 아무 말도 못했다. 사내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숙희와 나는 결혼등기까지 한 진짜 부부간이였소. 그런데 내가 탐오죄로 감옥살이를 하게 되자 숙희는 가출하여 나하고 리혼도 하지 않고 당신과 함께 산거요. 난 탐오한 돈을 다 갚고 석방되자 곧 숙희를 찾아 동서남북을 헤맸던거요. 그러다가 어제 거리에서 내가 잘 아는 숙희의 친구 춘화를 만나서 숙희의 근황과 숙희의 거처를 알게 된거요. 어떻소? 이젠 내가 나의 안해 숙희를 데려가도 되겠지?》 사내는 또 숙희의 손목을 잡아끈다. 동호는 사내를 밀치며 단호하게 말했다. 《안되오. 나에게도 숙희와 등기한 결혼등록증이 있소. 그러니 숙희는 나의 합법적인 안해란 말이요!》 《뭐요? 당신과 숙희가 결혼등록증을 냈단 말이요? 그건 위법이요! 숙희야, 너 두 사람과 결혼등기를 하면 중혼죄란 걸 알지? 널 중혼죄로 고발할까.》 《아…아니, 그건 가짜야!》 숙희는 그만 질겁하여 부들부들 떨면서 진실을 말했다. 《동호씨, 우리의 결혼증은 가짜예요. 돈을 내고 만든…》 동호는 그제야 생각났다. 숙희와 만나자마자 정이 든 동호는 숙희와 함께 동거하면서 결혼등기를 하러 가자고 졸랐다. 그때 숙희는 결혼등록처에 아는 사람이 있어서 자기 혼자 가도 된다고 했다. 그래서 해당증명서와 결혼사진을 숙희한테 맡겨버렸는데 숙희가 돈을 내고 가짜 결혼증을 샀을 줄이야… 《으하하!》 사내가 득의양양하여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걸 보오. 당신은 가짜란 말이요. 나야말로 진짜 숙희의 남편이요!》 동호는 멍해졌다. 안해가 가짜라니? 자기의 안해인줄 알았던 안해가 남의 안해라니?! 《엄마!》 그때 침실에서 잠을 자고있던 아이가 깨여나자바람으로 달려나와 숙희에게 안겼다. 아이를 뚫어지게 바라보던 사내가 갑자기 씽긋 웃으며 아이를 안으려고 두팔을 벌렸다. 《아이구나, 요 귀여운 내 딸아, 어서 이 아빠가 안아보자!》 《당신 뭐라는거요?》 동호는 분통이 터지여 사내 앞을 막아서며 고함쳤다. 《내 아이한테 손을 대지 마오! 숙희는 당신의 안해였다지만 이 아이만은 진짜 내 딸이란 말이요!》 《이 아이가 당신의 딸이라구?》 사내가 능청스럽게 웃으며 동호의 어깨를 툭툭 친다. 《당신 또 틀렸소! 이 아이는 진짜 내 아이란 말이요. 당신이 숙희와 만나서 몇달만에 아이를 낳소?》 사내의 물음에 동호는 떨떠름해서 대답했다. 《이 아이는 팔삭둥이요. 숙희가 조산하는 바람에…》 《하하하!》 사내는 또 한번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이 아이는 정상적인 열달배기요! 숙희가 당신을 만날 때 이미 배속에 나의 아이를 가지고 있었다는 말이요. 이건 숙희의 친구인 춘화가 나한테 알려준 말이요. 숙흰 임신한 몸으로 당신한테 시집을 갔다구.》 《숙희, 이게 정말이요?》 동호는 절망적인 눈길로 숙희를 바라본다. 숙희는 죄지은 사람처럼 고개를 푹 떨군다. 《죄송해요, 동호씨! 그땐 동호씨가 절 받아들이지 않을가봐 임신한 사실을 속였던거예요.》 《아아!》 동호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한동안 넋나간 사람처럼 멍해있던 동호는 문을 열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부모도 가짜고 안해도 가짜고 자식도 가짜라니?! 이게 도대체 어찌된 세상이란 말인가! 붐비는 인파속에서 걸어가고있는 동호는 사람도 차량도 고층건물도 모두 가짜로 돼 보였다. 이 세상 모든것이 가짜로 돼 보였다. 그래, 이 도시는 가짜야! 이 세상도 가짜고! 난 가짜 세상에서 살고있어! (2002년)  
20    술군의 이야기 댓글:  조회:2536  추천:0  2013-11-10
술군의 이야기 콩트/ 이야기 김희수     중인량반, 안녕하십니까? 뭐? 오래간만이라구요? 며칠만에 만났는데 오래간만이라니요? 하하하! 날마다 개근하던 단골손님이니 그렇게 생각할수도 있겠지요. 그동안 외출했댔는가구요? 아, 아닙니다. 집에 좀 속탄 일이 있어서… 헤헤, 주인량반, 오늘은 그 독한 배갈을 둬병 주시우. 푹 취해야 하겠습니다. 안주는 뭐 아무거나 주십시오. 우리 아버지는 생전에 소금 두알을 놓고도 배갈 한병쯤은 문제없이 마셨지요. 저도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아서인지 썩두부 하나만 있으면 다른 안주는 필요 없습니다. 주인량반도 알고있다구요? 내가 썩두부 하나 놓고 배갈을 두병씩 답새기는 술고래라는것을…헤헤, 다 지나간 이야깁니다. 지금은 따끈따끈한 모두부가 있어야 그래도 술이 들어가지요. 카아! 거 술맛 참 좋군요. 주인량반, 주인량반은 세상에서 제일 좋은게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마누라라구요? 하하하! 주인량반은 정말 모르는군요. 마누라보다 더 좋은게 바로 먹는겁니다. 이 세상에 먹는것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조물주가 입을 만들어준것은 첫째는 먹어라는것이고 둘째는 말하라는것이지요. 글쎄 먹는게 얼마나 중요하면 《먹고 죽기》, 《먹어야 체면》, 《먹은 죄는 없다》는 말이 나오고 《목구멍이 포도청》, 《금강산도 식후경》, 《밥 한알이 귀신 열을 쫓는다》라든가 《배만 부르면 세상인줄 안다》는 등등의 속담이 다 생겨났겠습니까? 《인생은 일장 춘몽이거니 먹고 마시여라.》는 시구가 있지 않습니까. 먹는게 제일이니 먹어야 합지요. 먹는게라면 가릴게 있습니까. 땅우에서 기는 놈, 뛰는 놈, 물에서 사는 놈, 하늘에서 날아다니는 놈 할것 없이 난 그저 닥치는대로 다 먹지요. 에, 난 잠자리도 통째로 삼켜봤고 쥐고기도 먹어봤고 사람고기도 맛보았지요. 놀라지 마십시오. 내가 뭐 사람을 잡아먹었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한번은 내가 돼지고기를 탕치다가 그만 실수하여 식칼로 손가락을 내리찍었지요. 아뿔사, 손가락 하나가 뭉텅 잘라져 나갔지요. 그때 내 머리속에는 불현듯 3국지의 하후돈장군이 부모가 준 정혈을 버릴수 없어 싸움터에서 뽑혀나온 자신의 눈알을 씹어 삼키던 비장한 장거가 떠올라 나도 잘려나간 내 손가락을 돼지고기와 함께 삶아서 먹었는데 정말 별맛입디다. 보는 보와 같이 그래서 지금 내 왼손 중지가 3분의 2가 없습니다. 