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카테고리 :
나의카테고리 : 작가論/작품論
“주덕해의 이야기”의 청소년 위인전기적 의미
리광일 (연변대학 조선-한국학 학원 교수)
요즘은 평전이 대세인것 같다. 문학작품내용이 많이 변했을뿐만아니라 형식도 많이 변했다. 조선족문단의 경우, 한때는 시작품이 각광을 받다가 후에는 소설중심으로 움직이더니 다음은 수필시대로 진입하였다. 그와 거의 동시에 실화문학이 대두하기 시작하였다. 로세대의 실화작품으로 김학철의 “항전별곡”을 들수 있고 차세대로는 류연산의 무게있는 실화작품 “혈연의 강”이 나타났다. 주목되는것은 “주덕해실화”가 창작된 점이다. 현재는 평전이 마구 쏟아지는 시기라고 보아도 무방할것 같다. 이미 “불멸의 영령-최채”(류연산) 등 평전이 나왔고 또한 집필, 편집, 출간 등 진행형으로 진척되고있다.
이런 평전은 모두 성인평전인데 반해 리혜선의 “김학철의 이야기”는 청소년 전기작품이지만 한국에서 출간된 점을 외면할수 없다.
이번에 출간된 김혁의 “주덕해의 이야기”는 청소년을 위한 중국조선족 위인전기라는 점과 연변에서 출간되였다는 점이 주목된다. 특히 금년은 주덕해 탄신 100돐이고 명년이 연변조선족자치주 창립 60돐이라는 시점, 그리고 주덕해는 초대 당, 정 지도자이며 명실공히 조선족의 대표자였다는 점을 감안해야 하고 현재 청소년들이 “반지의 제왕”은 알고있지만 조선족의 위인인 주덕해를 알지 못하고있는 양상을 념두에 두면 청소년 위인전기 “주덕해의 이야기”가 지니는 의미는 간과될수 없다.
“주덕해의 이야기”는 작품내용의 구조적특징이 뚜렷하다.
12만자에 달하는 편폭에 16개 부분의 내용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러시아에서 조선으로의 이주, 다시 중국 화룡현 수동골로의 이주, 소학교생활과 야학교생활, 수동골에서 야학선생님을 따라 진행하는 항일활동, 혁명사업에 참가하기 위한 파혼, 흑룡강성 녕안현일대에서의 항일투쟁, 서대림자에서의 항일투쟁, 밀산에서의 항일투쟁, 연안에서 조선의용군생활, 할빈에서 조선의용군 3지대 정위로 싸우던 시절, 건국직후와 연변지구위원회 서기 겸 연변전원공서 전원시절, 조선전쟁시기 특무색출작업, 연변조선족자치주 성립과 연변의 건설(성립당시 명칭은 연변조선민족자치구이다. 길림성인민위원회 제2085호통지에 근거하여 1956년부터 연변조선족자치주로 명칭을 변경), 문화대혁명시기 박해를 받던 과정, 서거와 뒤이야기 등으로 구성되였다.
보다싶이 16개 부분에서 해방전에 해당되는것은 10개 부분, 할빈에서 활동은 2개 부분, 연변에서 활동은 2개 부분, 박해를 받고 서거하는 부분은 2개 부분으로 되였다. 전반 작품에서 많은 비중을 해방전에 두었음을 알수 있다. 연변조선족자치주 초대 지도자인 주덕해의 해방후 업적은 많이 알려져 있지만 해방전 그의 생애에 대하여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런 점을 감안하여 작가는 많은 편폭을 해방전에 할애하였다. 청소년 위인전기라는 장르가 편폭의 제한이 있음으로 하여 잘 알려져 있는 해방후부분은 간략하게 처리하면서 동시에 영화기법을 활용하여 긴축하면서도 역동감이 넘치게 처리하는 특징도 보여주었다. 이는 위인 주덕해의 생애와 청소년 전기라는 장르의 결합에 있어서 매우 과학적인 내용구조라고 인정하게 된다.
“주덕해의 이야기”는 개인적인 생애와 조선족이주사를 합일되게 처리했다는 특점이 있다.
기록문학으로서 전기작품은 흔히 따분하고 엄숙한 영웅사적인 특징을 지니게 된다. 하지만 이 작품은 청소년 전기라는 점에 주목하여 청소년의 눈높이를 맞추면서 기록성보다는 이야기성에 중점을 두었다. 말하자면 기록문학의 영웅사적패턴을 떠나 재미와 함께 진한 감동이 내재한 기록문학이 필요한 이 시대의 수요에 부응한 작품이라고 볼수 있다.
뿐만아니라 이 작품은 주덕해 개인의 위인전이면서 동시에 조선족의 력사와 매우 흡사하다. 작품에 사용된 사진 30장, 그림 18장은 단지 주덕해 개인과 관련된것뿐만아니라 조선족이주사와 관련된 사진이 매우 큰 비례를 차지하였다. 말하자면 이 작품은 조선족의 이주사이면서 연변조선족자치주의 성립사, 나아가 조선족의 정신사라고 인정할수 있다.
독립투쟁시기의 “15만원 탈취”사건은 비록 실패로 돌아갔지만 항일투쟁사에 빛나는 한페지이고 1930년 “5.30폭동”은 중국공산당의 지도하에서 연변을 비롯한 전 동북에서 항일전쟁의 시작을 선고하였다. 이후 각지에 항일유격대가 우후죽순마냥 나타났고 1934년엔 동북인민혁명군으로, 1936년엔 동북항일련군으로 발전하였다. 1938년 무한에서 조선의용대가 성립되여 1942년 조선의용군으로 발전하며 8.15해방후 동북에 진출하여 건국까지 해방전쟁에 참가하였다.
