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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에 상상의 날개를 달아주자...
2016년 07월 14일 22시 45분  조회:3969  추천:0  작성자: 죽림

[8강] 시 창작의 바탕.2 

강사/김영천 


먼저 시간에 시창작의 바탕에는 체험과 기억,그리고 
상상력이 있다고 했는데 이 시간엔 마지막으로 상상력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상상력이란 우리가 모두 너무나 잘 아는 말입니다. 
그러나 그 상상력 하나로 뉴턴이 보이지 않는 만류인력 
을 발견했고, 에디슨이 발명품들을 만들어냈지요. 

장님이었던 호머가 세계 최대의 훌륭한 서사시를 남긴 
것이라든지 청각장애자인 베토벤이 위대한 교향곡을 
남긴 것 모두가 다 상상력의 결과입니다. 오직하면 
아인슈타인도 "지식보다 더 중요한 건 상상력이다" 
하였겠습니까? 

그러면 문학 뿐만 아니라 모든 예술의 밑바탕이 되는 
이 상상력이란 무엇인가. 그 개념을 살펴보면 
상상력이란 과거에 체험했던 사물의 이미지를 기억해 
내고 이를 다시 재생하는 능력을 말하는 것으로 
어떤 상황에 의해 환기된 감정을 하나의 시 작품으로 
형상화해내는 능력을 말합니다. 

인간만이 유일하게 상상을 할 줄 압니다. 상상이란 
쉽게 말하면 현재에 없는 그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꿈꾸고 갈망하고 그것들을 표현하면서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고 또한 현실을 새롭게 재창조해 내는 것입니다. 


여기서 정진규님의 <산수유>를 읽고 넘어가겠습니다. 

수유리라고는 하지만 도봉산이 바로 지척이라고는 하지만 
서울 한복판인데 이건 정말 놀라운 일이다 정보가 매우 
정확하다 훌륭하다 어디서 날아온 것일까 벌떼들, 꿀벌떼 
들, 우리집 뜨락에 어제 오늘 가득하다 잔치잔치 벌였다 
한 그루 활짝 핀, 그래. 만개의 산수유, 노오란 꽃숭어리 
들에 꽃숭어리들마다에 노오랗게 취해! 진종일 환하다 

나도 하루 종일 집에 있었다 두근거렸다 잉잉거렸다 이건 
노동이랄수만은 없다 꽃이다! 열려 있는 것을 마다할 것이 
어디 있겠는가 그런 건 세상 어디에도 없다 그럴 까닭이 
있겠는가 사전을 뒤적거려 보니 꿀벌들은 꿀을 찾아 11킬로 
미터 이상 왕복한다고 했다 

그래, 왕복이다 나의 사랑도 
일찍이 그렇게 길 없는 길을 찾아 왕복했던가 너를 드나 
들었던가 그래, 무엇이든 왕복일 수 있어야지 사랑을 하면 
그런 특수 통신망을 갖게 되지 광케이블을 갖게 되지 그건 
아직 유효해! 한 가닥 염장 미역으로 새카맣게 웅크려 
있던 사랑아, 다시 노오랗게 사랑을 채밀하고 싶은 사람아, 
그 건 아직도 유효해! 


이 시는 벌이 날아드는 노오란 산수유 꽃을 매개로 하여 
자신이 나타내려는 생각을 표현하였습니다. 시는 읽는 
사람의 감각으로 받아들여야 하기에 다른 해설은 
생략합니다만 아무튼 이 시의 상상력이 새롭게 느껴지는 
것은 사랑의 속성을 일상적인 자연 정경을 통해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정진규는 사물을 새롭게 보고 그것을 자신의 
상상력 속에서 재구성함으로써 독특한 인식의 차원을 
얻어낸 것입니다. 


우리가 좋은 시를 많이 읽어보는 것이 좋으므로 여기에 
이수익님의 <산수화>를 올리니 함께 읽어볼까요 


세상 물정 어두운 山 하나와 
제 갈 길에 취한 계곡물 하나가 
서로 잘 만나 
단란한 一家를 이루며 사는 곳. 

남루도 이쯤이면 괜찮다. 
수척한 배낭 메고 入山하는 중늙은이 
하나 
가물가물 흔들리며 가는 閑中. 

이 시에 대한 이숭원 박사님의 해설을 잠깐 빌려봅니다. 