에, 먹는게 이렇게 좋지만 이 먹는것 중에서도 술이 제일 좋지요. 남자로 태여나 술과 담배를 모른다면 정말 그 두냥반짜리를 달고 다닐 자격이 없지요. 에, 나는 물론 학생 때부터 술의 진미를 알게 되여 사회에 나와서는 줄기차게 마셔댔지요. 퇴근하여 서산에 해질무렵부터 3차, 4차 옮겨 다니며 마셨는데 마지막 음식점을 나서면 동산에 소는 해를 맞기가 일쑤였지요. 소문이 나자 룡정은 물론 연변에서 나한테 시집오자는 처녀가 없었지요. 안달아난 삼촌이 머나먼 흑룡강 오상의 처녀를 중매하면서 내가 술 마실 줄을 모른다고 속였지요. 첫대면후 그 처녀가 나의 외모에 반하여 약혼에 동의하고 결혼날자까지 받았지요. 삼촌은 나더러 결혼할 때까지만 술을 딱 끊어달라고 애걸 절반, 훈계 절반 했습니다. 종신대사라 나도 정신을 바싹 차리고 술을 끊었는데 그게 참 죽기보다 더 힘들더군요. 사돈보기 때와 결혼잔치 때 다른 사람들이 마셔라, 부어라 하는것을 지켜보노라니 군침이 막 도는데 삼촌이 곁에서 사이다만 부어주며 눈을 딱 밝히고 있어 참는 수밖에 없었지요. 아참, 그 고비를 넘기자 개 똥 먹는 버릇이 어딜 가겠습니까. 결혼한 이튿날부터 고주랑망태가 되는데 안해는 속았다고 울며불며 야단치고…그래봤자 제까짓게 소용 있나요? 이미 엎지른 물인데…그런 줄도 모르고 불원천리 흑룡강에서 딸집에 처음 찾아온 장모님은 이 사위가 술 마실 줄 모른다고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이 자자한 판에 물만두를 빚어놓고 안해가 식초 한병을 사오라고 해서 식품상점에 들어선 내가 글쎄 술친구들에게 붙잡혀 한잔만 한잔만 하다가 식초사러 온 줄도 까맣게 잊고 줄기차게 마셔댔는데…취하여 집에 돌아가니 장모님이 딸을 잘못 줬다고 울고불고…하하하! 그때는 이미 안해의 배가 뚱뚱해지기 시작했으니 별수 있나요? 에, 그후 안해는 애새끼 때문에 참는다면서 《이젠 마시겠으면 콱 마십시오.》하고 내가 아무리 마셔대도 상관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것이 내가 직장에서 정리실업 당하여 밀려나자 바가지를 긁기 시작했지요. 《생활이 바쁜데 일자리를 찾을 궁리는 하지 않고 빈들빈들 놀면서 술만 마시면 어떻게 사냐? 노는것도 괜찮으니 술만 마시지 말라.》이렇게 권고도 하고 애걸도 했지만 난 그따위 잔소린 개방귀로 여기고 날마다 취해 들어와선 주정을 부렸지요. 에참, 그런데 누가 알았겠습니까? 그렇게 무던하던 안해가 보따리 싸고 달아날 줄이야. 바로 그저께 일입니다. 안해는 애새끼를 데리고 어디론가 종적을 감춰버렸지요. 아이고, 주인량반, 이젠 난 홀아비가 됐으니 어떻게 살겠습니까? 뭐? 이제부터라도 정신을 차리고 아무 일이나 찾아하라구요? 내 이 미남 체격에 어디가서 체면 깎이게 신수리나 자건거수리를 하겠습니까? 삼륜차는 더욱 못 끌지요. 그런 일은 죽어도 못하지요. 그럼 어디 돈이 있어 술을 마시는가구요? 집이 있지 않습니까. 집을 팔면 얼마동안은 술을 마실수 있을게 아닙니까. 뭐, 내가 타락했다구요? 워낙 개코같은 인생인데 타락한들 뭐랍니까? 그래도 정신차리고 새출발을 하라구요? 후―술맛 좋군요. 나도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살겠는지… 주인량반, 안해 없는 집은 정말 썰렁하지요. 텅 빈집 같습니다. 주인량반 말처럼 세상에서 제일 좋은게 마누라일까요. 그런데 요 술이란 놈이 마누라보다 썩 더 좋은걸 어떻게 합니까. 주인량반도 한잔…에, 모르겠습니다. 이젠 술이 더 좋은지 마누라가 더 좋은지…원래는 술이 더 좋았는데 지금은 조금 달라요. 아, 이거 마지막 잔인데…카악… (1996년)    
19    구상해탄의 3거두 (3) 댓글:  조회:6171  추천:3  2013-11-10
일본놈의 주구로 된 구상해탄 깡패거두 장소림 (번역)   장소림(张啸林)은 1877년 6월 14일에 절강성 자계현의 한 시골에서 출생했다. 그는 1887년에 사당에서 공부하다가 1890년에 아버지 장전해가 사망되자 형님 장대림과 함께 어머니를 모시고 항주로 이주하여 견직물을 짜는 방직실에 들어가 견습공으로 있었다. 1897년에 20살이 된 장소림은 힘이 세고 근육이 발달한 자신의 체질을 믿고 주먹으로 살아가려고 결심했다. 그는 몇몇 깡패들을 긁어모아 상인들을 위협하는 수단으로 돈을 벌었다. 1903년에 장소림은 절강성 무비학당으로 들어가려고 배에 올랐다가 한 청년이 깡패들에게 죽도록 매맞는것을 목격했다. 그는 달려가 깡패들중에서 한놈을 두손으로 머리우까지 들어올렸다가 땅바닥에 내던졌다. 그것을 본 다른 깡패들은 무서워서 뿔뿔이 도망쳤다. 장소림이 구해준 청년은 란계현사람인데 장재양이라 불렀다. 그후 그들은 막역지교로 되였다. 그들은 함께 청왕조를 위해 하급군관들을 양성하는 무비학당으로 들어갔다. 원래 주먹싸움을 좋아했던 장소림은 무술과와 사격과에 흥취를 가졌고 성적도 매우 출중했다. 하지만 기생집출입을 한 규률위반으로 그는 학당에서 처분을 받았다. 화가 난 그는 졸업도 하지 않고 학당을 떠나버렸다. 고향공신교로 돌아온 그는 차집을 차리고 힘깨나 쓰는 사람들에게 술을 사주고 기생을 붙여주면서 그들을 주위에 끌어들였다. 그 시기 그는 12살의 루려금에게 반했다. 그후 그는 루려금에게 접근했는데 생각밖에도 그녀가 못이기는척 하고 그에게 몸을 맡기는것이였다. 그 일이 있은후 장소림은 루려금을 안해로 맞아들였다. 루려금은 아이를 낳지 못했기때문에 그들은 미혼부부가 낳은 남자아이를 양자로 삼았다. 그후 장소림은 아편매매를 하다가 일대에서 자신보다 세력이 더 강한 깡패두목 전표의 패거리에게 아편을 빼앗기게 되였다. 화가 난 장소림은 패거리들을 데리고  전표의 패거리와 무리싸움을 벌렸는데 싸움중에 도망치다가 안해 루려금을 전표에게 빼앗기게 되였다. 전표는 장소림의 안해가 자색이 뛰여난것을 보고 2개월동안이나 데리고 살았다. 전표에게 쫓기워 강물에 뛰여들었던 장소림은 묘지암의 지능이란 녀승에게 구원되였다. 지능은 장소림을 암자에 숨겨놓고 치료해주면서 건장한 체구를 가진 사내에게 반했다. 장소림은 이렇게 미모의 녀승과 남녀의 즐거움을 나누게 되였다. 그후 그는 부하를 통해 전표가 숨겨놓은 안해의 거처를 알게 되였다. 그의 안해는 그가 몰래 보낸 편지를 보고 그날밤에 깊은 잠이 든 전표의 성기를 가위로 베여버렸다. 때를 같이하여 장소림이 부하들을 거느리고 덮쳐들었다. 전표가 황망히 도망치자 두목이 없게 된 전표의 부하들은 손을 들고 투항했다. 