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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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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뼈골 속 피 같이 스며든 작품
2018년 10월 31일 10시 15분  조회:1195  추천:13  작성자: 김혁

.김혁 신간 장편소설 출간기념회 소감문.

인생의 뼈골  피 같이 스며든 작품
 


  갑작스러운 마가을의 추위와 휴일의 소중함도 물리치며 한 작가의 작품의 출간의 자리를 함께 해주셔 감사합니다.
 
  이 소설은 여느 작품의 구상때보다 나의 창작충동을 특히 강렬하게 불러준 작품입니다.
창작 당시 소설가와 기자라는 이중의 신분으로 활개짓하고 있던 필자에게 가장 크게 안겨온 것은 농촌인구의 대거 도시진출과 그속에 선봉으로 나선 녀인들의 운명이였습니다. 80년대말로부터 산해관이남을 넘어선 조선족수는 20여만, 90년대 중기로부터 한국에 진출한 조선족수는 이제 100만을 기록한다고 합니다. 200만 안으로 헤아리는 중국조선족의 인구수효로 볼때 이는 그야말로 놀라운 수치가 아닐 수 없습니다.

  마을을 비우고 집을 비우고 사랑을 비우고 떠나간 우리의 녀인들이 곳곳에서 보이는 오늘의 현실입니다. 그 막중한 현실을 정시하고싶었습니다.
 글에서 나는 산업화과정의 부산물로서의 시골녀성들이 고향을 떠나고 산업예비군으로 충당되며 그한 과정에 육체적파멸 내지 정신적 파멸로 이어지는 도식과 현사회를 증언하는 녀인들의 다양한 삶의 양상을 한 인물에 집대성시켜 풀이하려 했습니다.
  
작가라면 자신의 출산아와도 같은 작품 전반에 애정이 가겠지만 이 작품은 여느 작품에 비해 잊을수 없는 작품입니다. 많은 이야기를 가지고 태여난 작품으로 내 창작생애에 기록될 작품이 될겁니다. 내 인생의 뼈골 속에 피같이 스며든 작품으로 영원히 잊지 못할겁니다.
 
  이 작품은 첫 장편 “마마꽃, 응달에 지다”에 마침표를 찍기 바쁘게 두달도 못되여 “연변문학”지에 련재를 시작했습니다. “연변문학”지에 2003년 10월호부터 2005년 2월호까지 일년반 가량, 16회에 거쳐 련재를 마쳤습니다. 
여태 작가라는 이름으로 글밭을 경작해 오면서 도합 6부의 장편소설을 발표, 출간했고 그외에도 10여부의 여러 쟝르의 작품집들을 출간했지만 이 작품은 내 인생이 송두리째 뽑히던 그 절실했던 시기에 창작한 작품이여 각별히 사랑이 가고, 화인처럼 기억에 남는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작품은 기성작품이 아니고 한편 쓰면서 한편 련재하는 형테로 창작되였습니다. 그런데 겨우 4회째 련재하고 내 신상에 거대한 변고가 일었다. 나는 어수룩한 사람들, 두수없는 사건에 휘말려들어 수십년간의 공직을 일조일석에 떼우고 처연히 한지에 쫓겨나게 되였습니다. 온 세상이 들고 일어나 나에게 돌을 던지는 형국에 문인가정으로서는 천문수자 같은 엄청난 액수의 금액을 꾸어서 부과해야도 했습니다.
  그런 사면초가에서도 련재는 이어나가야 했습니다. 이를 옥물고 등짝이 으깨질듯한 거대한 압력을 이겨내며 썼습니다. 안해와 함께 여기저기 찾아가 하소하면서 돈을 꾸어들고 돌아와서, 저녁도 거른 채 1만5천자를 치고 윤색하고 나니 동이 번히 밝아오던 그때가 생각 납니다. 어떻게 그 형국에 컴퓨터앞에 앉을수 있었고 또 두드려댈수 있었는지 모를 일입니다. 그 과정이 이 소설의 행간 속에도 은연중 스며들어 있고 녹아있습니다.
 
