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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의 길잡이는 오로지 "나도 시를 쓸수 있다" 이다...
2017년 01월 18일 20시 28분  조회:2902  추천:0  작성자: 죽림
 

 

 

‘국제 전문 결혼식사진 협회’ (ISPWP)에서
2016년 한해동안 가장 아름다웠던 결혼식사진을 공개, 그중 한컷...




시창작 강의-3(시 쓰는 연습을 많이 해 보자)  / 김송배   

1-4. 시 쓰는 연습을 많이 해 보자

처음부터 시라는 틀에 얽매이지 말고 아주 자유스러운 마음으로, 그냥 메모하는 식으로 써야 합니다. 자신이 경험한 일에 대하여 감동했던 것이나 마음 속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는 일들부터 자신의 생각으로만 하나씩 적어 봅니다.
어떤 형식에는 구애받지 말아야 합니다. 설령 문체나 형식이 일기문이 되거나 편지글이 되거나 상관 없이 글로 옮겨보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전번 시간에도 말한 바와같이 다른 사람의 시를 읽고 난 후에 내 생각을 가미하여 모방해보려는 의지가 나타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때에 부딪치는 어려운 점은 언어의 부족입니다.(이 언어문제는 다음에 따로 다루겠습니다) 물론 언어뿐만 아니라 표현반법이 여러모로 서툴지만 읽고 생각한 자신의 진실을 글로 적어봄으로써 자기 세계가 열리고 시 쓰기에 대한 길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할 것입니다.
옛날 선배 시인들은 시인이 되기 위하여 습작 원고지 3만장 정도를 휴지가 되도록 썼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의 쓰라린 습작기를 거쳤던 것입니다.
시 쓰기에는 유형(有形)적인 소재이거나 무형(無形)적인 소재이거나 간에 많이 느껴본 습성이 중요하지만 이 느낌을 기록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시는 느낌의 기록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느낌이란 많은 형태의 감정으로 나타납니다. 이 느낌이 깊은 곳에서 받아들여 미적인 감정과 미적인 언어의 조화로 한 편의 시 작품이 창작되는 것입니다.
시는 그 시인의 고백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신 앞에서 하는 속임없는 고백이어야 합니다. 구약성서의 시편만이 아니라, 무릇 시는 시인의 심정을 토로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시인은 시에서 거짓말을 하야서는 아니 될 것입니다. 그것은 신을 기만하는 것이라는 춘원 이광수(春園 李光洙)의 말처럼 어떤 소재에서 느낀 솔직하고 진지한 나의 진실이 글로 표현되어야 할 것입니다.
박목월 시인의 [나그네]는 우리들이 익히 알고 있는 시입니다.

강나루 건너서
밀밭길을

구름에 달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南道) 삼백리

술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어떻습니까. 어무 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유유히 갈 길을 가는 나그네의 모습을 표현한 것입니다, 밤 하늘에 뜬 구름 사이로 흘러가듯 떠 있는 달의 모습은 얼마나 고적하고 유유합니까. 이런 달의 형상이 작품 속에서 나그네와 연관됨으로써 다른 사람이 표현할 수 없는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게 하며 나그네의 구체적인 모습이 들어나고 있습니다.
옛말에 시이도지(詩爾志)란 말이 있습니다. 시를 쓰거나 읊조리는 것은 자기의 지닌 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사람의 감정이 명백하게 드러나는 것이 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유종호 교수는 정규 문과 대학생 조차도 우리 근대시의 고전인 <청록집>(박목월, 조지후, 박두진 3인 시집)을 읽어본 경우가 희소하다고 개탄하면서 우리 문학 교육의 현실을 말하고 있어서 위의 [나그네]같은 작품은 겨우 교과서에 수록된 것을 읽는 것으로 끝나버리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옛날 이야기를 하나 들려드리겠습니다. 아마도 시 쓰기에는 이런 일도 있구나하는 도움이 될까해서입니다.
고려 때 문신인 정지상과 삼국사기를 편찬한 김부식과는 서로 시적(詩敵)이었습니다. 묘청의 난이 일어나자 관군의 사령관이었던 김부식은 정지상이 이 난에 관련되었다하여, 평소에 시 쓰기에 있어서 숙적이었던 정지상을 처형해 버렸습니다. 
그 뒤 어느 봄날 김부식은 시 한 수를 다음과 같이 지었습니다. 봄의 정경을 잘 표현한 아름다운 시입니다.