이런 혁명투쟁과정은 이 작품에서도 직접, 간접으로 반영되였다.
동북항일련군 제1군은 료녕성에, 제2군은 연변에 있었고, 기타 부대들은 흑룡강성에서 활동하였다. 주덕해의 발자취에 근거하여 이 작품은 주로 흑룡강성에서 활동하는 항일부대에초점을 맞추었다. 이 과정에서 주목을 끄는 작중인물은 안순복이다. 1930년대 항일혁명투쟁사를 배우면서 목단강에 뛰여든 동북항일련군의 “8명 녀전사”를 알았지만 오랜동안 그속에 조선족이 2명 있었음을 몰랐고 수십년이 지난후인 2009년에 그가 정률성, 리봉선 등 조선족과 함께 “새 중국성립에 특출한 공헌을 한 100명 영웅모범인물”에 선정될줄을 몰랐다. 더우기 그가 주덕해와 함께 항일했음은 더욱 몰랐다. 이와 같이 작품은 주덕해와 관련된 주변인물들을 까근히 밝혀 세상에 공개함으로써 이 작품이 단지 한 개인의 성장사가 아니고 한 집단의 발전사, 변화사임을 보여주었다.
작품에서 주덕해는 신이 아니라 인간으로 묘사되였다. 긴박한 상황에서 급히 피신해야 하는 와중에도 그는 직접 약혼녀의 집에 찾아가 죄송한 마음으로 혼사를 물린다. 책임감있는 그의 성격을 볼수 있는 장면이고 아울러 한 인간의 일생을 망칠수 없다는 휴머니즘을 엿볼수 있는 부분이다. 뿐만아니라 적들의 진공으로 하여 피복공장의 녀전사들이 자기의 애를 한족백성집에 맡기는 부분도 감동적이다. 녀전사들의 찢어지는 마음도 독자들을 뭉클하게 하지만 이 과정에서 다분한 인간성을 보여주는 주덕해의 형상도 매우 주목적이다. 흔히 볼수 있는 원칙과 과단성만 지닌 지도자의 패턴을 벗어나 피와 살, 그리고 짙은 정감을 지닌 주덕해를 립체적으로 볼수 있었던 부분이다.
위인전기작품에 대한 국내외의 반응은 여러가지이다. 이 가운데서 주목되는 부분은 콜롬보스와 노벨에 대한 전기작품작업에 대한 견해이다. 한국의 경우, 이들에 대한 위인전기작품창작에 부정적인 자세이다. 콜롬보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정면적인 업적에 반해 토착민을 수없이 학살한 부면적인 면이 외면될수 없으며, 노벨의 폭발약은 광산개발 등에 활용되는 산업개발의 업적도 있지만 무기에 사용되여 대량살상이라는 부면적인 면이 외면될수 없다는 점이다. 이러한 점에서 외국인보다는 본 민족의 위인전기작품을 창작해야 할 필요성이 더없이 증폭된 상황이기도 하다.
연변조선족자치주의 성립은 주덕해를 떠나서 운운할수 없다. 중앙의 민족정책의 실시와 더불어 성립되기도 하였지만 디아스포라서 조선족이 중국에서 정치적, 문화적, 민족적지위를 확보하는데 매우 중요한 작용을 하였다. 주덕해를 위시한 조선족혁명가, 선각자들이 없었다면 자치주의 성립은 불가능했으리라는 비약적인 가설을 세워보기도 한다. 주덕해를 단지 당, 정 지도자, 혁명가로만 인식하는것은 객관적인 자세가 아니다. 연변대학을 비롯한 연변내 대학교성립에는 주덕해의 심혈이 슴배여있는바 그는 연변대학의 초대교장이기도 하다. 뿐만아니라 아세아에서 두번째로 큰 과수원인 룡정과수농장 등 자치주성립초기 연변의 굵직한 사업은 주덕해를 떠나서 진척된것이 없다. 이런 그의 업적을 작품은 극화형식으로 처리하였음이 독자들의 주목과 상상을 불러오는 부분이기도 하다.
“주덕해의 이야기”는 조선족 청소년 전기문학에 있어서 획기적인 작업이다.
기록문학의 본격적인 작업은 류연산에 의해 시작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것이다. 하지만 그의 타계로 하여 기록문학이 주춤하지 않을가 하는 우려가 없는것도 아니다. 이 작품의 출현으로 하여 다시 새로운 기운을 보게 되며 특히 청소년 위인전기문학의 부흥을 감히 기대해보기도 한다.
주덕해가 심한 박해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험한 신체적, 정신적모욕을 주었던 문화대혁명 당시 일부 조선족“혁명가”들을 작품에서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작가의 아량도 볼수 있다.
세기의 마지막순결을 지키려고 아집을 부리는 김혁의 이번 전기작품이 출현함은 이 시대에 새로운 기록문학의 붐이 일어남이 필요함을 제시하는것이 아닐가 한다. 작품은 부드럽고 아름다운 언어로 주덕해의 인생을 조명하였을뿐만아니라 항일투사이고 조선족대표자이며 위인인 주덕해의 진, 선, 미의 일체를 보여주기도 하였다. 한국의 아이돌그룹의 노래는 보는 노래이고 7080노래는 듣는 노래라고 한다. 김혁의 “주덕해의 이야기”는 눈으로 보는 작품이 아니라 마음으로 느끼는 작품이 아닌가 한다.
2011.4.8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