  이 작품의 주요편집이였던 “연변문학” 조성희 편집님의 로고가 컸습니다. 번마다 투고가 늦어졌고 세상이 번거로와 전화를 끊어버린 나에게 메일로 기마다 간절한 청탁을 해주었습니다. 아울러 수십통의 메일편지에서 위안과 격려의 말을 내내 잊지 않았습니다. 후문이지만 조성희 선생님은 나 때문에 편집부 상벌제도에 따라 벌금까지 했다고 합니다. 이 자리를 빌어 감격의 인사를 전합니다. 
  그외에도 많은 분들이 좋은 글 그냥 보고있다, 문학의 끈을 놓지말고 시련을 이겨내라고 근근간간히 격려를 주었습니다. 그들의 따뜻한 위무(慰撫)가 없었더라면 나는 아마 이 글을 이어나가지 못했을런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나는 인생에서 가장 곤고(困苦)했던 시간을 16회 40여만자의 처절한 글쓰기로 메워나갔습니다. 어쩌면 당시의 련재잇기는 내 삶 잇기의 그 자체가 아니였는지도 모릅니다.

   재액 속에 탄생한 불운아같은 작품은 련재 당시와 그 이후에도 독자들중에서 커다란 반응을 자아냈다.
   출판이 언제 되냐는 문의가 쇄도했고 작품이 련재된 수년이후에도 나는 서점가에서 책이 언제 나오냐고 묻는 생면부지의 독자들과 자주 맞닥뜨려야 했습니다.  
  이 작품을 애대한 나머지 련재된 작품의 낱장을 한장 한장 복사해 묶어서 세상에 단 한권 밖에 없는 책자로 만들어 나에게 선물한 애독자도 있었습니다. 그 고마운 분들이 오늘 이자리에 와 계십니다.
  주인공 박신애의 불운한 운명을 설계한 나에게 “신애를 작작 못살게 구시요!”하고 타매하는 전화가 오는가 하면, “왜 신애를 죽였소? 당신은 악마요!” 하고 저주의 메일이 오기까지 했고, 퇴근하니 마누라의 눈이 퉁퉁 부어있기에 따져 물으니 이 작품을 읽고 방성통곡했다는 말에 자신도 읽고는 베란다로 나가 목청깨져라 소리쳤다는 데퉁스러운 어떤 사내도 있었습니다.
계속되는 독자들의 성원과 청탁에 밀려 나는 4년후인 2008년경에 연변일보”종합신문”주간에 작품을 “각설탕”이라는 새로운 표제로 다시 일년여동안 련재하기도 했습니다.
그후 이 작품에 대한 연구로 평론가가 묵직한 상을 수상했고, 연변대학의 연구생이 석사학위를 받기도 했습니다. 
  작품이 발표된이후 10년만인 2014년에는 50회 방송소설로 개작되여 청중들과 새로운 쟝르의 얼굴로 만나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자비출판이 란무하는 형국에도 빈한도골(貧寒到骨) 문인의 신세라 내내 출판하지 못했던 작품이 오늘 14년만에 드디여 빛을 보게 되였습니다. 감개라 할지 아이러니할지 쓰라린 마음입니다.
  불우한 작가만큼 불운했던 작품의 마침내의 출간에 관계자 여러분에게 감사를 전하며 축하차 모여오신 여러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작품 속 주인공의 원형이 되여 준 모든 조선족 여인들, 작품에 간간이 비친 나를 닮은 세상에 소외된 문인들, 문인가장을 둔 죄로 내내 불운에 시달렸지만 꿋꿋이 서로 의지해 지금은 한국에서 영화감독으로 성장해 준 내 딸 소정이, 잔약한 어깨에 산악같은 인고의 사연과 세월을 함께 짊어져 준 내 안해 주향란에게 오늘 이 책을 바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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