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9월 2024 >>
1234567
891011121314
15161718192021
22232425262728
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文人 지구촌

名詩들 앞에 선 초라하고 불쌍한 자아의 詩여!!!
2016년 07월 02일 20시 40분  조회:3357  추천:0  작성자: 죽림

수정작품과 단번에 완성한 작품/정호정 


나는 시를 어림으로 고친다. 무슨 이유로 어떻게 고친다는 이론이나 전문 용어는 잘 모른다. 그러므로 ‘나의 시 이렇게 고쳤다’고 하기보다는 ‘나의 시 이렇게 썼다’고 밝히는 것이 마땅할 것 같다. 시를 완성해 가는 길이라는 동질성에서 감히. 
써 놓은 시에 수정을 가한 것과, 초점이 잘 맞아 단번에 완성할 수 있었던 작품 두 편을 예시하기로 한다. 


‘능견난사(能見難思)’라는 유기 응기(應器)를 보았다. ‘잘 살펴보고도 보통의 이치로는 추측할 수 없는 일’이라는 뜻을 가진 ‘능견난사’의 정보에 충실하기로 한다. 
송광사 박물관 소장. 고려 후기. 전남 유형문화재 제19호. 구경 16.7cm, 높이 4.7cm. 두께 1mm. 송광사 구전에 의하면 금(金)나라의 장종황제의 황후가 쓰러져 기도할 때 보조국사(普照國師)가 사용했던 접시라 한다. 
숙종조에 사찰을 중창하며 나라에 진상하였으며, 어떤 대장장이도 그대로 만들어내지 못함에 왕이 어필로 ‘能見難思’라 써 내린 것이 이름이 되었다 한다. 어필은 남아 있지 않다. 
송광사 기록에는 500개, 1828년 충청도관찰사 홍석주의 기행문 「여천옹유산록」에서는 50개를 보았다 하나, 지금의 송광사에는 30개가 현존한다. 

조계산을 넘어 선암사로 가고 있었다. ‘능견난사’는 내내 나를 따라오고 있었다. 날아갈 듯이 고운 살결에 나의 모습이 어려 있었다. 그것은 나의 별이며 나의 시였다. 조계산의 밤하늘에서 총총히 빛나던, 나의 유년의 별이 아니라, 살아오는 동안에 갈개다 찢긴, 상처자국들 그득한, 빛을 잃은 별이었다. 부득부득 태어나고 있는 나의 시집이 세상에 나와 어떤 수모를 당할지, 많은 좋은 시들 앞에서 얼마나 초라할지 모를 불쌍한 나의 시였다. 

조계산을 넘으며①(초고분) 

능견난사能見難思에서 너를 본다② 
(너는 많이 일그러져 있다 
능견난사는 송광사 박물관이 소장한 
방짜유기접시 
숙종때 사찰을 중창하며 진상한, 
어떤 장인도 그대로 만들어내지 못해 
왕이 어필로 써서 내렸다는 이름) 
고운 살결에 가장자리를 가는 실금으로 말아올렸다③ 
(16.7cm의 구경이며 4.7cm의 높이, 1mm의 두께가 
한결같다 차곡차곡 겹쳐진다) 
겹쳐지는 놋쇠덩이를 주무른 망치의 힘을 본다④ 
스치며 날아앉는 얇은 사의, 
스미는 물소리의, 
깊이 가라앉은 하늘빛의, 
유년의 냇가에 구르던 웃음소리의 
춤, 
춤의 흔적같은 
너의 살결은 뭉쳐 있는가 하면 창이 나려 한다 
돌산이 들판이 아무렇게나 널부러져 있다 

(‘능견난사’에 비치는 나의 너) 
돌각다리 길을 오르며 내릴 때 
내 안에서 이는 물 소리 바람 소리, 
갈대의 서걱임마저 나를 깨운다 
(누구도 재현하지 못한 신기만이 사랑이 아니라고 
잘 생기지 못한 너를 다독인다.) 
(괄호는 수정에 필요한 것임. 

⑴ ①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지 못하는 제목을 버리고, 구전을 참작하여 ‘누군가 방짜유기접시를 능경난사라 했네’로 개작하였다. 
⑵ ②에서 ‘능견난사’를 ‘방짜유기접시’로 수정하였다. 
⑶ 구전이나 사실의 서술 또는 군더더기로 여겨지는 괄호 안의 부분을 모두 삭제하였다. 
⑷ ③과 ④의 순서를 바꾸어 놓았다. 

