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기 .
“별”의 기호를 풀이하다
김 혁
1.
출판계와 서점가를 강타한 “다빈치 코드”라는 초베스트셀러가 있다. 추리소설과 비슷한 쟝르적특성으로 미스터리함과 긴장감을 유지시킨 특징이 그 작품을 베스트셀러로 떠오르게 한 원인이였지만 무엇보다도 압권은 작품에 새삼스럽게 기호학을 잉용(仍用)해 작품의 골조를 이룬것이였다.
기호라는것은 우리 주위에서 쉽게 볼수 있고 인지하고있는것으로 우리가 일상에서 특별한 의미 없이 받아들였던것이다. 교통표지판, 상표, 간판, 영화포스터, 시, 그림, 핸드폰속 이모티콘 등등 다양한 기호학적문화읽기는 사실 은연중 우리의 일상 가까이에 사처에 널려있다.
하지만 “다빈치 코드”의 작가는 기호를 통해 그 단순함 리면에는 뭔가 특별한것이 있다는 기대를 독자들에게 던져주어 다양한 독자층의 관심을 끌고 작품에 나름 깊숙한 의미를 부여했다.
“다빈치 코드”의 흥행은 광범위한 범위에서 “코드열풍”을 일으켰다. 이어 쉐익스피어, 단떼, 피카소, 모짜르트 등문화, 예술 분야 인물에 대해 기호학적으로 분석한 책자들이 수없이 쏟아져나왔다. 그 일례로 중국에서의 “병마용코드”, “진시황 코드”, “청명상하도 코드” 등 일련의 관련 연구서들을 들수 있다.
이처럼 근년 들어 기호학은 단순히 언어학적분석의 패러다임에 머물지 않고 문화콘텐츠의 해석을 통해 일반문화의령역으로 폭넓게 확장될 가능성을 보여주고있다.
2.
윤동주는 연변이 낳은 걸출한 민족시인이다. 학계에서는 그이를 리욱, 김학철 등과 더불어 중국조선족문학의 으뜸가는 우수한 대표로 꼽는다.
또한 올해는 중국의 항일전쟁 승리 70돐 기념일이자 “저항시인” 윤동주가 반일운동의 죄목으로 일본 후꾸오까감옥에서 숨진지 꼭 70주기 되는 해이다.
외국에서 윤동주연구 관련 석사, 박사가 50여명이나 배출되고 그 연구물이 수백편에 이르는 방흥미애(方兴未艾)의열조에 비해 우리 조선족문단에서는 윤동주 관련 연구물이 몇손가락 꼽을 정도로 미비하고 그 기림의 열조 또한 미온적인것은 세계가 자호하는 고향의 시인에 대한 “홀대”이며 자라나는 새 세대에 그의 문학적재부를 승계해주지못한 부끄러운 일이 아닐수 없다.
필자는 10여년전부터 윤동주연구에 몰두하여왔고 언론사시절에는 관련 추모, 연구 행사들을 빠짐없이 보도했으며이미 2010년에 윤동주의 생애를 문단 최초로 소설화한 장편소설 “시인 윤동주”를 《연변문학》에 일년간 련재하였고 또 윤동주 관련 연구 시리즈물들을 여러 간행물들에 평론, 칼럼, 수필 등 여러 쟝르를 동원하여 수십편 창작,게재하기도 했다.
하지만 고향의 시인에 대한 추모와 선양이 외려 다른 지역들에 비해 미온적인데 대해 늘 가슴 깊은 곳에 체증 같은것을 담고있었다.
그러다 윤동주 70주기를 맞으며 새로운 격식, 새로운 시각의 윤동주연구물을 내놓으려 나름 시도해보았다. 윤동주에 대한 연구는 여러가지 텍스트로 나왔지만 새로운 격식과 문체, 다각적인 시각으로 나름 조명하고싶었다.
몇해전 대학가의 청탁을 받고 연변대학의 문학도들에게 윤동주 관련 문학특강을 한적 있었는데 그때 어린 문학도들이 윤동주의 보편적이면서도 심대한 문학생애를 비교적 알기 쉽게 접하도록 열개의 편린으로 나누어 이야기했었다. 평론가의 말투나 난해한 해설이 아니라 독자와 공감할수 있는 언어로 특히 삶의 의미와 관련해 스토리텔링으로전해주고싶은 마음에서였다.
