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카테고리 : 내가 추천하는 글, 책, 영화
아이들을 향한 열정 그리고 따뜻한 시선
- 제3차 “윤정석 아동문학상” 평심보고서
김 혁 (소설가)
“윤정석 아동문학상”이 3회째를 맞았습니다. 짧은 기간이지만 그 립지를 빛내며 위상을 굳혀가는 중후한 문학상에 올해도 작품집 7부, 소설 4편, 동화 6편, 시 38수로 상당한 분량의 작품들이 공모에 응했습니다. 청소년발전추진회 한석윤 회장님, 연변대학 전국권 교수님 허송절 동시인과 저 네람으로 올해 평심단이 무어졌습니다. 우리는 응모된 작품들을 세세히 읽어내려가며 훌륭한 작품을 읽는 행복과 그중에서 단 2부만의 수작(秀作)을 가려내야하는 괴로움에 모대겨야했습니다.
우선 작가들의 적극적인 동참과 로고가 돋보였습니다. 응모작중에는 20여만자로 씌여진 장편소설도 있었고 13만자로 씌여진 동화도 있었으며 중편소설집도 있었습니다. 응모 편수가 많이 늘어났을뿐만 아니라 당선작들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고르고 표현이나 기법이 세련된 작품들이여서 반가웠습니다. 다만 기존 아동작품의 발상이나 표현을 훌쩍 뛰여넘을 개성적인 작품이 눈에 띄지않은 아쉬움도 없지 않았습니다.
소설작품면에서-
시골정경을 한폭의 수채화같이 그려내면서 그 풍경속 오누이의 때묻지않은 시골정서를 생동하고 매끄럽게 그려낸 허두남의 “오누이와 개구리”, 백치를 소박주는 아이들과 그 백치를 돌보는 할머니로부터 인간의 온정(温情)에 대해 이야기한 전춘식의 “외로운 섬”등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리고 김장혁의 과학환상소설 “야망의 바다”는 지구촌의 평화와 생태환경에 대한 파괴를 고발하고 그를 지키려나선 이들의 로고를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에 담아낸데서 과학환상소설이라는 쟝르가 결여를 보이고있는 조선족문단에서 장편이라는 부피로 이 쟝르의 부재를 어느정도 보태줄것으로 보입니다.
최동일의 작품집 “아직은 초순이야”는 그중 돋보이는 작품집이였습니다. 작품집에 수록된 5편의 작품 모두가 고학년을 상대로한 소년소녀소설로서 이 령역에서의 확장과 노력의 시도를 보였습니다. 아버지와의 소통, 성적순으로 모든것을 재이는 학원생활에 대한 고민, 젊은 감성과 스타일을 고집하지만 그에 대한 사회의 몰리해, 사춘기 아련하게 움트는 성적욕망에 대한 해결방식을 작품들은 보여주고있습니다. 리얼리즘에 충실한 상기 작품들이 주는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우리주위에서 조금만 눈을 돌리면 어디에서든 흔히 볼수있는 이런 아이들을 작품의 “화자”로 삼아 우리 사회의 어두운 리면을 들추다 보니 적라라한 “리얼리티”에 의한 작품의 진정성은 확보하고 있지만“너무 어른스럽다”거나 “무겁다”는 지적을 보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작품들은 비교적 다각적이면서 강렬한 메시지로 사회변혁기 어른들의 진통을 더불어 겪으면서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실존적 고민과 성장통을 그려보이고있습니다.
그러나 이 작가들의 작품들에는 몇가지의 결점이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는데 다분히 꽁트적인 발상과 평면적이고 가벼운 문체가 주되는 통병이였습니다. 서술적 묘미나 극적 구성면에서 이렇다할 특징이 없고 정서를 뒤받침해주는 시대적배경이나 작품 전반을 관통하는 주제의식의 결여 혹은 부재, 그리고 결말의 창졸한 마무리, 언어미학적 구조의 취약함 등 허점을 보이고있었습니다. 주제가 충분히 소화되지 못하고 대화나 서술에 그대로 드러남으로써 르포식으로 되여 버리기도 했습니다. 작가가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의식을 사건의 진전이라는 구조속에 녹여 간접적으로 형상화하지 못하고 직설적으로 드러내여 강요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다행히 이러한 허점에도 불구하고 많은 작품들은 문학의 교시적 기능에는 충실하고 있다는점입니다. 아동문학에서 재미와 깨달음이라는 기능에 충실하면서 감동의 진폭을 넓혀주는 그런 작품을 기대하는것은 평자(评者)만의 바람은 아닐것입니다.
