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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기-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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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타령 모음
2015년 04월 19일 14시 30분  조회:6442  추천:0  작성자: 죽림
 
 
 
시인 / 소설가 방영주

내 고향에 가면 
 
 
 
어려서부터 고향을 뜨지 않고 
젊은 나이에 이장을 하고 
고무신 가게를 하며 유선방송사를 하고 
중장비를 하고 
그런 친구들이 있는데 
그들과 함께 
술을 마실라치면... 
안주가 참 좋아유. 

비인에서 많이 나는 생선 
전어(전어축제가 있음) 
꼴뚜기(꼴뚜기 축제도 있음) 
참맛(소금과 호미만 있으면 얼마든지 잡아 먹을 수 있음) 
간제미무침회 
각종 어패류가 
아주 싱싱허유. 
참 좋은 고향인디 
떠나서, 이렇게... 

참 싱싱하고 좋은 조개들도 많은데 
참조개, 대합, 모시조개, 백합, 고막 등등 
그 많은 조개들... 
그리고 소라, 고동, 자젓... 
언젠가 한번은 파도에 
조개가 쓸려와 리어카를 끌고 가 
삽으로 퍼 온 적도 있는데... 

한번 가봐유. 
바다에서 일출과 일몰을 
모다 볼 수도 있지유. 
특히, 조개탕을 만들어 놓고 
한잔하면서 보는 일몰의 그 
장관이란...ㅎㅎ 
 
 
 
 
 
낙조를 보며 살아온 삶      
 
 
고향을 떠나면서부터는 아니지만... 

나는 몸이 약했다. 
본시 우량아로 출생된 나는 
어렸을 적에 심하게 앓았다. 
그래서인지 몸이 약했다. 
초등학교 시절 학교에서 10리 길을 걸어 오다가 
아무 데나 쓰러져 잠들기 일쑤였다. 
몸에 이상이 있어(임파선인지 뭔지 모르겠다) 
고향, 충남 서천 비인 월명산 자락의 조부모님에게 
요양 차 맡겨진다. 거기서 바다의 생물과 산의 식물들을 
마구 잡아, 뜯어 먹고 악동짓을 하며 건강을 회복한다. 
그러나 나를 떠나 보내던 부모님의 말씀이 
언제나 가슴 한복판에 남아 있었다. 
"넌 너무 말을 안 들어서 할아버지에게 보내는 거야." 
아마도 어머니가 부모를 그리워하지 않게 하기 위해 그런 말을 
했을 거라는 것은 내가 성장한 후의 생각이다. 

나는 가끔 혼자, 할아버지 집 돌담에 앉아, 
우리 나라에서 낙조가 가장 아름답다는 비인의 
그 솔모리 바닷가에 선지처럼 붉게 번지는 
낙조를, 쓸쓸히 바라보곤 했다. 
부모님과 동생들을 그리워 하며... 
어린 나이에 왜 막 떠오르는 해가 아니라,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해를 보며 자라왔을까. 

내 외로움의 씨는 이미 
그때부터 잉태된 것이 아닐까 싶다. 
몸이 건강하여져(그 이후로 병원 한번 가보지 않은 나)도 
그냥 맥없이 쓸쓸하다는 생각은 
아무래도 고향의 낙조가 남긴 음영인 듯 싶다.
 
   
 
 
함께 술마실 사람...     
 
 
가끔 마음이 답답하거나 
우울해지거나 
즐거운 일이 있을 때 
한잔하고픈 생각이 간절한데 
요즘은 전과 달라 
혼자서 먹는 술집이 드물어 
또 나이도 들고하여 
혼자 마시면 이상한 눈으로 힐끔힐끔 
영 술맛이 잡치고 
이럴 때 
말은 안해도 
눈길 한번 안주어도 
그냥 앞에서 
같이 마셔줄 사람이 
간절한데 
주제가 물러터져서 
뭐 가까이 하는 사람도 없고 
술은 마시고 싶고 
주위에 사람은 없고 
어쩌다 변심하여 아는 사람을 불러 
한잔 할라치면 
아직까지 별 연락이 없다가 
왜 갑자기 나를 불렀나 
탐색하느냐고 
눈만 초롱초롱 술맛은 이미 달아난지 오래 
누구 흔쾌히 같이 술마실 사람 여기여기 
붙어라아...

 
 
        
     
 
술집 근처를 서성이며...        
 