장소림은 앙가품을 하려고 전표의 안해를 찾았으나 벌써 도망치고 없었다. 그대신 전표의 12살 되는 딸을 붙잡았는데 장소림의 안해는 전표의 딸과 자는것으로 앙가품을 하라고 시켰다. 하지만 장소림은 전표의 딸이 못생긴것을 보고 생각이 없어 기생집에 팔아버렸다. 1912년에 상해로 들어간 그는 무비학당을 다닐 때 친했던 장재양 등의 도움으로 세력을 넓히고 재물을 긁어모았다. 무비학당을 함께 다녔던 학원중에 벼슬을 하는 사람도 있었고 군벌군관이 된 사람도 있었다. 그는 1919년에 가족을 데리고와서 상해에 자리잡으면서 “대자(大字)”서렬의 번근승을 스승으로 모셨다. 그후 황금영, 두월생과 함께 “삼흠회사”를 경영하면서 그들과 함께 상해탄의 3거두로 되였다. 1925년에 화격얼로에 위치한 장공간(张公馆)에 이주했는데 그해 북양정부의 재정부참의로 임명되였다. 1927년 4월 12일에 황금영, 두월생과 함께 장개석을 도와 공산당을 살해했다. 장개석은 그의 공로를 치하하여 그를 “군사위원회 소장참의”, “해륙공군 총사령부 고문”, “행정부참의”로 임명했다. 장소림은 본부인 루려금외에 명기로 소문난 장수영을 둘째부인으로 맞아들였다. 그외 셋째부인과 넷째부인이 있었지만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다. 1937년 10월에 일본군이 상해를 맹렬하게 공격해오자 상해를 포기하려고 생각한 장개석은 상해탄의 3거두가 일본군과 괴뢰정부에 리용당하는것을 방지하기 위해 황금영, 두월생, 장소림을 불러 향항으로 피신하라고 권고했다. 3거두의 서렬은 원래 황금영, 장소림, 두월생이였지만 그 당시에는 두월생, 황금영, 장소림으로 변했다. 장소림은 두월생보다 먼저 깡패세계에 발을 들여놓았고 자격도 한급 높았기에 마음속으로 두월생이 최고두목으로 된것을 불복하고있었다. 그는 장개석이 피신하라고 하자 속으로 수판알을 굴렸다. (일본군이 상해를 점령하면 꼭 깡패세력을 끌어들이려고 할것이다. 3거두중에 황금영은 이미 일본군을 위해 일하지 않겠다고 표시했고 두월생은 상해를 떠나겠다고 했으니 이는 내가 혼자서 상해탄을 쥐고흔들수 있는 좋은 기회야.) 과연 장소림의 예산대로 일본군이 상해를 점령하자 일본의 상해파견군 사령관 마쓰이 이와네는 장소림을 찾아와 협의를 맺었다. 그후 장소림은 일본침략군이 점령한 강서성정부의 괴뢰성장을 담임하면서 일본군의 괴뢰가 되여 각 항업의 인사들을 일본군에 순종하도록 핍박했다. 그리고 깡패들을 풀어 항일활동을 진압했고 애국지사들을 잔혹하게 살해했다. 그는 “신아평화촉진회” 회장의 명의로 외지에 깡패들을 파견하여 량식, 면화, 석탄, 약품을 강제로 헐값에 사들이거나 빼앗아가지고 일본군에게 보내주었다. 그는 괴뢰군을 모집해들여 일본군한테 충성하게 했고 대량적으로 깡패들을 모아들여 일본군의 졸개로 만들었다. 장소림의 친일활동은 장개석을 불안하게 했다. 장개석은 군통국 국장 대립한테 장소림을 죽여버리라고 명령했다. 대립은 상해에 잠복한 군통국 상해구 구장 진공주한테 장소림을 제거해버리라는 명령을 내렸다. 진공주는 장소림을 암살할 계획을 세우고 진묵을 대장으로 하는 행동소조를 조직했다. 진묵은 두번이나 장소림을 암살하려고 했지만 모두 성공하지 못했다. 이에 진묵은 장소림의 내부일군을 매수하려고 생각했다. 그는 장소림의 경호원중에서 림회부를 선택했다. 림회부는 장소림의 운전수 아사의 소개로 장소림의 저택으로 들어갔다. 초기에 그는 문지기로 일했다. 장소림은 두번이나 암살을 당할번 한후 무예가 사격에 능한 경호원을 모집하려고 했다. 그때 문지기로 있던 림회부는 사격시험에서 합격되여 장소림의 경호원으로 되였다. 진묵은 몰래 림회부를 만나서 대한간 장소림을 제거하는것은 민족의 대의라고 말하면서 5만원을 넘겨주었다. 진회부는 동의하고 돌아가 장소림의 동향을 살피면서 진묵의 지령을 기다렸다. 1940년 8월초에 진공주와 진묵은 림회부를 만나서 “요 며칠사이에 손을 쓰오. 성사후 군통총부에서 방법을 대여 자네를 프랑스조계지의 순포방에 들어가도록 해주겠네”라고 말했다. 1948년 8월 14일에 손님이 장소림을 찾아왔다. 림회부는 장소림이 손님을 바래주러 아래층으로 내려갈 때 손을 쓰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얼마후 손님을 모셔온 집사가 내려와 기생을 불러들이러 나갔다. 기생을 데리고놀면 밤을 지새울것이니 손을 쓸 방법이 없게 된것이다. 림회부는 생각하다가 차를 닦고있는 장소림의 운전수 아사를 찾아가 말했다. “선배님, 집에 일이 있어서 며칠동안 청가를 맡아야 하겠는데…” “그런데 어쨌다는거야?” “선배님이 웃층에 올라가 장선생님한테 말해줄수 없겠소?” 아사는 머리를 가로흔들었다. “장선생은 손님이 왔을 때 아무도 방해하지 못하게 해. 너도 이런 규칙을 알잖아?” 림회부는 격장법으로 아사를 자극했다. “선배님은 평소에 장선생님이 선배님을 가족처럼 중하게 여긴다고 자랑하더니 이제보니 모두 허풍이였군요. 보아하니 선배님이나 나나 다름이 없군요.” 아사는 화가 나서 “내가 네놈을 장선생한테 소개해주었는데 네깐 놈이 감히 나하고 비기다니?”하면서 욕설을 퍼부었다. 림회부도 지지 않고 목소리를 높였다. 웃층에 있던 장소림은 “누가 떠는거냐?”하고 소리치더니 창문으로 내다보았다. 장소림은 두 사람이 다투고있는것을 보고 화가 나서 림회부를 가리키면서 고함쳤다. “이 거북손자같은 놈아! 밥을 처먹고 일은 하지 않고 싸우기만 하는거냐? 이 어른이 이제 일본병사들을 더 불러오면 너같은 놈은 필요없어!” 림회부는 약을 올리느라고 맞받아 소리쳤다. “장선생님, 당신 눈에는 내가 일본놈들보다 못하다는겁니까?” 장소림은 화를 참을수 없어서 상반신을 창문밖으로 내밀면서 말했다. “아사야, 그 거북손자놈의 총을 빼앗고 그 놈을 쫓아버려라!” “그럴 필요없어. 나절로 나갈테니깐!” 림회부는 허리춤에 총을 뽑아들었다. 모두들 림회부가 총을 바치려고 그러는줄 알았다. 그런데 림회부는 별안간 총을 장소림한테 겨누더니 잽사게 방아쇠를 당겼다. 장소림은 당장에서 비명을 지르며 숨을 거두었다. 향년 64세였다. 림회부는 장소림의 죽음을 확인하려고 총을 든채 웃층으로 뛰여올라갔다. 그때 장소림을 찾아왔던 손님이 프랑스조계지의 경찰에 전화를 거는것을 보고 림회부는 그 손님을 쏘아죽였다. 그 다음 장소림이 숨을 거둔것을 확인하고 도망치려던 림회부는 장소림의 경호원들에게 붙잡혔다. 그때 현장으로 달려온 프랑스조계지의 순포장에서 림회부를 붙잡아갔다. 림회부는 15년형을 받았다가 항일전쟁이 승리한후 석방되였다.  
