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로인협회

나의카테고리 : 名詩 공화국

백석 시
2015년 02월 24일 21시 28분  조회:2728  추천:0  작성자: 죽림

개구리네 한솥밥 

- 백 석 


옛날 어느 곳에 개구리 하나 살았네 
가난하나 마음 착한 개구리 하나 살았네 

하루는 이 개구리 
쌀 한 말을 얻어 오려 
벌 건너 형을 찾아 길을 나섰네 

개구리 덥적덥적 길을 가노라니 
길가 도랑에 우는 소리 들렸네 

개구리 닁큼 뛰어 도랑으로 가보니 
소시랑게 한 마리 엉엉 우네 

소시랑게 우는 것이 가엾기도 가엾어 
개구리는 뿌구국 물어보았네 
"소시랑게야, 너 왜 우니?" 

소시랑게 울다 말고 대답하였네 
"발을 다쳐 아파서 운다" 

개구리는 바쁜 길 잊어버리고 
소시랑게 다친 발 고쳐 주었네 

개구리 또 덥적덥적 길을 가노라니 
길 아래 논두렁에 우는 소리 들렸네 

개구리 닁큼 뛰어 논두렁에 가보니 
방앗다리 한 마리 엉엉 우네 

방앗다리 우는 것이 가엾기도 가엾어 
개구리는 뿌구국 물어보았네 
"방앗다리야, 너 왜 우니?" 

방앗다리 울다 말고 대답하는 말 
"길을 잃고 갈 곳 몰라 운다" 

개구리 바쁜 길 잊어버리고 
길 잃은 방앗다리 길 가르켜주었네 

개구리 또 덥적덥적 길을 가노라니 
길 복판 땅구멍에 우는 소리 들렸네 

개구리 닁큼 뛰어 땅구멍에 가보니 
소똥굴이 한 마리 엉엉 우네 

소똥굴이 우는 것이 가엾기도 가엾어 
개구리는 뿌구국 물어보았네 
"소똥굴이야, 너 왜 우니?" 

소똥굴이 울다 말고 대답하는 말 
"구멍에 빠져 못 나와 운다" 

개구리는 바쁜 길 잊어버리고 
구멍에 빠진 소뚱굴이 끌어내줬네 

개구리 또 덥적덥적 길을 가노라니 
길섶 풀숲에서 우는 소리 들렸네 

개구리 닁큼 뛰어 풀숲으로 가보니 
하늘소 한 마리 엉엉 우네 

하늘소 우는 것이 가엾기도 가엾어 
개구리는 뿌구국 물어보았네 
"하늘소야, 너 왜 우니?" 

하늘소 울다 말고 대답하는 말 
"풀대에 걸려 가지 못해 운다" 

개구리는 바쁜 길 잊어버리고 
풀에 걸린 하늘소 놓아주었네 

개구리는 또 덥적덥적 길을 가노라니 
길 아래 웅덩이에 우는 소리 들렸네 

개구리 닁큼 뛰어 물웅덩이 가 보니 
개똥벌레 한 마리 엉엉 우네 

개똥벌레 우는 것이 가엾기도 가엾어 
개구리는 뿌구국 물어보았네 
"개똥벌레야, 너 왜 우니?" 

개동벌레 울다 말고 대답하는 말 
"물에 빠져 나오지 못해 운다" 

개구리는 바쁜 길 잊어버리고 
물에 빠진 개똥벌레 건져 주었네 

발 다친 소시랑게 고쳐주고 
길 잃은 방앗다리 길 가리쳐주고 
구멍에 빠진 소똥굴이 끌어내주고 
풀에 걸린 하늘소 놓아주고 
물에 빠진 개똥벌레 건져내주고 
착한 일 하느라고 길이 늦은 개구리 

형네 집에 왔을 때는 날이 저물고 
쌀 대신에 벼 한 말 얻어서 지고 
형네 집을 나왔을 땐 저문 날이 어두워 
어둔 길에 무겁게 짐을 진 개구리 
디퍽디퍽 걷다가는 앞으로 쓰러지고 
디퍽디퍽 걷다가는 뒤로 넘어졌네 

밤은 깊고 길은 멀고 눈앞은 캄캄하여 
개구리 할 수 엇이 길가에 주저앉아 
어찌할까 이리저리 걱정하였네 

그러자 웬일인가 
하늘소 윙하니 날아오더니 
가쁜 숨 허덕허덕 말 물었네 
"개구리야, 개구리야, 무슨 걱정하니?" 

개구리 이 말에 뿌구국 대답했네 
"무거운 짐 지고 못 가 걱정한다" 

그랬더니 하늘소 무거운 짐 받아 지고 
개구리 뒤따랐네 

무겁던 짐 벗어 놓아 개구리 가기 좋으나 
길 복판에 소똥 쌓여 
넘자면 굴러지고 돌자면 길 없었네 
개구리 할 수 없이 길가에 주저앉아 
어찌할까 이리저리 걱정하였네 

그러자 웬일인가 
소똥굴이 휑하니 굴러오더니 
가쁜 숨 허덕허덕 말 물었네 
"개구리야, 개구리야, 무슨 걱정하니?" 