"대상을 주관적으로 해석하고 상상력에 의해 재구성하는 
것은 시인의 특권이다. 이 시에는 산으로 올라가는 
중늙은이가 등장하는데 그가 과연 한가한 마음으로 
올라가는지 보는 사람으로서는 알 수가 없다. 그런데 
시인은 그 대상을 거의 자연과 동화된 듯한 상태로 묘사 
하고 있다. 한 곳에 붙박혀 있는 산과 끊임없이 흐르느 
물을 세상 물정어두운 산과 제 갈 길에 취한 물로 대비적 
으로 비유한 것도 시인의 주관적 해석에 의한 변용이다" 

그의 해설은 한참이나 더 이어지지만, 생략하기로 하고요. 
이 시를 읽으면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것은 우리가 
늘 보면서도 알아내지 못한 것들을 상상력을 동원하여 
하나의 아름다운 시로 형상화해내는 것입니다. 

아마 우리더러 쓰라 하면 이렇게 쓰겠지요. 

깊은 산 
구비구비 골은 흐르고 
어디를 그리 급히 가는가 
중늙은이 하나 
바랑을 매었네 

구름은 저리도 한가로운데. 

이 시는 내가 지금 급조한 것인데 위의 시와는 
그 품격이 다릅니다. 
밑의 시는 자기가 보는 것을 아무 상상력의 재 
창조 없이 그대로 사생화 그리듯이 그려낸 것이고 
위의 시는 그야말로 자기의 모든 체험들을 녹여 
상상력을 발동시킨 훌륭한 시인 것입니다. 

초보이신 분들에겐 아직 조금 어려운 단계이지요. 
그래서 아래에 제가 강의하면서 바로 써내려간 
그런 시이어도 만족합니다. 우선은 그렇게라도 
시가 되겠다하는 것들은 바로 시로 옮겨보십시오 
그리고 어느 정도 되면 그 시들에 상상력의 
날개를 달아보십시오. 

자, 그럼 오세영의 <음악> 한 번 읽어 
보겠습니다. 

잎이 지면 
겨울 나무들은 이내 
악기가 된다. 
하늘에 걸린 음표에 맞춰 

바람의 손끝에서 우는 
악기 

나무만은 아니다 
계곡의 물 소리를 들어보아라. 
얼음장 밑으로 공명하면서 
바위에 부딪혀 흐르는 물도 
음악이다. 

윗가지에서는 고음이 
아랫가지에서는 저음이 울리는 나무는 
현악기, 
큰바위에서는 강음이 
작은바위에서는 약음이 울리는 계곡은 
관악기, 

오늘처럼 
천지에 흰눈이 하얗게 내려 
그리운 이의 모습이 지워진 날은 
창가에 기대어 음악을 
듣자. 

감동은 눈으로 오기보다 
귀로 오는 것, 
겨울은 청각으로 떠오르는 무지개다. 

정말로 상상력의 극치이지요. 
우리가 늘 들으면서도 귓가로 흘러버리는 소리들을 잡아 
하나의 심포니로 만들고 있습니다. 
시인의 상상력은 겨울 날 우리들의 귀에 익은 일상적인 
소리들을 전혀 새롭고 신선한 것들로 바꾸어 놓고 있습 
니다. 

여기서 잠시 조태일님의 글을 인용하겠습니다. 
"예전에 들을 수 없었던 자연의 소리를 시적 공간 속에 
서 아름다운 세계로 창조해놓은 것이다.독자들은 이러한 
창조된 세계 속에서 자연의 소리가 빚어내는 오묘하고도 
깊은 아름다움을 체험할 수 있게 되는데 이 체험 역시 
독자들의 상상력에 의한 것이다. 

그러므로 상상력은 
시인으로 하여금 사실에 얽매이지 않고 사물을 변용하여서 
그에 값하는 새로운 의미와 세계를 창조하게 하는 힘이 
면서, 독자에게는 그 창조된 세계를 체험하고 공감하게 
하는 구실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상상력이 시인과 
작품과 독자를 한데 묶어주는 역할까지 하는 것이다." 

정현종님의 <사물의 꿈>을 한 번 읽어볼까요? 