동화면에서는-
학생들을 시험에 얽매이고있는 현 교육제도를 풍자한 전복록의 동화 “시험왕국 봉쇄선”, 자기몸을 던져 새끼들의 먹이로 되는 어미 거미들의 이야기로 부모들의 헌신에 대한 감동과 그에 대한 무마를 보여준 윤호남의 “거미동네의 풍파”, 개개의 교훈적인 메시지들로 엮어진 주덕진의 동화집 “가시돋는 뽈”등 동화들이 주목을 끌었습니다.
그중 리영철의 “일요일 오락성”과 “지구 보위전”에는 “기기박사와 토토계렬동화”라는 부제가 붙어있습니다. 련관성을 갖고 하나의 캐릭터를 등장시켜 동화시리즈를 시도한 그 의도가 사뭇 좋았습니다. 외국과 중국문단의 작가들은 많은 우수한 계렬작품과 그 계렬작품에서 나오는 주인공을 브랜드형상으로 주조해 냈습니다. 기기박사 역시 그러한 시도의 일환으로 앞으로 이 인물형상의 정착과 성공을 기원해 봅니다.
하지만 상기 동화들은 구애된 사유로 실험의식이 부족하고 현실에 안주하려는 진부함을 보여 동화공능의 활발하지 못한 사용을 보주고 있었습니다.
지나치게 간단한 구성, 의도설명의 불투명, 쟝르계선의 모호함, 동물동화와 식물동화에 얽매인 구태의연함을 보이고있어 아직도 7,80년대에나 볼수있을법한 진부한 내용에 캐릭터에 그 이름조차도 꿀꿀이 멍멍이, 야옹이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동화도 보였습니다. 발상과 결말이 너무 뻔해 읽지않아도 그 내용이 짐작이 되고 자칫하면 독자대상인 어린이들도 거부하는 유치한 이야기가 되고마는 경우를 초래할수도 있는 작품들도 보였습니다. 내심 동화의 본질에 가까운 작품을 기대해보았지만 동화를 그저 어린이가 읽는 환상이 가미된 작은 글이라는 안이한 자세로 응모한듯한 작품이 많아 퍽 안타까웠습니다.
동화라는 장르 자체가 누구나 쉽게 덤벼들수는 있지만 하다보면 어느 쟝르보다도 더 정교하고 어려운 작업이라는것을 이번 평심에서 또 한번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수상의 영예를 지닌 전춘식의 유아도서 “콩콩이가 울어요”와 “휘파람 소리”는 우선 그 좋은 시도에서 많은 평점을 얻었습니다. 과학적인 육아와 물질생활의 풍요로 요즘 아이들은 성장과 지력면에서 전세대를 초월하는 모습을 보이고있습니다. 때문에 조기교육에서 그에 걸맞는 표현형식도 따라서 연구되여야 할것입니다. 중국아동문단에서는 일찍 2006년부터 저유(低幼)문학이라는 새로운 어휘로 이 쟝르를 세분하고있습니다. 다매체 시대, 새로운 쟝르, 신조어들이 속출하고있는 오늘날 우리의 아동문단도 그 시대적 조류에 적극 보조를 맞추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만큼 전춘식의 이야기는 뚜렷한 주제의식을 안고 글에서 간결성을 지향하고있습니다. 이야기들이 기발한 소재와 주제보다는 생활속에서의 보편적 경험과 생각에서 얻어진것들이고 서사구조와 문체 역시 인위적인 기교의 산물이라기보다는 자연발생적인 진솔함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따라서 지루한 묘사와 중층(重层)적인 서사구조로 책 읽기를 기피하는 요즘의 어린이들에게 중압감을 주는 여타 동화와는 달리 쉽게 접할수있는 흡인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또한 미술편집의 로고도 빛을 발해 삽화에서 서정적인 색감과 소박한 기법이 조화를 이룬데서 그림이 이야기의 분위기를 한껏 살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저유문학은 아직도 실험단계이고 그 창작체계와 군체를 이루지 못하고 있으며 단 문자창작자뿐아니라 미술창작자와의 합작 등 문제점을 안고있는데 이번을 계기로 우리의 저유문학이 새로운 양상으로 아동문학의 일석을 차지할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동시부문에서는-
신인들의 동시들이 빛을 발하고 있는 가운데 김응준, 김득만, 최문섭, 강효삼 등 로익장의 작품들이 아직도 낡지않은 “보도(宝刀)”의 중후함과 열정을 더불어 보여주었습니다.
