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혁의 문화시론 2]
리얼리즘과 문학비
2015 노벨문학상 수상자 알렉시예비치
그녀의 “작품은 우리 시대의 고통과 용기에 대해 다양한 목소리를 기록한 기념비적 문학”이다. 스웨덴 한림원이 지난해말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를 선정하면서 밝힌 리유이다.
열네번째로 세상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을 수상한 녀성작가의 문학과 작품을 읽으면서 다른 한 녀성작가를 떠올렸다. 그리고 고향 룡정의 비암산 자락에 호젓이 서있는 하얀 기념비를 떠올렸다. 바로 “녀성작가 강경애 문학비”였다.
두 사람의 작품은 닮은데가 있다. 알렉시예비치는 기자출신의 저널리즘 작가이다. 2차대전 참전 녀성들, 체르노빌 핵발전소사고 피해자들, 붕괴된 쏘련의 사회상… 커다란 력사적 사건속에서 심신의 상처를 입고 소외된자들의 고통의 목소리를 부각시켰다.
강경애 역시 저널리즘에 종사한적 있다. 룡정에서 조선일보 간도지국장까지 지낸것이다. 강경애는 핍진한 리얼리즘적 기록으로 어두웠던 일제강점기에 억압받는 하층의 로동자와 농민, 녀성들의 고난의 삶을 그려내였다. 나아가 당대 여느 작가들로서는 흔치 않게 식민지의 실상을 세밀하게 포착했고 이를 작품화했다.
이 녀류작가들은 모두가 절규에 가까운 목소리로 고난속 인간이 당착한 냄새와 색갈과 소소한 일상을 보고 듣고 말한다
간도체험을 수작으로 펴낸 강경애
서로 다른 시공간에 있지만 이들의 작품이 요즘의 우리 문학에 시사하는바는 크다.
사회참여에 있어서 문학의 역할에 대한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있다. 따라서 당위의 문학으로 위세를 떨쳐온 리얼리즘도 이제는 낡투로 색바래졌다고 어떤이들은 말한다.
시장과 독자의 수요에 부응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바로 그 지점에서 우리 문학은 자칫 그렇지 않아도 적은 독자까지 잃을수 있다. 상업주의 문학체제에 순응한다면 우리 문학의 이념은 결국 감각적인것이나 실험적인 론리에만 부박하게 꺼둘리고말것이다.
우리 문학에서 력사와 사회와 관련된 공동체 인간들의 삶을 다루는 그런 문학을 격려하고 가꾸어야 하며 문학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선행되여야 한다고 본다. 여러 쟝르, 여러 문체의 작품을 통해 시대의 진실을 전파하는 일을 소홀히 할수 없다는 얘기다. 누군가에게는 철이 지난 명제로 비쳐질수도 있겠지만 과감하게 시장의 가치를 부정하면서도 진솔한 언어로 오늘날 공동체의 깊숙한 아픔을 감동적으로 드러내고 성찰할수 있는 문학이야말로 바로 진정한 문학이 아닐가!
어제날의 강경애가 그러했고 오늘날의 알렉시예비치도 그러했다. 하기에 그들은 모두 주어진 소명을 하얗게 불태우며 작품의 행간에 민족과 시대를 위한 오롯한 기념비를 세울수 있었다.
며칠전 기념행사를 기획하여 소설가들과 함께 강경애 문학비에 헌화를 하고 돌아왔다. 간밤에 내린 작달비에 말쑥하게 씻겨진 햐얀 기념비, 산행에서 몇번이고 무심히 지나쳤던 문학비가 다시 심중에 커다랗게 안겨온다.
“연변일보" 2016-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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