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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문학사는 1949년이 분기점이 된다. 1840년 아편전쟁부터 1919년 5·4운동까지를 진다이(近代), 1919∼49년을 센다이(現代)로 부르는 시기 구분에 따라 49년 중화인민공화국 출범 이후의 문학을 중국은 당다이(當代) 문학이라 이른다. 중국 당다이 문학은, 다시 말해 중국 사회주의 체제 하에서의 문학을 가리킨다. 90년대 들어 몇몇 학자들이 20세기 전체의 흐름에서 중국 문학사를 조망하는 작업을 시도했으나, 21세기 들어서도 당다이 문학은 여전히 문학용어로 쓰이고 있다. 49년 이후 중국 문학은 중국 현대사와 함께 부침을 거듭했다. 중국 사회주의 체제에서도 문학은 시대의 거울이었다. 그 60년 세월을 되짚는다.
라오싼제 하방에서 복귀한 지식청년 … 문학 조류 주도 ‘라오싼제(老三屆)’란 말이 있다. 1967∼69년 중·고등학교를 졸업한 세대를 가리킨다. 이들 지식청년(지청)이 문화혁명 시기 전국 농촌에 투입된다. 이른바 상산하향(上山下鄕) 운동, 또는 하방(下放)이다. 중국작가협회 부주석 예신(葉辛)에 따르면 문화혁명 시기 십 년간 하방에 동원된 도시 지청은 1700만 명에 달한다. 상하이에서만 50만 명이 넘는다. 문화혁명이 끝난 뒤 이들이 도시로 상경한다. 70년대 후반 이후 신시기 문학은 이들 복귀한 지청에 의해 주도되었다. 80년대 상흔문학(傷痕文學)·반사문학(反思文學)·뿌리찾기문학(심근문학·尋根文學)의 조류는 지청이 각자 처한 입장에 따라 그려낸 문화혁명의 문학적 초상화였다. 말하자면 문화혁명은 “20세기 중국 문학의 마르지 않는 샘”(비평가 천쓰허)이었다. 몽롱파 서정 강조 … 서슬 퍼런 문혁시절 자생적 활동
여성시인 수팅(舒婷·사진)은 지금도 인정받는 몽롱파 시인이다. 1951년 푸젠성(福建省)에서 태어났고, 베이징의 공장에서 일하던 70년대 중반 베이다오(北島)·장허(江河)·구칭(顧城) 등과 함께 지하 문학서클을 조직했다. 그 서클이 78년 무크지 ‘오늘(今天)’을 창간한다. 몽롱파가 첫 선을 보인 순간이다. 그러나 문단은 이들을 정신오염척결운동의 대상자로 지목하고, 몽롱파는 끝내 83년 활동을 중단한다. 몽롱파는 당다이 문학 최초의 유파다. 문화혁명 시기 감시를 무릅쓰고 자생적 문학운동을 펼쳤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크다. 뿌리찾기문학 향토색·전통 중시 … 주류 문화 은근히 비판
심근문학의 의도는 분명하다. 고유의 것을 말함으로써 사회주의 이념과 서구 문명이 판치는 중국의 주류문화를 비판한다. 한사오궁의 『마교사전(馬橋詞典)』(1996)이 대표작이다. 작가가 문화혁명 시기 후난성(湖南省)의 오지 ‘마교’에 하방됐을 때의 경험을 옮겼다. 소설은 표준 중국어와 전혀 다른 뜻으로 쓰이는 마교 방언을 사전처럼 정리했다. 소설 형식에서도 서구 근대소설의 틀을 따르지 않고 중국 문인소설의 전통을 잇는다. 중국은 80년대 이후 전통문화 복원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심근문학은, 그러한 움직임의 문학적 표현이다. 선봉문학 문혁 이후의 첫 문학세대 … 자유롭고 파격적
무엇보다 위화의 작업은 놀랍다. 그는 80년대 선봉문학으로 시작해 90년대 신사실주의와 신역사주의, 21세기 괴탄문학에 이르기까지 20년 동안 중국 당다이 문학의 최첨단 경향을 선도한다. 국내외 문단의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독자 호응도 상당하다. 특히 캐릭터 창출에 탁월하다는 평이다. 『허삼관매혈기』(1996)의 ‘허삼관’은, 루쉰(魯迅)의 『아Q정전』에 등장하는 ‘아Q’ 이후 최고의 소설 캐릭터란 평가다. 21세기 문학 급속한 상업주의 대세 타고 문화혁명 조롱
90년대 중반 문단에선 ‘괴탄(怪誕)문학’이란 말이 생겨났다. 문화혁명을 공포나 반성의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고, 일종의 유희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문학 조류다. 만화처럼 과장된 기법으로 문화혁명을 비꼬고 의식적으로 성애와 혁명을 뒤섞어 황당한 효과를 연출한다. 옌롄커(閻連科·49)가 대표적인 작가다. 특히 『인민을 위해 봉사하라(爲人民服務)』은 노골적인 성애 묘사로 중국 대륙에선 금서로 묶였지만 전 세계 십여 개 국가에 이미 소개돼 있다. 사회주의 찬양으로 출발 시장지향적 대중문학까지
