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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이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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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사스레나무 댓글:  조회:2121  추천:1  2013-04-13
사스레나무           김견   삼단 같이 흐트러진 머리결을 보고 사람들은 엄마를 미친년이라고 한다.   그러나 난 여태 미치지 않은 어미를 본 적이 없다.   뒤틀린 몸과 멍울투성이 살결을 보고 사람들은 엄마를 근본도 모르는 화냥(還鄕)년이라고 한다.   그러나 난 그 멍울투성이 살결, 메마른 젖가슴을 더듬고, 먹고 자라면서 내 근본을 알았다.  
39    댓글:  조회:2108  추천:0  2013-01-17
산   겨울 되면 저 산은 알몸으로도 의젓한데   저들은 두겹, 세겹 껴입고도 덜덜 떨고 있네그려...
38    댓글:  조회:2353  추천:0  2012-12-31
눈   별이 내립니다. 하얀 별들이 놀러 옵니다.   어찌나 먼 길인지   오는 동안 머리가 하얗게 세었습니다.   눈썹까지 하얗게 세었습니다.
37    전지 댓글:  조회:2141  추천:0  2012-12-28
전지   한겨울, 온몸을 부둥켜안고 부들부들 떠는 나무, 그 곁가지들을 가차 없이 잘라버리는 전지 가위   부질없이 잎만 무성한 내 욕심의 나무도 이제 저 전지가위에게 맡길 때가 된 것 같다.   찰칵, 찰칵, 찰카닥!
36    해를 짝사랑한 고슴도치 댓글:  조회:2911  추천:1  2012-11-24
  해를 짝사랑한 고슴도치 천상의 고슴도치를 짝사랑하다가 두 눈 다 멀고 등허리에 가시만 촘촘 돋쳐 보듬어주려고, 품어주려고 다가가면  온몸을 옹크리고 콕콕 찔러대네.  
35    혼란 댓글:  조회:2342  추천:1  2012-11-18
혼란 물에 들어서면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물 속의 나를 보고 반갑게 인사하면  놈은 오만상을 찌푸리고 째려본다 그대를 마주하면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꿈에도 그리던 사랑은 오간 데 없고 냉혹한 삶이 냉소를 머금고 있다 산에 들어서면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분명 산을 바라고 왔는데 산은 보이지 않고, 초목만 무성하다  
34    인의를 사다 (견이의 횡설수설) 댓글:  조회:2954  추천:3  2012-11-13
인의를 사다      전국시기, 맹상군(孟嘗君)이 문하 식객들에게 누구 회계 일 아는 사람 있으면 설(薛)에 가서 빚 좀 받아올 수 없느냐고 물었습니다. 빙난(憑煖)이 자기가 가보겠다고 자진해 나서자 맹상군은 마차와 행장을 갖춰주고 빚문서를 주어 보냈습니다. 빙난이 길 떠날 임시에 맹상군께 물었습니다.   “빚을 받아서는 무엇을 사올까요?”    “우리 궁중에 뭐가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것이 있으면 그걸로 사오시오.”    설에 간 빙난은 빚진 백성들을 불러놓고 빚문서를 확인시킨 뒤, 맹상군으로부터 그 빚 전부를 면해주라는 명이 있었노라고 말하고 나서 그 자리에서 빚문서들을 소각해버렸습니다. 그러자 백성들은 일제히 “만세”를 외쳤습니다.    빙난이 그렇게 빨리 돌아온 것을 이상하게 생각한 맹상군이 의관을 정히 하고 빙난을 맞았습니다.   “그래, 빚은 다 받아왔소?”    빙난이 다 받아왔노라고 대답하자 맹상군이 다시 물었습니다.    “그럼 어떤 물건들을 사왔는가?”    “궁중에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사오라 하시기에 생각해봤는데, 궁중엔 금은보화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궁 밖엔 마소가 무리 지어 다니고, 또 당하(堂下)에는 미인들이 줄지어 있으니 지금 궁중에 부족한 것은 오직 인의(仁義)뿐이라고 생각되어서 인의를 사왔습니다.”    “그럼 그 인의라는 건 어떻게 사왔다는 말인가?”   “군주께서는 지금 설이라는 그 작은 지역 밖에 갖고 있지 않으면서 백성들을 다독이고 사랑해줄 대신 금전적 이익만 따지고자 하십니다. 그래서 소인이 맹상군의 명이라 사칭하고 그곳 백성들의 모든 빚을 면감해주고 빚 문서들을 소각해버렸는데, 그에 백성들이 일제히 만세를 외쳤습니다. 