 
언제부터인가 나는, 
사람들과의 교류를 끊고 살았다. 
자의식이 강한 때문일까? 
내 자신에 뭔가 인간적이 결점이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며... 
그렇게 살다보니 참 편하긴 한데 
불쑥 길거리로 나서면 왠지 외롭다는 생각이 
물밀 듯이 몰려오곤 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누구라도 붙잡고 
술집에 들어가 정담을 안주 삼아 한잔 하고 싶다. 
그리고 툭툭 털고 자신들의 갈 길로 가면 그만이다. 
그러나 아무도 없다. 
쓸쓸한, 그리고 사람은 많지만 곁에 있어 줄 사람이 
아무도 없는 나는, 혼자 자작을 하기 위해 
여기저기 술집을 기웃거린다. 
그러나, 거기도 없다. 
요즘은 방석에 앉아 둘 이상이 먹어야 하는 안주들 뿐이고, 
혼자 그런 곳에 들어가 2인분을 시켜놓고 
술을 들기도 참 무엇하다. 
나는 하늘을 향해 하아, 한숨을 내뱉다 
등을 돌리기 일쑤이다. 
여행을 가도 그렇다. 
젊었을 때에는 돌아다니는 것이 좋아 
그저 기차나 버스만 타도 즐거웠는데, 
요즘은 어디에 가도 나는 혼자라는 생각이, 
그리고 동네에서 느끼던 그 감정이 
먼저 불쑥 떠올라, 어디로 떠나는 것도 
좀 그렇다. 그러며 자신을 타이른다. 
사람들과 가까워지자, 뭔가 취미생활을 하자, 
그러나 잠시 후면 그런 생각은 잊어버리고 
또 혼자가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이 지겨운, 권태로운, 쓸쓸한 인간살이의 사슬을 
언제나 끊을까 싶다.
 
 
 
 
 
이후텁지근하고 무더운 여름도?! ...
 
 
알고 보면 내 한정적인 인생의 한 부분일 텐데. 
이 여름이 후딱 지나가고 가을이 온다면 
바로 내 인생의 한 부분도 그렇게 
의미없이 가 버린다는 이야긴데... 
더구나 내가 시한부 인생이고 
가을이면 죽게 된다면 이 더운 한 순간 역시 
얼마나 소중한 시간일까. 
사람들은 그것을 잊고 사는 것 같다. 
나도 마찬가지이다. 
더운 여름, 
집에서 짜증이나 내고 
여름을 의미 없이 보낼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 가치 있는 것을 찾아야 할 것 같다. 
뜨거운 태양을 정면으로 받아들이며 
여름을 극복하고 싶다.

 
 
 
올 여름은...          
 
 
참으로 무더웠다. 
겨울 태생인 나는 더위에 약하다. 
남보다 땀이 많이 만다. 
남 보이기에 참 민망하다. 

많은 시간을 강원도에서 보낸 것같다. 
태백산 단군성전 근처와 바닷가는 참 시원하다. 
거기서 많은 생각들을 가다듬었다. 
올 가을부터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그리고 그동안 읽지 못했던 
여기저기서 보내준 책들을 읽고 
시를 쓰며 소일했다. 
빨리 이 여름이 갔으면 좋겠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 
쓸쓸한 기분이 들고 하면, 
책상에 붙어 소설을 다시 시작할 것이다. 

제법 시원한 바람이 분다. 
가을이 성큼 다가서는 느낌이다. 
나의 가슴은 부푼다. 
글을 쓸 때가 다가오고 있으므로...
 
 
 
평택에 가면 ...



평택(平澤), 
평평한 못, 
평야며, 
분지다 

산 
없어, 
계곡 없다 

안개 
자주 끼고, 
공기 탁하다 

어디, 
둘러봐도 
삭막 황량이다 

연일, 
먹고, 
마시고, 
배설하는 업소만 는다 

평택 
사람들은, 
먹고, 
마시고, 
배설하며, 
사람들과 부대끼며 산다 

사람이 
사람한테 괴로우면 
자연에 씻어내야 할 텐데…… 

헌데, 
평택에도, 
볼 만한 것 하나 있다 

내리 강둑 가 봐라 
붉은 피 콸콸콸 쏟아내는 저녁 놀 
사행천 황구렁이로 빛나고 
서녘, 이승 것 아닌성 싶다 

평택 
사람들, 
그것 모른다 

먹고, 
마시고, 
배설하느냐 바뻐서……

 

 


기차 여행을 떠나요 ...
 
