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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수상소감

그렇습니다, 문학입니다!
2010년 11월 09일 10시 20분  조회:3412  추천:46  작성자: 김혁


"제3회" 김학철문학상" 수상소감 .

그렇습니다, 문학입니다!

 



 


      그렇습니다, 문학입니다.

또 한번 해야하는 수상소감을 두고 무슨 말로 운을 떼야할가 생각하다 떠오른 첫마디입니다.

지난 80년대 중기 약관(弱冠) 20의 나이에 필재 하나를 인정받고 파격적으로 길림신문사의 기자로 발탁되여 연길로 상경한뒤 나는 선참 백조라는 문학협회를 발족시켰습니다.   

그때 동명(同名)의 잡지를 만들며 저희 동인들은 창간호에 제자를 써달라고 김학철 현자(賢者)님에게 청탁을 들고저 한인막고문(閑人莫叩門)”이라는 문패를 달고 있는 현자님 자택의 문을 겁없이 노크한적있습니다. 금방 견고한 체재의 철쇄에서 풀려나와 빼앗긴 시간을 미봉하고자 창작에만 몰두하시고 계시던 현자님은 초라니 같아뵈는 문학도들을 기꺼이 맞아주셨고 왕붓을 허비하여 백조의 동인 여러분들은 문학협회를 만드는 일보다 견지해 나가는 일이 더 중요한 일임을 알아야 하겠습니다라고 질박하면서도 의미깊은 제자를 써주셨습니다.

그로부터 25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현자님은 학을 타고 먼 서편나라로 가셨고(架鶴西去) 당년의 앳된 문학동인들중에서는 오사모를 쓰고 꽤 큰 관리가 된 사람도 있고 금혁띠를 허리에 두른 수천만 부자가  된 사람도 있고 고향을 버리고 해외로 가버린 사람도 있습니다만 오로지 저 혼자만이 남아서 아직도 어딘가 볼썽스러운 모습으로 문학에 매달려 있군요.

6년간 저는6차의 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그 고료와 상금으로도 배는 웬간히 굶지않을수가 있네요.

이렇게 문학은 제게서 밥그릇이요.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 부적이요, 또한 복잡한 세간을 뚫어보게하는 프리즘이기도 합니다.

 

그렇습니다. 문학입니다.

그동안 커다란 실의에 빠져 4차례의 나를 위한 문학상시상식에도 불참했던 내가 오늘 다소 길고 다소 격앙된 멘트를 이렇게 쏟아내는것은 이번 상이 다름아닌 김학철이라는 이름으로 명명된 상이기때문입니다. 40십차되게 이러저러한 상을 수상했고 해외에서도 수차 수상을 했습니다만 우리 중국조선족이라는 족속이 가장 앙모(仰慕)하는 한 현자님의 이름으로 내려지는 상, 이 상이 그렇듯 우리말 권내의 작가에 대한 값진 인정이요 격려라는 그 중후함때문인가 봅니다.

그동안 오로지 서재에 자신을 가두고 고뇌와 침묵의 행간에서 세상과 순치되지 않는 나의 고달픈 운명과 조우하는 동안 나는 몇번이고 김학철 현자님과 다시금 만날수있었습니다.

김학철 문학의 요체는 진실, 혹은 진실한것에 대한 무구한 열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지고있습니다. 그 열정이 그의 문학에 거리낌없고 주저없는 상상력의 움직임을 용이하게 해주었고 그의 세대, 그의 민족에 다른 작가들에게 찾아볼수 없는 높은 형상의 틀을 부여해준것이라 생각됩다.

 

진실에 대한 추구라는 점에서 그동안 나는 김학철 현자에게서 은근히 많은 것을 배워왔고 배우고 공유하고 있다고 여겨집니다. 물론 그 진실이 성숙되지못한 한 사회적 공동체의 루습에 왜곡되고 간헐적으로 이 문단에 수용될때 나와같은 불운하고 청빈한 작가들은 굴레에 매이는듯한 거북함과 아픔을 느낄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문학이 어차피 한 시대를 꼭 겪어나가야만하는 한 개인 혹은 그 군체의 삶에 대한 간파요. 어쩔수없는 오열이라는 점에 나는 작가로서의 의무감을 느끼곤합니다.  그래서 신음하고 오열하고 파렬음을 지르고있는것입니다 

 

제 생각으로는 어느 시대, 어느 곳에서 어느 민족의 삶이든 모든 삶은 거대한 상처이며 문학은 그렇게 좌절하고 극복하였던 상처의 기록이며 어제날 선배들에 의해 이루어져왔고 후배들에 의해 오늘도 계속되는 현재 진행형같은것이라 생각합니다.

일상속 저의 허약한 개인은 이미 비대한 세상에 압도당해 무기력해 졌지만 눈물을 닦고 보다 명징해진 시선으로 우리들 삶의 속절없음을 펜으로 고루고

그 펜 더욱더 날카롭게 벼리면서 한획 두획 세상이란 커다란 실루엣을 숙고된 필로 그려나갈것입니다. 내 소설속 희망 가득한 인물들과 동반해 세상의 거대한 토네이도(龍 券 風)속으로 걸어갈것입니다. 그 로정에서 다만 나의 작품이 빛에 가려진 지난한 어둠속 인간들과 력사의 의미를 제대로 잘 적어내릴수 있기를 여린 필로서는 원할따름입니다.

