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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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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幻)을 말하다
2007년 06월 29일 05시 54분  조회:3504  추천:73  작성자: 김혁

 
평론

환(幻)을 말하다
21세기 신문학 코드- 판타지

김 혁

 

《해리 포터》와 《반지의 제왕》

이론의 여지없이 21세기는 <<판타지의 세기>>다.
현재 진형행인 판타지물은 현학(玄學), 신화, 무협, 과학환상, 동화, 로맨스, 추리, 호러 등 인소를 용납해 들여 읽을라치면 <<현혹>>될수 밖에 없는 신종의 쟝르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 정상에 오른 작품으로는 단연 《해리 포터》와 《반지의 제왕》을 들수 있다.



《해리 포터》는 영국에서 출간된 이래 전 세계 46개 언어로 번역돼 1억 2천만권의 판매 기록을 세웠다. 세계 각종 상을 휩쓸었고 영국 최고문학상인 위트브레드상에서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인 셔머스 히니와 각축을 벌인 끝에 한 표 차로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 작가인 30대의 아기엄마 조앤 K. 롤링은 명가의 덤에 올라  권위지가 선정한 세계저명인사 100명 중 25위를 기록했고, 녀왕으로부터 대영제국 훈장을 수여 받았다. 《해리 포터》의 열풍이 얼마나 대단했던지 어른용까지 출간됐을 정도다. 현재 6권까지 출간, 모두 7권으로 완결될 예정이다.


《해리 포터》시리즈를 읽는 즐거움 중 하나는 소설 속에 감추어진 주제들을 찾아 내는 것이다. 작자 롤링은《해리 포터》에서 보통 판타지 문학에서 즐겨 다루는 단순한 선과 악의 구도를 초월하는 다양한 주제들을 탐색하고 있다.
 이 소설에서 두드러진 주제는 혼혈 마법사들에 대한 순수혈통 마법사의 편견이라는 주제이며 또 한가지 상류층 출신과 중류층 출신사이의 계급 갈등이다. 그리고 이 세상에 절대적 진리란 없다는 것, 우리는 미지의 존재에 대해 근거 없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는 포스트모던적 주제도 발견할 수 있다.

 

   남아프리카의 작가 J. R. R. 톨킨(1892~1973) 이 창작한《반지의 제왕》도 출간된 후부터 《기독교인이 성서를 읽지 않는 것은 용서될 수 있지만 소설의 독자들이 <반지의 제왕>을 읽지 않는 것은 용서될 수 없는 일》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20세기를 마감하면서 각종 영미 문학 걸작 25위, 20세기 최고의 소설 4위, 100권의 책 4위 등의 위치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미 전 세계 10억 명 이상의 독자가 《반지의 제왕》을 읽었다. 딱히 영미 권에 살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도, 판타지애호가가 아니라도 누구나 한번쯤은 접할만한 시대를 초월한 명저이다.    
톨킨이 최초로 출판한 책은 <<호빗>>이라는 동화였다. 전설의 일부 요소들이 등장하는 <<호빗>>은 예상 외로 독자들의 엄청난 반응을 끌어냈고 후편의 출판에 대한 문의가 빗발쳤다. 이렇게 해서 쓰여진 작품이 바로 <<반지의 제왕>>이다. 인간과 다양한 종족이 살고 있는 중간계(Middle Earth)라는 가상의 세계를 창조하고 다양한 종족들의 언어와 풍습, 겨4사까지 만들어 낸 <<반지의 제왕>>은 1954년에 처음 출간된 후 12년 만에 완성됐다.


《반지의 제왕》은 판타지 모험소설로서 뿐 아니라 러브 스토리로 그리고 당대 사회에 대한 강력한 고발장으로도 읽을 수 있다. 우선 이 판타지는 위험한 려정을 떠나기 위해 뭉친 인간과 마법사들 사이의 상호 교류를 묘사하면서 위기의 시기에 일어나는 각기 다른 인종들 사이의 사랑과 애정, 그리고 동정과 리해의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
톨킨은 그 반지가 절대권력을 추구하는 인간 욕망의 상징이라고 암시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반지를 소유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반지를 찾으러 가는 것이 아니라, 반지를 버리러 간다는 사실은 대단히 상징적이다. 그것은 곧 절대권력은 갖는 것보다 버리는 것이 더 힘들다는 것을 의미한다.