그게 바로 소인이 사왔다는 인의입니다!”    맹상군이 그 말에 아주 불쾌한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됐소, 선생. 그만 가보시오!”    일 년 후, 제(齊)나라 왕이 맹상군을 탐탁치 않게 여겨 그를 자기 봉지(封地)인 설로 돌아가라고 명하였습니다.   그런데, 맹상군 일행이 설 지방과 아직 백 여리길 떨어진 곳에 이르렀을 때, 수많은 백성들이 그곳까지 맹상군을 마중하러 나와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 정경에 감동된 맹상군이 빙난을 돌아보며 말했습니다. “선생이 나를 위해 샀다는 그 인의를 오늘 비로소 보게 되는군요.”  ****************   정치에는 문외한인 저입니다만, 언제 봐도 시끌벅적한 한국 정계. 특히 요즘 이명박 대통령 가족 비리 수사 관련 뉴스들을 접하면서, 저게 민주정치구나 하고 수긍이 가는 한편, 씁쓸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떨쳐버릴 수 없습니다. 얼마나 인심을 잃었으면... 덕 좀 쌓고 살지......     사람이 원견이 없으면 코앞에 시름거리가 생긴다고 했습니다. 눈앞에 이익이나 손실에 연연하지 말고, 멀리 내다볼 줄 아는 지혜를 터득한다면, 재직 시 사욕을 채우기에 급급해 말고, 덕 좀 쌓아둔다면, 훨씬 평안하고, 충실한 노후가 보장될 터인데 말입니다.
33    감나무 댓글:  조회:2403  추천:0  2012-11-08
감나무/ 견이    낙엽이 나뒹구는 늦가을,    싸늘한 바람 속에서 추적추적 빗속에서   밤 가는 줄 모르고  날밝은 줄도 모른 채,   앙상한 손끝마다 치켜든 초롱초롱 빠알간 기다림   
32    권력이라는 나무(시) 댓글:  조회:2526  추천:1  2012-09-13
권력이라는 나무       커다란 나무 위에 사과처럼 원숭이들 주렁주렁 매달려 있네   맨 꼭대기에 오른 원숭이는 떨어져 비명횡사라도 할까 봐 기를 쓰고 나뭇가지를 움켜잡고 있고   그 아래 원숭이들은 아래 원숭이들이 비집고 올라올까 봐 발길질하고 나뭇가지로 후려치기도 하지만, 극소수의 몇몇 원숭이들만 나가 떨어질 뿐,   대부분은  위 원숭이의 빨간 엉덩이를 두볼로 살살 비벼대기만 할 뿐, 상 한번 찡그릴 줄 모른다.   미처 나무에 오르지 못한 원숭이들 나무 주위를 배회하며 호시탐탐 틈만 엿본다  
31    소나무(연습시조) 댓글:  조회:2407  추천:0  2012-09-12
소나무 사시절 푸르르다 우쭐하는 소나무야,   裸木을 가련하다 비웃지 말지어라   피고 지는 멋도 모르고 살았다고 할소냐.  
30    시비 댓글:  조회:2747  추천:0  2012-09-08
시비   시비 하나 때문에 시시비비 시비 많네   시야 비야 떠들어봤자 시비만 더해가니   시비 안 될 시비 말고 시비 되는 시비 하소  
29    부메랑(견이의 횡설수설) 댓글:  조회:2838  추천:0  2012-07-30
   부메랑  큰 배를 타고 대양을 향해하는 선장과 향해사가 있었는데 두사람의 사이가 좋지 못했습니다.     평소에 술을 잘 마시지 않던 향해사가 어쩌다 술에 취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항해사를 미워하며 벼르고 있던 선장은 그날 항해일지에 "항해사가 술에 취했다"라고 기록을 남겼습니다. 항해사가 술에 취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지만 선장은 그가 해고되기를 원했기 때문에 그렇게 기록한 것입니다.     선장의 그런 속셈을 알고 있는 항해사는 제발 그 기록을 지워달라고 애원했지만 선장은 "당신이 술에 취한 것을 사실대로 기록한 것뿐이다"라고 하면서 끝까지 기록을 지워주지 않았습니다.    며칠이 지나고 항해사가 항해일지를 작성하는 날이 왔습니다.    항해사는 그날 항해일지에 "오늘은 선장이 술에 취하지 않았다"라고 기록했습니다.     실제로 선장은 술을 마시지 않았으나 그 기록이 암시하는 내용은 다른 날에는 선장이 술을 마셨는데 그 날만 마시지 않았다는 뜻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곤혹스러워진 선장은 항해사에게 그 기록을 빼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러자 항해사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당신은 오늘 술을 마시지 않았고 나는 사실대로 기록했을 뿐이오.        *******************    방울뱀이 궁지에 몰리면 화가 난 나머지 가끔 자기 자신을 물어뜯는 수가 있다 합니다. 