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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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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읽은 모디아노
2015년 04월 29일 10시 09분  조회:2907  추천:12  작성자: 김혁
 
 
칼럼

 
지하철에서 읽은 모디아노
 

김혁
 
  

노벨상수상자 파트릭 모디아노
1
 
수많은 책을 서로 다른 시간대, 서로 다른 장소에서 읽어왔지만 이번의 독서경력은 좀 특이했다. 소설의 거의 전부를 지하철에서 읽은것이였다.
바로 노벨문학상 수상자 파트릭 모디아노의 대표적인 소설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이다. 금번의 노벨문학상 수상소식은 상해에서 접했다. 상해에서 열린 로신문학원 강습소에서 들었고 한달간의 강습을 마치고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노벨상 수상자발표와 함께 금방 출간된 “따끈따끈”한 그의 작품을 읽었다.
문학강습이 열렸던 상해 복단대학부근의 강만역에서 포동 비행장까지 대여가려면 좋이 세시간가까이 걸렸다. 무려 30여개의 지하철역을 지나는 긴 려정이였기에 책의 3분의 2를 지하철에서 읽었고 또 비행기를 기다리며 공항터미널에서 마저 읽어 버렸다. “모디아노는 보통 130~150쪽 정도의 얇은 소설을 쓰는 작가"로 그의 이 소설도 겨우 10여만자, 부담없이 빨리 읽혀진것이다.
평론가들은 “시간려행과 공간순례와 같은 모디아노의 소설은 관광지도로 읽힐 수 있다”고 했다. 상해라는 국제 도회지에 온 변강오지의 촌닭같은 나는 쉽게 꺼낼수 있게 웃옷 호주머니에 지하철 관광지도를 내내 간직하고 있었다. 그런 나같은 이들에게 모디아노의 작품은 지하철에서 읽기에 맞춤형으로 씌여지기라도 한듯했다.
중국독자들에게는 조금 낯설은 이름인 모디아노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준 작품이 바로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이다. 그는 이 소설로 공쿠르 상을 수상, “현대 프랑스문학이 거두어들인 가장 큰 성과”라는 평가를 받았다.
기억상실증에 걸린 한 퇴역 탐정이 자신의 과거를 추적하는 려정을 그린 소설, 모디아노는 이 책을 통해 기억 상실로 상징되는 프랑스의 비극적 현대사의 한 단면을, 나아가 인간 존재의 소멸된 자아 찾기라는 보편적인 주제의식을 명징하게 드러내고 있다.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중국판 표지
 
2
노벨문학상을 내린 한림원은 모디아노의 소설의 주제에 대해 "시간, 기억 및 정체성이다"고 평했다.
“1945년 7월 30일, 나치 점령하의 빠리에서 서로 알게 된 유태인 남자와 플랑드르 출신 녀자사이에서 나는 태여났다.”
모디아노의 자서전격으로 읽히는 작품 “혈통”의 첫 문장이다.
“가을의 빠리를 관광하려면 바람이 불어 지도를 들고다니기 불편하다. 모디아노의 신작 소설을 권한다. 지도보다 들고 다니기 편할것”
모디아노의 작품에 대한 평이다.
그만큼 그의 작품은 자신이 태여난 곳, 자기 주변의 인물들을 작품에 집요하게 담는다. 또 과거에 대한 집착, 자신과 빠리인들의 정체성에 대한 미로의 길찾기는 그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일관적인 특징이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지 불과 두달이후 태여난 모디아노는 전쟁의 참상속에서 받은 상처를 아프게 갈무리하고있는 이들을 보며 자랐고 또 어려서 사랑하는 동생을 질병으로 잃었다. 이런 기억이 집필에 영향을 미쳐 그의 모든 작품은 기억, 가족, 정체성으로 귀납할수 있다.  
그의 문학성격을 징표해줄수 있는 몇몇 작품중에 “한밤의 사고”는 교통사고를 당한 “나”가 앰불런스에서 만난 한 녀자에 대한 기억을 더듬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며 “혈통”은 그의 아버지가 사용했던 가명, 어머니가 일했던 극장 이름, 그가 머물렀던 수많은 호텔과 그 주소 등 기억의 조각들을 하나하나 풀어나간 소설이다.
인간의 정체는 과거의 집적과 그 기억에 불과하다고할때 기억과 망각의 문제는 모디아노의 개인사와 집단의 력사가 맞물리면서 그의 문학 세계를 구성한다. 어두웠던 시절을 희미한 기억력에 의존하여 물증과 증인을 찾아 자신의 과거를 복원하는 과정은 결국 정체성의 재구성, 자아의 복원으로 이어진다.
이렇게 모디아노는 표변하는 세평을 오래동안 등지고 이 문제에만 천착하며 홀로 한 우물을 팠다.
시대와 세상의 무게감은 한 개인을 질크러지도록 짓누르며 고통속으로 서서히 밀어넣는다. 모디아노의 작품들에는 전쟁에 의해, 한 인간의 정체성이 통째로 붕괴되는 과정이 슬프도록 아름답게 묘사되여 있다. 그럼에도 주인공은, 내면에 뚫린 커다란 구멍, 메우지 못할 빈 공간을 작은 기억의 조각들로 채워나간다. 좌절하지 않고 자신의 소멸된 과거를 찾아서 되살리는 일을 이어나간다.
"마음 깊은 곳에서 당신은 스스로를 누구라고 느끼십니까?" 바로 그런 강요가 모디야노의 작품을 량산해낸다. 프랑스가 겪었던 현대사의 비극과 성장기의 개인적 상처와 그 정체성 찾기는 그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키워드이다.
17세에 부친과 절연했고 어머니의 정을 느끼지 못했고 남동생은 어릴때 세상을 떠나는 등 작가의 성장기에서 가족은 부재했다. 때문에 그의 소설은 항상 시간의 저편으로 사라져간 과거의 애틋한 흔적을 되살리는데 바쳐진다. 인간의 정체성을 어둠속으로 침몰시켜버리는 세계, 인간 실존의 근원이 상실돼 가는 세계를 기억상실자가 과거를 찾아가는 필사적인 몸부림으로 그린다. 그러한 정체성찾기가 그의 작품들에서 계속 반복된다.
 
