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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란 "어느 순간", "시간적 압축"의 드러남이다...
2016년 12월 05일 23시 27분  조회:2317  추천:0  작성자: 죽림
 

 


듀안 마이클 (Duane Michals)

 

진실을 찍는다는 것은 아무 것도 찍지 않는 것이다.

"나의 경우 그것은 내면의 대화였지 외부의 대화가 아니였다. 문제는 나는 누구인가? 그것은 무엇때문에 끝없는 시야에서 이러한 진화론적 여정이 발생하며.. 왜 내가 스스로를 정의 내려야만 했기 때문에 그렇게 흥분해야만 하는가? 이다. 많은 사진가들은 그들이 찍는 사진뿐만 아니라 그들 삶과 감정까지 표면적인 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바라본다.

사진가들은 항상 일관된 상황만 찍는다 그들을 결코 그 상황의 문을 열 생각을 하지 안는다. 일단 당신은 그 상자를 연다면 그것은 상자속에 다른 상자가 들어있어 좀처럼 끝을 볼수 없는 중국의 마술상자 같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 내용물에 흥미를 가지고 있다. 촬영한다는 것이 그렇게 쉽다고 생각한 내가 얼마나 어리석은는지... 나는 나무와 자동차와 사람들이 그 자체의 현실로 출현하는데 혼란을 가졌고 이러한 출현의 사진은 그것의 사진이어야 한다고 믿었었다. 하지만 그것은 분명히 실패이다. 나는 거울안에 반영된 다른 반사물을 사진촬영으로 다시 반영하고 있었다. 진실을 찍는다는 것은 아무것도 찍지 않는 것이다."
- 듀안 마이클


분신의 그림자 - 두 명의 듀안

듀안 마이클은 1932년 2월 18일 펜실베니아주의 맥키스포트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모는 팝 아트의 선구자 앤디 워홀(Andy Warhol)과 마찬가지로 체코 출신의 미국인이었다. 그의 부모는 미국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성(性)을 미할(Mihal)에서 마이클로 바꿨고, 듀안 마이클의 어머니는 어느 부유한 집안에서 가정부로 일했다. "듀안"이란 이름은 원래 그녀가 일하던 집의 아들 이름에서 따온 것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원래의 "듀안" 때문에 어린 듀안 마이클은 난처한 일들을 많이 겪었던 것 같다. 그러나 이름을 빌어온 듀안은 그 이름의 원래 주인이었던 "듀안"이란 청년이 막 시작한 대학 생활 첫 해에 자살을 해 버리는 바람에 실제로는 원래의 "듀안"이란 이름을 쓰던 사람을 만날 기회를 갖지는 못했다.


 

 



예술사를 찾아보면 이와 비슷한 선례들이 적지 않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빈센트 반 고흐의 경우에도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죽은 형의 이름을 따서 그대로 지었기 때문에 그는 어려서부터 자신과 똑같은 이름의 무덤을 보면서 자라야 했다. 우리들도 간혹 인터넷상으로 자신과 같은 아이디나 이름을 사용하고 가지고 있는 사람을 발견하고 썩 유쾌하지 않은 기분이 들 때가 있는데, 자신의 부모가 정해 준 이름이 먼저 죽어 버린 사람의 이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이들이 느끼게 될 감정이 어떤 것이었을 지는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이름에 얽힌 이런 에피소드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그가 평생 펼쳐나갈 예술 세계가 심상치 않을 것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나는 나보다 더 정당한 듀안이 존재했던 세계에 남겨진 "사라진 듀안"의 그림자일지도 모른다는 그런 불안함 말이다. 듀안 마이클은 그의 작품 <사후 영혼의 여행>에서 거울 앞에 선 영혼으로 하여금 이렇게 묻도록 하고 있다.

"내가 어떻게 죽을 수 있단 말인가?"

듀안 마이클의 작업은 평생동안 자신의 아이덴티티에 대한 의혹을 풀고, 자신을 증거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우연한 기회로 사진 작가가 된 듀안 마이클

듀안 마이클은 원래 디자이너로서 출발했다가 우연한 기회를 통해서 사진 작가가 되었다. 1958년 「타임」지 재직시 러시아 여행길에 오른 마이클은 당시 일반인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상식만 가지고 기념사진을 찍었는데 여행길에 찍은 마이클의 사진은 기념사진이라고 하기에는 보통이상의 사진으로 평가받았다. 이 시점을 계기로 마이클은 그래픽 디자이너에서 사진가로 전업하게된 것이다. 사진가로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마이클의 초기 사진작업은「쇼」지의 전속 사진가로 입사하면서 시작되었다.