 

그렇습니다. 문학입니다!

문학의 길로 인도해주시고 아픔과 상처와 노는 법을 일러주신 김학철 현자님, 그 앞서가는 눈으로 이끌어주신 현자님의 도저히 흉내낼수 없는 길이와 깊이의 사범(師範)에 고마움을 전합니다. 이번 상이 어쩌면 이 비정한 세상에서 힘들게 버텨나가는 후배에게 얹어주는 현자님의 위로의 손길이라 생각하니 그 망자(亡者)의 손길이 현실의 손들보다 그렇게 따뜻하군요.

 

기왕 문학이라는 이 멀고도 험난한 길을 숙명으로 걷고 있지만 서럽거나 외롭지는 않습니다.  어쩌면 김학철 현자님은 지금 구천에서 한 문학도의 힘든 땀방울과 서러운 눈물방울을 하나하나 세고 계실지도 모릅니다.

 

결코 자고하지않겠습니다. 하지만 또 결코 나약해지지 않겠습니다. 환멸도 조소도 해탈도 아닌, 다만 이제 시작이라는 긴장된 현실로 나 자신을 설득하고자 합니다. 

 

문학인의 삶을 치렬하게 고고하게 지켜 오신 김학철 현자님의 그 문학 정신에 루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렇습니다. 문학입니다!

 

 

2010년 11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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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 6 ]

6   작성자 : 나미
날자:2010-11-19 08:17:39
여느 수상소감과도 많이 다른, \"멀고도 험난한 문학의 길을 숙명\"처럼 걸어온 자의 비장함이 내비쳐지는 글인것같습니다.
5   작성자 : 민들레
날자:2010-11-19 08:16:41
세월의 흐름과 더불어 김혁선생님의 앳되어만 보이고 귀엽게만 보이던 얼굴에서도 이제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네요..... 실력가로서 관료주의에 부딪쳐야 하는 아픔과 현실을 항상 유머러스하게 표현해 내던 선생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습니다...... 술을 너무 사랑하시는 선생님의 모습에서 장난기를 볼 수 있다면 선생님이 심심찮게 받았던 전국 신문상과는 또 다른 김학철 문학상에 대한 수상소감은 진지한 내심의 고뇌와 진솔한 표현으로 감동을 불러 일으키네요..... 김혁 선생님 축하하고 이런 소감을 쓸 수 있도록 영감을 주시고 전범을 보이신 현자님께 저 역시 경건한 경의를 표합니다.....
4   작성자 : 로즈마리
날자:2010-11-18 15:39:25
덕분에 무게가 느껴지는 수상소감 읽을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저는 김혁이라는 분이 누군지도 모르고 작품을 읽어본 적도 없지만(개인적으로 조선족 문단과 접할 일이 별루 없어서요) 이 수상소감을 통해 참 대단한 분이라는 생각이 드네요..상도 많이 받으셨고 이 시대에 진정으로 문학을 하시는 사명감을 가진 문인이신 것 같아요.
3   작성자 : 홍처리
날자:2010-11-18 15:37:36
김혁작가선생님의 글을 보면서 늘 이런 생각을 했다. 꼭 조선족의 큰 작가가 될 사람이고나하고..그동안 오랫동안 외국에 나가 있었기때문에 김혁작가선생님의 글을 읽지 못했지만 요즘 다시 돌아와서 또다시 읽고싶다. 축하드립니다. 작가선생님..
2   작성자 : 미화
날자:2010-11-11 11:07:28
선생님, 참으로 오랜만에 안부 전해드리네요.^^ 선생님의 수상작품을 읽었습니다. 예전의 작품에 비해서 많이 차분(?)하면서 무거운 주제가 적당한 유머에 힘입어 나도 몰래 빠져들면서 읽었던것 같습니다. 안타깝고 다 읽은후에 나도 헛헛해나는 느낌은 뭐랄까? 팬으로서는 너무 치열했던 예전의 글에 비해 좀 다른 풍격의, 선생님의 또다른 내면을 엿볼수 있는 글에 너무 감사했습니다.^^ 저번에 만났을 때, 선생님께서 하시던 말씀이 문득 떠오릅니다. 강아지를 키우면서 웃는 법을 배우셨다는... 하지만 블로그나 사이트에 있는 최근 사진들을 살펴보면 왜 이다지도 웃음에 린색할까 할 정도로 선생님의 웃음은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가슴이 짜안 ㅠ.ㅠ 인젠 웃으면서 삽시다^^ 가끔 인터넷에서 작품으로 선생님을 만나고, 좋은 영화 한편으로 떠올려도 너무 행복한 순간입니다. 김혁선생님...파이팅!
1   작성자 : 단풍잎
날자:2010-11-11 10:04:01
수상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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