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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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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의 “꽃”, 디카시
2020년 09월 21일 15시 44분  조회:751  추천:2  작성자: 김혁
칼럼
 
SNS의 “꽃”, 디카시
 
김혁


 
요즘 인터넷이나 위챗을 통해SNS(특정한 관심이나 활동을 공유하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망을 구축해 주는 온라인 서비스)에 떠오르는 글들을 들여다 보면 은연중 디카시가 붐이요, 압권이다.
이른바 “디카시”란 디지털 카메라와 시가의 합성어이다. 작자 자신이 스마트폰 내장 카메라로 시적 감흥을 일으키는 형상을 포착해 촬영하고 그 시적대상에서 어떠한 정서적 령감을 떠올려 5행 이내 짧은 시적언술을 결합하여 만든 뒤 SNS등으로 실시간 소통하는 창작방식을 가리켜 말한다. 
 
디카시는 불과 십여년 전 중국 정주경공업대학 한국어과 교수로 있는 리상옥 시인이 인터넷 한국문학도서관 코너에서 처음 “디카시”라는 용어를 사용한 뒤 최초의 디카시집을 출간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천고의 시간동안 탁마해 온 시조 등 쟝르에 비하면 다밭은 시간이지만 디카시는 이미 기존 시의 카테고리를 넘어 영상과 문자를 하나의 텍스트로 하는 다매체 시대의 새로운 쟝르로 무섭게 떠오르고 있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일상의 순간순간을 기록하는 것이 관습으로 되여가고 있는 시대다. 멋진 풍경이나, 예쁜 정물, 잊지 못할 장소 등 기억해 둘 장면을 마주했을 때 사람들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을 꺼내들고 그를 향해 앵글을 맞춘다.
모두들 종류별별의 핸드폰으로 마음에 드는 풍경과 사물을 폰에 속속 담는다. 그리고 시를 입힌다. 혹자는 이미 쓴 시에 풍경을 입힌다. 습작기에 배운 은유, 직유를 마음의 눈으로 장착하고 시와 풍경 속에 담는 것이다. 평범한 일상이 비범한 예술작품으로 승격하는 순간이다.
 
 “인류 력사상 가장 위대한 발명품중 하나로 꼽히는 카메라”가 세상에 나온 지도 200년, 스마트폰의 성능은 전통의 카메라를 뛰여넘을 만큼 발전했다. 그 눈부신 혜택을 입어 모두들 담아낸 영상들이 웬만한 전문가의 작품 못지 않다. 그렇게 촬영가로 “둔갑”한 시인들이 시작품과 그럴듯한 촬영작품을 동시에 뽑아 내는 것이다.
아름다운 문체와 아름다운 풍경이 어우러진 디카시 작품들을 감상하노라면 시를 읽는 기쁨도 두, 세배로 가배되는 상 싶다. 읽는 즐거움, 보는 즐거움, 생각하는 즐거움을 동시에 준다. 전문 사진가들을 뺨치는 영상과 시편에서 번뜩이는 직관의 서정은 SNS에 매여 사는 요즘의 새로운 “독자”들을 매료시키기에 족하다. 게다가 명곡이나 최신 류행음악까지 곁들기도 해 그야말로 오감만족의 흥그러운 향연이다. 
 
디카시는 가장 손쉬운 방식으로 재빨리 우리 곁에 다가오고 있다. 누구나 손 쉽게 감상할수 있고 쓸 수도 있다. 현학적이고 요설적인 말장난으로 독자들로부터 멀어진 요즘의 시와는 다르게 선명한 대중성을 띄고 있다.
또 길지 않고 매력있는 콘텐츠가 더 필요하고 각광받는 시대 짧은 글과 즉석사진이 전하는 울림이 제법 크고 깊다. 
때문에 디카시가 이러한 대중의 문화 향유의 욕구를 충족시킬수 있는 신종의 쟝르로 락점, “간택”된 것이다.
어느 비평가가 정평했 듯이 디카시는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일상성'을 가졌고, 복잡다단한 세상을 상징적으로 요약하는 '압축성'과 전자매체 영상문화의 시대를 반영하는 '영상성'을 가졌으며, '쌍방향 소통성'”까지 가진 것이다.
 
디지털 시대에 걸맞게 최적화 된 대중적 쟝르로서의 디카시의 보급은 가히 폭발적이여서 해외에서는 교과서와 사전에 디카시의 정의가 실리기도 하고. 작품공모전, 전문지 발표, 시집출간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우리의 문단에서도 많은 이들이 뒤미처 이 쟝르의 매력에 일견경심(一见倾心) 빠져든 듯 하다. 작가적 상상력과 톡톡 튀는 개성이 십분 드러나는 작품들로 하루에 쏟아지는 디카시의 량이 적지 않다. 북경, 상해  등 여러 지역에서는 이미 디카시 동아리들이 무어져SNS에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물론 촬영수준의 미달과 짧은 글줄에 자신의 생각을 직설적으로 로정(露呈)하는 작품들도 보인다. 하지만 그 창작인구가 재빠르게 늘어나고, 게다가 기성작가들도 기꺼이 동참하여 작품의 수준들이 고르게 편재되고 있다.
 
그럼에도SNS의 불붙는 열조에 반해 우리의 문단은 아직 디카시를 마중 할 충분한 준비를 갖추지 못하고 있는듯 하다.
여태 디카시를 게재한 잡지도 없고 이 새로운 쟝르에 대해 진맥한 비평가들도 보이지 않는다. 문학열성자들이 스스로 창작하고 동아리를 뭇고, 향유하고 있을 뿐이다. 
요즘은 문단과 독자들이 오로지 잉크 냄새 나는 툽상스러운 잡지 한 두권에 붙매였던 옛날과는 다르다. 독자들의 심미수준은 다원화되여가고 참조계 또한 다양하다. 문화와 예술의 패러다임은 재빠르게 바뀌고 있고 이는 더 많은 변화를 필요로 한다. 어쩔 수 없는 문학의 위기에 넋두리를 늘여 놓는 대신, 바뀌여진 창작방식과 새로운 쟝르에 적극 부응할 때 그 것은 침체되여 있는 우리의 문학을 새롭게 촉발시키는 기꺼운 현상으로 고착될 수 있을 것이다. 
 
형식미의 최고를 자랑하는 중국의 고시나 간결함과 명징함을 특징으로 하는 일본의 하이쿠(癸句, 3행17음절 5•7•5조의 률격을 엄격히 고수하는 일본의 전통시)는 인류문학의 보고(宝库)로 남았다. 쟝르의 경계를 뛰여넘는 디카시 등이 그 계보를 이어나갈지 주목된다. 
 
“기화요초”가 어우러진 SNS에서 신선한 쟝르의 “꽃”들이 더욱 흐드러지게 만개하기를, 그리고 SNS작가들, 디카시 동인들의 순발력 있는 약진을 바란다. 
“연변일보” 2020년 9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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