 



Self portrait as if I were dead



본격적인 사진가의 길을 선택한 마이클의 첫 개인전은 1963년부터 65년에 이르는 사이에 뉴욕의 자하화랑에서 시작되었다. 당시의 소재는 미용실이나 지하철역, 또는 극장 대합실등 사람들이 붐비는 장소를 대상으로 촬영에 들어갔지만 실상 내부는 텅 빈 상태를 유지하는 표현을 위주로 하였다. 이후 유명한 전시회는 66년에는 조지 이스트먼 하우스가 개최한 『사회적 풍경을 향해서』라는 5인전을 통해서 알려졌다. 개리 위노그랜드(Garry Winogrand), 리 프리들랜더(Lee Friedlander), 브루스 데이비드슨(Bruce Davidson), 대니 라이온(Danny Lyon)과 함께 듀안 마이클이 합류하여 5인이 참여한 「사회적 풍경을 향해서」전시회는 1960년대의 새로운 사진계 판도를 집약적으로 정리하려는 기획전으로써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걸친 현대사진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계기가 되었다는데 의의가 있다.

이 전시회를 통해서 듀안 마이클은 가장 스포트라이터를 받게 되었는데 이는 마이클의 표현방식이 매우 특이했으며 그의 사진속에 내재된 소재나 주제면에서 추상적인 것을 추구했다는데에 관람자로 하여금 깊은 인상으로 주었기 때문이다. 이때의 전시회는 현대사진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받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특이한 형식과 초현실적 내용을 담아 관람객과 비평가들의 이목을 끈 사진 작가가 있었는데 그가 바로 듀안 마이클이었다. 현대사진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영역을 개척하여 자기의 작품세계를 구축한 듀안 마이클은 연속사진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선구자이자 그 중심 인물이 되었다.


 



I Remember the Argument



초기에는 유명인사들을 대상으로 인물사진을 찍기 시작했는데 이때부터 마이클은 초현실주의적 요소를 슬며시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초현실주의적 요소를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아마도 1958년 화가인 르네 마그리뜨(Rene Magritte)를 대상으로 하나의 사진집으로 펴낸 것을 보면 확연히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는 할스만이 초현실주의 대표적 화가인 살바도르 달리를 집중적으로 찍은 것처럼 마그리뜨에게 집중하였다. 그러나 이때까지 그의 사진형식은 전통적인 형식의 낱장사진이었고, 그의 사진이 연속사진이란 형태를 띄기 시작한 것은 1969년부터였다. 그는 "지금까지 사진가들이 모두 외적 대상에 대한 관찰자나 기록자들이었지만, 나는 내 자신 안에 내재하고 있는 것을 심화시켜 시각적으로 영상화하겠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듀안 마이클 = 연속 사진 = 시간의 사진

듀안 마이클(Duane Michals)의 작업은 설화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그의 작업은 마치 소설이나, 영화를 보는 듯 하다. 그것은 허구적인 공간의 이미지와 시간의 연출이 연속적인 사진과 텍스트들의 결합에 의해 배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형식을 우리는 "시퀀스 포토"라고 한다.


 



I Build a Pyramid



영화에서는 허구적인 공간의 이미지가 끊임없이 하나의 이미지가 다른 이미지를 침범하고 잠식하여 결국 롤랑바르트식으로 이야기하면 "그 어떤 푼쿠툼(punctum)도 제공하지 못한 채 사라지고 마는" 것이지만, 사진에서는 시퀀스 형식이라 할 지라도 즉, 마이클의 사진은 사진이면서 동시에 영화적 성격을 드러내는 서술적인 구조의 구성임에도 불구하고, "푼쿠툼"이 사라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사진은 연속된 이미지의 나열이라 하여도 앞 장면의 이미지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사진과 사진 사이의 간극에서 파생되는 상상의 여백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전체가 마치 한 장의 이미지로, 말하자면 서로의 이미지를 따로 떼어놓고는 그 의미가 상실될 것 같은 상호 보완적인 전체로서의 한 "회기"를 연출하는 것을 말한다. 번역 불가능한 이 "회기"라는 뜻은 후기구조주의 철학자인 "데리다"가 사용한 철학적 용어인데, 이 낱말은 공간적 뉘앙스가 서로 다른 영역에 속하지 않고 공동의 "매듭"으로 연결되어 있는 연결의 두 측면이기도 하다는 뜻이다.