다른 사람에 대한 분노와 증오도 이와 동일합니다. 흔히 우리가 품는 앙심이나 증오가 다른 사람을 해친다고 생각하지만 실상 더 깊은 상처와 고통이 그것을 품는 자신에게 되돌아옵니다. 피를 머금었다가 뿜으면 먼저 자신의 입부터 더러워지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자신을 낮출 줄 모르는 사람은 중요한 자리에 오를 수 없고, 남의 이야기를 즐겨하는 사람은 반드시 적을 만나게 됩니다. 하늘에 침을 뱉으면 내 얼굴로 떨어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세상사의 진리입니다.    우리 자신은 타인의 실수와 허물을 덮어주기보다는 그것을 캐내어 쾌감을 느끼며 스스로 망해가는 못난 습성을 지니지는 않았는지 날마다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해봐야 하겠습니다.    남에게 관대함과 용서와 사랑을 던지면 그것이 반드시 부메랑이 되어 다시 나에게 돌아옵니다. 삶은 심은 대로 거두는 것이요, 콩 심은 데 콩이 나고 팥 심은 데 팥이 나게 되어 있습니다.
28    “감쪽같다”는 말의 어원&그 해석에 대해(견이의 횡설수설) 댓글:  조회:5174  추천:0  2012-07-30
“감쪽같다”는 말의 어원, 그 해석에 대해/ 김견     우리말 표준사전(국립국어원 사전)  감쪽-같다 [--깓따] 〔-같아, -같으니〕「형」꾸미거나 고친 것이 전혀 알아챌 수 없을 정도로 티가 나지 아니하다. ¶가발이 감쪽같다/위장술이 감쪽같아 탄로 나지 않았다./감쪽같은 은신처를 마련했다./종이로 만든 꽃이 감쪽같아서 진짜와 구별하기가 어렵다. §   감쪽같-이 [ --까치]「부」=>감쪽같다. ¶감쪽같이 숨어 버리다/감쪽같이 속이다/상처가 감쪽같이 아물었다./깨진 유리잔을 감쪽같이 붙여 놓았다./숨겨 둔 비상금이 감쪽같이 없어졌다. §       원래 곶감의 쪽을 먹는 것과 같이 날쌔게 한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곶감의 쪽은 달고 맛이 있기 때문에 누가 와서 빼앗아 먹거나 나누어 달라고 할까봐  빨리 먹을뿐더러 흔적도 없이 말끔히 다 먹어 치운다. 이런 뜻이 번져서 현재의 뜻처럼 일을 빨리 하거나 흔적을 남기지 않고 처리할 때 감쪽같다는 말을 쓰게 된 것이다.      꾸민 일이나 고친 물건이 재빠르고 솜씨가 좋아 남이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흔적이 없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 옷은 더 이상 못 입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수선해 놓고 보니 감쪽같은데.   감쪽-같다〔- 따〕 [형용사] (꾸민 일이나 고친 물건이) 전혀 알아차릴 수 없을 만큼, 아무 표가 없다.    ¶ 모조품을 진품같이 만들어 내는 그의 솜씨가 감쪽같다. 감쪽같-이[부사]    ¶ 감쪽같이 속아 넘어가다.   **********    이상은 우리말 표준국어대사전을 비롯 다음, 네이버, 구글, 야후 등 사이트들에서 우리가 자주 쓰는 말 "감쪽같다" 를 검색해본 결과, 그 말의 어원 과 해석들입니다.   2001년도인가? 문학공부를 한답시고 열심일 무렵, "감쪽같다"에 대한 위 해석들을 보고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어 “야후 지식”인가에 저의 소견을 피력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와서도 그 해석이 종전과 다름없이 잘못? 해석되어 있는 것이 자못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주제넘지만, 저의 개인적인 주장과 견해를 피력해볼까 합니다.   위에 해석대로 감쪽같다는 말은 흔히 꾸민 일이나 고친 물건이 재빠르고 솜씨가 좋아 남이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흔적이 없는 것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하면, "원래 곶감의 쪽을 먹는 것과 같이 날쌔게 한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곶감의 쪽은 달고 맛이 있기 때문에 누가 와서 빼앗아 먹거나 나누어 달라고 할까봐  빨리 먹을뿐더러 흔적도 없이 말끔히 다 먹어 치운다. 이런 뜻이 번져서 현재의 뜻처럼 일을 빨리 하거나 흔적을 남기지 않고 처리할 때 감쪽같다는 말을 쓰게 된 것이다." 라고 했는데 이 해석대로 라면 곶감은 이미 먹고 없어진 것입니다. 