그후 연변작가협회 문학강습반에서도 이런 형식으로 강의했고 몇번의 윤동주 생몰일 기념모임에서도 그 뼈대를 계속 보완해 이야기했다. 그 연구물을 지난 2012년경에는 문화종합지 《문화시대》에 근 1년간 련재를 하기도 했다.
나는 본 책자에서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론문이나 특강, 칼럼, 기행 형식으로 써놓았던 글들을 련작칼럼으로 다시다듬었다.
스물아홉해의 짧은 인생을 보낸 윤동주의 생과 문학에 대해 29개의 코드로 풀이해보았다.
29개의 코드에 윤동주의 중요한 대표시들을 빠짐없이 선정해 싣고 해제를 달아 문학생애에 대한 료해와 더불어 그의 시집을 접하는것과도 같은 다중효과를 거두기로 꾀했다.
윤동의 생애와 직결되는 인물, 사건에 대해 사진자료들을 곁들어 해설함으로써 당시 시대상의 면면을 살펴볼수 있도록 노력했다.
비록 타이틀을 련작칼럼이라 달고 몇배로 되게 크게 보완하고보니 련작칼럼이 내용도 충실해지고 부피도 묵직하니짜장 인물연구서처럼 되였다.
집필의 과정은 그야말로 고된 작업이였다. 적지 않은 작품을 량산(量产)했지만 막상 집필에 앞서 윤동주라는 이 우리 민족 모두가 애대하는 걸물을 나의 졸필로 그려낼수 있을가 하는 부담감에 지독한 창작슬럼프에 시달렸다. 출판사에서 청탁한 시간이 거의 만료되도록 한 글자도 적어내려가지 못했다. 이는 그 이전에 작가협회 계약작가로 선정되여 장편소설 “시인 윤동주”를 집필할 때와 꼭같이 겪게 된 슬럼프였다. 그 슬럼프를 이겨내게 해준것이 또 다름아닌 그 슬럼프를 안겨준 윤동주의 삶이였고 윤동주의 시였다.
송우혜작가의 윤동주연구의 결정판이요 평전문학의 진수인 《윤동주 평전》이라는 경전이 이미 앞서 있지만 “외계에서 들여다본 윤동주”가 아닌, “고향에서 내다본 윤동주”로 시각의 차이를 바꾸고 윤동주가 오래동안 생활해온룡정지역이라는 이 유서깊은 곳의 지역특색의 문화풍토를 덧입히려는 나름의 시도가 슬럼프로 흔들리려는 나의 필에 힘을 실어주었다.
그리고 고향 시인의 민족정신과 문학정신의 승계를 위한 나의 작업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음을 이 기회에 다시한번천명하고싶다. 장편소설은 련재가 끝난지 몇해가 지난 오늘도 계속 탁마에 탁마를 거듭하고있고 인물평전은 유명문학지에 련재를 시작했으며 청소년전기물도 곧 출시될 예정이다.
3.
“민족시인”, “저항시인”, “별의 시인” 등으로 윤동주에게 붙는 수식어는 많다. 하지만 오늘날 윤동주라는 코드는그저 시인이라는 수식과 호칭을 뛰여넘는 풀이를 우리앞에 숙제처럼 남기고있다.
오늘도 우리가 윤동주라는 코드를 굳이 여러 각도로 풀이하는것은 그이의 아름다운 생각, 맑은 령혼, 진리를 향한열정, 인간을 향한 순수함 그리고 민족이나 나라를 뛰여넘는 우주적, 보편적 량심이 지금도 우리에게 꼭 필요하기때문이다.
윤동주의 소꿉친구 문익환의 말 그대로 오늘날 그이를 “떠올리는것만으로도 우리 모두의 넋이 맑아짐”을 우리는경험한다.
오늘날 그를 기억하고 그의 시를 되뇌이는 일은 우리 민족공동체의 운명을 걱정하고 비전을 위해 뛰고있는이들에게 더없이 보배로운 체험과 계시로 될것이다.
전대의 력사는 후대의 전성기에 쓴다는 성세수사(盛世修史)라는 말이 있다. 그 민족과 민족의 시인이라는 깊은 명제의 코드를 풀이해내는 벅찬 작업을 나름 완수할수 있어 마음은 뿌듯하다. 한편 걱정 또한 갈마든다.
플라톤의 제자였던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신의 스승의 생애를 연구, 정리하면서 이렇게 말한적 있다. “천한 사람의입으로는 찬양하는것조차도 그를 모욕하는것이다.”