 
어느 가을, 
기차 타고 
여행 떠났지 

그 시절 
내 삶은 
한껏 푸르렀어 

내 젊음은 
어느덧 
쓰잘데없는 일상에 소진되고 

나는 
잃어버린 젊음을 찾아 
밖으로 나설 수밖에 없었지 

차창 너머로 
따라오는 풍광들, 
노을, 단풍, 금파(金波)의 물결… 
모두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어 

그 위에 덮치는 
지난날의 단상들… 

울컥 치미는 
계절의 서글픔 

아니, 
주검을 향해 가는 것들은 
모두 아름답다 했던가 

문득, 
이마의 주름을 만지며 
언젠가 그곳에 피어날 
저승꽃을 그리워한다

 
  
 
오늘 문득 김삿갓이 그리워져서...         
 
 

 ... 오늘은 참 하도 기분이 그래서... 
여기 저기 기웃거리며 술을 꽤 많이 마시고 
여기에 글을 올리는데 
문맥이 좀 안 통해도 봐주세요.... 

김삿갓의 본명는 김병연이다. 
김병연은 향시에서 장원을 하는데... 
빌어먹을, 하필 글제가 
자신의 할아버지가 임진왜란 당시 
일본에 항복하여 자신의 목숨을 구걸한 
사람이었까? 
김병연, 의기충천한 그의 글, 
자신의 조부인지도 모르고 얼마나 난도질하였을까? 
집에 와 알고 보니 자신의 조부. 
그것을 감추고 살아온 부모들... 
김병연, 얼마나 허망했을까? 
충효를 지상 최대의 명제로 알고 살아 온 조선 사람들... 
조부는 국가를 배반한 불충자, 
자신은 그런 자손이면서 동시에 조부를 몰아부친 불효인, 
김병연은 정말 어찌할 수 없는 자신의 자리를 알았을 터이다. 
설사 벼슬에 올랐어도, 
자신의 재주를 시기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내력을 들추어 
가만 내버려두지 않았을 터. 
김병연은 결국 이런 아이러니를 알고 가출을 한다. 
김병연은 자신의 아픔을 술 한잔에 시 한 수로 
달래면서 조선 시대, 그 형식에 치우치고 
꼴값스런 사람들을 풍자하며 방랑의 길을 떠돈다. 

김병연은 자신의 아픔을 아픔에서 그치지 않고 
해학과 풍자로 자신을 극복한 사람이다. 

사실 김병연은 대단한 시인이 아니다. 
그의 시들은 어떻게 보면 말장난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왜 김병연이 지금까지 노래방에서까지 사랑을 받고 있는가? 
그것은 김병연이 천형의 수형처럼 자신의 아픔을 짊어지고 
외롭고 쓸쓸한 인생길을 가면서도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그것을 뛰어넘으려 한 예술가, 문학가로서의 
모습 때문일 터이다. 
김병연은 술과 방랑, 그리고 수없는 스캔들을 
속에서 자신의 고통을 풀려 한 사람이다. 

요즘, 김병연 같은 사람이 곁에 산다면 
그를 욕하기에 입술이 없어질 터이다. 
왜냐하면 소인배들이 그런 대범한 사람을 이기는 
방법은 그런 것 밖에 없으니까... 

그러면서도 그런 사람들은 
노래방에 가면 
"방랑시인 김삿갓"을 제 목청을 다해 잘도 부른다. 
헌데, 뭘 알고나 그러는지.... 
그 사람의 아픔을... 

zzwap840.g...

황당한 이야기 ...

 

 

몇 년 전의 이야기다. 
아마 '6시 내고향'이 아니었나 싶다. 
서해에 있는 호도라는 섬이 소개되었다. 
어류와 어패류가 풍부한 섬이라고 자랑이었다. 
썰물이 되자 바위 사이에 해삼 등속이 널려 있었다. 
본레 텔레비전을 믿지 않는 나였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어 가 봤다. 
꼭이 해산물 때문은 아니었다. 
안 가본 섬이라, 
그냥 한번 가보고 싶어서였는지도 모른다. 

섬에 내렸다. 
얼마 후, 썰물이 시작되었다. 
나는 바위들을 돌았다. 
어디에도 해삼은 없었다. 
소라도 없었다. 
내 고향 서천 비인에 가면 흔한 고동마저도 얼마 없었다. 