그냥 먹어 없어진 것을 "꾸민 일이나 고친 물건이 재빠르고 솜씨가 좋아 남이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흔적이 없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라는 뜻으로 쓰인다고 해석하기에는 너무 억지스러운 느낌이 들 것입니다. 위에 해석대로라면 ‘감쪽같이 속아버렸다”, “감쪽같이 숨어버렸다”... 등은 실제로 없어진 것이므로 속거나, 숨어버려서 자취가 없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없어졌기에 없는 것입니다. 고로 상기 예문들처럼 어떤 교묘한 솜씨나 수단을 이르는 말이라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저의 소견이라면 감쪽같다는 말은 곶감이 아닌 감(枾)에서 그 어원을 찾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겨 먹는 감, 감을 먹어본 사람이라면 조금만 유념하셨더라도 누구나 그 감에도 귤橘 쪽처럼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물컹한 내용물 속에 엄연히 쪽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감을 쪼개 보면 물처럼 물컹물컹한  果肉과 果汁만 보일 뿐 눈으로는 좀처럼 분별해내기 어려운 감쪽, 손으로 만져보거나 입에 넣고 씹어보지 않는 이상 그 속에 쪽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없으므로, 그래서 “감쪽같이 사라지다”, “감쪽같이 속아버리다”, 감쪽같이 아물다”와 같은 표현을 쓰게 된 것이 아니겠습니까?
27    엄마 바다 댓글:  조회:2668  추천:0  2012-07-07
엄마 바다   자식들 온갖 응석과 투정   고스란히 받아안은 채   아빠의 갖은 트집에 술주정까지   소리없이 삼키고 삭이는 엄마 ……   그래서 엄마는 땀도, 눈물도 짜다.  
26    恐 燈 症(견이의 횡설수설) 댓글:  조회:3274  추천:0  2012-07-04
공등증 恐 燈 症   어떤 사물에 몹시 놀란 사람이 비슷한 사물을 보기만 해도 겁내는 것을 이르는 말로 우리말 속담에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 는 말이 있는데 의학 용어로는 이를 공포증이라고 합니다.   웬만해서는 겁먹는 일이 없고 씀씀이도 꽤 헤프던 제가 언제부턴가 신호등만 보면 덜컥 겁이 나고 바짝 긴장되어 그 신호등을 뚫어져라 응시하며 신호등 색깔이 바뀔 때까지 속으로 하나, 둘, 셋, 넷…  셈하는 괴상한 병을 앓기 시작했습니다.  역시 공포증의 일종이겠지 하고 저 같은 증상의 공프증 病例도 있나 싶어 두루 검색해봤는데, 음식맛공포증, 동물공포증, 대인공포증,  먼지공포증........ 등등을 비롯, 수백 종류의 공포증이 있다고 하건만, 그 어디에도 신호등공포증이라는 것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나름 病名을 恐 燈 症이라 이름했습니다. 이즈음 하면 제가 말하는 恐燈症이라는 게 무슨 소린지 대충 알아차리셨을 겁니다. 그렇습니다. 油價 인상으로 인해 대기시간 3분당 2원씩 요금을 추가한다는 연길 택시요금 新제도가 나온 뒤로 생겨난 공포증입니다. 대기시간 요금 추가 때문에 2km도 채 안 되는 거리임에도 신호등 두세개만 만나면 요금미터기가 7원, 9원씩 튀는 건 다반사고, 재수에 옴 붙은 날이면 십여원까지 천방지축 튀는데야…… 게다가 대기시간 추가요금에 맛을 들인 일부 택시기사아저씨들이 기가 막히게 빨간 신호등을 잘 “준수”하는데야…… 그 깜빡이는 신호등과 요금미터기를 번갈아 지켜보면서, 지갑이나 두툼했으면 또 모를까, 쥐꼬리만한 월급에 네 식구가 매어 사는 신세에 마음을 졸이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겠지요. 연길택시를 몇번 타본 사람이라면 모두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하셨으리라 믿습니다만…… 그래서 요즘은 꼭 요긴한 일이 아니면 택시 탈 엄두를 못 내고 버스를 이용합니다. 많이 에돌아다녀야 하므로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승객들과의 본의 아닌 충돌과 마찰로 인해 불쾌할 때도 있지만, 신호등에 예민해질 필요가 없어서 좋습니다.   어제는 병환에 계신 아버지가 손주녀석이 보고 싶다 하시기에 아직 3달이 채 안 찬 아들놈을 데리고 문병을 다녀왔습니다. 