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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화폐살포작전 / 짧은 시 모음
2015년 07월 03일 21시 47분  조회:4997  추천:0  작성자: 죽림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피해를 남긴 제2차 세계대전, 포탄과 총알 뿐 아니라 '조개껍데기'도 무기로 쓰였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상대의 생명을 앗아가거나 공격을 방어하는 도구로써의 무기가 아니었습니다.
바로 적국의 금융을 교란시키기 위한 방책이었습니다.


1942년 2차 대전이 한창이던 태평양 한가운데 섬나라 뉴기니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당시 일본군은 뉴기니의 상공에서 포탄과 함께 조개껍데기를 마구 흩날렸습니다. 바로 그곳의 원주민들이 사용하는 화폐가 조개껍데기였기 때문이지요. 하늘에서 돈을 내리는 방법으로 현지의 화폐 가치를 폭락시키는 공격이었습니다. 이후 뉴기니는 상당기간 금융불안정을 겪어야 했습니다.

이처럼 전쟁에서 화폐를 무기로 삼아 '인플레이션'을 의도적으로 일으키려한 경우는 또 있었습니다. 그 유명한 '베른하르트 작전'이 대표적이지요. 친위대 중령 베른하르트 크루거가 총 책임자로, 작전명도 그의 이름을 땄습니다.

1942년 독일군은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방법으로 영국 파운드화를 대량으로 위조해 영국 상공에 투하시킬 계획을 수립합니다. 수용소에 잡아들인 유대인 화폐위조범과 인쇄공, 회계사 등 140여명을 동원했습니다. 이들은 당시 포로들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개인침대, 담배, 스포츠 등을 제공받았습니다.

독일은 베른하르트 작전을 충실히 실행해 2년간 1억3000만파운드 규모의 위조 파운드화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합니다. 정밀도에 따라 4등급으로 분류된 위폐들은 공작금, 무역결제용, 살포용 등으로 분류됐지요.

하지만 영국 상공에 살포한다는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전쟁이 후반부에 치달았던 1944년 독일은 패색이 짙어진 상황에서 영국상공에 비행기조차 띄우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결국 위폐와 장비는 모두 오스트리아 토플리츠 호수에 버려졌습니다. 이후 수십년간 이 호수 근처에는 위폐를 건져보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고 합니다.

이외에 지폐의 모습을 한 프로파간다 전단지를 뿌리는 방법도 전쟁에서는 종종 사용됐습니다. 사람들이 지폐로 착각해 집어들게 만들거나, 전단지를 지폐로 위장할 수 있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짧은 시]  모음|
 
 




덫에 걸린 쥐에게 

--에리히 케스트너 


원을 긋고 달리면서 너는 빠져 나갈 구멍을 찾느냐? 
알겠느냐? 네가 달리는 것은 헛일이라는 것을. 

정신차려. 열린 출구는 단 하나밖에 없다. 

네 속으로 파고 들어가거라. 







後記 

--천양희 


시는 내 自作나무 
네가 내 全集이다. 
그러니 시여, 제발 날 좀 덮어다오 






木星 

--박용하 


확실히, 영혼도 중력을 느낀다. 
쏟아지는 중력의 대양에서 
삶과 죽음을 희롱하는 시를 그대는 썼는가. 
삶이 시에 빚지는 그런 시를 말이다 






마른 나뭇잎 

--정현종 


마른 나뭇잎을 본다. 

살아서, 사람이 어떻게 
마른 나뭇잎처럼 깨끗할 수 있으랴 






그리고 삶 

--이상희 


입술을 깨물어도 
참을 수 없이 터져나오는 
재채기 삼창 

에잇! 
집어쳐! 
kitsch! 





시멘트 

--유용주 


부드러운 것이 강하다 
자신이 가루가 될 때까지 철저하게 
부서져 본 사람만이 그걸 안다. 






서시 

--나희덕 


단 한 사람의 가슴도 
제대로 지피지 못했으면서도 
무성한 연기만 내고 있는 
내 마음의 군불이여 
꺼지려면 아직 멀었느냐 





사이 

--박덕규 


사람들 사이에 
사이가 있었다 그 
사이에 있고 싶었다 

양편에서 돌이 날아왔다 
정신은 한번 깨지면 붙이기 어렵다 





후회 

--황인숙 


깊고 깊어라 
행동 뒤 나의 생각. 
내 혀는 마음 보다 
정직했느니 






별 

--곽재구 


모든 별들이 
얼마나 아름다운 머리칼을 지녔는지 
난 알고 있다네 
그 머리칼에 한번 영혼을 스친 사람이 
어떤 노래를 부르게 되는지도 






아침이슬 

--고은 


여기 어이할 수 없는 황홀! 
아아 끝끝내 아침이슬 한방울로 돌아가야 할 
내 욕망이여 






연탄재 

--안도현 


발로 차지는 말아라 
네가 언제 남을 위해 그렇게 타오른 적이 있었더냐 






저물면서 빛나는 바다 

--황지우 


긴 외다리로 서 있는 물새가 졸리운 옆눈으로 
맹하게 바라보네, 저물면서 더 빛나는 바다를 






꿈 

--황인숙 


가끔 네 꿈을 꾼다 
전에는 꿈이라도 꿈인줄 모르겠더니 
이제는 너를 보면 
아, 꿈이로구나, 
알아챈다 






빵 

--장석주 


누군가 이 육체의 삶, 
더 이상 뜯어먹을 것이 없을 때 까지 
아귀 아귀 뜯어먹고 있다! 
이스트로 한없이 부풀어 오른 내 몸을 
뜯어먹고 있다! 






