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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상 .
신들리게 그리고 현묘하게
김 혁
어느새 루항(陋港)의 맨 구석에 고독하게 죽치고 앉은 내 서재에도 신묘년의 해빛은 토끼꼬리처럼 짧게 하지만 앙증맞게 들어와 앉았다.
지난 한해는 걸출한 민족시인 윤동주의 생애를 소설화하는 작업으로 한해를 담금질 했다. 고된 작업이였지만 권위문학지에 련재해 호평을 얻었고 한민족 모두가 애대하는 인걸의 생애를 처음으로 픽션화해서 마무리했다는 뻐근함으로 충실했던 한해였다.
“하늘 우러러 부끄럼없는 시인”의 생애에 긴긴 각주(脚註)를 달고난 끝에는 “주마가편” 자치주 초대주장 주덕해의 생애를 아이들의 시각에 맞춘 청소년 위인전기의 집필에 달라붙었다. 이제 집필을 막 끝내 3월에 곧 출간되게 된다. 한해가 가고 오는 수선스러운 문턱에서 서둔 까닭은 올 3월이 우리의 “대부”격인 주덕해주장의 100주년 탄신일이고 그들이 판 우물을 마시고 있는 자치주의 한 일원으로서의 “우물 판 이들을 잊지말아야겠다”는 량지와 사명감때문이다.
근년들어 나의 창작의 필봉은 많이 바뀌였다. 픽션작품을 흥감스럽게 펴내던 나의 필봉은 요사이 논픽션으로 치우쳐 민족사에 자취를 남긴 걸물들의 일대기와 함께 하고 있다. 력사의 물줄기를 바꾼 개인의 삶을 통해 한 시대와 만나고 그 시대의 공과를 헤아려보면서 넉넉한 삶을 예시하는 새로운 눈을 인물전기들은 갖게 한다는 판단에서이다.
새해에 나의 필봉은 또 하나의 인물과 만난다. 저명한 화가이자 중국조선족의 첫 공산당원이며 반파쑈투사이자 고고학자인 한락연의 파란만장한 삶을 조명하는 평전의 집필에 착수, 이미 “예술세계”지 새해 첫 호부터 련재를 시작하고 있다.
또한 올해는 문화대혁명 발발 45주년, 세상과 인간의 다중성을 랭철하게 들여다보게하는 그 란장의 년대를 해부하는 중단편소설 몇편도 내놓으려 한다.
올해는 토끼의 해, 전래동화에 많이 등장하는 토끼는 명석한 두뇌를 활용하여 앞을 미리 예견하며 자신의 행보를 미리 구상하는 치밀한 동물로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요즘 세상을 엽렵하게 사는 이들은 얼마나 될가? 늘 란마(乱麻)처럼 얽히고 설킨 관계속에 허둥대면서 상처받고 상처를 주면서 살아갈뿐. 때문에 삶에는 모법답안이 없다. 그리고 문학창작에도 소위 걸작이나 모범작이 없다.
오직 진정성을 가지고 어떻게 쓰냐가 문제이다. 불혹의 나이에도 여전히 세상의 조롱과 미혹에 시달리는 내게는 나를 흔들리지 않게 지켜줄 그 무엇이 갈급하다. 바로 문학이다. 경쟁력과 생산성에 휘둘리우고 모든 가치가 환금성으로 계산되는 요즘 사회에서 작가들은 그 위상이 납작해 졌다. 힘들다. 하지만 나쁘지만은 않다. 남들의 시선에 나는 아직도 밥그릇도 못챙기는 헛똑똑이 어리석은 작가로 보일지 모르지만 내가 추구하는 가치속에서 나는 어리석지 않다. 그리고 나는 끝끝내 지키고 싶고 지키고있는 나만의 세계속에서 누구보다 큰 부자이기때문이다.
그렇게 진정성을 가지고 큰 글을 쓰고 싶다. 시대에, 제반 분야에 굵직한 획을 그은 걸물들의 깊은 사상과 력동적인 몸짓을 적어내려가며 그렇게 령혼의 울림이 있는 호흡이 긴 글을 쓰고싶다.
작심삼일(作心三日)이 아닌 항상심(恒常心) 하나 가슴에 품고 길을 가련다. 토끼처럼 지혜론 시선으로 멀리를 보며 세상사를 섭렵하는 신풍이(神风耳)를 쫑긋이며 작은 보법이나마 부지런을 떨며 가련다.
신묘년 이 한해- 신들리게 그리고 현묘하게…
김혁 문학블로그:http://blog.naver.com/khk6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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