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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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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장탕의 지혜
2007년 06월 29일 05시 54분  조회:2978  추천:73  작성자: 김혁

. 칼럼 .

해장탕의 지혜


김혁






몇해전 어느 한 주간지의 청탁으로 그 부간에 태조 리성계의 왕조창업을 내용으로 한 력사소설을 련재한적 있었다. 그런데 기성작품을 련재한 것이 아니라 일면 창작하면서 일면 련재했기에 신고가 작지 않았다.

편집의 재촉성화도 있었거니와 본인의 필재의 미달, 그리고 오래동안의 기자생활에서 버릇된 습작습관 때문이였다. 신문의 발간을 턱 앞에 앞두고 현장에서 <<일필휘지>>하여 원고를 바치던 습성대로 작품의 한기 분량을 원고교부를 하루 앞두고 하루 저녁새에 써서 바치곤 했다. 고약한 버릇인줄 알면서도 체질화된 창작습관을 고치기가 어려웠다. 50 여회의 련재를 그렇게 써냈다. 련재가 끝나는 동안 내내 채무자를 밖에 둔 빚짐에 눌린 사람처럼 지내왔다. 그 엄청난 스트레스를 해소해 준 것이 곧바로 술이였다.

한기 분량의 련재를 끝내고 나면 나 때문에 늘 주필께 신칙받는 편집을 끌고 맥주 집으로 가곤 했다. 억벽으로 술을 마시곤 했고 따라서 숙취에 이튿날이면 난산에 당착한 아낙네들처럼 다른 신고에 시달려야 했다. 위약을 한웅큼씩 집어먹어도 보고 <<박카스>>도 들이켜 보고 알로에 줄기를 으적으적 씹어도 보고... 오만상이 죽상이 되어 타작마당 콩단처럼 굴러봐야 허사.

그러다 체증이 어린 내 가슴을 염천의 소나기처럼 후련하게 씻어준 것이 있었다. 바로 해장탕이였다. 그때 나는 실로 해장탕의 진한 맛과 신묘한 힘에 새삼스레 그리고 내심 감복을 했었다.

력사소설창작이니 당시의 지리, 풍토는 물론 자질구레한 복장 음식에까지 해당자료를 훑어보며 세세히 고증해 봐야 했다. 그러다 자료더미에서 재미나는 일화 하나를 뽑아내게 되었다. 글쎄 그 맛갈스런 해장탕의 발명이 글쎄 태조 리성계와 끈끈한 관련을 가지고 있는 것이였다.

리성계는 즉위한 다음, 수도를 개경에서 한양으로 천도(遷都)하기로 했다. 초옥 한채를 짓는데도 온갖 길흉을 따지는 경향이 심하던 때이므로 리태조는 문무백관을 거느리고 도유지 선정에 무등 신경을 썼다.

그러던 중 드디여 도읍의 명지를 찾아내고는 심히 기뻐 촌부락에서 소를 잡고 백관과 더불어 축하연을 펼쳤다. 그렇게 축하잔치가 사흘 낮 사흘 밤 펼쳐졌는데 사흘째 되던 날 음식제작을 맡은 내시들이 난감한 기색을 짓고 어쩔바를 몰라했다.

원체 대동한 인수가 많아 소고기를 다 발라내 먹어버리고 뼈만 남은지라 임금님에게 변변한 음식상을 갖추어 드릴수없은 연고였다. 이를 전해들은 리태조는 남은 음식으로라도 활용하여 대충 응부할 음식을 만들라고 헌활(軒豁)하게 분부했다.

이에 내시들이 고기가 붙지 않은 소뼈라도 우려내고 콩나물이며 무, 파를 넣고 마침 쇠 선지도 남은지라 그것도 함께 넣어서는 국도 아니고 반찬도 아닌 언감 <<잡음식>>을 안쓰러운 기색으로 임금상에 조심조심 올렸다. 모두가 임금님의 반응을 곁눈질로 훔쳐보는데 한 모금 떠서 맛보던 태조가 무릎을 탁 치는 것이였다.
<<조화로다!>>
그 맛도 별미려니와 숙취에 트짓하던 속을 쏴악 씻어주어 그 맛이 일품이라는 것 이였다.
그 후로 해장탕은 궁중음식으로 까지 지목되였다고 한다.

항간에서 전해진 야담설화일터지만 해장탕이 우리 왕조의 건국설로부터 유래되였다는 것은 처음 듣는일, 이는 주벽(酒癖)이 심한 애주가인 나로 말하면 작품창작 중에서 거둔 하나의 수확이였다.

이방인들의 풍속례습에 대해 힐난하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타 민족들의 숙취를 푸는 비법은 우리들에 비해 엉성한데가 많은 것 같다.

- 몽골사람들의 해장방법은 기상천외하기 그지없는바 데운 일년감 즙속에 식초에 절인 양의 눈알을 넣어 숙취자가 한꺼번에 삼켜야 한다.

- 독일사람들은 절인 청어토막과 양파를 함께 삶은 다음 맥주를 뜨끈뜨끈하게 데워서는 함께 먹는다고 한다.

- 아이띠 사람들의 해장법은 어딘가 미신적 색채까지 띠고 있다. 숙취자가 마셔버린 술병을 찾은 후 술 마개에 13개의 머리핀을 꽂아 넣으면 취한 사람이 깬다고 믿는 것이다.

- 이렇게 불가사의한, 지어 해괴하기까지 한 방법들에 비해 인체에 필요한 원소들을 대량 포함하고 있는 소뼈, 콩나물, 무 등을 다양하게 활용하여 만들어진 우리의 해장법은 그야말로 맛나고 만들기 쉽고 일상화 된 자랑할만한 음식이라고 격찬하고 싶다.

여느 때보다도 주연이 둥글어지는 설 명절이 겹 띄운 요즘, 우리의 고유한 맛과 멋이 담겨진 해장탕 한 숟가락이 어쩐지 가볍게 안겨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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