그중 신진들의 작품을 주목해 보았습니다. 김미선의 작품에서는 “냄비안에서 화산이 터졌어요”라고 우리들에게 친근한 “김치찌개”에서 화산의 분출과도 같은 상상이 폭발적인 비약을 보여주고 바람과 애보리가 “친구”로 되여 손잡고 파도타기하는 아련한 풍경을 보여주는가하면 한설매의 작품에서는 전선줄이 우는 소리에서 베토벤의 명곡의 음률을 헤아려 보고 공사장의 “굴착기”를 감기 걸려 크릉크릉 목청 다듬는 코끼리로 둔갑시키기도 합니다.
이들의 시들은 단순하지만 생동한 표현과 내용, 아이들에게 읽어주기 좋은 운률적 구성, 읽고나면 남는 강한 이미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시들은 짧음이 그 주류를 이루고있었습니다. 짧은만큼 경쾌하고 활달합니다. 휴지통이며 밤송이며, 굴착기며 이 세상 온갖 물상들이 시인의 눈길이 닿는 순간 저마다 새로운 의미로 깨여나고 살아나며 환해짐을 느낄수 있었습니다. 가식이나 수식이 없고 단도직입적인 절주의 경쾌함, 마음의 즐거움을 느낄수 있었습니다.
매우 인상적인 작품들이였으나 보내온 여러수들 중에서 이러한 수작은 한두편에 그치고 다른 작품들이 뒤받침해주지 못해서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상기 작품들이 시의 대상을 쉽게 찾고 짧은 구절과 말놀이에 가까운 천착으로 해서 자칫 소재와 기법의 상투성에 빠질 위험성이 있다는 점은 시인 스스로 의식해야할 문제일듯싶습니다. 재치가 시를 반짝이게 할수는있으나 완숙하게 할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종 최문섭 시인의 “봄비”등 7수의 시가 눈과 가슴에 닿았습니다. 보내온 여러수 작품의 수준이 고르고 시적 력량이 안정되여있는 점이 신뢰를 주어 수상작으로 선정했습니다.
최문섭시인이 다룬 소재는 봄비, 꽃씨, 나팔꽃, 줄당콩 등으로 우리 생활에서 익숙한것들입니다. 하지만 익숙하고 평범한 형태속에 보편적으로 내재해 있는것들을 원형적으로 찾아 내고자하는 작업에 의해 그의 손을 거친 소재는 전혀 새로운 풍경과 소리로 다시 태여났습니다. 자아와 대상사이에 놓인 보이지 않는 예민한 감수의 끈을 찾아내 당기니 꽃씨가 눈을 뜨고 줄당콩이 딸려나오고 봄비가 쏟아져 내립니다. 밝고 투명한 이미지 창조를 확실하게 보여주었기에 그의 동시는 같은 소재이지만 그만큼 상큼하게 다가온것입니다. 어쨌든 최문섭 시인의 동시는 그 독자가 어린이든 어른이든 그 시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묘한 힘이 있나봅니다. 그 리유는 아마도 시인이 오래동안 아동문학분야에서 편집사업을 해왔기에 동시가 무엇인가를 일찌감치 터득했거나 스스로가 여전히 동심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기때문이 아닌가 여겨집니다. 어린이에 대한 깊은 리해와 동시적 표현의 로련함이 묻어나 그래서 시편들이 례사롭게 보이지 않는것입니다.
아동문학작품에서 요구되는 기본적인 덕목은 “재미, 감동, 꿈, 희망”이라고 말하고들 있습니다. 모두어 보면 응모한 작품들은 그에 걸맞게 아이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으로 현실적 일상과 리얼리티를 다루고 그 구조와 표현방법에 주력한 작품들이였습니다. 작품의 구조와 문체가 꿈많은 아이들의 리듬을 닮으려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우리 작가들의 고민의 루적과 흔적들을 엿보아낼수 있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그러한 고투를 거듭하여 우리 아동문학을 한단계 업그레이드시키며 더 짙은 문학적 향기가 배여나도록 해야 할것입니다.
우리의 아동문학작가들이 요즘 흔들리고있는 우리 공동체사회와 그 사회의 장래의 주인이 될 아이들에 대한 애정을 지닌 자세로 훌륭한 아동문학을 지양하여 두고두고 회자될수있는 좋은 작품을 쓰는 일에 작가적 상상력과 힘을 쏟아주기를 희망해봅니다.
감사합니다.
2009년 8월 5일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