소주가 생각났다. 
해삼 파는 아줌마가 있었다. 
가격을 물으니 내가 사는 평택보다도 비쌌다. 
테레비에 물이 빠지면 해삼이 지천이던데요. 
내가 그렇게 말했더니, 
아줌마는 피식 웃었다. 
PD가 바위 사이에 해삼을 뿌려놓고 촬영했단다. 
꼭, 그래야 되나? 

6시 내고향을 보면 모든 농촌이나 
어촌이 즐겁고, 잘 먹고, 잘 놀고 있는 곳으로 보여진다. 
우리의 농촌이나 어촌이 정말 그럴까. 
젊은이들은 모두 대처로 떠나고 
노인들만 남아 얼마나 팍팍한 삶을 이어가고 있는가? 
그렇게 좋은 곳이라면 왜 젊은 사람들이 모두 떠나는가? 
 
 
  
 
그저 욕심만 많아서...        
 
 
 
며칠 전이었다. 
한 후배가 술을 마시며 말했다. 
"좀 재미 있게 사우. 뭔 욕심이 그리 많아요." 
"그려, 난 재주가 메준데 묙심만 많아서 탈이지.." 
하고는 쓰게 웃었다. 
그래, 난 정말 욕심이 많은 사람인 모양이다. 
남들이면 뭔가 한가지씩 챙기고 들어앉아 
폼 잡고 있을 나이쯤에 늦게 문단에 나와(만 38세) 
참으로 허덕이며 여기까지 왔다. 
갈 길은 멀고 시간은 촉박하고 
그래서, 언제나 허둥지둥 뭐하나 제대로 하는 것이 없다. 
소설도 그렇다. 
이번에는 꼭 좋은 작품을 쓰겠다고 
이를 악물고 시작하지만 써 놓고 보면 맨날 그 타령이다. 
참 맥이 빠진다. 
그래서 재미 있게 살아보려고 시내를 나가 보아도 
재미 있는 일은 하나도 없다. 
겨우 술 먹고 머리 아프고 속 쓰린 일 밖에는... 
나는 알고 있다. 
글 쓰는 사람에게는 글 쓰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고 재미 있는 순간이라는 것을. 
가을이 온다. 
나는 또 소설 비슷한 것을 쓰기 위해 
자료들을 뒤적거리고 있다. 
진정한 재미를 위해... 
 
 
 - 삶 -   ...

          플라타너스를 보며 
          나무도 허물을 벗어야 
          자란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검은 껍질 속에 숨어 있던 
          하얀 속살 
          너무, 
          아름답다
          껍질을 벗는 
          아픔을 감수하지 않고는 
          그 어느 것도 성숙할 수 없다는 
          평범한 사실에
          나는, 
          문득, 
          하늘을 보고 
          고개를 끄덕인다 

   

돈의 유전(流轉)    





돈이 
많은 사람 
돈을 지키려 
평생을 허비하고 

돈이 
없는 사람 
돈을 얻으려 
평생을 허비하네 

돌고 
돌아 
돈이라 했거늘 

돈이 
내 옆으로 
굴러간다하여 
아쉬울 것도 없고 

돈이 
내 앞에 
멈춘다하여 
좋을 것도 없네 

공수레 
공수거 
갈 때는 
모두가 빈손이거늘 
조물주의 
깊은 속내이거늘
 
 
 
 
 
가을의 끝인지 겨울의 초입인지 모를 길목을 서성이며...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군요. 
낙엽이 떨어져 우왕좌왕하다가 
길모통이에서 서성이다 비를 맞아 시체처럼 누웠습니다. 
이런 날이면 잃어버린 사람들이 못견디게 그리웁지요. 
이별... 사별... 
모두들 어디에서 무엇들을 하고 있는지... 
곧 마지막 남은 나뭇잎도 떨어지고 나목은 삭풍에 징징 울 것입니다. 
이 가을이 옷자락의 끝을 감추기 전에 편지를 써요. 
그리고 독한 소주에 끈끈한 낙지 발가락이라도 질겅질겅 씹으며 
조금은 우울해질 필요가 있지요. 
우울이라든가 고독이라든가 그런 정서는 
사람을 가장 사람답게 만드는 정서가 아니겠어요. 
가을에서 겨울로 가는 길목, 
결실에서 죽음으로 가는 계절, 
우리 조금은 이 세상의 마지막 센티멘텔리스가 되어 
우울해져 봅시다. 
고독해져 봅시다. 
저 김현승 시인의 '마른나무 가지 위의 까마귀'처럼 
절대고독을... 
거기서 우리는 인간을 만나고, 신을 만날 것입니다.

