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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혁 독서漫筆-9] 몸
2009년 04월 23일 09시 07분  조회:1979  추천:37  작성자: 김혁

 

김혁 독서漫筆 (9)

革 독서만필 (9)

 '몸' 중국판 표지


하니프 쿠레이시(哈尼夫•库雷西)의 “몸(身体. 상해문예출판사 출간)”을 읽다.

한편의 과학환상영화를 보는듯한 소설이다.

 “무릎과 등이 쑤시고 치질이 있고 궤양과 백내장도 있는” 60대 중반의 극작가인 애덤은 어느 파티에서 뜻밖에도 늙은 몸을 젊고 멋진 몸으로 바꿔 주겠다는 제안을 받는다. 살아온 세월동안의 현명함과 성숙함을 고스란히 유지한 채 싱싱한 육체를 이식할수 있다는 믿기 어려운 제안. 애덤은 고민 끝에 모험을 감행한다. 6개월의 시한을 정하고 새 몸으로 해볼수 있는 온갖 경험에 도전한다. 그 도전은 자유, 려행, 쾌락으로의 질주였다.

하지만 차차 그의 소망과 계획은 어긋나기 시작한다. 애덤이 새로운 몸이 주는 경이로움에 마음껏 려행을 하고 마음껏 육체적 쾌락을 누린다 해도 사람들은 그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몸과 마음 혹은 몸과 정신이 일치하지 않는다는것을 스스로 알고 남들과 겉돌기때문이다. 그래서 애덤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늘 혼자다. 20대의 몸과 60대의 령혼이 다툴때 과연 “나”는 어디에 있는가? “나”는 몸에 귀속되는가? 령혼에 귀속되는가?하는 자문으로 애덤은 고민에 빠진다. 몸의 변화속에 애덤은 가족들에게서 물리적인 거리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거리를 가졌다는것을 확인하게 된다.

작가는 몸이라는 주체에 접근해 몸과 마음, 몸과 시간의 관계에 대해 생생하고도 충격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으며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속에 담긴 신랄함과 위트를 통해 인간 본성의 또 다른 일면을 보여준다.

 하니프 쿠레이시

작가 하니프 쿠레이시는1954년 영국에서 출생, 영화와 연극, 소설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인 문필가로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면서 다재다능함으로 영국문단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주목을 받고 있는 작가이다.

볼만한 책이라는 평판속에는 재미와 감동이라는 대중적 기호가 숨어 있다. “쉽게 읽히지만 그렇다고 천박하지도 않은” 기준을 베스트셀러들은 갖고있다.

쿠레이시의 “몸”이 바로 그렇다. 남의 몸을 빌어가진다는 환상이 가미된 스토리 하나만으로도 이 소설은 상당히 흥미롭고 자극적인 이야기가 전개된다. 하지만 그 극적인 스토리의 행간에 삶에 대한 의문과 고민들을 요소요소에 빼놓고 있지 않은 탓에 재미있으면서도 심각하게 읽혀진다.

상해문예출판사 2008년 출간으로 된 “몸”에는 “접촉” 등 쿠레이시의 7편의 단편도 부록으로 수록되여있다. 성과 사랑의 관계에 대한 비범한 시각으로 발표작마다 화제와 논란을 불러일으킨 하니프 쿠레이시의 다양한 문체를 접할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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