그렇다고 중국 당다이 문학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중국 문학은 중국 현대사의 굴곡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해 왔다. 49년 이후 중국 문학은 크게 네 시기로 구분된다. 49년 건국 이후 66년까지 17년간의 사회주의문학, 문화혁명 십 년간의 문화혁명 문학, 76년 개혁개방 이후의 신(新)계몽문학, 그리고 89년 천안문사건 이후 다원화 문학의 시기가 그것이다. 건국 이후 17년간, 중국 문학은 사회주의 공화국에 대한 찬송이 주가 되는 정치 서정시와 혁명 영웅의 로맨스(romance) 일색으로 뒤덮인다. 이러한 정치적 경향은 이어지는 문화혁명 10년간 더욱 극단적으로 펼쳐진다. 76년 문화혁명 종식과 함께 ‘북경의 봄’이 찾아오지만, 웨이징성(魏京生) 같은 인권투사는 감옥에 갇힌다. 문단에는, 비록 제한적이긴 하지만 ‘다시 핀 신선한 꽃’(50년대 반우파 투쟁 때 비판 받은 작품 모음집의 이름. 1979년 상하이문예출판사 발간)의 시대가 열린다. 30년대 후반 ‘구국과 혁명’의 정치 서사에 의해 단절됐던 계몽적 문학의 전통이 개혁·개방과 더불어 부활했다는 의미다. 개혁·개방 시기 최초의 문학 유파는 문화혁명 당시 지하 서클에서 활동한 젊은 시인들에 의해 등장한다. 베이다오(北島)와 수팅(舒<5A77>) 등을 중심으로 한 ‘몽롱시파(朦朧詩派)’다. 이들은 1978년 ‘오늘’이란 잡지를 중심으로 세력을 형성해, 당시까지 군림했던 정치적이고 명징한 언어 체계를 몽롱한 시어로 부정한다. ‘비굴은 비굴한 자의 통행증, 고상은 고상한 자의 묘비명’이라는 베이다오의 시구는 문화혁명에 대한 대표적인 부정 담론으로 일컬어진다. 한편, 수팅은 열린 사랑을 노래한 ‘상수리나무에게’ 라는 시를 지어 닫힌 중국인의 마음을 열어젖힌다. 소설 영역에서는 상흔문학(傷痕文學)·반사문학(反思文學)·뿌리찾기문학(심근문학·尋根文學)·선봉문학·신사실주의 등의 유파가 차례로 나타나 새로운 계몽 서사를 주도하거나, 전위적인 탐색을 담당한다. 이들은 80∼90년대 중국 문학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상흔문학은 문화혁명이 중국 인민에 끼친 재난을 고발하고 상처를 폭로하는 문학으로, 루신화(盧新華)의 소설 『상흔』과 바이화(白樺)의 소설 『짝사랑』이 대표작으로 꼽힌다. 상흔문학 작가는 문화혁명 당시 홍위병으로 참가한 경험이 있어, 도덕적 참회를 주제로 한다는 특성이 있다. 비슷한 시기에 반사문학이 등장한다. 반사문학 작가들은 문화혁명 당시 우파로 몰리거나 감옥살이를 하는 등 당국의 탄압을 받았던 이들이 중심이 된 문학사조다. 상흔문학 작가들보다 연배가 높다. 장셴량(張賢良)의 소설 『남자의 반은 여자(男人的一半是女人)』 등이 대표작이다. 이상의 문학 계보가 참여문학의 계보에 해당한다면 1985년에 접어들면서 깃발을 올린 뿌리찾기문학과 이후 모더니즘 성향의 선봉문학은 문학 자체의 내적 규율과 관심으로 회귀하는 순수문학 계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뿌리찾기문학은 전통 문화에 대한 새로운 문학적 탐색을 시도하지만, 기법은 서구의 모더니즘 또는 포스트모더니즘을 적극적으로 흡수한다. 한사오궁(韓少功)과 자핑와(賈平凹)가 대표적인 작가다. 1980년대 후반 두드러진 활동을 보인 선봉파는 모더니즘 사조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중국적 특색을 드러낸 새로운 문학 유파다. 형식의 탐구와 실험적 문체로 선봉파란 호칭을 얻었다. 류쑤어라(劉索拉)의 『너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가 선봉문학을 개척한 작품으로 평가되지만, 위화(余華)·모옌(莫言)·쑤퉁(蘇童) 등 최근의 인기작가도 처음엔 선봉문학으로 이름을 날렸다. 신역사주의와 신사실주의가 선보인 것도 80년대 후반이다. 역사적 사건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신선한 수법으로 서술한 역사소설이 신역사소설이고, 이전의 사회주의 리얼리즘보다 더 생활 본래의 모습에 천착한 리얼리즘 소설이 신사실소설이다. 위화의 『허삼관매혈기』, 쑤퉁의 『홍등』이 신역사소설이라면, 류전윈(劉震雲)의 『닭털 같은 나날』은 신사실소설이다. 1989년 천안문사건이 발발한다. 시위에 참여했던 수많은 지식인이 투옥되거나 망명한다. 문학에도 여파는 컸다. 이미 해외로 망명하여 중국어로 창작 활동을 벌이는 가오싱젠(高行健)이나, 천안문사건 이전에 해외에 있다가 항의 성명을 내고 중국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베이다오 같은 망명파 작가들이 생겨난다.
/박재우 한국외대 중국어과 교수·전 한국 중국현대문학 학회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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