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창작 강의-1 (나도 시를 쓸 수 있을까...)
ㅁ 강의를 시작하면서
안녕하십니까? 김송배 시인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삶에 있어서 가장 값진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아마도 이러한 의문은 한번쯤 생각해 보았을 것입니다. 21세기 과학과 물질문명 그리고 황금만능의 참 살기좋은 세상에서도 우리는 무엇인가 잃어버린 듯한 허전함이 마음 한구석에 자리잡고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그저 답답하다고 한탄만 하고 있지는 않으신지요.
마음 한쪽에 응어리진 그 무엇을 풀어봅시다. 여기 문학이라는 약발 좋은 처방이 있으니 이리로 오십시오. 우리는 그토록 쓸모 없을 것이라고만 여겼던 시 한편이 우리의 쳇증을 맑끔히 씻어내리는 비방이 숨어 있었음을 미처 몰랐습니다.
오늘부터 cyan,co.kr에서 새롭게 기획하는 '시창작 강의'에 동참하여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고 향유할 수 있는 시창작의 세계에서 무엇인가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지 않으시렵니까? 시창작에 대한 의문점을 하나씩 풀어서 나도 시를 쓸 수 있게 되고 나아가서는 시인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향제시와 그 비법을 공개하리다.
이제부터 차근차근하게 그리고 열과 성으로 강의를 경청하면 반드시 좋은 결과를 맞게될 것을 확신하면서 도와드리겠습니다.
잘 아시는 바와같이 본인은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을 수료하고 박목월 선생님이 주관하신 월간 <심상>에 신인상으로 등단하여 <서울허수아비의 수화><안개여, 안개꽃이여><백지였으면 좋겠다><황강><춤추는 이방인><시인의 사랑법><시간의 빛깔, 시간의 향기>등의 시집과 <허물벗기 연습>시선집과 <화해의 시학><체험의 시학>등 시론집, <시인, 대학로에 가다><그대 빈 가슴으로 대학로에 오라><시보다 어눌한 영혼은 없다><지성이냐, 감천이냐>등 산문집 그리고 <시가 보인다, 시인이 보인다>는 시창작법을 간행하고 제6회 윤동주문학상과 제1회 탐미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현재는 한국예총에서 발간하는 월간 <예술세계>주간직을 맡고 있으면서 KBS방송문화센터 시창작반에서 강의를 6년째 계속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함께 시창작에 대한 문제들을 풀어봅시다.
1. 나도 시를 쓸 수 있을까
나도 과연 시를 쓸 수 있을까? 이런 의문은 시를 처음 배우고자하는 시람이나 시를 처음 쓰고자 하는 모든 사람에게는 공통된 생각입니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한 마디로 이것이다하고 명쾌한 해답을 제시할 사람을 아무도 없다는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시 쓰는 일이 수학문제를 풀 듯이 어떤 공식이 있거나 어떤 일정한 틀에 맞추어 넣는 그런 일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선 다음과 같은 말에 귀를 기울여 유심히 새겨들을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인간은 태어나면서 시인이었다.(C.D 루이스)
젊어서 시인이 아닌 사람이 없었다(R.M 릴케)
인간은 사랑을 할 때 누구나 시인이 된다(플라톤)
이렇게 본다면 누구나 시적인 자질을 천부적으로 가지고 태어났다는 말이 됩니다. 사실 젊을 때에는 시적인 감성이나 정서 또는 시적인 상상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넘쳐나는 것을 경험해 보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시인이라고 해서 특이한 감정을 가지고 태어났다고는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남보다 좀 다른 정서의 반응은 있을지 몰라도 시적인 관심으로 정서를 쌓아서 집중시키면서 성숙되기까지는 많은 수련과 노력이 있었을 뿐입니다.
그러면 나도 시를 쓸 수 있다는 강한 의지와 집념으로 몇 가지 단계를 생각해 보기로 합니다.
1-1. 詩 쓰기에 앞서서
시를 배우고 시를 쓰고자 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다음 유형에 심리적인 취향이 발동해야 할 것입니다.
① 시를 우선 좋아해야 한다.
② 시를 써 보고 싶은 충동이 있어야 한다.
③ 어떻게 하면 시를 쓸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풀기 위해서 꾸준한 학습이 필요하다.
