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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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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람을 쓰는 일
2019년 12월 01일 17시 06분  조회:759  추천:10  작성자: 김혁

칼럼
 
사람이 사람을 쓰는 일

김혁
 
 
 
일전 “중국조선족인물전 심포지엄”이 중후하게 개최되였다.
 
작가협회기관과  대학가 연구소와 문학지가 손잡고 펼친 심포지엄은 파란많은 중국조선족력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민족의 인걸들의 일대기를 조명한다는 의취아래 김학철, 정률성, 주덕해 한락연 등 조선족 인물들을 선정, 작자와 학자, 평론가들이 진지하게 조명작업을 펼쳤다. 문단과 학계는 이를 두고 “중국조선족인물 전기문학에 대해 다각적으로 진맥한  처음으로 되는 학술모임이다”고 정평하고 있다. 
 
중국조선족인물전기 문학은 지난세기 80년대 중반부터 조선족 기업인들의 창업사를 기록하는 것을 시작으로 그 추형을 보였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 와중에 책자로 인물전 합집이 묶여져 나왔지만 그 선정인물이 조선족인물만을 다룬 작품은 아니였다. 하지만 이들이 민족사와 직결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나오자 환영을 받았다.
 
90년대 중기에 연변대학 정판룡 부교장의 자서전 격인 "고향 떠나 50년"이 절찬리에 련재되며 인물전의 새로운 양태를 보였고 그러다 류연산 작가를 필두로 90년대 말 이후로 인물전기 문학은 문학지와 출판계에서 다량 얼굴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인물선정분야도 다양성을 보여 예술인, 문학인으로는 김학철, 정률성, 김염, 한락연 등이, 정치인으로는 주덕해, 조남기, 조룡호, 최채, 오장숙 등이, 항일운동가로는 류자명, 양림, 최진동 등이, 교육자로는 림민호, 정판룡 등이, 사회인, 기업인으로는  석산린, 한성호, 리성일 등등의 인물전기가 창작되였다.
 
인물전심포지엄에서 창작담을 이야기하다
 
 
인물전창작이란 말그대로 사람을 쓰는 일이다. 사람이 사람을 쓴 다는 것이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력사 속에 박제화된 한 인물의 내면에 육박해 그 정신세계를 빈틈없이 포착해내야 하기때문이다. 한 인물의 생애를 면밀히 추적해 그 시대와 사회를 조망해 보는 데 인물연구의 특징이 있다. 
 
사학가들은 "력사 자체가 인물사다”라고 단언한다. 시대에, 제반 분야에 굵직한 획을 그은 이들의 깊은 사상과 력동적인 몸짓을 남긴 걸물들의 인물전기, 력사의 물줄기를 바꾼 그 개인의 삶을 통해 우리는 한 시대와 만나고 그 시대의 공과를 헤아려볼 수 있다. 
 
요즘 해내외의 여러 인물전기, 평전창작을 보면 이미 구색을 갖추었다. 스토리 텔링 인물전, 화전(画传), 그래픽 노블(图像小说) 인물전, 청소년 인물전 등 새로운 형태로 인물전 창작기법이 날로 진화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전기문학은 걸음마타기이며 그 저변이 아직도 척박하다고 봐야겠다. 인물전기 독자군과 시장은 아직 열려 있지 않고 있고 작자들의 인물전창작에는 아직 허점이 보이고 미숙한 점도 많다. 
 
적지않은 인물전은 실제 답사와 자료의 인용, 주해, 주석달기에서 근엄하지 못하다. 어떤 인물전은 그야말로 책상머리에서 작가의 년보를 그대로 베껴내고 짜깁기를 한 장편리력서격으로 되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물전 창작에 앞서 선정 인물들이 더 다양해 질 필요가 있다. 인물전기 대부분이 3,40년대를 살다간 인물들에 편중돼 있는데 력사적 균형감이 필요하다. 작가들의 필끝에 누가 선정되느냐에 따라 그 영향과 함의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또 우리 작가들의 인물연구나 창작에 대한 제도적 지원 시스템도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인물전 창작자의 모두가 “50후”, “60”후로 편중돼 있고 수고로움을 감내하며 인물전을 쓸 젊은 작가는 보이지 않는다. 
 
오늘의 문단에서 개인 사이트나 위쳇 계정, 모멘트로 자기 글을 자유롭게 발표하는 기능이 가능해졌다. 독자들도 감수성만 잘 건드려주면 무명인의 작품에도 크게 공감한다. 재래의 열독방식에서 벗어나 타인의 삶이 정직하고 유익하고 즐거운 것이면 함께 누릴 여유도 갖추었다. 
 
그때그때 짧은 기지와 재치를 전하는 트위터에 란무하는 짧은 글들도 좋지만, 그렇다고 인물전기 집필의 중요성은 줄어들지 않는다. 적어도 특정 분야에서 특출한 업적을 남긴 위인들은 오늘날 우리들에게 “역할 모델”로서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변화의 시대를 보아내고 넉넉한 삶을 예시하는 새로운 눈을 인물전기들은 갖게 한다. 그것은 분명 민족의 발전과 우리의 삶에 기(气)를 불어넣는 좋은 작업으로 될 것이다. 

작가들의 노력으로 유려하면서도 중후하며 치밀하면서도 품격이 있는 인물전, 력사와 지식과 정보가 담긴 사람향기나는 인물전의 출현을 또 한번 기대해 본다.
 
 
연변일보 2019-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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