3,
 
여기서 근년들어 우리 사회에서, 우리 작품에서 부쩍 회자(膾炙)되고있는 정체성의 문제에 대해 다시 말하고저 한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사실 개인의 정체성을 인간의 몸에서 찾기는 어렵다고한다. 왜냐하면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는 세포가 계속 바뀌고 있기때문이다. 그리고 의학이나 과학수사에서 만능으로 여기는 그 DNA의 염기 배렬이 개인의 정체성을 확정 시켜줄수도 없다고한다. 왜냐하면 개인의 정체성은 DNA의 염기 배렬, 그 이상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기억에 의해 개인의 정체성이 지탱될수 있다. 즉 자아가 계속적으로 기억하고 반성하는 한 한 개인의 정체성이 유지될수 있다는것이다. 하지만 흔히 기억상실증에 걸린 사람들의 경우에는 그 정체성이 사라질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집단의 정체성 확립은 훨씬 더 어려울 것이 아닌가. 이처럼 정체성 확립은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집단의 정체성을 탐구한다. 피줄에도 기대여 보고 언어에도 기대여 본다. 그리고 작가들은 문자에 기대여 본다.
글로벌화로 인한 외부여건과 문명충돌은 약소민족이나 그 개체로 하여금 뒤미처 정체성찾기라는 본질적특성을 반추하게 했다. 모디아노처럼 이러한 정체성찾기의 문학이 세계문학의 가능성을 보여 주며 최고의 상을 수상할수 있는것도 바로 인류의 이런 본연의 모습과 자세에 대한 추구와 맞물리기때문이다.
우리의 조선족 작가들은 민족공동체의 부침속에 멀미와 현기증을 엎누르며 흔딜리는 필을 고누잡고 창작에 고심하고 있다. 수십년간 불어친 도시진출, 출국붐에 밀려 우리의 언어를 아끼고 돌보던 사람들인 문학인과 독자층도 역시 피폐할 정도로 줄어들고 있다. 하필이면 이런 시대에 문학을 한다는 일의 어려움을 온몸으로 겪고 있으면서도 필을 놓지않고 있다. 잊혀지고 박제된 민족의 력사를 불러내고 강인한 생명력을 불어넣고 우리 민족의 뜨거운 숨결과 기상을 되살려내려 몸부림하고있다.
문화적 정체성에 대한 각오와 능란한 민족어 구사로 합격된 작가와 문화인이 되여야만 거대한 대륙의 주류문단과 접목하고 나아가 세계 문학과 문화에 기여할 작가로 성장할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하철속 지도처럼 읽은 모디아노의 창작자세가 그 본이다. 모디아노처럼 과거를 직시하고 그 과거에 속해 있는 사람들을 기억해내고 그 과거를 잊고있는 사람들을 불러내는것이 나의 창작의 한 방향이라고 각오를 뼈무른다.
또 한 그것이야말로 우리 모든 작가의 힘, 혹은 글의 의무가 아닐가?
 
     - 2014년 11월 18일,
-“청우재(聽雨齋)”에서
 
연변문학” 2015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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