갈 때, 어린 놈을 북적이는 버스에 태울 수는 없고 하여 택시를 탔는데, 공교롭게도 목적지까지 신호등 대여섯군데를 지날 때마다 빨간 신호등에 걸리다 보니 2.6km 남짓한 거리에 요금 14원이 나왔습니다. 복창 터질 노릇이었지만 해볼 데는 없고, 벙어리 냉가슴 앓을 밖에…… 그래서 돌아올 때는 집사람을 설득하여 버스를 탔는데, 신호등에 신경 쓸 일이 없어서 지출은 줄일 수 있었지만, 대신 오는 내내 어린 것을 앞에 달고 휘청거리는 집사람 보기가 민망스럽고, 처자를 위해 마음 놓고 택시도 잡지 못하는 무능한 자신이 너무 부끄럽고 한심해서 얼굴을 쳐들 수가 없었습니다. ………. 신호등 대기시간 요금추가제도가 유가 인상으로 인한 조치라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닙니다. 또 자치주창립 60돌을 위한 대규모의 도시미화, 확장공사로 인해 교통체증이 심해졌다는 것도 모르는 바 아닙니다. 하지만 유가 인상의 직접적인 피해자가 왜서 자가용 굴릴 능력도 없는 무력한 서민들이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도시미화 확장공사로 인한 폐단이라면 상응한 대비책과 조치가 잇따라야 하지 않을까요? “택시요금 5원이면 연길시내에서 거의 못 가는 데가 없다~” 하던 시대는 정녕 호랑이 담배 피울 적의 얘기가 되어버린 걸까요?
25    고국지도 댓글:  조회:3295  추천:2  2012-06-27
고국지도(故國地圖)   엄마, 우리 엄마 곤히 낮잠 드신 모습   근데 엄마, 우리 엄마…   엄마는 왜 잠잘 때도 허리띠 동여매야 해?    
24    이것 역시 지나가리라~ (견이의 橫說竪說) 댓글:  조회:2940  추천:0  2012-06-22
이것 역시 지나가리라 호젓한 해변 마을을 여행하던 어떤 부자가 가던 길을 멈추고 측은하고 한심하다는 눈길로 무언가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배를 정박해놓은 부둣가 나룻배에 드러누워 하릴없이 담배를 뻐금뻐금 빨고 있는 한 어부의 모습이 그렇게 한심스러울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이윽고 부자가 어부에게 다가가 물었습니다. “아니, 날씨도 괜찮은데 고기는 안 잡고 왜 이렇게 빈둥거리시오?” 그러자 어부는 태평스러운 어투로 이렇게 대꾸하는 것이었습니다. “오늘 잡을 몫은 충분히 잡았소이다.” “아니, 기왕이면 더 많이 잡는 게 좋은 것 아니오?” 부자의 말에 어부가 시큰둥한 표정으로 되물었습니다. “더 많이 잡아선 무엇 하게 말이오?” 어부의 그런 태도에 부자는 답답하다는 투로 장황한 설명을 늘어놓기 시작했습니다. “무엇 하다니?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지~ 당신은 그 돈으로 배에 다는 모터도 살 수 있고, 그러면 더 깊은 바다로 나가서 고기를 잡을 수 있을 것 아니오. 그러면 그 고기를 팔아 더 많은 돈을 만들고, 더 튼튼하고 큰 그물을 장만해서 훨씬 더 많은 고기를 잡을 수 있을 거잖소? 그러면 그만큼 돈도 더 벌게 될 것이고. 얼마 안 가서 어선도 한 척 더 마련할 수 있을 것이고…… 그러다 보면 나중엔 큰 어선을 가진 선주가 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말이오! 그렇게 되면 당신도 나처럼 큰 부자가 되는 것이란 말이외다~” 그러나 그 설명을 다 듣고 난 어부는 여전히 시큰둥한 표정으로 부자를 멀거니 쳐다보며 묻는 것이었습니다. “그러고 나서는, 부자가 되고 나서는 뭘 하쥬?” “뭘 하긴, 그런 다음에야 편안히 앉아 쉬면서 여유로운 삶을 즐기는 거지.” 그러자 어부는 그 부자를 힐끗 쳐다보더니 빙그레 웃으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지금 내가 무얼 하고 있다고 생각하시우? 내가 지금 여유로워 보이지 않수?”  ************** 이미 커다란 보석을 가지고 있음에도 남의 더 큰 다이아몬드를 부러운 눈길로 쳐다보고 군침을 삼키는 우리들의 자화상을 들여다보게 하는 이야깁니다. 불가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이 생에 만났던 영혼들이 전부 한자리에 모인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영혼들은 삶에서 자신이 겪은 일들을 돌아보며 한바탕 배꼽을 잡는다고 합니다. 자신들이 너무 탐욕스럽고 심각하게 살았구나 하는 생각에서 말입니다. 