누군가 방짜유기접시를 ‘能見難思’라 했네 (수정분) 

방짜유기접시에서 너를 본다 
겹쳐지는 놋쇠덩이를 주무른 망치의 힘을 본다 
고운 살결에 
가장자리를 가는 실금으로 말아올린 
스치며 날아앉는 얇은 사의 
스미는 물소리의 
깊이 가라앉은 하늘빛의 
유년의 냇가에 구르던 웃음소리의 
춤 
춤의 흔적같은 
너의 살결은 뭉쳐 있는가 하면 창이 나려 한다 
돌산이 들판이 아무렇게나 널부러져 있다 

돌각다리 길을 오르며 내릴 때 
내 안에서 이는 물소리 바람소리 
갈대의 서걱임마저 나를 깨운다. 


고산(孤山)의 세연지(洗然池)는 매우 아름답다. 굴뚝다리로 보(洑)를 삼은 계담(溪潭)으로 물이 소리 없이 스민다. 이리저리 늘어놓은 바위들을 돌며 ㄹ자의 물길을 따라 다시 회수담(回水潭)으로 흐른다. 나는 동산에 떠오르는 달이며, 춤추는 무희의 너울이 잠기는 물을 그려 보기로 하였다. 아무리 그려 보아도 세연지의 아름다움일 뿐 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나는 세연지의 홍보원이 아니지 않은가. 
문득 고요한 물에서 묵묵한 인종이 보였다. 할머니의 할머니로부터 이어온 아름다운, 그것은 바로 나와의 관계였다. 이 여인들의 인종이 고요하게 가라앉아서 모든 힘의 원천이 되고 있었다. 굴뚝다리에서 한바탕씩 갈등이 풀리고 있었다. 울리는 물소리를 즐기고 싶었을지, 물의 갈등을 풀어주고 싶었을지, 굴뚝다리를 놓은 고산의 의도를 내가 헤아릴 필요는 없었다. 나는 다만 물의 입장을 헤아리면 그만이었다. 

창으로 넘나드는 자연은 늘 신선하다 

고산은 흐르는 물에 굴뚝다리를 놓아 연못을 만들었습니다 
물이 고개를 숙이며 돌틈으로 스며듭니다 
숨을 죽입니다 발뒤꿈치를 듭니다 소리 없이 
이리저리 늘어놓은 바위며 배롱나무섬을 돕니다 
산에서 흐른 암반 위에서 물은 맑고 고요합니다 
맑고 고요한 물의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으신지요 
큰 소리로 외치고 싶은, 서로 얼싸안고 싶은, 
목놓아 울고 싶은, 위로받고 싶은, 
살아 있음이며 반가움 서러움 고달픔들 

두드리면 통통 소리가 납니다 속이 텅 비어 있습니다 
암반 위에 양쪽으로 돌판을 세우고, 다시 돌판으로 덮은, 
평소에는 건너다니는 다리가 되고, 물이 넘치면 
폭포가 됩니다 

물의 소리에 공명하는, 
모두 다 내어준 이의 가슴입니다 
때때로 차오른 나의 갈등이 풀리는 가슴으로 하여 
계담의 물은 늘 아름답습니다.◑ 

◇정호정 경기 안산 생. 98년 『문학과 창작』 신인상 당선. 시집 『프로스트의 샘』. 


====================================================================

 

 
발의 고향 
―최문자 (1943∼)

내가 나라는 때가 있었죠

이렇게 무거운 발도

그때는 맨발이었죠

오그린 발톱이 없었죠


 
그때는

이파리 다 따 버리고

맨발로 걸었죠

그때는

죽은 돌을 보고 짖어 대는

헐벗은 개 한 마리가 아니었죠

누구 대신 불쑥 죽어 보면서

정말 살아 있었죠

그때는

그때는

세우는 곳에 서지 않고

맨발로

내가 나를 세웠죠

그때는

내 이야기가 자라서

정말 내가 되었죠

불온했던 꽃 한철

그때는

맨발에도 별이 떴죠

그 별을 무쇠처럼 사랑했죠

날이 갈수록

내가 나를 들 수 없는

무거운 발

가슴에서 떨어져 나간 별똥별이죠

발도 고향에 가고 싶죠


아무것에도 매이지 않아 발 가볍던 젊은 날과 많은 일에 옭아 매인 현재를 대비해서 들려주고 있다. 내용은 화자가 몸도 마음도 지쳤다는 걸 짐작하게끔 무거운데, ‘∼죠’라고 되풀이되는 어미가 어린이처럼 무구한 느낌을 주고 리듬감이 있어 경쾌하게 읽힌다.

 
젊었던 ‘그때는’ 장식도 허위도 없고, 겁쟁이도 아니었단다. 그래서 가슴 닿는 데로만 갔었단다. 지금은 내키지 않아도 ‘세우는 곳에’ 서 있단다. 그런데 그게 강제로 세워졌던 걸까? 그걸 선택한 건 본인이 아니었나? 이익이나 의무감이나 체면, 혹은 허영 때문에 말이다. 화자도 그걸 알고 있다. ‘누구 대신 불쑥 죽어 보면서/정말 살아 있었’던 적이 있으니까. 화자가 들려주는 참으로 순수하고 거침없고 찬란했던 그의 젊은 날. 아, 옛날이여! 나이 든 남자들은 “내가 왕년에” 하며 잘나갔던 시절 얘기를 꺼내곤 하지.