 
2004년 2월 29일, 76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누구도 꿈꾸지 못했을 기적이 일어났다. <<반지의 제왕 3>>이 자그마치 11개 부문의 상을 독식하며 이날의 주인공이 됐는데, 특히 세인들의 주목을 끈 것은 이 작품이 역사상 최초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거머쥔 판타지영화라는 점이였다. 전세계의 관객과 평론가들은 수십 년 동안이나 가상의 괴물과 마법사, 난쟁이들을 스크린에서 목격하고도 판타지물의 진정한 가치를 이날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인정>>하게 된 것이다.
그후 <<반지의 제왕>> 시리즈는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영화사에서 가장 위대한 100대 영화>>에 뽑혔다.
가족 판타지물 각색 된 <<해리포터>>도 아직 완결되지 않았음에도 세계적으로 관림인수 9억 2610만 명의 흥행성적을 거두었다.


《해리 포터》와 《반지의 제왕》은 여러 가지로 다른 지점에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이 두 작품 모두가 판타지작품이라는 점에서 판타지라는 쟝르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환기시키고 있다.

 

판타지란?

  우리작가와 독자들에게는 어딘가 낯 설은, 이른바 판타지란 영상, 상상을 뜻하는 그리스어로서 우리의 경험 현실과는 다른 시공간에서 초자연적 존재들에 의해 펼쳐지는 초자연적 사건을 다루는 일종의 가상소설(假想小說)과 같은 쟝르문학을 가리켜 말한다.


19세기 말 E. 네즈비트는 마술적 존재를 그린 아동문학을 발표하면서 이러한 주제들을 <<일상의 마술>>이라 하여 판타지라는 이름을 붙여 처음으로 명확한 정의를 내렸다. 오늘날에는 환상문학 가운데 괴기와 공포를 주제로 하지 않는 작품, 공상과학소설 가운데 과학리론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발상에 의한 작품, 현실과 전혀 다른 가공의 신화적 세계를 무대로 영웅모험담을 그린 작품 등을 가리킨다.  
영국에서는 판타지의 독자적인 뜻이 인정되어 문학의 최고 형식이라 불리는 동화와 함께 문학적으로 성숙하였고 프랑스에서는 18~19세기에 걸쳐 요정이야기가 류행하였지만 괴기소설․암흑소설에 밀려 A.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1943)》 등을 제외하고는 공포이야기가 판타지로 불리는 례가 많았다. 따라서 판타지 걸작은 잉글랜드 및 북유럽권에서 많이 나왔으며 우리가 잘 알고있는《이상한 나라의 앨리스(1865)》, 《오즈의 마법사(1900)》 등이 그 대표적이다.

 

20세기 후반에는 특히 근대의 아동용 공상이야기를 전승문학으로부터 구별하는 쟝르로서 <<판타지>>를 쓰고 있다. 한편 심리학 용어로서 판타지는 현실에 있을 수 없는 일을 떠올려 욕망의 충족을 꾀하는 마음의 움직임을 나타낸다. 최근 심층심리학․정신분석학은 공상력의 작용이 무의식과 깊은 관계가 있음을 발견, 판타지문학과 심리학을 련관시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은 판타지의 비조(鼻祖) ?

중국에서는 판타지를 기환(奇幻)소설, 혹은 현환(玄幻)소설이라 부른다. 
    일찍 육조(六朝) 시대에 지괴소설(志怪小說)이라는 쟝르가 십분 풍미되였다. 오늘의 판타지를 꼭 닮은, 귀신, 선술(仙術), 괴담, 이문(异聞) 등의 내용으로 이루어진 소설인데 후날 당대(唐代)의 전기(傳奇)를 거쳐 명청(明淸)으로 그 맥을 이어간다.
대표적인 작품을 들어보면 <<신이경(神异經)>>, <<렬이전(列异传)>>, <<사기,유협렬전(史记 .游侠列传)>>, <<수신기(搜神记>>, <<장한가전(长恨歌传)>>, <<남가전(南柯传>> 등을 들수 있다.
너나가 익숙한 <<서유기>>, <<봉신연의>>, <<료재지이>>등은 <<신마소설(神魔)>>이라는 명칭을 띠고 있지만 두말할것없이 오늘날의 기환, 현환작품의 범주에 드는 작품들인것이다.
로신선생도 이러한 류의 작품을 산출한적이 있다. 바로 <<고사신편(故事新编>>에 수록된 <<미간척(眉间尺)>>이다.

