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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끝에 건곤(乾坤)세상 있나니
- 제9차전국작가대표대회 수감록
수도에서 열리는 문학성회에 다녀왔다.
중국작가협회 제9차 전국작가대표대회가 11월 30일 북경인민대회당에서 개막식을 시작으로 성황리에 열렸다.
길림성 연변조선족자치주 대표단은 연변작가협회 최국철 주석을 비롯해 장계신, 정봉숙, 김혁, 김영건, 김홍란, 채시봉 등 조선족작가와 문화계 사업일군들이 대표로 선정되여 참석했다.
습근평 등 당과 국가 지도자들이 대회 개막식에 출석한 가운데 중국각지의 문학계 엘리트들이 참석한 대회는 제8차 중국작가협회의 사업보고를 심의채택하고 “중국작가협회 규정”을 수정하였으며 철응을 주석으로 한 중국작가협회 차기 지도기구를 선출하였다
대회는 12월 3일에 페막, 5박 6일간의 대회일정을 원만히 마치고 대표들은 귀환했다.
10대로부터 지금까지 오로지 글밭만 경운해 온 작가로서 중국대륙의 문학계를 대표하는 기라성같은 거장, 엘리트들이 운집한 전국작가대표대회에 대표의 일원로 참석하게 된것을 행운과 자호감으로 생각한다.
20여년전부터 전국청년작가회의 등 전국적인 문화행사에 적지않게 다녀 왔다. 하지만 이번의 성회는 여느때와는 또 다른 농도와 줄기의 계시와 감수를 안겨주었다. 그리하여 회의기간 나는 매일 핸드폰으로 간명하나마 그날 그날의 수감을 일지로 적어 위챗에 올리고 나의 문학블로그에도 올렸다.
스모그로 몸살하던 북경이였지만 그 며칠만은 초동들어 가장 화창한 날씨의 련속이였다.
그처럼 “가슴속에 대의를 품고 마음속에 대중을 담아야 하며 어깨에 책임을 짊어지고 필끝아래 건곤을 적어내리기를 바란다.(胸中有大义、心里有人民、肩头有责任、笔下有乾坤)”라는 회의의 주제문구는 작가들의 마음벽을 울려주고 우리 문학의 화창한 봄날을 제시하는듯 했다.
성회에서 받은 감수와 사색을 편단으로나마 테마별 적어본다.
자신감을 소환하다
- 제9차전국작가대표대회 수감록 (1)
은은한 광택이 돋보이는 옥색 저고리우에 감색 마고자를 받쳐 입었다.
헌활하게 통이 트인 바지를 떨쳐 입고 발목에 대님을 조여 고풍스러운 멋을 강조했다.
저고리의 섶이 약간 들린 품이 나래를 펼치려는 학의 그것과도 같다.
간결함과 섬세함이 매치된 선이 아름다운 실루엣을 그려낸다.
오방색 수공의 옷은 단아하고 아취가 있다.
마음은 싱그럽고 발길도 가벼워 건들건들 걸으니 자신감이 그윽하다.
오랜만에 입어보는 한복이다.
전국작가대표대회 개막식이 열리던 날 아침, 나는 참말로 오랜만에 한복을 떨쳐입고 나섰다. 15억의 작가들을 대표하는 성회에서 민족대표로 선정된 기쁨으로 처음 민족복장을 맞추어 입었다.
역시 한복을 떨쳐입고 나선 녀성 대표들인 김홍란, 정봉숙 역시 여느때보다 청초한 모습이다.
많은 사람들의 시선과 기자들의 카메라의 앵글이 우리 복장이 주는 운치에 맞추어져 있었다.
연변대표단의 대표들은 인민대화당의 가장 현요한 앞자리에 자리 배당이 되여 있었다.
우리는 부풀은 한복처럼 한껏 부풀은 마음으로 총서기와 중앙의 지도자들, 전국각지에서 온 민족작가들과 만났다.
개막식에서 한 총서기의 예술변증법과 과학정신으로 일관된 강화는 새로운 문화리념을 우리에게 전달해 주었다. 관점의 밀도가 농후하고 새로운 용어로 가득한 그 강화에서 몇줄을 임의로 뽑아내도 느낀바가 많았다.
그 중에서도 “문화자신감”이라는 용어를 나는 정중하게 뽑아보았다.
“문화자신감은 기초로 되고 더 광범위하고 심후한 자신감으로 되여야 하며 기본으로 되고 지구적인 힘으로 되여야 합나다.
문화적자신감을 갖는것은 국운의 흥망성쇄와 관련되며 문화의 안전, 민족정신의 독립성에 관련되는 큰 문제입니다.
문화자신감이 없이는 골기가 있고 개성이 있으며 풍채가 보이는 작품을 써낼수 없습니다.”
자신감이라는 용어에 대해 이렇게 새삼스럽게 생각해 보기는 근년들어 처음이였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자신감이라는 이 단어를 잊고 있었다. 잃어버리고 있었다.
근년래 중국조선족은 변혁기의 소용돌이속에서 부침해 오고있으며 따라서 “위기론”, “비관론”도 머리를 쳐들고 있다.
도시진출, 출국붐에 있따라 가꾸며 살던 터전이 비여지고, 인구가 마이나스 성장률이라는 최악의 상태를 기록하고, 학교들이 줄줄이 폐교되고, 독서인구가 급락되고, 잡지사와 출판사가 불황을 겪는 악순환이 지속되여 왔다. 그에 따라 작가들은 바닥까지 실추된 문학의 위상에 설 자리를 잃고 방황과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그리고 조선족작가들은 전국 여러 성시에서 가장 낮은 최악의 고료를 받고 있다. 물론 “오두미배요(五斗米拜腰)” 즉 쌀과 돈에 허리를 굽히지 않는것을 작가들의 지조로 알고 있지만 작가들에게 문학은 먹고 살아나갈 삶의 방편이 못되였다.
