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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병소고 (小考)
2007년 06월 29일 05시 54분  조회:3826  추천:73  작성자: 김혁

 
. 칼럼 .

월병소고 (小考)


김 혁

 

 △ 해마다 추석을 앞둔 이쯤이면 시장은 월병판매공세로 시끌벅적이다.
우리의 일상에서 월병이 없는 추석은 상상할 수 없다. 추석이 되면 친지나 이웃들은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뜻에서 월병을 선물로 주고받아왔고 이 풍습은 수천 년이 넘게 이어져 왔다. 중국에서는 추석을 전후해 무려 20만톤의 월병을 먹어치우며 월병 판매액이 1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 그런데 시장경제 도입 이후 매년 초호화, 초고가 월병이 등장하곤 하는데 그야말로 장난이 아니다. 미풍량속이 뢰물의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자 이에 국가질량총국과 국가표준위원회는 급기야 <<월병 강제성국가표준>>이라는 월병법을 만들어 너무 비싼 월병을 만들지 못하도록 하고 있고 <<월병포장방안>>이라는 긴급조치도 실시, 지난해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이 방안에 따르면 월병 포장재는 월병 가격의 25%를 넘지 못하고 포장 부피도 내용물인 월병의 35%를 초과할 수 없다. 이대로라면 이제는 월병의 호화포장을 통한 뇌뢰물수수 관행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됐다.

그러나 올해도 추석을 앞두고 하북성의 석가장에 황금월병이 등장했다. 월병은 순수 황금으로만 만든 것으로 개당 가격이 2천180원에서 비싼 것은 2만6천160원에 이른다. 황금월병을 만든 상인은 <<먹을 수 없지만 투자할 만한 가치는 있다>>고 강조하면서 황금을 좋아하는 중국인에게 적합한 마케팅기법이라고 자랑했다.
그러나 황금월병이 풍미하는데 대해 언론과 네티즌들은 <<황금월병이 주로 뢰물용으로 사용될 것>>이라며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으며 <<부패 척결을 외치는 마당에 부패를 낳는 월병이 팔리고 있다>>라고 비난을 쏟고 있다. 


▲ 한 식구나 친지, 뜻 맞는 사람끼리 서로 주고받으며 나누어 먹음으로써 일심동체 단란을 도모한다 하여 <<단원병(團圓餠)>>이라고도 불리는 월병이다. 월병은 떡 표면에는 <<화호월원(花好月圓)>>, <<월만인간(月滿人間)>> 등의 길상스러운 글귀가 새겨져있거나 달 속에서 불사약을 찧는 옥토끼 등 그림이 그려져 있게 마련으로 순탄과 건강장수를 기원하는 저의가 깔려 있다.

그래서 중국인들은 일년의 신고 끝에 맞는 추석, 수확의 계절에 맞는 첫번째 명절에 둥글고 맛좋고 보기 좋은 월병을 좋아하는 듯 하기도 하다.

따라서 떡이란 곡식으로 만든 먹거리 중에서 가장 맛있고, 고귀하고 정결하다는 리유로 제사나 집안의 행사에는 빠지지 않고 준비해 왔는데 떡문화는 이러한 아름다운 것과 먹음직스러운 양쪽 명제를 모두 만족시키는 음식 문화의 대표적인 례이다.
이렇게 한가위를 징표하는 유구한 전통의 음식이 다른 용처의 <<맛망울>>로 변하고 있는 데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납득하기 어려워 한다.

지구상에 있는 자원을 가지고 수없이 많은 먹거리를 만들어 낸 인간들은 유무형의 가치를 미각과 시각적 요소로 환치시키려는 욕망을 끝없이 발산시켜왔다. 그런데 그 욕망이 변형되고 도를 넘으니 그 맛이 외려 쓸수밖에 없는 것이다.

 김혁 문학블로그:http://blog.naver.com/khk6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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