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文人 지구촌

나를 오리신고는 침선으로 나를 꿰매셨다...
2016년 10월 30일 20시 38분  조회:3302  추천:0  작성자: 죽림
일곱 자의 천 /수샤오리엔(타이완) 




어머니는 천 일곱 자만 사가지고 돌아오셨다. 나는 몹시 화가 
났다. 왜 내가 직접 사러가지 않았을까. 내가 말했다. "엄마 일곱 
자로는 부족해요, 여덟 자는 있어야 만들 수 있어요." 어머님이 말 
씀하셨다. "전에 만들 때는 일곱 자로도 충분했는데, 네가 그렇게 
컸단 말이니?"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어머니만 스스로 왜 
소해져가셨다. 
어머니는 옛 치수대로 천 위에 나를 하나 그리셨다. 그런 다음 
가위로 천천히 오려나가셨다. 나는 천천히 울었다. 아! 나를 오려 
나가셨다. 나를 오리신 다음, 다시 침선으로 나를 꿰매셨다. 그러 
곤 나를 기워...사람이 되게 하셨다. 

*김태성 옮김 

ㅡ계간<<시평>>(2003. 겨울) 아시아 교과서 명시 중에서 

---------------------------------- 

타이완에서 산문시에 관해 언급하자면 수샤오리엔이란 이름을 빼놓을 수 없다. 산문시는 비교적 늦게 등장한 시가 유형으로 글쓰기의 체제가 산문과 현대시를 넘나들기 때문에 '기술적인 위치 설정'에 있어서 항상 질의의 대상이 되곤 했다. 이와 관련하여 말이 막힐 때마다 산문시 시인들은 수샤오리엔의 산문시를 들어 상대방에게 시가의 체제와 시정신의 본질을 이해시키곤 했다. 이런 평가를 반증하듯 그녀의 시 <일곱 자의 천>은 타이완의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린 최초의 산문시로 기록되었다. 

이 시에서 '어머니'는 일종의 전통을 대표하는 개념으로서 현실의 윤리적 권위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나'로 하여금 일곱 자의 천의 범위 안에서 살아감으로써 어머니의 품을 벗어나지 않기를 희망한다. 결국에는 '나'를 오려 사람이 되게 하긴 했지만 사실 이는 현실 속에서 이미 성장해버린 '내'가 아니라 여전히 어머니의 마음속에 자라고 있는 아이인 것이다. 

150자도 채 안 되는 시문에서 독자들이 가장 먼저 해독해야 할 것은 '나'의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삶에 대한 희망과 어머니의 따스함과 강경한 보호 사이에서의 선택으로서, 이는 부모 곁을 떠나려는 욕망과 계속 남고자 하는 미련 사이의 갈등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어머니의 크고 강한 모성애의 제약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어머니가 "옛 치수대로 천 위에 나를 하나 그리는" 것을 받아들여야 하고, 그런 다음 어머니가 고집스럽게 "가위로 천천히 오린" 다음 "침선으로 꿰매는" 것을 참아내야 한다. 마침내 어머니가 옷을 만드신 후에는 여전히 천이 모자라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결국 "그러곤 나를 기워...사람이 되게 하신 것"은 쌍방이 직면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종의 어색함이 되고 마는 것이다. 

강렬한 정서의 전환을 이처럼 짧은 편폭에 담아내는 것이 수샤오리엔의 필력이 갖는 오묘함이라 할 수 있다. 그녀는 '허구적' 정감의 변화를 '실제적' 동작묘사와 결합시켜 산문시가 갖는 산문적 서술특성을 이용하면서 그 안에서 시적 이미지의 도약을 주입함으로써 마치 높은 산봉우리를 빙빙 돌아서 올라가듯이 긴장으로 충만하면서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시의 새로운 경지를 빚어내는 것이다. ㅡ'옌아이린'의 시평 중에서 요약함. 

서구의 문예사조에 편승한 우리의 현대시는 그동안 중국이나 일본, 베트남, 타이완 등 아시아의 현대시에는 무관심했거나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것은 우리의 근대화 과정에 빚어진 서구화의 부정적 반영이기도 할 것이다. 시와 다소 장황하고 지루한 시의 평문을 소개하는 것은 그들의 정서와 (시의 밑그림이 되는) 시인의 원체험이 우리의 그것들과 다르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아서이다. 