18    구상해탄의 3거두 (2) 댓글:  조회:6794  추천:2  2013-11-10
조조처럼 간사한 구상해 깡패거두 두월생 (번역)   두월생(杜月笙)은 1888년 8월 22일에 상해 천사(지금의 상해시 포동신구역)의 고교남쪽 두가(杜家)저택에서 출생하였다. 4살전에 부모가 모두 돌아갔기에 그는 선후로 계모와 삼촌의 슬하에서 자랐다. 그는 어릴 때부터 깡패들과 어울렸으며 과일점의 점원질도 했다. 그때 그는 청방의 진세창을 스승으로 모셨다. 진세창은 소동문일대의 깡패두목이였는데 작호가 “투첨자복생”이였고 청방의 중간에 속하는 “통자(通字)”서렬이였다. 두월생은 “오자(悟字)”서렬에 배치되였다. 두월생은 진세창의 관계를 통하여 청방의 최고두목인 황금영의 저택으로 들어갈수 있었다. 두월생은 령리하고 간사하고 눈치가 빨랐기때문에 얼마후에 프랑스조계지의 중국인정탐두목으로 되였다. 황금영은 그를 심복으로 여기면서 아편운반을 책임지게 하고 프랑스조계지 3대도박장의 하나인 “공흥구락부”를 경영하게 했다. 두월생은 부하들을 잘 모아들이고 군벌들과 결탁했기에 몇달사이에 아편운반에서 세력이 가장 강대해졌다.   1925년 7월에 두월생은 프랑스조계지와 군벌의 보호하에 “삼흠회사”를 설립하여 프랑스조계지의 아편운반을 독점했다. 이렇게 되여 그는 황금영, 장소림과 함께 상해깡패3거두의 하나로 되였다. 그해 두월생은 프랑스조계지상회 총련합회 주석 겸 납세중국인감찰로 임명되였다. 상해깡패3거두중에서 “황금영은 재물을 탐내고 장소림은 싸음질을 좋아하고 두월생은 처신을 잘한다”는 말이 나돌았다. 황금영과 장소림에 비해 두월생은 확실히 수법이 더욱 고명했다. 그는 깡패 각 세력간의 관계를 잘 조화시켰고 각 군벌파벌간의 관계를 잘 처리했다. 그는 또 돈을 벌줄도 알고 쓸줄도 알았다. 그는 아편을 밀수하고 도박장을 개설하여 대량의 재물을 긁어모아서는 그 불의지재를 가지고 사회각계 명류, 정치요인, 문인, 화가, 깡패골간 등 인물들을 위해 통이 크게 쓰면서 그들의 환심을 샀다. 그는 또 민심을 사기 위해 몇년동안 련속 전염병방지약품을 고향에 무료로 공급해주고 상해와 부근지구에 재해가 발생되면  리재민들에게 구제물자를 보내주는 등 사화기부활동도 많이 했다. 그리고 직접 나서서 로동자들과 자본가의 분규를 해결해주는 등 로동자들의 리익을 보호해주는척 하는 형상을 보여주기도 했다. 두월생은 전통깡패들이 간편한 옷차림을 하고 손에 반지를 끼고 소매를 걷어올리고 다니던 이왕의 틀거지를 개변하여 사계절 긴 적삼을 입고 점잖은 옷차림을 하고 다니면서 사람들에게 교양있는 형상을 보여주었다. 그는 퇴진한 대통령 려원홍을 잘 대해주었고 대학자 장태염, 저명한 정치가 양도, 명변호사 진련규를 상객으로 모셨다. 그때문에 두월생의 사회상의 지위는 점점 높아졌다. 1927년 4월 11일에 두월생은 황금영, 장소림과 함께 중화홍진회를 조직하여 장개석의 반혁명정변을 도와 상해로동자운동의 령수 왕수화를 살해하고 깡패들을 시켜 로동자규찰대를 진압하기도 했다. 장개석은 그의 공로를 축하하여 남경정부가 성립된후 그에게 륙해공 총사령부 고문, 군사위원회 소장참의와 행정원참의 등 직에 임명했다. 이런 직위들은 실권이 없고 허울뿐이였지만 그의 사회지위를 높여주었다. 1929년에 두월생은 프랑스조계지 공동국의 중국인 리사장으로 되였는데 이는 중국인이 프랑스조계지에서의 최고지위였다. 그해 그는 중휘은행을 설립하여 상해금융업에 진출했다. 그는 금융계의 서신륙, 진광보, 당수민 등 저명한 인사들과 관계를 밀접히 했기때문에 그의 은행업무가 날따라 흥성했다.     항일전쟁시기 두월생은 중국적십자회 부회장을 담임하면서 유익한 자선사업을 했다. 1937년 8월 13일에 일본군이 상해를 공격해오자 두월생은 구급  위원회를 조직했다. 그는 10개의 구급치료대, 13개의 긴급구호대, 24개의 림시구호병원를 설립하고 구급차 98대를 항일전선에 지원했다. 그가 령도한 의료일군들은 항일전쟁에서 부상당한 군대와 백성 4만 4398명을 구급했다. 두월생은 또 대립과 함께 1만명의 무장유격대를 조직하여 항일정규군을 도와주었다.  이때 그는 자신의 돈으로 구매한 총 5000자루를 전선에 기부했다. 두월생은 대립과 함께 항일조직인 소절행동위원회를 조직했다. 소절행동위원회 별동대에는 5개지대가 있었는데 1, 2, 3지대는 대부분 그의 제자들로 무어졌고 사령은 모두 그의 문하생이였다. 그후 두월생은 또 송강, 곤산, 소주, 무석, 항주, 남경 등지에 중상병원을 설립하여 해마다 수천명의 부상병들을 치료해주었다. 남경이 일본군에게 함락되자 그는 직접 비행기를 타고 한구로 날아가서 정부 해당부문과 함께 한구에 림시구급위원회를 설립하고 178개의 의료대를 설치했다. 그가 령도한 적십자회에서는 항일하다 부상당한 군대와 백성 260만명을 치료해주었다. 항일전재시기 두월생은 통신기재, 장갑차 등을 중국공산당의 고급지휘관에게 보내주었다. 그는 또 생해주재 팔로군대표 반한년의 요구에 의해 화란에서 수입해온 1000개의 방독면구를 진북전선에서 싸우는 팔로군부대에 증송했다. 1938년봄에 중국적십자회 총회 리사사무실은 향항으로 이주했다. 두월생은 직접 향항으로 가서 사업을 맡아하면서 항일지원자금을 마련했다. 그는 중국적십자회 부회장, 구제위원회 상무위원과 상해 당정통일사업위원회 주임위원을 담임하면서 정보업, 한간암살계획 등 활동에 종사했다. 그 시기 그는 군통특무를 협조하여 대한간이며 상해시 괴뢰시장인 부소암을 죽여버렸다. 1940년에 그는 인민행동위원회를 조직했는데 이는 국민당의 지지를 받는 중국 각 깡패세력의 련합기구였다. 두월생은 인민행동위원회의 주요책임을 맡았는데 이는 사실상 그가 중국깡패세력의 최고두목으로 된것이다. 1941년 12월에 태평양전쟁이 폭발된후 두월생은 중경으로 이주하여 “항사총사”를 세우고 대후방에서 세력을 발전시켰다. 그는 중화무역신탁회사, 통제회사 등을 조직하여 점령구에서 물자를 교환하여 리익을 챙겼다. 항일전쟁이 승리한후 두월생은 1945년 9월에 다시 상해로 돌아와 세력을 넓혀갔다. 