맨발에는 별이 뜨고, 맨발로만 가슴에 들어갈 수 있는데, 이제 그 발 ‘가슴에서 떨어져 나간 별똥별’이 되었네. 아, 별똥별은 자기가 본래 있었던 머나먼 그곳으로 얼마나 돌아가고 싶을까! 다른 많은 나이 든 사람들처럼 삶은 틀에 박혀 있지만 언어감각은 발달한 시인이 문득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본래의 나’를 그리워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283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883 미국 시인 - 빌리 콜린스 2016-11-28 0 4298
1882 詩는 언어로 남과 더불어 사는 정서를 절규하는것... 2016-11-28 0 3699
1881 시인, 시, 그리고 미술... 2016-11-27 0 3823
1880 시인, 시, 그리고 경제... 2016-11-27 0 3244
1879 시인의 미국 시인 - 에즈라 파운드 2016-11-27 1 4981
1878 현대시를 이끈 시대의 대변인 영국시인 - T.S. 엘리엇 2016-11-27 0 4880
1877 "부부 시인"의 비극과 또 하나의 그림자 2016-11-26 1 5288
1876 미국 시인 - 실비아 플라스 2016-11-26 0 4798
1875 독일 시인 - 롤프 디터 브링크만 2016-11-26 0 3767
1874 권총으로 자살한 구쏘련 시인 - 마야꼬프스끼 2016-11-26 0 4096
1873 20세기 러시아 최대 서정시인 - 안나 아흐마또바 2016-11-26 0 3271
1872 20세기 러시아 최대의 시인 - 오시쁘 만젤쉬땀 2016-11-26 1 3562
1871 상상하라, 당신의 심원한 일부와 함께 비상하라... 2016-11-26 0 2959
1870 세계문학상에서 가장 짧은 형태의 시 - "하이쿠" 2016-11-26 0 3747
1869 詩의 탄생 = 人의 출생 2016-11-26 0 3248
1868 실험적 詩는 아직도 어둠의 아방궁전에서 자라고 있다... 2016-11-26 0 3527
1867 詩가 무엇이길래 예전에도 지금도 실험에 또 실험이냐... 2016-11-26 0 4198
1866 詩는 독자들에게 읽는 즐거움을 주어야... 2016-11-26 0 3032
1865 詩를 더불어 사는 삶쪽에 력점을 두고 써라... 2016-11-26 0 3149
1864 詩人은 명확하고 힘있게 말하는 사람... 2016-11-26 0 3229
1863 詩를 발랄한 유머와 역설의 언어로 재미있게 읽히는 시로 써라... 2016-11-26 0 3523
1862 캐나다계 미국 시인 - 마크 스트랜드 2016-11-22 0 4749
1861 미국 시인 - 시어도어 로스케 2016-11-22 1 5723
1860 러시아계 미국 시인 - 조지프 브로드스키 2016-11-22 0 4211
1859 詩란 마음 비우기로 언어 세우기이다... 2016-11-22 0 3506
1858 자연속의 삶을 노래한 미국 시인 - 로버트 프로스트 2016-11-21 0 5928
1857 풍자시란 삶의 그라프를 조각하여 통쾌함을 나타내는 시... 2016-11-21 0 3413
1856 미국 재즈 시의 초기 혁신자 中 시인 - 랭스턴 휴스 2016-11-20 0 4706
1855 락서는 詩作의 始初에도 못미치는 망동... 2016-11-19 0 3169
1854 인기나 명성에 연연해하지 않고 자신의 색갈을 고집한 예술가 2016-11-18 0 4799
1853 카나다 음유시인 - 레너드 노먼 코언 2016-11-18 0 4774
1852 령혼 + 동료 = ...삶의 그라프 2016-11-18 0 3075
1851 김영건 / 박춘월 2016-11-18 0 2994
1850 詩作의 첫번째 비결은 껄끄러움을 느끼지 않게 쓰는것... 2016-11-18 0 3607
1849 詩作할때 "수사법" 자알 잘 리용할줄 알아야... 2016-11-16 1 4339
1848 詩人은 "꽃말"의 상징성을 발견할줄 알아야... 2016-11-15 0 3198
1847 진정한 "시혁명"은 거대한 사조의 동력이 안받침되여야... 2016-11-15 0 3156
1846 고 김정호 / 허동식 2016-11-15 0 3249
1845 윤청남 / 허동식 2016-11-15 0 3176
1844 詩를 제발 오독(誤讀)하지 말자... 2016-11-15 0 3330
‹처음  이전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