마찬가지로 우리말 고전도 환상을 떠나서는 존립하기 어렵다.
<<구운몽>>, <<춘향전>>, <<홍길동전>>, <<박씨부인전>>이 그 대표적인 례이다.
<<구운몽>은 조선 중기의 전형적인 량반사회의 리상을 반영한 본격적인 고전 이다. 현실에서 꿈, 꿈에서 현실에로 돌아오는 구조를 바탕으로 한 소설은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환몽구조를 가진 작품들의 원형이 되고 있다.
판소리를 텍스트로 한 <<심청전>>은 장님인 아버지를 위해 못에 몸을 던진 심청이가 룡궁에서 환생하고 아버지가 눈을 뜨는 등 환상적 요소가 다분하다.
<<박씨부인전>>에서는 못생겼다고 구박받던 박씨 부인이 어느 날 아름다운 녀인으로 변한 후, 초인간적 힘으로 17세기에 조선을 침입한 청나라 장수를 물리쳐 나라를 구한다.
최초의 국문소설인 허균의 <<홍길동전>>은 조선 인조 때를 배경으로 적서차별이라는 사회적 모순을 고발하고 있는데 서자로 태여나 출세 길이 막힌 홍길동은 도술을 부려 탐관오리를 응징하고, 억압받는 서민들의 한을 대변한다.

  

왜 판타지인가?

문학계에서뿐아니라 영화계에서 2001년부터 작년까지 6년 련속 세계 박스오피스 1위 자리는 판타지영화가 독식(獨食)했다. 판타지영화만 나오면 북미 흥행 3억 딸라는 기본으로 먹고 들어가는 초대형 판타지 시리즈도 바로 이 시기에 탄생했다.


그렇다면 대중들이 21세기 들어서 판타지의 매력에 갑자기 푹 빠져버린 근본적 리유는 뭘까?
독자가 판타지 소설에 중독되는 리유는 답답하고 궁색하고 진부한 현실의 일상에서 벗어나 우리의 빈약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원대한 스케일 안에서 위대한 영웅을 만나고 랑만적인 로맨스를 대리 경험하면서 한번 쯤 상상해 봄직한 환상의 세계를 누려보기 위함일 것이다. 판타지 소설의 주인공에 자신의 감정이 이입이 되면서 현실에서는 못이룰 꿈을 이루는 쾌거를 맛볼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현실의 삶이 어렵거나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사람들은 종종 공상의 세계로 빠져든다.

  <<해리포터>>의 작가인 롤링은 남편 없이 어린 딸을 키우며 외롭고 힘든 나날을 보내던 음울하고 어두컴컴한 아파트에서 <<해리포터>>를 탄생시켰다. 이렇게 환상의 세계가 있어 현실에서 초라하고 비참한 나 대신 행복하고 근사한 자기를 꿈꿀 수 있었던 것이다.


사실 여태껏 판타지물은 문학이나 영화 쪽에서도 가장 경계가 모호한 쟝르로 치부되여 왔다.
문학사에서 판타지 문학은 오래동안 문학의 주류로부터 제외되여 왔다. 부적절하고 받아들여질 수 없는 것으로 취급되여 눈에 띄지 않았으며 주변부에 위치해 왔다. 환상 문학이 문단에서 차지하는 주변적인 위치 때문에 작가들은 판타지 소설 쓰기를 꺼려했으며 비평가들 역시 그것이 비리성과 광기를 포용한다는 리유로 판타지 문학을 늘 폄하해 왔다.
톨킨의 <<반지의 제왕>> 시리즈도 발간 애초에 숱한 비평가들로부터 <<유치한 쓰레기 작품>>이라는 지금은 믿기지 않는 혹평을 받아왔다.
그 근본적 리유는 19세기 이후 팽배한 사실주의 숭배 풍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오래동안 독자와 관객과 평론가들의 작품 평가의 척도는 리얼리즘 쪽에만 머물러 있었다. 판타지물이 독자로 하여금 현실의 책임과 사고를 회피하도록 유도하며 그들을 무지에 빠지게 한다는 것이 비평계의 주장이다. 판타지물의 직선적 세계관이나 권선징악적 주제, 인종차별적 요소 역시 집중 비평 대상이였다.