그때는 조계지가 이미 없어졌고 국민당세력이 공개적으로 활동을 할수 있게 되여 깡패의 작용이 더는 이전처럼 중요하지 않게 되였다. 1946년 12월에 그는 상해참의회 의장으로 당선되였지만 국민당이 이전처럼 지지하지 않았기에 얼마후 사직했다. 그후 그는 공상, 금융, 교통, 문화, 교육, 매체 등 각 방면에서 세력을 발전시켰다. 그는 각종각약의 리사장, 회장, 상무리사, 학교리사장 등 60~70개의 직위를 담임했다. 두월생이 공개적으로 맞아들인 부인은 다섯이였다. 첫째부인 심월영은 소주사람인데 생육을 못해 다른 사람의 아이를 양자로 삼았다. 그후 첫째부인이 외사촌오빠와 간통하는것을 발견한 두월생은 첫째부인을 10년동안이나 가둬놓았다. 두번째부인 진귁영은 상해사람인데 무용배우였다. 둘째부인은 두유환, 두유한, 두유녕 세 아들을 낳았다. 셋째부인 손패호는 소주사람인데 16살에 두월생한테 시집을 와서 두유병, 두유친 두 아들을 낳았다. 넷째부인 요옥란은 북경사람인데 저명한 경극배우였다. 두월생은 요옥란과 그녀의 녀동생 요옥영이 공연하는 모습을 보고 홀딱 반했다. 그후 그는 두 자매를 하루밤사이에 번갈아가며 자기의 녀자로 만들었다. 일주일후 요옥영은 병으로 죽고 요옥란은 두유선, 두유숭 두 아들과 두미여, 두미하 두 딸을 낳았다. 다섯째부인 맹소동은 북경사람인데 요옥란과 같은 스승을 모신 저명한 경극배우였다. 그녀는 두월생의 부인으로 되기전에 저명한 경극대사(大师) 매란방의 련인이였다. 맹소동은 딸 두미연을 낳았다. 1948년봄에 두월생은 국민정부에서 열린 헌정(宪政)을 실시하기 위한 “국민대회)”에 참석하여 장개석을 받들어 대통령으로 당선되게 하는데 일조했다. 장개석은 엄중한 재정위기를 만회하기 위해 장경국을 상해에 파견하여 시장가격개혁을 실행하게 했다. 장경국은 금원권(金圆券)을 발행하여 민간에 소지하고있는 외화와 금은을 일률로 금원권으로 바꾸도록 요구했다. 두월생의 아들 두유병은 그대로 하지 않았기에 투기거래죄로 장경국에게 체포되여 6개월의 도형에 언도되였다. 이 일을 겪은후 두월생은 상해에서의 자신의 대세가 이미 기울어졌음을 알게 되였다. 1949년 3월하순에 장개석은 두월생을 남경에 청해놓고 “상해를 지키기 어렵게 되였으니 두선생은 대만으로 가는게 좋겠소”라고 말했다. 그 시기 중국공산당측에서 황염배에게 위탁하여 두월생을 상해에 남도록 권고했다. 그 소식을 들은 장개석은 두월생에게 경고하는 말투로 “두선생이 민국 16년에 공산당을 제거하는데 큰공을 세웠고 이때문에 공산당과 깊은 원한을 맺게 되였소. 공산당은 계급투쟁을 중시하기에 두선생을 절대 가만놔두지 않을거요. 요행을 바라지 말고 대만으로 가도록 하오”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산당도 장개석도 믿을수 없게 된 두월생은 자유의 항구 향항을 선택했다. 1949년 5월 1일에 향항으로 도망간 두월생은 1951년 8월 16일에 병으로 사망되였다. 향년 63세였다.       
17    구상해탄의 3거두 (1) 댓글:  조회:7382  추천:5  2013-11-10
구상해탄을 손안에 넣고 흔든 청방거두 황금영 (번역) 황금영(黄金荣)은 구상해에서 명성이 높은 청방(青帮)두목이였으며 두월생(杜月笙), 장소림(张啸林)과 더불어 3대깡패거두였다. 그는 1900년에 프랑스조계지의 순포방에 들어가면서부터 아편밀매를 조정하고 도박장, 오락장을 꾸려 깡패세력을 키웠는데 문하생이 1000여명이나 되였다. 황금영은 “4.12”반혁명정변을 도와 공산당을 살해했지만 항일전쟁시기에는 일본측과 왕정위괴로정부에서 임명한 직위를 일체 거절하기도 했다. 그는 항일전쟁승리후 다시 청방조직의 활동에 나섰지만 이미 권세가 쇠퇴해졌다. 그 당시 그의 지위는 두월생이 대체했다. 1868년에 강소성 소주시에서 출생한 황금영은 1873년에 상해로 이사가서 1876년에 서당에서 공부했다. 1881년에 아버지 황병천이 사망되자 맹강당사당에 들어가 잡일을 했다. 1884년에 자형 황전포가 꾸리는 사가당의 표장포(裱褙铺)에 들어가 학도공으로 일하던 그는 1890년에 관아에 들어가 범인을 잡는 하급관리 포쾌(捕快)일을 맡아하다가 2년후에 프랑스조계지의 순포방에 3등중국인포쾌로 뽑혀들어갔다. 1899년에 사직하고 소주에 가서 로천궁극장을 꾸린 황금영은 이듬해에 림계생과 결혼했다. 그후 다시 상해로 들어간 그는 1901년에 취보루에 향당(香堂)을 세워놓고 제자들을 받아들였다. 1917년에 송호호군사(淞沪护军使)관아의 상좌독찰에 임명되였고 1924년에 순포방의 독찰장으로 승진했다. 1927년에 그는 “4.12”반혁명정변을 도와주었고 1928년에 장개석으로부터 “군사위원회 소장참의”, “륙해공 3군총사령부 고문”, “행정원참의”로 임명되였다. 1931년에 황가(黄家)화원이 락성되였다. 그해 그는 상해대세계오락장을 먹어치우고 “영계(荣计)대세계”로 이름을 고쳤다. 1936년에는 충신사를 세우고1945년에는 영사(荣社)를 성립했다. 황금영은 여러건의 큰 사건을 해명하여 명성이 자자했다. 어느 한번은 프랑스 총령사의 서기관이 동부인하여 태호를 유람하다가 토비를 만나 랍치당했다. 프랑스조계지에서는 그 소식을 들은후 황금영을 파견하여 그 서기관을 구해오라고 했다. 황금영은 부하들을 시켜 태호의 토비두목 “태보아사”와 “저라아미”를 찾게 했다. 그 다음 직접 나서서 손쉽게 프랑스인질을 구해냈다. 또 한번은 복건성 독리(督理) 주음인의 참모장 양지후는 여섯상자의 공동품과 고대서화를 가지고 상해로 왔는데 부두에 도착하자마자 강도들에게 물품을 몽땅 빼앗겼다. 이에 송호호군사 하풍림은 특히 황금영을 청하여 빼앗긴 물건을 찾아달라고 했다. 황금영은 반나절도 되지 않아 그 물건을 찾아주었다. 그외에도 황금영은 수많은 큰 사건을 해명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큰 공로는 프랑스의 천주교신부랍치사건을 해명한것이다. 그 공로로 하여 그는 프랑스의 동정전권대신으로부터 특등 금질보성(金质宝星)을 수여받았다. 그리고 1924년에 프랑스조계지의 순포장에서 유일한 중국인탐정 독찰장으로 승진했다. 황금영은 스승을 모시지 않고 향당을 열어서 청방에서 “빈자리”였지만 세력이 강했기에 자칭 “천자(天字)”서열이라고 하고 청방이 두목으로 되였다. 