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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란강의 늠실한 흐름에 이 몸을 실어
2017년 01월 17일 09시 25분  조회:1379  추천:13  작성자: 김혁

. 축사 .
 
해란강의 늠실한 흐름에 이 몸을 실어

- 제2회 룡정시문학축제 “해란강은 흐른다”에 부쳐
 
김혁

 
 
존경하는 래빈 여러분, 그리고 우리의 바르고 아름다운 운문(韻文)을 사랑해 불더위를 물리치며 이 자리에 모여 오신 문필가 여러분, 랑송애호가 여러분 이 소중한 자리를 빌어 연변작가협회를 대표해 여러분들께 축사를 올리게 됨을 광영스럽게 생각합니다. 
 
오늘 우리는 옷깃을 여미고 룡정이 낳은, 겨레가 애대하는 걸출한 인걸 세분을 추앙의 높은 제단에 모셨습니다. 
저 하늘의 찬란한 성좌로 빛나는 걸출한 민족 시인 윤동주, 일제강점기 항일의 저항혼을 일깨운 심련수, 조선족 당대시단의 대표자 김성휘… 이들의 존함 석자를 부르고 되뇌는 일 조차도 우리는 사무침에 애련(愛戀)과 앙모의 심정을 먹먹히 곰삭이게 되는군요.
 
일송정 푸른솔의 기상과 해란강의 유장한 흐름을 안고 룡두레 우물가에, 북간도의 상공에 그리고 온 겨레의 마음속에 우련한 함자를 도렷이 새긴 이들, 그러한 민족혼들을 기리는 절절한 초혼의 마음으로 우리는 오늘도 그이들을 곡진하게 불러봅니다.
 
불과 한달전 저희 룡정.윤동주 연구회는 “별을 노래하다"는 명제로 윤동주 시인의 시읊기 가영대회를 비교적 규모있게 개최한적 있습니다. 그 자리에서 민족의 인걸들의 아름다운 시심과 민족혼을 받들어가는 행사들을 이어나갈 서약을 주고 받았는데 오늘 또 한번 그러한 취지의 시 축제가 열리게 되니 참말로 소회가 가없네요.
 
우리의 선각자들이 개척의 보습을 박고, 교육계명의 종소리를 울리고, 일제와의 가렬한 사투에 해란강반의 진달래 꽃잎처럼 산화해갔던  조선족 문화의 발상지 룡정에서 어머니 해란강은 오늘도 변함없이 흐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그 기상 그 혼은 “잎새를 스치는 바람”(윤동주)으로 “힘차고 늠실늠실한 흐름”(심련수)으로 “세월은 흘러도 변함이 없이”(김성휘) 우리들의 심성에 스미고 뇌리를 흔들어 깨웁니다. 
 
연변시랑송회가 2년째 비교적 훌륭하게 펼쳐 나가고있는 “해란강은 흐른다”라는 타이틀의 축제는 바로 고향의 강의 위상에 걸맞게 그 기상을 격앙된 목청에 담고 현란한 퍼포먼스에 싣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이렇게 민족의 인걸들을 노래하고 그이들의 보귀한 정신적 유산을 고양해 가는 일들이 우리 문단 나아가 사회의 하나의 기상으로 자리 잡을때 우리의 하늘은 더욱더 청명을 펼치고 우리의 강은 더욱더 맑은 여울소리를 들려주지 않을가요!
 
해란강반에 족적을 남긴  시인들을 노래하는 이 자리에서 해란강을 읊조렸던 심련수 시인의 명시 “추억의 해란강”을 추려서 읊는것으로 오늘의 축사를 가름하고자 합니다.
 
내 잊지 못할 하나의 흐름인 너
검은 땅 간도의 품을 흐르는 생명수야
너는 영원히 믿음성있는 나의 동무였다
 … …
 
얼마나 반겼는지 너는 알리라
고갈(枯渴)을 축이고 고로(苦勞)를 씻은 것도
이 몸이 이만 됨도 누구의 힘인지 알리라.
 
봄, 여름, 가을, 겨울
흐린 날 개인 날
말없이 혼자서 다닐 때에도
마음속엔 언제나 네가 동무하여 주었다.
 
감사합니다!
 
2016년 8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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