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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둘레에 둥근 원이 있다...
2017년 02월 19일 17시 07분  조회:2902  추천:1  작성자: 죽림

 

 

 

내 둘레에 둥근 원이 있다 

                                  / 나나오 사카키

 

 

일 미터 크기의 원 안에서는

자리에 앉아 기도를 하고 명상을 할 수 있다.


십 미터 크기의 집 안에서는

편히 잠들 수 있고, 빗소리 또한 자장가처럼 들린다.


백 미터 크기의 밭에서는

농사를 짓고 염소를 키울 수 있다.


천 미터 크기의 골짜기에서는

땔감과 물과 약초와 버섯을 구할 수 있다.


십 킬로미터 크기의 삼림에서는

너구리, 찌르레기, 나비들과 뛰어놀 수 있고


백 킬로미터 크기의 산골 마을에서는

한가롭게 삶을 누릴 수 있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일만 킬로미터 크기의 원 안에서는

여름엔 남쪽의 산호초를 구경할 수 있고

겨울엔 북해에 떠다니는 얼음산을 보러 갈 수 있다.


하지만 일만 킬로미터 크기의 원 안에서는

지구의 어디로든 걸어갈 수 있으리라.


십만 킬로미터 크기의 원 안에서는

반짝이는 별들의 바다를 항해할 수 있고


백만 킬로미터 크기의 원 안에서는

더없이 환상적인 오렌지색 우주 공간에

동쪽엔 달이 떠 있고 서쪽엔 해가 떠 있을 것이다.


백억 킬로미터 크기의 원 안에서는

태양계의 여러 행성들을 멀리서 바라볼 수 있고


일만 광년 크기의 원 안에서는

은하계가 봄날의 꽃처럼 피어 있는 걸 볼 수 있다.


그리고 백억 광년 크기의 원 안에서는

안드로메다 성운이 흰 벚꽃처럼 회오리치고 있으리라.


이제 천억 광년 크기의 원을 그려 보라.

그곳에서는 시간과 공간에 대한 관념조차 사라진다.

그곳에서 당신은 다시 자리에 앉아 기도를 하고

명상을 하게 되리라.

 


 

 山水人

 

사소함이여!

 

 

하루에 3km를  40년 걸어서

사람은 지구를 일주한다.

 

하루에 30km를 36년 걸어서

사람은 달에 도착한다.

 

 


나나오 사카키

불교와 에콜로지의 시적 사상으로 무장한 실천자이며 비트 세대의 전설적 시인 나나오 사카키는 언론과는 전혀 다른 시점의 새로운 뉴스를 자신의 시와 존재로부터 전한 사람이었다. 그는 정작 자기를 한 번도 비트라 한 적이 없다. 범주화되는 것을 가장 싫어했으며, 그저 일없이 빈둥거리는 한량이라고 자신을 표현했다. 그는 목소리의 시인으로도 불린다. 구전문학이라는 오래된 시의 전통을 이어받아 자신의 목소리를 통해 직접 독자에게 시를 전달하면서 게리 스나이더와 함께 종종 시 낭송회를 열었다. 
그는 일본 국적을 가진 시인이었지만, 그 어느 일본 시인과도 닮지 않은 이방인이었다. 그의 사상은 이렇게 요약된다. '최소한의 필요한 것들만 구하자. 최대 낭비인 군국주의에 연간되지 말자. 생활의 모든 면에서 더욱 연구하고 창조하자. 새로운 생산과 유통 시스템을 시도하자. 땀과 생각을 서로 즐겁게 나누자. 진정한 풍요를 위해 물질과 돈에 의존하지 말자.' 
그는 이 세상에 없지만 그의 아름다운 시와 사상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는 평생을 여행자로 산 시인이었으며, 그의 유품은 배낭 하나가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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