이렇게 위축의 일로를 걷고있는 사회상을 바라보며 작가들에게 자신감이란 운운도 할수 없었다.
하지만 근년래 우리의 문학계는 조금의 미묘한 변화를 감지할수 있었다.
그 감지는 독자층과 문학애호가들로부터 왔다. 미약하나마 독자와 문학애호가들이 전에 비해 상당히 붇고 있음을 놀라웁게 발견할수 있었다. 시가지들에서 단지 커피나 음료를 팔던 청일색의 다방, 까페들로부터 책을 읽을수 있는 북카페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민간에서 책 읽기 동아리가 하나 둘 속출하고 있다.
연변작가협회에서 몇해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조직하는 문학강습반도 몇해전에는 참가수가 너무 적어서 개강을 하지못한적도 있었지만 올해는 보명수가 넘쳐나서 그 인원을 제한하기까지 했다.
해외문화와의 충돌로부터 정체성에 대한 재인식, 소실되여 가는 민족언어에 대한 우려, 출국인원들의 귀향후 재정착에 대한 고민 등등에서 유발된 사고, 개개인의 노력을 수반으로 한 생활수준의 제고와 질적인 삶의 변화, 경제가 발전한 선진국의 수준 높은 문화생활에서 배운 지식들이 이러한 변화를 촉구한것이아닐가 생각해 본다. 이로서 책을 외면하던 사람들이 인생에서의 지식경영의 중요성을 스스로 자각하고 다시금 책을 들고 있는것이다.
비록 아직은 작은 파문에 불과할터이지만 이제 좀 더 큰 이랑을 이루기 시작한다면 이는 우리 민족에게는, 우리 문화계 인사들에게는 대단히 고무적인 파고(波高)의 높이가 아닐수 없다.
주지하다싶이 문화는 한 나라, 한 민족의 령혼이다. 문화생명력에 대한 신심은 리성인식에서의 고도로 성숙된 정신적인 면모라 할수 있다. 할진대 문화의 자신감은 그 혼의 기초로 되여야하며 광범위하게 더 깊게 더 지구적인 힘으로 되여야 하는것이다. 이러한 문화자신감으로서 자신의 작품의 품위를 높이고 력사사명감을 자각하고 심령을 정화하고 민족의 인문소양을 높여야 한다.
여기서 바로 원견과 지명의 “자신감”이 소요된다.
자신감을 바탕으로 일사불란하게 보조를 흐트리지 않으며 나아가야한다. 발에 채이는 비관의 돌덩어리들을 치우면서 스스로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중국조선족이라는 우리의 정체성은 앞으로 형성될 새로운 세상의 질서에서 그 립지를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것이다. 우리는 지정학적으로 변강소수민족이라는 특유의 위치와 특수한 문화환경을 용유(拥有)하고있다.그로서 우리 중국조선족공동체는 한반도문화와 중국문화의 사이에 있는 변연문화의 특징을 지니고있다. 변연문화계통은 그 특수한 다중문화구조로 인해 새로운 문화 요소를 창출할수 있다는점에서 일반적인 문화계통보다 더 강한 문화적 기능을 나타낼수 있다.
거기에 한국과 조선 두나라 가운데 끼여있는 한반도에서의 민족의 교두보 역할도 무시못한다.
이러한 민족적 우세를 도약의 바탕으로 삼아야 한다.
조선족 공동체사회의 발전은 궁극적으로 중국과 한반도간의 교류,협력에 필히 긍정적인 역할을 미칠것이고, 중국과 한반도 간 광범위한 교류의 진일보는 동북아 국제 협력이라는 중국의 대 동북아 전략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것이다. 따라서 조선족사회 발전을 위한 문화전략의 구축과 실행 과정은 정부의 직접적인 참여를 필요로 한다. 그와중에 정부에서 소수민족에게 돌려지는 점점 더 원활해지고 있는 무양한 특혜도 우리는 적극 활용할줄 알아야 한다.
현정세에 대한 바른 리해를 토대로 자신의 립장과 토대를 굳건히 설정해 나가면서 우리의 오래된 가치관에 자신감을 덧입히고 그것을 미래 지향적인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 제반 분야의 바탕이 되도록 하여 우리의 얼을 살려야 한다. 그러한 저력이 근로용감한 우리의 문화전통에 잠재하고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것이다.
목전의 진통을 극복하면서 모색속에 새로운 대안을 찾는 험준한 과정에 비관을 엎누르는 자신감이 우리에게는 무엇보다 절실한때이다.
대회의 개막식과 페막식에서 초겨울의 추위도 무릅쓰고 우리는 한복을 입고 북경의 장안가, 인민대회당 앞 광장에서 포토타임을 가졌다.
외성의 대표들과 매체 기자들이 다투어 우리들의 현란한 색조를 향해 카메라의 초점을 맞추었다. 우리 복장의 단아함과 민족작가로서의 자호감 머금은 자세에 타성의 대표들과 행인들이 찬탄의 소리를 보냈다.
소슬한 겨울 바람이 한복의 자락을 스치나 우리는 모두다 상기된 얼굴, 더워나는 가슴을 느꼈다.
그야말로 자신감을 소환해본 시간이였다.
"장백산" 2017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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