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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2007년 06월 29일 05시 54분  조회:6304  추천:74  작성자: 김혁

. 칼럼 .

우 보 천 리

 - 기축년 잡설

 

 

 1

고금중외를 막론하고 소만큼 긍정적인 이미지를 보여주는 동물은 흔치 않다. 하늘을 담을듯 어진 눈, 어떤 고난도 헤쳐나갈듯한 든든한 뿔, 산이라도 옮길 힘이 있어보이는 넉넉한 체대…

평생 땅을 지키며 살아온 우리조상들에게 소는 가장 도타운 친구이며 최고의 농기구이기도 했다. 논을 갈고, 우차를 끌고 연자방아도 돌리면서 인간의 힘으로 부족한것을 보충해 주던 귀한 짐승이였다.

 


시골에서 제1호 재산목록으로서 소가 있고없는것이 바로 그 집안의 경제력을 징표하군 했다. 따라서 한식구라는 뜻으로 소를 생구(生口)라 부르며 배려도 각별했다. 외양간을 부엌가까이에 지어 음식 대접을 했고 날씨가 추워지면 짚으로 짠 덕석(추울때 소의 등을 덮어주는 멍석)을 입혀 주고 봄이 오면 외양간을 맨 먼저 깨끗이 치우기도 했다.


소는 풍요와 힘을 상징한다. 그래서 풍수지리설은 고인의 산소를 택할때 “소의 형국을 택하면 자손이 부자가 된다.”라고 했으며 “꿈에 황소가 집으로 들어오면 부자가 된다.”고 길몽으로 해몽했다. 여기서 소꿈은 조상, 자식, 재물, 사업체를 상징한다고 한다.
 


때문에 소에 관련된 속담, 격언 사자성어 등 언어적 표현도 여느 동물보다 많다.
“소 웃음”, “황소고집”, “소처럼 일한다”, “소같이 벌어서 쥐같이 써라”, “소에게 한 말은 안 나도 녀자에게 한 말은 난다”와 같은 속담… 사자성어로는 “돌밭을 갈아 옥답을 만든다”는 의미의 석전경우(石田耕牛), 쉬지않고 꾸준히 간다는 뜻의 우보천리(牛步千里), “범처럼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소처럼 우직하게 살아간다”는 호시우보(虎视牛步)”등이 있다. 교훈담으로 “교각살우(矫角殺牛)”라는 말도있다. “뿔을 고치려다 소를 죽인다”는 뜻으로 작은 일에 집착해 큰 일을 망치는 우를 범하지 말기를 권고하는 말.
이와 같은 표현들은 소처럼 순박하게 근면하게 충직하게 살아가자는 메시지를 담고있다.

서구에서도 소는 오래전부터 숭배의 대상이였다. 고대 애급에선 소를 태양신의 자손이라 여겼다. 소가 죽으면 미이라로 만들어 신전(神殿)에 매장할 정도로 신성시했다.

소는 때로 미련하고 멍청한 대명사로 비유되기도 한다. “소귀에 경읽기”, “소 제 이불 뜯어먹기” 란 속담이 그렇고 영어로 “우둔하다”는“보바인(bovine)”도 소를 뜻하는 라틴어에서 나왔다.
그러나 이는 성실하고 온순하고 끈질긴 소의 무한미덕에 비하면 “옥의 티”와도 같다.

