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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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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라는 이미지의 풍연(風鳶)
2016년 10월 11일 08시 53분  조회:1558  추천:9  작성자: 김혁

. 평론 .
 
봄이라는 이미지의 풍연(風鳶)
- 조원의 수필 “바람이 불면 연을 날리고싶다”
 
김 혁
 

(그림: "연을 날리다" 박승호)
 
  바람, 몸, 꽃, 연…
  조원의 수필은 첫 시작부터 난삽한 이미지들로 가득하다. 그의 표현을 빌면 떨어지는 벚꽃처럼 “난분분 난분분” 내리는 이미지들…
  현란한 그 이미지들이 다소 넘친다싶은 감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문장이 매끄럽고 속도감이 있다. 재빠르게 바뀌는 이미지의 파편들을 통괄하여 보여주는 봄의 정경과 관찰자의 다각적인 시선들이 부담스럽지는 않고 그나마 도렷이 안겨온다.
 
  “유독 봄이여야만 바람이 쓸어가는것과 바람에 실려오는것이 보이게 된다”라고 화자는 작품의, 봄의 들머리에서 말한다.
  바람과 꽃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는 매우 사실적이다. 이러한 디테일의 사실성은 수필의 내러티브적인 성격을 이끌어 낸다. 식상한 일상의 공허해 질수밖에 없는 관념적이나 추상적인것들이 작품속에서 보여지는 이미지적인 모습들과 포개짐으로서 봄날이라는 현실성을 획득하고 작품은 상이한 매력을 발산한다. 봄날에 새라운 시선으로 바라본 이미지는 봄의 들머리에서 그동안 동면했던 정신적 감각에 호소함으로써 “타인을 바라보는 모순된 시각”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이미지들이 꽃순처럼 현실성을 감싸 안으면서 벙그레 만개하는것은 바로 “마음의 세부들에서 고요하게 일어서는 경이로운” 치유의 힘이다.
 
  미국시인 에즈라 파운드는 “이미지란 지적, 정서적 복합체를 일순간에 보여주는것”이라 하였다. 좋은 수필의 생명력 창조는 이미지의 형상화 구축과 직결된다. 하나의 수필작품을 내놓을때  소재가 되는 사물을 단순히 묘사하거나 이야기로 풀어내서는 아니 되고 내면의 눈을 통해 일상적 사유를 뛰여넘는 자기만의 특화된 이미지를 그려내야 하기때문이다. 그런 수필이여야만 독자들의 안목에서 반듯한 이미지로 생생하게 살아 숨쉬며 “잘 쓴 작품”이라는 생명력을 갖게 된다. 때문에 이미지가 집중되면서 정서를 강하게 환기하는 작품이 오래 기억되는것은 당연하다.
 
    이 작품에서 계절의 미세한 움직임을 디테일하게 묘파한 구절을 보면 마치 작가가 붓대가 아니라 초고속 촬영기로 촬영한 이미지를 보는것과도 같다.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결”, “말라터진 입술”, “물기를 갖고자 하는 손”…
    화자의 이미지는 이렇게 신체의 일부에서 부터 가슴에 숨겨둔 상처”, 보이지 않는 내면의 이미지에 까지 이른다. 봄에 대한 작가의 심상을 이미지로 형상화함으로서 감정이입을 유도하여 작가와 동일한 흠상에 다다르게 하고 있다. 그렇게 화자의 심중에 동면했던 이미지의 기원은 “그리움”이다.
   그 그리움이 봄날의 꽃비에 떠밀려 독자에게 지각되면서 그리움의 정서를 공유하고자한다. 그리고 “외로워서 그리워서 함께 하고저 만나는 공간”인 위챗에서 “무시와 랭소, 눈치와 소외, 인맥과 허세, 질투와 의심 등등의 엇갈림”으로 곤혼스럽던 현대인의 통병을 추슬리고 “꽃의 슬픔을 사랑하듯 타인의 슬픔도 사랑”하기로 한다.
 
  수필은 봄이라는 시간적 배경을 시의적절하게 선택하여 정서적 효과를 더했다. 계절의 화사한 정경과 화자의 심리적 변화가 잘 버무려진 글이다. 서두와 내용전개도 좋지만 결미가 멋지다.
조연은 수필의 말미에 뜬금없이 연을 날린다. 그리고 비로서 날리기로 한 마음의 연의 얼레줄에 많은 이미지를 감았다가 풀어 놓는다.
  글의 행간에 깊숙히 감추었던 연을 그제야 들추어낸것은 이제 차거운 시각으로만 보았던 계절이 버겁지 않고 봄바람에 편승한 새로운 비상을 꿈꾼다는 암시일것이다.
 
