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간의 기자생활중에 짧으나마 스포츠기자도 겸했던 리력이 있고하여 축구에 대해 꽤 즐기는 편이다.
하여 2006 독일월드컵때부터 월드컵때마다 빠치지않고 관련 칼럼 시리즈를 써왔었다.
하지만 전문가들 앞에서는 “로반문전농대부(魯班门前弄大斧)”라 즉, 대목수 로반의 문전에서 큰 도끼를 자랑할 어설픈 짓거리가 두려워 경기전반에 대한 예리한 분석이나 예견 대신 월드컵을 둘러싼 사회이슈나 문화적 분위기에 대한 잡감들을 주로 써온것이다.
“푸주간에서 앞에서 고기 먹는 시늉만 해도 낫다. (자기가 원하는것은 설사 이루지 못하더라도 생각만으로도 즐겁다는 뜻.)”는 궁냥으로 써오던 그런 잡감들을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미처 쓰지 못했다. 밀려있는 잡지사들의 소설원고 청탁건때문이였다.
하지만 컴퓨터의 메인 화면을 월드컵 경기일정표로 깔고 새벽잠에서 깨여나 눈시울 집어뜯어가며 경기들을 보노라니 환음이 절로 터져나오는 현란하기 그지없는 경기들과 경기장밖 이슈들은 나로하여금 월드컵 막바지이나마 또 다시 글로 적어내려갈 충동을 금할수 없게 하였다.
그래서 다시 한번 신나는 월드컵 주제곡 "위아 원"의 신명나는 곡조에 맞추어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역시 전문과는 거리가 먼 잡감이라 스스로 “별곡”이라 시리즈의 부제를 칭해 둔다.
월드컵 별곡(別曲)- 1
자책꼴
김 혁
자책꼴, 축구경기에서 실수로 자기편에 공을 넣어 외려 상대편에게 점수를 주는 경우를 가리켜 말한다.
중국에서는 오룡구(乌龙球)라 별칭하기도 한다. “오룡구”는 성구 “자파오룡(自摆乌龙)”에서 비롯된 말이다.
옛날옛적에 수년간 비가 내리지 않고 가뭄이 계속되자 사람들은 하늘 우러러 무릎꿇고 룡왕에게 비를 내려 줍시사 비손질을 하였다. 그러자 푸른 청룡이 나타나 비를 흠뿍 내려 주었다. 사람들이 감격해 마지 않는데 이번에는 검은 룡이 나타났다. 그런데 검은 룡은 비를 내리는 재간이없는지라 그저 하늘땅을 휘젓고 다니며 사람들에게 훼살을 주기만 했다.
“오룡구”는 자기편에 오히려 훼살을 주는 검은룡이라는 은유로 재해석된것이다.
짙어가는 여름의 열기와 더불어 시작된 2014브라질월드컵의 개막전은 어쩌구려 자책꼴로부터 시작되였다.
브라질과 크로찌아의 개막전에서 전반 11분에 브라질의 수비수 마르셀로가 자책꼴로 5만여 명 주최국의 홈장 팬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다행이 브라질은 인차 한꼴 넣어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고 추가꼴도 넣어 최종 3대 1로 역전승을 거뒀다. 첫 경기서 하필이면 자책꼴로 주최국으로서의 실추될뻔한 체면을 돌려세운것이다.
력대 월드컵경기에서 자책꼴이 대회 첫 꼴이 된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책꼴이 선수에게 주는 압력은 크다.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꼴롬비아 축구선수 안드레스 살다리아가 자책꼴을 넣었는데 며칠후 한 나이트클럽에서 축구팬에게 총격을 받아 살해되는 비극이 일기도 했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유난히 자책꼴이 많이 나오고 있다.
16강전이 끝날때까지만도 무려 5개의 자책꼴이 나왔다. 이는 기존 월드컵에서 최다 자책골이 나온 1998년 프랑스 월드컵과 2006년 독일 월드컵의 기록 4개를 경신했다고한다.
마르셀로
여기서 실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다.
실수는 어디로 튈지 예측이 어려운 축구공과도 같다. 땀동이를 쏟으며 정성을 다한다해도 자칫의 깨알같은 실수가 커다란 실패로 이어진다.
사람들은 살면서 이러저러한 대소실수를 저지를수 있다.
하지만 요즘 처럼 실리주의에만 얽매여 눈에 보이는것만 전부로 생각하고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는 사회에서 실수는 용납못할 대죄로 치부되기가 일쑤다. 그렇다고 한순간의 실수를 자탄해 오금을 꺽어서는 안된다.
실수는 자아를 위축시킬수 있지만 반대로 그 실수를 볼수있게하는 눈과 확대된 경험을 준다. 실수를 정시하면서 일어설때야만 다시 그 같은 과오를 저지르지 않게되는것이다. 다 아는 격언과도 같이 “실수라는 나무에는 두 가지 열매가 달린다. 실패라는 쓰디쓴 열매와 성공이라는 빛 좋고 맛있는 과일이다.” 실수를 딛고 일어나 그 실패가 승패를 위한 변주곡 전주곡으로 되게 해야한다.
월드컵의 열기와 함께 인터넷에서 널리 불리고 있는 월드컵 응원곡인 “위아 더 원We Are The One”이라는 노래의 가사말이 바로 실수에 몸부림치는 이들을 위해 꼭 걸맞는 노래가 아닌가 한다.
실패해본 자만이 (오!)
역전의 맛을 아니
짓밟일 수록 (하!)
또 다시 일어나 잡초같이
넘어질순 있어도 쓰러질수는 없어
일어나 일어나 일어나
고개숙인 친구여 심장 뛰고있다면
뛰여라 뛰여라 뛰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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