그러나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상황은 크게 바뀌였다.
판타지 문학은 상상 속의 환상적 즐거움을 위해 현실 세계를 버리지는 않았다. 전혀 단순하지 않으며 현실 도피적이지도 않는 것이다. 오늘의 판타지 문학은 환상 속으로의 려행을 통해 리얼리즘의 관습을 재점검하며, 현대 독자들에게 맞는 새로운 리얼리티를 찾아내는 작업을 한다. 우리를 환상 속으로 데리고 들어감으로써 판타지 문학은 우리의 일상 리얼리티가 사실은 얼마나 환상적인가를 래해하도록 해준다.
오늘의 판타지 문학은 언제나 자아와 타자, 픽션과 리얼리티, 또는 사회와 개인 사이의 관계에 관심을 돌리고 있다.
따라서 판타지물의 구조를 바라보는 시각이 예전과 크게 달라졌다. 전통적 정의에 따르면, 판타지물은 <<마법, 초자연 현상, 가상의 동물, 공상의 세계 등을 다룬 일련의 작품들>>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세계와 병존하는 가상의 세계를 다룬 판타지물들은 현실적이며 대중 친화적이였다. 많은 독자, 관객과 평론가들은 21세기의 판타지물들이 현실의 도피도구가 아닌 현실을 해명하는 도구로 그 역할이 변질됐음을 주목했다. 오히려 이전까지 현실과 전혀 관계없는 별천지였던 판타지의 세계가 점점 현실 세계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덕분에 독자와 관객들은 비로소 마법과 상상의 동물 등 판타지물의 허무맹랑한 요소들을 아무런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게 됐다.
이런 경향은 평론가들이 목 놓아 외치던 <<리얼리즘>>이라는 요소를 판타지물이 자발적으로 흡수한 결과로 해석되기도 한다.


포스트모던 시대에 리얼리티의 또 다른 측면인 환상 령역을 탐색하는 판타지 문학이 새로운 주요 소설 쟝르로 부상하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수 없다.따라서 급기야 판타지 열풍이 일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들의 판타지

세계를 강타하는 판타붐에도 무감각한 우리문단에 얼굴 붉히며 나는 몇해전 늦깎이로나마 판타지 한 편을 만들어 보았다.
<<불의 제전>>- 민족의 통일을 얼개로 영원한 주제인 로맨스와 한 예술가의 구도자적인 삶을 형상화 한 작품은 나의 소심한 출산이였지만 이외로 반응이 괜찮았다.  먼저 나의 홈페이지며 블로그에 등재, 다시 문학지에 투고했는데 톱소설로 실리고 그해 <<윤동주문학상>> 본상을 수상했다.
    첫 판타지를 만들면서 박래품에 대한 모방으로 그치지 않으려 애썼다. 북유럽 권의 판타지 베스트와 중국고전의 장점을 두루두루 따서 그리고 풍부한 유산인 우리의 민속풍토를 많이 차용해서 이 쟝르의 첫 습작에서 보이는 모자람의 틈새를 메우고 우리 특색의 판타지를 만들려 시도해 보았다.

   문학의 원형이라 말하는 체험을 토대로 작가는 작품세계를 형성해 간다. 그러나 상상의 활동을 통해서 작가의 그 체험이 비로소 보편적인 확대와 효력의 힘을 얻을 수 있다고 볼 때, 이러한 표현방식이야말로 과학적인 개념과 대응되는 이른바 문학의 궁극적인 단위가 아닐까. 우리 문단에서 가히 처음으로 되는 판타지물을 만들며 가지는 감흥은 깊었다.

판타지- 환상, 상상 등 력동적인 단어로 묶인 새로운 쟝르다.
판타지 문학은 그만의 순발력으로 앞으로 살아남을 뿐 아니라 순수 문학이 남겨놓은 진공 상태를 차지하며 번창해 나갈 것이라고 평론가들은 예견하고 있다. 또한 고대 신화와 전설과 민담, 그리고 컴퓨터 게임 모두의 영향을 받은 판타지 문학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픽션과 리얼리티를 효과적으로 뒤섞으며, 현대 사회와 리얼리티를 충실하게 반영해 나갈 것이다.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 포터>> 시리즈 같은 탁월한 수준의 문학을 산출할 수 있는 한, 판타지 문학의 미래는 분명 밝고 고무적일 것이다.   
  아직은 미개척지인 우리의 판타지의 모습은 어떠할지 아렴풋이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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