 
 
양말을 깁는 여자 ...
 
 
요즘은 무엇을 꿰메 입거나 신지를 않는다. 
팬티나 양말 같은 것은 빨기가 싫어서 
그냥 사 입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니 양말에 구멍이 났다고 
꿰메 신는 사람들은 거의가 없다. 
그만큼 살기가 좋아졌다는 이야기일까. 
아니면 사람들이 게을러졌다는 뜻일까. 

언젠가 어떤 자리가 되어서 
여러 사람과 술자리를 함께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한 사람이 꿰멘 양말을 신고 있었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 양말을 
의도적이랄만치 남의 눈에 잘 띄게 노출시키고 
앉아 있었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그런 것에 전혀 개의치 않는 눈치였다. 
살기에 팍팍한 그런 사람도 아니었다. 
오히려 그 모임 중에서 가장 잘 사는 편에 속했다. 
나는 그 모습이 보기 좋았다. 
요즘처럼 거치레에 열중하는 사람들, 
월세를 살면서 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니는 
그런 사람들이 많은 세상에, 별종으로 보일지 모르나 
어쨌든 내 눈에는 보기 좋았다. 
남편의 구멍난 양말을 꼬매는 아내, 
그것을 자랑스럽게 당당히 신고 다니는 남편, 
얼마나 사랑스런 모습들인가. 
그가 아주 행복한 사람으로 보였다. 
그래서 미소를 지으며 정중히 술잔을 권했다. 

우리 사회는 왜 이렇게 거치레로 변해가는지 모르겠다. 
사람의 편리 이면에 숨은, 
거치레 뒤에 숨은, 
사랑과 정성을 되찾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동창회에 다녀와서...    
 
거의 40년이 다 되어 가는 것 같다. 
처음으로, 파주 초등학교 58동창회 카페를 
중심으로 하는, 약식 동창회에 다녀왔다. 
처음은 잘 모르겠는데 
자세히 보니 옛날 얼굴이 되살아 났다. 
나이를 먹어도 동창은 동창인 모양이었다. 
육두문자를 써 가며 곧 잡아먹을 듯이 
으르렁거렸다가도 바로 마주보며 히히, 
웃는 모습이 예날의 그들처럼 참 귀엽고 천진스러웠다. 
이해관계에 얽힌 모든 사람들에게서 
그런 모습을 봤으면 아주 좋겠다고 생각했다. 
조금만 잘못하면 침소봉대하여 
사건을 만들고 극점으로 치닫는 사람들을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앞으로 종종 그런 곳에 참가하고 싶은 생각이다. 
한 해가 다가고 있다. 
혹시 나에게도 묵은 감정이 있으면 툭툭 털어 버리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을 준비를 하고 싶다. 
여기에 오시는 모든 분들께 
뜻있는 망년과 희망의 새해가 되시기를 기원한다.
 
 
가짜는 가라!! ...
 
얼마 전, 우리 유행가에 
"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 짜가가 판친다"라는 노래가 있었다. 얼마나 우리 사회에 가짜가 많으면 그런 노래가 아줌마의 막춤과 함께 
유행하였나 싶다. 

우리 문단도 그렇다. 
사실 작가나 시인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의 작품이다. 나머지는 모두 참고 사항에 불과하다. 한 시인이나 작가의 작품이 문제이지, 그 사람의 사회적 지위가 무엇이냐, 문단적 지위가 무엇이냐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때문에 진정한 시인이나 작가는 죽고 나서 정확한 판단을 받는지도 모른다. 

