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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 누리의 축제
2007년 06월 29일 05시 54분  조회:4608  추천:78  작성자: 김혁


. 칼럼 .

유월, 누리의 축제

“남아공 월드컵” 우감(偶感) - 1

 김혁


 

1

드디여 축제는 시작되였다. 무대는 아프리카 대륙 최남단의 희망봉이다. 희망봉에서 솟아오른 축구공은 이 한달동안 지구와 함께 공전하며 온 누리를 행복한 멀미로 뜨겁게 달굴것이다.

월드컵은 쓰나미(海啸)나 토네이도(龙卷风)처럼4년마다 주기적으로 한번씩 일어나는 사변이며 기적이다. 따라서 6월이면 지구는 거대한 축구공이 된다. 지구촌 60억 인구는 저마다 그 축구공을 아름벌려 가슴에 품는다.

월드컵은 32개국 축구의 신들이 벌이는 한판의 쇼이다.
브라질, 아르헨띠나, 독일, 영국, 아프리카, 한국의 축국용장들은 날따라 업그레이드 된 기술과 감각으로 축구를 더 높은 차원에로 승격시켰다. 때로 탱고처럼 우아하면서 정교한 기량을 보이기도 하고 때로 들판을 누비는 치타처럼 용맹하고 빠르고 유연하다. 팀원들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정신력과 체력의 극치를 자랑하면서 펼치는 90분 내내 박진감으로 흥건한  률동의 축구…
축구는 기하학처럼 창의적이고 시처럼 압축적이며 축구장에서 정열과 힘을 바쳐 조국과 민족의 영광을 위해 뛰는 선수들의 모습은 또한 감동적이다.

그야말로 눈뿌리가 아찔하도록 풍성한 볼거리는 축구만이  보여줄수있는 지상 최대의 쇼이다.

 

2

70년대 병마에 시달리는 아프리카인들을 도웁기 위한 중국의료진의 감동스토리를 다룬 련환화에서 나는 맨 처음 아프라키에 대해 알게되였다. 사실 우리에겐 너무나 먼 그곳에 대해서 아는것도 많지 않았다. 기껏 안다고 해야 인류의 조상을 생성시킨 곳, 우거진 밀림속 맹수들이 뛰노는 곳, 세상에서 가장 작은 키의 피그미족이 살고있는 곳이라는 정도이다. 하지만 처녀작으로  “피그미의 후손”이라는 단편소설을 내였던 내게서 아프리카는 신비의 국도로 여느 사람들과는 농도와 줄기가 짙은 감성으로 다가왔다.

월드컵이 처음 열리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북쪽은 나미비아, 보츠와나, 짐바브웨와, 북동쪽은 모잠비크, 스와질란드와 접해 있다. 4천 480만 인구를 가지고있으며 다양한 문화, 언어와 신앙을 갖고있다. 남아공은 풍부한 자연환경으로 축복받은 나라이다. 8개의 유네스코 지정 세계 유적지를 소유하고 있다. 농목업이 발달되여있어 밀이 많이 생산되며 포도, 오렌지, 설탕 등이 산출되기도 한다. 지하자원으로 금, 다이아몬드, 우라늄, 백금, 망간, 석탄 등이 산출되는데 금은 세계 전체 생산량의 60% 정도가 산출되고 다이아몬드도 세계 전체 생산량의 약 20%를 차지한다.
무한한 창의성과 의연함을 가진 남아공 사람들은 또한 노벨상 수상자를 7명 이나 배출했다.

전 남아공 대통령 넬슨 만델라는 "우리는 축구를 통해 저항과 단결을 배웠다"고 감개를 표했다.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아프리카는 적어도 축구에서만큼은 더 이상 아프리카가 세계의 변방이 아님을 널리 알릴것이며 아프리카의 이미지를 다시한번 전세계에 각인시키게 될것이다.

 

3

축구는 스포츠 중에서 가장 단순하고 원시적이다. 그래서 인간의 원초적 본능을 깨우며 전 세계인을 환호와 열광속으로 몰아넣는 힘을 가졌다.
얼핏 보면 멀쩡한 이들이 가죽으로 만든 물건 하나를 놓고 빼앗기를 거듭하며 90분간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모습이 우습강스러울수도 있다.
남자들이 정신없이 축구에 빠져드는 리유는 원시 수렵시절 사냥감을 쫓던 버릇이 면면이 이어져 내려오며 뇌속에 각인돼 있기 때문이고 규칙도 잘 모르는 녀자들이 기꺼이 응원에 나서는데는 사냥을 잘하라는 격려의 뜻이 담겼다는 재미난 해석도 있다.

축구, 작은 공이 만들어내는 그 커다란 마력은 많은 사람들을 끄당기고 어우러지게 한다.
거리의 로점상이든 마천루우의 공무원이든, 수염터기 남자든 치마두른 녀자든 당신의 지위와 성별 나이에 관계없이 축구로 인해 어우러질수 있다. 현대 축구의 전술을 속속들이 연구한 전문가가 아니여도 축구를 오래동안 즐겨 본 골수팬이 아니여도 맥주집에서 벌컥벅컬 맥주를 마시며 카운터쪽에 매단 텔레비에서, 출근뻐스에서 시루속처럼 부대끼면서도 운전기사가 틀어놓은 방송에서  경기동향을 경청하며  옆자리에 앉은 생판 모르는 사람과 친구가 될 수도 있으리.
그러니 이처럼 막강한 파워를 갖게 된 축구의 제전이 펼쳐지는 유월을 맨송맨송 지나가면 무지무지 서운할터이다.

이제 축구는 단지 축구라는 단일 스포츠는만이 아니다.
축구는 이제 단순히 스포츠를 넘어서 세계인을 묶어주는 글로벌 네트워크이자 돈이고 산업이며 국력과 민족의 힘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미국 저널리스트 프랭클린 포어는 “축구야말로 어느 경제기구보다 앞서서 세계화를 이끈 주역이다”고 단정한다.
또한 이 세상의 이데올로기와 정치학에 맞추어 보면 축구경기는 또한 격이 다른 관전이 될거다.
“무지개 아래 우리는 자랑스럽게 하나가 됐다”를 슬로건으로 내건 남아공 월드컵, 이처럼 축구공 하나에 우리는 피부색과 국경ㆍ종교ㆍ리념을 초월해 하나가 된다. 축구는 사람들을 화합시키고 열정ㆍ기쁨을 함께 나누고 적대감을 해소할수있는 영향력을 갖고 있다.

영국 시인 월터 스콧은 “인생 그 자체가 축구장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매일 힘든 삶살이에 발목묶여 고민하는 현대인들에게 월드컵은 그 골치거리를 잠재워 주는 처방전이 되여줄것이다. 리기와 경쟁과 불신으로 가득찬 요즘 세월에 통용되지 않는 무한한 자유와 화합을 축구경기는 우리에게 선사한다. 많은 사람들이 축구에 열광하는 현상에 타당성을 부여할수 있는 가장 큰 근거도 이때문이 아닐가.

지구촌의 가장 매혹적인 축제인 월드컵, 이제 가족, 친구, 동료와 어우러져 함성 울리고 장단맞추며 신명나는 굿판처럼 농익어가는 유월의 향연에 빠져보자.


“종합신문” 2010년 6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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