방(榜) 

--함성호 


천불 천탑 세우기 
내 詩 쓰기는 그런 것이다. 






첫사랑 

--이윤학 


그대가 꺾어준 꽃 
시들 때 까지 들여다 보았네 
그대가 남기고 간 시든 꽃 
다시 필 때 까지 







우주를 건너는 법 

--박찬일 


달팽이와 함께! 
달팽이는 움직이지 않는다 
다만 도달할 뿐이다 







일기 

--김형영 


잘 익은 똥을 누고 난 다음 
너, 가련한 육체여 
살 것 같으니 술 생각 나냐? 







사랑 

--정호승 



무너지는 
폭포 속에 
탑 하나 서 있네 
그 여자 
치마를 걷어 올리고 
폭포 속으로 걸어 들어가 
탑이 되어 
무너지네 






사랑 

--김명수 


바다는 섬을 낳아 제 곁에 두고 
파도와 바람에 맡겨 키우네 






눈물 

--정희성 


초식동물 같이 착한 눈을 가진 
아침 풀섶 이슬 같은 그녀 
눈가에 언뜻 비친 






자화상 

--신현림 


울음 끝에서 슬픔은 무너지고 길이 보인다 
울음은 사람이 만드는 아주 작은 창문인것 
창문 밖에서 
한 여자가 삶의 극락을 꿈꾸며 
잊을 수 없는 저녁 바다를 낚는다. 







전집 

--최승호 


놀라워라. 조개는 오직 조개 껍질만을 남겼다. 






내 청춘의 영원한 

--최승자 


이것이 아닌 다른 것을 갖고 싶다 
여기가 아닌 다른 곳으로 가고 싶다 

괴로움 
외로움 
그리움 

내 청춘의 영원한 트라이 앵글 







세상에서 멀리 가려던 

--최하림 


세상에서 멀리 가려던 寒山 같은 시인도 
길위에서 비오면 걸음을 멈추고 오던 
길을 돌아본다 지난 시간들이 축축히 
젖은 채로 길바닥에 깔려있다 





꽃 

--조은 


오래 울어본 사람은 
체념할 때 터져 나오는 
저 슬픔과도 닿을 수 있다. 






수묵 정원 -暮色 

--장석남 


귀똘이들이 
별의 운행을 맡아가지고는 
수고로운 저녁입니다. 가끔 단추처럼 핑글 
떨어지는 별도 있습니다 






간 봄 

--천상병 


한 때는 우주 끝까지 갔단다. 
사랑했던 여인 
한 봄의 산 나무 뿌리에서 
뜻 아니한 십 센티쯤의 뱀 새끼같이 
사랑했던 여인. 
그러나 이젠 
나는 좀 잠자야겠다. 






겨울산 

--황지우 


너도 견디고 있구나 
어차피 우리도 이 세상에 세들어 살고 있으므로 
고통은 말하자면 월세같은 것인데 
사실은 이 세상에 기회주의자들이 더 많이 괴로워하지 
사색이 많으니까 
빨리 집으로 가야겠다 






반성 16 
------- 
김영승 



술에 취하여 
나는 수첩에다가 뭐라고 써 놓았다. 
술이 깨니까 
나는 그 글을 알아볼 수가 없었다. 
세 병쯤 소주를 마시니까 
다시는 술마시지 말자 
고 써 있는 그 글씨가 보였다. 







반성 187 
-------- 
김영승 



茶道니 酒道니 무릎 꿇고 정신 가다듬고 
PT체조 한 뒤에 한 모금씩 꼴깍꼴깍 마신다. 
차 한잔 술 한잔을 놓고 
그렇게 부지런한 사람들이 
나한테 그 무슨 오도방정을 또 떨까 
잡념된다. 

지겹다. 






반성 906 
-------- 
김영승 



손등 위에 손등 위에 손등 위에 손등을 얹어놓고 
주먹으로 때리면 
때리면 쌱 피한다 
맨밑의 나만 맞는다 
칼로 찍힌다. 






죽음 
---- 
김영승 



창밖엔 비가 내린다. 
더 이상 내 손에 만져보고 싶은 게 없게 되었을 때 
그래서 권태스러워하고 있을 때 
노아의 방주처럼 
잠시 동안만 더 고독해 하면 되리라고 생각했다. 
창밖엔 빗소리가 정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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