당시 상해탄(上海滩)청방에서 최고서열은 “대자(大字)”서열이였다. 황금영은 손에 쥔 권력을 리용하여 아편을 밀수하고 도박장을 꾸렸으며 다른 사람과 합작하여 경견장(跑狗场) 등을 꾸려 불과 몇년사이에 상해탄의 거두로 되였다. 황금영은 프랑스조계지의 순포방 중국인 독찰장을 20여년이나 맡아했다. 그는 60돐생일을 쇨 때에야 사직했다. 하지만 프랑스조계지의 순포장 경무처에서는 계속 그를 고문으로 초빙했다. 로란춘은 황금영의 문하생 장생의 양딸이였는데 황공관(黄公馆)에 자주 놀러왔다. 그녀는 평소에 희곡을 듣기를 좋아했다. 그녀는 총명하고 령리했기에 얼마 지나지 않아 회곡을 흉내내여 부를줄을 알게 되였다. 당시 황금영은 이미 50여살이였지만 14살밖에 안되는 로란춘에게 첫눈에 반했다. 그는 돈을 아끼지 않고 로란춘을 무대에 오르게 밀어주었다. 그는 직접 나서서 로란춘에게 주역을 맡겨주고 로란춘의 레코드를 출시했다. 상해의 크고 작은 신문에서는 다투어 로란춘의 아름다운 자태를 찍은 사진을 실었다. 로란춘의 명성은 일시에 상해의 이름난 연예인 소금령과 분국화를 릉가했다. 황금영은 로란춘을 첩으로 맞아들이려고 했다. 그러나 그의 부인 림계생은 “나를 이 집에서 내보내기전에는 그 여우년을 들이지 못해요”라고 하면서 반대했다. 화가 난 황금영은 리혼을 제기했다. 그는 림계생에게 거액의 생활비를 줘서 쫓아보내고 로란춘을 안해로 맞아들였다. 그러나 그의 혼인생활은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3년도 안되여 젊은 남자와 눈이 맞은 로란춘은 황금영과 리혼하겠다고 성화를 부렸다. 1923년에 황금영과 로란춘은 프랑스변호사 위안소의 사무소에 가서 협의리혼을 했다. 1920년에 경비가 늘 부족했던 장개석은 몇몇 사람과 함께 돈을 벌기 위해 상해에 증권물품교역소인 “항태호”를 세웠다. 교역소의 업무는 초기에는 경기가 좋았지만 1921년에 상해에 오늘의 소규모 금융위기와 비슷한 “신교폭풍(信交风暴)”이 폭발하여 주식가치는 종이장이나 다름없게 되였다. 억지로 지탱하던 “항태호”는 1922년에 부도가 났는데 숱한 주주들이 주식을 가지고 와서 현금으로 바꿔달라고 요구했다. 채권자들은 깡패들을 고용하여 장개석을 위협하면서 돈을 갚으라고 강요했다. 깡패들을 피해다니느라고 숨을 죽이고있던 장개석은 상업계에서 비교적 지위가 높은 우흡경을 통해 프랑스조계지에서 명성이 자자한 황금영을 찾아가 보호해줄것을 요구했다. 장개석은 길일을 택해 황금영을 스승으로 모셨다. 그날 황금영은 자택의 2층의자에 름름하게 앉아있었는데 장개석은 붉은색으로 쓴 스승으로 모시는 글을 황금영에게 공손하게 받들어올렸다. 그 다음 장개석은 황금영에게 머리를 조아려 례를 올렸다. 그후 황금영은 채권자들을 술집에 청해놓고 옆에 앉은 장개석을 가리키며 말했다. “지금 지청(그 당시 장개석이 늘 사용했던 이름)은 나의 제자입니다. 여러분들이 지청의 빚을 받겠으면 나를 찾아와 요구하시오!” 그제야 채권자들은 황금영이 홍문연을 차린것이란것을 알았다. 그들은 돈을 요구할수 없게 되였다는것을 알고 이 기회에 황금영의 체면을 세워주려고 마음먹었다. 이렇게 되여 황금영의 한마디 말로 채권자들을 피하여 다니던 장개석은 숨을 돌리게 되였다. 상해가 해방되기 전야에 사람들이 황금영을 보고 공산당에게 욕을 보지 말고 대만이나 향항으로 도망가라고 권고했지만 황금영은 의연히 상해에 남아있었다. 황금영은 “난 이미 여든이 넘어서 오라지 않아 관속에 들어갈 사람이요. 떠나다가 중도에서 급병이라도 생겨 죽기라도 하면 그런 랑패가 어디 있겠소. 내 일생동안 상해에서 살았는데 외지에서 죽고싶지 않소”라고 말했다. 황금영은 저택에 들어박혀 두문불출하면서 밖의 일을 묻지 않았다. 적지 않은 사람들은 황금영이 이미 대만이나 향항으로 도망치지 않으면 인민정부에 체포되여 감옥생활을 하고있을것이라고 생각했다. 1951년초에 반혁명진압운동이 시작되자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황금영의 저택문앞에 모여들어 그에게 비판을 받을것을 요구했다. 황금영을 검거하는 편지가 눈송이마냥 상해시정부와 공안기관에 날아들었다. 당중앙에서는 상해를 해방하기 전야에 이미 깡패세력들이 말썽을 일의키지 않고 사회치안을 어지럽히지 않으며 개조를 접수한다면 그들을 다치지 않는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특히 황금영, 두월생과 같은 조직두목들은 한시기 관찰한후 표현에 따라 다시 처벌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이는 상해경제발전에 유리한것이다. 상해시 시장 진의는 이 방침과 정책을 엄격하게 집행했다. 상해시인민정부에서 직접 황금영을 만나 이왕의 정책은 변하지 않았다는것을 설명하면서 그에게 “회개서”를 써서 신문에 공개해줄것을 요구했다. 1951년 5월 20일에 상해의 《뉴스보》와 《문회보》에서 《황금영의 자백서》를 실었다. 황금영은 자백서에 “자수개과”하고 “립공속죄”하며 “정부와 인민에게 용서해줄것”을 요구했다. 상해깡패거두의 “참회”는 당시 큰 파문을 일으켰으며 사회질서를 안정시키고 깡패잔여세력을 겁먹게 하는데 매우 큰 작용을 일으켰다. 그후 황금영은 정부의 개조호소에 호응하여 거리를 청소하는 일을 하기 시작했다. “황금영이 거리청소를 한다”는 소식은 세계각지에 쫙 퍼졌다. 구상해의 다른 한 깡패거두인 두월생은 향항에서 이 소식을 듣고 자신이 상해에 남지 않는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국내외의 반향을 고려하여 황금영의 이런 “개조”조치는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얼마후에는 그만두게 했다. 필경 황금영은 늙고 병든 로인이였던것이다. 2년후인 1953년에 한때 상해탄에서 권세와 명성이 하늘을 찔렀던 풍류인물은 온몸에 열이 나서 며칠동안 혼미상태에 빠져있다가 영영 눈을 감고말았다. 향년 86세였다.     