 



Who am I ?



동심원처럼 중심이 있는 텍스트(하나의 작품으로서 읽혀 질 수 있는 모든 것, 그러므로 문자 그대로 "글"로 이해해서는 곤란함)가 아닌 여러 가지 기호들의 짜집기로 인한, 시간적으로 앞뒤의 어떤 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이 하나의 텍스트는 또 다른 텍스트들과 끊임없는 연결에 의해 분리될 수 없는 "회기" 속에서 어떤 형태를 맺으면서 이루어진다. 즉 텍스트는 시공의 텍스트들 사이에서 부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화적 요소를 가미하면서도 사진의 본질을 잃지 않은 마이클의 작품에서 과거, 현재, 미래, 그리고 죽음 이후의 세계까지 넘나드는 상상적 시간의 자유로움은 그가 강하게 영향을 받은 초현실주의 화가 마그리트의 그림에서와 같이 마술적이고도 낯선 두려움에 신비로움까지 느끼게 한다. 

그의 작품 중에 < 사물의 기이함>이라는 9개의 연속된 장면이 있다. 이 작업은 마치 마그리트의 회화처럼 현실의 공간과 허구의 공간을 구분하기 어려운 묘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일상적인 사물의 크기와 놓여진 위치의 뒤바뀜으로 인한 충격, 그리고 너무나도 익숙했던 사물들의 고유한 가치와 본질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끔 만드는 "낯설게 하기" 기법등은 초현실주의자들이 자주 사용하는 대표적인 방법이다. 이 기법을 디페이즈망(depaysement)이라 한다. 


 



사물의 기이함



또한 이 작품이 퍼즐 게임처럼 재미있는 것은 마이클의 다른 대부분의 작업이 그러하듯이, 영화처럼 스토리화되어 있어 첫 장면과 끝 장면을 동일하게 처리함으로써 관객이 수수께끼 같은 함정에 빠져들게 했다가, 맨 마지막에서 그 의미가 들어 난다. 지금까지 전 맥락을 거꾸로 뒤집어버리는데서 오는 허구와 본질의 관계 속에서 끊임없는 눈속임의 기법이 즐거운 유희를 맛보게 하는 것이다. 

시퀀스와 시퀀스 사이의 암전과도 같은 간극이, 관람자로 하여금 상상의 유희를 "창작"하게 한다. 이러한 수법은 작가에 의해서 일방적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과는 거리가 멀다. 다시 말해서 관람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어떤 원인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럼으로 관람자는 자신의 상상으로 또 다른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구성해 간다. 

바르트는 마이클의 사진 중 <앤디워홀>의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워홀의 초상사진을 보고, "그의 넙적하고도 납작한, 못생긴 손톱"을 그의 푼쿠툼으로 읽어냈다. 역시 <조셉코넬>의 초상사진에서도 괴로운 듯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장면을 볼 때에 마이클의 의도는 무언가 "가리면서 들어내"는 흔적으로 관람자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특히 머리를 심하게 흔드는 모습의 "워홀의 시퀸스 초상사진"은 거의 다 지워지고 뭉개져서 단지 워홀의 행위의 흔적만이 있다. 그것은 무엇을 위한 강한 의도만을 표출하기 위한 제스처의 강도와 감각만을 느낄 수 있다. 들뢰즈가 베이컨의 회화를 분석 할 때 언급했던 감각의 흔적으로 인한 형태의 해체를 보는 것과 비슷한 원리 말이다.