삶이 하나의 즐거운 놀이이며, 지구라는 별에 잠시 여행을 온 것에 불과하건만 가지고 갈 수도 없는 것들, 따지고 보면 아무 것도 아닌 일들에 집착하면서 영원히 살기라도 할 것처럼 너무 아둥바둥하고 심각했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 너무 허무한 것들을 위해, 아무 것도 아닌 일들 때문에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고 고민하며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옛날, 다윗 왕이 신하들을 불러 명령을 내렸습니다. "나를 위해 반지 하나를 만들어오되 거기에 내가 매우 큰 승리를 거둬 그 기쁨을 억제하지 못할 때, 그것을 눅잦힐 수 있는 글귀를 새겨넣어라. 그리고 동시에 그 글귀는 내가 절망에 빠져 있을 때 나를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이어야 하느니라." 신하들은 곧 왕명에 좇아 유명한 보석 세공인을 찾아 매우 아름다운 반지 하나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거기에 새겨넣을 적당한 글귀가 생각나지 않아 걱정이었습니다. 고민하던 중 신하들은 솔로몬 왕자를 찾아가 도움을 청하기로 했습니다. "왕의 황홀한 기쁨을 절제해드림과 동시에 낙담하실 때 용기를 북돋우어 드리기 위해서는 도대체 어떤 말을 써넣으면 좋을까요?" 솔로몬이 한참 생각하다가 대답했습니다. “‘이것 역시 지나가리라!’ 라고 써넣으시오. "부왕이 승리의 순간에 그 글귀를 보면 곧 자만심이 가라앉게 될 것이고, 낙심할 때 그것을 보게 되면 이내 표정이 밝아질 것입니다." ……… 재물이든 영욕(榮辱)이든 고민이든 그것은 다 순간이요, 곧 지나가버리는 것임을 알 때, 우리는 큰 성공이나 승리의 순간에도 지나치게 흥분하거나 교만해지지 않을 것이고, 실패나 패배의 순간에도 지나치게 절망하지 않을 것이며 살아가는 동안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될 것입니다.    
23    식욕 때문에 (견이의 횡설수설) 댓글:  조회:2629  추천:0  2012-06-07
식욕 때문에 19세기 벨기에에는 '레이날드 3세'라는 귀족이 있었습니다. 그는 유산으로 많은 토지를 물려받았습니다. 이를 시기한 사람이 있었는데, 다름아닌 레이날드의 동생 에드워드였습니다. 결국 에드워드는 반란을 일으켜 형 레이날드를 이기고 그의 재산을 모두 빼앗아 버렸습니다. 형을 차마 죽일 수는 없어 노이케르크 성에 집을 하나 마련하고 그곳에 레이날드를 감금했습니다. 그리고는 레이날드가 스스로 맨몸으로 그곳을 나올 수 있다면 석방은 물론이고 작위와 재산을 모두 되찾게 해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 약속은 동생은 형이 감금된 방에서 나올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비대한 몸을 가진 레이날드의 약점을 이용하였던 것입니다. 동생 에드워드는 형을  문이 좁은 방에 가두어 두었습니다. 그가 감금된 방에는 서너개의 창이 있었고, 대문도 열려 있었고, 경비병도 배치되지 않았습니다. 대문은 일반인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정도였지만 몸집이 커다란 레이날드는 그 대문을 통과할 수 없었습니다. 에드워드는  매일처럼 형에게 형이 좋아하는 맛있는 음식을 무한정 공급해주었습니다. 원래 형은 식성이 좋아 많이 먹었고 그 결과 몸집이 굉장히 비대했기 때문에 그의 별명은 ‘뚱뚱이’를 의미하는 라틴어로 크라수스였습니다. 그가 자유를 얻는 길은 ‘말라깽이’가 되도록 체중을 감량하는 것이었습니다. 매일 동생 에드워드가 보내주는 여러 가지 맛있는 음식을 받아 먹으면서 레이날드는 동생의 그런 배려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또 자신이 어떻게 해야 그 방을 빠져나갈 수 있는지 뻔히 알고 있었지만, 당기는 식욕 때문에 맛있는 음식을 조금도 남기지 않고 언제나 말끔히 먹어버렸습니다. 그 결과 몸은 날로 비대해졌습니다. 에드워드가 형을 감금한 일을 두고 주변 국가에서 그 잔혹성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에드워드는 주변 국가들에 사람을 보내어 그렇지 않다는 점을 해명했습니다.  "내 형은 죄수가 아닙니다. 그는 어느 때고 자신의 의지에 따라서 그곳을 떠날 수 있고, 작위도 재산도 되찾을 수 있습니다." 그 말은 사실이었습니다. 