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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기-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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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이여, - 매순간의 부산물로 시써라...
2016년 01월 10일 04시 53분  조회:3579  추천:0  작성자: 죽림

시 쓰기, 시 앓기


 


꼬집어 어디가 아프다고 할만한 곳도 없는데, 누워있는 것이 힘들고 답답하다. 자세가 좋지 않기 때문이라고 진단해 본다. 여러 번 자세를 고쳐 눕는다. 예민한 잠을 깨우지 않으려고 아주 조심스럽게 몸을 뒤척거린다. 가까스로 쌓아온 잠이 작은 뒤척거림으로 금방 무너진다. 
오줌이 마려운 걸 참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해 본다. 그렇게 생각하니 금방이라도 쌀 것 같다. 오줌은 뜨거운데 변기에 떨어지는 양은 많지 않다. 다시 누워도 잠이 오지 않는다. 낯은 익은데 누구인지 기억이 안 나는 얼굴들, 끊임없이 숫자를 대입해도 정답이 굳게 닫혀져 있는 수학공식들이 계속 꿈자리를 어지럽힌다. 
감기에 걸린 것인가 생각해 본다. 저혈압이라는데, 혹시 피가 모자라 어지러운 건 아닌가도 생각해 본다. 병! 내가 아는 이름이 나오자 우선 마음이 편해진다. 초등학교 시절, 아파서 학교에 가지 못했을 때의 이상한 쾌감, 조금은 불안한 안락함, 아무도 없는데 어디선가 급우들이 떠들고 있는 듯한 다소 혼란스러운 고요함, 이런 추억들이 내 열과 불안을 자석처럼 빨아들인다. 
나는 내 몸에 들어온 병이 어디에 있을까 생각해 본다. 이 놈이 내 몸에 들어와 무엇을 하고 지내는지, 어디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숨죽이고 지켜본다. 잔 물비늘 같은 떨림이 온몸을 흔들며 지나간다. 내 몸에 돋은 닭살들이 갈대처럼 떨리는 것이 느껴진다. 그 즈음에서 나는 약한 잠에 빠져든다. 


필사적으로 바람을 견디다가 찢어진 비닐 조각처럼, 떨어져 덜컹거리는 문짝처럼, 망가지고 허술해진, 바람을 더 견디기엔 불안한 몸뚱어리를 그는 조심스럽게 침대 위에 눕힌다. 조금이라도 호흡이 거칠어지거나 불규칙하면 몸속에서 쉬고 있는 폭풍이 꿈틀거린다. 숨이 바늘구멍을 무사하게 통과하느라 그는 아슬아슬 호오호오 숨을 고른다. 불손했고 반항적이었던 생각들과 거침없었던 감정들로 폭풍에 맞서온 몸은 폭풍을 막기에는 이젠 너무 가볍고 가냘프다. 
―졸시 「바늘구멍 속의 폭풍」 중에서 


