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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
백수 증후군
김 혁
1,
있는것은 체력이요/ 없는것은 능력이니/ 들리는것은 구박이요/ 느끼는것은 허탈감이다/ 먹는것은 나이요/ 남는것은 시간이니/지키는것은 집이요/ 곁에있는 것은 개로구나
어느 유머코너에서 본 “백수의 신세 타령”이다.
백수의 어원을 보면 “백수건달(白手乾达)”의 준말에서 유래한다. “건달”이라면 흔히들 깡패로 알고 있으나 그보다는 하는 일 없이 빈둥빈둥 놀거나 게으름을 부리는 짓. 또는 그런 사람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백수건달”은 옛날 량반 자제들 가운데 과거를 보지않거나 락방한뒤 저자거리를 휘젓고 다니며 무위도식하는 이들을 비하하는 말이였다. 오늘날에는 직장을 잃은 실업자나 미취업 청년들의 처지를 자조적으로 일컫는 말이 되였다.
외국에서도 백수건달은 사회적문제로 대두한지 오라다. 백수건달에 대한 그들의 지칭은 우려, 타매, 야유의 뜻으로 다양하다. 한국에서는 백수건달을 “목사”라고 유모아적으로 부르는데 이는 “목적없이 사는 사람”의 준말이다. 학교를 나온후 일자리를 찾지않고 부모에게만 의존하는 젊은이들은 “캉가루족”이라고 한다. 외부와 단절된 공간에서 자신만의 생활을 누린다고하여 이들을 가리켜 “누에고치 족”이라고도 한다. 일본에서는 “방에 틀어박히다” 라는 의미의 “히키코모리(引きこもり)족”이라고도 부른다.
2,
연변에 백수가 늘어나고있다는 매스컴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공식적인 통계는 없지만 부모, 혹은 안해나 남편이 타지나 해외로 나간뒤 남겨진 “단친(单亲)가정”들을 한두집 건너씩은 볼수있는것이 요즘의 풍토다. 대외개방의 물고가 트고 로무송출이 활기를 띠면서 해외로무의 길에 오른 이들은 자신의 뼈를 갉는 신고로 외화를 벌어들여 고향의 쾌속적인 경제발전에 기여를 하고 가족의 생활을 풍요롭게 하고있다.
한편 이에 반해 집에서 송금봉투나 기다리며 사는 백수증후군(症候群)이 눈에 띄이게 보이고있는 실정이다. 이들이 고향에 남아서 하는 일이란 매일이고 마작방, PC방, 맥주집을 전전하는 짓거리다. 송금해온 생활비가 바닥이 나면 친지의 집을 찾아다니며 이제 곧 돈봉투가 온다며 꾸어서는 써버린다. 친지들은 “고아”나 “짝없는 이”로 된 그들이 안쓰러워 달라는대로 내준다.
연길시에서 20대 초반의 젊은이가 미국에 간 부모로부터 송금해온 만여원에 달하는 돈을 한 두달새에 탕진해버린 사례도 있고 안해가 일자리를 찾으라고 마련해준 차를 팔아서 녀자와 도박에 밀어넣은 사례도 있다.
3,
백수는 사회에서 이미 지적, 비평의 대상으로 규정되여 있다. 비평가들의 “백수론”을 살펴보면 "백수는 사회부적응자로 일할 생각이 없는 집단이며 그에 따르는 욕망의 분출구를 손쉬운 방법으로 확보하려는 머리만 큰 기형아들에 불과하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백수는 타의건 자의건 사회나 대중과 어울리기 어려워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흔히 자기 자신에 대한 과도한 집착 또는 독선과 오만을 껴안고 있기때문에 스스로의 위치확인과 자기개발이 중단되고 행동이 정체된 극단의 상황에 다달은것이다.
사실 그들에게도 괴로움은 크다. 그들은 현실적 괴리감에 고달퍼한다. 가정에서나 사회에서나 지탄받는 구박덩어리이자 천덕꾸러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런 백수들을 봉양해야하는 주변인들 즉 친지나 친우들의 괴로움은 그들에 못지않게 크다는것이다.
무위도식하며 사는 이들에게는 저저마다의 그럴듯한 핑계가 있다. 몸이 따라가주지 못한다는 핑계, 자기 직성에 맞지않다는 핑계, 무식한자는 가방끈이 짧다는 핑계, 대학을 나온자는 능력이 있으니 허드레일 따위는 못하겠다는 핑계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핑계나 자조나 체념이 아니다. 허접스러운 마음을 정리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다양성을 가지기를 권하고 싶다. 다양함에서 또 다른 질서를 찾고 기존의 응고된 질서를 깨고 살아갈수 있는 방법을 터득해야한다. 꿈과 현실을 합리적으로 접목시켜나갈 새로운 길을 찾는것이다.
거창하게 생각할것이 없다.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당신이 백수면 당신에게는 임의로 쓸수있는 남보다 많은 시간이 있다. 그러니 그 시간의 일부를 기꺼이 떼여 작은 일부터 주변일부터 시작해 볼수있다. 광고지전달을 하든 약수배달을 하든 꼬치집 화부일을 하든 일손이 요구되는 일자리에서 자기 일을 찾아 부지런히 뛰는 실천인이 되여야 할것이다. 흔들리고있는 우리 공동체의 요즘은 그런 실천인을 수요한다고 말하고 싶다.
여기에서 백수건달의 “건”자의 의미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역에 따르면 “건”은 “하늘”이라는 뜻을 포함하고 있기때문이다. 또한 “건”은 “강건하고 진취적인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백수건달에 이런뜻도 포함하고있음을 인지하기 바란다.
정부와 기업은 늘 무직업자들의 고용창출을 위한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중이며 우리 주위에는 직업학교, 전문기술학교 등 기능을 키워주는 곳들이 항상 대문을 활짝 열어놓고있다.
안방에 들어박혀 자탄하던 백수들이 오명을 벗고 움츠렸던 어깨를 펴고 하늘을 날아오를 날을 기대해 본다.
연변일보 “종합신문” 2009년 7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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