16    나도 친자감정 해봐야 하나? 댓글:  조회:6936  추천:4  2013-11-03
나도 친자감정 해봐야 하나? 김희수 언제부터인가 친자감정바람이 불고있다. 처음에는 연예인, 스포츠스타, 정치, 재계의 유명인사들이 내연녀에게서 태여난 사생아가 자기의 자식이 맞는가를 알아보려고 친자감정을 해보는 일이 많았지만 요즘은 일반시민들까지 친자감정을 하는 바람이 불고있다고 한다. 안휘성의 첫 친자감정전문기구인 래체극친자감정센터(萊蒂剋親子鑒定中心)에서 지난 국경절휴가가 끝난후에 친자감정을 하려고 찾아온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어느날에 임신 4개월인 아려라는 녀성이 아이의 아빠가 누구인지 몰라 고민하다가 관계가 밀접했던 두 남자를 데리고 이 센터로 찾아왔다. 그녀가 임신한것을 알게 된 두 남자는 모두 DNA친자감정을 해서 태아가 자신의 아이가 맞으면 책임지겠다고 했다. 두 남자는 친자감정비용을 서로 자기가 내겠다고 하면서 아이가 자기의 혈육이기를 바랐으나 감정결과 두 남자가 모두 아이의 아버지가 아니였다. 아려는 또 몇개월후에 태여날 아이의 아빠가 누군인지 몰라 고민했다고 한다. 50여세의 오씨는 오매불망하던 손자가 태여나자 처음에는 기뻐했지만 며느리가 바람끼가 있는것을 발견하고 손자마저 아들의 친혈육이 아닐거라는 의심이 들어 아들며느리 몰래 이 센터에 와서 친자감정을 해보았다. 결과 손자는 아들의 친자식이 아니였다. 30여세인 아강은 아이가 자랄수록 자기를 닮지 않은것을 보고 “저애가 혹시 내 친아들이 아닐수 있지 않을가”하는 의심이 들어 안해 몰래 이 센터에 와서 친자감정을 해보았다. 결과 8년동안 애지중지 키운 아이가 친아들이 아니였다. 이런 사례는 안휘성뿐이 아니라 전국각지에 보편적으로 존재한다고 한다. 친자감정을 통해 친아들이 아니라고 밝혀진 경우가 많아지자 전국각지에서는 “안해를 믿지 말라. 내 자식도 남의 아이인지 모른다”는 말이 나돌면서 친자감정바람이 일고있다고 이 센터의 책임자가 전했다. 지식백과에서 찾아보니 친자감정이란 아이와 아버지 또는 어머니와의 사이에 생물학적으로 부모자식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판별하는것이라고 했다. DNA유전자검사는 혈액, 모발, 타액, 구강세포, 뼈 등으로 할수 있는데 1984년 9월에 영국 레스터대학의 유전학자 앨릭 제프리스(亞歷剋•傑弗裡斯)교수에 의해 개발됐다. 유전자검사에서 친자판정에 오류가 생길 확률은 4조7000억분의 1에 불과한것으로 알려졌다. 친자확인을 할 때 유전자감정신뢰도가 99.99%가 되면 친자가 확실하고 친자일 확률은 99.999%, 99.9999% 심지어 99.9999999997%까지 나온다. 친자확인분야에서는 유전자검사기술이 매우 높은 정확도를 자랑한다. 단순 실수를 제외하면 정확도는 거의 100%이다. 그러나 유전자검사부문이 늘어남에 따라 기술력이 차하고 기계가 낡고 인력이 부족한 등 원인으로 일부 유전자검사부문의 유전자검사결과는 완전무결하지 못할수도 있다고 한다. 과거에도 혈액감정같은 친자확인방법이 있기는 했지만 과학적이 되지 못했다. 친자확인기술이 락후하던 지난날에는 안해가 낳은 아이가 다른 남자와의 사이에서 생긴 아이라고 해도 모르고 살아온 남정네들이 적지 않았을것이다. 남의 자식을 친자식으로 알고 살아온 그네들의 인생이 억울하고 가련하다고 여길수 있겠지만 어찌보면 친자가 아닌지 옳은지 모르고 산 그네들이 더 행복했으리란 생각이 든다. 모르니까 고민도 없고 고통도 없고 적어도 친자문제로 부부간의 갈등도 없었을테니까. 필자는 룡정의 친구와 함께 술을 마시면서 이 얘기 저 얘기 한담을 하던중에 친자감정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필자의 친구는 또 자기의 친구와 함께 술을 마시면서 이 얘기를 옮겨놓았다. 의심이 병이라고 친구의 친구는 집에 돌아가자마자 아들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았단다. “그래 널 닮은데가 있더냐?” “내 아들인데 날 닮지 않고 누굴 닮았겠어?” 친구의 친구는 잠간이나마 그런 의심을 해본 자신이 안해와 아이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어 자책했다고 털어놓았다. 이런 경우는 가정불화로 가정이 깨질번 했던 사태를 미리 막아서 다행이지만 닮은것 같기도 하고 닮지 않은것 같기도 하여 고민하다가 안해에 대한 불신으로 친자확인을 결심하는 경우라면 친자확인결과가 어떻게 되든 가정불화는 면할수 없게 된다. 만족이 낳은 저명한 가수 나영의 전 남편이였던 축구스타 고봉이 내연녀가 낳은 사생아를 친자확인했던 사건은 한때 매스컴을 뜨겁게 달구면서 온 사회를 뒤흔들어 놓았지만 지금은 잊어버릴만큼 오랜 시간이 지난 옛말로 되였다. 예전에는 사건, 사고나 유명인친자감별에만 특별히 사용되던 친자확인검사가 지금은 일반 대중에게까지 사용되고있다. 안해에 대한 불신, 불안이나 의심이 친자확인의뢰를 부추기고있다. 속시원히 알아보고 의심이나 풀어보자는 생각으로 친자확인을 의뢰하는 남자들이 늘어나고있는데 신중해야 한다고 본다. 친자확인은 나 한사람에게만 국한되는것이 아니라 안해, 아이 전체 가족에게 영향을 미칠뿐만아니라 사회에도 파급되기에 친자확인을 의뢰하기전에 후과에 대해 심사숙고하면서 신중에 신중을 가해야 한다고 본다. 감정결과 자신의 피줄이라는것이 확인되였다 하더라도 남편은 만시름을 다 내려놓을수 있겠지만 안해와 아이에게는 큰 정신적고통과 상처만을 남겨주게 된다. 만약 유전자감정결과 친자가 아닌것으로 확인된다면 어떻게 할것인가? 안해와 리혼할것인가? 수년, 십여년 혹은 그보다 더 오래동안 친자식으로 알고 애지중지 키워온 자식을 남의 자식이라고 쉽게 버릴수 있겠는가? 키운정도 정인데 그만큼 키웠으면 남의 자식이라고 확인되였다 해도 내 자식이나 다름없지 않겠는가. 부부사이가 화목하고 단란한 가정이라면 내 아이가 나를 닮았든 닮지 않았든 친자감정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된다.  친자확인을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내 안해를 믿어야 할가? 혹시 내 아이도…”하는 의심을 버리지 못한다면 그것도 탈이다.  김동인의 단편소설 《발가락이 닮았다》에서처럼 발가락이라도 닮은것을 위안으로 삼고 살아간다면 그보다 더 불행한 일은 없지 않을가 싶다.        