매일 불행하고 슬픈 일들이 일어난다. 그 슬픔과 불행이 왜 일어나는지 가만히 들여다보면 어느 누구의 탓도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모두가 자기가 생긴 대로 열심히 살다가 생긴 일일뿐이다. 그렇게 생긴 것을 어떻게 하겠는가? 탈이 나서 배가 아프다고 대장균을 탓하겠는가? 그 미생물들이 할 일은 저들이 타고난 생김새와 성질 그대로 열심히 사는 것이다. 생김새와 성질이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다. 
아무의 잘못이 없는데도 언제나 적과 죄인은 있고, 계속 생겨나고 있다. 적과 죄인은 그것을 필요로 하는 자들이 만든 것이다. 분노와 적개심을 받아줄 대상이 필요한 자들의 마음이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매일 무언가 잘못한 사람들이 생겨난다. 그들이 그렇게 생긴 것이 바로 그들의 잘못이어야만 하는 일들이 생겨난다. 그리고 그것을 정교한 체계를 갖추어 시비를 가려내기 위한 법이 생겨난다. 불행과 슬픔은 그것을 필요로 하는 자들이 있기 때문에 생겨난다. 그 필요성은 점점 커지고 비례하여 불행과 슬픔도 늘어나고 있다. 법은 놀라울 정도로 정교해지고 충실해졌지만, 불행과 슬픔이 늘어난 양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불완전하고 빈약하다. 
나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적인가? 나는 얼마나 많은 죄를 짓는 사람인가? 가만히 숨만 쉬고 있어도 나는 누군가에게 또는 무엇인가에게 폭력이 되고 있다. 나는 적이 필요한 사람과 내 행동이 단죄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불행과 슬픔이 생겨나도록 하기 위해, 매일 누구에겐가 적이 되고 무엇인가 잘못을 저지른다.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은데, 퇴근이 한참이나 지난 내 몸이 미세하게 떨고 있다. 그날의 일용할 폭력을 견뎌내느라 몸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부들부들 떨고 있다. 오랫동안 그치지 않는다. 그 폭력을 견뎌내기 위하여 내 몸은 상처와 병을 필요로 한다. 상처는 폭력이 몸에 들어와 몸이 된 것을 말한다. 폭력이 몸이 되는 동안 몸은 뜨거워진다. 폭력이 몸이 되려고 뜨거워지는 것, 떨리는 것, 그것이 병이다. 병은 폭력을 껴안는다. 몸 안에서 폭력과 병은 서로 하나가 된다. 서로 싸우다가 다정해진다. 어느 순간, 폭력과 병은 폭력도 아니고 병도 아닌, 내 몸이 된다. 


비에 젖은 구두 
뻑뻑하다 발이 잘 들어가지 않는다 
신으려고 애쓰면 애쓸수록 
구두는 더 힘껏 가죽을 움츠린다 
구두가 이렇게까지 고집을 부린 적은 없었다 
나는 구두주걱으로 구두의 아가리를 억지로 벌려 
끝내 구두 안에 발을 넣고야 만다 
내 발이 주둥이를 틀어막자 
구두는 벌어진 구두주걱 자국을 조용히 오므린다 
제 안에 무엇이 들어왔는지도 모르고 
소가죽은 축축하고 무거운 발을 힘주어 감싼다 
―졸시 「소가죽 구두」 


몸살! 몸은 뜨거운데, 나는 춥다. 지금은 내 병이 내 몸 속의 폭력을 치료하는 중이다. 대부분의 경우, 앓는 동안 나는 내가 앓고 있다는 것을 느끼지 못한다. 병은 내밀하게 진행된다. 나는 둔하지만, 몸은 예민하다. 나는 단지 말이 없어지거나, 갑자기 화를 내거나, 술이 먹고 싶어지거나, 아무 생각 없이 중얼거리거나, 갑자기 어떤 대상이 떠올라 적개심이 일어나거나, 몹시 피곤해지거나 하기는 하지만, 병이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감기약을 사 먹어야 할 만큼 병이 두드러지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나에게 전에 없던 습관이 생겼다든가 갑자기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졌다는 것은 폭력의 긴 육체화 과정이 잠시 멈추고 병이 쉬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나는 여러 번 넘어졌는지 모른다 
지금은 쓰러져 있는지도 모른다 
끊임없이 제 자리만 맴돌고 있거나 
인력에 끌려 어느 주위를 공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졸시 「우주인」중에서 


매일, 매순간, 앓는다. 병은 내 눈이고 코이고 입이다. 
그리고…… 그 병의 부산물로 시가 얻어진다. 


*김기택 , 「시 쓰기, 시 앓기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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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쥐구멍 / 이동순

  

 

 

 

 

 

 

 

 

 

 

 

쥐구멍

 

 

 

                                                         이동순

 

 

 

사랑채 아궁이에

한참 군불을 안 넣었더니

쥐가 방바닥에 구멍을 뚫었다

쥐똥이 마구 널브러진 차디찬 바닥에 쪼그려 앉아서

나는 쥐구멍의 퀭한 어둠을 본다

내 마음도

꼭 저와 같으리

잠시만 돌보지 않아도 어둡고 퀭한 구멍이

여기저기에 뚫려 있으리

 

 

 

이동순 시집 '아름다운 순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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