   흔히 시나 수필들에서 보여주는 이미지는 정태적인것이라기보다는 동태적이며 그 약동은 하나의 주제를 위한 장치가 되는수가 많다. 조원이 실사해낸 이미지는 “머리칼을 들추는 바람”, “망울 터지는 목련”, “비속에 지는 벚꽃”, “파란 하늘을 나는 연” 등 동태적인 이미지의 련쇄적인 방영이다. 그 이미지들은 자아성찰을 통해 봄날같이 변화많은 삶의 일단(一端)을 고스란히 내비치고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이미지의 련쇄를 통해서 날리는것은 “골목골목 바람 부는” 세상의 하늘을 가로지는 산뜻한 풍연같은 희망의 메세지이다.
 
“흑룡강신문” 2016년 5월 6일
 
 
 
수필
 
바람이 불면 연을 날리고싶다
 
(목단강) 조원
 
 
작가 조원
 
바람이 불어온다. 바람은 봄에만 있는듯 하다. 유독 봄이여야만 바람이 쓸어가는것과 바람에 실려오는것이 보이게 된다. 그래서 봄이면 바람 탓에 바람을 탄다. 봄을 탄다.
 
바람이 불어오면 대개 바빠진다. 패션 감각을 살리려고 당겨서 올리지 않았던 지퍼도, 잠그지 않았던 단추도 만져볼수 있다. 잘 정돈된 머리결은 바람에 흩날리면서 손빗이 한번쯤 더 가게 된다. 입술은 그동안 잊혀져서 외면당했던 시간들을 보상받고 존재를 알리기 위해서 말라가면서 터지려고 한다. 왼손과 오른손도 서로를 부비면서 알맞게 갖고저 하는 물기를 그리워한다. 이렇게 봄에 바람이 불어오면 바깥 세계에 드러난 몸의 일부들은 상처를 두려워한다. 누구든 가슴에 숨겨둔 상처 하나쯤은 있겠지만 입술에, 눈섭 사이에, 이마에, 코밑에, 손등에, 목과 가슴 사이에,종아리와 복사뼈에 내보여지는 상처는 누구든 싫어한다. 상처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숨겨야 하지만 함께 살아가고 있는 낯선 사람들에게조차도 례의가 있어야 할듯싶다. 그래서 은근히 봄이면 잊고 살았던 자신을 찾아가듯 마냥 바쁘기만 하다.
 
바람이 불어오면 길을 걷다가 멈추어 서서 물 오르는 나무가지 사이에 걸려있는 파란 하늘을 문득 보게 된다. 그런 하늘이라면 다른 누구의것도 될수 없는 온전히 자신만이 갖고있을 하늘이였었다는 만족을 느낀다. 봄나무의 가지 가지에서 막 터지려는 망울진 목련의 서두름을 보면서 천 .천 . 히. 천. 천. 히.  하고 곱씹으면서 피여나는 순간을 볼수 없음에 안타까워한다. 그리고 부피가 엷어져서 한결 가볍게 마주오는 사람들이 옷깃을 여미는 몸짓과 스쳐지나는 옷자락에 집중하게 된다.  바람은 미처 몰랐던, 아니면 애써 외면하려고 했던 주위의 세부들과 자신의 몸의 세부들, 마음의 세부들에서 고요하게 일어서는 경이로움을 발견하게 한다. 여태 자신이 아닌 오로지 타인을 향해 있던 목마름을 거두어들인다.
 
일상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삶을 절정의 한순간이다싶게, 세계 말일이 코앞이다싶게 작열하듯 매일 매 순간마다 화려하게, 집요하게, 섬뜩하게, 비루하게, 끈적하게, 비릿하게 이어진다. 티비에서의 이미지들, 컴 화면의 요란한 세상사들, 폰에서의 속속 정보들… 세상을 알대로 알게 할만큼의 세상이지만 가까이 있는듯 하면서 아득히 멀어져 있는듯, 세상의 존재의 일부가 되였던듯 이방인이 되였던듯, 현실과 부재의 공간을 거듭하면서도 마침내는 속이 빈 허수아비는 아니여서 다행이라는 아이러니도 있다. 그러면서 타인의 기쁨이든 슬픔이든간에 무감각해진다.
 