 



약을 한 알 드시고 후지산을 보십시오



 

1. 아주 더운 여름 날이었다. 책도 재미가 없고 따분하기만 했다.
2. 누군가가 문틈으로 봉투를 밀어넣었다.
3. 봉투 위에는 뭔가 이상한 말이 적혀 있었다. 
4. 봉투 안에는 초록색 알약이 들어 있었다.
그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약 한 알을 삼켰다.
5. 그는 마치 바람이 새어나가는 풍선이 된 듯한 느낌이 들었고
순간적으로 그의 키는 엄지 손가락여섯개 정도로 줄어들었다.
6. 문이 삐걱리며 열리더니, 그가 이제껏 본 어떤 여자보다
큰 여인이 방안으로 들어왔다.
7. 가까이 올수록 그 여자는 더욱 커졌다.
이내 그녀는 그의 위에 와서 섰다.
8. 그녀는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는 것 같았다.
그는 그녀의 키에 넋이 빠져 버렸다.
9. 그러나 그녀가 자기 위로 앉으려 한다는 것을
알아차린 순간 그의 흥분은 두려움으로 변했다.
10. 엄청나게 큰 엉덩이가 그의 위로 덮쳐 내리는 사이에
그는 도망치려 허둥댔지만 도무지 힘이 나질 않았다. 
그의 연약한 다리는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11. 그는 흥분에 휩싸였다. 어마어마한 음부는 점점 더 가까이 덮쳐내려왔다. 
12. 그녀가 그위로 걸터앉았다.
13.14.15. 놀랍게도 그 어둠 속에서 눈덮힌
후지산의 정상이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사진이란 "어느 순간"의 절단면을 얇게 저며낸 이미 거기에는 없는 과거의 그 순간을 현재의 이 순간, 또는 미래의 어느 순간과 동시에 만나게 하는 "시간"의 "압축"의 드러남이다. 

사진을 보고 있는 우리에게 사진은 항상 "그것은 = 일찍이 = 있었다."라는 "과거시제"로 나타나는데, 이러한 과거로서의 사진은 또한 "그것은 = 결국 = 죽을 것이다."라는 바르트의 말을 상기시킨다. 시간의 정지 곧 "죽음"은 사진이 결코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그래서 인지, 사진은 특히 인물사진은, 바라보는 우리를 왠지 모르게 우울하게 한다. "과거"가 현존하는 기묘한 만남, 그리고 미래로 이어진 어떤 알 수 없는 힘 때문에, 시선의 어긋남을 연출한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작은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the Human Condition



프로이드는 "과거란 항상 새로운 현재에 의해 변형되고 각색되어 현재의 사건이 과거를 재구성한다고 말한다." 이에 비해서 베르그송이나, 들뢰즈는 과거와 현재의 관계는, 과거는 과거 그 자체로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즉자적 존재"이며, 현재와 동시에 "공존"한다고 말한다. 

여기서 현재는 불확실성 혹은 잠재적으로 생성하기를 그치고 즉자적으로 존재하는 과거로 가기 위해서 회상, 혹은 기억의 심리적인 상태이다. 그래서 과거와 현재는 동시에 공존한다. 이것은 사진과 닮아 있다. 즉 사진을 보는 현재의 우리는 단번에 기억 속으로 들어가 버린다는 것이다. 결국 한 장의 사진을 보고 있는 것은 찍혀진 대상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보는 사람의 기억 속의 그 무엇을 보고 있는 것이다. 

마이클의 작품세계에서 나타나는 과거와 미래의 만남은 사후세계와 과거가 현재 시점에서 기억-이미지로서 종종 표현된다. <추락한 천사>, <윤회>, <사후 영혼의 여행>, 그리고 <인간의 조건>등과 같은 작품들이 그렇다. 여기에서 나타나는 공통된 특징은 죽음 이후의 시간과 과거로의 회상이 뒤섞이는 순환의 흐름 속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사후 영혼의 여행>이나 <인간의 조건>등과 같은 작품에서 나타나는 윤회와 순환의 시간은 근원으로서의 어떤 기원을 뜻한다기 보다는 오히려 그 어떤 시원도 없이 흐르는 시간 중에 잘려진 단면의 존재함이다. 그것은 우리의 욕망과도 같은 이미지이다. 

그의 작업은 단지 사진들만이 나열되어 있지 않다. "나레이션" 식으로 덧붙여진 글쓰기와 함께 가미된 작품이다. 그것은 또 다른 이미지를 발생하게 함으로서 사진이미지와 텍스트(글)의 결합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것은 사진이미지를 설명하기 위해서 따라붙는 보충적인 것이 아니라, 사진이미지라는 텍스트와 글이라는 텍스트의 직조된 견직물이다. 그의 글을 정확히 알아보기 어려울 경우나, 혹은 이미지와는 다른 하나의 독립된 글쓰기로 읽혀질 때 그것은 일종의 "타이포 그래픽"으로도 보이기까지 한다. 

