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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아픈 몸으로 쓴 뼈아픈 사람들의 이야기
2014년 10월 23일 10시 14분  조회:2656  추천:20  작성자: 김혁

. 수상소감 .

뼈아픈 몸으로 쓴 뼈아픈 사람들의 이야기

김혁
 


어제밤 상해에서 날아왔습니다. 중국작가협회에서 조직한 로신문학원 강습반에서 늦깍이로 공부하고있던차 수상소식을 접하고 밤도와 날아온것이였습니다. 공항터미널에는 늦은밤에도 돌아오는 사람들 그리고 떠나려는 사람들로 붐비였습니다. 꼭 마치 금번에 수상한 저의 소설속 고향을 찾아온 주인공의 경우와 같은 경상들이였습니다.
 
모든 작가들의 모든 작품에는 잊을수 없는 그 창작동기와 과정이 있겠지만 금번의 수상 소설은 유달리도 많은 이야기를 가지고 태여났습니다.
지난해 봄, 수상한 문학후배를 축하해 술을 사주었다가 넘어져 갈비뼈 다섯대를 분질러 먹는 엄중한 락상(落傷)을 당했습니다.
뼈를 고정하기 위한 가죽조끼로 몸을 동이고 꼬박 두달 가까이 미동도 하지 못하고 침상에 누워 있었습니다.
그와중에도 무엇보다 글을 쓸수 없다는 고통이 컸습니다. 처녀작을 발표해 30년 가까이 글밭을 경운해 오면서 어느 하루도 글을 그적거리지 않은 날이 없었던것 같네요. 이제는 내 생활의 골골샅샅에 체질화 된 그 창작행위를 할수 없다는 괴로움이 육신을 으깨는 아픔보다 더욱 컸습니다. 두달후 간신히 상반신을 일으키게 되자 절박하게 노트북을 무릎우에 펼쳐들었고  그동안 누워서 뼈물러 왔던 이야기를 써내려갔습니다. 그 글이 바로 금번의 수상작인 “뼈”입니다.
지난 90년대 말부터 나는 “개인의 아픔이라는 유리파편우를 걷기보다는 대중의 아픔을 대변해 주는 그런 작가가 되여 달라” 한 원로작가의 당부에 깨도를 머금고 그동안 불운한 내 운명에 대해 기술해 왔던 작품들에서 탈피하여 우리 공동체의 아픔을 다루는 작품의 창작에 주력하기 시작했습니다. “중국조선족테마소설”이라는 부제를 달고 그런 주제의 작품들을 수십편 창작해 왔습니다. 한결같이 민족의 생명과 령혼안에서 하나 된 마음으로 함께 아파하면서 그런 글월들을 써내려  둔필을 부지런히 놀리며 땀과 눈물을 바쳐왔습니다.
금번의 수상작도 그 일환으로 써낸 작품중의 한 부입니다. 떠나는 사람들, 남겨진 사람들, 비여가는 둥지… 뼈를 다친 한 주인공의 육신의 아픔을 공동체 전반사회의 아픔으로 승화시키려 꾀했습니다. 글을 쓰면서 옆구리를 송곳끝처럼 쑤시는 간헐적인 아픔의 여운때문에 주인공의 아픔을 그나마 핍진하게 재현할수 있었던것같습니다.
오늘 이 영예의 자리에서 또 한분을 떠올리고자 합니다. 연변텔레비죤방송국에 몸담그고있던 장하도씨입니다. 30년전 룡정에서 저와 함께 “보름회”라는 문학동아리에 가입하여 문학의 꿈을 키워왔던 친구입니다. 그동안 잠시 문학을 멀리했던 그는 지난해 부터 접었던 꿈을 펴겠다고 다시 필을 들었고 평론가를 꿈꾸며 처음으로 써낸  작품이 바로 저의 금번 수상작 “뼈”였습니다. 너무나 오랜만의 출현이라 그 평론을 보면서 저는 고향에서 함께 문학가를 꿈꾸었던 그이가 옳은가 반문할 지경이였습니다. 그이의 새로운 출발을 축하해 술한잔이라도 마시려 찾았는데 그는 이미 이 세상에 없었습니다. 새로운 문학에로의 출발을 결심했던 그는 암진단을 받았고 그렇게도 빨리 이승과의 인연을 놓아버렸습니다. 저의 수상작에 대한 평론작품은 그의 마지막 작품이 되여 버렸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오늘의 영예를 갈라 드리며 고인의 명복을 삼가 빌어 봅니다.
 
문학이란 인간의 감성과 령혼이 얽혀 있는 정신세계입니다. 때문에 그 감성과 령혼을 노래하는 한편의 글에는 당대의 사회적 현실과 력사적 진실이 함께 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글 속에 있는 사회성과 력사성은 바로 그 시대의 고뇌와 애증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문인은 사회와 함께 할 때에야 비로서 그 존재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좋은 문학은 시대를 증언하고 시대와 함께 영원히 살아 있게 됩니다. 그렇게 나온 글월이야 말로 작가 자신에게 자아 창조를 위한 영원한 기쁨을 주게 되며 그로서 독자들로 하여금 문학의 장엄하고 아름다움 앞에서 갈채를 올리게 할수 있는것입니다.
모든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이 력사와 함께 문학으로서 기록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뜨겁고 치렬한 작가 정신을 가져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만이 시간과 공간을 뛰여 넘어 영원히 살아남을수 있는 작품을 써낼수 있습니다.
어느 한 석학은 작가의 정의에 대해 “고달픈 아름다움을 먹으면서 찬란한 은실을 뽑아내기 위해 뼈를 깎는 아픔을 참아내는 려정에 서있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뼈 아픈 육신의 고통을 감내하며 집필해 왔던 그 봄날의 엑스터시의 과정을 잊을수 없습니다. 그러한 고통의 파종과 관개가 있었기에 오늘 이 수확의 계절을 맞이 할수 있은것 같네요.
2005년에 이어 두번째로 “연변문학상”을 수상하게 되였습니다. 누구보다 힘들었던 이 십년간에도 한사코 필만은 놓지않았던 저의 문학의 궤적에 대한 진단이요, 치하라고 생각하니 감개무량하군요. 값진 문학상을 내려주신 편집, 평심원 여러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래일이면 전 다시 떠나야 합니다. 세시간 가까이 비행기를 타고 서른세개의 지하철역을 지나야 다달을수 있는 로신문학원의 거처에는 49명의 소수민족작가들이 자신이 처한 민족의 운명에 대해 갈파하는 좋은 작품을 쓰려고 배우며 고심하고있습니다. 그들과 더불어 민족작가라는 명운을 지닌 글쟁이로서 응당 민족을 위한 일에 필을 그루박아야하는줄로 압니다. 역마살처럼 오가는 인생이라지만 그 와중에 왜서 떠나고 왜서 돌아와야하는줄을 아는 “행자”의 길을 걷는다면 그 로정이 아무리 힘들고 거칠어도 값지고 행복한거겠지요.
그냥 필대를 휘젓는 짓시늉이 아닌 뼈를 깎는 장인의 노력을 글의 매 매 단락, 행간, 매 글자에 바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2014년 10월 22일
김혁 문학블로그: http://blog.naver.com/khk6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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