15    뢰봉의 눈물 댓글:  조회:2535  추천:3  2013-11-02
뢰봉의 눈물 콩트이야기 김희수   뢰봉은 21세기의 뻐스에 올랐다. 차안은 만원이여서 빈자리라곤 없었다. 몹시 지친 뢰봉은 다리가 아파서 서있을수 없었다. 그래서 뢰봉은 자리에 앉은 승객들에게 량해를 구했다. 《여보시오. 미안하지만 어느분이 자리를 좀 양보해 주실수 없겠습니까?》 《…》 승객들은 모두 못본척 못들은척 딴청을 부리고있었다. 뢰봉은 렴치불구하고 다시 청을 들었다. 《여러분, 전 여러분들이 늘 따라 배우라고 외우는 뢰봉아바이입니다. 전 지금 몹시 지쳤으니 어느분이 자리를 좀…》 하지만 누구 하나 선뜻 자리를 양보해주려는 사람이 없었다. 오히려 어떤 사람들은 뢰봉을 비꼬아댔다. 《허허참, 지금 세월엔 뢰봉마저 사리를 탐내는군!》 《뢰봉까지 저렇게 자사자리하니까 고상한 정신이 어디 있겠소!》 뢰봉은 몹시 실망했다. 자신은 한평생 인민을 위하여 복무하였지만 인민들은 인젠 늙고 치친 그를 외면하고있었다. 《젊은이, 젊은이가 자리를 좀 양보해줄수 없겠소?》 이번에 뢰봉은 곁에 앉은 젊은이에게 물었다. 그러자 그 젊은이는 뱁새눈을 교활하게 깜빡거리며 대꾸했다. 《뢰봉령감, 내가 령감에게 자리를 양보할수 있지만 한가지 조건이 있소.》 《무슨 조건이요?》 《령감이 백원짜리 한장만 내면 내 당장에서 이 자리를 양보해주겠소.》 뢰봉은 하는수 없이 돈지갑에서 병치료에 쓰자고 모은 돈을 꺼내들었다. 그러자 자리에 앉은 승객들이 벌떡벌떡 일어나면서 다투어 자기의 자리를 양보하는것이였다. 《뢰봉할아버지, 어서 저의 자리에 앉으십시오!》 아니, 이게 도대체 무슨 세상이란 말인가? 뢰봉의 눈에선 눈물이 소리없이 흘러내렸다.     (1999년)    
14    잘못 잡은 도적 댓글:  조회:2448  추천:0  2013-11-02
잘못 잡은 도적 콩트이야기 김희수 어느 공장에서 있은 일이다. 하루일을 마친 녀성종업원들이 탈의실에서 웃고 떠들며 한창 옷을 갈아입고있을 때 정희라는 녀인이 갑자기 놀란소리를 질러댔다. “아이구머니, 이걸 어쩌나? 내돈, 내돈…” 그녀는 바지호주머니에 넣었던 100원짜리 한장이 깜쪽같이 잃어졌다고 소리쳤다. 탈의실은 삽시에 술렁거렸다. 서로 눈치를 보기도 하고 끼리끼리 수근거리도 하며 누가 도적일가고 경계하고있었다. 이럴 때 약사빠른 작업반장이 어느새 보위간사 영걸이를 데리고왔다. 정희는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바지를 벗어 탈의실에 걸어놓고 여태까지 작업복을 바꿔입고있었는데 방금 호주머니를 뒤져보니 돈이 없어졌다고 했다. 사건의 자초지종을 귀담아 들은 영걸이는 즉시 조사에 달라붙었다. 조사해보니 녀성종업원들은 모두 둘씩 혹은 셌씩 짝을 지어 탈의실에 드나들었는데 유독 애자라는 처녀만이 혼자서 탈의실에 드나든적이 있었다. 영걸이는 다른 녀인들은 모두 퇴근시키고 애자만 사무실로 데리고와서 심문하기 시작했다. “솔직하게 탄백하오. 애자가 한일이 옳지?” “아, 아님다.” 애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 애티나는 처녀는 얼굴은 해반주그레하게 생겼지만 행동거지가 분별이 없어 반편이란 평판을 듣는 어리숙한 처녀였다. “탈의실에 혼자서 드나든 사람은 애자밖에 없는데 아니라니 말이 되오?” “정말임다. 난 안가졌슴다.” “좋소. 그럼 몸을 뒤져보오.” “시…싫슴다.” 애자는 황망히 손에 들었던 핸드백을 뒤로 가져갔다. 더럭 의심이 든 영걸이는 애자한테 다가들어 핸드백에 손을 뻗쳤다. 그런데 애자는 빼앗기지 않으려고 죽기내기로 저항하는것이였다. “이…이건 안됨다. 으…으응…” 영걸이의 힘을 당해내지 못하고 핸드백을 빼앗기게 되자 애자는 힘센 아이한테 사탕을 빼앗긴 어린애처럼 서럽게 울었다. 영걸이가 핸드백을 열어보니 아니나다를가 100원짜리 한장이 들어있었다. 영걸이는 장물을 애자앞에 내흔들면서 엄하게 따져물었다. “이건 무슨 돈이요?” “그…그건 내 돈임다.” “바른대로 말하오. 도적질한 돈이지?” “아님다. 정말 내 돈임다.” 애자는 흐느끼면서 그냥 아니란다. “떼질쓰지 마오. 솔직하게 잘못을 승인하면 관대하게 처리할테요.” “아님다.” “뭐가 아니란 말이요?” “도적질한 돈이 아니라는데…” “뭐야?!” 영걸이는 마침내 발칵 화를 냈다. 두눈을 부릅뜨고 한동안 애자를 쏘아보던 그는 엉덩이에 찬 수갑을 풀어 탁상우에 놓으며 으름장을 놓았다. “네가 그냥 떼질쓰면 쇠고랑을 채워 파출소에 넘기겠다. 그래 쇠고랑을 차고싶니?” “아…아님다! 이잉…” 쇠고랑이요, 파출소요 하는 말에 질겁한 애자는 바들바들 떨며 울음을 터뜨렸다. 영걸이는 얼리기 시작했다. “네가 이 돈이 도적질한 돈이란걸 승인하면 파출소에 넘기지 않겠다. 솔직하게 말해라.” “아님다.” “또 아니냐?” “오…옳슴다.” 옳지그래. 얼시덩 그렇게 승인해야지. 네 태도가 좋길래 반성문이나 써라. 그리고 이 돈을 임자에게 돌려주고.” “아님다. 그 돈이 내 돈이 옳다는 말임다!” “뭐야? 너 정말 안되겠구나! 이 쇠고랑을 차고 파출소로 가자!” 영걸이가 달려들어 수갑을 채우려고 하자 겁을 집어먹은 애자는 그제야 숙어들었다. “마…말하겠슴다!” “그래, 말해봐.” “그 돈은 가진겜다.” “가진게라니? 남의 호주머니걸 훔쳐내고도 가진게라고?” “아님다. 다른 사람이 날 준겜다.” “누가 너한테 주었니?” “그건…” “말하지 않으면 파출소다!” “강공장장이 아무하고도 말하지 말랬슴다. 으응…흑…” “생뚱같이 강공장장이라니?” “그 돈은 강공장장이 나한테 준겜다.” “뭐라구?” 영걸이는 도끼눈을 부릅뜨고 애자를 쏘아보았다. 이 부실한 처녀가 마지막엔 공장의 첫째가는 어른한테 덤터기를 씌우려고 하다니? 바로 그때 “따르릉”하고 전화벨이 울렸다. 영걸이는 재빨리 송수화기를 집어들었다. 정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보위간사님입니까? 잃어버렸다던 돈을 찾았슴다. 글쎄 집에 와보니 그 돈 100원짜리가 옷장에 걸어놓은 바지호주머니에서 나왔슴다. 아침에 바삐 출근하느라고 바지를 잘못 갈아입은걸 모르고 글쎄 그 돈이 잃어졌는가 했잼까. 미안함다.” 영걸이는 화김에 전화기를 탕 내려놓으며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 “젊은 녀자가 기억력이 말이 아니구나. 잘 생각해보지도 않고 단통 잃어졌다고 고아대니 애매한 애자만 의심했잖아? 이러고보니 이 돈은 정말로 도적질한 돈이 아니구나. 그렇다면 강공장장이 정말로 애자한테 돈을 주었단 말인가? 무엇때문에?” 영걸이는 애자가 도적이 아니라는것을 알게 되였지만 강공장장이 왜서 애자한테 돈을 주었는지 그것이 궁금했다. 그래서 강공장장이 어째서 돈을 주었는가 하는 사실만 털어놓으면 돌려보내겠다고 애자를 구슬렸다. 애자는 놔준다는 말에 울음을 그치면서 말했다. “그럼 말하겠습니다. 강공장장이 나하고 한번…그랬슴다. 그런 다음 돈 100원을 주면서 아무하고도 말하지 말랬슴다.” 탁상우에 놓여있는 돈을 빼앗다싶이 나꿔채여 핸드백에 넣고 쫓기듯 문밖으로 뛰쳐나가는 애자의 뒤모습을 바라보며 영걸이는 너무도 어이없어 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199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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