④ 모든 사물을 보는 것이나 느낌 등이 아름답고 인간적인 측면에서 올바르게 사유(思惟)할 줄 알아야 한다
이러한 전제가 시를 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심성에 가득 차 있어야 할 것입니다.이런 것들은 막연한 동경 속의 낭만이나 취향, 그리고 멋이나 사치가 아니라 아주 절실한 표현의 욕구로 인생을 풍요롭게 충족시키는 일생의 각오로 출발되져야 합니다.
흔히들 시를 쓰기 위해서는 시를 좋아하고 사랑하고 시에 흠뻑 빠져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시를 가까이 하다보면 시의 모습도 이해하게 되고 시의 내용이나 진실에 대하여 쉽게 친근해 질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일들은 일종의 믿음과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 믿음은 진실에 대한 시적인 약속이며 시에 대한 약속의 이행으로써 상호 신뢰의 바탕에서 출발하는 시정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꾸어 말하면 시적인 관심이나 시적인 생활이 없이는 시에의 접근이 어려우며 또한 친숙해 질 수도 없다는 말이 됩니다.
또한 시를 쓰기 위해서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시를 많이 읽어야 합니다. 그리고 모든 것들에 대한 많은 사유(思惟)가 필요하며 그후에는 시 쓰는 연습을 많이 해 보는 것 뿐입니다. 글 쓰기에서 공통으로 제시하는 다독(多讀), 다사(多思), 다작(多作)이 시 쓰기에의 절대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이 문제들을 집중적으로 얘기를 나누어 봅시다. 첫 시간이라 어리둥절할지도 모르겠는데 끝까지 인내하는 자에게만 그 영광이 있을 것입니다.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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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신경림(1935년∼ )
산기슭을 돌아서 언 강을 건너서 기름집을 들러 떡볶이집을 들러 처녀애들 맨살의 종아리에 감겼다가 만화방도 기웃대고 비디오방도 들여다보고
큰길을 지나서 장골목에 들어서서 봄나물 두어 무더기 좌판 차린 할머니 스웨터를 들추고 마른 젖가슴을 간질이고 흙먼지를 날리고 종잇조각을 날리고
가로수에 매달려 광고판에 달라붙어 쓸쓸한 소리로 축축한 소리로 울면서 얼어붙은 거리를 녹이고 팍팍하게 메마른 말들을 적시고
‘시인 신경림’ 하면 시 ‘농무(農舞)’를 떠올리는 독자가 많을 테다. 특히 ‘민족문학권’ 후배 시인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 ‘농무’를 비롯한, 기층 서민들의 한과 애환을 ‘우리끼리 퍼질러 앉으면 삶은 편하고/더러는 훈훈하기도 해서’(시 ‘진도 아리랑’에서)의 정조로 꽹꽹 울리는 농악 리듬이나 남도민요 가락에 담은 선생의 시편들은 ‘원한도 그리움이 되던가?’(시 ‘연어’에서), 그 삶을 지긋지긋하게 잘 아는 이들에게는 물론이고 모르는 이들에게도 가슴 시큰하거나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바람은 안 가는 데 없겠지만 시인의 바람은 나지막하고 허름하고 흔한 곳, 이름 없는 곳으로 간다. 시인의 마음 가는 곳 따라, 돌아서, 건너서, 들러, 감겼다가, 기웃대고, 들여다보고, 지나서, 들어서서, 들추고, 간질이고, 날리고…. 종결 어미 없는 동사(動詞)들로 이어지는 바람의 행로에 재개발이 되려다 만 우리 동네같이 친근한 풍경이 펼쳐진다. 오래도록 비어 있는 점포 유리문에는 지금도 ‘비디오’라는 글자가 적혀 있지. 윤기 없이 까칠한 거리를 ‘흙먼지를 날리고 종잇조각을 날리고’ 달리는 바람. 그러나 봄바람이다. ‘봄나물 두어 무더기 좌판 차린 할머니 스웨터 들추고 마른 젖가슴을 간질이는.’
삶의 모든 습기 다 거둬가 먼지처럼 가벼이 말라가게 하는 바람, 언젠가부터 선생 시에서 종종 만나는 바람이다. 허무가, 따뜻한 허무가 깃든 바람…. 그러나 인생무상이거나 말거나 삶은 무상하지 않다고, 선생의 시는 그침 없이 거침없이 ‘쓸쓸한 소리로 축축한 소리로’ 우는 바람처럼 ‘팍팍하게 메마른’ 세상을 적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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