이처럼 내 작은 둔필로 그이를 찬양하는것이 오히려 시인의 고매한 생애에 흠결(欠缺)을 주는것이 아닐가 내심 조심스러워진다.
관련 연구를 선행한 작가, 학자들에게 경의를 드리며 많은 연구가와 윤동주를 사랑하는이들의 동참과 편달을 바란다.
2015년, 백로(白露)
- 청우재(听雨斋)에서
"윤동주 코드
- 29개의 코드로 풀어 보는 스물아홉 살 시인의 삶과 문학"
김혁 지음
출판 연변인민출판사
20015년 12월
페이지 수 324
정가 30원
목차
코드 1. 파평 윤씨
코드 2. 월강곡
코드 3. 선바위
코드 4. 공덕비
코드 5. 생가
코드 6. 명동학교
코드 7. “3.13”
코드 8. 15만원
코드 9. 우물
코드 10. 영국더기
코드 11. 은진중학
코드 12. 청년문사
코드 13. 처녀작
코드 14. 신사참배
코드 15. 늦봄
코드 16. 낭인(浪人)
코드 17. 카톨릭소년
코드 18. 연희전문
코드 19. 순이
코드 20. 자필시집
코드 21. 창씨개명
코드 22. 육첩방
코드 23. 구름다리
코드 24. 판결문
코드 25. 의문사(疑问死)
코드 26. 장례식
코드 27. 오오무라교수
코드 28. 아우
코드 29. 시비(诗碑)
책 소개
용정윤동주 연구회 회장인 김혁작가의 인물연구서.
스물아홉해의 짧은 인생을 보낸 윤동주의 생과 문학에 대해 29개의 코드로 풀이 해 보았다.
특히 윤동주가 대부분의 시간을 지냈던 북간도 용정과 명동의 풍토에 대해 더욱 많은 편폭을 들여 세세하게 조명했다.
29개의 코드에 윤동주의 중요한 대표시들을 빠짐없이 선정해 싣고 해제를 달았다.
윤동의 생애와 직결되는 인물, 사건에 대해 사진 자료들을 곁듦으로써 당시 시대상의 면면을 살펴볼수 있다.
저자소개
중국 길림성 용정에서 출생했다.
연변대학 조선어문학부를 나와 베이징 루쉰문학원을 수료했다.
"길림신문", "연변일보"등 조선족의 주요 매체에서 20여년간 언론인으로 근무했다.
현재 "용정.윤동주 연구회" 회장, 연변작가협회 부주석, 연변작가협회 소설분과 주임직을 담임하고 있다.
윤동주가 다녔던 광명중학의 후신인 북안소학교, 은진중학의 후신인 용정중학을 나온 학연(學緣)을 자각하고 10여년간 윤동주 연구에 매진했다.
중국조선족 최초로 2010년 윤동주의 생애를 소설화한 장편소설 "시인 윤동주"를 창작, 발표하여 이슈가 됐고, 현재 조선족 권위간행물에 "윤동주 평전"을 2년째 연재하고 있다.
저서로는 중국의 문화대혁명의 난장 속에 스러져간 청춘의 군상을 그려낸 장편소설 “마마꽃, 응달에 피다”, 조선족 최초로 되는 위안부 장편소설, "춘자의 남경", 만주국 황후 완룽의 생애를 그려낸 "완룽 황후"등 장편소설 7부, 중편소설집 “천재 죽이기”등이 있다.
"중국의 피카소 한낙연 평전", "자치주 초대주장 주덕해" 등 인물전 다부가 있으며
논픽션물로는 북간도 용정의 백년역사를 조명한 장편력사기행 "일송정 높은 솔, 해란강 푸른 물", 문화시리즈 "영화로 읽는 중국조선족", 한국 초청사기행각을 다룬 장편르포 “천국의 꿈에는 색조가 없었다”등이 있다.
“윤동주”문학상을 비롯하여 조선족자치주정부 “진달래”문학상, "연변문학"문학상, 연변일보 CJ문학상, 길림신문 "두만강"문학상, 연변인민출판사 “아리랑”문학상 등 조선족문단의 유수의 문학상을 석권했으며 2004년 한국재외동포재단 제1회 한민족 청년상을 수상한바 있다.
저자 메일: ckkh99@hanmail.net
(출처:동포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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