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중앙도서관 앞에 대자보가 나붙었다.
故 마광수 전 연세대 국문학과 교수의 발인이 진행된 7일 오전, 그를 추모하는 학생들이 붙인 대자보가 눈길을 끌었다. 학생들은 대자보에 "학생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으시던 마광수 교수님은 어느샌가 지독한 외로움 속에 계셨고, 학생들의 무관심과 사회의 위선 속에 교수님은 무심하게 세상을 뜨셨다"고 적으며 고인을 추모했다.
이들은 이어 "교수님은 수백 명의 학생이 대놓고 중간에 수업을 나가도 절대 학생을 나무라지 않았다"며 고인의 인자함을 추억하면서, "그러나 우리는 5천 원짜리 커피 한잔에는 아낌없이 돈을 쓰면서 교수님의 교재 단돈 만 원짜리를 사는 데는 인색했다"며 자신들을 반성했다.
대자보 밑에 붙은 '장미꽃'도 인상적이다. 장미꽃 옆에는 "교수님 즐겨 피시던 '장미' 대신 좋아하던 빨간 장미 놓습니다"고 적혀있었다.
고인을 향한 대자보는 지난 1989년에도 붙여진 적이 있다.
1989년 출판된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로 세상에 충격을 준 고인에 대해 '교수품위 시비' 논란이 일었고, 국문과 교수회의는 마광수 교수의 2학기 전공과목 폐강조치를 결정했다. 그리고 이러한 결정을 지지 또는 반박하는 학생들의 대자보가 연세대학교 문과대학 앞에 나란히 붙었다. 3년 후 마 교수는 '즐거운 사라'를 발표했고, '음란물제작 유포' 혐의로 대학 강의실에서 강의하던 중 긴급 체포된다.
몇십 년이 흐른 지금, 이제는 볼 수 없는 고인을 그리워하는 대자보가 다시 붙어 눈길을 끈다.
고인을 추모하는 마음은 그의 서적을 구매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기억 속에 잊혔던 고인의 책은 교보문고에서 1주일간 가장 많이 판매된 서적을 보여주는 '인터넷 주간 베스트' 페이지에 이름을 올렸다.
한편 故 마광수 교수의 유작 '추억마저 지우랴'는 이르면 이달 출간될 것으로 전해졌다.
/K스타 강이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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