타인의 슬픔이란… 지진과 화산, 테러와 전쟁, 사고와 충돌의 이미지들로 가득 메워지는 아침 뉴스는 꼬박꼬박 챙겨 먹는 아침식사와 함께 하는 고정 메뉴 따위로 된다. 멀쩡한 건물의 폭격의 장면을 보면서 할리우드 영화처럼 느껴져요 하고 쉽게 말할수 있다. 서서히 침몰해가는 선채, 추락되여 박살나버린 비행기의 잔해들을 보면서도 무심해진다. 허기와 갈증에 허덕이는 소년이 카메라를 응시하고있는 얼굴을 보면서 자신들의 얼굴을 바라볼수 있어서 련민이 생긴다. 련민의 끝에 따른는것은 다행이라는 안도감. 심지어 촬영사가 소년에게 연필이랑 사탕이랑 돈이랑 주면서 포즈를 취해보라고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본다. 타인의 슬픔도 번복되고 재탕되면 식상해져 버린다.  
식상해지기 쉽게 하는 빠른 세상이다. 세상사를 다 함께 공유하는듯 하지만 서로가 서로에게서 멀어져 간다. 요즘 류행하는 위챗의 모멘트도 위험한듯 하다. 외로워서 그리워서 함께 하고저 만나는 공간이지만 무시와 랭소, 눈치와 소외, 인맥과 허세, 질투와 의심 등등의 엇갈림으로 곤혼스럽게 하지만 쉽게 로그아웃 시키지 못한다. 은근히 즐겨가고있고 이미 중독되여 있다. 위챗 모멘트에 따르는 곤혹은 타인의 기쁨을 바라보는 모순된 시각이다.  
 
이 봄에, 벚꽃이 막 지려고 하는 무렵에 마침 비가 내렸고 마침 먼데서 친구가 왔다. 간밤의 숙취에 얼떠름한 이른 아침에 남자들의 벚꽃 구경은 환상이였다. 물안개가 사라져가는 공원 거리에 벚꽃이 꽃비가 되여 내리고있었다. 그 꽃, 지는 꽃을 보면서 친구를 안아버릴번 했다. “사쿠라꽃 피면 녀자 생각난다. 이것은 불가피하다. 사쿠라꽃 피면 녀자 생각에 쩔쩔맨다.”(소설가 김훈은 이렇게 말한다. 그러나 사쿠라라는 표현은 별로이다.) 아마도 소설가가 느꼈던대로 녀자 생각이 났었나 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가가 말하고저 하는 녀자는 단지 성적으로 구별짓는 녀자가 아닌 간절하게 그리워지는 사람들이라고 고집해본다. 꽃에게도 슬픔이 있을가. 난분분 난분분 떨어지는 벚꽃 잎을 보면서 나무와 벚꽃이 같이 아파할거라고, 기어이 꽃의 슬픔이라고 우기고 보니 그리움이 생긴거다. 리유도 없이 상대도 없이 밀려오는 막무가내의 그리움. 꽃의 슬픔을 사랑하듯 타인의 슬픔도 사랑하기로 한다.  누군가를 사랑하기로 작정하고 나서 사랑을 시작하면 실패한다. 누구든 외롭다고 생각될 때 사랑이 시작된다. 자신의 곁으로 다가오는 누군가의 스치는 몸짓에서 그리움이 묻어난다면 사랑할 때인듯싶다.
 
봄이면, 바람이 불면 연을 날리고싶다. 바람을 등지고 하늘 높이로 연을 띄워 올리고싶다.  타인의 슬픔을 대체 알면 얼마나 알지싶지만 아픈 사람이 저기 연이 날리네 하면서 파란 하늘을 잠간이라도 볼수 있게 연을 날리고싶다. 봄이면 바람이 분다. 골목 골목에서 비집고 터져나오는 바람.
 
“흑룡강신문” 2016년 5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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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 1 ]

1   작성자 : minguo
날자:2016-10-13 16:48:37
이제 평론가로 탈바꿈하나요? ㅋㅋ 여하튼 어떤 쟝르든 막힘없는 작가님이니말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선생님의 글은 평론도 수필같네요.
제 작품도 언제 평해주십사.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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