사진 위에 직접 쓰여진 흔적과 같은 이 글쓰기는 단 한 장밖에 만들어질 수 없는 속성을 가지게 된다. 사진은 본래 복제예술로서 오리지날 프린트를 가지기 어렵다. 즉 하나의 네가티브에서 똑같은 여러 장의 인화를 복수 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어서, 진품과 가짜의 구별을 불가능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발터 벤야민은 사진의 이러한 특성에 착안하여, 사진이 발명 되면서 기존예술의 아우라(AURA)가 상실될 것을 예견했었다. 그러나 마이클은 사진 위에 자신의 글을 직접 적어 넣음으로서 사진의 복제성을 지워버린다. 


 



우연한 만남 1970



마이클은 더 나아가 79년에 와서는 사진과 회화의 접목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사진 혹은 이미 고전이 된 까르띠에 브레송(Cartier Bresson)이나 케르떼즈(Kertesz), 안셀 아담스(Ansel Adams)의 작품들을 붓을 가지고 채색하거나, 개작한다. 

이렇듯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개작할 경우에도 마이클은 유명한 선배 작가들의 서명 위에 자신의 서명을 덧붙이는 일을 주저하지 않는다. 필자는 이러한 마이클의 입장이 자신의 작품을 독특하게 만들어주는 매우 상업적인 전략이 숨어있지 않은가 생각된다. 

사실 사진 위에 채색을 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고 초창기 회화주의 사진(Pictorialism)시대(1840 - 1910년 초반)부터 있어왔던 진부한 방법이다. 그러나 마이클이 시도하는 이러한 행위는 자신의 흔적을 사진 위에 남기는 일종의 자서전적인 행위로서 다른 사진 작업들과는 분명한 차이를 두기 위함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다른 사람은 아무나 언제라도 사진을 다시 뽑을 수야 있겠지만 , 그러나 아무도 나의 필치를 다시 만들어 낼 수는 없을 것이다."


 



Dr. Duanus" famous magic act



프랑스의 철학자 미셀 푸코(Michel Focault)도 마이클의 이러한 행위를 보고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사진책 한 면에 실린 이 글들은 나로서는 무척 흥미롭다. 그것은 흡사 내가 남겨 놓은 발자국과도 같다. 명확하지도 않고 다소 기이하기까지 한 그 흔적들은 내가 그곳을 통해서 지나왔음을 증명해 준다." 

사진도 현실의 흔적의 일종인데, 마이클은 흔적 위에 또 다른 흔적을 남기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마이클의 사진은 연출된 "픽션"이지만 말이다. 

"누군가 내가 태어나기 전에 나와 똑 같은 이름을 사용하고 있었고, 지금 그는 죽고 없다. 그의 죽음은 자살이었고, 나는 그의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나의 이름을 지어준 이는 나의 어머니이다. 어머니는 죽은 그 사람의 유모였다." 

- 당신이 이러한 입장에 놓여 있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듀안 마이클은 바로 이와 같은 불안한 정체성을 경험한 인물이었다. 그의 과거의 이러한 경험은 다분히 작품에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보고 있는 "르노 카뮈"는 『Photo Poche불어판』에서 마이클이 그의 작업에서 끈질기게 자신의 정체성에 의혹과 조바심으로 얼룩져 있다고 말한다.


 



flowers_portrait



사실상 사진은 "페티시즘적" 성향을 띠고 있다. 카메라의 프레임에 선택된 "발견된 오브제"로서의 피사체는 사진가에 의해서 포획된 대상이다. 그러나 대상 그 자체는 아니다. 현실의 대상물을 닮은 이미지일 뿐이다. 그러므로 실제의 대상은 언제나 늘 여기에 없는 "부재"된 상태에 놓여지게 된다. 즉 소유하자마자 곧 사라지는 욕망의 속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충족"(찍는 순간) 되자마자 다시 "결핍" (찍은 직후)속으로 빠져드는, 결코 채워질 수 없는 욕망의 반복 속에서 사진가는 끊임없는 이미지를 채집을 한다. 이것은 성적충동과 닮아 있다. 

그의 작업에 연속적으로 등장하는 에로틱한 경향이나, "물신"으로서의 오브제들이 그렇다는 것이다. 마이클이 집착하는 것은 결국 자신의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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