우리 문단 무질서는 아마도 문단 선거로 더욱 그렇게 되지 않았나 싶다. 문단 임원에 "등극"하기 위해서 각종 암투와 음해와 실력행사로 그리 된 것 같다.문단은 정치판이나 비지니스의 장소가 아니다. 독자의 마음을 움직일 하나의 작품을 얻기 위해서 밤을 세워 피땀을 쏟는 사람들이 모여, 서로를 위무하고, 격려하며, 채찍질을 하는 자리여야 한다. 
문학을 이용하여 자신의 이익을 찾으려는 사람들. 임원에 오르고, 상을 사고, 목소리만 높히고, 하는 사이비들은 진정한 문학인의 자세는 무엇인가를 한번 되짚어 생각해 봐야 한다. 그런 사람들은 쓸데 없는 일에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하나의 올바른 시의 시어를 얻기 위해,하나의 좋은 소설의 정확한 어휘를 찾아내기 위해, 밤을 세워 고민해야 한다. 그래서 쓸데 없는 것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문학을 올바로 이해하려 노력하고, 문학을 사랑하며, 자신의 혼이 깃든 작품을 얻기 위해 피땀을 흘려 밤을 세워야 할 것이다. 지금 당장은 글을 좀 못 써도 상관없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면 언젠가는 좋은 시인이나 작가가 될 것이므로. 하지만 한번 썩은 머리와 가슴은 영원히 회복되지 않는다. 

아예 그럴 자신이 없어서, 현실적인 욕심이 앞서서, 
사이비들은 목소리를 높히며 문단을 흐리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들은 진정한 문인들, 홀로 골방에 처박혀 문학의 혼을 불사르는 사람들을 경원시하거나 온갖 술수로 억누르려 든다. 이 역시 자신에 대해 자신이 없어서이다. 하지만 하늘을 손바닥으로 가릴 수 있단 말인가. 모든 것은 언젠가 모두 밝혀지고 문인의 자리에서 격리되는 사람이 되고 말 것이다. 우리는 소위 "친일문학인"들에서 그 징후를 엿볼 수 있지 않은가. 역사의 심판이란 준엄한 것이다. 

요즘 문인들은 도의가 땅에 떨어져 가고 있다. 
나이와 문단 경력이 많으면 더 말할 나위가 없고, 나이가 많으면 많은 대로, 문단 경력이 많으면 많은 대로, 설혹 그렇지 못하더라도 올곧은 마음으로 진정한 작품활동을 계속하는 사람은, 예우를 해줘야 한다. 우리 스스로가 우리를 천시하는 데 누가 우리를 존중해 줄 것인가. 문단은 제대로 된 작품 하나 없는 사람들의 목소리만 높히는 "가짜"들의 판이 되어 가고 있다. 참으로 가치관이 전도되어도 한참이다. 

문단 임원에 "등극"하기 위해서 
교활한 협잡과 중상모략과 아전인수식의 자기 당위성을 강조하며, 온갖 물을 흐리고 있는 사람들은 우리의 문학 발전을 위해 자중해야 할 터이다. 

그래서 저 부여 신동협 시인의 피맺힌 절규 
"진짜만 남고 가짜는 가라"라는 메시지가 
더욱 가슴에 남는다.
 
 
 
 
또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달력을 받고 
새해에 대한 소망으로 
가슴이 수박만하게 부풀었었는데... 
벌써 
연말이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제 가슴은 이제 절벽이다 못해 
푹 파여져 있는 형국입니다. 
언제나 
산다는 게 그런 것이라고 
자위해 보지만 
바람 빠진 웃음만 풀풀 나오는군요. 
산다는 게 
알고 보면 
저승문을 향해 한 발 한 발 걷는 것인데... 
도대체 무엇을 찾으려고 
이 한 해를 허둥거리며 달려왔는지... 
가끔 모든 것을 던져 버리고 
여행을 떠나 저 산하에 
내 그림자를 비춰보고 싶건만... 
이래저래 모든 삶의 끈들은 
나를 놔주지 않고 
또 그렇게 내년도 보내게 될 것인가... 
나는 벌떡 일어나고 싶어요. 
그리고 나를 속박하는 모든 것을 훌훌 털어 버리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군요...
 
  
새해에 눈이 펑펑, 서설이라고 하죠. ...
 
새해가 얼마 지나지 않아 
흰눈이 펑펑 왔네요. 
이런 눈을 우리는 서설이라고 하죠. 
전에는 풍년이 든다고 
아이들과 어른들, 그리고 강아지도 
컹컹 제 목청을 다해 뛰며 
참 좋아했지요. 
그래서 서설이라고 했죠. 
올해도 어느 곳에서나 
풍년이 들어 우리들 
얼굴 좀 폈으면 좋겠네요.
  