그 잎 위에 흘러내리는 햇빛과 입맞추며 
나무는 그의 힘을 꿈꾸고 
그 위에 내리는 비와 뺨 부비며 나무는 
소리내어 그의 피를 꿈꾸고 
가지에 부는 바람의 푸른 힘으로 나무는 
자기의 生이 흔들리는 소리를 듣는다. 

아주 짧은 시이지만 의인화된 나무는 여러가지 우리 
삶의 이미지들로 나타나 있습니다. 우리는 시인의 
이러한 상상력이 빚어낸 이미지들을 통해 황홀한 
한 생명체로서의 나무의 존재를 체험하고 그 것의 
구체적인 형상까지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좀 길어졌지만 좋은 시 한 편을 더 올리니 
조용히 묵상하듯 실지 시인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셔서 
맘껏 상상력의 세계에 심취해보시기 바랍니다. 

이준관의 <부엌의 불빛> 

부엌의 불빛은 
어머니의 무릎처럼 따뜻하다 

저녘은 팥죽 한 그릇처럼 
조용히 끓고, 
접시에 놓인 불빛을 
고양이는 다정히 핥는다. 

수돗물을 틀면 
쏴아 불빛이 쏟아진다. 

부엌의 불빛 아래 엎드려 
아이는 오늘의 숙제를 끝내고 
때로는 어머니의 눈물, 
그 눈물이 등유가 되어 
부엌의 불빛을 꺼지지 않게 한다. 

불빛을 삼킨 개가 
하늘을 향해 짖어대면 
하늘엔 
올해의 가장 아름다운 첫별이 
태어난다

 

========================================================

 

 

 

멋진 사람 
―김승일 (1987∼)

초인종이 울려서 문을 열었어. 짱깨가 철가방에서 너를 꺼냈지. 너는 그렇게 태어난 거야. 고모가 자주 하는 얘기. 나는 그 얘기를 너무 좋아해서 듣고 듣고 또 들었다. 나만 그렇게 태어났지? 이것은 오래된 바람.

내가 배달된 해에, 할아버지가 둘 다 죽었다. 집안에 큰 인물이 태어나면 초상이 난다지. 이것 역시 내가 정말 정말 좋아하는 이야기, 나는 얼마나 유명해질까? 기대가 된다. 그러나

손금이 평범해서 나는 울었지. 그래도 손금이 평범하다고 우는 애는 나밖에 없을 거야. 있으면 어떡해? 조금밖에 없을 거야. 그렇지? 실컷 울었더니 손금이 변했어.

지하철 선로로 뛰어들었다. 나는 평범함보다는 평평함이 좋아. 모르는 사람들이 나한테 화를 냈다. 괜찮아요. 열차가 오려면 십 분 남았어. 나는 이목을 끄는 사람. 나중에 유명해질 때까지 기다리기 싫었어요. 어쨌든

 

 

할아버지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이것이 혹독한 현실. 하지만 사명감은 갖지 않을래. 사명감이 없는 애는 나밖에 없을 테니까. 있으면 어떡해? 있으면 좋지. 짱깨가 내 앞을 지나갔다. 폭주족처럼. 이목을 끌며 멋있게.


어쩐지 시인이 놀리는 것 같아. 누구를 놀리는 걸까? 세상을? 그렇다면 괜찮아. 그런데 나, 독자님을? 그건 옳지 않아! 그렇다, 시인은 까부는도다. 철딱서니 없는 아이의 탈을 쓰고 까불까불 시를 이어가는 어법이 재미나다. 
 

 

고모랑 할아버지들 얘기만 있고 엄마아빠는 그림자도 없으니 화자는 고아다. 고아는 만인의 아이. ‘너는 그렇게 태어난 거야.’ 아이는 제가 특별한 운명을 타고났다고 믿는데 그 근거가 고아인 데다 태어난 해에 할아버지들이 돌아가셨다는 것. 얼마나 특별한가! 아이는 거기 만족하지 않고, 제가 유일하고 특별한 사람이라는 증표를 열심히 찾는다. 그런데 너무 평범해! 사람들이여, 나를 좀 봐 주세요! 아이는 외롭게 한심한 짓, 화를 돋우는 짓들을 저지른다.

나의 소년아! 누구든 몸 마음 머리를, 아니면 그중 하나를 지루하고 힘든 노력으로 열심히 닦으면 멋진 사람이 될 수 있단다! (이모님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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