레이날드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그 곳을 떠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에드워드가 전쟁터에서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그 방을 나서지 못하였고 과다비만으로 한 해가 지나기도 전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 파스칼은 습관이란 제2의 천성이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식욕도 일종의 습관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자유를 되찾고 재산을 되찾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레이날드는 식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비참한 최후를 마친 것입니다. 레이날드를 비웃을 것 없습니다. 요즘 우리 주변에도 식욕 때문에 다이어트를 위한 피나는 노력도 보람 없이 도로묵이 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육체적인 비만뿐만 아니라 우리의 탐욕 또한 우리의 영혼을 비대하게 하고 죽게 만든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스스로를 자제하지 못하는 우리들은 레이날드의 미련함을 비웃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22    고무풍선 댓글:  조회:2527  추천:0  2012-05-16
고무풍선  하늘 높이 두둥실 떠다니는 고무풍선   빨강은 내꺼야, 파랑이 네꺼구~ 검정은……   오구작작 손뼉치며  환호하는 아이들   물끄러미 쳐다보던 나그네 투덜투덜~   에이~ 비닐봉다리잖아~
21    버리는 것이 얻는 것 (견이의 횡설수설) 댓글:  조회:2955  추천:0  2012-05-13
“나는 가난한 탁발승이오. 내가 가진 거라고는 물레와 교도소에서 쓰던 밥그릇과 염소젖 한 깡통, 허름한 요포(腰布) 여섯장과 수건, 그리고 대단치도 않은 평판… 이것들뿐이오." 1931년 9월, 마하트마 간디가 런던에서 열린 제2차 원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가던 도중 마르세유 세관원에게 소지품을 펼쳐 보이면서 한 말입니다.   ‘간디 전집’을 읽다가 이 구절에서 나는 몹시 부끄러웠습니다.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이 너무나 많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지금의 내 분수로는…   사실, 이 세상에 처음 태어날 때 나는 아무 것도 갖고 오지 않았습니다. 살 만큼 살다가 이 지상에서 호적을 떼가야 할 때에도 빈손으로 가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살다 보니 이것저것 내 이름 앞으로 생기게 된 것입니다. 그것들은 물론 일상에 소요되는 물건들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들이 과연 없어서는 안 될 정도로 꼭 요긴한 것들만일까요? 살펴볼수록 없어도 좋을 만한 것들이 적지 않습니다. 우리는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갖게 되지만, 때로는 그 가진 물건 때문에 필요 없이 신경을 쓰게 됩니다. 그러니까 무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으로는 무언가에 얽매인다는 뜻이기도 할 것입니다. 필요에 따라 가졌던 것이 도리어 우리를 부자유스럽게 얽어맨다고 할 때, 주객(主客)이 전도되면서 우리는 그 가진 것에 의해 가짐을 당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을 흔히 자랑거리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많이 얽매여 있다는 얘기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4~5년 동안 별탈 없이 쓰던 휴대폰이 언제부턴가 꺼벅거리는가 싶더니 가끔은 먹통이 되어버리곤 했습니다. 한번은 주말을 이용해 모처럼 동아리 등산팀을 따라 등산을 떠났습니다. 땀동이나 쏟으며 간신히 목적지로 정했던 산 정상에 올라 한쉼 쉬고 있을 때쯤, 동아리 중 누군가 휴대폰으로 통화하는 것을 보고 아차! 싶어 휴대폰을 꺼내보니 아니나 다를까, 내 휴대폰은 진작 먹통이 되어 있었습니다. 껐다가 다시 켜고, 배터리를 뺐다가 다시 끼우고, 다시 켜기를 반복했지만, 아무 소용없는 일이었습니다. 