 
겨울은 부활을 준비하는 상서러운 계절 ...
 
폭풍은 대기를 정화하고 
해일은 바다 속을 깨끗이 하고 
폭우는 대지를 대청소하며 
연약한 생물은 도태시키고 
강한 생명은 더 강하게 만드는 것인데... 
강추위 역시 약한 생명과 해충은 죽이고 
강한 생명은 더 강하게 만들기 위한 자연의 지략일텐데... 
우리는 겨울을 죽음의 계절이라고 생각해야 되는가요? 
이 겨울에 우리는 강한 인내를 배우고 
새로운 탄생을 위해 준비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여, 내년 봄의 부활을 꿈꾸는 그런 찬란한 
아픔으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요... 
추위에 웅숭그리며 떨지 말고 가슴을 활짝 펴고 
저 대지로 나가 대지의 소주처럼 맑은 
그리고 매섭도록 차거운, 삭풍을 폐부 깊숙이 
넣어 봅시다. 얼마나 맑고 신선할까요...?
 
  
 
뱀띠, 겨울 생 ...
 
 
우리 선조들이 정해놓은 12지간이 어쩌면 정말 
우리 삶에 딱 맞아떨어지지 않는가 생각되는 경우가 많다. 
나는 뱀띠 12월생이다. 
뱀으로 따지면 동면에 들었을 때가 아니던가. 
그래서 더위를 많이 타는 모양이다. 
여름이 정말 싫다. 
젊었을 때는 혈기로 산으로 바다로 놀러 다니고 
교직에 있을 시에는 방학이 있어 좋았는데. 
요즘엔 함께 놀러갈 사람도 없고 매일 방학이다. 
어디 가고 싶어도 낮의 그 섬쩍지근한 태양이 두렴다. 
내 피가 특별히 맛있는 모양이다. 
밤이 되면 모기가 사정없이 괴롭힌다. 
게다가 나는 땀을 많이 흘린다. 
어렸을 적부터 그렇다. 
겨울에도 조금만 더운 데 가면, 또는 매운 음식을 먹으면 
땀을 뻘뻘 흘린다. 민망하다. 
의심을 받을 상황이 되면 괜히 땀을 흘려 역시 자신과 남을 민망하게 한다. 
이 빌어먹을 여름 언제나 가려나, 
오늘 비나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지금도 방에서 땀을 흘리고 있다. 
머리가 멍해 아예 글은 쓰지도 않는다. 
멍한 머리로 써놓은 작품을 시원해진 다음에 고치려면 
더 힘들기 때문이다. 
내게는 정말 빌어먹을 여름이다. 
그런데 여기에 열심히 글을 쓰는 분들을 보면 존경, 감탄해 마지 않는다. 
나는 겨우 이런 낙서 비슷한 글이나 쓰고 있는데... 

아우튼 이러다 시원한 바람이 나고, 
그러면 또다시 글을 쓰기 시작하겠지...
 
 
 
 
사회인의 자세 ...
 
 
사회인으로서 우선 세계관을 가져야 할 것이다. 사해동포는 모두 한 인류라는 의식을 갖고 서로 부족한 부분은 채워주고 남는 부분은 나눠 가져 도와가며 살아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요구되는 것이 민족관, 국가관일 터이다. 우리는 단일 한민족으로서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살아온 민족이다. 그에 대한 자긍심을 갖고 국가와 민족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속한 가정이나 직장에서 나 하나만의 이익을 생각하는 소아적인 자세에서 벗아나, 대아적인 자세를 갖고 나보다는 남을 위해, 그리고 소속된 집단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먼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살아가는 동안에...
 
살아가는 동안에 

저 
들판 
가득, 
함박눈 덮어 
아무 생명 보이지 않아 

내 
마음 
어둡기만 한데 

진정한 
내 마음의 
봄, 
언제 오려나 

하지만 
나는, 
눈치채고 있지요 

저 눈속에 
벌써 대지의 생명 꿈틀거리며 
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눈물인가요. 눈의 눈물인가요. ...
 
 

 

눈이 오네요
저 하늘 멀리서 눈이 내려요
엄마는 항상 눈을 좋아했는데
나도 눈이 좋아하는 줄 알고
보내주네요
저 먼 하늘나라에서
환하게 웃으며...
그런데 내 눈에서는 왜 이렇게
눈물이 나나요
이것은...
눈물인가요
눈의 물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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