버들은 일천 가지로 푸르고(楊柳千絲綠-양류천사록)
복숭아는 일만 송이로 붉구나(桃花萬點紅-도화만점홍)

그런데 문득 공중에서 정지상의 귀신이 나타나서 김부식의 빰을 갈기며 호령했습니다. 
"이놈아, 버드나무가 일천 가지인지, 복숭아가 일만 송이인지 네가 세어 보았느냐? 왜 버들은 실실이 푸르고 복숭아는 송이송이 붉다(楊柳絲絲綠-양류사사록, 桃花點點紅-도화점점홍)라고 못하느냐?"고 했습니다. 나중에 김부식은 어느 절간 화장실에서 정지상의 귀신에게 불알을 잡아당겨 죽었다는 일화가 <동인시화>라는 책에 전해오고 있습니다.
참 절묘한 표현의 차이입니다. 다시 말하면 버드나무 가지의 표현이 일천 개보다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는 표현이 더욱 좋다는 것입니다. 복숭아꽃의 일만 송이보다는 점점이 그러니까 송이송이 이것도 헤아릴 수 없는 것이지요.
이와같이 시 쓰기의 연습에서는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정리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언어를 매체로 해서 표현하는 일도 대단히 중요합니다. 결국 많이 읽어보고 많이 생각하며 많이 써보는 것만이 '나도 시를 쓸 수 있다'는 신념을 실천하는 길일 것입니다.
앞으로 강의하는 시의 모든 것과 시 쓰기의 모든 것은 나도 시를 쓸 수 있도록 안내하는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며 기필코 좋은 시를 쓸 수 있는 역량을 길러 줄 것입니다. 지금부터 시의 형상과 그 길이 겨우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또 다음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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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는 나의 힘 
―기형도(1960∼1989)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근 25년 만에 기형도 시집을 다시 읽는다. 푸른, 누추한, 구름, 희망, 고통, 불안, 사랑, 청춘, 머뭇거리다, 헤매다, 저녁, 탄식, 죽음…. 이런 시어들이 구름처럼 시인 기형도 형상을 이루며 흘러간다. 내 세대 시인들에게 ‘우리들 청춘은 끝났다’는 고지(告知)이기도 했던 기형도의 죽음.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창밖을 떠돌던 겨울안개들아/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가엾은 내 사랑 빈 집에 갇혔네.’(기형도 시 ‘빈 집’)

그를 묻은 날, 간소한 추도식에서 시인 하재봉이 송별사로 이 시를 읽었다. 그렇게 그는 청춘으로 남고 우리는 나이를 먹었다. 어떤 소설엔가 이런 구절이 있다. ‘죽은 사람은 외롭다. 아무도 그와 사귀려들지 않아.’ 기형도가 살아 있으면 킬킬 웃으며 이런 대구를 지었을 테다. ‘늙은 사람은 외롭다. 아무도 그와 사귀려들지 않아.’ 수많은 독자와 후배 시인이 그의 시를 사랑하고 사귀기 원하니 지금 기형도는 그리 외롭지 않으리라. 
 

 

화자는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머뭇거리고 헤맨다. 몸은 지상에서, 영혼은 공중에서. 왜? 기형도에게 청춘의 화두랄까 상투어는 ‘사랑’이었던 듯하다.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나’ 그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인 사람이 바로 자기라는, 그런데 사실 자기조차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는 자조와 탄식이 자욱하다. 질투밖에 허락되지 않은 사랑에 대해, 어떤 인생에 대해 젊은 시인에게 늙은 내가 들려줄 말이 있을 듯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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