*수샤오리엔 : 타이완 여성 시인. 중국시보(中國時報) 문학상 시 부문, 연합보(聯合報) 시 부문 당선. 주요시집으로 <<망양집>>, <<강의 슬픔>>, <<동화유행>>, <<경심산문시>>, <<타이완의 시골아이들>> 등이 있다. 

*옌아이린 : 타이완 여성 시인. 주요시집으로 <<피육골>>, <<흑암온천>> 등이 있다.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283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883 미국 시인 - 빌리 콜린스 2016-11-28 0 4465
1882 詩는 언어로 남과 더불어 사는 정서를 절규하는것... 2016-11-28 0 3847
1881 시인, 시, 그리고 미술... 2016-11-27 0 3967
1880 시인, 시, 그리고 경제... 2016-11-27 0 3405
1879 시인의 미국 시인 - 에즈라 파운드 2016-11-27 1 5143
1878 현대시를 이끈 시대의 대변인 영국시인 - T.S. 엘리엇 2016-11-27 0 5040
1877 "부부 시인"의 비극과 또 하나의 그림자 2016-11-26 1 5450
1876 미국 시인 - 실비아 플라스 2016-11-26 0 4960
1875 독일 시인 - 롤프 디터 브링크만 2016-11-26 0 3910
1874 권총으로 자살한 구쏘련 시인 - 마야꼬프스끼 2016-11-26 0 4235
1873 20세기 러시아 최대 서정시인 - 안나 아흐마또바 2016-11-26 0 3432
1872 20세기 러시아 최대의 시인 - 오시쁘 만젤쉬땀 2016-11-26 1 3706
1871 상상하라, 당신의 심원한 일부와 함께 비상하라... 2016-11-26 0 3122
1870 세계문학상에서 가장 짧은 형태의 시 - "하이쿠" 2016-11-26 0 3910
1869 詩의 탄생 = 人의 출생 2016-11-26 0 3362
1868 실험적 詩는 아직도 어둠의 아방궁전에서 자라고 있다... 2016-11-26 0 3693
1867 詩가 무엇이길래 예전에도 지금도 실험에 또 실험이냐... 2016-11-26 0 4355
1866 詩는 독자들에게 읽는 즐거움을 주어야... 2016-11-26 0 3182
1865 詩를 더불어 사는 삶쪽에 력점을 두고 써라... 2016-11-26 0 3296
1864 詩人은 명확하고 힘있게 말하는 사람... 2016-11-26 0 3433
1863 詩를 발랄한 유머와 역설의 언어로 재미있게 읽히는 시로 써라... 2016-11-26 0 3666
1862 캐나다계 미국 시인 - 마크 스트랜드 2016-11-22 0 4913
1861 미국 시인 - 시어도어 로스케 2016-11-22 1 5965
1860 러시아계 미국 시인 - 조지프 브로드스키 2016-11-22 0 4332
1859 詩란 마음 비우기로 언어 세우기이다... 2016-11-22 0 3646
1858 자연속의 삶을 노래한 미국 시인 - 로버트 프로스트 2016-11-21 0 6160
1857 풍자시란 삶의 그라프를 조각하여 통쾌함을 나타내는 시... 2016-11-21 0 3575
1856 미국 재즈 시의 초기 혁신자 中 시인 - 랭스턴 휴스 2016-11-20 0 4887
1855 락서는 詩作의 始初에도 못미치는 망동... 2016-11-19 0 3345
1854 인기나 명성에 연연해하지 않고 자신의 색갈을 고집한 예술가 2016-11-18 0 4949
1853 카나다 음유시인 - 레너드 노먼 코언 2016-11-18 0 4919
1852 령혼 + 동료 = ...삶의 그라프 2016-11-18 0 3308
1851 김영건 / 박춘월 2016-11-18 0 3172
1850 詩作의 첫번째 비결은 껄끄러움을 느끼지 않게 쓰는것... 2016-11-18 0 3744
1849 詩作할때 "수사법" 자알 잘 리용할줄 알아야... 2016-11-16 1 4467
1848 詩人은 "꽃말"의 상징성을 발견할줄 알아야... 2016-11-15 0 3351
1847 진정한 "시혁명"은 거대한 사조의 동력이 안받침되여야... 2016-11-15 0 3315
1846 고 김정호 / 허동식 2016-11-15 0 3383
1845 윤청남 / 허동식 2016-11-15 0 3334
1844 詩를 제발 오독(誤讀)하지 말자... 2016-11-15 0 3503
‹처음  이전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