"소는 하품밖에 버릴 게 없다."라고 했다. 사계절 열심히 일하고, 팔려갈 때는 부(富)를 남겨주고, 우유와  고기로 영양을 공급해 주고, 가죽은 북으로 만들어져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준다.
식용외에 소는 각 부위별로 공업용, 약용. 미술품의 재료로 쓰인다. 례컨대 뿔은 활과 같은 무기, 우산, 칼, 담배 물부리, 도장재료 등 세공품의 재료로 쓰이고 발굽은 단추, 제유 등의 원료로 사용되고 있다. 소가죽은 물론 털도 담요, 띠, 솔 등의 제조원료로 쓰인다. 또 뼈와 힘줄로는 아교와 젤라틴을 만들고 창자는 테니스나 바드민톤의 채나 악기의 줄, 수술용 봉합사의 실로 쓰이는 등 어느 하나 버릴것이 없다.
이렇게 소처럼 인간에게 리로움을 주는 동물이 또 있을가? 모든것을 베풀며 주기만 하였지 욕심을 채우지 않는 동물 역시 소가 아닐가?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소는 말이 없어도 열두가지 덕이 있다”고 여겼고 로신과 같은 대문호도 “소는 풀을 먹지만 우유를 남긴다”고 “소 례찬론”을 펼쳤다.

2

 연변특산 하면 곧바로 황소를 그중의 굴지로 꼽는다.

연변황소의 양육력사는 이미 100여년을 줄잡는데 한온대산구에서 양식이 적합한 역육(力肉)겸용의 소이다. 중국5대 지방우량소중의 하나로 뽑혀 그 명성이 높다.

연변황소는 적응성이 강하고 내한성이 좋으며 거친 사료도 잘 먹는 특점이 있어 기나긴 세월동안 줄곧 농촌의 주요 농경 동력과 비료 원천으로 되였다.

국가농업부는 연변황소를 국가품종자원 보호목록에 편입시켜 중점보호를 실시하고있다.

최근에 개량을 통하여 연변황소는 체구가 크고 견실하며 육질이 부드럽고 맛이 좋은 독특한 풍미의 고기소로 부상되여 일본의 화우, 한국의 한우와 나란히 어깨를 겨루게 되였다.

소띠해를 맞아 흥감이 아닌 자부감 어린 눈으로 다시금 돌아보게 되는 우리의 연변황소다. 

3

 12간지중 가장 느리게 걷는 동물이 소다. 뱀은 기고 룡은 날고 쥐, 닭, 토끼는 방정맞고 돼지는 뒤뚱거리고 개와 원숭이는 천방지축이고 호랑이와 말은 날쌔지만 다급하다. 어느 순간, 어디로 튈지 모르는 행보들이다. 하지만 소의 걸음걸이에는 듬직함과 우직함이 담겨있다. 마치 숙고(熟考)끝에 중대사를 결재하듯 한발 두발 신중하게 자국을 남긴다. 그래서 “우보천리”라는 명속담도 생겨났다. 느릿하지만 꾸준히 천리를 가고 우직하지만 실족(失足)이 없는것이 황소걸음이다.

요즘은 매사에 속도가 강요되는 시대이지만 어찌보면 속도가 능사(能事)는 아니다. 긴 안목으로 보면 재빠르기보다는 우직함이 잔꾀보다는 성실함이 결국은 좋은 열매를 맺는다. 소가 우리에게 가르치는것은 바로 이러한 “느림의 미학”이다. 용의주도한 관찰과 적확한 선택, 듬직한 결단과 우직한 실행으로 세상만사를 놓치지 않고 곱씹어 볼수 있는것이 우보의 기품이요 지혜다.


근년래 중국조선족은 변혁기의 갈림길에서 새롭게 거듭나기위한 산고와 같은 진통을 앓고 있다. 이 갈림길에서 작금의 시기에는 아무리 힘들어도 우리가 스스로 갈길이라면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마다하지않는 소의 그 우직함이 필요하다. 힘들다고 주저앉지 않으며 갈길이 멀다고 포기하지 않는 끈질긴 도전이야말로 우리 민족 모두가 소띠의 해에 다잡아 나가야 할 자세일것이다.

은근과 끈기, 여유로움을 지닌 소의 천성을 배워 신중하게 결단하고 듬직하게 행동한다면 곤경, 고통, 시련과 같은 어두운 단어들을 다 떨쳐내고 우리는 또 한번 우수한 민족이라는 방명(芳名)으로 거듭날수 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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