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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들의 죽음
김 혁
지난 한해 세계문학계의 핫이슈를 살펴보면 많은 유명한 거장들이 유명을 달리한 해이기도 하다.
우선 한글 문학의 거목, 소설가 박경리가 5월, 폐암으로 타계했다.
박경리는 1969년 대하소설 “토지”의 련재를 시작, 장장 25년에 걸쳐 원고지 4만장 분량으로 탈고해 한국 현대문학에 금자탑을 세웠다.
그는 굴곡진 한국 현대사속에 새겨진 개인의 일생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을 짚어낸데서 “한국문학의 어머니”로 불리고있다.
세계적 지성, 알렉산드르 솔제니친도 8월, 심장마비로 타계했다. 구쏘련 반체제 작가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군수용소 생활을 토대로 한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와 “암병동” 등의 작품으로 70년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그러나 73년 체제의 불의에 대항한 “수용소 군도´ 를 내놓으면서 반역죄로 강제추방당했다. 그는 16년 만에야 로씨야 시민권을 회복해 귀국한뒤에도 서방 물질주의를 비판하며 조국과 민족의 부활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한평생 불굴의 저항 정신을 문학 작품에 담아내여 로씨야의 “살아있는 량심”으로 불리웠다.
이외 유명한 과학환상작가 아서 클라크도 3월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에서90세를 일기로 눈을 감았다. 그의 작품은 중국출판계에서 과학환상문학이 십분 풍미하던 80년대 조선말로도 번역되여 우리에게 읽힌적 있다.
그는 단순한 과학환상작가의 령역을 초월한 인물이였다. 1945년 그는 통신위성이란 개념을 제시했는데 이는 실제로 통신위성이 출현한때보다 수십년을 앞선 획기적인 발상이였다. 또 우주왕복선과 슈퍼컴퓨터, 광커뮤니케이션 등을 너무도 정밀하고 자세하게 묘사한 그는 과학소설을 눈앞의 현실로 바꾸는 데 공헌한 인물이란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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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대를 풍미하며 세월의 행간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걸출한 풍운아들도 세월의 흐름을 거스르지는 못했다. 우리 문단에서도 이 몇해간 1세대 2세대 원로작가들이 한분, 두분 유명을 달리하셔 문단을 슬픔에 빠뜨리고있다.
작가는 갔지만 작품은 남고, 올곧은 삶 역시 모든이들의 가슴에 남았다. 그들이 가는 길을 지켜보는 이들은 세상 방방곡곡에 참으로 많다. 묵도로 추념(追念)하는 정은 모두 그들이 뿌린 정신의 씨앗일터. 낡은것과 새것이 바통 터치로 임무를 교대하는 시점, 떠남과 도착이 한 정거장에서 조우하는 순간이다.
원로들은 떠나시며 젊은 후배들에게 세속을 벗어난 고독속에 창작을 신앙같이 여길것을 한결같이 당부한다. 도식적인 재단을 삼가하고 독자와 세월이 공감할수 있는 작품을 찾아 령혼의 울림을 이끌어내라고 조언한다.
하나 둘 큰별이 질때마다 풍운의 세월속에 자신의 존재 모두를 오로지 글쓰기에 투신한 진지한 정신과 품위있는 삶들을 이제는 더 만나기 어려울지 모른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그이들의 영정앞에 처연히 고개가 더 숙어지는걸가!
이제 우리에게 남은 몫이란 세월이 가고 시대가 바뀌여도 풍화, 마모되지 않는 그들이 남긴 문학적유산을 소중히 챙기는 일, 그들이 보여준 장인정신과 도저한 작가적 품위를 고스란히 이어받는 길이다.
큰 별의 빛으로 우리들이 나아갈 길을 비추어보며 위기의 우리 문학을 살리는 길에 소명을 다하고저 기축년 벽두에 각오 하나 머금어 본다.
"종합신문" 2009년 1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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