개구리 이 말에 뿌구국 대답했네 
"소똥 쌓여 못 가고 걱정한다" 

그랬더니 소똥굴이 소똥더미 다 굴리어 
막혔던 길 열리었네 

막혔던 길 열리어 개구리 잘도 왔으나 
얻어 온 벼 한 말을 방아 없이 어찌 찧나? 
방아 없이 어찌 쓸나? 
개구리 할 수 없이 마당가에 주저앉아 
어찌할까 이리저리 걱정하였네 

그러자 웬일인가 
방앗다리 껑충 뛰어오더니 
가쁜 숨 허덕허덕 말 물었네 
"개구리야, 개구리야, 무슨 걱정하니?" 

개구리 이 말에 뿌구국 대답했네 
"방아 없이 벼 못 찧고 걱정한다" 

그랬더니 방앗다리 
이 다리 찌궁 저 다리 찌꿍 
벼 한 말을 다 찧었네 

방아 없이 쌀을 찧어 개구리는 기뻤으나 
불을 땔 장작 없어 쓸은 쌀을 어찌하나 
무엇으로 밥을 짓나! 

개구리 할 수 없이 문턱에 주저앉아 
어찌할까 이리저리 걱정하였네 

그러자 웬일인가 
소시랑게 버르륵 기어오더니 
가쁜 숨 허덕허덕 말 물었네 
"개구리야, 개구리야, 무슨 걱정하니?" 

개구리 이 말에 뿌구국 대답했네 
"장작 없어 밥 못 짓고 걱정한다" 

그랬더니 소시랑게 폴룩폴룩 거품 지어 
흰 밥 한 솥 잦히었네 

장작 없이 밥을 지은 개구리는 좋아라고 
뜰악에 멍석 깔고 모두들 앉히었네 

불을 받아 준 개똥벌레 
짐을 져다 준 하늘소 
길을 치워 준 소똥굴이 
방아 찧어 준 방앗다리 
밥을 지어 준 소시랑게 
모두모두 둘러앉아 
한솥밥을 먹었네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464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224 명시인 - 엘리어트 2015-03-18 0 2876
223 명시인 - 존 던 2015-03-18 0 3032
222 명시인 - 랭보 2015-03-18 0 3011
221 프랑스 명시인 - 빅토르 위고 2015-03-18 0 3594
220 명시인 - 알퐁스 드라마르틴 2015-03-18 0 3181
219 명시인 - 프란시스 잠 2015-03-18 0 3912
218 명시인 - 발레리 2015-03-18 0 2488
217 세계 시인 시모음 2015-03-18 0 3770
216 명시인 - 아폴리네르 2015-03-18 0 2646
215 삶은 짧고 문학은 길고... 2015-03-15 0 2551
214 4분 33초 ㄷ 2015-03-15 0 3379
213 4분 33초 ㄴ 2015-03-15 0 2761
212 4분 33초 2015-03-14 0 2385
211 명시인 - 프랑시스 퐁주 2015-03-12 0 3596
210 명시인 - 푸쉬킨 2015-03-08 0 2407
209 비 관련 시모음 2015-03-07 0 3037
208 보들레르 시모음 2015-03-07 0 3843
207 명시인 - 보들레르 2015-03-07 0 3340
206 릴케과 보들레르 2015-03-07 0 2661
205 푸쉬킨 시 한수 2015-03-04 0 2584
204 막스 자콥과 피카소 2015-03-04 3 2434
203 명시인 - 막스 자콥 2015-03-04 0 2600
202 윤동주 3형제 모두 시인 2015-03-02 0 2521
201 노래 <<눈물 젖은 두만강>> 작곡가 - 이시우 2015-03-02 0 2622
200 서정시 모음 2015-02-24 0 5521
199 백석 시 2015-02-24 0 2728
198 옛 시조 47수 2015-02-21 1 2645
197 시;- 난해시 2015-02-19 1 2330
196 명시인 - 김수영 2015-02-19 1 2288
195 문덕수 장시; <우체부> 2015-02-19 0 2547
194 하이퍼에서 종이냐 전자냐 2015-02-19 0 2396
193 명시인 - 정지용 2015-02-19 0 2398
192 봄맞이 시 모음 2015-02-19 0 2857
191 "새해" 시 모음 2015-02-19 0 2704
190 12월 시 모음 ㄷ 2015-02-19 0 2549
189 12월 시 모음 ㄴ 2015-02-19 0 3928
188 12월 시 모음 2015-02-19 0 2809
187 11월 시 모음 ㄹ 2015-02-19 1 2180
186 11월 시 모음 ㄷ 2015-02-19 0 2524
185 11월 시 모음 ㄴ 2015-02-19 0 2478
‹처음  이전 2 3 4 5 6 7 8 9 10 11 12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