도착하는 대로 전화한다 했는데… 혹시 그 친구 오늘 도착한다면 이거 큰일인데…! 참! 그리고 한국에서 보냈다는 택배도 오늘 내일이면 도착할 건데… 전화가 먹통이면 어떡하지? 아! 그리고 이번 주말엔 그 형이랑 한잔 하자고 약속했는데, 연락이 안 되면 날 뭐라 욕하겠어?! 안 돼! 안 돼~~ 그 때, 일행 중 한 선배가 내가 안절부절 못하는 이유를 묻더니 자기는 주말에 별로 요긴한 전화가 없으니 먼저 쓰라면서, 자기 휴대폰을 선뜻 건네주었습니다. 염치불구하고 선배의 휴대폰에 내 카드를 갈아 끼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이 활 나갔습니다. 그런데, 점심을 먹고 하산할 때까지… 또 버스를 타고 귀가할 때까지 기다리던 전화는 한통도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 때 나는 온몸으로, 그리고 마음속으로 절실히 느끼게 되었습니다. 내가 휴대폰에 얼마나 집착해 있는가를… 내 소유물이라고 생각했던 그 휴대폰이 실은 나를 꼼짝달싹 못하게 꽁꽁 얽어매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 집착으로부터 하루빨리 벗어나야겠다고 결심하고 한동안은 망가진 휴대폰을 수리하지도 않은 채 방치해두기도 했지만, 결국엔 얼마 못 가 새것으로 갈게 되었고, 지금도 휴대폰의 지령에 따라 이리, 저리 움직여야 하는 무가내한 일상을 살고 있습니다. 하긴 소학생들도 휴대폰을 “필수품”처럼 소지하고 다니는 요즘이고 보면, 휴대폰을 쓰지 않는 게 오히려 쓰잘데없는 객기로 보일지도 모를 일입니다. 인간의 역사는 어찌 보면 소유사(所有史)처럼 보여집니다. 그것이 진정 필요한 것이건 아니건 무조건 보다 많은 것을, 보다 새로운 것을 소유하기 위해 끊임없이 싸우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같은 소유욕에는 한정도 없고 휴일도 없습니다. 그저 하나라도 더 많이 갖고자 하는 일념으로 밤낮없이 출렁거리고 있을 뿐입니다. 소유욕은 이해(利害)와 정비례합니다. 그것은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 간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어제의 맹방(盟邦)국가들이 오늘 와서 맞서는가 하면, 서로 으르렁대던 나라끼리 친선사절을 교환하는 사례들을 얼마든지 보고 듣는 요즘입니다. 그것은 오로지 소유에 바탕을 둔 이해 관계 때문입니다. 도저히 실현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만약 인간의 역사가 소유사에서 무소유사로 그 틀을 바꾼다면 어떻게 될까 생각해봅니다… 아마 싸우는 일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주지 못해 싸운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으니까요… 간디는 "내게는 소유가 범죄처럼 생각된다……."고 했습니다. 무언가를 갖는다는 것은 같은 물건을 갖고자 하는 사람들이 똑같이 나누어 가질 수 있을 때에 한한다는 것, 그러나 그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므로 자기 소유에 대해서 범죄처럼 자책하지 않을 수 없다는 얘깁니다. 우리들의 소유 관념이 때로는 우리들의 눈을 멀게 합니다. 그래서 자기의 분수까지 잊은 채 들떠있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는 언젠가는 올 때처럼 빈손으로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육신마저 버리고 홀홀히 떠나가야 할  우리가 아무리 많은 것들을 소유했다 한들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크게 버리는 사람만이 크게 얻을 수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물건으로 인해 마음을 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한번쯤 생각해볼 교훈입니다. 아무것도 갖지 않았을 때 비로소 온 세상을 차지하게 된다는 것은 무소유의 역리(逆理)이니까요. 송순(1493~1583)의 시조 한 수가 떠오릅니다.   십년을 경영하여 초가삼간 지어내니   나 한칸, 달 한칸에 청풍 한 칸 맡겨두고   강산은 들일 데 없으니 둘러두고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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